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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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을 닮는다

어설프게나마 나무를 만지며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늘 상 나무를 만지는 목수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나무를 만지는 공방에서 만난 책이 절판이라 헌책방에서 겨우 찾았다나무를 먼저 만지고 그 나무와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의 삶은 독특한 무엇이 있으리라는 추측도 한몫했다.

 

그렇게 찾은 책의 저자 김진송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그는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활동했으며출판기획자로서 근현대미술사와 문화연구에 대한 관심을 텍스트로 복원해내는 작업을 하는 등 일반적으로 말하면 소의 먹물인 셈인데 그 모든 것을 접고 나무를 만지기 시작한 것이다.

 

"상상의 공간은 현실의 공간과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현실과 상상의 틈 속에 존재한다."는 목수 김씨의 목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책은 바로 그 저자가 나무를 처음 만져온 지난 십 년 동안 목수 일을 하면서부터 나무와 목수 일그리고 목물들에 대해 기록해온 일기와 스케치작품 사진을 담았다나무를 구하는 데서부터 그가 말하는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상세히 기록이다.

 

10년의 시간새로운 무엇을 시작하여 그 시간을 채워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저자는 그 시간동안 나무를 만지며 늘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록을 통해 내실 있는 시간을 보내온 그 결과물이 이렇게 책으로 묶을 수 있는 기반으로 보인다.

 

나무이야기를 통해 주로 사용되는 나무에 관한 경험적 정보를일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나무의자나 책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물건에 얽힌 이야기뚝지노랑이책벌레곤충 등 놀라운 상상력이 발휘된 결과물목수와 연장의 불가분의 관계목수가 가지는 생각의 흐름과 방향성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넘친다.

 

목수 김씨는 어쩌면 이야기꾼이 아닐까 싶다이 책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는 이야기꾼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 가는 것이 나무를 다루는 것보다 더 능숙해 보이기가까지 한다그런 상상력의 결과가 물건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으로 보이니 목수가 만들어낸 물건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처음 나무를 만지는 사람에게 나무를 만지며 무엇인가를 만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완전 초보가 참고할만한 책이 없던 차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그 유용성의 진가는 실제 경험을 잘 녹아 있다는 것과 목수로 전업하기 전 경험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이 책이 10년 전 책이나 목수의 경험도 이제 20년이 되어 보다 깊은 이야기가 쌓였을 것이기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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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가구
남경숙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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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통 가구를 이해하는 다른 방법

나무를 만지면서 시작된 놀이가 이제 관심의 폭을 넓혀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바탕으로 그 생활에 필요했던 가구에까지 이르렀다전통적인 생활방식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다르기에 살피는 것 역시 다른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생활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활에 필요했던 가구에 주목하는 것이다.

 

나무를 만지는 것에 관련된 공부를 해본 경험이 없어 막연하기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것이 그나마 궁금증을 해결해가는 방법이라 여겨 이것저것 찾아보았지만 적당한 책을 찾지 못하였다그나마 발간되었던 책도 발행연도가 오래되어 절판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이는 전통 목가구가 현 시점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대변해 주는 단편적인 예가 아닌가 싶어 마음 한구석 안쓰러움이 있다.

 

어렵게 찾은 책 중에 하나가 한양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한국 전통 가구'라는 책이다이 책은 2004년 문화관광부 한국 문화콘텐츠 진흥원에서 실시한 우리 문화원형의 디지털콘텐츠화 사업 부문에서 연구한 결과로 나온 자료를 취합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조선시대 가구 관련 책자와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문화적 맥락에서 한국가구의 정체성을 확보해 주고 가구산업측면에서도 단절된 전통가구의 우수성을 재조명하기 위해전통가구 문화전통가구 양식전통가구 문양 및 금구장식전통가구 제작공정전통가구 구조 상세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전통 가구가 중심이되 그 가구의 배경이 되는 전반적인 생활양식을 살펴 그 가구가 적재적소에 필요한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배경이나 제작기법과 활용성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살펴 보다 깊이 있게 가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특히전통가구의 종류가구의 상세구조와 문양과 장식전통가구 제작 공정은 가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보여 적절한 자료로 보인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통가구에 대한 관심은 골동품이라는 시각과 더불어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부에서 찾은 것으로 그 수요가 극히 한정된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현실에서 매니아 층에서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으로나 전통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이런 반응을 기반으로 본다고 해도 이 책에서 제시한 한국 전통 가구의 전반적인 정보는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이 가능한 내용이다.현대 감각에 맞게 다시 발간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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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그릇 - 편한 쓰임새와 아름다운 형태의 그릇 300점 그리고 31명의 목공예가 이야기
니시카와 타카아키 지음, 송혜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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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과 아름다움이 담긴 나무 그릇

나무와 노는 시간이 좋다나무를 만지고 깎고 다듬는 동안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한다점점 관심이 늘어나 나무로 하는 무엇을 찾기 시작하고 있다그 방향을 어렴풋이 짐작만 한다그 방향에 참고하고자 목공예에 관한 책을 찾았다그러나 전통가구나 현대 목공예와 관련 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중에서 현대적인 감각이 충분히 반영되었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데 중점을 둔 나무와 관련된 책이 일본에서 발간된 나무로 만든 그릇이다이 '나무로 만든 그릇'은 편한 쓰임새와 아름다운 형태의 그릇 300점과 이 나무 그릇을 만들고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31명의 목공예가 이야기다.

 

그릇은 음식이나 물건 따위를 담는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기구로 그만큼 익숙한 것이기에 천연재료인 나무로 만든 그릇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확장하여 나무 그릇을 만들고 사용하는 목공예가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본다.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이 정말 좋다뜨거운 국물을 담아도 그릇을 잡고 있는 손에는 열기가 전해지지 않는다입에 닿는 촉감도 좋다끌 자국이 남아 있는 나무 그릇의 분위기가 편안함을 준다그리고 무엇보다 나무의 정갈함이 음식에 배고은은한 정취가 음식과 잘 어우러져 어떤 요리든 담을 수 있다."

 

나무 그릇을 만들고 사용하는 대한 목공예가들의 공통된 느낌에 공유한다. 31명의 목공예가들의 주된 작품과 나무그릇의 쓰임새나무의 종류나무 그릇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이면서도 나무 그릇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발견된다책장을 넘기면그 안에 담긴 나무 그릇 특유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빛깔따뜻한 감성이 주는 아름다운 나무 그릇을 만난다.

 

뿐만 아니라 만들어볼까요?”라는 코너를 통해 나무를 이용해 초보자도 직접 그릇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과정을 사진과 더불어 수록해 놓고 있어 의지와 조건을 갖춘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도록 충실한 정보 제공을 하고 있다이런 과정을 통해 10가지 유형의 작품에 도전해볼 수 있다.

 

이 '나무로 만든 그릇'에서는 나무 그릇의 아름다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용하는 도구에 관점을 맞추어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이 한없이 다정하게 다가온다목공 작가 본인과 가족들의 식사 장면직접 만든 음식을 그릇에 담은 모습들을 통해 실제로 그릇의 쓰임을 볼 수 있다.

 

친자연소재로 만든 생활용기가 일상생활 속에서 더 많이 사용되길 희망해 본다또한우리나라 전통공예나 목공예가들의 작품이나 작업의 과정을 담아 소개하는 기회가 있다면 나무공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할 것이다뜻있는 관계자들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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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 시인 유종인과 함께하는 나남신서 1919
유종인 지음 / 나남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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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언어로 만난 조선의 그림

같은 사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얻게 되는 감흥이 다르듯 그림도 마찬가지다조선시대의 그림을 만나며 여러분들의 눈을 전전하다 오주석 선생의 눈에서 제법 자리를 잡았다그후 이종수허균손태호고연희손영옥 등에서 조선의 그림에 대한 마음을 이어가다 최근까지 손철주에 와서 멈칫하였다그림 읽어주는 책도 흐름을 타는 것인지 요사이는 뜸하더니 다시 특유의 눈을 찾아간다.

 

'시인의 언어로 만난 조선의 그림'이라는 말에 우선 붙잡혔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싶다처음 들어보는 시인이니 시인도 모르고 더욱 시인의 시도 모른다동시에 여러 가지를 알아갈 기회다유종인은 문예중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조선일보신춘문예에 미술평론으로 당선시인으로 미술평론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인이 조선의 그림을 보는 눈의 창으로 삼은 것이 독특한 분류를 보인다신윤복김홍도강세황이인문최북이명옥이정심사정김득신이재관조희룡김정희 등 조선의 화가들의 다양한 이유로 익숙한 그림을 풍속모임의 정경풍류산수문인에 이어 죽음과 삶의 응시에 이르기까지 15가지 시선으로 분류하여 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의 그림에 담긴 사의寫意를 찾고자 한다이는 그동안 그림을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지양하고 그림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때론 감성적으로때론 아름답게그러나 쉽게 이야기” 하고자는 의미라 읽힌다공감하는 바가 많아 좋은 시각으로 우선 환영한다그렇다면 시인은 어떻게 그림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종요롭다버성기다옥생각하다듬쑥하다던적스럽다도도록하다옥말려들다머드러기조리차하다>

 

독특한 언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단어가 품고 있는 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흐름을 끊어버리는 작용도 한다이는 그림과 관련된 전문 용어나 사조기법 등에서 어려움을 느낀 기존의 그림이야기를 벗어나 화가의 품은 뜻을 읽어가는 저자가 사용하는 독특한 언어들이다순우리말의 사용이나 오롯하게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하는 접근방법도 공감한다.

 

어렵게 읽혀 더디다그림의 사의를 파악하기에 다소 생소한 언어의 사용이 이를 가로막기도 한다때론 화론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오히려 난해하기까지 한다그렇게 들여다본 그림을 통해 공감을 불러오는 것은 결국 그림을 읽어주는 저자와 이를 읽는 독자의 공감을 통한 소통이라고 본다면 저자의 의도가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저자의 15가지 시선에 공감하며 김명국의 인하독서도은사도유숙의 오수삼매 등과 같이 자주 볼 수 없었던 그림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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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이경자 지음 / 사람이야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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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시와 삶을 오롯이 들여다 보다

신경림, '농무'로 기억되는 신경림 시인은 그 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서로를 연결 지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학교교육의 혜택(?)이다계절도 내 삶의 시간도 가을의 문턱 즈음에서 '산다는 것'에 주목하는 때에 오롯이 '시인 신경림'을 만나는 의식을 치루 듯 시인의 시를 찾아본다.

 

첫 시집 농무(1973이후 새재(1979),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8), 낙타(2008) 등 다 수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한 시인으로 동시대의 사회적 요구에 때를 놓치지 않고 바른 목소리를 내 온 시인이자 시단의 어른이며 시대가 필요로 한 지식인이다.

 

이 책 시인 신경림은 연작소설집 절반의 실패’ 이후 그 매듭은 누가 풀까’, ‘순이’ 등의 작품과 산문집 딸아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이경자의 눈으로 본 시인 신경림에 대한 이야기다.

 

시인 신경림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림을 그려가듯 펼쳐놓고 있다할아버지의 커다란 보호막 아래 살았던 유년기학교 진학과 문학 그 틈바구니 속에서 꿈꿔가던 문학도 시절경제적 몰락으로 가족의 파괴와 더불어 장남으로 가족의 힘겨운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중 장년기를 거쳐 정기적으로 산을 오르며 묵묵히 삶을 꾸려가는 노인의 일상인 현재까지 시인의 삶을 7가지 테마로 나누고 이를 통해 삶과 문학세계를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다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간 중간 싱니의 대표적인 시와 함께 시가 탄생한 배경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섬세한 이야기를 통해 시인 신경림의 시와 삶을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작가 이경자의 시각으로 신경림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 글은 사람의 삶을 돌아본다는 것그것도 살아 있는 사람을 다른 이의 눈으로 살핀다는 것이 가지는 무게를 상쇠하고도 남을 만큼 글이 가지는 힘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흐른다묵직한 삶의 이야기지만 멈춤이나 거부감이 아니라 글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가슴에 따스함으로 저절로 스며들게 하는 힘을 가졌다이것으로 인해 시인 신경림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이해를이 이야기를 펼쳐가는 작가 이경자의 글맛까지를 동시에 알아가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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