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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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프더라도 지금 사랑할 일이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다. 벌써 설악산에는 단풍 소식이 들리고 한 해를 살아오며 들떴던 마음들을 다독이게 하는 계절인 가을이다. 유독 가을이면 쓸쓸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분위기 탓만은 아닐 것인데도 말이다. 가을엔 어쩜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리라. 하여 사랑이야기를 담은 문학작품이라도 접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랑, 사람의 삶 속에서 결코 때어놓을 수 없는 주제이면서도 그 사랑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지만 때론 절망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사랑의 종류도 그 사랑을 풀어가는 방법도 다르기에 사랑에는 정답이 없어 보인다. 하여 사랑만큼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서 중심 주제로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다루었으며 그보다 많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 일상에서 주목되는 것이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세월을 살았다고 특별한 해법을 가진것 같지는 않다. 바로 여기에 사랑에 대한 정의가 물거품이 되는 시작점이 아닐까도 싶다.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의 저자 한귀은에게서 그의 전작‘이별리뷰’(이봄, 2011)를 만나면서 사랑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이별은 사랑의 과정에서 필연코 동반하게 되는 문제이기에 이별에 주목하는 사람의 본래 관심은 사랑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저자는 사랑 후에 오는 이별에 관심을 가졌고 그 이유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하는 호기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도 보인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롯하여 웬만큼 책을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고찰을 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랑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문학 팁을 도출하여 보여준다. 그렇다고 문학 속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비추어 저자의 사랑에 대한 시각을 현실화 하고 있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특정한 어느 시점에 전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첫 대면이나 상대방이 마음에 끌리는 시점부터 사랑의 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사랑이야기의 실마리로 사용하는 문학작품으로는 첫사랑(투르게네프),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거미여인의 키스(마누엘 푸익),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적과 흑(스탕달), 안개(미겔 데 우나무노), 제인 에어(살럿 브론테), 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테), 프랑스 중위 여자(존파울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생의 한가운데(루이제 린저), 위대한 케츠비(스콧 피츠제럴드), 순수시대(이디스 워튼), 슬픔이어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콜레라 시대의 사랑(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왼손잡이 여인(페터 한트케), 마담 보바리(귀스타브 플로베르),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등이다.

 

익히 알려진 작품들이기에 저자의 사랑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사랑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추하여 해석하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사랑은 환상이 아니며 지극히 일상적인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하게 해내고 있다. 저자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작품의 저자가 살아온 삶 속에서 저자들의 사랑의 모습이 어떻게 주인공에게 투영되는지 까지를 고려하고 있다. 사랑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심 키워드를 통해 저자는 이 문학작품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첫사랑, 첫인상, 이야기, 구애, 밀당, 착한 여자, 언어, 아토포스, 전희, 에로티시즘, 불안, 섹스리스, 희망, 추억, 나이, 죽음, 복수, 고독, 중독, 질투 등이며 이런 솔직한 키워드는 진솔하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점검을 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도 보인다.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본문에 삽입된 그림들이다. 어쩌면 이렇게 내용에 걸맞은 그림들을 찾아냈을까 싶을 정도다. 그림만을 따라 살펴보아도 한편의 사랑이야기가 완성될 것만 같다.

 

책을 접하다 보면 저자에 따라 주목하는 바가 특별한 것들이 있다. 누구든 자신의 관심사를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그 사람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는 저자의 가슴에 담긴 사랑에 대한 프리즘을 통해 세상의 사랑이 모두 가치있어 보이게 한다. 이런 사랑에 대한 공부가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나 지금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에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도 한다. 사랑 역시 정답은 없어 보인다. 누구나 자신의 사랑에 가치를 두고 진실한 사랑을 하면 그만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까지도 사랑의 연장선에 있음을 받아들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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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어떻게 담을까?

가사문학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담양의 한 정자에 올랐다

인적 드문 정자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건

있을만한 곳에 있다는 것이다

 

오늘 찾은 송순의 면앙정도 마찬가지다

넓은 담양 들녘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멀리 추월산 자락도 손끝에 머문다

200년을 넘게 살고 있는

참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다람쥐 좋아하는 열매가 가득하지만

흔적도 없다

 

 

좋은 곳에 올라

옛사람의 마음 비슷한 거라도 담고자 해도

비워둔 마음자리 한자리 없어

휑한 바람만이 스치고 지나갈 뿐이다

 

글을 통해 만나는 옛사람들의 그 마음

여전히 모르겠고

나 역시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이리라

 

이제 옷을 벗은 백일홍이

다음 시간을 맞이하는 마음과

닮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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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7대 불가사의 - 과학 유산으로 보는 우리의 저력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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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인의 자긍심의 근거를 찾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그나마 한쪽은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진 나라,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조그마한 나라 그것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나라가 있다. 무엇하나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으로 보일만한 것 없어 보이는 한국이 세계 경제적 강대국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반도체를 비롯한 휴대폰에서 세계 점유율 수위를 다투는가 싶더니 경제대국의 대열에 서 있으며 이젠 k-pop과 드라마 등으로 세계 다양한 민족과 나라에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경제력을 넘어선 문화수출국으로 당당하게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처럼 각양 각종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190여 개국이 넘는 나라들 사이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강대국을 위협하고 개발도상국들의 롤 모델이 되며 그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러한 세계적 경쟁력의 근원을 찾아보고 한국이 그런 경쟁력의 근원을 찾아 보다 높은 민족적 자부심과 긍정적 효과를 보는 시각에 상이한 점을 있음이 현실이다. 흔히들 조그마한 반도국가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고 그 위상을 높여가는 것에 대해 애써 축소하거나 민족적 자긍심 보다는 다른 이유를 찾아 그 긍정성을 낮춰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 역사에서 관계성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우리 민족의 저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성에 비추어 우리 민족의 저력은 그저 우연한 기회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에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책의 저자를 만난다.

 

이종호의 ‘한국 7대 불가사의’는 한국 역사의 문화유산에서 그 근거를 찾고 이를 통해 지금 한국의 세계적 경쟁력이 일회적이거나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저자가 한국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한 것으로는 고인돌 별자리, 신라의 황금 보검, 다뉴세문경, 고구려의 개마무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수군의 함포, 훈민정음 등이다. 모두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잘 알려진 제목들이지만 그 구체적 내용까지 알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7대 불가사의가 저자의 자의적 선정이라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이름뿐인 문화유산이 아니라 각기 그 문화유산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그러한 문화유산을 만들었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특징을 갖는 유전적 기질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과 동일선상에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의 발명품으로 유명한 인쇄술이나 종이 등에서 우리민족이 그것을 뛰어넘는 창의선과 창조성을 확인할 수 있어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민족의 우수성에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우리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부분 공감할 수 있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더욱 저자의 실증사학의 입장에서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바라보는 일련의 학자들에 대한 비판에서 그 공감대를 더 강하게 하고 있다. 이는 현대의 세계화 시대에 자국의 역사를 강조하며 인접국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동북공정과 같은 국제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7대 불가사의에 포함되지 않은 더 많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연구와 그에 합당한 평가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자의가치관에 따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 가에 있어 민족성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현대 사회에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민족의 전체에게 올바른 것인지 역사학자들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다.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한 것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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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람 - 마음이 맑고 깊어지는 고전 공부
김학경 지음 / 보누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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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와 가을에 함께하고픈 고전의 정수

음력 8월 보름, 추석이 눈앞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힘든 길을 달려가지만 각자 마음 속에는 태어나 자란 곳에 대한 향수가 가득할 것이며 자신을 뿌리인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앞서 발걸음은 빨라지게 마련이다. 이런 감정은 나이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갖는 것이지만 세월의 무게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그 비중은 달리하여 다가오게 마련이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향은 어쩌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는 더욱 그 도를 더해가기 마련이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 이는 살아갈 날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는 것이리라. 지난 시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바둑의 복기를 하듯 세세하게 기억할 수 없으나 대략적인 삶의 흔적을 돌아보며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 근거를 살피는 것이지만 늘 상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삶에서 특별한 기회를 통해 그러한 시간을 갖게 된다.

 

몇해 전 책했던 책 한 권은 그런 특병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기에 오랫동안 곁에 두고 틈 손가는 대로 살펴보곤 했다. 황광옥이 쓴 ‘동양철학 콘서트’(두리미디어, 2009)로 한자를 통해 자신과 세상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살필 수 있었다. 동양 사회에서 태어나 유전자 속에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 한자이지만 그 한자 속에 자신을 투영하며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한자 속에 녹아 있는 동양정신에 자신을 비추어 본다는 것이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오늘 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 책이지만 비슷한 기회를 제공하는 책을 접한다. 마음이 맑고 깊어지는 고전 공부라는 설명에 맞게 맑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히 자신을 돌아보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것이기에 김학경의‘인생을람’이 새롭게 다가온다.

 

‘인생을람’은 동양사상의 진수를 담은 고전에서 발췌한 경구를 담고 있다. 혜(慧), 행(行), 연(然), 풍(風), 세(世), 의(義), 인(仁), 학(學)으로 구분하여 그에 걸 맞는 짧은 글귀는 그냥 스치듯 읽고 마는 것이 아닌 깊이 있게 읽고 생각해야 할 것을 전재로 한다. 사서삼경을 비롯하여 안자춘추, 한비자, 채근담, 장자와 같은 고전을 비롯하여 시경이나 두보와 같은 시인의 시와 같은 것으로부터 사기와 법구경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문헌에 근거하여 400여 개의 구절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하루의 일상을 마치는 시간 고요함을 벗하며 선인들의 지혜를 접하길 바라고 있다. 책의 제목이 옛 왕들이 하루의 정무를 끝내고 잠들기 전에 하던 독서 ‘을야지람’에 연유한 까닭이 그것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정신 줄을 놓고 살았던 하루를 독서와 자기성찰의 시간으로 마무리 한다면 다가오는 내일은 분명 오늘과는 다른 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어쩌면 이것을 푸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구를 소개한다. 그것도 저자의 해설은 최대한 줄였다. 바로 독자들의 몫으로 남기기 위함이리라. 그 답을 자신이 찾지 못하면 결국 알고 있지만 그런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돌아보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마침 긴 연휴도 함께한다. 나고 자란 고향에서 밤하늘을 밝히는 달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을 청정하게 할 경구하나 벗 삼아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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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박지원 참 우리 고전 1
박종채 지음 / 돌베개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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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부곡(思父曲)을 만나다

사부곡, 아버지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기도 하지만 그 절절한 마음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세월을 두고 시간이 흘러가는 시간만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림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유교국가의 이념이 살아남아 부모에 대한 깊은 정이 유독 강한 우리에게 특히 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겉으로 표현되기 보다는 깊은 가슴속에 감춘 것이 대부분이지만 차고 넘쳐 토하듯 강한 울림을 전하는 사부곡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부곡일지라도 각기 다 다른 감정을 전하는 것은 아버지와 자식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기에 그 감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는 것 때문이겠지만 그 바탕에 그리움과 후회가 있음은 자식의 마음을 그나마 표현하는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글로 남긴 것은 묘비명이나 산문, 시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엄격한 유교의 이념에 의해 움직였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아버지의 정을 글로 나타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상황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문집에서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오늘 접하는 ‘과정록’도 그런 형태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과정록은 아들 박종채가 쓴 박지원의 전기다.

 

조선 후기 실학자로 당대 주목을 받았던 박지원은 박종채에서 박규수로 이어지는 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실학자 박지원과 개화사상가 박규수는 박종채를 사이에 두고 그 사상적 측면을 이어가고 있다. 박지원의 아들 박종채를 통해 본 박지원은 어떤 사람일까? 그가 4년여 시간을 공을 들여 집필한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 ‘과정록’이다. 북학파 실학자로 열하일기의 저자로 무엇보다 대문장가로 특출한 글을 남겨 당대부터 주목받으며 온갖 구설수에 올랐던 박지원은 아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았을까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 책 ‘나의 아버지 박지원’은 박종채의 ‘과정록’을 박희병이 대학에서 강독했던 것을 기초로 번역한 책이다.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짧은 글을 순번을 매겨 번역되어 있다. 전기이기에 태어나는 과정에서부터 성장배경과 사람들과의 어울림, 학문과 삶의 태도 및 관직생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아버지 박지원의 성격으로 자신이 남긴 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던 시기로 이를 직접 수집하고 때론 아버지의 지인들로부터 전해 듣고 해서 모은 글들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많다. 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 중 유독 마음에 남는 것은 글을 온전히 수집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부분이다. 문장으로 한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의 글이 유실된 것은 곧 아버지의 본 뜻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일 것이다.

 

여기에는 박지원과 교류했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특히 북학파, 실학자로 그리고 소위 백탑파로 불리었던 홍대용, 박제가, 이서구, 이덕무 등과 유한준 같은 사람들이며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당시 시대상황을 엿볼 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산송문제에 휘말려 심한 고통을 당했다는 점이다. 산송문제는 조선시대 여려 사람들이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학자 박지원의 경우는 문장에 대한 평가가 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 박지원과 유한준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다. 이 둘은 상당한 친분을 가진 사이지만 유한준의 문장에 대해 박지원의 평가로 갈라진 사이다.

 

요사이 박지원에 대해 주목하는 부분으로 그의 문장에 대한 것이 많아 보인다. 이 책의 역자가 책머리에서 언급한 구한말 문장가 김윤식이 박지원의 문장을 평한 글에서도 나타나듯 조선의 역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것이다. 하지만, 문장 즉 글쓰기가 뛰어난 문장가로만 박지원을 접근한다면 그의 일면에만 주목하는 결과로 이어져 박지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돌 수도 있음이 염려된다. 박지원 관련 책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으니 우선, 박지원의 생애와 그의 업적에 대한 입문서 형태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부곡,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넘어 아버지가 남긴 업적을 후대 사람들이 올바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글을 남긴다는 것은 단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을 찾아보는 것도 현대인이 아버지를 생각할 때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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