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영어 어디서 배웠니? - 유학 안 다녀온 국내파 통역관의 영어 따라잡기
정대진 지음 / 책마루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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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공부, 난 이렇게 했어.
 
 
  영어 공부가 쉽지않다. 매일 읽고, 쓰고 연습한다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 어렵다. 누군가 전문가가 영어 공부에 대한 방법을 알려준다면,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방법론과 다양한 영어공부비법이 난무하는 현실이다.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공부방법을 찾으면 되는데, 그게 참 생각처럼 쉽지 않다. 누군가의 방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공부하지 않고, 통역관으로 군대를 보내고, 영어와 친근한게 지내온 저자가 쓴 책이다. 자신의 영어공부 방법을 오픈해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은 출간됐다. 이 방법만 하면 된다는, 나를 따르라 방식의 공부방법 소개가 아닌, 자신의 방법을 소개하는, 영어는 꾸준히 오래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라서 소중하다.
 
 
#  나의 영어공부 방법을 되돌아보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와 만났을 때의 추억부터 시작해서, 책은 통역관을 거쳐, 지금도 스터디 하는 과정까지 영어 공부의 과정을 소개한다.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영어 사이트와 원하면 인터넷 전화를 통해, 회화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타인의 궤적을 보면 그것이 보이는데, 혼자서 스스로 공부를 하려 하면, 그게 보이지 않고 그냥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복사와 단어공부를 컴퓨터로 하는 실용적인 방법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삽질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부분은 가장 미련해보이는 길이, 사실은 가장 빠른 길이라는 방법을 다시 깨닫게 한다. 한비야님의 중국견문록에서 중국어 초급반을 공부했을 때, 자신은 가장 느렸지만, 그때 느리더라도 꾸준히 공부한 것이 중급과정에서는 효과적인 보탬이 되었다는 글이 떠올랐다. 초급과정을 쉽게 외웠던 친구는 중급과정에서 머리만 믿다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는 머리의 차이로 하는게 아니라,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학습의지와 동기가 강한 사람이 꾸준히 했을 때 나타난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영어 공부 방법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 많다는 생각이 가능하다.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다양하게 영어를 공부하는 익명의 독자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공부법을 추천한 책이다. 부록으로 실린 삼삼한 영어공부 추천 사이트가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나씩 정보를 읽다보니, 방법을 몰라서 공부를 못한게 아니라, 꾸준히 도전하지 못해서 공부를 포기했다는 생각을 했다. 단기간에 뭔가 성과를 내려는 조급한 마음과, 언어를 즐겁게 다가서지 못했던 마음가짐이 내 영어공부의 가장 큰 장벽이었음을 깨달았다.

  뭔가 특별한 정보를 찾는 이보다, 자신의 방법을 돌아보고, 기본을 되돌아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의 현재 수준과 목표를 분명히 파악하는 일, 어떤 언어를 공부하던지 꼭 필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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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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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임을 주는 책이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서재 결혼시키기를 제일 먼저 하고 싶다. 내가 살아오며 만났던 책들과 그가 살아오면서, 그를 만들었던 책이 하나의 공간에 놓이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우리가 함께 길을 걷어야 하는 사실을 알려주는 즐거운 의식이라 생각한다. 『서재 결혼 시키기』의 저자와 배우자가 서재에 어떤 책을 채울까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책의 서가를 싫어하지 않는, 책을 좋아하는 이와 꼭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욕망이 생겼다.

 
  4년에 걸쳐 쓴 18편의 에세이를 한 호흡에 읽었다. 한 문장을 읽으면, 다음 문장이 손짓한다. 읽다보면, 허전함에 다음 글을 찾아 떠나다 보니, 어느새 끝이었다.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책에 빠져있는 행복한 책가족의 일상을 보는 일은 설레고 행복하다. 
 
 
#   책과 함께 살아가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서가에 책을 저자의 뜻대로 옮기던 그는 셰익스피어의 책에서 난관에 빠진다. 조지는 나와 결혼해 살면서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데 그 때만의 달랐다고 한다는 글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또 즐거움이 그들을 사로잡았는지 상상하니, 질투가 났다.
 
  책에 펼쳐진 글은 상상의 나래가 되어, 지금 여기에서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게 했다. 내 서재를 꾸민다면, 어떻게 정리하지, 공간은 얼마나 나누고, 또 어떻게 책을 관리해야 할까. 겹치는 책은 또 어떻하지?
 
  책과 함께 살아가다 겪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책에 있다. 책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푸는 퀴즈, 극지방 탐험에 관한 책꽂이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지인이 좋아하는 섀클턴 이야기가 있어 흥미로웠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책을 좋아하는 지인을 생각하고, 우린 그렇게 책과 또다른 책의 여정을 떠난다.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 다양한 이들, 원서를 봐야 볼 수 있는 수 많은 책들을 보며,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도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주는 동질감에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꼈다. 수 천년 전에도 공자님은 죽간을 세 번 바꿨고, 조선 시대 여인네는 방각본으로 소설을 읽었다. 일제시대, 전쟁 중에서도 사람들은 책을 읽고, 책과 함께하면서 세상이 변하기를, 세상과 타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꿈꾸며 살아왔다.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서 살아남았던 종이 책은, 정보화 기기의 발달로 인해 전자책과 다른 매체로 인해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소수만 읽었던 권력의 도구에서, 보편화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사양의 길을 걷고 있다. 문자를 읽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위가 남아있는 한, 가장 싼 비용으로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매체가 종이 책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촉감과 시각, 뇌와 장소가 주는 후각까지 다양한 감각으로 읽는 독서의 매력은 한 번 깊이 빠지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믿는다. 책의 미래는 불안해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남을거라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의 미래는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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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기를 권함 - 2004년 2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샨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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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호흡으로 인생을 살자.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이란 책이 있다. 책, 이제 천천히 즐기면서 읽으라!,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오독'의 발견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인 책이다. 책을 읽는 방법의 저자는 느린 호흡으로 책을 읽기를 권한다. 소설은 속독을 할 수 없다. 책을 읽을 때 떠오르는 잡생각, 노이즈들이 책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라 주장한다. 『책을 읽는 방법』이 소설을 좀 더 풍성하게 읽는 방법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느린 호흡으로 인생을 살기를 권한다.
 
  고 권정생님의 추천사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책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너무 많이 읽지 말라고 권하던 권 선생님은, 한 달에 서른 권을 읽는 아이는 절대 안된다며, 아무리 많이 읽어도 다섯 권에서 열 권이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소년 시절 『죄와벌』을 이틀 만에 읽는 일이 후회된다며, 열흘간 천천히 읽었더라면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었을거라 이야기한다.
 
  빠르게, 더 남보다 앞서야 한다며, 속도를 강조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느린 호흡으로 책을 읽자는, 살아가자는 주장은 세상의 흐름과 어긋난다. 의미를 찬찬히 생각하다보면, 고속버스로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인생이 아니라, 자전거나 두 발로 거닐며, 주변의 경치를 내 온 감각을 이용해서 호흡하고 숨쉬며 살아가자는 외침이 느껴진다.
 
 
#  느리게 읽었더니, 더 깊은 삶이 보이더라.
 
 
  저자는 느리게 읽기를 강조했던 많은 문학가와 글쓰는 작가를 인용하며, 느리게 읽기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헨리 밀러, 엔도 류키치의 글을 인용하고, 느리게 읽었을 때 더 깊이 있게 느껴지는 체호프와 보바리 부인의 글귀도 인용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글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한 줄이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세 번째 읽었을 때, 이 글귀를 발견한 저자는 글이 있었던 풍경을 그려주며, 이 글을 통해, 고요한 야음의 광경과 쓸쓸하고 절실한 그래서 행복감마저 들게 하는 깊은 마음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수 없이 스쳐지나가는 글귀들 속에, 마음을 서늘하게 만드는 글은, 작품과 함께, 작품을 읽었던 시간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든다. 글의 내용이나 요점등을 파악하기 위한 독서에서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다. 영화와 드라마에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인 부분을 많이 빼앗겼지만, 소설이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살아 있는 이유는, 이러한 즐거움을 향유하는 독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서가에 꽂아두고 마음을 다잡는데 사용하다.
 
 
  186 페이지의 짧은 글에, 책의 크기도 작다. 서가에 꽂아두고, 제목이 주는 의미만 생각하더라도 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각난다. 「천천히 읽는다」, 「행복한 책읽기」, 「생활의 시간」, 「대식과 다독」, 「독서의 주기」, 「책을 손을 들고」까지 6개의 글 모두, 느린 호흡으로 음미하며 읽기 좋다. 책이 만들어지는 시간만큼, 정성들여 책을 읽는 건 어떨까라는 저자의 물음표에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 누군가는 1년, 4년, 10년 이상 긴 정성을 들인 책을 난 하루나 이틀, 짧은 호흡으로 읽어나가고, 기억에서 잊고 살았다. 속도와 양을 자랑하지 않는다면, 자기만의 호흡으로 책을 읽는 일은 중요하다.
 
  비문학, 인문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분야의 책보다 문학작품에 특히, 느리게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다독도 하고, 통독도 하며, 정독도 하는 잡식성 책읽기를 하고 있기에, 저자의 책읽기 방법에서 하나의 방법을 고수하는 이의 강한 신념을 느꼈다. 엉금엉금, 한 걸음씩 걸으며, 깊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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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깨우는 글쓰기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지음, 박여명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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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의 괴로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1년 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늘 생각만 맴돌았다. 글을 쓰려하면, 이 글을 누가 보고 뭐라 하면 어쩌지하며, 두려워하기도 했고,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읽기에서 멈추기도 했다. 일상의 풍경, 사람과의 만남, 추억하고 싶은,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쓴다는 실천을 하지 못했다.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일상 기록법이란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일을 하거나, 쉬고 있거나, 사람들은 무언가에 지쳐있다. 고요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맑은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산사에 있는 스님에게 가능한 일이다. 매일 사람들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고, 마음이 바쁜 속인들은 글 한 줄 끄적이는 데도 많은 생각에 빠져 산다.
 
  부제처럼, 책은 편하게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는 감각을 자극하고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창조적인 표현 수단이고 창조적인 행위임과 동시에 모험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왜 써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즐겁게 쓸 수 있는가? 이렇게 기록하는 일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가?라는 3가지 질문에 대합 답이 책 구석구석에 숨어있다.
 

#  글쓰기 나를 찾는 여정.
 
 
  저자는 글쓰기를 하는 이유를 삶이 허무하게 흘러가 버리는 느낌을 벗어나기 위한 기록이라 말한다. 매일 겪기 때문에, 큰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스쳐 지나가는 작은 조각들을 열심히 기록하다보면,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고 주장한다. 오래 전에 썼던 일기장을 보면서, 그때 했던 생각들에 깜짝 놀라듯이, 글쓰기에는 나를 돌아보게 하고,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이 있다. 가끔은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닥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에서는, 경청하기만 해도 많은 어려움의 반은 풀린다는 글귀가 떠올랐다.
 
  글 쓸때 고민하게 되는 도구, 장소, 글쓰기의 형식은 큰 의미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쓰고 싶고, 적고 싶은 장소에서 자유롭게 글쓰기를 시도하기를 저자는 권한다. 생각의 전환을 주는 큰 방법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당장 여기에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 좋았다. 거창하지 않아도, 바로 시도할 수 있기에,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 생각을 조금씩 일기장에 노트에 적었다.

  2부에서는 새롭게 글을 쓰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는데, 목록시와 두 단락 기술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목록시를 통해서는 시라는 형식에 대한 부담감 없이 단어 나열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였다. 두 단락 기술은 찬성 또는 반대, 사실 또는 감정, 관찰 또는 해석 으로 나누어 글을 쓰는 방법이다. 토론의 주제라던지, 수필로 쓸 주제들의 글감을 정리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록이라는 게, 당시에는 소소해 보여도, 지나고 나면 당시의 현실을 정확히 보는 좋은 열쇠가 된다. 지금 이 순간, 사는게 무료하거나, 의미없어 진다면, 그 이유를 글로 써보자. 부정적이던 우울하던지 일단 쓰고, 마지막에는 희망적인 글귀로 남기자. 가까운 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는 펜으로 종이에 쓰는 것만으로도, 속 깊은 친구와 대화해서 후련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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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니 모으게 되더라
손영옥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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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아가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무언가에 흠뻑 빠진 이들을 치, 광이라 말한다. 간서치, 매화광 등 조선 후기 시대를 풍미했던 무언가에 흠뻑 빠진이들이 생각난다. 오늘날로 한다면, 오타쿠, 매니아가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문화유산에 흠뻑 빠져, 그 존재를 완상하고, 후대까지 이어오도록 잘 보존한 컬렉터들이 있다. 수집가라 불리는 그들 덕에 전쟁과 다양한 사연들로 인해 소실되거나 사라질 뻔한 작품들이 아직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 그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조선의 그림 수집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생각한다. 쉽사리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그들의 인생과 수집한 작품을 통해, 단지 부를 늘리기 위한 예술 재테크가 아닌,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고, 작품의 진면목을 완상하는 이들의 삶을 엿보았다. 조선이라는 이름에서 오래되고, 재미없는 느낌을 받았지만, 꼼꼼하게 구성된 연구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한 꼭지, 한 꼭지 다음을 궁금하게 읽게 했다.
   
 
#  그림에 흠뻑 빠졌던 왕족, 양반, 중인들...
 
 
  왕족과 양반, 중인, 신분으로 구분해서 3부가 나뉘어진다. 연산군이 예술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도 책을 통해 더 깊게 알게 되었다. 양반 컬렉터에서는 이병연과 박지원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겸재의 그림에 나오는, 좋은 벗이 이병연이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이병연의 시와 겸재의 그림을 볼 때, 두 사람을 함께 떠올리게 되어 좋다. 수집가였지만, 감식안은 없었다는 사실에서, 투자의 재능과 미를 알아보는 능력은 구별된다는 현실을 알았다. 재벌이 수집하는 그림에도 투자목적인 그림이 있을테고, 서민이 가지고 있는 그림에 감식안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그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박지원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호질전과 허생전 등 풍자적 면모의 글을 쓴 작가와 백탑파의 거두라는 생각만 했는데,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제발을 남긴 사실을 알았다. 수장가와 감상가에 대한 평에서는, 책을 소유를 먼저 하고, 나중에 읽는 이와 읽었던 책 중 의미깊었던 책을 소장하는 두 부류로 나눠 보는 생각의 전환도 했다.
 
  16인의 다양한 그림 수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살피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을 들여 연구했을지가 눈에 보인다. 공들인 정성과 시간만큼 글이 길어지다 싶은 부분에는 다음 글로 넘어가기를 돕는 적절한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림수집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그림들과 그림의 가치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  남아있는 것들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책, 그림, 골동품 등 남아있는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고,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들에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유명하지 않아, 관심받지 못해 이야기가 없더라도, 무언가가 내 앞에 보일 때에는 다양한 사연을 거쳐서 지금 이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배웠다. 다양하게 찍힌 수장인은, 만남 속에서 남겨지는 상처와 추억을, 위작 시장이 판치는 면에서는 원하는 것을 쉽게 얻으려하는 욕망과 그 욕망에 부응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을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위작 시장과 수집가와 감상가들을 통해 다시 엿본다.
 
  미술하면 서양 미술, 회화만 생각했는데, 책과의 만남으로 조선 그림에 대해서도 살짝 눈길이 간다. 작품이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누구를 거쳐 소개되었는지, 그 시대에 유명했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생각하다보면, 역사에 대해서도 미술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니 모으게 되던 수집가처럼, 조금씩 공부하다 보면, 그림을 더
깊게 알아가는 기회가 생길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분야를 만나면 어렵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마음을 울린다. 조금 더 조선시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리즈로 나온『조선 국왕의 일생』, 『조선 양반의 일생』, 『조선 여성의 일생』도 읽어보며, 조선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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