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연의 수학플러스 - 고사성어로 푸는 수학의 세계
이광연 지음 / 동아시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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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하늘 천, 따 지... 한자는 너무 어려워.
 
 
  한자는 어렵다. 기본 부수와 천자문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자를 익히다, 포기한다. 고사성어로 한자를 공부하는 방법은 조금 쉽다. 네 글자로 예절을 알려준 사자소학처럼, 네 글자로 이루어진 한자성어에는 옛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야기를 좋아해서 고사성어를 통해 즐겁게 수학을 배우려 노력한다.

 
  한자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고사성어와 수학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수학도 어렵고, 한자도 어려운데,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알려준다니, 귀가 쫑긋했다. 바쁜 세상, 시간도 많지 않은데, 한 번에 두 가지 공부가 가능한 책에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책을 펼쳤다.
 
 
  # 저자의 상상력에 박수를.
 
 
  수학에 해박한 지식과 고사성어를 잘 아는 교양있는 저자이기에 가능한 책이다. 고사성어의 연유와 어울리는 수학적 지식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각주구검을 미련한 행위라고 놀리지 않고,수학의 좌표평면에 한 점을 찍은 행위라 말한다. 토끼가 나무에 부딪쳐 죽는 행위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난 위치를 알았다는 위치표시의 선구자라 생각한 저자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수학을 어떻게 하면, 쉽게 대중들에게 연결시킬까 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런 상상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30개로 이루어진 글에 숨어있는 60개의 고사성어, 250개의 한자와 30개의 수학적 지식이 알차게 담긴 책이다.
  
 
#  '교양 수학'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교양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사람이 갖추어야 할 지식이나 예의. 또는 배우거나 익혀서 얻은 좋은 몸가짐이나 됨됨이라 적혀있다. 수학은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칙연산에만 필요한 듯 보이지만, 현실에서 최단거리를 계산하거나, 인공위성의 위치정보 서비스 등의 기초이며, 가장 최소 단어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 상대의 말에 논리적으로 대응할 때에도 수학지식이 필요하다. 알아두면, 직, 간접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학문이다.
 
  인문학과 수학이 잘 어울리는 학문이라는 걸 책을 통해 배웠다. 지식을 전달하는 이의 눈높이가 대중에게 낮아질수록, 어렵게 보이는 학문도, 저자의 사다리를 통해 쉽게 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년 4월까지 다섯번의 강산을 바꾼 시간을 보낸 지인과 수학과 한문 공부를 한다. 기초가 없는 지인이라 수학을 어떻게 함께 공부할까 고민했는데, 책을 통해, 공부방법에 접근하는 요령을 배웠다. 눈높이를 낮추고, 최대한 쉽고, 이해할 수 있게. 수학과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말을 거는 방법까지 배웠다. 애정이 있는 글에는 힘이 넘친다. 저자의 수학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수험생과 수학과 한자를 각기 좋아하는 이에게 다른 학문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다. 떠나기 쉽지 않은 여행이지만, 돌아오는 길은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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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
후지와라 신야 글 사진,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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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여행자는 자신이 머물던 장소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 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 떠나기도 하고, 여행의 삶이 자신의 옷에 더 잘 맞아 떠나는 이도 있다. 치기어린 행동이던지, 어쩔 수 없이 떠나던지, 여행은 감정의 변화와 함께 시작된다.
 
  막상 떠나보면, 생각과 다른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떠났는데,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기도 하고, 죽음과 전쟁같은 긴장감 넘치는 일과 대면하기도 한다. 관광이 아닌, 정처없이 떠나는 여행에는 그만큼 새로운 감정들이 마음에 들여찰 일이 가득하다.
 
  날 것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오랜 시간 많은 나라를 떠돌아 다닌, 저자가 잘 다듬어진 경험이 아닌, 여행기라고 하기에 뭔가 부족하지만, 감성이 살아 넘치는 작은 에피소드를 모은 책이다. 월간지에 기고한 글이라서, 5페이지정도의 짧은 사진과 에피소드의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 나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끌림』과 함께 읽은 책이기 때문일까. 여행을 하고 싶은 욕망보다, 여행자가 느끼는 다양한 감성과 독특한 체험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미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음식점에서 빵을 팔던 멕시코 부부와의 만남에서 생긴 이야기이다. 굶주림에 빵을 사고 싶은데, 냉정하게 NO라고 거절당하자, 운전을 하고 나왔던 저자는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생각에, 차를 돌려, 음식점 문을 발로 차며 "차별하는 놈은 차별받는 놈보다 못하다는 것을 명심해!"라고 외친다. 노인은 서글픈 표정으로, "용서해줘요, 젊은이... 아,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 내가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줬어야 하는 건데. 이봐, 코이. 이리 와서 설명해줘."라고 말한다. 코이가 부끄러워하듯이 얼굴을 붉히며, 도넛을 주지 못한 이유는 어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중한 사과를 하고 한가득 채워준 도넛을 가슴에 안은 저자에게 코이는 따스한 스프를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며 건넨다. 할 말이 없던 저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코이의 얼굴 그저 바라보며, "오늘 저녁은 내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행복한 일, 아니 사건일 거에요."라고 말하고, 코이는 "그럼 난 하루 지난 도넛을 준비하고 손님을 또 기다려야겠군요."라고 답한다.
 
  인종차별을 수없이 겪었던 저자의 분노도, 오해로 어긋날 뻔했던 코이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디에서건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공간에서 오래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이해할 수 없기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과 이해할 수 없으니 빨리 포기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아졌다.
 
  똑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사건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꽃으로 물고기를 낚은 이야기, 힌두교만이 있는 반음양인까지 차별의 틀 안에서 모두 포용하는 세상 등, 세계는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지금, 이 곳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헤라자드처럼, 이 작가의 이야기는 그 다음이 늘 궁굼해진다. 전작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가 걸었던 여행지를 다른 시선으로 걷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읽고나면 생긴다. 같은 공간을 같은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지 않다. 그의 여행기는 읽을수록, 여행지에 대한 동경보다는 여행자의 내면과 더욱 대화하고 싶어진다. 다음 여행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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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청춘 - 보석같이 젊은 날을 위한 15일 인생수업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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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젊음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가난한 살림은 글쎄....
  
 
  이외수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젊은 시절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절대적 가난이었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마이너로 살았지만, 결국 주류의 손길을 받을 정도로 잘 이겨낸 그이기에 가능한 말이다. 보통 젊었을 때는 시간이 많지만, 돈이 없고, 늙어서는 돈은 있지만, 무엇을 할 용기가 없다. 풍요로움을 느꼈던 어린 시절이 지나, 서브프라임과 국가경제의 악화, 취업이 안되는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청춘에게는 하루하루 사는 일이 괴로움의 연속이다.
 
  열정만 가득차고,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청년을 위해, 김열규 교수가 펜을 들었다. 한국학의 대가인, 노스승이 전하는 15일간의 15가지 이야기는, 청춘을 위한 2주간의 특별한 맞춤 처방이라 생각된다. 『독서』,『노년의 즐거움』을 즐겁게 읽었기에, 저자의 청춘 메시지가 관심이 갔다. 치열하게 공부했던 저자가 들려주는 청춘의 시간의 가치에 대해 듣다보면, 돈이 없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 좌절이라는 단어만 머리에 떠오르는 시간들이 소중한 순간으로 바뀔거라 기대했다.

 

 
#  15가지 소중한 이야기.
 
 
  시간, 자아, 야망, 고독, 도전, 고통, 결핍, 방황, 슬픔, 죽음, 결단, 낭만, 교양, 사랑, 웃음까지, 청춘에게 꼭 필요한 15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죽음, 방황, 슬픔, 고독 등 어둡게 느껴지는 단어도 청춘의 사전에 들어가 있는 점이다. 젊기에 고생도 할 수 있도, 방황도 가능하고, 슬픔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일까? 노년에 느껴지는 여유, 체념, 만족, 지혜라는 단어에 비해, 젊은이에게는 도전과 역동감이 느껴지는 단어가 많다. 그리고 아직 채워지지 않는, 비여있는 그 공간이, 어떤 것을 채울지 고민하게 하는, 가능성으로 바뀐다.

   

 

  하나의 말의 힘으로
  나의 인생은 다시 시작한다.
  내가 태어난 것은 그대를 알기 위해서
  그대를 이름 부르기 위해서

  -- 사랑. 232p


  어려운 처지를 당했을 때 또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웃음으로 넘길 줄 아는 마음의 여유야말로 유머의 웃음을 빚어낸다. 웃음 가운데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웃음이 바로 유머임을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한다.
 
  젊은 나이에는 자칫 무슨 일에나 서두르기 쉽다. 그러다 보면 애가 타고 초조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는 주위를 살피는 여유, 사건이나 일의 앞뒤를 캐는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쉽다. 하지만 젊음일수록 멀리 내다보고 널리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러자면 도량이 커야 할 것이고, 서물을 이해하고 보는 마음도 넓어야 할 것이다. 부당하게 서두르지 말고, 턱없이 조급히 굴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웃음    256-257p


   

 
  사랑과 웃음에 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젊음이기에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랑과 젊어서 힘든 일이 많기에 더 여유를 가지고, 웃어 넘길 수 있는 마음의 크기가 커야 한다는 메시지는 책 내용 중,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글귀이다.
 
  15가지를 넘어 150가지도 간직 할 수 있는 여유와, 단 하나만 굳게 품고 있어도 힘든 시간들을 거칠 수 있는 힘이 청춘에 있다. 희망과 도전을 마음에 품고 있는 젊은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지금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워나가는 청춘, 멋진 그대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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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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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탑 아래에서 흥겹게 노닐다.
 
 
  흐드러진 봄날이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행적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던, 박종채는 아버지에게 글을 배우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 글쓰기를 가르쳐달라고 하면, 연암은 "매일 경서 한 장과 주자가 쓴 『강목』한 단씩을 읽거라"라며 글 읽기만 강조했다. 그러던 어느날 종채는 지인에게 아버지가 제자의 글을 베꼈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오해를 밝히려 마음을 먹는다. 그러던 그에게 『연암협 일기』라는 책이 도착하고, 종채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연암 박지원의 행적도 알아가고, 글쓰기의 비법도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탑 아래에서 서얼들과 흥겹게 어울렸던 박지원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에, 스토리 텔링 기법을 넣어, 글쓰기의 비법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고안된 책이다. 추리소설처럼, 비밀의 단서를 던져주고,  다음을 궁금해하게 만드는 작법이 인상적이다.


#  글을 배우다.
 
 
   지문이라는 아이가 아버지의 권유로 연암 선생에게 글을 배우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흥미로웠던 점은, 최근에 느리게 읽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처음 연암의 가르침의 시작이 천천히 읽기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자네는 앞으로 공부법부터 바꾸어야 하네. 많이 읽고 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야.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음미하고 자세히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네. 알아듣겠는가?"
 
  "우선 『논어』를 천천히 읽게. 할 수 있는 한 천천히 읽어야 하네. 그저 읽고 외우려 들지 말고 생각하면서 읽게. 잘 아는 글자라고 해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네. 반드시 한 음 한 음 바르게 읽게"
 
  ...

  느리게 읽으라는 것은 다시 말해 꼼꼼하게 읽으라는 뜻이었다. 꼼꼼하게 읽다 보니 예전에는 별 의심 없이 지나쳤던 구절들이 하나하나 걸렸다. 그럴 때면 더 이상 책장을 넘기지 않고 그 구절들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런 식으로 한나절을 노려보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 의미가 이해되는 것이었다.
 
 ...

  '독서는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푹 젖어야 책과 내가 서로 어울려 하나가 된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주는 첫 번째 가르침이다. - 정밀하게 독서하라.
 
 
  관찰하고 통찰하라.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라. 희중을 정확히 전달하라. 관점과 관점 사이를 꿰뚫는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 법고의 묘, 법고 창신의 묘, 사이의 묘를 익혀라.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수칙 11가지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명확한 주제의식 갖기와 제목의 의도를 파악하기, 단락 간 일관된 논리 유지와 인과관계에 유의와 시작과 마무리 잘하기, 사례를 적절히 인용하고 운율과 표현을 활용하여 흥미를 더하며, 참신한 비유와 반전의 묘미, 함축의 묘미 살리기와 마지막 여운 남기기의 방법은 마음에 담아 둘 가치가 있었다. 사마천의 분발심을 잊지말라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
 
  연암과 제자의 대립관계를 통해, 이야기는 흥미진지해진다. 글쓰기의 방법도 자연스레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연암은 정조의 글체에 비해, 소품이라고 불리는 자연스러운 문체를 새롭게 도입한 인물이다. 글을 쓰는데 치열하게 고민했던 연암의 마음이, 소설을 통해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함을 느꼈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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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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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속독 컴플렉스'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지인 중 한명은 지독한 천천히 읽기로 독서를 한다. 빠른 세상,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어떻게 느리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래도 꾸준히 매일 책을 읽으려 노력하니, 일년에 100권에서 150권은 꾸준히 읽는다. 그것도 소설로만.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리딩법을 읽으며, 지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느린 호흡이지만, 깊이 있게 책의 세계에 흠뻑 빠져서 읽는 책읽기, 그렇기에 그는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했다.  저자는 다시 읽기로 더 깊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루에 한 권 정도 책을 보는 독자에 비해서는 책을 좀 더 빨리 읽는 편이다. 일부러 빨리 읽는다기 보다는, 자꾸 책을 보다보니, 책읽는 속도가 자연스레 빨라진 편이다. 슬로리딩이라는 단어를 보며, 『천천히 읽기를 권함』이라는 책을 떠올렸는데, 저자 역시, 이 책의 아이디어에서 슬로리딩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고 한다. 꼼꼼하게 책을 읽는 숙독, 정독의 방법을 좋아하는 작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  독서가 재밌어지는 슬로리딩!
 
 
  독서를 즐겁게 하고 싶다면, 먼저 작가가 준비해 둔 장치나 고안을 잘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작가는 권한다. 실제 소설을 집필한 소설가의 말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읽는 이들이 자신의 책을 슬로 리딩할 것이라는 전제아래 쓴다는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작품을, 그 기간은 아니더라도 짧은 시간에 휙휙 읽어나갔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슬로리딩의 습관은 면접과 사회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 주장이라 생각돼도 가만히 참고 상대의 발언을 슬로 리딩하고 '그러니까, 이런 뜻이죠?'라고 요약하고 보충한 다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법을 저자는 권유한다. 느린 호흡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천천히 책을 읽기를 권함』에서 배웠다면, 『책을 읽는 방법』에서는 느린 호흡으로 책을 면밀하게 읽어나가는 테크닉을 알았다.
 
 
#  묵독으로 책을 읽다.
  
 
  『천천히 책을 읽기를 권함』에서는 낭독의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책을 읽는 방법』에서는 묵독을 권한다. 음독의 문제 중 하나는 잘 읽는 것에 의식을 집중하다보면 주의력이 산만해진다는 점이라 저자는 말한다. 베껴 쓰기를 비효율적이라는 점은 한 번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문장의 매력을 느끼려면 천천히 반복하여 묵독하기를 권하는 점에서, 느린 호흡을 권하는 두 저자는 입장이 갈라진다.
 
  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복수의 책을 비교하고, 밑줄과 표시, 내 처지로 바꾸어서 읽는 등 다양한 읽는 방법을 제시한 후, 2부에서는 실제 작품들을 통해, 슬로리딩을 통해 책을 어떻게 깊이 있게 읽었는지 보여준다. 조금 더 깊이 읽다보면, 생각도 깊어지고 저자와 작품에 대한 애정도 강해질거란 생각을 했다.
 
  빠른 세상, 여유 없는 정보 과잉의 세상이지만, 문학작품, 특히 소설은 느린 호흡으로 읽는 것이 좋음을 깨달았다. 책을 읽는 방법이 다양하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어떤 방법이던지, 자신의 성향과 맞는 책을 읽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좀 더 도전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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