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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2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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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는 해가 바뀌면 한 해의 운을 점치기 위해 서점에서 토정비결이나 운세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각종 기관이나 연구소, 단체 등에서 발간하는 경제 예측 서적을 찾는 것이 전통을 대체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트렌드의 중심 속에 있는 책이 바로 <트렌드 코리아 2012> 이다. '트렌드 코리아'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매년 출간하고 있는 트렌드 분석 및 예측 시리즈다. 나는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전부터 이 시리즈를 읽어왔다. 처음 몇 년은 그 때만 해도 소비자 트렌드라는 분야가 낯선 분야라서 책을 읽어도 크게 감흥이 오지는 않았는데, 해를 거듭하면서 보니 이 책의 예측이 웬만한 토정비결이나 운세 책보다도 '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해 이 시리즈를 읽고 있다.

 

이 책의 본문은 지난 2011년을 회고하고 올 2012년을 전망하는 두 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먼저 지난해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1>에서는 신묘년 토끼해라는 점에 착안하여 '두 마리 토끼'라는 뜻의 'Two rabbits'를 2011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제시했다. 실제로 정치, 경제적으로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애쓰다가 정작 한 마리도 못 잡는 위기에 놓였고, 문화적으로는 여러 장르와 분야를 접목한 것이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예로 <나는 가수다>를 들 수 있는데, 버라이어티 포맷에 음악이라는 요소를 접목하여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다. 20대라서 주변을 둘러보면 '스펙 쌓기'라는 명목으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쫓느라 분주한 사람들이 참 많은데, 결과를 보면 여러 마리 중에 잘 추려서 두 마리에 집중하거나, 한 마리만 진득하게 쫓는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시대가 아무리 다재다능한 인재를 원한다고 할지라도,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애초에 소용이 없다. 하나를 완벽히 다진 후에 비슷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과 구별을 짓기 위해 하나를 더하는 것, 그것이 진짜 스펙이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인데, 세태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렇다면 <트렌드 코리아 2012>가 제시하는 올해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임진년 용의 해라는 점에 착안한, 만화팬이라면 더욱 친숙할 바로 그 단어! 바로 'Dragon ball(드래곤볼)'이다. 만화 속에서 주인공 손오공은 '어떤 소원이든 모두 이루어준다'는 드래곤볼을 얻기 위해 경쟁자들과 수많은 대결을 벌이는데, 마찬가지로 올 2012년은 그런 간절한 소원을 가진 사람들이 대격돌하는 해가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거.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양대 선거를 치르는 해다. 또한 욕구가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법도 있을터ㅡ 이런 치열한 경쟁과 대결 속에서 승자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Dragon ball'이라는 단어의 알파벳 한 글자 한 글자에 숨겨져 있다. (rawganic, attention, neo-minorism, blank, all-by-myself 등)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는 바로 '진정성'이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복잡해질수록 세태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럴수록 원형, 날 것, 진실, 진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얼마전 TV를 보다가 모 대학 교수가 자신은 두 달에 한 권씩 책을 완성한다는 말을 하는 걸 봤는데, 그 말을 듣고 그 교수의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다른 작가들은 적게는 몇 년부터 길게는 평생을 들여서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데, 겨우 두 달 걸려 공장에서 제품 만들듯이 만들어지는 책이라면 내용의 깊이나 주제의 진정성은 안 읽어봐도 알만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모양이라면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이 더 잘 통할 것이고, 비슷한 실력이라면 더욱 신뢰감이 드는 사람에게 표가 갈 것이다. 공장 제품처럼 개성 없이 만들어져 나오는 아이돌 대신 임재범, 이소라, 김경호, 김범수 같은 오랫동안 활동해온 실력파 가수들이 작년에 재조명 받은 것만 봐도 진정성의 힘은 위대하다. 그리고 올해에도 그 여파가 계속되어 진정성을 갖춘 인물들이 새롭게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올해 말쯤 발간될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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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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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까지 몇 번인가 장하준 교수가 쓴 책들을 구입했지만 제대로 정독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워낙 많은 매체를 통해 이 분의 주장과 이론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을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일까... 라고 하자니 변명이 안 될 것 같다.

 

다른 변명을 대보자면...

사실 경제학을 전공으로 배우면서 주류 이론인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입'한지라 이에 대한 반론을 읽을 때마다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분명 교과서에는 정부는 시장실패가 발생할 때만 시장에 개입해야 하고, 보호무역주의보다는 자유무역이 옳다고 나와있었는데, 현실에서 접하는 책들은, 아니 현실은 교과서와 교수님들의 가르침을 부정했다. 결국 그 낯설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경제학에 계속 흥미를 가지게 했고, 나아가 이 책까지 읽게 만든 것이 아닐까.

 

 

이 책 제목에서 '그들'은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자들을 이른다. 대공황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손'이 저절로 시장을 작동하게 한다는 믿음이 무너졌지만, 70년대 석유 파동과 불황으로 시장 개입에 대한 신화 또한 무너졌다. 이후 시장의 기능을 전적으로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여 80년대 레이건과 대처 시절에 절정에 달했고, 냉전 종식으로 자유 무역과 지구화가 본격화된 90년대와 2000년대에도 자유 시장에 대한 믿음은 '대세'다.

 

여기서 장하준 교수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가 과연 그들이 말하는대로 완벽한 이론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가령, 지난 20세기에 인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고,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2G에서 3G, 4G로 바뀌는 것이 전화가 발명되었을 때, 아니 그보다 훨씬 전에 종이나 바퀴가 발명된 것만큼 혁신적인 기술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은 조상들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04 thing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참고)

 

잘 설계된 복지 정책이 있는 나라 국민들은 일자리와 관련된 위험을 감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오히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보호 무역에 대한 요구가 덜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해도 실업 수당을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에 반해 미국 사람들은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생활이 심하게 어려워질 뿐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p.290)

 

또한 복지정책이 잘 갖춰진 나라가 훨씬 개방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흔히 자유 시장주의를 채택한 국가가 개방적이고 복지 국가는 보수적이고 사회가 덜 역동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복지국가는 사회 안전망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이나 시도에 따르는 리스크를 국가가 흡수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하거나 기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도 부담이 덜하다. 반면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선택이나 시도에 따르는 리스크를 오로지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나 한국처럼 복지제도가 잘 안 되어 있는 나라일수록 의사, 변호사 등 안정성이 높은 직업에 사람들이 몰리고, 이는 사회의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악영향을 낳는다.

 

결국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신화는 이론 자체의 완벽성이나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일부 선진국의 정책적인 필요로 인해 '만들어진' 면이 없지 않다. 저자는 미국마저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으며, 미국이 강요하는대로 자유무역주의를 따라서 부국이 된 개발도상국은 없다는 것을 증거로 든다. ('07 thing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참고) 

 

 

최근 몇 년동안 주류인 시장주의 경제학을 비판하는 책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믿음을 흔든 몇 가지 현상들에 대해서만 다룬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 자체의 허구성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경제학적으로 풀어낸 점이 좋았다. 이념과 학문적 입장을 떠나서 '더 나은 자본주의'를 기대하고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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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이 거침없이 후회없이 - 욕심 있는 여자들을 위한 자기혁명
조안나 바쉬.수지 크랜스턴 지음, 정준희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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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서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한국의 어른들이 대개 그렇듯, 우리 부모님, 친척들 모두 내가 딸이 아닌 아들로 태어나길 기대했다. 성적을 잘 받았거나 상을 타면 '저게 아들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학교에서도 반장은 남자, 부반장은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반장이 될 수 없었고, 대학 원서를 쓰고 전공을 고를 때에도 여자는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니까 그에 맞춰서 택하라는 조언을 숱하게 받았다.

 

하지만 여대에 들어가서, 같은 여자로 태어났지만 사회적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멋지게 사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고 용기를 얻었다. 여자로 태어나서 불행하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해봤자 손해보는 건 결국 나. 잘 찾아보면 유리 천장의 미세한 틈을 뚫고 성공한 여성 선배들도 있고, 아예 유리 천장이 없는 다른 곳에서 자기만의 활동영역을 넓히는 여성들도 있다.

 

<겁 없이 거침없이 후회없이>도 그런 훌륭한 여성 멘토, 여성 선배들에 관한 책이다. 저자 조안나 바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여성 리더 양성에 공헌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고, 수지 크랜스턴은 스탠포드 MBA를 졸업하고 맥킨지의 조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리더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요소들을 분석하여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첫번째 장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아라 : 의미 찾기>는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해내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 장에는 어릴적부터 간직해온 변호사의 꿈을 이룬 나이지리아 여성 아미나 수잔나 악바제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멋진 커리어를 버리고 영화판에 뛰어든 미국 여성 조지아 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미나의 어머니는 딸이 간호사나 의사가 되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랬다. 중국계 이민자인 조지아의 부모도 딸이 의사가 되어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며 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이 아닌 가족의 뜻대로 살면 평생 불행해질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가족도 소중하지만, 결국 나의 삶의 주인은 나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루지 못한 일들을 헤아리며 후회하는 것은 부모님이 아니라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과연 누가 나를 믿어줄까ㅡ 불안한 마음도 들 것이다. 나도 그렇다. 매사에 선택을 할 때마다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생각하게 되고 반대에 부딪히면 좌절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이겨내고 밀어붙여야 비로소 한 가정의 딸이 아닌 인간으로서 독립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나서도 여전히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책에는 예상되는 문제 상황과 해결책도 나와 있다. 그 중에서도 흔히 여성들에게 취약한 점으로 꼽히는 사내 인맥 관리 방법과 직업적으로, 인간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멘토를 찾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여성들은 사회적 관계에 결코 취약하지 않다. 오히려 여성들한테는 남성에게 없는 '사회적 호르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 산고가 시작되면 편도체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듯,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성들은 싸움으로 흑백을 가리려고 들지만 여성들은 조율하고 균형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런 능력은 수많은 이해집단과 조직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을 때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남성들이 술자리나 운동을 통해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반면 여성들은 보다 진실하고 깊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특성을 억제하지 말고 잘 활용하면 일적인 방면에서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깊은 통찰이 담긴 조언을 주는 멘토를 만날 수도, 그런 멘토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인맥 관리뿐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은행에서 상담을 받다가 겪은 일화를 들려주신 적이 있다. 같은 문제를 두고 남자 직원은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며 어머니 말은 듣지도 않고 공격적인 투자만 강조한 반면, 여자 직원은 어머니의 말을 경청하고 동조하면서, 어머니가 원하는 안정적인 상품을 추천해주었다. 어떤 직원과 거래를 했는지는 두말 할 것도 없다. 

 

책에 소개된 여성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여자로 태어난 것을 불행으로만 여기지말고 최대한 좋은쪽으로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공평하다면, 남성에게만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좋은 것을 많이 주셨을터ㅡ. 중요한 것은 남자들처럼 성공하는 것도, 남자들만큼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라, 나다운 삶을 살고 나다운 성공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여성적인 특성을 받아들이고 강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리라.

 

2011년의 마지막 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둔 오늘ㅡ

새로운 2012년을 나의 해로 만들고 싶은 이 시대의 당당하고 멋진 여성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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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재구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위기의 재구성 - 글로벌 경제위기 제2막의 도래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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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신간평가단을 통해서든 개인적으로든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개과정에 관한 책을 여러권 읽었다. 그 모든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위기의 재구성>이다. 금융위기의 원인부터 제로금리정책, 달러 기축통화제, 금융자유화 등 기존 이론과 정책에 대한 반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까지도 여파가 남아있는 유럽경제와 세계경제의 위기, 그 중에서도 공적채무와 인플레 문제에 대한 분석까지 조목조목 정리되어 있어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콤팩트하게 알아보기 좋다.

 

그러나 내용면으로 보면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권 읽어온 사람으로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거나 놀랍다고 느낀 부분은 별로 없었다. 경제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신문을 들여다보고 뉴스를 보고 책을 읽어왔던 사람이라면 식상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래도 연구보고서에 기초한 글이라서 그런지 문체나 글의 구성이 매우 객관적이라서 읽는 맛은 좀 떨어졌다. 과연 이 책을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보고서는 그만큼 관심과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읽는 자료이기에 수준이 높아도 무관하겠지만, 책으로 출간된 이상 폭넓은 수준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게끔 문체나 구성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게다가 주제에 대한 분석 시각도 화폐 부문에 너무 치우쳐 있는 감이 있다. 이 책의 분석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을 과도한 금융자유화와 달러기축 변동환율제의 위기, 재정 위기 등 주로 화폐 부문에 돌리고 있는데, 경제를 받치고 있는 두 기둥이 실물과 화폐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오로지 화폐 부문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화폐 부문에 대해 강조하다보니 무역 불균형, 에너지 수급, 고령화 사회로의 진전, 신기술 부재 등 실물 부문에서 야기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간과하게 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실물 부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더라면 이 책이 보다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몇년 전엔가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위기의 재구성>이 그 책보다는 발전된 점이 많이 엿보여서 앞으로 출간될 책에도 기대를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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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주말에 어느 책을 읽다가 집권층과 대중이 사용하는 언어의 괴리, 즉 소통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전문 지식을 소유하고 집행 능력을 가진 측과 그저 말없이 그들의 논리를 따라야 하는 측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요근래 경제 전문서를 읽으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저자들은 대부분 경제학을 전공하고 정부, 금융계, 학계 등에서 다년간 종사해온 전문가이고, 독자들은 그들의 전문적인 통찰과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하지만 경제에 결코 정통하지 않아도 대학에서 다른 학문 대신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을 만큼 관심은 있는 내가 읽기에도 요즘 나오는 경제학들은 지나치게 말이 어렵고 논리가 복잡하다. 정말 이 책들의 내용을 대중히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렇게 되면 독자가 경제 전문서를 읽으면서 얻게 되는 것은 단 두 가지로 귀결된다. '잘 모르겠다'는 체념, 그리고 '내 일이 아니라'는 방관.

 

지난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를 읽었다. 2008년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원인에 대해 규명한 이 책은 뉴욕 타임스의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인 조 노세라와 포춘지 기자인 베서니 맥린이라는 두 언론인이 쓴 책 답게 - 다행히도 -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되어 있어서 좋았다. 제법 두껍고(약 500여 페이지), 등장 인물과 회사수도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지를 연상케 할만큼 많지만 읽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언어의 문제는 책보다도 미국의 경제 현실 속에 있었다. 당시 미국 금융정책의 선봉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시장의 순기능을 맹신했고, 그를 믿고 월가는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양산했다. 여기에 부동산 업체는 부실한 모기지 상품을 만들어 인간의 '집'에 대한 근원적인 욕망을 채우는 데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처럼 가장했고, 이에 질세라 대출 업체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렇게 사회 전반이 열광하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괜찮다'고 말하는 데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이 파생상품이니 모기지니 하는, 어렵지만 똑똑하게 들리는 말을 할수록 대중은 '나는 모르지만, 저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체념하고 따르거나 방관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르는 자를 속이고, 대중은 모르는 채로 아는 이들의 말을 듣고 따른 잘못은 결국 헤어나오기 힘든 수준의 위기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 알아듣지 못한 -  대중의 몫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책을 들춰보고 언론의 보도를 들으면 알아듣기 힘든 얘기들이 넘쳐 난다. 

 

여전히 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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