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뛰게 하라 - 뜻밖의 생각을 뜻대로 실현시키는 힘
노나카 이쿠지로 & 가쓰미 아키라 지음, 양영철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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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멋진 책 한 권을 만났다. 제목은 <생각을 뛰게 하라>.

읽기 전에는 사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책에 등장하는 사례를 한편 한편 읽으면서

곧 잠을 청해야 하는 밤 시간임에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어쩔 줄 몰랐다.

 

그 중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대학입시와 인성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호리카와 고등학교'의 사례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교육 위기를 심하게 겪고 있다.

집이 부유하거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빠르면 유치원 때부터 사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입시 경쟁을 한다.

이들이 사립학교에 입학하려고 기를 쓰고 공부하는 이유는 사립학교들이 명문대 진학율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사립대학에 부속된 소학교, 중,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여간 성적이 나쁘지 않은 한 최소 해당 사립대 이상에는 진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라는 독특한 진학 제도가 있기 때문에,

자연히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 공부할 열의가 있는 학생들은 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공립학교에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이 모이게 되고, 대학진학율이 낮아져서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격차가 점점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교토에 위치한 공립 '호리카와 고등학교'의 교장 아라세 가쓰미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먼저 그는 학교 교육을 그저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대학 교육과 바로 연계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 입학하면 먼저 기초적인 논문 작성 방법, 학습법 등을 배운다.

마치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면 의무적으로 논문 작성 세미나 등을 수강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나서 각자 연구 주제를 정해서 남은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것을 연구한다.

오랜 기간 심도있게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대학, 대학원 논문 못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연구를 수행하면서 진지하게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고,

수업 시간에는 배운 내용을 어떻게 연구에 적용하면 좋을지 다방면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히 학업에 대한 흥미도 높아지고,

연구 과정 자체가 대학 입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면접 준비와도 맞물리기 때문에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라는 것이다.

그 결과 이 학교의 명문대 진학율이 올랐고, 지역 주민들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산과 들에 떨어져있는 단풍을 마을 최고의 명물로 상품화한 농협 직원,

버려지다시피 한 지하철 역사를 현대적인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공기업 직원 등

공공기관, 기업, NGO 등 사회 곳곳에서 관습을 깨고 혁신을 시도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가 이 책에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일본사회는 어떤 면에서 보면 한국보다도 보수적이며, 기존의 제도와 관습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일본에서조차 이런 혁신이 가능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을테니 말이다.

 

문제의식도 있고, 이를 개선할 좋은 아이디어도 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고,

더이상 좋은 생각을 멈춰있게 하고 싶지 않다, 생각을 펄펄 뛰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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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티컬 지니어스 - 내 안에 잠자는 천재성을 깨워라!
지나 A. 루단 지음, 권오열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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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모 단체의 홍보 카피 공모 이벤트에 응모한 적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이벤트에는 흥미가 있어서 (아쉽게도 단 한번도 당선된 적은 없다ㅠㅠ)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몇 개를 제출했는데 결과는 탈락.

 

왜 탈락한 건지 궁금해서 수상작들에 대한 전문가의 심사평을 읽어보았다.

내 눈에는 수상작이나 내가 응모한 카피나 비슷한 것 같은데,

전문가는 어휘의 선택, 배열, 독창성, 메시지 전달 능력 등 조목조목 기준을 들어가며

수상작의 어떤 점이 뛰어난지 설명하고 있었다.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싶었다.

 

그 때부터 '프로페셔널' 이라는 단어가 나의 화두가 되었다.

나만의 것, 나만의 능력... 직업인의 세계에서 이것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나만의 것, 나만의 전문성을 가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스펙'이

언제부터인가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위한 기본 수준으로 전락한 것처럼,

웬만한 수준,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전문성은커녕 기본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프랙티컬 지니어스>라는 책을 읽으면서 '프로페셔널'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대강 훑어보았을 때는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 중의 한 권인 줄 알았다.

하지만 프랙티컬과 지니어스가 합해졌을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부분을 읽고 마음이 달라졌다.

 

이 책에는 나만의 지니어스를 찾는 방법이 몇 가지나 제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 한 대목.

 

일기에 풀어놓는 어떤 글이나 생각 외에 호기심을 유발하는 음악, 책, 그림, 음식 영화 등에 대한

작은 정보 뭉치들의 목록을 기록하라.

나의 눈이나 귀를 잡아끌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좋다.

(p.191)

 

저자의 지인인 투자상담사가 겪은 일화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사람은 전형적인 이과형 인물로, 학창시절부터 문학엔 담을 쌓고 수학과 경영학에만 집중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 휴가 마지막 날에 머물고 있던 펜션에 놓여있던 소설책에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 길로 그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자기 안에 억눌려져 있던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했다.

이 경험을 계기로 그는 일에 찌든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 문학과 예술을 즐기며 삶의 균형을 찾게 되었다.

 

학창시절 정해진 문과, 이과, 예체능이라는 구분에 갇혀 있거나, 전공과 직업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문과 출신,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이라서 수학, 과학은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호기심이 생겼을 때, 또는 일부러라도 여러 분야를 접해보면 위의 사례처럼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직업적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

일부러라도 수학, 과학 칼럼이나 가벼운 교양서를 찾아 읽어볼까 싶다.

 

이윽고 그중 한 남자인 스티븐이 나를 마주보고 앉았다.

그런데 그는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고 내가 어디 출신인지를 물었다.

내가 뉴욕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아주 진지하게 내가 9/11 테러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물었다.

이 6분의 시간은 굉장히 깊이 있는 대화가 되었다.

여기서 스티븐은 자신이 10대였을 때 부모님 모두를 잃었으며,

그 때부터 운명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믿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벼운 대화를 건너뛰고 진정한 친밀감을 형성했으며, 나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년 뒤, 나는 스티븐과 결혼했다. (p.172)

 

 

사람들이 자신과 관계도 없는 연예인이나 드라마, 스포츠 가십을 읽고,

동료나 친구와 그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엄청나다고 한다.

그 시간에 자신이 현재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꿈이 무엇인지, 어떤 추억이 있는지 얘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관계가 얼마나 깊어질까?

심지어 저자의 남편은 변죽만 울리는 여느 남자들과 달리 첫 만남에서부터

자기 인생의 가장 소중한 교훈을 나눔으로써 평생의 짝을 찾았다.

 

이는 학문이나 직업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남들이 좋다는 것, 사회적으로 인정된 것 말고,

자기가 가장 관심있는 것,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하다보면 저절로 자기 것이 될 것이다.

 

 

모든 인간은 천재로 태어나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천재성을 잃는다.

-리차드 풀러(미래학자)

 

천재라고 하면 나와는 동떨어진, 소수의 똑똑한 인간들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재라는 말을 풀어보면 '하늘(天)'이 준 '재능(才)',

즉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것, 나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를 일컫는 말일 뿐이다.

 

나만의 천재성, 즉 독창성을 실용적으로 승화시킨 '프랙티컬 지니어스'.

이것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궁금해했던 프로페셔널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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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퍼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전략 퍼즐 -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제이 B. 바니 &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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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어떤 내용일지 감이 안 왔다.

'전략'이라는 말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경제보다는 경영전략에 관한 책일 것 같은데 '퍼즐'은 뭘까?

그런데 책 소개를 읽어보니 소설이란다.

이제까지 전문 분야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쓴 책을 여러 차례 읽어보았지만 경영소설은 처음이었다.

재미있을까? 경영에 대해 잘 몰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기대를 품고 바로 읽어보았다.

 

주인공 저스틴은 MBA 졸업 후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전략 컨설팅을 하는 회사에 갓 취업한 사회 초년생.

그는 MBA의 '빡센' 교육과정을 이수한만큼 회사로부터 어떤 임무가 주어져도 해낼 자신이 있었다.

특히 '사례 뽀개기'는 학교에서 여러번 해본터라 누구보다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에게 부여된 첫 업무는 HGS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신기술 '플라스티웨어'의 시장 전망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토록 자신있어하던 '사례 뽀개기'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라는 생각에 의욕이 앞섰다.

 

그러나 막상 업무를 시작해보니 MBA 학위가 무색해질만큼 실수 연발.

업무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팀원들과 협동도 잘 못해서 상사에게 깨지기 일쑤였다.

다행히도 유능한 상사와 팀원들이 조언을 해주고 도와준 덕분에 맡은 업무를 하나씩 하나씩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MBA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실전에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뭐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팀원들과 협동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협업하기... 사실 그리 획기적이고 새로운 교훈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 사회 생활을 처음 하는 사회초년생들, 특히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이런 교훈을 잊고, 이론과 실전의 차이라는 벽 앞에서 좌절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그것이 돈을 내며 배우는 학생과 돈을 벌면서 배우는 직업인, 전문가의 차이점이 아닐까?

 

그리고 또다른 차이는 바로 '핵심역량'이다.

 

"기업의 핵심역량
(1)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2) 경쟁사들 사이에서 찾기 힘든 역량이며,
(3) 경쟁사들이 모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기업 활동이다"
뭔가가 빠졌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제 핵심역량이라는 말은 나에게 더 이상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VRIO는 더 이상 강의 내용에 머무르지 않는, 현실 세계의 전략을 점검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였다. (p.145)

 

 

이 책에는 '핵심역량'이라는 단어가 여러번 등장한다.

저스틴이 말했듯이 기업, 경영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학부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책에 나온 정의에 따르면, 핵심역량이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경쟁력이 있고,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가치를 일컫는데,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저스틴은 앞으로 팀원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혼자서 급료에 걸맞는 성과를 낼만한 인재가 되어야 하고,

비벡처럼 자기만의 전문성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파트너십이나 비전처럼 남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장기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첫 업무에서 그랬던 것처럼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상사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해고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남보다 조금 뛰어난 MBA 졸업생에서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재가 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저스틴이 풀어야 할 과제다.

 

그렇다면 과연 나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

무엇이 부족해서 돈을 내면서 배우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갖추면 핵심역량을 가진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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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화려한 나를 꿈꾼다 - 여자의 인생을 바꾼 몸과 마음의 원리
진아 지음 / 다산라이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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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말을 맞아 K문고 핫트랙스에 들렀다. 

매장 안은 새 학기를 앞두고 노트, 펜 등 학용품을 사러나온 학생들로 붐볐다.

나도 열심히 필요한 물건을 골랐다.

고르다가 문득 매장에 있는 거울을 바라봤는데, 거울 속에 있는 내가 너무나도 낯설었다. 

마음은 여전히 옆에 있는 학생들처럼 매일이 즐겁고 두근거리고,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들뜨는데,

학생들은 10대, 나는 20대. 그것도 후반.

이 아이들의 선생님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나이다.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도 이렇게 어색하고 벅찬데 서른 아홉이라니, 까마득하다.

 

 

이 책 <서른아홉 화려한 나를 꿈꾼다>의 저자도 그랬나 보다.

저자의 직업은 초등학교 보건교사.

학교 다닐 때 보건실(우리 때는 양호실이라고 했는데...)에 간 적이 별로 없어서 몰랐는데,

보건교사 입장에서 보면 찾아오는 학생이 매우 많다고 한다.

 

'말하는 대로' 된다고, 업무상 아이들한테 '보건실 안에 있는 물건을 만지지 마라','뛰지 마라', '싸우지 마라' 등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다보니 스스로도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마다 폭음, 폭식을 하며 자신의 몸을 괴롭혔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서른아홉. 이제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가?

이것을 끊임없이 자문하여 자신의 감춰진 빛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회피함으로써 해결할 수있는 문제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잠시 해결된 것처럼 보일 뿐, 언제 어느 때이건 반드시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낸다.

회피한 시간만큼 심각하게 손상된 우리는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감정에 끌려다니고 만다.

 

... 누누이 강조하지만 인간에게 '문제 행동'이란 없다.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은 단지 변화해야 한다는 신호일 뿐이다.

어떤 일이든 막상 닥쳐서 해결하는 순간이 문제를 피해다니는 순간보다 두려움이 적다.

일단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된다. (p.219)

 

 

그 때부터 저자는 모든 것을 잊고 온전히 자신의 삶에 집중해봤다.

아들 없는 딸부잣집의 넷째 딸로 태어난 데다가 엄한 아버지 때문에 기를 못 펴고 살았던 어린 시절,

잘난 언니와 달리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먹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던 청소년기,

뒤늦게 보건교사의 꿈을 안고 임용시험에 도전하던 시절,

학생들과 교사라기보다는 친한 언니, 선배처럼 가깝게 지냈던 신입 교사 시절,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딸이 태어났을 때...

 

즐거운 시절도 있었고 힘든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때에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즐거운 시절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살았고, 힘들었던 시절은 상처, 트라우마로만 간직하고 살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무얼 해도 괴롭고 허무한 삶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저자는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마음을 치유했다. 그러고 나니 몸도 달라졌다.

서른아홉, 앞으로의 인생을 전보다 더 화려하고 자신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

 

마음을 치유하니 몸이 달라졌다. 너무 흔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썩 틀린 말도 아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고,

병 까지는 안 되도 사람의 몸을 망가뜨리는 흡연, 폭음, 폭식 같은 습관 모두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니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스트레스를 줄이고 없애야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없애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과거로부터 비롯된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해야 한다.

그 때부터 비로소 몸도 마음에도 병 없고 군살 없는 진짜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은 언제 어느 때든 의미가 있고, 사람은 어떤 최악의 조건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악의 경험들조차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분명히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깨달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내적 자원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p.179)

 

 

사실 책 소개에 나온대로 자기관리, 다이어트 비법 등이 궁금해서 이 책을 고른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마음훈련, 자기암시를 통해 자기를 계발하고 다이어트까지 할 수있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천법 같은 내용은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삶도 있구나, 나는 이런 점을 배우면 좋겠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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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상 -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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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꿈 많은 여고생'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잔혹해서, 갑작스럽게 고입 제도가 평준화로 바뀌는 바람에 원하지 않던 - 무려 18지망으로 쓴- 학교에 배정이 되었고, 그 탓에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고도 처음 몇 달은 전학을 갈까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다행히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여름에는 2002 한일 월드컵 응원 다니느라 바빴고, 2학기부터는 영어 공부에 푹 빠졌다. 9.11 테러 이후 부시 정부가 벌인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으로 전에 없이 국제 뉴스가 많이 보도되었던 그 해에, 나는 넓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국제적인 일을 하는 직업을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십 년 후 지금. 부시 정부가 그토록 강경히 주장했던 대량살상무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고, 부시 정부 또한 이미 오바마 정부로 바뀐지 오래, 벌써 4년의 임기가 거의 끝나가고 지금은 공화당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정부가 한 번 바뀌었고, 올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십 년 전 '평준화의 희생양'에서 어찌어찌 '꿈 많은 여고생'이 되었던 나는 가진 것이라곤 대학 졸업장 하나 뿐인 88만원 세대, 3포 세대의 1人이 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참 맞는 말이다. 십 년이면 국제정세도 바뀌고, 정부도, 국회도 몇 번은 바뀐다. 최신기술은 더 빨리 바뀌고, 십 년 전에 인기 있었던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도 은퇴한지 오래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 공부 잘해서 법대에 들어갔던 친구들은 사법고시 폐지, 변호사 정원 증가로 공부를 포기하고, 학교 간판보다 적성이나 새로운 전망을 따라 다시 대학에 들어가는 친구들도 몇 명 있다.

 

 

이런 시대에 과연 어떤 인생을 잘 산다, 부럽다, 멋지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전처럼 남보다 돈 잘 벌고, 명예가 높은 사람한테만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중앙일보 중앙 SUNDAY 미래탐사팀이 지은 <10년 후 세상>을 읽어보니 더욱 확신이 든다.

 

이 책에 따르면 십 년 후에 세상은 지난 십 년보다도 많이 변할 것이라고 한다. 가장 많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역시 기술.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검토해주는 소프트웨어'가 등장하고(p.161), '언어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책을 단 60초 안에 내려받아 읽을 수 있'게 되고(p.168), '오프라 윈프리, 데이비드 레터맨 같은 대화의 달인들이 쉴 새 없이 던지는 곤란한 질문을 받아칠 수 있는' 로봇(p.247)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종교, 예술, 문화계 등 사회 전반의 풍조도 바뀔 것이다.

 

기술의 영향과 상관 없이 바뀌는 분야도 있다. 결혼, 출산의 기피로 싱글족이 늘고 '계약 깨면 남남되는 파트너혼'이 등장할 것이다.(p.91) 수명이 늘고 직업 트렌드가 바뀌면서 정년 100세, 평생 6번 이상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p.134) 중산층의 붕괴와 양극화, 다문화가정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하지만 다가올 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니체와 들뢰즈의 후손인 우리는 오늘도 '욕망 기계'를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인간이 환경을 다스리고자 하는 욕망에서 고안된 기술과 주술은 원래 그 뿌리가 같다. 오늘날의 기술정령 Techno Spirit들은 이전의 절대 신처럼 우리 위에 군림하지 않고, 아무 곳에나 편재하며, 접속만 하면 우리에게 봉사한다.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테크노 샤먼들의 활약으로 미래의 정령들은 우리의 삶에 더 깊이 파고들 것이다. (p.274)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아니 이십 년 전에도 최신기술은 있었다. 다섯인가 여섯살 때쯤, 무선 전화기가 처음 나와서 신기한 마음에 텔레비전을 하염없이 들여다봤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는 삐삐를 가진 언니오빠가 제일 부러웠고, 중학교 때는 24음폰, 고등학교 때는 카메라폰을 가진 친구가 부러웠다. 하지만 지금 그 때의 '최신기술'에 열광하는 사람은 없다. 

 

반면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고정되어 있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는 높아진다. 휴머니즘, 리얼리티, 생태, 환경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바로 그 예다. 음악을 저장하는 매체, 재생하는 매체는 계속 바뀌지만 최고 명창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좋은 그림, 좋은 사진도 마찬가지. 좋은 글도 ㅡ 비록 책, 신문 같은 종이 매체가 사라지는 날이 올지라도 - 계속 존재할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작가들의 열망과 그런 글을 읽고 싶은 독자들의 갈망은 쉽게 사라질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욕망'을 따르느라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모르고, 진정한 꿈을 찾지 못한 '얼치기'들이 많아질수록, 미련스러울만큼 고집스럽게 자기 길을 걸으면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그래서 '10년 후 세상'이 나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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