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빛깔 - 여성동아 문우회 소설집
권혜수 외 지음 / 예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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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의 다양함을 맞이한다

햇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차가워진 날씨만큼 햇볕이 드는 곳을 찾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간인 것이다. 그 햇볕이 선사하는 빛깔은 보는 곳에 따라 사간에 따라 달리 보인다. 꼭 이맘때면 유달리 그 빛깔이 더 반가운 것은 아직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서일까? 이 계절 오후의 빛깔은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런 가을빛을 담고자 한 것일까? 여성 소설가 16인의 스며드는 이야기를 담았다는‘오후의 빛깔’은 그렇게 각기 다른 빛깔을 담아 놓은 단편 소설집이다. 더욱 어쩌면 오후의 빛깔이 담고 있는 이미지의 다양함 만큼이나 나름대로의 고유한 인상으로 다가서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는 점이 가을빛이 주는 묘한 이미지와도 연결되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여성 문인의 산실이라는 ‘여성동아 문우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여성동아 문우회’는 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1~3년에 한 번씩 회원들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을 펴내고 있는데 이 소설집 ‘오후의 빛깔’이 그 작품집이다.

 

‘오후의 빛깔’에 작품이 실린 작가로는 김경해. 이경숙, 한수경, 이근미, 장정옥, 조혜경, 권혜수, 조양희, 유춘강, 송은일, 유덕희, 박재희, 우애령, 김정희, 김설원, 류서재 등 16인이다. 이미 작품으로 익숙한 작가들도 있지만 낯선 사람들도 있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기회가 될 듯하다. 이들의 작품을 눈뜨는 파랑, 노래하는 빨강, 잠드는 하양으로 구분하여 엮었다. 각기 가을날의 오후 빛깔만큼이나 다양한 이미지를 담고 있지만 또 공유할 비슷함이 있어 그 빛깔을 파랑, 빨강, 하양으로 구분하여 묶었다. 그 속에는 여성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살이의 갖가지 모양이 그려진다. 여성의 시각, 여성의 특유한 섬세함으로 잡아낸 사람들의 일상이 지금 당장 우리들의 모습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유춘강의 ‘꽃이 붉다고 한들’에서 조선시대 허균이 현실로 인연을 찾아온다는 설정, 조양희의 ‘캠던가의 재봉틀’에서 자신의 존재 이전의 무엇을 담고 있다는 것, 이근미의 ‘푸른, 그 새벽’에서 맺지 못한 인연에 대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기다림 등이 주목된다.

 

‘오후의 빛깔’, 지금 딱 이 계절에 어울리는 빛깔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소설집이라는 특성이 친숙한 작가보다는 낯선 작가와의 만남에서 그 빛깔의 선명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바로 이렇게 또 작가를 알아가는 맛이 있어 우연한 만남에서 필연으로 다가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가을빛의 다양함이 이럴까? ‘나른하지만 날카롭고, 고요하지만 흔들리는 오후의 빛깔’이라는 소설집에 대한 설명이 마치 가을날 오후 빛깔을 그려놓은 말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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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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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도 죽지도 않고

혹자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을 바랄지도 모른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치곤 그러한 삶을 반기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왜 그럴까? 유한한 목숨을 아쉬워하며 천년이라도 살 것처럼 날뛰는 사람들조차 막상 늙지도 죽지도 않고 살아간다면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과언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말이다. 불생불멸하는 것은 없다. 생명 있는 존재는 언제나 그 끝을 향해 질주하는 것이다. 하여, 짧은 삶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되며 살아있을 때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그래도 ‘늙지도 죽지도 않고’를 가정한다면 삶은 어떤 모습일까?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김대현의 ‘홍도’를 통해 그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홍도는 동현이라는 영화감독이 비행기 안에서 433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 여인 ‘홍도’를 만나면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기축옥사’의 중니공인 정여립에 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는 동현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는 홍도와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비행기 안에서 8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가 중심이다.

 

'1580년생이시면 올해로 433살'이라는 홍도의 이야기는 잘 꾸며낸 이야기꾼의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임진왜란, 일본 생활, 천주교박해 등을 겪고 진주만, 암스테르담, 핀란드 등으로 이어지는 홍도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점점 그 속에 빠져드는 명현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여인 홍도가 살아온 시간 433년은 어떻게 보면 ‘살아온’ 것이 아니라 ‘살아진’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짧은 것이 시간이지만 홍도에게 시간은 언제나 넉넉하다. 그러기에 그녀는 주체적으로 살아간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저절로 살아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끝이 보장 되지 않은 삶이 주는 또 다른 무게감에 눌려 보낸 시간으로 보인다. 그것은 죽지 못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막무가내 식으로 살아온 시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홍도’에게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자신이 이름 지어준 ‘자치기’라는 사람과 신분을 훔쳤던 원수의 딸 정주옹주와 아버지다. 홍도를 이들을 만나 자신의 사랑을 실현한다. 혹시 환생하여 다시 만날지도 모를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어쩜 홍도에게 주어진 죽지 않은 시간은 아닐까?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역사에 대한 심오한 장악력’이라는 혼불문학상 심사평 중 하나다. 기축옥사에서 임진왜란과 천주교박해에 이르는 과정이 숨 가쁘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대단한 흡입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홍도의 일상을 그려가는 과정이 다음에는 어떤 장면이 그려질지 마음이 앞서가는 것도 있다. 그렇더라도 홍도의 여정에는 개연성이 짙어 무엇인가 빠진 듯 한 느낌을 지을 수 없다. 무엇이 빠졌을까? ‘늙지도 죽지도 않고’라는 시간 속에 노출된 한 사람의 진정성이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그려진 것은 아닌가 싶다. ‘늙지도 죽지도 않고’에는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그런 숙명 속에 살아가는 사람에게 피하지 못할 숙제가 아닐까?

 

‘늙지도 죽지도 않고’살아가는 주인공에게 독자인 내가 기대하는 것은 그런 숙명을 자신의 삶 속에 어떻게 실현해가는 가에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허전함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내려 헤어질 시점에서 동현이라는 사람이 환생한 ‘자치기’라는 설정의 다소 억지스러움이 어쩌면 이 소설의 한계는 아닐까? 사랑 하나로 ‘늙지도 죽지도 않고’를 그려내기에 허전함이 있어 보인다. 소설은 작가의 손을 떠난 시점부터 독자의 몫이라면 독자인 한 사람으로 주목하는 것을 스스로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 좋은 화두를 삼을 수 있게 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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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 전9권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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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쯤에 와 있는 내 삶 들여다보기

달빛이 좋다. 정신을 놓지 않을 만큼의 기온에 고즈넉한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가을밤이 주는 선물이기에 마음껏 누리는 것도 덜 미안할 수 있다. 이런 시간이면 지나간 시간을 회고하며 자신을 성찰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길지 않았던 내 삶도 계절로 치자면 이 가을쯤 되지 않을까 싶다. 되돌아보면 아쉽지 않은 삶은 없을지라도 굳이 아쉬움을 앞세워 자신을 탓하기엔 남은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아 주어진 오늘을 더 알차게 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삶을 돌아보게 되는 기회는 특별한 무엇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무엇이든 자신과 얽힌 인연의 고리에 의해 자신을 성찰하며 내일을 계획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만화에 혹하는 아이들 말고라도 만화가 이현세나 박봉성을 기억하는 또래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만화에서 역사를 배우고 일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뜬금없이 만화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근 접했던 한편의 만화가 이현세나 박봉성의 만화에 심취해 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했으며 이렇게 달빛이 좋은 밤 자신을 성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생’ 만화다. 바둑의 이야기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접목하여 보통의 사람들이 겪는 삶의 모습을 엮어내고 있다. 특기난이 공란이며 고졸이라는 조건은 온갖 스펙을 쌓고 출발하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초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주인공 ‘장그래’가 겪는 사회생활은 상상을 불허하는 악조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그가 숨기고 싶은 과거 바둑에서 얻은 교훈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인턴, 대리, 과장, 차장 그리고 부장 등으로 구성된 회사라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든 이미 젖어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기에도 급급해 하는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그 속에서의 삶의 희노애락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다른 무엇이 아니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바둑은 어쩜 치열한 답을 구하는 현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충분히 흥미를 넘어서 주목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만화의 제목 ‘미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라 말한다. 두 집을 만들기 전은 모두 ‘미생(未生)’ 즉,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말, 상대로부터 공격받을 여지가 있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삶은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

 

바둑을 아는 사람에게 이 책은 특별한 즐거움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제1회 응씨배에서 결승에 오른 한국의 조훈현과 중국의 녜웨이핑의 최종대국을 기보와 함게 해설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의 주인공이 펼쳐나가는 삶과 기보를 통한 바둑의 해설이 교류되는 지점이 묘하게 연결되며 내용의 탄력을 더해간다. 그 느낌이 상당하다. 긴장감과 넉넉한 웃음이 함께하는 이 ‘미생’에서 다양한 독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비춰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고백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만화라는 다소 열린 구조에 삶의 본질이라는 깊이를 더해 누구나 관심 가질 만 한 현실의 문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구조가 잘 어울려 회자되는 작품으로 탄생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가을 쯤 될 것 같은 내 삶의 지점에서 만난 ‘미생’이라는 작품은 내 삶과 구체적 행보가 조금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내 삶에도 공유되는 부분이 충분하기에 달빛에 취한 이 밤 다시 손에 잡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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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박수밀 지음 / 돌베개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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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글이 가지는 매력의 바탕엔 무엇이 있나?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원을 그렇게 유명하게 만든 열하일기를 읽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굳이 의무사항으로 읽어야 한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박지원이 주목받는 다양한 이유 중 열하일기로부터 출발하지 않은 것이 별로 없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열하일기를 접하지 않고 박지원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쩜 정작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고 이러쿵저러쿵 야단법석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앞서기에 하는 말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을 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열하일기다. 열하일기는 그에 관한 이야기의 출발점이며 요사이 새롭게 주목하는 문장가 역시 열하일기를 통해 그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암 박지원을 문장가로 주목하며 그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 있는 책이 회자된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예담, 2007)와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돌베개, 2013) 이 두 책은 연암의 글로부터 연암만이 가지는 글쓰기의 특징을 찾고 그를 통해 보다 연암 박지원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소설 형식으로 연암 글쓰기의 본질로 접근하는 책이다. 그에 비해 이 책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은 연암 박지원의 글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연암 박지원의 글이 갖는 특징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접근 방식이 다르기에 무엇을 선택하여 연암의 글쓰기에 대해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은 다소 딱딱한 언어로 학문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다소 버거운 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저자 박수밀은 조금은 생소한 생태글쓰기라는 관점으로 연암 박지원의 글을 분석하고 연암 박지원의 글을 해부하며 그 속에서 연암이 가지는 글의 특징을 살피고 있다. 저자는 우선 생태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를 밝힌다. 그것은 연암의 관심사로 출발되는 자연과 사물에 대한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연암의 자연 사물에 대한 접근 태도는 오늘날 생태 사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오늘날 글 짓는 법이 도구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글쓰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탁월한 문장과 번득이는 재치’ 등 여러 가지 수식어 붙는 연암 박지원의 글은 어떤 특징을 갖는 것일까?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연암 박지원의 글에는 그를 쓰는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연암의 글쓰기 전략으로는 첫째, 진심(眞心)의 글을 쓰라 둘째, 아프고 가렵게 하라 셋째, 지금 눈앞을 담아내라 넷째, 흠과 결점을 보여 주어라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독자들에게 선택받고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암의 글쓰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암의 글은 연암의 천재적인 독창성에서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다분히 동시대를 함께 고민하며 교류했던 지인들과의 공감적인 과정을 거쳤다는 점도 주목한다. 연암의 글쓰기가 ‘관찰하기 → 교감하기 → 자료 모으기 → 제목 정하기 → 협력적 글쓰기 → 수정하기’와 같은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며 연암 박지원의 글의 매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 건넌 기록’, ‘황금대기’, ‘범의 꾸짖음’의 세 작품을 심층 분석하며 연암의 글쓰기 전략을 벍히고 있다. 세 편 모두가 염암 박지원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으며 유명한 작품들이기에 내용을 알고 있겠지만 저자는 이 책에 본문을 수록하여 깊이 있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연암 박지원의 글을 독자들 앞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보인다.

 

글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인터넷의 카페나 블로그, SNS 등에 수도 없이 올라오는 글들에 의해 온갖 사회적 벽을 넘어 소통의 매개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글쓰기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글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암의 글쓰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이 가지는 긍정적 의미를 살려가야 한다는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도 싶다. 자기만족적인 글쓰기를 넘어선 글의 힘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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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괴짜들 - 무턱대고 나서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국경없는의사회 이야기
신창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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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잡을 만하다

반기문 씨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부쩍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취업을 생각하는 청년들 또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서 해외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스펙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순수하게 봉사활동 차원에서 해외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에 늘 찬사를 보내곤 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앞장서서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격려도 포함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이유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다 해외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그중 한사람이 신창범은 자신의 해외 현지 활동을 통해 얻은 다양한 감회를 밝히는 책을 발간했다. ‘국경 없는 괴짜들’이 그것이며 이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장활동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어 해외봉사활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신창범이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는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 NGO’라고 평가 받으며 “고난에 처하거나, 자연재해, 인재 혹은 무력 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인종, 종교, 혹은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립적 인도주의 의료단체라고 한다. 저자가 ‘국경없는의사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갑갑한 일상을 보내다 ‘국경없는의사회’활동을 하고 돌아온 선배를 만나는 자리에서 선배가 찍어온 사진 속 ‘국경없는의사회’의 로고가 박힌 하얀색 조끼에 꽂혀 운명처럼 ‘국경없는의사회’를 동경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멋진 조끼’라는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동기를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어찌 그것만으로 ‘국경없는의사회’의 험난한 활동을 시작했다고는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의, 순수, 인도주의 등 남들에게 내세우기 쉬운 거대한 목적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가슴속에 간직한 무엇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들 속에는 국경이나 인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지는 기본 욕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나라와 인종의 차이라기보다는 사람의 개인적 관심사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막연히 생각되기 쉬운 해외봉사활동이나 국제기구, ‘국경없는의사회’등에 대해 실제작 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남수단, 나이지리아 등 긴급구호활동이 필요한 나라들 속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그것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가들 모습이다.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를 떠올리게 되는 ‘국경없는의사회’에 모인 활동가들이 격전지를 찾아온 이유가 그렇게 인도주의적이거나 정의를 생각하는 차원이 아닌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며 그들이 긴급구호활동을 벌이는 과정 역시 의무감이나 사명감에 투철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다소 싱겁게도 읽힐 수 있는 이 책에서는 목숨 걸고 긴급구호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아주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하기만 한 개인들이 모여 기적과도 같은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이러한 힘이 바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왔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괴짜들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런 괴짜들 역시 우리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확인하는 순간 누구라도 그런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매력을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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