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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영화 -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
배혜경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영화 읽어주는 여자, 배혜경
1987, 영화 한편이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다양한 시각과 얽힌 사연으로 연일 회자되지만 난 그 영화 보기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때 내 삶의 전부를 차지했던 일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겪을지도 모를 내적 부담감을 미리 방지하고 싶은 이유도 있다. 어쩌면 이것이 영화가 가지는 힘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렇듯 영화는 힘이 세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호불호를 가려가면서도 영화관을 찾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영화를 접하고 있다. 그 다른 방법 중 하나가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접하는 것이다. 영화 평론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고마워 영화'는 후자의 눈으로 본 영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지극히 사소하지만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에 더 친밀감으로 영화와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는 영화를 만나는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북촌방향’,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 ‘풍산개’, ‘클로저’, ‘색, 계’, ‘박쥐’, ‘낮술’, ‘향수’, ‘오늘’, ‘추격자’, ‘8월의 크리스마스’,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채식주의자’, ‘아가씨’ 등 51편의 영화가 등장한다. 동서양을 막론한 영화로 딱히 시대를 구분한 것도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사람 사는 일상의 반영이다. 사람의 이야기이고 사람이 향유한다. 그러기에 영화에 대한 중심 이야기는 사람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각으로 배혜경의 '고마워 영화'는 대단히 인간적이다. 영화 속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거기에 그 영화를 보는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따라붙어 마치 책을 읽는 독자가 그 영화를 직접 만나는 것처럼 현장감도 느낄 수 있다. 영화 평론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와 다른 시각이 있어 영화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읽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더디게 읽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 부족도 이유겠지만 영화를 읽어가는 배혜경의 마음자리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나아갈 수 있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영화를 재미와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는 최상의 텍스트로 꼽는다.”는 ‘고마워 영화’속 이야기가 풀어지는 실마리가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개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수필가 배혜경의 글이 지향하는 방향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