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 - 손철주의 그림 자랑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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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볼일이다

역사에 관심을 갖다보니 그 지평이 넓어져 주목하는 분야가 생겼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옛그림이 그것이다. 그림하면 우선 사양그림이 전부인양 하는 세태에 우리 옛그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을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묻고 찾아보고 서점에 진열된 책들을 살피며 하나 둘씩 만나게 되는 그림 읽어주는 책들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만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솔, 2003)의 저자가 오주석이라는 사람이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저자가 오주석이면 무조건 책을 구입하고 그가 알려주는 우리그림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런데 그렇게 제미난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이미 운명을 달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또 얼마나 절망했던가.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그림을 비롯하여 서양화까지 그림 읽어주는 책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그냥 그림만 읽어주는 것에서 벗어나 문학과 그림이나 화가들의 그림을 비교분석하여 보다 알기 쉽게 그림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난 저자들 중에 손철주, 고연희, 허균, 조정육, 강명관, 이주헌, 손태호 등을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것은 같은 그림을 두고도 저자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읽기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 중 손철주는 이미 꽤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저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그의 전작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자음과모음, 2012), ‘꽃 피는 삶에 홀리다’(오픈하우스, 2012), ‘다 그림이다’(이봄, 2011),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현암사, 2011),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생각의나무, 2010) 등으로 손철주의 그림 보는 눈과 해설하는 글맛에 빠져 있다.

 

이번 책 사람 보는 눈(현암사, 2013)은 제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 사람이 등장하는 옛그림을 저자만의 특별한 시각과 달달한 글맛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모두 85편의 그림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일하는 사람, 노는 사람, 꽃을 보거나 글을 읽는 사람을 비롯하여 자연 속에 동화된 사람들의 모습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같아도 삶 달라도 삶’, ‘마음을 빼닮은 얼굴’, ‘든 자리와 난 자리’, ‘있거나 없거나 풍경’등 네 가지 주제로 분류된 그림이야기는 그림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적인 측면 뿐 아니라 그 그림과 연관되어 그림이 가지는 정취를 함께 나누고 있는 시와도 만나 그림읽기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고 있다.

 

특히 손철주의 그림 보는 눈은 독자로 하여금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한다. ‘송인명 초상’의 뻐드렁니에서 포용력을, ‘이하응 초상’의 칼집에서 뺀 칼에서 대원군의 서슬을, ‘심득경 초상’의 붉은 입술에서 그린 이의 애통함을, ‘임매 초상’에서 ‘캐캐묵은 사람’의 심지를‘황현 초상’의 사시를 여기저기 다 보는 겹눈으로 읽을 수 있을까? 보고 또 봐서 그림을 그린 사람과 뜻이 통하거나 세상과 사람들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발휘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손철주의 그림 보는 눈은 특별하다.

 

또한 손철주의 그림을 풀어가는 글맛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을 살려 가슴 속에 숨겨진 감성을 건드려 주고 있어 그림이 새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아이기하고 있는 “그림 밖의 사람은 그런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고, 그림 속의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 이럴진대 사람 그림을, 그려진 사람으로만 여기겠는가. 보고 또 볼 일이다.”의 그 마음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 부제에 붙은 그림 자랑이라는 말이 수긍이 간다. 또한 책 뒷부분에 본문에 등장하는 그림들의 화가의 약력을 담아 두어 보다 넓은 이해를 도와주고 있는 점도 좋다.

 

얼마 전에 읽었던 연암고전연구회라는 곳에서 펴낸 ‘나의 길을 가련다’(2013)라는 책에 범상치 않은 인물이 표지로 실렸다. 하지만 표지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다. 손철주의 이 책도 마찬가지다. 구석구석 찾아봐도 표지화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책을 참조하여도 도무지 알 수 없다. 아디선가 본 듯한 초상화여서 더 궁금하다. ‘사람 보는 눈’의 표지에 쓰일 만큼 중요도가 있는 그림으로 보이는데 왜 없을까? 표지에 쓰인 초상화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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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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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생각이 역사를 진전시킨다

‘금지도서’라고하면 가정먼저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사회 각층에서 민주화 열기가 드높던 때고 사회가 어둠의 그림자로 휩싸여 있을 때여서 당시 화두는 당연이 사회의 민주화였다. 짜여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무엇이든 내 자유의지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대학생활은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곳이기도 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당시로써는 낯설기만 하던 단어 ‘사회’, ‘민주’, ‘정의’, ‘통일’등의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 역시 감당하기에는 벅찬 시기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시대를 떠올려 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사회였던가 싶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자신보다는 이웃과 조금 더 범위를 넓혀 민족이니 사회니 하는 이념들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숨겨서 돌려본 그러한 책들 속에서 비로써 사회나 민족, 자유, 정의, 평화, 자본주의, 공산주의와 같은 대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른바 ‘금지도서’는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한두 권씩 읽게 되는 거의 모든 책들이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고 당연히 복사본으로 만나게 된 것들이었다. 이러한 금지도서는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전 역사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데 불과 수년전에도 ‘2008년 국방부불온서적목록’이라는 것이 버젓이 존재하는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금지도서’라는 것이 생긴 것일까? 무엇을 감추고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걸까? 무엇을 근지 시킨다는 것은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그와는 반대되는 사상이나 이론 등이 유포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금지도서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중국 진나라 시황제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특히, 서양의 역사는 바로 금지도서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불태워진 책들이 많았다. 이러한 금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발간되어 금서에 아련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어 새삼스럽다는 생각이다.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담은 ‘금서의 역사’는 2013년 10월 시공사 발행가 발행한 책이다. 이 책은 책에 대한 탄압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피고 있다. 책의 저자는 금서의 이유를 구분하여 그와 관련된 사례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자기검열, 사회를 위한 금지, 불구덩이에서 살아남은 책, 악을 근절시키기 위한 분리, 정신의 지배를 위한 분서, 믿음과 권력을 지키기 위한 금지, 다양성, 그리고 호기심, 지식과 음란에 대한 금지, 부도덕과 독재가 부른 금지, 허위와 기만이 낳은 금지, 지극히 사적인 금지 등 이유와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금지한 사람들은 대부분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 권력은 정치, 종교를 포함하고 있다. 무서운 것은 직접적인 외부압력에 굴복하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알아서 기는 형태를 일컽는 말로 자기검열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금서의 목록에는 요즘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롬 데이비드 샐린의 호밀밭의 파수꾼 등에서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에 이르기까지 금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금지시킨다고 해서 안하거나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때론 금지하면 할수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사람이기에 ‘2008년 국방부불온서적목록’은 국방부 추천도서 목록이라고하여 독자나 출판사에서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비밀이 거의 없는 현 인터넷 정보화 시대에는 어떨까? 최근 미국의 정보기관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전화를 감청했다고 해서 미국의 대통령이 곤혹을 치룬 일이 있었다. 이것은 정보화 사회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다. 열린사회라고 하는 말 속에는 보다 은밀하고 치밀하게 검열이 진행되고 있지만 오히려 소리 없어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로 보인다.

 

금지도서는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폭력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금지한 쪽에서 보면 ‘불온한 생각’이 어쩌면 역사를 진보시켜 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헬렌 켈러는 〈뉴욕 타임스〉지에 썼다는 “너희들이 사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가 너희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독재자들은 이미 분서를 자주 시도했지만 사상은 모든 세력을 다해 맞서 일어나 독재자들을 멸망시켰다.”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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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서의 역사> 금지조치 당한 책들의 모든 것
    from 책으로 책하다 2013-11-24 16:21 
    [서평] ⓒ시공사 시간을 거슬러 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로 가보자. 당시 진나라는 상앙과 한비자 등의 법가를 국가 통치 체제의 주된 전략으로 받아들여 우민 정책과 함께 법에 의한 획일적인 사회 통제를 실시하였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중국 대륙에 뿌리내려져 온 유가 학문과 사상은 이 체제를 비판하였다. 중앙집권적 군현제를 반대하고 봉건제 부활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진나라의 승상 이사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치를 비판하는..
 
 
 
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 - 美畵의 그림 에세이,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쓰는 편지
선미화 글.그림 / 시그마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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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마친 딸에게 주고 싶은 책

수능을 마친 아이가 졸업 때까지 뭘 하면 좋을까? 쉼 없이 달려온 시간동안 지금처럼 넉넉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생활이 변화되는 과도기인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어쩌면 새롭게 맞이할 새날에 대한 준비로 또 분주한 움직임을 해야 할 때는 아닐까? 지금까지의 삶은 대학입학이라는 주어진 과제를 묵묵히 해결해내면 되었지만 이제부터 맞이할 시간은 스스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기에 혹 당황스럽거나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 새로 맞이할 시간에 대해 지금가지의 자신을 돌아보며 다가올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 분명해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앞으로의 삶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도 일도 삶도 사랑도 주인으로써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그 삶은 그리 외롭거나 무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조금은 넉넉해진 시간 동안 함께하면 좋을 책이 있다. 삶의 순간순간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나 말 한마디가 있다면 더 없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처지에서 이겨낼 힘을 얻는 다는 것, 이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 만큼이나 힘이 되는 것이 아닐런지...

 

그림 그리는 선미화의 ‘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는 바로 누군가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하는 책이다. 삶의 무게로 힘들어 할 때 꺼내 보며 응원 받을 수 있는 따스한 말과 그만큼 온기가 전해지는 그림이 더해져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는 책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저자 선미화의 그림에 저자가 직접 삶 속에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생활 속에서 얻는 교훈이 더해져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대학 신입생이나 사회 초년생 또는 무엇이든 새로운 경험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다.

 

다섯 가지 쉼표로 나눠진 이야기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것, 주변에 늘 자신을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신을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추억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 있다는 건 앞으로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갈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이 전하는 달달한 느낌처럼 이야기 또한 달달한 내용이지만 그 무게는 사뭇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막 청춘을 보낸 사람이 그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겪었던 희노애락을 담고 있어 그 시기를 맞이하는 사람이나 그 시기에 있는 사람 또는 막 그 시기를 벗어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보인다.

 

살아가며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할 때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삶의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기 힘겨울 때가 아닐까 싶다. 이제까지 빈틈이 허용되지 않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가올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는 이때, 이 책과 함께 한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TKAF의 어느 고비이든 누군가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그래서 이 책과 더불어 불안하지 않게 미래를 꾸려가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얹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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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 개암 청소년 문학 20
마리 셀리에 지음,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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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여인, 모나리자의 미소

모나리자의 미소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이 현존한다. 한 작품에 대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풀리지 않은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눈썹 없는 여인의 내막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그 풀리지 않은 무엇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작품을 직접 대면하려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현상일 것이다. 이에 더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 또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쉽사리 뛰어남을 수 없을 정도의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것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언제나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고 살아생전 최고의 대우를 받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 개암 청소년 문학의‘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은 바로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우선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과 가상의 세상을 엮어 새롭게 구성한 이야기이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 있지만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도 있다.

 

‘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은 자신을 후원해주던 메디치가의 든든한 후원자가 세상을 떠났고 기력을 많이 잃어버린 삶의 후반기를 살아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가 프랑스로 초청한다. 망설이든 끝에 초청을 받아들여 프랑스 앙부아즈의 한 저택에 머물고 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 저택에 살며 창작과 연구 활동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어린 소녀 카테리나라 그리고 그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와 상상의 세계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생의 마지막에는 지나온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렇기에 살아생전 각계각층으로부터 추앙을 받던 다빈치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수 십 년 이상을 굳굳하게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태도가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의 작가 마리 셀리에가 주목한 점이 아닌가 싶다. 부엌대기인 어린소녀 카테리나에게 보여주는 따뜻하고 자상한 다빈치의 모습은 삶 속에 녹아 있는 다빈치의 삶의 자세와 태도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을 마감하기 전 일 년을 추적하여 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사람의 삶을 복원하려고 한 저자의 중심에는 모나리자가 있었다. 알 수 없는 미소의 주인공 모나리자를 매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카테리나와 그의 어머니가 중첩되어진다. 여기에서 모나리자의 실재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림 속 알 수 없는 미소의 주인공 모나리자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접근이지만 모나리자의 미소가 가진 그 매력적인 느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지만 실은 너무 멀리 존재하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통해 그 먼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담고 잇는 모나리자의 미소는 어쩌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온 생애를 걸쳐 살았던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남긴 한 인간의 마지막 상징은 아닐까? 알 수 없는 미소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이 우리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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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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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사랑과 낭만이 없다면

사람에게 영원이 풀 수 없는 숙제가 있다면 뭘까? 수 천 년을 이어온 인류의 역사에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울고 울게 했던 것을 꼽으라고 하면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사랑”으로 모아지지 않을까 싶다. 철학을 필두로 한 사상사의 흐름에서도 삶의 질을 변화시켜온 눈부신 발전을 이룬 과학에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어왔고 인류가 지속되는 한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조언을 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문제로 대두될 때에는 결코 답을 얻지 못하는 그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쩌면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문학이든 영화든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전재로 시작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은 어쩌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보고자 읽고 보고 듣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랑”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의 일상 속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여, 바로 그 “사랑”에 주목하여 이를 다양하게 해석을 시도하여 사람들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연결시켜나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다.

 

‘잘 있지 말아요’의 저자 정여울도 그 중 한사람으로 보인다. “사랑, 혁명, 우정. 이루어지지 않아도, 끊없이 실패해도, 소유할 수 없어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가치들이다. 바보 같아 보여도, 철 지난 이상처럼 보여도, 난 그것들이 미치게 좋다. 사랑, 혁명, 우정을 향한 변함없는 짝사랑이 나를 여전히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 따스한 낱말 3총사가 여러분의 삶도 환하게 비춰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잘 있지 말아요’를 통해 그러한 저자의 관심사가 어떻게 독자들과 공유되는지 확인해 보자. 우선 저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문학작품이나 공연, 영화 이야기를 한다. 정여울이 주목하는 작품으로는 ‘적과 흑’, ‘설국’, ‘리시스트라타’, ‘월 플라워’, ‘춘희’, ‘색, 계’, ‘안데르센동화’등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공통된 주제는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이라는 단어는 결국 “사랑”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이다. 정여울은 이러한 이야기를 작품들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삶의 양태를 하나 둘 확인하며 그들이 품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남녀 사이에 에로틱한 우정은 가능할까? 라는 물음 속에서 살피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며 반응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여울의 이야기처럼 ‘에로틱한 우정’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조선시대 ‘매창과 허균’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매창이 여인이 아니었다면 허균과의 사이에 오랜 우정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싶다. 공유할 수 있는 사상적 공감대가 서로 이성이라는 에로틱한 감정이 깔려 있었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정여울이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작품들 속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작품들 속 주인공들의 모습과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잘 꾸며내고 있어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지금 사랑 때문에 시린 가슴이든 사랑에 대한 꿈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든 정여울의 이야기는 사랑을 정면으로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로 자신의 처지를 잘 살필 수 있는 안내자로 충분하다고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 단풍이 들고 그 단풍이 지는 동안 우리들은 어떻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사람들의 삶에서 사랑과 낭만이 없다면 시간을 더해 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가워지는 날씨는 어쩌면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혀 줄 중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사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잘 있지 말아요’와 함께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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