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가 가고 나이가 들수록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7년 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마스다 미리는 내게 가까워지고 싶어도 가까워지기 힘든 작가였다. 그때만 해도 이십 대였기에 마스다 미리가 이야기하는 비혼 여성의 일과 연애, 건강 관리, 노후 준비, 부모 봉양 같은 문제들이 내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이야기의 주제나 교훈보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간결한 문체나 담담한 그림 같은 것에 눈길이 갔다. 서른 중반이 가까운 지금은 다르다. 수짱(마스다 미리의 대표 캐릭터)을 나로 바꾸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이야기 하나하나에 공감이 가고 절절한 감동을 느낀다.


마스다 미리의 신작 <영원한 외출>을 읽을 때에도 그랬다. 딸 둘에 장녀인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알아보기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보기도 하는데 마스다 미리도 딸 둘에 장녀라 귀감이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일들을 그린다. 아버지가 임종하기 직전에 보낸 마지막 날들과 임종 직후에 벌어진 일들, 장례 준비, 장례, 유품 정리, 홀로 남은 어머니를 돌보는 이야기 등 상황별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제시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임종 당일 오래된 앨범을 꺼내 아버지의 사진을 고르면 장례식에서 틀어주는 서비스는 나도 이용해보고 싶다).


여명이 6개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자는 "아, 생각보다 기네."라고 말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암 3기인 아버지의 상태는 누가 봐도 안 좋았다.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매일 아버지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준비해드리는 일뿐이었다. 그마저도 몇 입 먹지 못하고 남길 때는 마음이 아팠다. 전에는 비싸서 좀처럼 사 먹지 못했던 장어덮밥을 이제는 기력이 없어서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애달팠다. 건축 현장 감독으로 일본 전역을 누볐던 아버지가 집 앞 편의점에도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는 사실도 짠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는 나의 감상일 뿐이다. 당장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저자는 아버지와 무척 친한 딸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대든 적도 많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싸운 적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평소에 어떤 간식을 즐겨먹고 어떤 농담을 즐겨 하는지 시시콜콜 알았다. 자식이기에, 아버지가 남들에게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다정한 얼굴과 엄한 얼굴도 알고 있었다. 자식이 없는 저자의 인생은 누가 기억해줄지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졌다. 저자는 타인의 죽음에 깊이 공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상중 엽서가 와도 지금까지는 '얼마나 쓸쓸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그렇구나, 그랬구나, 요전에 잠깐 얘기할 때는 그렇게 밝았는데..."라고 감정이입하면서 엽서를 보았다.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고 길러준 아버지는 죽어서까지 나를 가르쳐주고 성숙하게 해준다.


책을 읽는 동안 작년에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와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인 큰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나에게는 할아버지이고 큰아버지이지만,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이고 바로 위 형이다. 임종도 보지 못한 채 아버지와 영영 헤어지고 가장 가까운 형까지 큰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는 지금 얼마나 마음이 안 좋으실까. 괜찮으시냐고 걱정하는 말을 건네면 늘 허허 웃으며 괜찮다고 답하는 아버지. 이 딸이 여전히 미덥지 않아서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올해를 끝으로 정년 퇴직을 하시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이 딸에게도 마음을 열어주시려나.


이제 <영원한 외출>을 다 읽었으니 그동안 미처 읽지 못했던 <평균 60세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를 읽어볼 생각이다. 이제까지는 비혼 결심이 굳지 않았고 부모님 연세가 많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비혼 결심이 굳어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부모님 모두 올해로 60이 넘으셨으니 읽을 때가 되었다. 앞으로 부모님과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면 막막한데, 늘 나보다 10년 정도 먼저 인생을 살아보고 가르침을 주는 마스다 미리 작가님에게 조언을 구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 완벽의 덫에 걸린 여성들을 위한 용기 수업
레시마 소자니 지음, 이미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기는 2010년에 열린 미국 국회의원 선거였다. 당시 서른셋의 전도 유망한 변호사였던 레시마 소지니는 일류 투자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했고, 좀 더 큰물에 뛰어들어 큰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바로 그때 18년째 공직에서 일하고 있던 여성 국회의원이 자리를 내놓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고, 저자는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직감했다.


자신 있게 출마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경쟁자가 81퍼센트 득표를 기록한 데 반해 저자는 겨우 19퍼센트 득표로 박살이 났다. 처참하게 깨졌지만 놀라운 교훈을 얻었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다 떨어져도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전까지 저자는 남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거나 실패를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했고 남들이 인정하는 명문대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투자회사에 취업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서가 아니라 남들 앞에서 창피 당하지 않기 위해, 손가락질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과거의 저자처럼 많은 여성들이 자기가 잘하는 일만 파고들고, 자신 있는 일이나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좀처럼 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항상 조심해라, 주의해라, 얌전히 있어라, 몸가짐을 단정히 해라 같은 가르침을 받는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전혀 다른 가르침을 받고 자란다. 밖에 나가서 놀아라, 거칠게 뛰어놀아라, 누가 때리면 받아쳐라 같은 말을 듣는다.


교육의 결과가 다른 건 당연하다. 어릴 때부터 모험가, 도전가로 훈련받은 남자들은 누군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거나 명문대, 대기업에 지원서를 내거나 연봉 협상을 할 때 거침이 없다. 자격이 되지 않아도 일단 질러놓고 본다. 반면 어려서부터 요조숙녀, 규방 아씨처럼 살기를 기대받은 여자들은 부모를 실망시킬까 봐, 평판이 떨어질까 봐, 사회생활에서 외면받을까 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쓰며 완벽을 추구한다. 처음부터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약간의 흠만 잡혀도 수치심을 느끼며 퇴장한다.


저자는 선거 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여자아이들이 수학과 과학 과목에 자신 없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여성들이 이공계 진출을 기피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비영리 단체 '걸스 후 코드(Girls who code)'를 설립해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IT 분야 진출을 돕고 있다.


저자는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 여자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일수록 기를 쓰고 달려보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다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죽는 건 아니다. 여자는 착해야 한다, 예뻐야 한다, 남자에게 순종해야 한다, 몇 살까지 결혼해 몇 살까지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말에 주눅들 지도, 흔들리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누군가 나에게 완벽을 강요한다면 그는 곧 나의 성장과 성공을 방해하는 적(敵)이다. 적의 포로가 되지 말고 적에게 맞서 싸워 이기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큰 용기를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는 게 귀찮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요? -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제자리걸음인 사람들을 위한 성공처방전
젠 신체로 지음, 박선령 옮김 / 홍익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격이 삐딱해서 그런지 '하면 된다, 불가능은 없다' 같은 말을 들으면 허튼소리라는 생각부터 든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안 되는 사람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사는 게 귀찮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요?>의 저자 젠 신체로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 그는 전체적으로 볼 때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는 상태였다.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한 작가로서, 가족과 친구들과 훌륭하게 교감을 나누는 사회인으로서, 비교적 안정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불만과 갈증이 가득했다. 이상은 매일 멋진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사람들과 양질의 대화를 나누며 고급 요리를 먹는 삶인데, 현실은 허름한 식당에서 값싼 빵이나 씹으며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랬던 저자가 생각을 바꾼 건, 문득 눈에 들어온 니체의 글 덕분이다.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을 깊이 파고들어라. 

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자기 삶에 딱 맞는 무엇이 지금 여기가 아닌 아주 먼 곳에, 

가령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국땅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결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선을 두지 않았던 발아래에 

당신이 추구하는 것, 당신에게 주어진 많은 보물들이 잠들어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 


저자는 성공과 행복으로 가득한 삶을 살지 못하게 방해하는 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설명한다. 더욱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의식'이다. 인간의 의식은 크게 현재의식과 잠재의식으로 나뉜다. 현재의식은 자기가 지금 의식하고 있는 이성적인 부분이다. 반면 잠재의식은 우리의 감정과 본능에 관여한다. 잠재의식은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완전히 발달된 상태이며,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을 무의식의 세계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문제는 잠재의식에는 여과장치가 없어서 보고 들은 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실과 거짓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눈물을 흘리며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라고 자문한다면, 정확한 답은 잠재의식에 내재된 그릇된 신념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데도 계속 헛발질하는 듯한 기분이 들고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어릴 적 부모나 가족을 통해 접한 수많은 메시지 - 나는 약하다, 나는 멍청하다, 나는 부모가 원해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다, 남자는 다 늑대다, 여자는 다 여우다 등등 - 가 자신의 잠재의식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현재의식을 통해 뭔가 성취를 하려고 해도 못하게 막고 좌절시킨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충분한 이유, 젊은 날의 경험을 통해 삶의 금맥을 찾는 방법, 스스로 인생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방법, 돈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습관 등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인생은 언제든 편집 가능한 '스토리'이며, 부정적인 감정이나 잘못된 믿음에 빠져 허우적거릴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한 가지 더 해보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어로 당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라 - 일본어 공부 하고 싶게 만드는 책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살면서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는 공부와 운동, 외국어라는 말을 들었다. 가족도 친구도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고, 돈도 명예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공부와 운동, 외국어는 열심히 해두면 어차피 내 것이 되고 남에게 빼앗길 일도 없다. 그러니 하루라도 젊을 때 공부와 운동, 외국어를 시작하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본어를 좋아하고 일본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일본어로 당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라>는 제목 그대로 일본어를 통해 인생의 날개를 단 저자 최수진의 사연을 자세히 소개한다. 이 책은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일본어 실력을 높이는 방법, 일본어를 통해 자신의 꿈에 날개를 다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입사 2년 차 직장인이었다. 옆자리의 동료가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평생 이 직장에 다닐 수 없겠다는 걱정이 들었고, 남들과 차별화되는 실력을 가져야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안심하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택한 건 일본어였다.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일본에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하면서 회화 실력을 길렀고, 일본어를 사용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직업을 백방으로 찾았다. 그 결과 17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1인 출판사 대표가 되었고, 일본어 교재와 일본 에세이를 다수 내며 자타 공인 '일본 전문 출판사'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일본어가 다른 언어 공부보다 유리한 이유, 일본으로 유학이나 어학연수, 취업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일본어로 직장을 잡는 노하우 등이 자세히 나온다. 한국에서 일본어 학원에 다닐 때의 전략, 좋은 일본어 어학연수 고르는 방법, 일본어로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어학연수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겪은 고충과 이를 통해 얻은 노하우가 상세히 나와 있어 당장 일본 유학, 일본 어학연수,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초급, 중급, 고급 단계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준비도 알려줘서 일본어 학습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일본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저자는 JPT, JLPT 등 공인 회화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공인 어학 점수 획득은 일본어 공부도 하고 회화 실력도 늘리고 공인 점수도 따는 일석삼조의 좋은 기회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으면 일본의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 주문을 하면서 자신의 일본어가 통하는지 확인해본다. 일본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점원을 상대로 일대일 대화를 해서 성공한다면 일본어 실력자라고 할 수 있다. 중급 이상의 실력이 되면 말은 좀 되는데 어휘 부족과 한자의 파도에 휩쓸려 의욕을 금방 잃기 쉽다. 이럴 때는 좋아하는 일본 방송이나 좋아하는 일본 작가의 책을 읽으며 일본어 실력도 높이고 동기부여도 하는 것이 좋다.


지금 하는 일이 일본어와 전혀 관련이 없어도 일본어를 배워도 괜찮을까? 저자의 대답은 '예스'다. 일본어를 꼭 일에만 사용하라는 법은 없다. 일본어 공부 자체가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줄 수도 있고, 일본으로 여행을 하거나 일본의 대중문화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요즘처럼 이직과 전직이 흔한 때에는 일본어 같은 특기가 있으면 유리할 수 있다.


나이 때문에 고민이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일본어를 공부하면 그동안 쌓아둔 지식이 바탕이 되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본어 실력을 높일 수 있다. 저자는 28세 때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는데 40대 중반인 지금 일본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며 일본어 실력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만약 지금 일본어를 시작한다면 10년 후, 20년 후 나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마음에 확 와닿는다. 마음에 확 와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서 오세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17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성웅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스토 아동문학상 수상 작가 세바스티앵 조아니에의 시적인 글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요안나 콘세이요가 섬세한 그림으로 풀어낸 책 <어서 오세요>가 출간되었다. 요안나 콘세이요는 <잃어버린 구두>, <백조 왕자>, <천사의 구두>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고, 세바스티앵 조아니에는 <까만 아이>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작가이자 연극 연출가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림책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상상력도 넓힌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이 동생을 기다리는 아이를 위한 책인 줄 알았다. 세상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내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빠와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사람들은 모두 나를 환영하지만 무언가 빠진 것 같다. 그래, 네가 없구나, 네가 오면 되겠다,라는 메시지가 어쩐지 동생을 맞이하는 아이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았다.


'어린아이를 환영한다'라고 하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 문제도 떠올랐다. 얼마 전 열한 살 동화 작가 전이수 군이 동생의 생일을 맞아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노키즈존이라는 말을 듣고 문전박대 당한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나 또한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어린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는 상황을 종종 겪지만, 나도 어릴 때 같은 행동을 했을지 모르고 그때마다 어른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너그럽게 봐줬다는 생각을 하면 외려 마음이 짠해지고 안쓰러워진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어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가족들과 함께 멋진 식당에서 외식도 못하고, 공공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도 못하는 아이들. 이들이 과연 스스로 사회와 세상으로부터 '환영받는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책 소개 글에 따르면 다원화된 사회에서 점점 늘어나는 이방인과 소수자도 이 사회와 세상으로부터 환대 받고 있다고 느끼게끔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한다.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환대와 포용, 인내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선물 포장지 또는 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는 <일러스트 페이퍼북>이 함께 들어 있다. 본책에 실린 그림 한 장 한 장을 커다란 종이에 재인쇄한 것인데 사이즈가 큼직하고 종이 질이 좋아서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독특하고 고즈넉한 그림풍과 세바스티앵 조아니에의 섬세하고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간직하고 싶은 독자라면 영구 소장하고 싶을 만한 선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