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사 2 - 부르주아 문화 1830~1860 유럽 문화사 2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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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이 1830년부터 1880년대이고, 부제는 부르조아 문화이다. 이 시기가 산업혁명이 완수되고, 급속도로 자본주의가 세계로 확장이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식민주의도 함께.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중간계층을 많이 양산해내었는데... 새로운 중간계층을 부르조아라고 한다. 요즘은 부르조아 하며 잘사는 상류계층을 의미하지만, 이 시대에는 상류계층은 귀족과 왕을 의미하고, 부르조아는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중간계층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빠르게 사회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고, 그들이 가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문화를 선도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문화를 선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가지, 시간과 돈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기에 그들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고, 돈이 뒷받침되기에 망설이지 않고 그들에게 맞는 문화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 부르조아 문화가 중심으로 떠오르는 시기를 서순은 1830년에서 1880년대로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간 설정에 동의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문학, 음악 분야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사람들이 활약한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압도적인 분량을 문학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문학이 인쇄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더 빠르게 더 멀리 퍼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악이나 연극과 같은 다른 문화들과는 달리 기록으로 남아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디킨스, 위고, 발자크, 뒤마 등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소설가들이 이 때 등장해서 자리를 잡았으며, 탐정소설, 어린이 책과 같은 장르가 확립되었고, 또 여성이 작가로서 등장하여 인정을 받았고, 학교교육이 광범위하게 자리를 잡아 교과서 산업으로 인한 출판업이 돈을 벌게 되는 시기.. 그리고 작가들이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음악에서도 베토벤을 비롯해, 리스트, 베르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으며 오페라가 이 때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 서술되어 있다.

 

물론 이때나 지금이나 고급예술과 대중예술로 구분하려는 시도는 있었고,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고급예술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었으나, 산업화된 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려는 문화를 추구하는 경향도 나타나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이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는 현상을 보이는 시대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대한 저술인데, 이 2권도 500쪽이 넘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마도 학창시절에 머리 속에 들어와 있던 인물들이 이 책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우리에게 나타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단편적으로만 기억되던 인물들이 유럽문화사라는 흐름 속에서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고나 할까.

 

그 때 사회적, 경제적 환경 속에서 어떤 예술들이 중심을 잡아가고, 또 어떤 예술들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현대에 다가간다. 3권에서는 드디어 20세기에 접어든다.

 

덧글

 

그런데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

209쪽 '선량한 매춘부 코제트, 그녀의 딸이자 순수한 절세미인 팡틴'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 기억 속에는 엄마가 팡틴이고, 딸이 코제트인데... 번역의 잘못인가, 아니면 우리나라에 번역될 때 등장인물을 바꾸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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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롤롤 2012-10-1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뿌리와이파리 편집부입니다. 아주 창피한 실수죠... 작가가 혼동했는지 원서에 엄마와 딸이 거꾸로 나와 있더군요. 실수를 발견하지 못한 저희 출판사 편집부의 잘못입니다. 2쇄를 찍으면서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럽 문화사 1 - 서막 1800~1830 유럽 문화사 1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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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동양과 서양의 양극으로만 나눌 수는 없다.

 

이미 서양은 종교로 따지면 이슬람권과 기독교(가톨릭 포함)로 나뉘어 있으며, 기독교권을 또 나누면 미국과 유럽으로 나뉠 수 있다. 여기에 유럽은 동유럽과 서유럽, 또는 북유럽과 남유럽으로 나눌 수 있고, 동양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이슬람권인 중동, 그리고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로 나눌 수가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면 아주 작은 단위로까지, 국가 단위, 아니 국가에서도 지역 단위로까지 나눌 수 있는데... 그럼에도 문화를 이야기할 때면 작은 단위로 나누지 않고 큰 단위로 뭉뚱그려서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유럽문화도 역시 어느 특정한 나라의 문화를 이야기하지 않고 유럽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 하다못해 미국까지도 포함이 되기도 하는 그런 우리가 통칭 서양이라고 하는 나라의 문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 문화가 어떻게 변모해왔는가를 시대를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즉 동시대에 일어난 일들을 여러 유럽의 나라들을 살피면서 유럽의 문화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살펴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방대한 책인데... 이제 겨우 1권이다. 1권이라고 해도 500쪽이 넘는 양이다. 다른 책으로 하면 이미 결론이 나야 하는데, 시작이다. 1800년에서 1830년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문화라고 하는 것들, 여기서는 문학, 신문, 음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근 200년에 이르는 유럽의 문화를, 유럽의 생활을 고찰하고자 하는 책이다.

 

왜 문학부터 시작할까? 문학이라고 하기보다는 책이라고 해야 하나? 독서의 방식부터, 즉 낭독을 중심으로 하던 시대에서 어느덧 묵독을 중심으로 책을 읽는 방식이 변했는데, 이것이 확립된 시기가 바로 19세기라고 하고, 이는 인쇄술의 발달도 있지만, 부르조아의 등장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데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그리고 책을 소장하기 쉬워졌다는 이유도.

 

책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문화들이 얽혀 있다. 우선 작가, 그리고 출판업자, 인쇄업자, 유통업자, 도서관, 대여소업자, 그리고 행상판매인까지...

 

이러한 사람들, 문화들을 따지면서, 문학의 변천사까지도 살피고 있다. 책이 다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책이 발전하면서, 이는 경제적, 정치적 발전과 더불어 민족의식까지도 나타낸다고 하는데, 민족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내용에서부터 민담, 그리고 시, 소설까지 살피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아는 작가들이 나타나는데... 사실 이 때 가장 유명했던 사람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고...

 

책과 비슷하게 신문도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리고 음악도... 하여 19세기가 막 시작하던 유럽에서 어떤 문화들이 나타나고, 그것들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지금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구체적인 작품들, 인물들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하여 저자의 엄청난 지식에 놀라기는 하는데... 읽으면서 이런 유럽의 문화사를 왜 지금 내가 읽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남의 문화사를 읽어야 하나? 우리 문화에 이것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런데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그것을 단지 지식으로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금 삶을 바꾸기 위해서이듯이 유럽의 문화사를 읽는 이유는 지금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 문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틀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얻는 과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유럽문화사는 단지 유럽의 문화사로 끝나지 않고 우리 문화사를 이해하는 거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유럽문화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간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이나 문학, 음악 시간에 배웠던 단편적인 지식들이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제 2권에서는 19세기 중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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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다큐 - 우주비행사가 숨기고 싶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실험
메리 로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세계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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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지구와 그래도 환경이 가장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행성. 우주에 생명체가 있다면 가장 유력한 곳이 바로 화성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화성인들을 외계인으로 등장시키곤 했는데...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무인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하여 화성을 탐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과학기술은 엄청나게 발전을 했다. 아직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에서 로켓을 우주로 쏘아보내려고 하고 있는데... 나로호. 아직은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올해 안으로 다시 도전을 한다니.. 물론 100퍼센트 우리나라 기술이 아니라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이지만, 첫걸음이 중요하니, 우선은 성공하고 볼 일이다.

 

미국은 벌써 화성을 탐사하고 있고, 러시아는 최초로 인간을 우주로 내보냈다가 귀환시켰으며, 중국은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키고 있단 소식이 들리니, 아직 우리나라 우주공학기술은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이 없는 우주공학, 우리의 드넓은 상상력이 필요한 우주공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몰두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사람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주공학기술이라는 최첨단 기술이 단지 응용과학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고, 튼튼한 기초학문의 바탕위해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 준비가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우주로 인간이 나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실험이 있었고, 투자가 있었으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생각해내고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고 있다.

 

달까지는 인간이 갔다 올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어 있다지만, 그것을 화성으로 늘리면, 화성에 갔다오는 시간을 이 책은 약 2년을 잡고 있다. 2년 동안 사람들이 좁은 우주선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일까?

 

우선 식량이다. 우리 인간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만 먹지 않는다. 우리는 맛을 음미하기도 하고, 사교를 목적으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우주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단지 살기 위해서만 먹으라고 하면 그것도 2년 동안을, 아마도 견디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주 음식에 대한 연구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 음식과 더불어 인간이 배출해내는 분비물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력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배설물을 처리해야 하는데, 2년 동안의 배설물은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그 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와 그렇다면 배설물을 적게 배출하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일은 연결이 되고, 이 책이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오줌을 정화하여 물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이 나오고 있으니, 이도 참...

 

또한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여부, 뼈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씻는 문제-이것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하던데-, 또 귀환하다 만약 사고가 났을 경우 탈출하는 문제, 도대체 시속 10000킬로미터가 넘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우주선 캡슐에서 탈출을 하면 인간의 몸이 시속 10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간다고 하는데, 이 때 과연 인간이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실험, 그리고 인간의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이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연구 등등

 

그냥 우주선을 타고 멋있게 갔다왔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우주인들이 멀미를 한다는 사실까지 이 책에는 나와 있다. 결코 우주여행이 낭만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인간은 화성에까지 가려고 한단다. 2년이나 걸리는 일. 아직은 2030년까지를 목표로 삼았는데, 투자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엄청난 돈이 든다고 하는데...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소비한 5천억 달러 정도가 든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화성에 갔다올 이유가 있는지... 이런 의문도 제기하고 있긴 하지만...

 

책에서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해 화성에 갔다오는 일이 의미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갓난아기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요?"(410쪽) 이 질문은 화성에 가려는 인간의 노력은 이제 갓 태어난 갓난아기와 같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앞으로 그 아이가 자라면서 보여주듯이 우리 인간의 우주 탐사 노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난다는 뜻으로, 지레 포기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을 때와는 다른 감흥을 준다. 세이건의 책을 읽으면서는 우주의 방대함에 황홀함을 느끼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러한 상상력을 현실에서 구체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무한하게 뻗쳐가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방법, 아니 만들어가는 모습을 생동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과학적인 내용일 거라 생각하고 전문가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하는데, 아니다.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우주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전문 과학자가 아니기에, 그녀가 지닌 의문은 우리가 지닌 의문과 비슷하기 때문이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여러 우주인, 과학자들과의 인터뷰 또는 자신이 직접 실험에 참가함으로써 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현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인간은 발은 땅에 딛고 있지만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다. 이는 인간은 늘 또다른 세계를 꿈꾼다는 말이다. 꿈은 꾸되, 발을 현실에 딛고 있는 인간. 그래서 이 책은 우주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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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를 벗어야 언론이 산다 - 한국 언론의 보도 관행과 저널리즘의 위기
박창섭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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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제 4부라고도 한다. 그만큼 정치와 밀접히 관련이 있는 집단이다. 행정, 입법, 사법에 이어 언론이라는 4부가 제 구실을 해야지만 민주주의가 잘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4부가 잘 이루어질까? 우리나라 행정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입법을 관장하고 있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지, 그리고 사법부는 올해 대법관 임명 청문회로 인해 홍역을 치르지 않았던가. 

 

여기에 언론은 자유로운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자. 과연 언론은 공정하고 진실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 언론인들은 지식인으로서, 또 언론인으로서 자신들의 책임을 인식하고 책임있는 보도를 하려고 하고 있는가?

 

사람들이 신문을 안 본 지, 뉴스를 멀리한 지 오래되었다고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는가?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언론에 "야마"라는 게 있단다. 처음 듣는 말이다. 하긴 이는 언론인들끼리 은어처럼 사용하는 말이라고 하니, 그리고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도 않은 말이니, 언론인과 접촉이 없는 내가 이 말을 들었을 리가 없다. 내가 아는 야마는 기껏해야 일본어로 '산'이거나 우리가 비속어로 쓰는 '야마가 돈다'는 말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야마'란 말이 언론에서는 너무도 광범위하게, 그러나 중요하게 쓰이고 있단다. 이 '야마'가 없으면 기사가 되지 않는단다. 도대체 '야마'가 뭘까? 딱부러지게 사전식으로 정리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도 기자 생활을 16년 했고, 저널리즘을 공부했으며, "야마"를 가지고 책을 썼음에도 '야마'란 말을 무엇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이 '야마'란 말은 보도의 내용과 관점, 의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66쪽), 내용 야마, 관점 야마, 의도 야마(67쪽)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즉 기사에 깔려 있는 내용과 그 내용을 선정하게 된 관점, 그리고 그 기사를 내보낸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쉽게 '틀'이라는 말로도 할 수 있는데, 이 틀보다는 더 정교하게 기사를 규정하는 존재가 '야마'라고 할 수 있다.

 

'야마'에 대한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각 신문사마다 어떻게 이런 야마가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실, 야마에 따라서 관점이 달라지며, 의도가 달라지기에 내용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러므로 같은 사안이라도 기자가 취급하는 취재원부터, 사실들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야마의 구현 방식을 살피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되었던 두 가지 사안을 예로 들어서 각 신문사의 야마를 파악하고 있다.

 

두 개의 사안 중 하나는 미디어법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상급식안이다. 이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중립적인 성향의 한국일보를 대상으로 어떻게 기사화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를 읽다보면 같은 사안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어떤 신문을 보는지에 따라서 내 관점도 알게 모르게 조정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사실 정보화시대라고 하지만,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여러 언론에서 정보를 얻는 사람은 이 책에서도 나와 있지만 13%정도라고 하고(305쪽) 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가지 매체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얘기가 된다. 나역시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자신이 어떤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 즉 그 신문사의 "야마"에 따라 자신의 관점이 고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점을 깨닫게 해준 점이 이 책이 지닌 장점이다.

 

언론의 사명을 '진실'과 '공정'이라고 한다는데, 우리가 진실과 공정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읽는 독자인 우리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 독자들이 깨어있어야 언론들이 진실과 공정 보도를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역으로 깨달았다고나 할까.

 

이책의 말을 받아 정리하면 이렇다, '야마'를 벗어야 언론이 산다. 마찬가지로 언론이 살아야 정치가 산다. 정치가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 민주주의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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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 불필요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스테판 비알 지음, 이소영 옮김 / 홍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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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많이 들은 말이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 디자인에 대해서 우리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이미지 효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한다. 즉 상품에 딸린 부속 요소로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디자인이란 개념을 이렇게 협소하게 유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상품에 딸린 부속 요소로 디자인을 생각한다면 디자인은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게 만드는 안 좋은 역할을 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물건들이 넘쳐나는 세상, 이 책의 부제처럼 '불필요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필요보다는 무언가를 단순히 소유하고 소비하게 만드는 역할을 디자인이 한다면 디자인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무엇이 된다.

 

과연 그럴까? 여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디자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고 한 책이 이 책이다. 디자인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짧막한 글들을 통해 디자인의 역사를 훑고, 디자인의 개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며, 지금 시대에 필요한 디자인은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있는 책이다.

 

상품과 관련된 협소한 개념으로 디자인을 파악하지 않고, 우리네 삶 전반과 관련된 개념으로 디자인을 파악한다. 즉 우리들이 향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디자인과 관련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문화까지도 포함이 된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혁신을 자신의 개념으로 삼아야 하는데... 어떻게 혁신을 이룰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디자이너는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디자인적 사고(130쪽)"라고 하는데, 첫 번째 단계는 사람들의 필요를 관찰하는 단계로, 문화와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영감이라고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아이디어를 낳는 수단으로서의 실험 단계(만들면서 배우기)라고 한다. 마지막 단계는 실행 단계라고 한다. 이는 디자인 과정이 끝날 때는 소비만이 아닌 참여를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데...(130-131쪽)

 

이는 디자인이 우리의 삶을 혁신하는 능동적인 요소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럴 때만이 디자인이 자기 구실을 할 수 있고,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 디자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도 디자인에 그토록 열중했던 것 아니었던가. 그가 자신의 회사가 만든 제품의 디자인에 열중했다면, 우리는 이런 단계를 넘어서서 우리의 삶을 디자인 하는데 열중해야 한다. 이는 바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외부에서 주어진 조건에 자신을 맞추기만 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 내부에서 오는 욕구를 외부에 투영하여 외부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디자인의 혁신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이 필요하겠지.

 

이 책에 나와 있는 디자인에 관한 명제 세 가지를 적어 본다. 이를 우리의 삶과 관련지어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명제 1 디자인은 형태를 사용하여 경험을 구상하는 창조적인 활동이다.

명제 2 디자인은 물건의 장이 아니라 효과의 장이다.

명제 3 산업 디자인은 단지 디자인의 한 분야일 뿐이다. (138-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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