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숲은 그 속내를 짐작할 수도 없이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그 중에 제법 이른 시기에 순백의 마음을 내밀고 수줍어하는 듯 하지만 한껏 자태를 뽑내는 식물이 있다. 일부러 찾아가 눈맞춤하는 봄꽃 중 하나다.
마른 나뭇잎 사이로 수줍은 새색시 미소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가녀린 몸에서 제법 커다란 꽃을 피워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도 보인다. 내 어린시절 든든한 응원군이었던 고모가 시집가며 보여준 애뜻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산자고는 산과 들판의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4∼5월에 줄기 끝에 1∼3송이가 달리는데, 넓은 종 모양이며 위를 향하여 벌어진다. 흰색 바탕에 자줏빛 맥이 있어 기품을 더해준다.
자고慈姑. 산자고山慈姑 또는 광고라고도 부르며 약용한다. 아픈 며느리를 위해 시머머니가 이 꽃의 뿌리를 이용하여 치료해 주었다는 것으로부터 자애로운 시어머니라고 해서 산자고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까치무릇'이라고도 부르는 산자고는 그 이미지와 닮은 '봄처녀'라는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