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청소년 말모이
정도상 외 지음, 홍화정 그림,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기획 / 창비교육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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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지고, 나빠지다가 좋아지고, 분단이 된 남과 북의 모습이다. 지금은 긴장이 고조되는 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하지 못하고 적으로 여기는 때가 되었다.


여기에서 더 안 좋은 상황으로 가면 안 되는데, 남과 북이 다시 전쟁을 한다면 그것은 공멸하는 길임을 서로 잘 알지 않을까. 그럼에도 요즘 긴장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교류도 단절되었고, 긴장만 고조되고 있으니, 남북 간 평화가 이루어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평화, 이것은 단절된 상태에서는 오지 않는다.


평화는 교류를 통해서 온다. 교류는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주 만나야 오해도 풀 수 있는데, 아예 만남을 거부하면 오해에 오해가 쌓여 돌이킬 수 없는 단절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남북한은 같은 한글(조선글)을 쓰고 있다. 물론 명칭은 다르다고 하더라도(한글과 조선글이라고 문자 이름이 다르다), 우리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문자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그러니 의사소통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통역을 부르지 않더라도 대화가 가능한 관계가 바로 남북한 관계가 아닌가.


그럼에도 교류가 계속되지 않는다면 언어는 변한다. 문자는 같은데 의미가 달라지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어렵게 꼬이기 마련이다. 이럴 때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법.


언어가 달라져 의사소통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 그 방법 중 하나로 남북한 학자들이 모여 사전을 만드는 일이다.


사전 이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다, 남한은 한국어(말)사전, 북한은 조선어(말)사전이라는 이름을 주장하다가, 둘 다 통용이 될 수 있는 겨레말사전이라고 이름 붙이고 사전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전, 즉 말모이가 있으면 언어에서 의미 차이가 난 말들을 찾을 수 있고, 그 언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말모이를 편찬하는 작업과 함께 자주 만나야 한다. 만나야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해야 언어의 어떤 말들이 다르게 쓰이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름을 인식한다면 다름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서로 노력하게 된다. 


이 책에는 많은 북한말들이 실려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들이지만 북한에서 다른 언어로 만들어진 말들을 다뤄주고 있다.


한 가지 간단한 예를 들면 '고려의사'라는 말이 있다. 의사는 의사인데 무슨 의사?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바로 '한의사'다. 그런데 왜 '조선의사'라고 하지 않고 '고려의사'라고 할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라 이름을 붙이지 않고 옛날부터 전해온 우리나라 의학이라는 이름을 쓰려다 보니 '고려'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데...


'고려의학' 전에는 '동의학'이라고 했단다. 허준이 쓴 의학서도 '동의보감'이니, 전통의학을 동의학이라고 한 것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동'이라는 말이 중국을 중심에 두고 그 동쪽이라는 뜻이니, 주체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동의학'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1993년부터. (79쪽)


이렇게 같은(비슷한) 의미를 지니지만 다른 언어로 쓰는 말들을 이 책에서 많이 다뤄주고 있다. 남북이 교류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언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되기에, 이 책처럼 북한의 말을 다뤄주는 책들이 계속 나와야겠다.


이와 더불어서 남북이 모두 자기들 나라에서 남북의 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야 하고, 또 남북에서 나온 책들을 제한 없이 볼 수 있도록 한다면, 자연스레 언어가 통일되어 가지 않을까 한다.적어도 너무도 다른 뜻으로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긴장의 시대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긴장 속에 살 수는 없다.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야 우리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우선 말모이(사전)만이라도 함께 만드는 작업,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북한에서 쓰이는 말들을 알려주는 책이 계속 나와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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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 SF 소설가가 그리는 미래과학 세상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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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실현되기 시작한 상품들도 있고. 우리가 상상하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할지 생각하는 책이다.


가전코너, 식료품 코너, 잡화 코너, 계산대와 특별 판매 코너라는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술들을 상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가령 배터리는 지금의 형태에서 발전해서 구부러지는 배터리, 또는 옷이 배터리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고, 로봇이 상용화되어 상점에 가면 점원과 더불어 손님을 응대하는 세상, 3D프린팅으로 못 만들어내는 물건이 없는 세상.


동물을 죽여 고기를 먹지 않고, 인공육으로 고기를 수급하게 되는 세상, 인공육에 대해서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들 언급을 하는데, 친환경 고기라는 명목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지금도 어느 정도는 실시하고 있는 스마트 농장이 있고, 유전자 편집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으니, 그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면 좋을 듯하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자율자동차는 지금 많이 발전되어 있으니, 이 책에서 말한대로 미래에는 상점에서 판매할 수도 있겠다. 거기에 연료를 석유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료를 개발해서 쓸 수 있는데, 바이오 연료에 대해서는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 기술은 정말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해서 기후 변화, 기후 위기를 초래했는데, 이를 기술로 극복하려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기존의 기술을 뒤로 돌리기는 힘드니, 지구에 더 나은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막으려는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기술을 만들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런 것들과 3D프린터와 연결지어 모듈화 건축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지금도 모듈 건축은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이제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게 된다. 먼 우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계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미래의 상점에서 파는 상품들, 그런 상품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단지 이런 상품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무작정 이 책에 나온 신기술, 신상품들에 열광하기보다는,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더 깊게 생각해 보는 태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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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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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제목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부엌하면 요리를 떠올리고, 음식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음식은 한 종류가 아니다. 사람들이 하나의 음식만을 먹고 살 수는 없다.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음식은 우리 몸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럼 책들의 부엌은? 요리되는 존재가 음식이 아니라 책이다. 다양한 책들을 요리하듯이 접하고, 우리가 받아들인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책도 음식이다.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듯이, 책은 마음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발터 뫼르스가 쓴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는 부흐링 족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책을 음식으로 먹는다. 책읽기가 음식먹기다. 마음을 살리는 음식이 아니라 몸을 살리는 음식이 책이다. 


이 책은 그 소설과 다르다. 물리적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해서, 마음을 치유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언가 응어리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응어리를 풀어내는 역할을 책이 한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 그들은 어느 순간 북스 키친에 와서 지내는 동안 나름대로 치유를 하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책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 책을 통해서 풀어내는 시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풀어낸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도, 요리를 먹는 사람도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역할을 요리가 한다. 


북스 키친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북스 키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아무리 책이 있어도 치유는 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책이 있고, 그 책을 통해서 그들은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게 된다.


결국 책에 관한 책이지만 더 나아가 사람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환대란 무엇인지, 그리고 환대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여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래서 따스하게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무 때나 훌쩍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이렇게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이 간과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관계가 비틀린 시대에 이런 따스한 소설은 위안을 준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 조금은 쉴 수 있도록 하는 소설.


부엌에서 음식을 먹으며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듯이 이 소설을 읽으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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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
문영숙 지음 / 서울셀렉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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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이 지났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도. 그렇지만 그동안 해결이 안 된 일들이 너무 많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는 더 심하다. 가족들끼리 헤어져 만나지 못하는 상황.


남북이 모두 유엔이 가입이 되어 있음에도 사람들 간의 교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때 이산가족 상봉을 상례화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 흩어진 상황. 더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 그리움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


특히 전쟁터에 끌려나온 소년병들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 소년병들 중에 북한으로 간 사람들도 있지만, 남한을 선택해 남은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들은 이산의 아픔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갔을테니... 이산의 아픔뿐만이 아니라, 북한 출신이라는 차별도 받았을텐데...


이 소설은 어떤 소년병의 수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사실에 기반해서 쓴 소설이다. 그 소년병은 북한에서 학교를 다니다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온다. 전투다운 전투를 해보지도 못하고, 이는 제대로 된 군인도 아니라는 말이다, 탈주해서 집으로 가려 한다.


그러다 국군에게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 갇힌다. 당연히 집으로 보내줄 줄 알았는데, 차일피일 시일을 미루다 거제도 포로수용소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남에 남을 것인가, 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으로 갈 것인가.


결국 남에 남기로 결심한 소년병. 그가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 수기에 담겨 있고, 소설은 액자 형식으로 그 사실을 전개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전쟁. 과연 지구에서 전쟁이 사라진 때가 얼마나 될까? 문명이 발달했다는 21세기인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그 전에도 많은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곤 했는데...


우리는 전쟁을 하지 않고는 있지만, 휴전 상태니, 잠재적인 전쟁 상태라고 해야 한다. 소년병이 겪었던 일들을 보면 전쟁이 얼마나 사람들을 피폐하게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여전히 남북한에는 군사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미 한번 겪었으니,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책에 나온 주인공처럼 소년병이 되어 남한에 남은 사람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도 해주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남북간에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가 정착되어서 서로 자유롭고 평화롭게 교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전쟁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 이야기임을, 가족 중에도 이런 전쟁을 겪은 사람이 있음을, 액자 형식의 소설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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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 읽다가 불현듯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이 생각났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어쩌면 우리가 방송에서 보는 가난은 가난을 치장한, 보여주기식 가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


  방송에 나오는 가난은 이상하게도 가난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가난의 냄새를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봉준호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로 인해서 극명하게 갈린 빈부 차이를 느끼게 하는 그런 냄새.


  이들은 아무리 행복하게 지내도 가난의 냄새를 없애지 못한다. 몸에 배인 그 냄새는 향수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 '기생충'에서도 사실 가난의 냄새는 절실하지 않다.


반지하에 사는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행복이다. 그들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서도 죽음을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집이 침수되고 물건들이 못 쓰게 되었을 뿐, 그들은 가난에도 행복의 냄새를 풀풀 풍긴다.


가족들이 풍기는 그런 행복의 냄새. 과연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그럴까? 그런 집도 있다. 물질이, 돈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으로 인해서 겪어야 하는 고통은 가족을 불행으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가난의 냄새는 행복의 냄새로 덮어지지 않는다. 행복의 냄새를 가난의 냄새가 압도한다. 그리고 처절하다. 처절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더 처절하기도 하다. 


박완서 소설에서는 부자들이 가난을 체험한다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을 빼앗아간다고 나와 있지만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박완서, 틀린맞춤법으로 읽는 도둑맞은 가난, 알라딘 비매품, 75쪽.)


이 구절을 생각나게 한 글이 바로 박현주 글 '가난이 드러날 때 감춰지는 것들'이다. 이 글 마지막 부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렇게 진짜 가난은 뒤로 더 물러나고 숨겨진다. 나는 드라마가 그려내는 건 대체 어떤 가난인가 생각하게 된다.(16쪽)'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난한 집이 가난하지 않다. 물론 가난을 상대적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드라마에 나오는 반지하 생활과 실제 반지하 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다. 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활터전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경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았을 을지로의 풍경들.32-37쪽)과도 다르다. 


그러니 이번 호에 실린 지수의 글 '반지하 SOS 재난에 잠기지 않는 집에 살 권리'에서 말하고 있는 '개발주의를 내세우며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존재할 자리를 없애버리는 지금, 불평등이 곧 재난임을 잊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재난에 잠기지 않는 집에 살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집은 인권이다. 주거권은 생명이다. (57쪽)'는 말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


가난은 포장될 수 없다. 방송에 나오는 가난이 아쉬운 점은 바로 이 점이다. 처절한 가난, 이는 화면으로 보여주기 힘들다. 그렇더라도 가난을 덮는 그런 가난의 모습이 아니라 가난한 삶, 거기서 겪는 어려움, 그 어려움으로 인해서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 그럼에도 정말,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모습... 


어쩌면 영화 '똥파리'에 나온 가족의 모습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 이 영화에서 가난은 정말 지지리도 가난한, 그런 가난의 냄새, 불행의 냄새가 스멀스멀 나오는데,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잘 나타나고 있으니... 그런 영화, 드라마를 방송에서 보고 싶단 생각.


이번 호를 읽으면서 그래서 반지하를 주거공간으로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말이 공허한 울림으로, 그들을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집, 홈리스, 빅이슈. 그리고 사회의 책임. 국가의 책임. 나라도 가난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 이제는 사라져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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