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특별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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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여수의 사랑> 초판이 나왔을 때부터 한강 작가를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첫 소설집인데도 전혀 미숙하지 않고, 22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전혀 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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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당쇠르 1
조지 아사쿠라 지음, 송수영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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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아사쿠라의 신작 <댄스 댄스 당쇠르>는 운동 대신 발레를 택한 소년의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연상케 하지만, 더 비슷한 작품은 만화 <슬램덩크>다. 야생 원숭이 같던 소년이 미소녀의 유혹에 이끌려 진로를 바꾸게 되고, 미소녀에게 실은 짝사랑하는 소년이 있고, 소년이 그 소년에게 제멋대로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그 소년을 이기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하다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까지 <슬램덩크>와 꼭 닮았다.





<슬램덩크>에는 없고 <댄스 댄스 당쇠르>에는 있는 게 있다면 '남자답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다. 긴 머리카락 때문에 종종 여자애로 오해받는 준페이는 어느 날 누나의 발레 발표회를 보러 갔다가 발레리노의 무대를 보고 발레의 매력에 푹 빠진다. 발레는 여자가 배우는 것이라며 놀리는 친구들과 싸움을 불사하며 발레를 배우지만 즐거운 나날은 오래가지 못한다. 무술 감독인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아버지처럼 '남자답게'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진 준페이는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발레를 그만둔다. 아버지가 했던 절권도를 배우며 '남자다워' 지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2학년이 된 준페이 앞에 미소녀가 찾아온다. 소녀의 이름은 고다이 미야코. 우연히 준페이가 절권도 특기인 날아차기를 하는 모습을 본 미야코는 발레를 배운 적도 없는데 540도 회전을 할 수 있다면 천재가 분명하다며 준페이를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발레 교실에 데려간다.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이유로 발레를 그만뒀지만 첫사랑 미소녀 앞에서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려면 발레를 해야하는 모순적인 상황. 준페이의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슬램덩크>에 없고 <댄스 댄스 당쇠르>에는 있는 것 또 하나는 재능에 대한 불신이다. 미야코의 어머니는 준페이를 보고 "이제 와서 발레 해봤자 늦었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말에 오기가 생긴 준페이는 밤새도록 발레 동작을 연구해 이튿날 다시 미야코의 어머니를 찾아간다. 미야코의 어머니는 준페이의 동작을 보고 엉터리라고 핀잔을 준다. 결국 몇 달 남지 않은 무용연맹 발표회에 준페이를 내보내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하는데, 어렸을 때 발레를 잠깐 배우기는 했지만 초보나 다름 없는 준페이로선 힘들기만 하다.


강백호가 "나는 천재니까."라며 자신의 재능을 확신했던 것과 달리, 준페이는 너무 늦게 발레를 시작했다는 불안감과 자신에게 재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에 사로잡힌다. 미야코는 준페이는 천재다, 준페이는 발레가 원한다고 하지만 준페이 자신이 그 말을 실감하진 못한다. 준페이가 자신할 수 있는 건 미야코를 좋아하고 미야코의 '왕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뿐. 미야코의 완벽한 왕자가 되고 싶은 준페이의 노력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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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당쇠르 1
조지 아사쿠라 지음, 송수영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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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의 발레 버전. 원숭이같던 소년이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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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결혼했을까 - 결혼을 인생의 무덤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애착의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유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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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보진 않았지만 결혼 생활이 결코 낭만적이고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은 잘 안다. 실패한 결혼, 불행한 결혼 사례도 적지 않게 봤고, 사랑 따위 진작에 없어졌는데 남들 눈을 의식해 혼인 관계만 유지하는 경우도 봤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지만 나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오늘도 결혼보다 비혼 쪽에 마음이 기울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자고 결혼했을까>의 원제는 '보통이라는 병 : 남편을 사랑할 수 없는 아내들'이다. 왜 아내들은 남편을 사랑할 수 없게 되었을까? 저자인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결국 모든 문제는 '애착'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애착이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대감'을 뜻한다. 어렸을 때부터 주 양육자에게 충분한 보살핌을 받고 자라면 옥시토신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어 안정된 애착 양상을 보인다. 반면 주 양육자의 보살핌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자라면서 사랑을 빼앗기거나 상처받은 경험이 반복되면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애착 양상을 보인다. 


애착 유형은 다시 회피형과 불안형으로 나뉜다. 회피형은 어느 누구와도 친밀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타입이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을 방어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도 진정한 감정 교류를 하기 어렵다. 불안형은 상대방에게 지나칠 만큼 친밀한 관계를 요구한다. 가까운 사람과는 항상 붙어있고 싶어 하고, 상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들며, 조금이라도 자신을 소홀히 하는 느낌이 들면 불같이 화를 낸다. 


요컨대 애착은 안정형과 불안정형, 회피형과 불안형이라는 두 가지 척도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네 가지 척도에 해당하며, 안정된 애착 양상을 보이는 사람도 회피형 또는 불안형으로 구분된다. 저자는 남편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내, 평소엔 얌전한데 화만 나면 남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내, 남편보다 못한 조건의 애인에게 빠져드는 아내 등 남편을 사랑할 수 없게 된 아내들의 사례 21가지를 제시하며, 사례에 등장하는 남편과 아내가 각각 어떤 애착 유형에 해당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애착 외에도 부부 관계를 좌우하는 요인은 더 있다. 예민한 여자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너그러워지는 것은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여성 호르몬의 영향이다. 부부간의 원활한 소통과 출산, 수유, 육아 등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출되면 감정이 누그러지고 성격이 온화해진다. 문제는 모유 수유가 끝나고 남편과의 성관계가 줄고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성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고 성격이 다시 예민하고 혹독해진다는 것이다. 이때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원활히 하는 약물 또는 남편과의 소통과 애정 회복을 통해 부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된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속박을 거부하는 개인주의는 경제를 우선시하고 경쟁이 팽배한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타인을 친구나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간주하도록 학습된 사람들이 결혼을 했다고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저자는 배우자가 자유를 추구하고 구속을 거부한다면 배우자를 바꾸려 노력하지 말고 느슨하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거나 이혼을 하라고 조언한다. 


"사랑의 형태는 한 가지가 아니다. ... 영원한 사랑이라든가 변치 않는 결혼이라는 하나의 사랑 형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비혼, 만혼, 이혼, 재혼, 어느 것이나 저마다 의미가 있다."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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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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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만나도 마음이 끌리지 않는 사람이 있고, 한 번 만났을 뿐인데도 마음이 통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에게 고미네 요코는 후자다. 마키노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뒤풀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대화가 잘 통했고 마음이 맞았다. 더욱이 요코는 마키노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의 딸이고, 마키노는 요코가 팬을 자처하는 연주자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강렬하게 끌린다. 


하지만 요코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미국인 남성이 있고, 마키노에게는 돌아가야 할 일상이 있다. 십 대나 이십 대라면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 하나에 매달릴 수도 있겠지만, 삼십 대 중반을 넘기고 사십 대를 바라보는 '어른'인 두 사람에겐 무모한 짓이다. 결국 두 사람은 직접 만나는 대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이메일을 주고받는 횟수가 늘고 답장을 기다리는 고통이 깊어지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우정 이상임을 깨닫고 직접 만나기로 한다. 


만나기로 했지만, 이 또한 할 일 많고 돌봐야 할 사람 많은 '어른'에겐 쉽지 않다. 마키노는 파리에 사는 요코를 위해 자신의 파리 공연에 요코를 초대하지만, 요코는 급한 일이 생겨서 마키노의 공연에 참석하지 못한다. 마침내 두 사람은 도쿄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만남 당일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생기는 바람에 만날 수 없게 되고 그대로 오해만 쌓인다. 서로가 운명적 사랑임을 확신했던 두 사람은 이대로 헤어지는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신작 장편소설 <마티네의 끝에서>는 '어른들의 사랑'을 그린다. 사랑에 대한 호기심도 환상도 없고, 사랑만으로 살기엔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아는 어른들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는 결코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어른들은 사랑할 때 감정보다 행동을 앞세우지 않으며,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확인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어른들도 운명적 사랑을 기대하지만, 막상 사랑이 다가오면 사랑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결국 어른들이 모험보다 안정을 택할 때, 운명은 이들을 사랑 없이 지켜야 할 것들만 남은 삶으로 이끈다. 해피엔딩은 없다. 


문제는 비관적인 눈으로 어른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작가가 낙관적인 결말을 추구하면서 생긴다. 도쿄에서의 만남이 어긋난 이후 마키노와 요코는 서로를 오해한 채 잘못된 선택을 반복한다. 인간사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고 인간이 하는 일은 실수와 잘못이 많은 게 당연한데도, 어쩌면 이것이 현실인데도, 작가가 이들을 무리하게 해피엔딩으로 이끌다 보니 결말이 통속적이다. 두 사람이 잘 됐으니 다행이라고 위로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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