[eBook] [고화질] 약사의 혼잣말 (코믹) 01 약사의 혼잣말 (코믹) 1
네코쿠라게 지음 / 학산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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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을 가장 먼저 접한 매체는 소설입니다. 몇 년에 걸쳐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최근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보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다시 끓어올라(!) 이번에는 만화로 정주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작이 좋으니 여러 매체로 읽어도 늘 좋고 새롭게 좋네요.


이야기는 다리가 불편한 환관 출신의 아버지를 둔 약사 소녀 마오마오가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어 후궁의 궁녀가 되면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궁녀로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약사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아 독 시식 담당이 된 마오마오는 후궁에 거주하는 여러 비빈들의 처소를 다니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들의 진상을 밝히는 공로를 세우게 됩니다.


마오마오는 이 과정에서 후궁의 관리자인 진시와 자주 만나게 됩니다. 후궁에 사는 남자는 전부 다 거세를 한다고 알고 있는 마오마오는 진시도 당연히 거세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를 남성으로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에 오히려 매력을 느꼈는지, 진시는 알게 모르게 마오를 도와주는데 이 모습이 참 재밌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합니다.


저는 소설을 11권까지 봤기 때문에 이후 마오마오와 진시가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지 알고 있지만, 소설로 상상하면서 읽은 이야기를 만화로 보는 재미는 또 새롭고 특별하네요. 작화도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됩니다. 어서 2권도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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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약사의 혼잣말 (코믹) 01 약사의 혼잣말 (코믹) 1
네코쿠라게 지음 / 학산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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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고 애니메이션 보고 만화 정주행 시작합니다.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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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지타임 1
2사장 지음 / 다산코믹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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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쿠로코의 농구> 이후 오랜만에 읽은 농구 만화다. 전부터 이 만화가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연말을 기념해 단행본 박스 세트를 사서 며칠 전 다 읽었다. 읽어보니 과연 재밌다. <슬램덩크>, <쿠로코의 농구>를 읽고 고등학교 농구부를 소재로 한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만화를 보니 배경을 한국으로 바꾼 것만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만화는 그냥 스포츠 만화가 아니라 인생에 관한 만화라는 누군가의 말이 납득이 되기도 했다.


배경은 2012년 부산의 지상고 농구부. 전국에서 최약체로 꼽히는 이 농구부의 부원은 단 여섯 명이다. 프로 선수가 되기는커녕 농구로 대학 가기도 어려워 보이는 이들 앞에 어느 날 새로운 감독이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이현성. 지상고 농구부 출신으로 프로 선수 경험도 있는 그는, 농구를 하는 데 있어서 신체 조건도 중요하고 운동 능력도 중요하지만,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결국 수 싸움이라며, 이제까지 부원들이 훈련받은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원들을 훈련시킨다. 


1권에선 이 만화의 주인공인 기상호와 이현성의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기상호는 전국에서 최약체인 지상고 농구부에서도 농구를 가장 못하는 선수다. 신체 조건도 좋고 운동 능력도 나쁘지 않은데 슈팅 능력이 너무 낮아서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그런 기상호가 우연히 부원들 중 가장 처음으로 이현성과 만나고, 첫 만남에서 이현성은 이제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기상호의 강점을 알아챈다. 나중에 이 강점 덕분에 오합지졸 소리를 듣던 지상고 농구부가 타 학교와의 시합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활약을 하기도 하고, 기상호도 선수로서 점점 성장하게 된다. 


이 만화는 2012년 협회장기 농구대회에서 실제로 준우승을 한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실제 사연에서 모티프를 얻었을 뿐이고, 작품에 등장하는 단체 및 인물은 작가의 창작이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가 같은 사연을 다뤘다고 해서 이 영화도 볼 예정이다. 이현성의 모델인 당시 부산중앙고 농구부 감독이자 현 조선대학교 강양현 감독의 추천사 속 문장도 좋았다. "가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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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원 -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37
김지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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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내내 나는 친구가 많았다. 학급 반장도 여러 번 했고,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해서 다른 반인 친구들도 많았고 선후배와도 잘 지냈다. 문제는 대학교 때부터였다. 입학 후 학교 행사든 학과 행사든 동아리 활동이든 열심히 했는데 현재는 만나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 초,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도 연락이 거의 다 끊어졌다. 각자 사는 곳이 달라지고 몰두하는 목표가 달라졌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아쉽고 허전하다. 그때의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우리는 무엇일까.  

김지현의 소설 <우리의 정원>을 읽는 동안 내가 정원의 나이였을 때, 그러니까 열일곱 살 고등학생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공교롭게도 나 역시 정원처럼 서울이 아닌 도시에 살았고, 남녀 공학이 아닌 여학교에 다녔다(심지어 정원의 학교와 똑같이 언덕 위에 있었다). 정원처럼 공부하는 틈틈이 책도 즐겨 읽었다. 무엇보다도, 정원처럼 덕질을 했다. 에이세븐과 비슷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자컨'도 없었고 '스밍'도 못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찾아보고 돌려 들으며 열심히 좋아했다. 정원처럼 친구가, 가족이, 학교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그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정원처럼 그 시절의 나에게도 친구 문제가 있었다. 주영과 혜수처럼 나 빼고 둘이 더 친하게 지내서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달이처럼 내가 많이 좋아하고 의지했는데 갑자기 내 일상에서 사라진 친구도 있었다. 지은과 나현, 여레처럼 함께 덕질도 하고 책도 읽는 친구가 결국엔 생겼지만 뭔가 늘 아쉬웠다. 돌이켜 보면 문제는 나였다. 정원처럼 나도 덕질을 제외하면 나를 소개할 말이 부족했다. 덕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원했지만, 덕질을 안 하게 되면 그 친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불안했다. 더 이상 공통의 관심사가 없어도, 만나지 못하게 되어도 우리는 친구일까 궁금했다.

이 소설을 읽으니 그 시절의 마음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를 내보이고 싶은 마음, 나를 감추고 싶은 마음. 친구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모르는 채로 있고 싶은 마음. 혜수가 나오는 장면들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프고 힘들기도 했다. 나에게는 정원과 혜수처럼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가 있었다. 당시에는 아니었지만 그 친구도 혜수처럼 프로아나(pro-ana)였고,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내내 알고 싶었는데, 소설 속 혜수의 대사들을 읽으며 그 친구의 마음이 이랬을까 싶어서 안타까웠다. 더 큰일 나기 전에 혜수를 구하고 싶어 하는 정원의 심경에 깊이 공감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정원도 변하고 친구들도 변하고 그들과의 관계도 변하는 것이 마치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정원은 주영, 혜수와 같은 반이고 함께 밥을 먹어도 덕질 얘기를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달이와는 덕질 얘기도 하고 속마음도 나누지만 온라인 친구라서 직접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 달이가 사라진 후 덕질 얘기도 하고 책 얘기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기지만, 그만큼 주영, 혜수와 멀어진다. 언니 친구, 책방 주인 부부, 상담 선생님 등 또래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의 범주에 들어가는 새로운 관계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몰랐던 정원의 '스킬'이 조금씩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정원은 이제껏 자신이 에이세븐을 좋아한다고 밝힌 적 없는 사람에게 자신이 에이세븐 팬이라고 밝힌다(그중 한 명은 영업에 성공한다!). 자신이 에이세븐을 좋아하듯이 다른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 오로지 덕질뿐이었던 정원은 덕질로 자기를 표현하고, 덕질 외의 것들을 수용하는 법을 배운다. 언젠가 에이세븐이 해체하고 덕질이 끝나도 정원의 배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나도 배웠다. 철따라 내 안에서 피고 지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보듬어주는 '정원' 같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 성장이고 인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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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최유안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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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배경인 소설 읽으면 기 빨린다고 싫어했던 것 같은데, 올해 최유안 작가의 <백 오피스>도 읽고 <보통 맛>도 읽고, 다른 작가들이 쓴 소설도 읽으면서 오피스 소설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오피스 소설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들과 그것들을 해결하는(혹은 하지 못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작품이어야 공감도 되고 대리만족도 되고 공부도 되는 것 같다. 최유안 작가의 신작 <먼 빛들>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잔뜩 나온다. 


이 책은 세 편의 이야기가 연작 형식으로 담겨 있다. 1편의 주인공 여은경은 한국의 모 대학 법과대학의 교수로 이제 막 임용된 상황이다. 은경은 한국계 최연소로 미국 로스쿨 교수가 되었는데, 로스쿨 동문인 설기윤 총장이 자신의 대학으로 오라고 직접 스카우트해 미국에서 이룬 것들을 모두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온 순간부터 은경을 괴롭게 만드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혼하라는 부모의 압박, 다른 교수들의 시기와 질투, 조교와의 마찰... 이 와중에 은경은 동료 교수의 부정을 목격하게 되고, 이를 고발해야 할지 말지 고민에 빠진다. 


2편의 주인공 최민선은 문체부 산하 기관의 정규직 직원이다. 적당하고 소소한 행복을 즐기면서 너무 튀지 않은 선에서 회사 생활하는 게 목표였던 민선의 커리어는 새로운 원장이 취임하면서 급변한다. 원장이 민선을 새로운 TF팀의 센터장으로 파격 발탁한 것이다. 졸지에 30대 후반의 나이에 센터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게 된 민선은 원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회사 내에서 눈에 띄는 존재가 되고, 사내 정치라는 민감하고 복잡한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다. 


3편의 주인공 표초희는 모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이다.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영국 유학을 마치고 막 마흔이 된 상태로 한국에 돌아온 초희는 대학 동기 재연의 소개로 감독직을 맡았다. 동년배들이 취업과 내 집 마련, 결혼, 출산, 육아 등을 경쟁하듯 해내는 동안,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며 유학을 택한 초희를 전 남친 윤재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초희 앞에 민혁이라는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다. 초희보다 열 살 넘게 어린 것만 제외하면, 예술적인 취향, 타인에 대한 매너, 삶에 대한 태도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민혁을 초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 속 여성들은 학력이나 업무 능력 면에서는 남부러울 것이 없으나, 사회 생활 면에선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이들의 사회 생활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에서 사회 생활을 잘한다는 건 어느 정도의 부정이나 불의와 타협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사회 생활을 잘 못한다는 건 정직하고 정의로운 것이 아니라 융통성이 떨어지고 심지어는 무능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니 원칙을 중시하고 양심 있는 사람일수록 사회 생활을 잘할 수도 잘 못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하기 쉽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수록 내적인 갈등이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다행히 이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은 각자의 이야기 끝에서 각자가 만족할 만한 답을 얻는다. 그리고 그 답을 발판 삼아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답을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고통스럽고 치열하기는 했지만, 결국 다들 만족할 만한 답을 얻게 되어서 좋았다. 여은경과 최민선, 표초희가 서로의 이름은 당연하고 존재조차 모르지만,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과 도움을 주고 받는 점도 좋았다. 철저히 혼자라고,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결말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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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라는 게 뭔데? (중략) 성장이란, 조직에서 순화되어 결국 우두머리에 이르는 것일까. 성장을 훌륭하게 해 낸 성해윤은 민선의 경력 정도였을 때 어땠을까. 이런 딜레마를 매번 뚫고 나갔을까. 원래 지닌 성격을 잃거나 숨겨두지 않았을까. 그것이 '성장'하는 걸까. (84-5쪽) 


내가 저 회사에 얼마나 있었더라. 앞으로는 저 회사에 얼마나 있게 될까. 한 직장에 오래 있다는 말은 적응을 잘한다는 말일까 회사를 옮기기엔 충분히 유능하지 않다는 말일까. 한 사람을 오래 만난다는 말은 진득하다는 말일까 변화를 싫어한다는 말일까. 한 상사를 오래 모신다는 것은 그 상사가 좋다는 말일까 상황이 좋다는 말일까. (108쪽) 


초희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것으로도 괜찮다는 걸 초희는 알았다. 삶은 화려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은 그저 자기 앞에 주어진 생을 꾸려 나갈 뿐이었다. 그거면 될 일이었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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