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의 한국에서 유일한 말하기 영문법 - 읽기만 해도 말이 된다
한일 지음 / spicus(스피쿠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  왕초보의 시선에서 영어를 생각하다.
 
 
  며칠 전, 아는 지인이 부탁을 했다.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가는 방학이 곧 다가오는데, 영어와 수학을 방학 기간에 봐주었으면 좋겠다며 간절한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몰라, 노력해 보겠다고 말하긴 했는데, 마땅한 교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성적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니까, 자신감을 기를 수 있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책이 좋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에 맞는 책을 찾는 일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책의 저자를 알게 된 건, EBS에서 방영되었던 <설득의 비밀>이라는 4주간의 설득 프로그램을 통해, 설득력을 높이는 과정을 다룬 교양 프로그램에서 였다. 방송에서 그는, 설득 전문가와의 만남을 가지는 시간에서, 4명의 프로 설득을 지닌 이 중 한 명으로 나왔다. 무엇보다, 남들에게 무엇을 나누어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기에, 가장 최근에 나온 영문법에 관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살펴보기로 마음 먹었다.
 
 
#  어학을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문법을 이야기하다.
 
 
  소통을 강조하는 세상이다. 물건을 팔기 위해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그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책은 영문법에 자신이 없거나, 영문법 하면, 달달달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쉽게 영어를 다가갈 수 있게 돕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집필되었다.
 
  영문법이라는 이름에서 다가오는 수동태, 용법 등의 단어는 전혀 없고, 책은 우리가 가장 많이 쓰고, 비슷하다고 느끼는 유의어의 의미상의 차이를 중점에 두고, 하나씩 그 차이를 설명한다. Can, could, be able to 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의도도 듣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거나, 부담을 느끼거나 확신의 유무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귀가 솔깃해졌다.
 
  문법 책인데, 문법 내용보다, 왜 이런 용법이 나오게 되었는지, 이런 상황에 이런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유를 문외한도 찬찬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게 설명되어 있다보니, 하루를 공부하면 다음 날 공부하기 싫은, 공부 게으름에서도 자유롭게 되고, 영어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렇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표현과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생각해 보니, 저자의 열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하면서 표현을 익히고, 실제 외국인과 대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녹음된 음성파일을 통해 학습할 수 있게 해서, 최근에 구매한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반복 학습도 하고,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조금씩 도전하고 있다.
 
 
#  영어가 어렵다는 편견만 버린다면....
 
 
   살아보니, 어렵다고 생각한 일은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미리 쉽게 포기하게 된다. 어려운 일도,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고, 즐겁게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꼭 그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더 나은 자신을 됨을 배웠다. 영어는 외워야 하고, 문화가 다르기에 낯설고, 부끄럽고 힘든 언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이고, 다양한 과정을 거쳐 문법이라는 형식으로 굳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 무조건 어렵다고 포기했던 마음을 버렸더니, 영어라는 학문에 좀 더 자신있게 공부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엑센트와 뉘앙스의 차이를 알려주는 AAT와 AAT Grammar와 함께 공부하면 좋은 책이다. 읽기만 하는, 취업과 진학을 위한 영어가 아닌, 사람들과 대화하는 영어를 원하는 이에게 함께 공부하자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 권이 책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한 권의 책이 그 사람의 어학실력을 일취월장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 믿지 않는다. 다만, 어려운 영어가 아닌, 기존의 영어보다 좀 더 쉽게 영어를 다가서고 싶다면, 시선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다른 책에 관심이 간다. 급하게 마음 먹지 않고, 매일 꾸준히, 영어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거친 세상, 독특한 상상력으로 이겨내게 하는 박민규의 힘.
 
 
  바람이 차다. 마음 한 켠을 서늘하게 만드는, 차가운 기운이 박민규의 소설을 읽었을 때의 기분이다. 전작 단편집 『카스테라』를 통해, 거대한 상상력으로 세상을 견디는 힘을 알려줬다면, 이번 단편 모음집에서는 따스함이 묻어있지만, 현실의 어둡고 쓰린 부분을 바로 볼 수 있는 서늘함이 보인다. 그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우울하게 느껴지는 삶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보게 된다.
 
  어렸을 적, 꿈많던 시절 아이들과 함께 보물을 숨겨놓았던 상자를 꺼내보는 데에서 시작하는 <근처>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 보물상자를 찾아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소재가, 박민규의 상상력을 만나면,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의, 속물적인 우리의 모습과, 남아있는 연민, 그리고 애틋한 마음이 섞여, 과거의 흔적을 찾았다 생각하지만, 결국 찾았는지 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18편의 단편집은 LP의 형식을 꿈꾸었던 작가의 바람처럼, Side A와 B 두 권으로 묶였다. Art book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표지와 앨범 설명의 글은, 처음은 그냥 작품으로 읽고, 두 번째는 작가가 누군가를 위해 헌사한 이를 생각하며 다시 읽게 한다. 아버지를 위해 쓴 『누런 강 배 한 척』의 글에서는 그냥 읽었을 때의 아련한 마음에, 그 연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더 서글퍼졌다.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실은 누구라도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   65p
 
 
 #  눈여겨 보지 않은 비주류의 인간들을 사회로 올려보내다.
 
 
  성공을 꿈꾸고, 경제적 부를 위해 노력하는 세상이다. 함께 즐겁게 살기 보다, 나만 잘 살기 위해, 게임의 룰을 익히고, 게임의 룰을 지배하려고 애쓰는 이가 넘치는 세상이다. 나만, 너를 밟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경쟁의 원리를 회사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더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연애하고 살아야 한다고,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외치는 사회에 숨쉬고 있다.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이 박민규 작가의 책에서는 잘 보여서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너무나도 못생겨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를 위해 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처럼,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덫에 빠져, 꿈이 있다면, 변리사를 목표로 도전하는 이벤트 행사의 직원이 나오기도 하고(「굿바이 제플린」),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순정을 그린 「낮잠」도 있다. 살고 싶어서, 다리 위에 올라가 하소연하는 남자와, 그를 설득해서 내려보내야 하는 경찰관의 이야기를 그린 「아치」의 등장인물을 보며, 보려하지 않아 더 춥고 힘든 사람들을 소설을 통해 만나, 지금 현재의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  아까워서, 두고두고 읽고 싶어지는 책.
 
 
  맛있는 음식과 맛 없는 음식이 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는 편이다. 늘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음식을 먹고 있다는 마음을 가지면, 내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더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책은 반대로 좋은 책은 아껴두고 두고두고 읽는 편이다.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읽기 싫어지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 있다. 무엇보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끝이 다가오는 것이 싫어, 주춤주춤 책장을 넘기고 싶지만, 휘리릭 글을 읽고마는 책도 있다.
 
  읽다보면, 지금, 여기에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숨결이 느껴진다. 지금 따뜻한 방안에서 책을 읽는 이 시간에도, 다양한 환경에서,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틀에 박히지 않은, 하지만, 틀에 박힌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 살고 있음이 보인다. 사회의 문제를 무겁게 다루지 않아 읽는 일이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운은 길게 남아, 내 주변의 사람들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한 명씩 생각났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식이 끊어졌던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늘한 작품의 기운에 마음이 외로워졌기 때문인지, 조금 더 넓게,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바라보는 시시야가 넓어졌기 때문인지는 흘러가는 시간이 좀 지난 후, 다시 작품을 읽고, 되물어 봐야겟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 살기 바쁜 세상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낭만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혁명을 꿈꾸기에는 사회는 너무 단단하고, 내 한 몸 잘 살 여유를 갖고 싶지만 제도적으로 희망을 보기는 어렵다. 신입사원 임금삭감에 한 번 울고, 고용없는 성장으로, 취업대란에 불안에 떨어야 하는, 공부만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지배하는 사회에 사는 20대의 현주소이다.
 
  우파들은 눈높이를 낮추라 하고, 좌파에서는 짱돌을 들 힘도 배짱도 없다며 비겁하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치이는, 가련한 존재, 20대,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20대에게 위안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다.
 

#  왜, 바뀌지 않을까? 왜 꿈꾸지 않을까?

 

 

  왜, 우리는 바뀌지 않을까? 왜 우리는 꿈꾸지 않을까로 접근하는 저자의 시선이 날카롭다. 20대가 문제라는 시선에서 시작하는 잔소리가 아니라, 지금 현재 여기에서 20대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대학, 정치, 교육, 가정, 사랑, 소비, 돈, 열정, 잉여까지... 대학생들의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덕성여대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쓴 책이기에 20대 대학생들이 실제 마주하는 고민들이 그들의 고민을 깊게 고민하게 한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지만, 세상을 바꾼 이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혜교의 고백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현실, 무엇 하나가 달라진다고 해서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아는 20대의 냉철한 현실인식에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면, 의미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애쓴다고 당장 무언가가 변하지 않는 현실, 왠지 개미지옥처럼, 더 열심히 움직여도 죽고,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서 허우적되는 그들의 현실이 우리가 겪고, 앞으로의 세대도 끝없이 겪어야 하는 모순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사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지만, 사교육을 받고, 보살핌을 받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초등학생을 둔 엄마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자격'이라는 이름이 공평하지 않고, 오히려 부의차이에 의해, 다양한 여건에 의해 충분히 차별적임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시대, 많은 돈을 벌어야 성공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지만, 결국 현실의 여러가지 요소와 타협하면서 살다보면, 비겁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니면 세상의 통념이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가게 되는 현실만 다시 확인하게 됐다.
 
  덤벼라 빈곤의 저자 마코토는 의자 자리뺐기 싸움이라는 말로 빈곤을 정의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앉을 자리는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하는 정글같은 현실, 이 구조가 계속 된다면, 의자따윈 필요없다는 생각을 빨리 인식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다는 우울한 현실만 확인하게 되었다.
 
  모두들 무기력과 환상이라는 두가지에 빠져있다. 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의 막연한 희망에 자기최면을 걸거나, 뭘해도 안될거라는 자포자기의 마음만 남아있는 사회,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더라도, 이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 주변에 있는 가장 가난한 이가,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 사회에 살아간다는 건 지옥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한 현실을 돌아본다고 해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다만, 이 보다 더 나빠지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을 다시 새길 뿐이다.
 
  귀엽게 잘 자라고 있는 조카들에게,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는 언제 오게 되는걸까.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래동안 생계와 우울함에 잊고 살았던, 숙제를 만나게 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우리,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
 
 
  사람이 죽으려 했다. 그것도 뜨거운 불길에 싸여, 고통이 가득한 분신이라는 방식으로...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의 그림 아래에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살아가기 힘든 조건과 불안한 고용을 감당해야 하는, 하청기업과 비정규직의 희생이 숨어 있다. 책을 다 읽고, 몇 시간 뒤, 거짓말처럼, 현대자동차와 비정규직 파업을 벌이던 한 가장이 분신자살을 시도 했다.
 
  한자로 가득한 근로기준법을 읽다 “나에게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다면…”이라고 탄식한 전태일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아시안 게임 2위, G20 정상회의 개최라는 국가의 국격을 높였다는 자찬의 뉴스 속에서, 외롭고 힘없고, 배울 능력도, 형편도 되지 못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외면 속에 또 그렇게 잊혀져가는구나, 나 역시, 쉽게 잊고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신화처럼 되버린 사람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삶을 바친, 전태일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존경스럽지만, 그 크기만큼, 다가서기가 어려웠다. 그냥 나와 관계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되었다. 『너는 나다』에는 영웅 전태일이 아닌, 전태일이 살아있었다면 만났을, 비정규직, 대학생,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지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통만을 강요하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알면서도, 그 틀을 바꾸기 보다, 왜 그 틈에서 살아남으려 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 우리의 국격이 더욱 생생하게 보인다.
 
 
#   평범해서 놓치기 쉬운, 고용 불안, 생존 불안의 우리들의 이야기.
 
 
  시대는 변했지만, 약점을 지닌 사람들에게 현실은 늘 팍팍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다. 수능이 끝나고, 끝없이 알바를 해야 하는 현실, 공부하고 싶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현실, 희망도 보이지 않고, 다른 생활의 격차 속에서 꿈꾸고 싶은 것은 많지만, 가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재의 삶이 보인다.
 
  하종강 선생님의 노동백과를 통해서는 노동과 관련된 많은 사실들을 배웠다. 어쩌면 학교와 취업준비센터에서 알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들을 배웠다 생각한다. 일본의 노동 법을 그대로 베낀 1953년의 근로 기준법 대로만 시행해도 좋은 법은, 우리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의 외면속에 점점 개악되고 재정이 물러갔음을 알았다.
 
 
#  무엇보다 좋았던 건...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열사 전태일이 아닌, 우리 주변의 사람을 사랑했던 청년 전태일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태일이는 사람을 참 좋아했어야.

  이 말 하니까 생각난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열사님은 어떻고 저렇고 하는데

  그게 말이냐?
 
 
  어느 부모에게 자식이 열사겠냐.

  그냥 아들이야.
 
 
  태일이는 열사도 투사도 아닌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야.
- 109p
 
 
  내가 살기 위해, 타인의 아픔을 모른 척 해야 하는 사회에 산다는 건, 멋진 사회를 사는 일일까.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생각하며,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파에게는 눈높이가 높다면서, 눈을 낮춰 취업을 강요받고, 좌파에게는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고 매도당하는 20대들이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어떻게든 생존할 거니까. 아니, 조금 걱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반드시 맞서서 싸울 거니까.'
 
  지금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생존'한다는 것은 이 사외와 어떻게든 맞서서 싸운다는 의미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어떻게든 이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생존하기 위해 맞서 싸워 나갈 것이다.
- 148p
 
 
  꿈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큰 용기라 생각한다. 사람은 10명인데, 앉을 수 있는 의자는 2개 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앉아있는 자에게는 축복의 만찬이 다가오지만, 남은 8명은 그 자리에 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회, 하지만, 의자에 앉을 힘이 없어, 가볼 생각도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치열한 교육경쟁에 실패한 사람들을 능력부족으로 매도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일지, 같은 일을 하지만, 누구는 감시하고, 누구는 재계약을 못받을까봐 불안해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로 결심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도 버거운 데, 생각해야 하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그래도 고민하려고 노력하는 건, 다음세대의 아이들이 똑같은 고민에 괴로워하며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좋은 질문은, 시대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2010년 인기가 많았던 책 제목 중 하나이다. 불공정해 보이지만, 공정하다고 외치는 사회에서 불편한 마음을 외칠 곳 없는 이들이, 과연 공정함이란, 정의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의인지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가 중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저자는 자신의 철학을 기준으로, 논쟁적으로 질문을 던져가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저자가 미국인이기에, 미국에 있는 현안을 가지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도덕이 중요할까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왜 도덕인가이다. 윤리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기독교의 나라인 미국에서 도덕은 기독교 신앙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2004년의 부시의 재선을 만든 이유가 유권자들이 도덕적 가치를 판단의 근거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용해서, 도덕에 관한 사회적 논쟁들을 짚는다.
 
  9.11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권자들이 테러의 망령에 사로잡힌 채 현직 대통령이 풍기는 안정적 이미지와 도덕적 확실성에 손을 들었다는 판단이 인상적이다. 복권과 도박, 광고와 상업주의, 존엄사, 낙태, 동성애자의 권리 등 다양한 논쟁에서 정치와 도덕적 딜레마는 공존한다. 저자는 첨예하게 반복되는 논의에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의 상충성에서 어떤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좋은 삶에 대한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정의가 없이 공공생활에서 일어나는 난해적 도덕적 문제를 풀겠냐며 성찰을 요구한다.
 
  불평등이 당연화 되어 보이지만, 여전히 보수층이 튼튼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미국이 아직도 세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좋은 질문을 던지는 학자들이, 신념의 방향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뚜렷할 수 있지만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 사회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부족하다. 뉴스를 듣고, 분노와 화를 분출하는 일은 쉽게 하지만, 그 다음 삶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자신의 수고를 무릎쓰고, 무언가 해야 하는 일에는, 그런 일은 당연히 국회의원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며 자신의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하고, 질문을 던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아님 알면서도 귀찮아서 혼자서 껴안고 외면하는 비겁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  정답이 아닌,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현재 미국에서 쟁점화 되고 있는, 도덕과 정치적 이슈를 한 눈에 살폈다. 복권과 도박에 얽힌 사람들의 논의와 당연하다 생각했던 50프로의 수익을 정부가 가져가는 일이, 독점에 향하는 일이라는 점은 똑같은 사건과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줬다. 무엇보다 한 쪽 방향으로 생각하기 쉬웠던 생각의 틀을 깨고, 왜 그들은 반대 방향을 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좋은 책은 지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생각의 폭도 넓게 해준다.
  
  공정한 시민 사회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에서는 지도자가 정확한 룰을 잘 적용하기만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한다면, 저자의 생각은 시민의식과 희생, 봉사 등의 공동체 의식의 강화와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 빈부격차를 통해 벌어진 공공서비스 이용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서 연대감을 만들어 낼지, 다른 종교적 신념을 외면하지 말고, 서로 알아가려는 노력을, 노력 이후 더 싫어지더라도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도자와 사회적 계층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한국 현실보다, 시민이 스스로 어떻게 사회의 틀을 만들고, 질문을 던지고,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인지 무게를 두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사회의 틀을 만들기 위해 쟁점화 되는 사안에 대해 잘 짚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 단점이라면...
 
 
  단점이라면, 사람들이 정치에 많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차세대 정치지도자들이, 활동가들이 많이 숙고하고, 고민해 볼 문제들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사례에 중점이 되어 있기에, 존 듀이의 자유주의나, 미국적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는, 한국에 대한 현실만 고민하는 이에게는 거리감을 주는 내용이 된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디에서부터 문제를 찾아가야 할지, 실마리를 얻게 한 책이다. 더 깊은 공부와 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책이다. 읽을 때는 쉽게 읽히지만, 그 이후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세상이 좀 더 복잡흔 틀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게 하는 책이기도 한다. 쉽고 단순한 질문, 지금 우리 잘 살고 있습니까? 같은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시민들이 좀 더 많아졌을 때, 사회는 더 건강해질 거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