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고문이다 2

- 종합병원 다인실


아야, 야아, 아야야~

하느님, 우리를 돌보소서

여보, 눈 떠, 자지 마, 날 봐

어~ 난데, 입원 중이야

종합병원 다인실을 날아다니는 온갖 소리들이

빛도, 소리도 가릴 수 없는 병상으로

날아와 꽂힌다.

움직일 수 없는 몸,

귓가에 파고들어와 박혀

피로한 정신을 더더 후벼판다.

소음이 아닌데, 소리들이

고문이 되는 병원 다인실

물고문, 전기고문, 잠고문은 들어봤어도

소리고문은 처음인데,

병원 다인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 고문은,


그러나 사람들을

절망의 나락보다는 삶에의 희망으로 이끈다.

오히려 희망 고문, 고문 희망이다.

아프지 말라고, 건강 챙기라고

이런 고문 당하기 싫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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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떼거리 문화


소나무는 

절개와 지조, 선비의 나무,

곧 우리나라 나무라고

예전 시가에서는 노래했지

그러나 이들이 소나무를 가까이서 봤는지 몰라

멀리서 우뚝 솟아 보이는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 말고

자기들끼리 떼거리로 모여 있어

그 밑에선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하게 하는 소나무를 말야

싹나고 잎나고 꽃피고 꽃지고 잎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늘 푸르르면서 제 잎으로 사시사철 햇볕을 가리고

쓸모없어진 잎들로 제 주변을 덮어

어느 곳에나 자라는 풀들도 나지 못하게 하는

저만 고고한, 저들만 고고한

그들의 떼거리 문화를 본 적이 있냐 말야

그렇게 가까이서 소나무를 봤다면

소나무가 우리나라 상징이라는 말,

참 부끄러운 말이지 않겠어

참, 삐딱한 생각이지.

그런데 한 번 소나무들 주변을 봐, 밑을 봐.

도대체 무엇이 있나.

떼거리로

저들만 잘 살고

나머지는 모두 억눌러 버리는

그래서 저만 푸르름을 자랑하고

저만 곧고 크게 잘 자라 동량이 되는

주변엔 아무 것도 없게 하는 그런

떼거리 문화

그것이 소나무인데 말야.

조금 보기 싫어도 제 때 되면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그 사이로 햇볕이 들게 하는

그런 나무들이

우리나라 상징이면 얼마나 좋았겠어.

소나무 밑을 보며 걸으니 참, 이런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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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고문이다 1

             - 들어가며


인간이라는 말엔 사이가 있다


사이에서 함께 살아가면 공동체

사이에 가두어 놓으면 수용소가 된다.

오래 전부터 사이도 공동체였는데

근대 산업화 이후 개인주의 시대

사이는 수용소가 되었다.

군인, 학생, 환자

근대들어 군대, 학교, 병원에 갇혀

고문을 당하게 된 존재들

군대는 격리를 통해 공동체에 편입하는

개성을 빼앗긴 사회 부속품을 조달하고

학교는 교육을 통해 공동체에 군림하는

사람들을 낮춰보는 특권층을 만들어내고

병원은 수용을 통해 공동체에서 격리하는

따로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 존재로 격하하니,

공동체가 수용소가 되어 버렸다.


인간이라는 말엔 사이가 있다.

그 사이에 우리는 수용소를 두고

사람들을 고문하고 있다.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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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샤일록은 더 잔인하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속담은 남들을 비웃을 때 쓰는 말인 줄 알고 있었던 내 어리석음을 단 한 방으로 날려 보낸 이 시대의 총아, 현대판 샤일록인 그를 만나고 나서 나는 이 속담은 이 시대에서는 속담이 아니라 격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일록! 샤일록! 오! 샤일록……!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이

인간을 대신하는 것

셰익스피어는 일찍이 말했지

돈이란 인간의 몸에 해당한다고

샤일록은 돈 대신 살 한 파운드를 달라고 했지

아직 자본의 시대가 아니었는데 말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샤일록은 돈과 살을 하나로 알았지만

셰익스피어는 우리의 몸에는 따뜻한 피가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

돈은 그저 돈일 뿐 인간을 지배하지 못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

그 행복했던 시대에 말야.


지금은 과연 무엇이 배이고 배꼽인지 알 수가 없어

샤일록은 개인이 아니라

거대한 집단으로,

권력으로 존재해서

법이란 이름으로 인간에게 살과 피를 요구하고 있지

그에게 걸리면 아무도 벗어날 수 없어

자신의 몸을 모두 주고도 모자라서

남의 살, 남의 피를 빌려서라도 갚아야 하지

우리들의 시대에 샤일록은

더 이상 피와 살을 구분하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구두쇠나 철면피가 아니라

편리한 이름으로, 법이란 이름으로 인간을 착취하는 권력일 뿐


거리에 현란하게 자신의 자태를 뽐내면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

그리고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법이란 이름으로 처단을 하지

그들이 흘리는 피와 분노는 아랑곳 하지 않고

현대의 샤일록들

그들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을

속담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로 만드는 일들을 하지

자본의 시대에 태어난 황태자들이

이제는 황제로 등극하여 우리들에게 군림하고 있지

그런 시대, 위대한 자본의 시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시대

따뜻한 피가 그리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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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 지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한 때 노벨상이 최고라고

왜 우리나란

한 명도 없냐고

교보문고에 갈 때면

입구에 걸려 있는

수상자 사진을 보며

탄식하곤 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있어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었다.

2000년!


그 사람,

김대중.

인동초라 불리던.

북한이,

북괴 괴뢰도당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임을,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뿔 달린 도깨비가 아닌,

늑대가 아닌,

정체가 없는 괴물이 아닌,

바로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만천하에 밝힌 사람.


하여 

남과 북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이젠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던 사람.


비록 

놓친 것도 있지만

그는

남과 북

하나만으로도

큰사람이었다.


제 뿌린 씨앗이

열매로 맺는 것을

보지 못하고

이젠 딴 세상으로

간 사람.

2009년 8월 18일!


DJ 김대중.

그 씨앗이

아직 자라고 있음을,

우리 마음 속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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