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당신이 숨통을 끊어줘 3
세토 메구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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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처럼 큰 키와 예쁜 외모를 지닌 여대생 나카죠 이치카는 자신의 외모가 아닌 내면을 봐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같은 대학 남학생 사나리 코세이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코세이에게는 이치카 외에도 친하게 지내는 여자들이 많다. 이치카는 코세이에게 사귀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지만, 코세이는 독점적인 연인 관계에 종속되고 싶지 않다며 (이런 자신의 사고 방식을) '서로 납득한 애하고밖에 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치카는 코세이와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몸과 마음은 오로지 코세이만을 향한다. 


<차라리 당신이 숨통을 끊어줘> 3권에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쓰레기 남자'라고 불리(고 있다)는 코세이를 이치카가 왜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치카는 자기보다 키 큰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한심한) 남자들을 의식해 좋아하는 하이힐을 좀처럼 신지 않는데, 코세이는 이치카가 자신보다 키가 크든 작든 신경 쓰지 않는다. 한편 이치카는 아직 모르는 상태이지만, 자원봉사부에서 만난 같은 학부 후배 이소가와 아라타가 이치카에게 엄청 빠져 있다. 훈남들한테 사랑받는 이치카 너무 부럽고요... 예쁜 이치카한테 사랑 주고 사랑받는 남자들도 부럽다. 작가님 그림 최고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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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어 하는 동기 군 4
소데야마 미미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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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어 하는 동기 군>은 근육을 좋아하는 여자 회사원 카렌이 우연히 같은 회사 동기인 타쿠마가 숨겨진 근육 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오피스 로맨스 만화다. 근육에 대한 덕심을 숨기지 않는 카렌과 여자친구의 관심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듯한 타쿠마의 케미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의 회사 후배 '힐링계 빵빵 근육남' 아놀드와 2권부터 등장한 'BL 덕후 동인녀' 미츠이의 캐릭터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 나 같은 독자들이 많았는지, 4권 표지를 이 커플이 장식했다(만세!). 이대로 이 두 사람 잘 되게 해주세요 ㅎㅎ 


4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카렌이 독감에 걸린 타쿠마를 간병하기 위해 타쿠마의 집으로 찾아간 에피소드와 아놀드와 미츠이가 함께 덕질 중인 만화의 원화전에 가는 에피소드다. 아픈 남친 간병하기는 여성향 로맨스 만화의 단골 소재인데, 아파서 약해진 타쿠마의 모습을 '리틀 타쿠마'로 표현한 걸 보고 이 작가님 천재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관심 가는 남자와 함께 덕질하기&원화전 가기는 이제까지 여성향 로맨스 만화에서 절대 본 적 없는 소재인데, 미츠이와 여러모로 비슷한(BL 덕후 동인녀, 여고 여대 출신 등등) 나로서는 인싸 데이트보다 이쪽이 훨씬 더 재밌어 보이고 끌린다. 아놀드 어딨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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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블루 4
카세 마츠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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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요시노 츠바키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빵 공장에 취업해 일하다가 또래보다 늦게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학생들과 학교생활을 하게 되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츠바키는 순조롭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내에서 가장 잘생긴 남학생 와카미야 키라와 사귀게 된다. 키라는 잘 놀 것 같이 생긴 외모와 다르게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다른 여자한테 관심 주는 일 없이 오로지 츠바키만을 바라본다.


3권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던 츠바키와 키라는 다시 관계를 회복한다. 키라와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츠바키에게 같은 반 여자애들이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려준다. 크리스마스가 키라의 생일인 것이다. 친구들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보내는 키라의 생일인 만큼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고 하지만, 둘만 있으면 위험해서(!) 안 된다고 츠바키 쪽에서 오히려 거절한다. 과연 두 사람의 크리스마스는...?


겨울방학, 봄방학이 지나고 2학년이 된 츠바키는 (올해도) 담임인 니야마와 진로에 대한 면담을 나눈다.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는 츠바키는 졸업 후 취업을 하겠다고 말하는데, 담임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츠바키가 진로 때문에 고민 중인 걸 눈치챈 키라가 츠바키를 위해 서프라이즈 데이트를 준비하는데, 로맨틱하기도 하고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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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뚫기
박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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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살인 '나'는 군대에 있던 시기를 제외하고 평생 엄마와 한 집에서 살았다. 엄마는 종종 자취를 하든 결혼을 하든 집에서 나가 살라고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첫째로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버는 월급을 생각하면 자취보다 엄마 집에 붙어 사는 편이 경제적으로 낫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한국에선 아직 동성혼이 합법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라도 애인이 있으면 동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매칭 앱으로 만난 남자들과 원나잇 하기도 벅찬 그로서는 결혼은커녕 연애도 언감생심이다. ​ 


박선우 작가의 장편소설 <어둠 뚫기>는 그의 전작인 <우리는 같은 곳에서>, <햇빛 기다리기>와 마찬가지로 남성 동성애자의 삶을 그린다. 이 소설이 수상한 문학동네소설상 심사평 중에 "어머니를 향한 애증을 그려낸 남성 퀴어의 이야기라면 이제는 조금 익숙할 뿐만 아니라 제법 반복된다고 생각했"다는 문장이 있는데, 실제로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선입견이 이것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박선우 작가의 전작에서 본 듯한 장면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심사위원들도 인정한 대로 이 소설이 기존 남성 퀴어 서사들에 비해 좀 더 나아간 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 


이 소설은 남성 동성애자인 아들이 엄마에게 품은 애증의 역사를 보여주는 한편으로, 남성 동성애자인 아들이 엄마 이외의 관계(아빠, 형, 친구, 군대, 회사, 원나잇 상대, 전 애인 등)에서 어떤 실패를 겪고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아빠는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하나뿐인 형과는 신체적 장애와 성적 지향의 차이로 소원해진지 오래다. 학교, 군대, 회사에서 남성 호모 소셜 집단에 속하지 못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적은 허다하고, 남성과 연애하거나 섹스하는 데 있어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건 여성 이성애자만이 아니라 남성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남성, 남성성이 야기하는 문제를 남성의 입으로 고백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귀하지 않은가 싶다. ​ ​ 


이런 식으로 집 밖에서 고통 받고 상처 압은 '나'가 유일하게 안심하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가 집인데, 이 집에서 평생을 함께 산 엄마라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나'가 필요로 하는 사랑은 결코 주지 않는다. 가령 '나'의 엄마는 '나'를 위해 평생 돈을 벌고 매일 밥상을 차려줬지만, 어릴 때 엄마가 형과 '나'에게 했던 잘못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부정한다. '나'가 동성애자라서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여자 만나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일삼는다. '나'는 엄마 자신도 그런 식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자신에게 그런 사랑을 주지 못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서운하다. ​ 


엄마에 대한 애증은 딸들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아들이 엄마에게 품은 애증을 고백하는 이 소설이 독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딸이나 아들이나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구나 싶기도 했는데,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친구의 말("마르셀 프루스트도 그렇고 페드로 알모도바르도 그렇고 자비에 돌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예술하는 게이들은 왜 하나같이 마마보이인 거야?")을 떠올리면 모든 아들이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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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 오브 타임 1~3 세트 - 전3권
로버트 조던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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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문학적으로 가치 있고 문화적으로도 영향력이 있다고 일컬어지는 작품은 취향 불문하고 읽어보는 편이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등을 읽어본 것도 그래서였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과 함께 세계 3대 하이 판타지 걸작으로 꼽히는 <휠 오브 타임>은,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이 한국에 정식 출간되기 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다. ​ 


하지만 <왕좌의 게임>의 작가 조지 R.R. 마틴이 "<휠 오브 타임>이 없었다면 <왕좌의 게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헐리웃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다니엘 헤니가 드라마 <더 휠 오브 타임>의 주연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 <왕좌의 게임> 작가가 극찬하고, 로자먼드 파이크, 다니엘 헤니 같은 배우들이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에 출연 결정을 한 건지 궁금했다.





책을 받고, 일단 엄청난 사양에 놀랐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인 만큼 분량이 엄청날 거라는 건 예상했던 일인데, 일반적인 책보다 훨씬 큰 크기에 전권 사철 양장 제본이라니. 게다가 1-3권 세트 구매시 세트 구매자를 위한 스페셜 굿즈인 '휠 오브 타임 전3권 북박스'와 아이즈 세다이와 함께 하는 ​'휠 오브 타임 여행 가이드북'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서점별로 특별 굿즈도 준다. 


판타지 소설 읽기에 익숙지 않은 독자로서는 '휠 오브 타임 여행 가이드북'의 존재가 특히 반갑다. 괜히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게, 책을 펼치면 일단 휠 오브 타임 세계관의 무대가 되는 공간의 지도가 나온다. 작품의 의미와 영향, 인기 등을 설명한 글을 넘기면 휠 오브 타임 세계관 속 장소들의 위치, 인구, 체류 기간, 위험도, 추천 이유, 명소와 추천 음식, 주의사항 등이 실제 여행 가이드북처럼 소개되어 있다. 팬이든 팬이 아니든 반할 만한 기획이다. 





<휠 오브 타임> 1-3권 세트는 1부 '세계의 눈', 2부 '위대한 뿔나팔 사냥대', 3부 '드래건의 환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세계의 눈'은 3000년 전 전설의 드래건이 어둠의 존재 샤이탄을 봉인했지만 여전히 불안과 공포가 남아 있는 에먼즈 필드에서 시작한다. 아버지 탬을 도와 농장에서 일하는 청년 랜드는 벨 타인 축제를 앞두고 마을로 가는 길에 수상한 존재를 마주친다.


탬은 랜드가 잘못 본 거라고 말했지만, 랜드는 그동안 봉인되어 있던 어둠의 존재가 풀려 났다는 소문을 떠올리고 불안에 떤다. 마을로 가까워질수록 랜드처럼 어둠의 존재를 봤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평화로운 마을에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아이즈 세다이' 모레인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혼란은 더욱 커진다. 결국 모레인은 환생한 드래건일 가능성이 있는, 랜드를 비롯한 젊은이 몇 명을 데리고 어둠의 세력에 맞서기 위한 기나긴 여정에 나선다. 





소설 초반에는 랜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남성 중심 서사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모레인이라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더욱 두드러지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드라마 <더 휠 오브 타임>에서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한 캐릭터 모레인은 마녀처럼 강력한 마법을 지닌 여성으로서 어둠의 세력에 맞서는 청년들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왕좌의 게임>에도 멋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지만 모레인처럼 강력한 리더 캐릭터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 


에먼즈 필드를 떠난 모레인, 랜드 일행은 샤다 로고스, 케임린, 세상의 눈, 팔 다라 등 세계관 속의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엄청난 모험을 벌인다. 일행이 도착하는 장소마다 풍경이나 특징이 달라서 중세 도시를 여행하는 듯하기도 하고, 게임 속을 직접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지닌 중세 판타지 소설이면서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에 없는 매력 또한 존재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 납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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