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유지'라는 말과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바다는 생명의 시원이라고 한다. 물이 없다면 생명체가 없다고 하고, 바다는 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바다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다.


넓고 깊고 풍부한 바다. 그런 바다 속에 어떤 생명들이 살고 있을까? 이 책에서는 플랑크톤부터 시작해서 가장 크다는 대왕고래까지 많은 생명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심해에 사는 생명들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바다 생명들의 다양함을 만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마냥 평화로울 것 같은 바다 생명들의 세계, 하지만 이 세계에서도 죽고 죽이고, 먹고 먹히는 관계들이 있고, 서로를 보살피는 관계들도 있다. 모든 생명은 이렇게 연결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중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관한 이야기. 이 영화가 바다 생물학자들에게 제대로 고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 새로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니모는 흰동가리 종류의 물고기라고 하는데, 이 물고기는 가장 큰 물고기는 암컷이고, 그 다음으로 큰 물고기가 수컷이라고한다. 생식을 담당하는 수컷. (85쪽) 암컷이 죽으면 생식을 담당하는 수컷이 암컷이 되고, 그 다음 큰 물고기가 생식을 담당하는 수컷이 된다고 한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엄마가 죽었으니, 그 다음 전개는? 86-87쪽을 보면 18세 이상 관람가가 되었으리라 하는데... 엄마대신 아빠가 엄마가 되고, 니모는 아빠 역할을 하게 될 테니...


이렇게 바다 속 생명들의 세계는 우리가 잘 알고 있지 못한 사실들이 많다. 상어 역시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영화 '죠스'로 악명을 얻은 백상아리... 하지만 다른 면도 있다고 하는데, 이 책에 실린 이 구절, 참고할 만하다.


1916년 뉴저지 해변에서 발생한 공격 사건...다른 사람들은 백상아리 암컷이 공격의 주범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일련의 공격 사건은 1974년 소설가 피터 벤츨리가 소설 [죠스]를 집필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훗날 이 베스트셀러가 남긴 결과에 깊이 후회하게 된 작가는 그때부터 상어와 바다를 보호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소설이 출판된 지 불과 1년 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 소설을 동명의 영화로 제작했다.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백상아리와 그 친족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 연구자들은 인간에 대한 상어의 공격 중 다수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추측한다. 상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저 살짝 '시식'을 해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188-189쪽)


그럼에도 사람들은 상어, 특히 백상아리를 지금도 두려워한다. 영화로 인해서 머리 속에 들어온 공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처음에 제기된 인상이 중요한데... 조심해야 한다.


또 우리는 말소리가 안 들리게 말하는 사람을 보고 '붕어냐?'고 하는데, 물고기들도 소리를 낸다고 한다. 바닷속이 아주 조용할 것이라고 추측하는데, 온갖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하니... 여기에 바다 생물들에게도 병원 역할을 하는 곳이 있고, 치료 물고기도 있다고 하니...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육지나 바다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다 생명의 풍부함, 신비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읽으면서 바다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다 책 끝부분에 가면 인간의 문제로 돌아온다. 바다는 우리에게 공유지다. 그런 공유지를 함부로 대해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바다를 지키려는 노력도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


자칫하면 이 공유지의 비극이 인류의 생존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생명의 보고를 인간이 깨뜨리고 있다는 현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바다를 지켜야 우리 생명을 지킬 수 있음을...


외계를 탐사하면서 외계 행성에 물이 있나 없나를 제일 먼저 파악하려고 하는데, 이는 물과 생명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이 가장 많은 바다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 공유지의 비극을 불러온다면 그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여 이 책은 바다 생명의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것을 지키는 일이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의 높이뛰기 -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
신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속담이 있고, [말이 칼이 될 때]라는 책도 있듯이 말은 중요하다. 특히 관계를 맺고 유지해 가는데 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만큼 말에는 사회성이 있다. 자기만의 말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는 없다. 그러니 사회에서 쓰이는 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때 사회에서 쓰이는 말을 안다는 말은, 곧 사회에서 어떤 말이 차별 언어이고, 써서는 안될 말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언어가 사회성을 지닌다는 말은 소통한다는 의미와 더불어서 불통의 의미도 있다. 즉, 언어는 배제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배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언어, 이런 언어는 혐오 표현이라고 하고, 차별을 유발하는,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냥 사회에서 누구나 쓰니까 나도 쓴다고, 그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말까지 쓰지 못하게 하냐고. 그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그것까지 조심하라고 하면 그건 바로 '프로 불편러' 아니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언어가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은, 그 사회에서 그 언어가 과거와 달리 혐오나 차별의 언어로 쓰인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언어가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사회성이 다른 쪽으로 발현되어야 한다. 


과거 언어에만 매여 있다간 언어의 사회성을 놓치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언어에 대해서, 우리가 쓰는 언어에 대해서 고민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다양한 언어를 통해서 보여주는데,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는 마음을 언어 감수성이라고 하고, 언어 감수성을 예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 개의 강의로 되어 있는데, 첫번째 강의는 존댓말이다. 이 존댓말은 지위와 나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는 말하는 사람들이 어떤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만나면 꼭 나이를 묻곤 한다. 직업을 묻는 경우도 있고, 직책을 묻는 경우도 있다. 그에 따라서 상대를 부르는 말이 달라지고, 말을 끝내는 말이 달라진다. 소위 존댓말을 쓰느냐 반말을 하느냐가 결정된다.


하지만, 사람을 이렇게 나이로 줄 세울 수 있을까? 사람을 나이로 높이거나 낮출 수 있을까? 이 강의는 다섯번째 강의인 '너와 당신'이라는 호칭과 연결이 된다. 우리는 2인칭인 '너'를 높이는 말로 '당신'이라는 말을 쓰는데, 과연 당사자 앞에서 '당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직접 대면해서 쓰는 '당신'은 높임 표현이 아니라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표현 아닌가.


이것은 공손성을 이유로 이인칭 대명사를 기피하는 언어 유형에 우리말이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야기할 때 '당신'은 이인칭 높임 표현이 되겠지만, 직접 대면해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역시 존잿말에 관한 문제인데, 이젠 시대가 변했으니 존댓말에 대한 관점, 표현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제기를 첫번째, 다섯번째 강의에서 하고 있다.


두번째 강의는 '민낯'이란 말이다. '맨얼굴'이라고 할 수 있고, 한때 유행했던 말인 '쌩(생)얼'이라는 말로도 대체할 수 있는 말. 그런데 민낯이란 꾸미지 않은 본래 얼굴이라는 뜻이니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어때서? 아니다. '민낯이 드러났다'는 표현처럼 부정적일 때 많이 쓰고 있는 말인데, 화장은 요즘은 남성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주로 여성에게 관련되어 이야기되고 있으니, 부정적인 어감과 여성이 연결되는 경우라고 하겠다.


이는 네번째 강의인 '여사'와도 연결이 된다. '씨'와 '여사'의 논쟁이 있었지만, '여사'라는 말도 여성에게만 해당한다. 남성을 따로 지칭하는 호칭이 없다. 남성은 지위나 직업으로 말해지는데, 여성에게는 지위나 직업보다는 '여사'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 이도 역시 언어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에 나타나는 성차별은 여섯번째 강의인 '가족 호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남성 중심의 호칭들. 시대가 변했음에도 변하지 않고 있는 이런 호칭은 가정 내에서 남녀의 위계를 유발하기도 한다. 


성차별만이 아니다. 외국인을 향한 차별 역시 언어에 나타나고 있다. 별다른 의식 없이 쓰고 있는 언어에서 그런 차별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문제다. 일곱번째 강의인 '외국인'에 대한 글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관광안내소에 비치된 관광안내 책자. 별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관광안내소에 '내국인과 for foreigner'(164쪽 등)라고 분류해 놓았다고 하는데, 그냥 언어별로 분류해 놓으면 될 것을 이렇게 분류해 놓았다니...


국적으로 관광안내를 하나? 이는 고쳐야 할 점이다. 이것에 더해서 공손성이 너무 과해서 사물에까지 존대를 하는 현상, 이는 소비자가 서비스를 받을 때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하는데, 문법에 어긋난 표현을 쓴다고 하기 전에 왜 그런 표현이 유행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 받아들여야 한다.


몇 가지 강의가 더 있는데, 언어에는 권력이 작용한다는 사실. 그래서 외국어가 언론에 너무 많이 쓰이고 있고, 전문적인 용어가 가감없이 언론에 사용된다는 점,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그냥 외국어를 가져다 쓰려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당선자와 당선인'이라는 말과 '코로나 19 시대'와 연관지어 이 책에 나와 있다.


읽다보면 언어 감수성이 왜 중요한지,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그야말로 읽으면서 언어 감수성의 필요성과 언어 감수성을 키울 수 있게 된다.


말은 사람 사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의 속성 중에 사회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성 만큼 중요한 언어의 특징은 역사성이다. 언어는 사회가 변하는 변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의 언어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킬 필요는 없다.


사회의 변화에 맞춰 언어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언어 감수성이고, 언어를 언어답게 사용하는 길이다. 사람들 간의 소통을 더 잘하게 되는 길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프로 불편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언어 감수성이 살아있는 사회일테니까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2-07-19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동의합니다.
인권은 언어감수성에서!
저도 가끔 아이들에게 지적받을 때 있어요.
제 용어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kinye91 2022-07-19 20:09   좋아요 3 | URL
저도 무심코 나온 말 때문에 지적을 받을 때가 있어요. 조심하고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해야겠단 생각을 해요. 언어감수성을 키워야겠어요.

얄라알라 2022-07-19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지영 교수님 전작 넘 재밌게 읽었는데, 다음 책이 나오도록 몰랐네요^^ 덕분에 챙겨보겠습니다 kinye님

kinye91 2022-07-20 11:05   좋아요 3 | URL
읽어서 후회 안 할 책이네요.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요즘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얄라알라 2022-07-20 1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사/민낯 사례로.들어주신.몇.단어만.보아도 꿀잼책! 가족호칭 !바뀌어간다고는.해도 여전히.그렇죠?^^;;

kinye91 2022-07-20 11:56   좋아요 2 | URL
맞아요. 가족호칭뿐만 아니라 많은 호칭들...많은 생각들이 필요함을 이 책이 잘 보여주고 있어요.
 
당신이 인간인 이유
마티 조프슨 지음, 제효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쉽게 할 수 있을까?

힘들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눈 앞에 있고, 나 자신도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두 발로 걷는 동물, 생각하는 동물, 사회적 동물, 정치적 동물, 언어적 동물, 도구적 동물. 놀이하는 인간, 아니면 그냥 학명으로 호모 사피엔스.


도대체 인간이 무엇이지? 나는 왜 인간이지? 어떻게 해서 지금 우리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지? 수많은 질문을 할 수가 있다.


딱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힘든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왜냐하면 인간을 정의한다는 것은 언어로 표현한다는 말인데, 언어와 존재가 일대일로만 대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대일로 대응한다고 해도 꼭 그것대로만 정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 덩어리, 세균 덩어리? 또는 유전자들의 조합? 무엇이라 말해도 좋다. 그런 모든 존재들의 총합이 바로 인간이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용까지. 


그러니 인간이란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정의내리려고 하지 말자. 그냥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살피고, 지금 지닌 행동 습성들을 살피고, 앞으로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당신이 인간인 이유'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명확히 정의내리기보다는, 그동안 인간다움이라는 것, 또는 인간적인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완전히 다른 종인가? 하는 질문부터, 이들이 과연 교류하지 않았나 하면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네인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현생 인류 조상도 있다고 하니,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경쟁하고 협동하면서 한 시기를 함께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신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최근에 밝혀진 많은 과학적 사실들을 예로 들면서 그간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지적하고,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주장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치아가 관련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다. 물론 이 신경이 뇌와 가깝게 있어서 어떤 관련을 맺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입 속에 있는 균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하니, 이런 주장들이 인정받게 되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나올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사람의 입속에 서식하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라는 균에 의한 잇몸질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3-194쪽)


이런 식으로 최근 과학계가 발견해 낸 성과를 책에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 군중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협력적인 인간이 협력하는 마음을 왜 점점 잃어가는지 등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특히 6장 '군중 속에서 살아남기'에서 비행기 빨리 타는 법이나, 고속도로에서 왜 사고도 없는데 정체 구간이 생기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처럼 우리 생활과 관련 있는 많은 일들을 과학적 성과와 관련지어 인간의 특성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다. 물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중국을 만든 음식, 중국을 바꾼 음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 도덕경에 나온 말이란다. 내가 갖고 있는 오강남 번역의 [도덕경]을 보니 60장이다. 이 말은 요리와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말이다.


잘 연결이 안 되는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지금도 세계 정치인들이 모이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이들은 소위 정상회담을 하기도 하지만, 꼭 만찬을 한다. 만찬,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하는 시간.


정치인들이 만찬을 하는 이유는 그 만찬을 통해서 정치적인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경의 이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요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중국에서 정치가로 명망 높은 사람이 강태공이다. 강태공, 낚시꾼의 대명사 아닌가. 그는 물고기를 낚지 않고 세상을 낚는다고 했다. 역시 음식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작은 생선을 요리하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재료에 대해서도 또 불에 대해서도, 그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작은 요리를 하는 것처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정치를 한다면 그 나라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음식과 정치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어떤 음식이 유행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음식과 정치, 또는 문화를 중국과 관련지어서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많은 음식이 나오지만 족발이 과거 시험에 합격하기를 기원하는 음식으로 쓰였다는 이야기는 새롭다. 


당나라 때는 과거 시험이 끝나 장원 급제자가 나오면 붉은색 먹으로 급제자의 이름과 답안지 제목을 적어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에 있는 대안탑에다 붙였다. 이렇게 장원 급제자의 이름과 시제를 붉은 글씨로 적은 대자보를 '주제(朱題)'라고 했다. 중국어로는 '주티'다. 그런데 이 주티와 돼지족발을 뜻하는 '주티(猪蹄)'가 발음이 같다. (269쪽)


우리나라도 대학 입시철이 되면 엿을 사주는 풍습이 있지 않았나. 엿이라는 음식에서 더 나아가 포크나 두루마리 휴지까지 갔으니... 음식은 기본적으로 우리들 실생활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돼지고기를 지금처럼 많이 먹게 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고, 명나라 이후부터라는 것이 이 책에서 하는 말인데, 돼지고기를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과거 급제를 위해서는 먹는 음식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동파육이라고 해서 송나라 때 소동파가 즐겼다는 돼지고기가 있어서, 중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인들에게는 양고기가 우선이었다는 것. 그러다 명나라 주원장 이후 돼지고기가 황실에서도 먹는 고기가 되었고, 지금은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많이 먹게 되었다는 사실.


지금 중국의 영토나 인구가 세계를 압도할 정도인데, 이런 기틀을 마련한 시기가 청나라 때라고 한다. 그 청나라 때 고구마가 전래되어 식량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한다. 식량문제가 해결이 되면 인구는 급속도로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쟁도 없는 평화 시기가 이어지니 인구가 늘 수밖에. 이렇게 음식과 사회는 연결이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과 중국 역사, 문화를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도 있고, 또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재, 인류와 만나다 - 인간이 찾아내고 만들어온 모든 소재 이야기
홍완식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재라는 말보다는 도구라는 말이 더 이해하기 쉽다. 호모 파베르라는 말이 도구적 인간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도구에 소재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소재라고만 하면 너무도 막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니, 이 책에서 말하는 소재를 도구로 바꾸어 생각해도 된다.


물론 이 책은 재료공학에 관한 책이니, 그것도 대학 재료공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재료공학의 기본을 알려주기 위해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고 하니, 소재에 관한 책이 맞다. 재료를 소재라고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재들은 곧 도구가 된다. 소재로만 끝나지 않는다. 인류가 만나왔던 소재들은 인류의 생활에 필요한 도구가 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소재들이 도구로 변해서 우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려준다. 물론 그 소재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도구가 되었는지도 알려주고 있고.


재료공학이라고 하는 학문은 낯설다. 낯선만큼 어떤 학문일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화학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수많은 소재들, 도구들에 대해서 연구하는 분야로 인류의 역사, 인류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임을 이 책은 알게 해준다.


이 책에 소개된 소재들, 도구들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는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될테니 생략하고, 두 가지를 꼭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라는 말. 양면성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동시에 성립하기 힘든 성질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한 쪽이 좋으면 한 쪽은 좋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 책에서는 '하나가 좋아지면 반드시 어느 하나가 나빠지는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존재한다'(210쪽)고 말하고 있다.


인류가 사용해온 소재들에 이 말은 꼭 적용이 된다. 소재들을 이용해 인류의 발전을 이룬 도구를 만들었지만, 그 도구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다. 즉, 도구를 만들어내는 일에는 '책임의 윤리'가 따른다. 그것에 대해서 인식하지 않는다면 예상하지 못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재 중에 철강을 이야기하면서 철이 단단하면 잘 부러지고, 잘 부러지지 않으면 단단하지 않은 문제에 직면했던 시대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을 인류의 삶 전체로 확장해 보면 트레이드-오프라는 말, 잘 생각해야 한다.


소재의 처음을 돌로부터 시작한다. 강한 동물보다도 연약한 신체를 지닌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처음으로 활용한 소재가 바로 돌이다. 그냥 돌도 사용했겠지만, 돌을 인간이 사용하기 좋게 가공하기 시작했다. 즉, 소재를 이용해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돌 다음에는 청동, 도자기, 콘크리트와 유리, 비료와 화약으로 넘어간다. 도자기?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인류의 역사에서 도자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와 유리 역시 마찬가지고. 지금도 우리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으니.


이 다음에 철강이 나오고, 섬유와 수지, 플라스틱으로 나아간다. 자연에서 얻었던 물질에서 이제는 인간들이 합성해서 만들어내는 소재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재료공학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그것들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는다. 그 소재들이 나오게 된 배경과 발전시킨 사람들, 또 소재가 발전하게 되는 과정, 이유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이 소재들에 가려져 있는 부정적인 면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공부해야 한다.


소재들의 빛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서 소재들이 지닌 그림자를 생각하는 자세도 지녀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트레이드-오프'라는 용어를 통해서 그런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다른 하나는 바로 과학자와 어린이의 공통점이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이 공통점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소재들에 적용되어 왔음을 많은 일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세상 어린이들이 비슷한 행동 양태를 보이듯이 과학자들 역시 그러했음을.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소재들이 발견(?)되었고, 그것을 우리들이 향유하고 있음을.


어린아이와 과학자의 공통점 중 하나는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어이 사고를 치고야 만다는 것이다. ... 어린아이와 과학자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생각만큼 힘 조절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은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이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고,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이 세상에서 후대에게 물려줄 새로운 유산을 찾아내는 원동력이다. (317-318쪽)


어린아이와 같은 과학자. 그들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그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지금 우리가 쓰는 수많은 소재, 도구들을 탄생하게 했다.


힘 조절을 못한다는 말, 마음에 와 닿았다. 힘 조절을 능수능란하게만 한다면 발전이 없다. 그냥 주어진 일을 안정적으로 할 뿐이다. 이는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말, 또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서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미리 경험한다. 과학자들은 실수와 실패를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면서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과학,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킨다.


재료공학에 관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언급한 많은 소재들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소재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오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구현해 나가는 과정을 익히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자세를 지니는 일... 이 책을 읽고 무엇보다도 '트레이드-오프'라는 말과 '어린아이와 과학자의 공통점'이 기억에 남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