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들이


그가 이사를 했다.

내가 알고 나서 두 번째 이사다.

첫 이사 때

그는 우리 모두를 자신의 집으로 끌었다.

우리는 눈물과 술로 그의 새로운 집을 채웠다.

이승 집을 떠나 자리 잡은 저승 집.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말하고

자주 오겠다 했지만

이승에 묶인 우리들과 저승의 거리는 너무도 멀었다.

그의 집에는 간간히 들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친구들이 보고 싶었는지

한 해 조금 넘게 지냈던 집을 떠나

새로운 이웃들 곁으로 갔다.

이사 갔으니 새집에 놀러 오라는 듯이.

같은 동네지만

그를 보려면 허리를 숙여야 했던 저층에서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중간층으로

가족, 벗들에게 조금 더 좋은 환경으로

좀 자주 보자고 말하는 듯이.

그것은 아파트였다

평수가 넓지는 않은 임대아파트지만

우리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할 수 있는

그만의 보금자리였다.

비록 누구처럼 살아선 넓은 집

죽어서도 넓디넓은 공간을 가지진 못했지만,

살아서 이웃과 더불어 살다가

죽어서도 이웃이 많은 아파트로 가는 인생

이것이 중산층의 일생이라지만,

이웃들과 친구들이 있는

그의 집.

오래 머물며 왁자하지는 못해도

그를 만나 옛추억을 곱씹는,

잊지 않고 그의 집에 들르겠다는 그런

친구의 집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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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묘에서

- 고(故) 노무현 대통령


당신은 편안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창백한 얼굴과 하얀 옷이

더 이상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건,

당신을 지키는 경비병들의 무기가 아니라,

당신과 내가 서 있는 자리였다.

삶과 죽음은 엄연히 다른 세상이기에.

당신의 조국은

총칼 앞에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지만,

당신네 사람들은,

당신을 버릴 수 없어

당신의 몸만이라도 가까이 하고 싶어,

당신의 정신만은 놓치고 싶지 않아

당신을 이 땅에 머무르게 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으려 한 당신이기에,

당신네 사람들은

당신을,

대통령이 아닌, 각하가 아닌,

그저 아저씨라고,

호아저씨라고 불렀다.

난, 

당신의 묘에서

당신을 가졌던 당신네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우리도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맞고 싶다고.

당신은 통일을 보지 못하고 떠났지만,

당신네 사람들은 모두가

바로 당신이었다.

통일 베트남.

그건 바로 당신, 당신네들의 정신이었다.


분단조국,

여기서 스스로 생(生)을 마감한

한 전직 대통령이 있다.

2009년 5월 23일.

통일도 못 보고,

지역 통합도 못 보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아니, 어쩜 세상이, 권력이,

그를,

이 땅에서 떠나게 했는지도 모른다.

우린 그를 바보라고 불렀다.

그 역시 낮은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이웃의, 언제나,

만나 얘기할 수 있는,

아저씨가 아니었다.

그는 ‘바보’였다.

‘바보’와 아저씨의 거리.

그것이 당신과 노무현의 차이였으리라.

외눈 세상에 두 눈이 바보가 되는

우리네 세상은,

당신네와 달랐다.

그리고 우린 그를 이렇게 보내고 말았다.

바보 같이,

‘바보’ 노무현을.

보내고 나서야 그가 아저씨임을,

우리와 함께 숨 쉬었던

당신과 같은 아저씨임을,

‘바보’는 오래도록

우리 마음에 남아 있음을,

바보 같이

이제서야

그의 묘에서 당신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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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우리 곁을 떠나 영원히 우리에게 남아, 우릴 비춰주는 별이 되다. 2007.5.17


  밑으로 밑으로 이름도 없이 명예도 없이 오직 밑으로만 내려가 생명이 되었다. 자신이 사라져 새 생명을 만들고,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 별이 되었다. 우리의 가슴에서 은은히 빛나는 별은 ‘강아지똥’에서 ‘몽실언니’에게서,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에서 왔다. 위로, 위를 추구하는 삶이 아닌 낮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뎅, 뎅~, 댕~~ 울리며 온누리로 퍼지는 종소리, 우리 곁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우릴 안내하는 종소리, 그건 복음이었다. ‘우리들의 하느님’이었다. 우리의 강아지똥, 몽실언니, 똘배……, 빛이었다, 별이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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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05-18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
 

    JATAKA (본생담)

-出家는 세상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하는 것이다.


옛날 자신의 삶을 모두 기억하는 사나이.


오늘의 나는 옛날의 나,

옛날의 나,

또,

앞날의 나.


시공간을 초월해

나를 세상에 보내고

보내, 마침내

영원에 이른 사나이.


싯다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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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2 -

 

호그와트˚ 가는,

나니아˚로 가는,

이상한 나라˚로 가는,

신비한 세계˚로 가는,

해저 2만리˚에도 가고,

광대한 우주˚에도 가는,

  

몸은 현실에 있지만

정신은 상상에서 노니는

현실과 상상을

이어주는,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

 

순서대로 해리포터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기한 스쿨 버스, 해저 2만리, 우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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