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패러독스 - 극단적인 남자들, 재능 있는 여자들, 그리고 진정한 성 차이
수전 핀커 지음, 하정희 옮김 / 숲속여우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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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들이 있다.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 평균 임금보다 한참 적다는, 또 회사의 중역이나 정치인, 그리고 고소득 직업에 여성보다 남성이 적다는.

 

그런데 문제는 학창시절의 능력만을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우수하다는데 있다. 성적도 좋고 적응도 잘하고 진학도 잘하는데, 나중에 보면 고위직에서 남성의 수가 여성의 수보다 많은 현상이 생기고 있으니...

 

이를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남녀 평등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로 알게모르게 남녀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통념으로 사회에 퍼지고, 남녀평등지수가 낮은 원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왜 재능 있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다른 삶을 선택할까?"

그리고 왜 여성들은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까?

 

오히려 남성의 위치에 올라서면 더 만족하고 행복해 해야 하는데, 많은 수의 여성들이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는 데서 출발을 한다.

 

여성들은 남성의 거울이 아니다. 즉 남성들이 하고 있는 일에 동등하게 참여하고자 한다는 전제를 의심해봐야 한다는데 핵심이 있다.

 

이런 논의를 이끌어가기 위해 유전학, 심리학, 뇌과학, 그리고 사람들의 사례를 들고 있다.

 

발달한 사회일수록 여성이 자신의 의지로 고위직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 살기 힘든 나라일수록 남녀의 일자리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반면에, 생활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된 사회에서는 남녀가 선호하는 일에 차이가 있다는 것.

 

이 책의 논점은 성차로 인해 차별이 없는 사회에서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에 있다. 즉, 남녀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사회에서는 차별을 없애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성차에 따라 차별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겠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유리 천장을 지니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유리 천장이 없는 사회라면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가 잘 발현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으리라.  

 

지금은 여성성이 강조되는 세상인데, 이는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를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성들이 여성보다는 더 경쟁에 이끌리고, 더 모험을 하며 불확실성에 자신을 맡기고, 남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기에, 그들에게 적당한 일이 있고, 이와는 반대 성향을 지닌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남성과는 다른 쪽에서 발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다.

 

결국 성 차이를 인정하면 삶의 질을 월급의 액수로 가늠하는 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를 알게 된다. 차이가 차별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일. 이것이 진정한 양성평등으로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오히려 차이를 없애려는 모습이 남녀차별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생각하게 해준다. 다양한 자료들로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으니, 무엇이 진정한 양성평등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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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 잠든 우리말을 깨우다 - 국어사전에서 살려낸 우리말 100
박일환 지음 / 작은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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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이렇게 풀이되어 있다.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표준국어대사전)

 

그렇다면 국어사전은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하겠다. 옛날에 쓰던 말부터 표준어, 사투리, 외래어, 심지어는 외국어까지.

 

이 중에서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은 얼마나 될까?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낱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다양하지도 않다. 늘 쓰던 말만 쓴다.

 

이런 현실이니 사전 속에 잠들어 있는 말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게다가 사전에는 우리가 쓰는 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사전에는 사전편찬자의 그물에 걸려든 낱말들만 실려 있다. 사전편찬자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은 낱말들은 우리들이 쓰더라도 사전에는 없으니, 이들은 살아있으되 존재하지 않는 낱말이 된다.

 

이런 낱말을 열외로 하더라도 사전에 기록이 되어 있다는 것 자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썼다는 의미인데, 그럼에도 잠들어 있는 사전 속에만 있는 낱말들이 많으니...이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

 

낱말을 잃어가는 만큼 우리들의 사고도 협소해지고 말텐데.. 우리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언어가 단일화되어 갈수록 사고도 단일화되어 가니, 사고의 다양성, 삶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낱말은 다양할 필요가 있고, 사전 속에 잠들어 있는 낱말을 깨울 필요가 있다.

 

참, 재미있는 말들, 아름다운 말들, 좋은 말들, 그리고 살렸으면 하는 말들이 이 책에 나와 있다. 총 100개의 표제낱말이 있지만, 사실 100개가 훨씬 넘는다. 이 표제낱말들과 관련된 낱말들이 도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전에 잠들어 있는 말들 중에서 동식물, 물건이나 도구, 음식, 사람, 자연과 물리현상, 풍습으로 분류하여 이에 해당하는 낱말들을 사전에서 불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지금도 쓰면 좋을 말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삶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도 가끔은 사전을 볼 일이다.

 

한 번에 주욱 읽기보다는 한 낱말씩, 또는 몇 낱말씩 생각날 때마다 들춰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학생 때 한 번쯤 이런 책을 손에 잡으면 우리말에 대해서 더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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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사 5 - 대중매체 1960~2000 유럽 문화사 5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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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상품이다. 이런 전제를 두고 이 책을 서술했다고 한다. 문화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말을 엘리트들이 한다면 문화는 상품으로써 소비된다는 말은 대중들이 한다고 봐야 하나? 즉, 엘리트들이 독점하고 있던 문화들을 대중에게도 향유하게 하는 과정이 바로 문화의 발전이고, 기술의 발전이고 인류의 발전과정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1800년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오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화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비중이 달라졌을 뿐이고, 기존의 문화가 대중에게 침투해 들어가고,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는 모습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렇담 나는 어떤 문화를 누리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해로 한정지어서 이 책에 나와 있는 문화들을 나에게 적용시켜 보면, 나는 책은 읽었다. 평균 독서량을 넘어설 정도로 책은 읽었고, 신문은 정기구독하는 신문이 하나 있고, 주간지도 역시 하나 구독하고 있으며, 격월간지는 네 가지를 보고 있으니 인쇄매체에 대한 접근은 많이 하고 있는 편인데...

 

그렇담 이제는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텔레비전은 하루에 한두 시간은 보는 편이고, 영화는 몇 달에 한 번은 마음에 드는 영화라고 생각할 때는 가서 보니, 여기에 시디나 디브이디로도 가끔 보고 있으니, 영상매체에 대한 접근은 그런대로 하고 있는 편이라고 하고...

 

음악 분야에서는 이게 뭐라 말하기는 그런데, 올해 음반은 사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해 음원을 다운 받지도 않았으며, 엠피쓰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지도 않았으니, 기껏해야 음악에 대한 접근은 텔레비전의 음악프로그램이나 라디오를 통해 듣는 것이 전부였으니, 음악 분야는 좀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고..

 

공연 분야에서는 오페라는 본 적도 없고, 오페레타도 마찬가지로 본 적도 없고, 가수들의 공연도 가지 않았고, 뮤지컬은 딱 한 번밖에 보지 않았으니, 게다가 무슨 연주회는 도통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 연극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니 공연 분야에서는 까막눈에 가깝다고 해야 할테니...

 

이런 나는 문화를 얼마나 향유하고 있는 인간인가? 나는 문화적 인간인가? 아니면 문화적인 면에서 아직은 많이 떨어져 있는 인간인가? 이런 문화가 나를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나를 구성하고 있는 문화는 이러한 상품으로 치환될 수 있는 문화에 상품이 될 수 없는 과거로부터 나를 규정하고 있는 어떠한 존재들이 또 있을테니... 문화는 상품이 될 수도 있지만, 상품이 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화의 역사를 쓸 때는 눈에 보이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쓸 수밖에 없으니... 이 책의 서술이 이러한 과정을 밟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이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상품으로 치환하여 상품이 아닌 것의 자리가 많이 좁아진 시대이기에 문화 역시 상품으로 치환되고 있을 뿐이지만, 문화는 상품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의 지은이도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미국 문화가 세계를 단일화하지 못했는가? 상품성이 가장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가가 개입하여 자국의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가 하는 생각을 이 책이 하게 하기 때문이다. 상품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어떤 문화의식, 그러한 의식이 문화를 하나로 단일화ㅡ표준화 못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담 우리는 세계의 대표적인 문화를 따르기도 해야겠지만, 우리만의 문화를 어떻게 하면 세계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무조건 세계화를 하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 사회에, 우리 정서에 맞는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고.

 

각 지역에 각 인종이 각자의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이라는 어떤 보편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다면, 비슷함 위에 다름을 수놓는 문화들이 인류를 더욱 풍성한 삶으로 초대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다. 단지 다른 나라의 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다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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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사 4 - 국가 1920~1960 유럽 문화사 4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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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에서 시작한 유럽문화사가 이제는 근대, 아니 현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처음에 인쇄매체인 책으로부터 시작한 첫권이 시작을 영상매체로 시작하는 4권이 되었다. 방대한 문화적 편력이지만, 가끔은 아는 사실과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문화에 관해서 영국과 프랑스가 패권을 지니고 있었는데, 어느덧 4권에 오면, 아니 1920년대에 오면 1차세계대전이후 미국의 패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특히 영상매체인 영화에서는 미국의 패권이두드러지고, 이것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유럽이 이러한 미국 영화의 패권에 대항한 방법이 예술영화를 만드는 일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국제 영화제들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즉, 유럽은 미국의 대중적인 영화에 도전하기보다는 자기들 나름대로의 기준을 지니고 영화라는 매체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1920년대부터 약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식민지였기에 제대로된 영화가 발달하지 못했고, 해방이 되고 난 다음에는 미국영화의 공세 앞에서 많은 부분을 내줄 수밖에 없었으며,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 쿼터제를 도입했지만, 세계화의 물결 앞에 쿼터제도 많이 축소되어버렸지 않은가.

 

다만, 미국영화의 물결 속에서 영화기법들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어, 우리도 이제는 미국 영화 못지 않은 영화기술들을 보유하게 되었고, 대작들은 미국영화에 밀리기도 하지만, 우리 영화로도 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한중일 합작영화를 찍는 등 우리영화를 외국을 대상으로 촬영하기도 하니, 이 책에서 나온 영화의 발달사를 우리나라 역시 따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이 책은 우리나라 문화를 보게 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 이어 책들은 여전히,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읽히고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고, 음악 부분에서도 녹음 기술이 발달이 가수들을 유명하게 만들어 주고, 음악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는 내용에서, 세계화는 1990년대에 나온 말이 아니라, 이미 근대화의 초기에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세계화가 문화에서는 자연스레 일어난다는 생각. 지금 우리나라 역시 한류열풍에 힘입어 우리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상태이니, 한 때 문화의 수입국에서 이제는 문화의 수출국이 되고 있으니, 그런 문화적인 힘을 계속 유지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영화만큼 미국의 패권을 보여주는 분야가 만화 분야라고 한다. 만화 역시, 유럽은 변방에 머물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적인 만화를 번역, 번안하고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시대는 유럽문화라고 하지만, 유럽에서 건너간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문화가 유럽 문화를 오히려 선도하고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언론들, 특히 일간지들을 다루고 있는 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왜이리도 비슷한지, 그들의 독자확보 경쟁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자건거 신문, 상품권 신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과 비슷해서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라디오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모습, 이것은 곧 텔레비전으로, 그리고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바뀌어갈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라디오로 교양과 교육을 담당하다, 정치적인 면까지 다루게 된 루즈벨트의 이야기는 지금 정치상황을 연상시켜, 참 세상은 빠르게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지니게 한다.

 

우리와 가까운 기간이 이 책의 내용이다. 지금 우리를 규정한 대부분의 문화들이 이 때 활발해졌거나, 탄생했으니... 단지 유럽의 문화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이런 문화들은 우리의 문화이기도 하다.

 

지금 시대와 가까울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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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사 3 - 혁명 1860~1920 유럽 문화사 3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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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사 3권의 제목은 혁명이다. 이 책이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으니 이 혁명을 정치적인 혁명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시대를 무 자르듯이 싹둑 자르지는 않지만 책에 있는 시대구분은 1880년에서 1920년까지다. 정치적으로도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난 때이기도 하긴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혁명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물론 정치와 문화의 관계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통신혁명으로 시작한다. 통신이 혁명적으로 발전함으로써 세계는 하나가 되어 간다. 며칠, 몇달씩 걸리더 일이 이제는 몇 시간만에 서로 연락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혁명이다. 여기에 라디오까지 발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통신 혁명은 세계를 좁게 만들어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고 교류를 쉽게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유럽대륙과 미국이 함께 묶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할까.

 

하여 이 시대에는 소설도 국제화가 되고, 이러한 문학들이 세계를 막론하고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여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프랑스의 에밀 졸라가 양심적인 작가의 대표로 나오고, 또 세계적인 작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소설에서도 범죄, 아니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추리 소설이 자리를 잡으며, 과학소설이 등장하여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며, 이제는 대중소설들이 등장하여 문화의 대중화가 이루어진다. 

 

언론 또한 이제는 특정 집단을 벗어나서 대중들이 향유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를 잡으며, 이와 더불어 음악 분야에서도 축음기의 발명으로 인한 녹음기술의 발달로 가수들이 유명해지고, 이들의 노래를 녹음하는 일이 유행하게 되는 모습, 그리고 그러한 노래의 녹음이 오히려 공연을 더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 여기에 드디어 영화가 나온다.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는 1890년대에 등장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는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중심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아주 오래 되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영화는 이제 겨우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기술의 발달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영화라고 할 수 있으니...

 

영화의 중심국이었던 프랑스가 미국에게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모습도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문화의 중심이 한 곳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우리도 문화의 수입국에서 문화의 수출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기울어져가는 국운, 그리고 곧 닥칠 국권의 상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 때는 우리의 문화에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때가 아니었던가. 비록 우리는 국권상실이라는 비극을 겪어 정상적인 문화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봐야 하지만 말이다.

 

읽으면서 자꾸 우리나라의 그 때와 겹쳐진다. 이들이 이렇게 문화를 만들어갈 때와 우리가 제대로 된 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일본에 종속되던 때...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문화의 중심은 항상 변한다는 사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깨닫게 해준다.

 

방대한 내용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갈수록 우리와 친숙한 내용들이 나온다. 이제는 어느 정도 우리와 동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해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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