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 -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배운 진짜 비즈니스
제프리 J. 폭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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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를 보면 클레어와 필의 아들 루크가 신문배달을 하기로 약속해놓고 늦잠을 자서 엄마 클레어가 대신 자전거를 타고 낑낑대며 신문배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상황 자체도 참 재밌고 우습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고작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일 루크가 어른도 하기 힘든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신문배달이 가장 흔한 첫 직업, 아르바이트라고 한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억만장자 중 대부분이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 성공을 일군 자수성가형 인물들인데, 이들이 가졌던 첫 직업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신문배달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루크가 신문배달을 한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라, 재벌가에 태어나지 않은 이상 미국 청소년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첫 직업, 첫 아르바이트였던 셈이다.) 신문배달로 지금의 성공의 발판을 닦은 인물 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 성공한 CEO들이 참 많다. 대표적인 인물들의 이름만 들어도 워렌 버핏, 잭 웰치, 월트 디즈니, 톰 크루즈, 패트릭 맥거번 등 한명 한명 대단하다.

 

그 중에서도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스웨이 회장은 1940년대 신문배달을 해서 번 종잣돈 5000천 달러로 '투자의 귀재'라는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최근에 열린 어느 언론인재단 행사에서는 예전 신문팔이 소년 당시의 복장을 입고

직접 고안한 신문 접는 방법, 신문팔 때 불렀던 노래 등을 재연하여 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시절에 단돈 1페니도 아껴썼던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늘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는 워렌 버핏, 참 대단한 사람이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명사들 중에 소년 시절 신문배달을 했다고 고백한 이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신문배달과 부와 명예, 즉 사회적인 성공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제프리 폭스의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레인'이라는 소년이 신문배달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을 배우고 훗날 경영대학원, 즉 MBA에 진학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레인은 야구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한, 그야말로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권유로 신문사 배달부 면접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녀석,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열세살이면 일은커녕, 면접이 뭔지도 잘 모를 나인데, 나름대로 신문배달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주변사람들한테 리서치까지 해서 신문사 담당자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 그 자리에서 바로 신문배달부로 채용이 되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레인은 신문배달을 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괴로웠다. 구독자들의 주문에 맞춰주는 것도 힘들고, 트러블도 종종 생겼다. 그러나 그 때마다 레인은 어른들의 의견을 듣고 곰곰이 궁리해서 슬기롭게 해결하고, 발품을 팔아 고객을 더 확보하기도 하고, 다양한 홍보전략을 활용하여 주변 상인들에게도 이득이 돌아가도록 '윈-윈 전략'을 구사하기까지 했다. 훗날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그 때 몸으로 익혔던 교훈들이 실제 마케팅, 경영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법들이라는 것을 알고 레인도, 그리고 나도 놀랐다 ^^ 평범한 '신문팔이 소년'이었던 레인이 어엿한 '사업가'로 성공할 줄이야!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들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신문배달을 하다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만약 자녀가 신문배달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쌍수들고 반길 우리나라 부모가 얼마나 될까? 한창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 나이에 너무 돈 생각만 하면 못 쓴다고 말리는 어른들이 더 많을 것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자녀가 스스로, 또는 부모가 시켜서라도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에 대해 배우는 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수지 웰치(잭 웰치의 부인)의 '10-10-10'에서도 저자가 최초로 해본 아르바이트가 어머니가 소개해준 가게 점원일이었다고 했고, 역시 얼마 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도 고등학생 아들이 '드디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어머니가 기뻐하는 대목이 있었다. 어쩌면 그런 문화의 차이가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부자, 더 많은 명사의 탄생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 반대?) 생각해볼 일이다.

 

또 하나 의문이 든 것은 바로 팁, 즉 인센티브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팁을 주거나 기본 급료 외에 인센티브를 받는 문화가 아직 널리 퍼져 있지 않다. 반면 미국은 이런 신문배달 같은 일만 해도 기본급여가 없거나 적은 대신 잘 하는 만큼 팁이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레인처럼 열심히 일하는 신문배달부한테는 동기부여도 되고, 그 결과 또래 아이들이 벌기 힘든 돈을 벌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매달 고정된 돈을 받는 것에 그쳤다면 레인이 그렇게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마음이 들었을까? 나는 아닐 것 같다.

 

내용도 참 재미있지만, 경영과 마케팅, 그리고 직업에 대한 자세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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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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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인상적인 책 한 권을 만났다. 제목은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저자 코너 우드먼은 영국의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성공한 애널리스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의 구조조정을 위해 직원 400명을 해고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고, 한명 한명에게 해고 통지를 하면서 자본주의의 비정한 속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로 사표를 제출, 배낭 하나만 매고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 길에서 코너 우드먼은 '진짜 경제'를 만났다. 대학교 경제학 시간에 교과서에서나 보던 경제, 회사 모니터 너머로 보는 경제 말고, 사람이 재화를 만들어서 가격을 매기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흥정하여 파는, 진짜 실물 경제 말이다. 그 과정이, 역시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웠고 경제학으로 먹고 살고 싶어하는 나에게도 퍽 와닿았고, 한동안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고 영국 웹에서 검색까지 해보며 '팬질'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문득 이때쯤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났고, 저자는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바로 그 날 저녁,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거슨 운명이야!'

 

전작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유명세를 얻은 저자는 그동안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현재는 여행하는 경제학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전작을 읽고나서 저자가 혹시 여행 경험을 살려 사업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여행에서 얻은 교훈과 지식을 더해 현대의 경제와 자본주의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학자, 언론인으로 거듭난 것 같아 너무나 멋졌다.

 

이번 신작에서 저자는 '공정무역'에 관심을 기울였다. 계기는 다름아닌 마시던 커피잔에 찍힌 공정무역 제품 표시. 그 표시를 보는 순간 '공정무역이 뭘까, 정말 단체에서 홍보하는대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궁금했다. 몇 년 전 공정무역과 관련된 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공정무역에 대해 처음 알고 좋은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도 알리고 다녔다. 그런데 공정무역의 의미와 취지를 순수하게(?) 받아들인 나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그게 제대로 운영되는지 어떻게 믿냐, 사회단체가 관여 안 해도 대기업이 제대로 하고 있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그 때 나는 그렇게 깊이 아는 것이 없어서 제대로 대답을 해줄 수 없었고,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그 이후로 공정무역이나 사회단체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공정무역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이 알아보고 냉철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공정무역의 시원지라고 할 수 있는 자국인 영국을 비롯하여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각지의 공정무역 제품 생산지를 돌았다. 공정무역의 실상은 예상보다 더욱 처참했다. 대기업과 달리 생산자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가도록 공정한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단체들의 말에는 허점이 많았고, 그나마도 중간상인이 착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시아, 아프리카는 선진국, 특히 중국의 자원 개발로 인해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었고, 중국은 선진국 기업의 하청업체로 변해 노동자 인권 문제가 심각했다. 공정무역 제품의 경우 공정무역 단체의 인증 기준이 애매하거나, 인증 표시를 다는 대가로 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 때문에 공정무역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면서 운영되고 있는 소규모 기업들이 공정무역 인증 제품에 밀려 시장 점유는커녕,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제까지 커피, 초콜릿 등의 제품은 웬만하면 공정무역 인증 표시가 된 제품으로 사려고 했는데,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제품은 아예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해서 혼란스러웠다. 물론 좋은 공정무역 단체, 공정무역 기업도 많이 있겠지만. 그나저나 화장품도 유기농, 친환경 인증 제품만 사려고 하는데, 그런 인증 제품도 다 무의미한 것일까? 제품 원료가 아니라 인증료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일까? 많이 공부하고 잘 따져보고 사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아... 현대 사회의 소비자는 너무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책에서 저자가 가장 경계하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은 이제 중국 사람들도 인정한다. 그런데 이 중국에 뿌리내린 자본주의라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수정되고 개선된 서양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빠른 시간 자본주의의 요점만 배낀 '속성 자본주의'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노동자의 인권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환경적인 영향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걱정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자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근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진출하여 해당 국가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이 '시나리오'가 그 옛날 영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이 벌였던 해외 식민지 건설 내지는 경제적 착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는 조금 공허하게 들렸고, 결국 서구의 선진화된 자본주의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안도 아쉬웠다. 서구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중국을 비롯한 비서구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 이들 나라의 발전을 정체시키고 있는 것도 서구 선진국들의 원료 공장, 하청 공장으로 전락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저자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나라를 착취하는 선진국과 대기업 중에 우리나라, 한국 기업도 있는 것이다. '설마 우리나라 얘기가 나오지 않겠지' 했는데, 그것도 이들 나라를 착취하는 국가로 나오다니... 모른 것은 아니지만 아쉬웠다. 미국에서는 애플의 제품이 중국 노동자(그것도 어린 청소년들)의 인권을 착취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알려져 대대적인 소비자 운동까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이걸 알고 있는 소비자는 얼마나 될까? 안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제품을 거부하는 소비자는 또 얼마나 될까? 착잡할 따름이다.

 

좋아하는 저자의 신작이라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 역시 만족스러웠다. 참 부러운 사람인데, 점점 더 내가 부러워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떤 얘기를 들려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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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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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농부이시고, 외할아버지는 글씨를 잘 쓰셔서 면사무소에서 공문서에 글씨 쓰는 일을 하다가 상경, 인쇄소를 운영하셨다. 아버지는 20대에 몇 달 간 사식 학원을 다니고 행정병으로 입대하셨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졸업 후 타이피스트로 취직, 비서로 일하셨다. 사식, 타이피스트, 인쇄소, 농부, 비서... 농부를 제외하면 다른 직업들은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글씨를 쓰는 직업이라는 것. 친가, 외가쪽 모두 글씨에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정적인 직업, 사무직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통점 하나는,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사라져가는 직업들이라는 것이다. 

 

경기에만 부침이 있고, 패션에만 트렌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 직업의 세계도 부침이 있고 트렌드가 있다. <일의 미래>의 저자인 린다 그래튼도 두 아들이 희망하는 직업이 계속 존재할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저자의 두 아들 중

한 아이는 기자, 한 아이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로서는 기자, 의사 모두 멋진 직업이고 아이 둘 다 꿈을 가지고 있다니 참 흐뭇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읽고 기업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경영 컨설턴트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는 수 년 사이에 없어질 직업 중 하나이고, 의사는 업무환경이 지금과 매우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적성에 잘 맞을 것이라는 아이의 예상이 틀리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일의 미래'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계 30개국 200여명의 CEO들로부터 앞으로의 직업 세계, 업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의견을 듣고, 연구, 분석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2025년 어느 날의 가상의 인물들의 하루 일과로 구성하여 재미있게 제시했다. 2025년이라고 해서 처음엔 너무 멀게만 느껴졌는데, 생각해보니 불과 13년만 지나면 2025년이다. 13년전, 그러니까 1999년에 나는 중1이었고, Y2K다, 밀레니엄 버그다 뭐다 해서 온 세계가 시끄러웠던 때가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13년도 그렇게 '엊그제처럼' 빠르게 지나갈 터.

 

책을 읽어보니 앞으로의 일의 미래는 크게 일을 둘러싼 사회적인 변화와 일을 하는 인간들의 변화, 이렇게 두 차원으로 나누어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사회적 변화는, 언론이나 책에서 자주 접하는대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정보화 수준이 높아지며, 도시화, 글로벌화가 고도화 되고, 에너지 고갈로 에너지 자원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직업 수요가 바뀌고, 직업 간 클러스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직접 대면보다는 전자 기기를 이용한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저자의 아들 중 한 명이 희망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예로 들면,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는 늘겠지만, 직접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는 줄어들고, 집이나 개인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진료하고, 수술하는 것이 일반화 될 것이라고 한다. 인도,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의료 기술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면, 앞으로 기술면에서나 비용면에서나 우월한 이들 나라의 의료진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높다.

 

또 다른 변화로는 2025년에 경제의 중심이 될 세대, 즉 Y세대의 특성을 들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치열한 경쟁, 성과 위주의 문화 속에서 자란 세대로, 부를 성공의 기준으로 여기고, 가족보다 일, 개인적인 성공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Y세대는 이런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실패를 그대로 목격한 세대다. 그로 인해 더 이상 부를 성공의 기준으로 여기지 않고, 부모가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 양육에 소홀한 가정 대신 조금 덜 벌어도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 명품 브랜드 대신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몰두하며, 기업, 정부는 불신하지만 사회 참여에 대한 의지가 높고, 봉사, 환경에 대한 인식도 높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Y세대는 고액 연봉을 못 받아도 그 대신 가족과 어울릴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한다. 소비 트렌드도 개인의 특성을 더욱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뀐다. 그 결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의 인기가 높아지고,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품,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를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 중 하나는 정보화로 인해 지식의 공유가 활발해질수록 두루두루 조금씩 다 잘하는 사람의 가치는 떨어지고, 고급 정보, 전문화된 지식을 가진 사람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클릭 한 번, 터치 한 번이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인만큼 지식을 쌓고 공부를 하려는 욕구는 점점 덜해질 것이다. 게다가 각종 미디어와 유흥의 범람으로 인해 제대로 집중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의 법칙' 대로 오랫동안 꾸준히 한 분야의 전문성을 쌓은 사람이 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산업 사회의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정보화 사회의 능동적인 생산자로 변화하라는 주문도 인상적이었다. 기업, 집단의 가치가 떨어질 수록 나의 것, 나만의 것의 가치는 높아진다. 또 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사회는 그런 식으로 바뀔 것이고, Y세대는 그 힘을 믿는 세대다. 소비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또 생산자로서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추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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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
강창균.유영만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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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었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보니 저자 강창균 님은 '아침마당'에 패널로 자주 등장하는 분이고, 유영만 한양대 교수님도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셔서 친숙하다. 그동안 '버킷리스트'라는 말도 참 유명해졌다. 토크쇼나 교양 프로그램에서 버킷리스트를 주제로 하기도 하고, 여주인공이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내용의 드라마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 드라마 덕분에 이 책을 모르는 우리 부모님도 버킷리스트 소리를 몇 번이나 하셨다. 

 

버킷리스트는 잘 알려진대로 살아있는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목록으로 만들고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다. 이게 쉬운 것 같지만 꽤 어렵다. 나도 다이어리에 틈나는대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데 아직도 5,60개 정도밖에 못 채웠다. 그중에 이룬 것은 더 얼마 안 된다. 살아있는 동안 100개를 다 해볼 수 있을까, 아니 리스트 100개 항목을 다 채울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버킷리스트의 진짜 의미는 리스트를 채우고 실행하는 데만 있지 않다. 책 말미에도 나오지만, 버킷리스트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버리는 내려놓음 목록'이기도 하다. (p.218) 여기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을 멈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만둔다'는 의미도 있지만, 평소에 막연히 해보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일이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인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아니면 미련을 버린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가령 나의 대학 시절 버킷리스트에 '여행'이 있었다. 그것도 되도록 많은 곳에 가보고, 많은 경험을 해보는 그런 여행. 그런데 대학교 2학년 때 막상 그런 일정을 짜서 여행을 해보니 너무나도 힘들었다. 짧은 일정에 여러 곳을 둘러보느라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 유명 관광지에 발도장을 찍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그 때부터 여행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유럽 순회, 미주 횡단, 세계 일주, 그런 여행 바라지 않는다. 그런 꿈은 '내려놓았다.' 대신 한 도시에 두 세 달은 머물면서 지내보기, 한 나라에서 몇 년 살아보기, 이런 꿈이 생겼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남들이 여행을 많이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세계일주를 했다는 책을 보아도 부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해보고 싶은 일, 꿈꿔왔던 일을 실제로 해보고 하기 싫으면 미련을 버리고, 진짜로 해보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 그것도 버킷리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이요, 주어진 인생을 더 길게 쓸 수 있는 지혜다. 꼭 한번 실천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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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배 경제학 - 중산층이 몰락하는 M형 시대! 20대 80 사회가 도래했다
장징푸 지음, 송철규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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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경영학자 오마에 겐이치와 미국 투자가 로버트 기요사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 책의 주제인 'M형 시대'라는 개념 자체가 오마에 겐이치가 제시한 것이기도 하고, 책 곳곳에 오마에 겐이치와 기요사키의 책과 발언이 자주 인용된 것을 봐도 그렇다. 마침 최근에 이들의 책을 연달아 읽은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M형 시대'는 양극단(하위와 상위)만이 두드러지고 가운데 중산층이 사라진 시대를 일컫는다. (p.7) 기업 차원에서 보면 중간 관리자가 사라지고, 사무직이 감소하며, 안정적인 종신고용 대신 수급에 맞추어 고용을 결정하는 비정규직, 계약직이 늘어나는 시대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대거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신규 채용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 구조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예전만큼 중간 관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취업->승진->중간 관리자->중산층 진입'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M형 시대에는 예전처럼 임금소득에만 기대어 살 수 없으니 자기만의 비임금소득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소득은 자기가 아니라 사장이 정해주는 것이고, 아무리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해도 사고나 불황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 반면 비임금소득은 얼마를 벌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고, 몇 년 고생하면 '돈으로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사실 몇 년 전 같았으면 비현실적인 말로만 여겼을텐데, 얼마전 부모님 지인 얘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분은 좋은 직장을 다니시다가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을 하셨다. 그 후 몇 년 동안 자산을 열심히 관리해서 지금은 비임금소득이 웬만한 직장인의 2~3배는 된다는 것이다. 그 분이 명예퇴직을 하셨을 때도 지금도 우리 아버지는 한 회사에 다니고 계신다.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았고, 회사일만 열심히 하셔서 비임금소득도 따로 없으시다. 앞으로 은퇴 후 누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비임금소득을 창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고, 오마에 겐이치와 기요사키의 책에서 본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 점은 아쉬웠지만, 요즘 시대에 맞는 주제를 다루었고, 의미있는 우화와 사례가 자주 등장하여 읽기 쉬웠던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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