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나무를 심다
김은경 지음 / 북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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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조는 왜 나무를 심었을까?

조선후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호학군주이며 못 다한 개혁의 군주 바로 정조다그렇다면 왕 정조의 개혁 정치 중심에 무엇이 있었을까왕권의 강화로의 전환과 더불어 백성의 삶을 안정화시키는 것으로 모아진다고 볼 수 있다그동안 왕 정조를 바라보는 시각에 이 두 가지가 중심이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왕 정조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난다김은경의 책정조나무를 심다는 왕 정조를 바라보는 중심 키워드로 나무심기에 주목한다재임기간동안 1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는 정조와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정조와 나무흥미롭고 절묘한 조합이다대학에서 한문학을대학원에서 산림자원학을 공부한 저자 김은경이 조선왕릉의 수목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조선왕조실록과 일성록에 언급된 정조의 나무심기에 관한이야기를 담았다.

 

영조의 장례를 치르면서 시작된 정조의 나무심기는정조 24년 여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된다아버지 사도세자를 닮고 싶었고 할아버지 영조의 효심을 닮으려 했던 정조의 나무심기는그가 조선의 임금이 되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정조의 나무심기는 할아버지 영조의 왕릉에 나무를 심은 것으로부터 출발한다왕릉에 나무를 심는 것은 효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써 자식을 대신해서 부모를 지켜주는 나무라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할아버지 영조와 아버지의 비극적인 관계로부터 정조에게는 특별한 아버지가 있었다그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옮기면서 묘역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수많은 나무를 심기에 이른다.

 

식목 왕 정조의 나무 간택에는 왕릉을 풍성한 숲으로 가꾸려 했던 마음과 더불어백성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했던 애민 정신이 담겨 있었다.”

 

정조의 백성을 위한 정치를 알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나무심기에서도 알 수 있다백성과 관련된 나무심기에서 백성을 생각하는 정조의 기본적 시각을 살필 수 있는 부분이다효에서 시작된 나무심기가 백성의 안위와 관련된 부분으로까지 확장되면서 나무심기에 대한 일관된 정책으로 정착되기에 이른다효로부터 출발한 묘역관리 차원을 넘어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상세한 기록으로 남겼다.

 

도리桃李를 심고 도리桃李 꽃을 보며 도리桃李가 되고자 노력했던 이들과이들을 도리桃李로 바라본 정조가 심은 것은 단지 나무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 김은경의 왕 정조의 나무심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록에 나타나 객관적 사실을 발굴하여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한문학을 공부한 것으로부터 연유된 것으로 보이는 독특한 시각은 기록물의 행간에서 읽어내는데 있다이는 한문학과 나무를 공부하던 시절의 에피소드와 연결되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특히 나무심기를 정조가 규장각을 설치하고 운영한 것과 결부하여 바라봄으로써 저자가 식목 왕 정조를 바라보는 궁극적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나무심기는 결국 조선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에 사는 백성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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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여행
이호준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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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스스로 위안 받는 여행

매화피면서 긴 겨울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떨치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신호탄은 매화 피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이렇게 시작된 매화기행에 이어 본격적인 꽃놀이는 벚꽃에서 절정을 이룬다벚꽃이 무리지어 핀 곳이면 어디든 사람들로 북새통이다여행이라고는 하지만 혼잡한 사람들 틈에서 꽃구경에 집중된 나들이는 몸도 마음도 피곤에 찌들게 한다.

 

시인이자 여행작가인 이호준의 나를 치유하는 여행은 2015년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여행에세이를 모아 엮은 책이다꽃놀이처럼 몰려다니며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눈의 호사에 초점을 맞춘 관광이나 나들이에서 벗어나 일상을 수고로움으로 살아온 스스로가 ''를 만나 위로할 수 있는 테마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날마다 짐을 싸는 남자가 아니라짐을 풀지 못하는 남자언제라도 떠날 것이기 때문에 짐을 풀지 못하는 삶행복하면서도 불행한 삶"

 

여행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는 저자 이호준은 강원도 인제 산골부터 경남 거제 지심도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바느질하듯 누비고 다니며 보물과도 같은 여행지를 찾아내고 그에 걸맞게 '치유의 여행'이라는 테마로 찾아낸 여행지를 안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익숙한 여행지를 대거 포함하고 있으며 자신의 지역과 가까운 곳은 저자의 새로운 시각을 더하여 친근함을 공유할 수 있으며 지역적 차이로부터 다소 멀리 느껴지는 여행지는 언젠가 가보고 싶은 바램을 가져봄직한 여행지들의 연속이다모든 여행지가 어디든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다녀올만한 곳들이다.

 

그가 찾는 곳은 특정한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이곳에서 고개를 넘어 저곳으로머물고 싶은 곳까지 가고 오는 길 위에서시간을 거슬러 올라 역사적 흔적을 만나고 있다이 과정을 담은나를 치유하는 여행은 저자의 사물을 보는 시각과 이를 전달하는 사고의 깊이가 행간 곳곳에서 확인된다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 사람이 일상에서 애쓴 수고로움을 다독이며 치유할 수 있는 따스함이 묻어난다더불어 여행기마다 추가된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함께 여행할만한 주변 여행지에서 먹고 쉴 수 있는 여행정보까지 담고 있다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함께 걸어가는 여행의 길동무를 만나는 동화과정이 겹쳐진다.

 

여행은 길 위에 서는 일이고길 위에서 사색을 전재로 하기 때문에 '치유의 여행그것과 일맥상통한다. “치료는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전제지만치유는 쉬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이룰 수 있다치유를 위한 가장 좋은 처방은 바로 여행이다.” 스물여섯 여행지책의 어느 면을 펼치더라도 편안하게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만난다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부터 가보자넉넉한 마음으로 찾았던 그곳에서 우연히 이 책을 든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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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 창비청소년문고 19
설흔 지음 / 창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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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의 문장에 빗대어 마음 치유의 길을 찾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조희룡과 골목길 친구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열하일기 외사', '내 아버지 김홍도', '책의 이면', '추사의 마지막 편지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등으로 만난 작가 설흔의 글에서 깊은 글의 맛과 멋을 알았다일부러 찾아서 보는 작가의 다른 책이다.

 

"작가는 그저 쓰는 사람이고추측하고 고민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얼마나 솔직하고 당당한 말인가조선 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옛사람들이 남긴 글의 행간에서 작가가 읽어낸 사람의 마음을 옮겨 적는다여기에 작가의 사고의 힘이 녹아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다.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는 연암 박지원의 글에서 마음의 치유의 길을 찾는다삶이 힘겨운 이들에게 전하는 '방 안에 잘 틀어박히는 법혹은 밖으로 나오는 법'에 대한 설흔의 이야기를 담았다연암의 글과 설흔의 행간 읽기의 절묘한 어울림의 세계다스스로를 방에 가둔 '미노'는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조선 후기 격변기를 살아가며 북학파의 거두백탑파의 좌장 격으로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은 날이 지날수록 더 주목받는 역사인물이다그는 홍국영의 정치적 공세를 피하기 위해 연암협으로 피신했다사회로부터 비자발적 자기격리를 한 셈이다.

 

이야기 속 미노 역시 가족과 친구에 배신감을 느끼고 자발적 단절을 한다이런 미노에게 어느날 갑자기 이야기 선생이라는 한 남자가 찾아와 이야기를 해 준다이야기 선생은 연암이 연암협에 피신하고 개성의 유언호로부터 도움을 받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미노의 자발적 사회 격리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간다는 이야기다이야기 선생 역시 자발적 사회 격리자 중 한사람이다.

 

이야기는 두가지 흐름으로 진행된다연암 박지원이 개성에서 유언호를 비롯한 사람들 속에서 살이가며 겪는 이야기와 이야기 선생으로부터 연암의 이야기를 듣고 변화의 과정을 보이는 미노의 이야기가 그것이다.미노의 이야기 선생에 대한 회고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통해 자기 고백적 성격이 강한 흐름을 보인다.이야기 선생은 연암 박지원과 미노 사이에 이야기 전달자로 존재하면서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연암의 이야기에 빗대어 미노에게 전달한 셈이다.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에서는 이야기 흐름의 두 가지가 어울림이 다소 엇갈려 호응하지 못하는 흐름처럼 보인다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버겁다청소년 교양도서라는 주 독서층에 이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을 불러올지도 의문이다연암의 문장을 현재적 재구성에 다소 어색한 점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기존 작가 설흔의 다른 책과는 다른 맛의 이야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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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많아
사카이 준코 지음, 김수희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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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책을 끼고 사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질문이 "어떤 책이 좋아요?"나 "좋은 책 한권 골라주세요"라는 말이다이처럼 남감한 질문도 없다뭘 알아야 추천할 수 있는데도 망설이면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한다하지만 이런 타박을 하는 사람들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책만큼 취사선택에서 까다로운 것도 없을 것이다가치관관심사독서이력연령대성별ᆢ등 셀 수도 없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이런 복잡한 변수를 통과하여 선택된 책들은 그 사람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해 준다이 특징이 있어 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개탄들 하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읽어야할지 모르는 답답함이 있기 마련이다그런 혼란을 줄여주기 위해 책을 읽어주는 책이 있고 권장도서목록이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카이 준코의 독서일기 '책이 너무 많아'도 그런 부류의 책으로 볼 수 있다이 책은 사카이 준코의 개인적인 독서일기다이 독서일기 속에는 책에서 책으로 연결되는 이어달리기가 주를 이룬다그 속에서 언급되는 책들을 통해 출판대국 일본의 다양한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 책은 만화책일 때도 있고 묵직한 고전일 때도 있다문학은 물론이고 뜨개질요리잡초의 생태철도역사소녀 잡지, SM에 결박까지 다양한 분야를 훑으며 멋대로 읽고 멋지게 쓰는’ 사카이 준코의 책 일기.


한 주제에 기본적으로 세권의 책이 등장하니 열세가지 테마에 펄 십여 개 정도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보니 언급된 책 수만 해도 300여권에 이른다책 제목마냥 책이 너무 많다그렇다고 겁먹거나 지레짐작 놀랄 필요는 없다독서일기 형식이니 그렇게 편안하게 접하고 읽을 수 있는 글이 매력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책은 저자의 가치관과 감정 그리고 의지를 반영한 글이 엮어진 결과물이다그러기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지은 사람과의 깊은 만남을 이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예비하게 된다그것이 바로 책과 책이 저자나 내용 또한 읽는 이의 개인적 관심사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된다사카이 준코의 책이 너무 많아에서 언급된 책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얻어진 결과물이다.


책을 읽어도 읽으면서 바로바로 잊어버립니다이른바 명작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세계 명작이 화제가 되면 안 읽었는데요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 채난처하게도 마지막까지 애매한 웃음을 짓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저자 사카이 준코의 수즙은 고백으로 들리는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매력에 빠진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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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
와시다 기요카즈 지음, 김경원 옮김 / 불광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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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무언가 찾아올 수 있게 내 안에 공간을 만드는 일

즉각적인 답을 원한다생각할 틈도 없이 직선적인 사고와 행동을 추구한다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다.이런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들려다보면 다분히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하나는 스스로도 그런 사회 속에 재빠르게 적응하려는 움직임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사회의 속성과는 반대로 스스로 자신을 찾기 위해 느리게 움직이고 싶어 하는 것이 그것이다이런 이중적 처신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와시다 기요카즈의 기다린다는 것은 바로 이런 현대사회의 속성을 기다림이라는 키워드로 조망하고 있다기다림을 바라보는 통로로 초조함예감징후자기 붕괴냉각바로잡기생략대기차단교착퇴각방기바람폐쇄산소 결핍권태공전반복열림” 등 열아홉 가지 단어로 들여다본다.

 

"현대는 기다리지 않아도 좋은 사회기다릴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우리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것어쩔 수 없는 것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그런 것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우연을 기다리거나 자신을 초월하는 것에 따르는 일과 같은 '기다림'의 행위나 감각을 통해 얻어지는 인식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저자 와시다 기요카즈가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통로역할로 사용하는 단어들이다이 단어들이 가지는 속성을 뒤집기도 하고 반대적 내용으로 살피기도 한다이 과정을 통해 기다림이 가지는 사회적 속성으로부터 개인의 심리적 특성까지 살핀다미야모토 무사시다자이 오사무의 일화를 비롯해 요양시설에서 치매 노인을 보살피는 과정문학작품에 묘사된 기다림의 양상을 두루 살피며 기다림의 미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기다리지 않는 사회기다릴 수 없는 사회는 사람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무엇을 빠트리거나 소홀히 여긴 것일까무엇이든 즉각적인 피드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가다림이 가진 의미를 고찰한다.이는 전통사회에서 기다림에 익숙해왔던 그것과 달라진 현대사회에서의 기다림을 바라보는 차이도 알게 한다.

 

기다림은 미래를 향해 를 열어두는 일이다기다림 속에 간직된 참 가치가 여기에 있다는 말이다.미래를 속에 나의 자리매김이 가능해지는 것이는 우연처럼 무언가 찾아올 수 있게 내 안에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에 강한 공감을 하게 된다이 공간이한 시간의 여유이며 숨 쉴 수 있는 틈이 될 것이다.

 

그나마 바쁜 것이 다행이라는 자기위안으로부터 일상에서 여유를 찾는 것잃어버린 기다림을 실현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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