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느긋하게 걷는다. 처음 찾은 곳이지만 익숙한듯 방향을 잡고 눈길 닿는 무엇이든 인사를 건네고 있다. 많은 것들은 이미 다음을 준비하느라 눈에서 사라진 뒤고 그나마 보이는 것들도 빛을 잃어가고 있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오묘한 색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는 꽃이 있다. 황금이다. 자주색의 색감이 신비한 보석을 만나듯 신비롭기만 하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가던 길 돌아와 다시 눈맞춤하는 동안 지나쳤던 이가 다시 돌아와 관심을 보인다. 하나가 눈에 들어오면 그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또다른 것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좋은 경험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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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
가을을 한층 가을답게 해주는 꽃으로 국화과 식물들이 있다. 다양한 색으로 풍성한 가을을 더욱 더 풍요롭게 한다.

때가 되면 은근히 기다리는 꽃이 있다. 내 뜰의 한쪽 모서리를 화려한 청색으로 밝히는 꽃이 그것이다.

아스타가 그꽃이다. 주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보라색, 파란색, 분홍색 등의 다양한 색으로 핀다.

야생의 청화쑥부쟁이를 보지 못했지만 그와 아주 유사한 모습이라는 것은 사진을 비교하며 알게 된다.

색감이 주는 신비로움에 끌려 문을 들고나는 동안 자주 눈길을 주며 인사를 건넨다. 올해도 긴 눈맞춤로 한 계절을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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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
계절의 변화를 아는 지표로 삼는 것들 중에서 꽃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생의 주기가 짧아 사계절 중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초본식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흰색으로 피거나 붉은색으로 피는 꽃에 노랑 꽃술이 유난히 돋보인다. 색은 달리 피어도 이름은 같이 부른다. 서로를 빛나게 하는 꽃잎과 꽃술의 어울림이 좋다. 모든 힘을 꽃에 쏟아부어서 그럴까 열매를 맺지 못하고 뿌리로 번식한다.

가을을 밝히는 꽃이라는 의미로 추명국(북한명)으로도 불리지만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뜻의 대상화가 추천명이다. 봄맞이가 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을 가졌듯 가을의 의미를 이름에 고스란히 담았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대상화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이 10여 종에 이른다.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가을 서리에 맥 못추는 것들로 대표적인 것 역시 초본식물들이다. 이름에 가을의 의미를 품었지만 순리를 거스리지는 못한다는 듯 '시들어 가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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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꽃

물가에 피어난 호젓한 가을

蘆花 노화

雨入寒塘動碧漣 우입한당동벽연

蘆花開盡白於綿 로화개진백어면

我園從此多奇絶 아원종차다기절

一片江南在眼前 일편강남재안전

갈대꽂

찬 못에 비가 내리니 푸른 물결 출렁이는데

갈대꽃 활짝 피어 솜보다 희네.

내 뜰에는 이제부터 기이하고 빼어남 많아져

한 조각 강남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리.

-서거정, 사가시집 권50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쉰 한번째로 등장하는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시 "蘆花 노화"다.

갈대는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8월 하순부터 9월까지 피며 색깔이 차츰 자주색에서 갈색으로 변화한다. 산지에서 주로 보이며 흰색으로 피는 억새와 혼동하기 쉽다.

내게 갈대는 순천만의 늦가을 노을지는 때 펼쳐지는 갈대밭 풍경과 대금을 배우러 다니던 때 채취하러 다녔던 속청으로 더 기억된다. 갈대는 국악기 대금의 소리를 내는 중요 요소로 쓰이는 청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단오 무렵 갈대의 줄기를 잘라 그 안의 청을 채취하여 사용하게 된다.

위에 언급한 서거정의 시에서 갈대꽃을 솜보도 희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사진 2,3,4는 평상샘에게서 온 순천만 갈대 모습이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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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쓴풀
멀고 가까운 곳,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꽃이 필 때쯤이면 매년 그곳을 찾아가 눈맞춤하는 꽃들이 제법 된다. 이렇게 하나 둘 기억해 두고 나만의 꽃지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줏빛을 띄는 꽃잎이 깊게 갈라져 있다. 꽃잎에 난 줄무늬의 선명함이 전체 분위기를 압도한다. 꽃잎은 다섯장이 기본이지만 네장에서 아홉장까지도 다양하게 보인다.

충청도 어디쯤 물매화 보러간 곳에서 실컷 보았고 귀하다는 흰자주쓴풀도 봤다. 키 큰 풀 속에 묻혀 있어 오롯이 그 본래 모습을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였을까. 황매산 풀밭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

사람과 식물 사이에 형성된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의미에서 찾아보는 것이 꽃말이다. '자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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