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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 전12권 ㅣ 황석영 대하소설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지난 번 아이랑 헤이리에 가서 황석영 선생님을 뵌 적이 있었어요. 정말 인자해보이신 황석영 선생님과 사진도 찍은 아이.
그 때 처음 뵈었는데... 요즘 황석영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지요. 새해들어 첫번째 읽었던 [바리데기] 그리고 [장길산]. 또 황석영 선생님의 번역으로 읽고 있는 [삼국지] 등등.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에 빠져들어요. 다소 어려운 낱말이 있지만, 문맥을 따라가다보면 굳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글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지요.
그리고 한 권 한 권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답니다. 장길산은 이미 역사 속의 인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책 속에서 만나니 신기해요.
더불어 조선 시대 역사와 문화를 함께 알 수 있어 좋았어요.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방송했던 드라마로 처음 만났던 장길산. 그 대작을 책으로 읽게 되어 기쁘기도 했었고,
황석영 선생님의 작품을 처음 바리데기를 통해 접하면서 그 독특한 문체나 해박한 지식에 놀랐던 게 얼마 전인데, 그 직후 장길산을 읽어내려가며 느끼는 맛이란 대단했지요.
아참, 만화 삼국지도 빼놓을 수는 없네요. 아이들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쓰인 책이었구요.
조선시대 천한 노비 출신인 장길산. 정말 우리가 배웠던 교과서 속 역사와 또 달리 조선시대의 신분제도와 구조적 모순, 관리들의 횡포와 민중들의 삶과 어려움,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도 마음 깊이 다가왔네요.
왜 이런 책을 진작 읽지 않았을까? 대학 시절 읽었어도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도 지금 이렇게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마 황석영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고, [바리데기] 책을 먼저 읽지 않았더라면 12권에 달하는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으리라 생각하고요.
10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이라는 말답게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고 역사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답게 대단한 대작이랍니다. 왜 독자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지요.
요즘 수능이 끝나고 이미 대학에 합격한 고 3 수험생들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그 사이 들어있는 12장의 이야기가 어느 것 하나 덜 재미있고 더 재미있다고 하지 못할 듯 합니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익히 귀에 익숙한 노래와 함께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 다음 장길산이 태어나는 내용이 펼쳐집니다.
노비는 사람이 아닌 듯,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자식과도... 당시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닐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인간의 존엄성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던 그 때 이야기.
이미 오래된 드라마는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울분이 솟아나기도 하고, 때론 장길산과 녹림당의 활약에 속이 후련해지기도 했었지요.
지금 텔레비전에서 하는 홍길동전. 저 뿐 아니라 방학이기에 아이도 잘 보고 있답니다. 비록 퓨전 드라마이지만, 아이에게 '홍길동'에 대한 뿐 아니라 조선시대 '장길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알려주었지요. 그리고 지금 엄마가 읽고 있는 책이 바로 그 이야기라고...
친부가 누구인지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자란 장길산. 엄마는 자신을 낳고 죽고 '장 충'이란 광대로 인해 무사히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고 자라게 되었던 주인공.
그리하여 젊은 시절 길산 역시 광대로 생활을 하게 되었고, 힘세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는 결국 '녹림당'을 조직하고 지배층의 횡포에 대항하게 된 것이지요.
또한 12권의 대작이니만큼 나오는 등장인물 또한 굉장합니다. 단지 적은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종횡무진하며 다니는 여정. 이 책을 읽으면서 대작의 스케일도 놀랐지만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황석영 작가님께서 자료 조사를 얼마큼 했는지가 느껴졌지요.
그리도 다시 한 번 드라마로 제작되어 텔레비젼으로 방영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우리 아이랑도 꼭 같이 보고 싶거든요.
장길산과 녹림당의 활약. 중국의 무협극 못지 않은, 아니 오히려 훨씬 우리의 정서와 어울려 멋진 이야기가 되었답니다.
개인의 원한이나 욕심이 아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들의 꿈과 인생을 위해 그들은 그렇게 살아갑니다.
꼭 그 시대 뿐 아니라 또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를 바라보고 있으면 또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볼 때면 장길산과 녹림당이란 존재가 여럿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역사와 함께 사회 모순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인간의 존엄성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그리고 2008년 1월 이 책을 읽으며 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