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가을 산야에 환희 빛나는 꽃

亭上卽事 정상즉사

坐待群賢倚柱眠 좌대군현의주면

雲端縹緲過飛仙 운단표묘과비선

茅花晩日因風起 모화만일인풍기

疑是江村釀雪天 의시강촌양설천

정자 위에서 곧바로 읊다

여러 사람을 기다리다 기둥에 기대어 조노라니

구름 끝에 아득히 신선이 날아가네.

저문 햇살 속 억새꽃 바람에 일렁이니

강가 마을은 온통 백설 천지인 듯싶네.

-조팽년, 계음집 권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쉰 번째로 등장하는 趙彭年(조팽년 1549~1612)의 시 "亭上卽事 정상즉사"다.

억새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산 정상과 들판의 양지에서 자란다. 억새는 종류가 상당히 많아서 10여 종이나 된다. 그중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보는 것은 자주억새이다. 흰색 꽃을 피우며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거치가 있다.

억새가 주목받는 때는 가을이 무르익어갈 즈음이다. 군락을 이루고 바람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이라 억새 명소에는 때맞춰 사람들이 몰린다. 주요 장소로는 서울 하늘공원, 정선의 민둥산, 포천의 명성산, 장흥의 천관산, 울산의 신불산과 간월산, 창녕의 화왕산, 경주의 무장산, 합천과 산청의 황매산 등이 알려져 있다.

사진은 황매산 억새다. 올해는 조금 이른 시기에 찾아 하늘거리는 흰물결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대신 몇 번의 방문에도 황매산 정상을 올라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우여곡절 끝에 정상을 올라랐다. 능선을 중심으로 합천과 산청의 억새밭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억새를 사이에 두고 햇빛과 마주보며 백색 물결의 일렁임이는 모습은 본다는 것은 누려본 이들만 느끼는 감동일 것이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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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너는 내 운명

예술가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이란

인류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인이란

우주 전체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앤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문재 시인의 시 '너는 내 운명'이다. 깊어가는 가을, 자연 속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아닐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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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
짠물 건너야 볼 수 있나 싶었다. 육지에서도 크고 작은 사찰 근처에서 생강과 닮은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긴 했으나 꽃피는 시기를 맞추지 못하니 꽃을 보기가 힘들었다.

꽃무릇 보러간 강천사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그후 노고단을 내려와 들린 천은사 입구에서 다시 본 것이다. 지난해 벗들과 꽃 흔적만 보았던 선암사도 있고 집근처 관음사 입구에도 태안사 능파각 지나서도 있다.

여름에 엷은 노란색 꽃이 피나 하루 만에 시든다고 한다. 특이한 향기가 있고, 어린순과 피기 전의 꽃줄기는 먹는 식재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특이한 모양과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았기에 제주에서 얻어온 뿌리를 담장 밑에 묻어 두었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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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듬을 허락한 시간의 경과다. 젖어들고자 함은 이 시간이 쌓아온 수고로움을 바탕으로 받아들임인 것이다. 젖어듬으로 인해 둘은 하나로 이어져 비로소 붉은 꿈을 꾼다.

밤사이 이슬이 내려 꽃잎을 적시는 것은 이슬의 수고로움뿐 아니라 꽃잎의 노고 역시 함께한 결과다. 하여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꽃이 아름다운건 이렇게 교감하는 대상이 내게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꽃으로 핀다.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유되는 모든 것은 서로를 향한 열린 가슴이기에 가능했다. 그대와 나, 마음이 젖어들지 않고서 어찌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서로를 향한 감정과 의지가 향기로 담겨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음은 바로 그대 덕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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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화

계절마다 피는 그 많은 꽃들 중에 놓치지 않고 꼭 눈맞춤하고 싶은 꽃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라지기에 눈맞춤에 대한 갈망도 다르지만 꽃을 보고자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 한자리를 차지하는 꽃이 이 물매화다.

춥고 긴 겨울을 기다려 이른 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매화가 있다면 봄과 여름 동안 꽃과 눈맞춤으로 풍성했던 마음자리에 오롯이 키워낸 꽃마음이 꼭 이래야 한다며 가을에는 물매화가 있다.

누군가는 벗을, 누군가는 그리운 연인을, 누군가는 살뜰한 부인을 누군가는 아씨를 떠올린다. 유독 사랑받는 꽃이기에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 눈맞춤할 기회를 준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 물매화를 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고 다시 먼길을 나섰다. 첫만남으로는 과분할 정도로 많은 꽃을 볼 수 있음도 감사하다.

꽃에 투영된 이미지 역시 제 각각이다. 내게 이 꽃은 계절이 네번 바뀌는 동안 오매불망 다섯번의 청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흥쾌히 자리를 마련해준 이의 눈망울로 기억될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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