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꽃말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

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

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

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

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처음 만든 마음을 생각한다

꽃을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마음들 사이에서 시든 꽃도 생각한다

*이문재 시인의 시 '꽃말'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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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최준영의 책 '동사의 삶'에 나오는 문장이다. 틀에 얶매이지 않고 본질로 다가가는 시각이 새롭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는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과 함께 떠올려 본다. 누군가를 몹시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아는 무엇을 이야기 한다. 그 중심에 그리움이 있다. "너였다가/너였다가,/너 일 것이었다가"

시간을 들여 지켜보는 그 중심은 기다림이다. 스스로를 버리고 다음을 기다리는 나뭇잎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의 교류다. 봄이든, 희망이든, 시간이든, 너이든ᆢ. 다른 무엇을 담아 기억하고, 보고, 찾고, 생각하며 내 안에 뜸을 들이는 일이 기다림이다. 그렇게 공구한 기다림 끝에는 새로이 펼쳐질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다.

꽃을 볼 기회가 궁한 때다. 안 보이던 곳이 보이고 미치지 못했던 것에 생각이 닿는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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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자덩굴
봄에 꽃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이다가 먼 길을 나섰다. 나무 그늘에 앙증맞도록 작은 크기의 꽃이 마음 쏘옥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먼 길 달려온 보람을 느꼈다. 모두들 이 맛에 먼 길 마다않고 꽃나들이를 다니나 보다.

가을에 다시 열매 맺혔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꽃친구와 함께 나선 길이다. 딱 보고 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꽃 보고 열매까지 확인했다. 수많은 꽃을 만나지만 꽃과 열매 둘 다를 확인할 수 있는 식물은 그리 많지 않다. 시간과 거리가 주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꽃에 더 주목하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호자라는 이름은 가시가 날카로워 호랑이도 찌른다고 해서 호자虎刺라는 이름이 붙은 호자나무에서 유래한다. 잎과 빨간 열매가 비슷하지만 호자덩굴은 덩굴성이며 풀이라 호자나무와는 다르다."

붉은색의 둥근 열매에는 두 개의 흔적이 있다. 꽃이 맺혔던 흔적일까. 다른 열매와 구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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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28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만나는 꽃, 고맙습니다.
 

둥근잎꿩의비름
첫만남은 어느 골짜기였다. 벼랑에 걸쳐 늘어진 모습이 위험스럽기보다는 유유자적 노니는 여유로 다가왔다. 끝에 매단 붉은구슬 같은 꽃봉우리와의 조화도 눈길을 끌었다.

때를 맞추어 그곳을 찾지 못해 야생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지난 봄 평창에서 얻어와 뜰에 안착한 모습과 벗에게서 온 화분으로 만났지만 야생의 그것과 아름다움은 다르지 않다.

꿩의비름과 비슷하나 잎이 둥글어서 둥근잎꿩의비름이라고 한다. 붉은색 꽃봉우리를 들여다보면 옹기종기 모여 핀 꽃들이 참으로 이쁘다. 한국특산종으로 꽃이 매우 아름답고, 번식도 잘 되며, 키우기도 쉽기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많이 키운다고 한다.

다시 기회를 얻어 그 골짜기에 든다면 보다 차분하게 눈맞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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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꽃과 술과 차와 함께하는 가을

詠菊二首 영국이수

靑帝司花剪刻多 청제사화전각다

如何白帝又司花 여하백제우사화

金風日日吹蕭瑟 금풍일일취소슬

借底陽和放豔葩 차저양화방염파

不憑春力仗秋光 불빙춘력장추광

故作寒芳勿怕霜 고작한방물파상

有酒何人辜負汝 유주하인고부여

莫言陶令獨憐香 막언도령독련향

국화를 읊다 두 수

봄의 신이 꽃 일을 맡아 교묘하게 새겼거늘

어찌하여 가을의 신이 또 꽃 일을 맡았는가?

가을바람 날마다 불어오는데

어디서 따뜻한 기운 빌려다 꽃 피울까.

봄 힘 빌리지 않고 가을빛에 피었기에

차가운 꽃이 서리 겁내지 않네.

술 가진 이 누가 너를 저버리겠는가?

도연명만이 그 향기를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시 "詠菊二首 영국이수"다.

국화는 가을에 무리지어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품종에 따라 노란색·흰색·주황색 등 다양하다. 2,000여 종이 넘는 품종들이 알려져 있는데, 크기에 따라서 대국·중국·소국으로 구분한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었다.

특히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모든 꽃이 시들어버리는 가을에 핀 모습에 주목하여 은일과 절조를 상징하는 존재로 의미부여를 하며 특별한 관심을 갖었다.

또한 "국화는 차와 술 떡 약 심지어 베개까지 만들어 사용하는 등 그 쓰임이 매우 큰 꽃이다.

내게 국화는 남도민요 흥타령과 함께 한다.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희야 거문고 청 쳐라/ 밤새도록 놀아 보리라’로 시작되는 흥타령에 등장하는 국화가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상으로 자리잡았다.

꽃이 있고 술이 있고 달이 뜨고 거문고 소리 울리며 여기에 벗까지 있으니 무엇을 더하랴. 옛사람들이 국화에 감정이입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꽃도 음악도 지금이 딱 좋은 때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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