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서재 - 세종이 만든 책, 세종을 만든 책
박현모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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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세종을 보는 다른 방법

'세종'(1397~1450), 27명의 역대 조선 왕들 중에성군’ 또는 대왕이라는 호칭이 붙는 왕으로 우리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명이다그렇다면 왕 세종이 그렇게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조선이 개국한 후 혼란기를 거쳐 정치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물려받았다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세종만의 특성을 찾아보는 것도 왕 세종을 이해하는 기본적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세종만의 특징을 찾아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에 주목한다고 해도 지나친 선택은 결코 아닐 것으로 본다아버지 태종이 책을 빼앗아 보지 못하게 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는 것을 세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일화 중 하나다.

 

이 책 '세종의 서재'는 '세종이 만든 책세종을 만든 책'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런 세종을 가능케 했던 원인 중 하나로 세종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책에 주목 했다여주대 세종시대 문헌연구팀에서 진행한 심층해제문 가운데 '세종시대를 잘 드러내는 문헌'과 '세종을 만든 책'을 선별해 소개한다.

 

훈민정음(해례본), 삼강행실도세종실록악보농사직설향약집성방역대병요칠정산내편제가역상집구소수간대학연의당률소의지정조격

 

'세종의 서재'에 등장하는 책 목록이다면면이 살펴보면 유교 정치의 구현과 민족문화 창달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지극히 필요했던 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책을 보는 중에 그로 말미암아 생각이 떠올라 나랏일에 시행한 것이 많았다는 세종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경영의 비결을 책을 통한 지식경영에서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세종의 책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분류되어 있다그것은 세종을 만든 책과 세종시대가 만든 책이다전자는 책을 좋아했던 세종이 수십 번 읽었다는 구소수간을 비롯하여 대학연의가 정치의 근간을 세워가는 기준으로 삼았던 대학연의와 법치주의를 위한 당률소의등이 그것이다여기에서 더 주목되는 분야는 후자로 훈민정음 중심으로 유교이념을 정치와 일상에서 실현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천문학지리학의학과 같은 과학기술 분야를 정립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나아가 농업 지식의 표준화시간의 표준화 작업과 백성이 사용하는 언어의 표준화 사업이 맞물려 진행되었으며 왕조의 건국과 치세의 공덕을 드러내고자 음악으로 백성을 교화하고 공동체적 공감대 형성할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필요성이 왕 세종의 특성과 잘 어우러져 조선의 유교 정치와 민족문화가 찬란하게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고성군 또는 대왕이라는 칭호가 어떤 배경으로부터 배경이 비롯되었는지 왕 세종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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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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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시간으로의 여행

글은 작가를 담아내고 작가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한다동시대를 담아내는 작가와 작품은 그 진정성과 방향에 의해 이를 공감하는 독자들과 소통하게 된다하여작가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서를 대변하고 이를 표현하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작가 김훈을 주목한다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고 필요할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그 모습이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풍경과 상처현의노래칼의 노래남한 선성 등으로 만났던 김훈의 작품은 무엇이든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이번 작품 공터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미루기만을 반복하다 이제야 손에 들었다왜 그런 것인지 이유는 모른다책에 대한 어떤 이야기일지라도 애써 귀를 닫았고 이제 막상 손에 들었지만 아직 표지도 열어보지 못했으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세상을 향해 가슴을 열어 두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성인의 목소리 냈던 김훈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 참이다.

 

마씨馬氏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 마차세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통해 역사의 굴곡이 한 가정과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담담하게 그려간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있었고 또 있을 법한 이야기다애써 과장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축소하거나 외면하지도 않는다강물이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과 같이 역사의 구비마다 겪게 되는 부침을 받아드리면서 삶을 지속하기 위해 일상을 살아왔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그 중심에 가족이 있다아버지와 어머니,부모와 자식형과 내가 전통사회의 가족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어쩌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닌가도 싶다.

 

시간을 거슬러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무렵부터 시작된 이야기다일제강점기해방, 6.25, 4.19, 5.16, 5.18, 6.10 굵직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힘겨웠던 나날들이 이어지는 격동의 시간이었다그 시간을 관통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지극히 단조롭고 건조하게 이어진다무성영화를 보듯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구경꾼으로 곁눈질하는 듯 이야기 흐름에 감정이입하는데 커다란 장벽이 있는 듯하다.

 

세상을 무섭고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그것처럼 누구도 비켜설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막상 마주대하기에 선 듯 용기를 낼 수 없는 이중성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가둬버린 것은 아닐까그 막연함이 텅 비어버린 공간 속에 홀로 존재하기에 버거운 그것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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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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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마음속에 함께 머무는 시간

삶 자체가 여행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일상이 오늘의 환경과 조건에 묶여 마음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다른 이의 여행이 주는 맛으로나마 내 삶을 음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 맛에 풍미를 더하여 내 삶의 맛으로 가져오는 것은 다 내 몫이기에 여행에세이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내 몫이다.

 

여행의 본래 가치는 어디에 두어야할까아니 본래 가치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기나 할까사람마다 제 가치관에 의해 사물을 대하고 그것에 의해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다르듯 여행 역시 같은 시각으로 본다면 본래적인 가치는 없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찾는다면 그 가치의 본래 목적을 사람에 두고자 한다목적을 어디에 두었는가는 차치하더라도 여행이라는 길 위의 시선을 늘 사람에게 있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관령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책으로 만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되었던 김이자의 이 책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은 그 여행의 목적에 충실한 여행에세이로 보여 진다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저자의 시선이 닿는 중요한 곳에 사람이 있다그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어가 그들의 삶이 가진 가차를 발견하고 인정해주는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경계의 범주를 넘어선 아이들을 향한 연민의 눈빛에서 어쩌면 삶의 종착역에 있을지도 모를 늙은이들의 주름진 얼굴 표정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시선에는 한결같이 그들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따스함이 있다그들 모두는가진 걸 모두 주고도 아깝지 않은 이들이다.

 

이유 없이 피는 꽃이 있을까문득 피는 꽃이 있을까.” 수많은 문장 중에 다음 책장으로 넘어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문장이다낯선 곳낯선 풍경낯선 사람들 틈으로 스스로 걸어들어 간 것을 여행으로 본다면 그 여행의 모든 것을 이루는 중심에 바로 이런 마음이 있어야 하고 또 있기에 가능했던 그 모든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싶다이 시선으로는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을 것이기에 더 이상 여행지의 이방인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일한 사람으로 삶의 여정이라는 한 곳을 바라보고 묵묵히 걷는 여행자들인 것이다.

 

누구나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삶'을 꿈꾼다이 꿈에 여행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치 큰 것이라는 점은 문지방을 넘어 길을 나서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저자의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대상에 그치지 않고 자기 스스로에게로 귀결되는 것은 바로 이런 여행이 준 가장 큰 혜택은 아니었을까.

 

언제부턴가 변화보다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이기를 바란다. '어제 같은 오늘오늘 같은 내일'이길 바라는 것이 그 마음이다여행과 같은 일상에 더 이상의 변화를 수용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결코 돌아갈 수 없는 어제와 미리 당겨 쓸 수 없는 내일에 주목하여 오늘이 주는 의미를 소홀하게 대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이다.

 

셀 수 시간과 공간에 홀로 우뚝 서서 스스로를 돌아봤을 여행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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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거문고 - 조선 선비, 음악으로 힐링하다
송혜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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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음악의 일상성 회복을 꿈꾸며

피리를 배워가는 중이다어느 무대에서 중저음의 대피리 소리에 반하여 시작된 공부라고는 하지만 그냥 혼자 즐기는 것 이상을 넘보지는 못한다악기를 공부하는 것과 더불어 또 하나 빼놓지 않고 누리는 것은 가까운 벗들과 국악공연을 보러가는 것이다관현악실내악판소리창극무용에 이르기까지 처음엔 생소해하던 사람들이 어느덧 무대에 몰입하여 즐기는 모습을 보면 더불어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이런 문화가 보다 많이 확산되어 공감하고 누릴 수 있길 바란다.

 

무엇 때문에 악기를 배우고 공연을 보러 다니며 더욱이 주변사람들까지 동행하고자 하는 것일까그것은 음악이 주는 긍정의 힘을 일상에서 더불어 나누고 누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이다이런 마음의 전형을 조선시대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던 그림과 글에서 배웠으며 그 한 전형이 홍대용의 집에서 있었던 기유춘오악회가 아닌가 싶다.

 

송혜진의 책 '꿈꾸는 거문고'는 이렇게 일상의 삶 속에서 음악을 즐겼던 선비들의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다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옛글과 그림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선비들의 음악 세상으로 한 발 더 깊게 들어가 선비들이 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이었는지듣고 싶은 음악은 무엇이었는지선비들에게 음악이란 무엇이었는지를 오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선비와 음악을 바라보는 중심 주제로 선비들의 음악과 악기’, ‘선비들의 평범한 일상 속 음악과 꿈 ’, ‘관직 생활을 하는 동안에 누린 음악’, ‘여행이라는 특별한 날의 음악 추억으로 선정하고 이를 조선 선비들의 남겨진 흔적인 그림과 글에서 찾아본다.

 

송혜진의 시각은 김조순강세황김홍도이한진전기이경윤홍대용 등 조선시대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음악과 관련된 일상을 통해 선비와 음악의 구체적인 모습을 찾아봄으로써 음악이 학문과 일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식적인 음악을 비롯하여 관직활동과 선비들의 놀이의 한 축이였던 산행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의 음악을 찾아간다더불어 각 이야기마다 소개되는 음악과 음반이야기는 책의 내용을 곧바로 음악과 연결시켜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실현시켜나갈 매개로 활용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조선의 선비들이일상에서 어떤 음악을 어떻게 향유했는지음악들에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악기를 연주하고 감상하면서 어떤 행복을 누렸는지등 음악을 일상에서 누렸던 조선의 선비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의 음악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자 했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책에서 자시하는 우리음악을 함께했다저자의 이러한 노력이 일상성을 상실한 우리음악의 미래를 열어갈 단초로 작용되길 간절하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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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고 - 우리가 버린 제국의 역사
유득공 지음, 김종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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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발해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사역사학이라는 용어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임명에 맞추어 저간의 화제의 중심에 섰다강단사학과 유사역사학이라는 용어의 갈림길에 고대사에 대한 입장차이가 그러한 구분의 한 이유일 것이다역사학의 본질은 해석의 다양성을 보장하는데 있다고 한다면 다양한 해석은 역사를 풍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며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면 활발한 논의를 통해 재정립이 가능한 것이 역사가 아닐까 싶다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국 역사에서 고대사는 뜨거운 감자일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본다하지만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면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처럼 보인다.

 

유득공의 발해고를 다시 손에 들었다이번 책은 유득공이 최후까지 수정한 '발해고 4권본'의 국내 최초 번역본이다유득공(1748~1807) 조선시대 후기를 살았고정조에 의해 박제가이덕무서이수와 함께 규장각 검서관에 임명되었다발해고이십일도회고시사군지 등 문학과 역사지리풍속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저술을 남겼다.

 

발해고渤海考는 1784년에 지은 한국 최초의 발해사이다유득공은 발해의 땅은 부여·고구려로 이어진 우리의 영토였으며대조영이 고구려인이었음을 강조하면서 통일신라시대는 남북국시대이며고려는 마땅히 남북국사를 편찬해야 했는데 한반도지역에만 집착해 북쪽 지역을 방기했다며 발해고를 지었다고 밝혔다.미완의 원고라는 뜻의 를 붙였다.

 

김동성의 번역으로 위즈덤하우스에서 발간된 이번 책의 근간이 되는 것은 발해고 4권본으로 발해고 4권본본문 구성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또한 550여 개의 번역자 주를 통해 1권본과 4권본의 세세한 차이와 생소한 어휘에 담긴 역사적 의미 등을 설명함으로써 발해고 4권본을 좀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원문도 함께 있어 한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1784년 발간된 발해고는 당시 청나라가 중화질서의 중심으로 등장한 뒤 소중화주의와 북벌론에 안주하고 있던 조선 사회에 발해를 우리 역사 안으로 끌어 들어 삼국시대 이후에도 신라와 발해가 병립했다는 남북국시대론을 주장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이러한 제기로 인해 후대의 역사 인식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는 미진한 측면이 있으며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이이 접하기에도 쉽지 않은 내용이다유득공이 미완의 원고라는 뜻의 를 붙인 의미를 바로 알고 후대 역사학자들의 발해 역사의 객관적실증적 연구를 통해 보다 진일보한 발해사渤海史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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