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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등선羽化登仙

입추立秋라 그런걸까. 습기를 덜어낸 땡볕에선 잘 말라가는 풀 냄새가 난다. 뽀송뽀송하면서도 부서지진 않을 적당한 까실거림이 이 느낌과 비슷할까.

소동파가 유배지 황주에서 쓴 적벽부에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는 이야기 속 모델이 바로 매미다.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한선부寒蟬賦에서 매미는 5가지 덕을 갖춘 익충益蟲이라고 평가했다.

학식文, 청결淸, 청렴廉, 검소儉, 신의信

머리에 관대가 있으니 문文이고,

이슬만 먹으니 청결淸하고,

곡식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니 청렴廉하고,

집 없이 사니 검소儉하고,

때를 맞춰 나타나니 신의信를 안다.

그래서 옛날 임금님들은 매미의 오덕처럼 선정을 펼치라는 의미로 매미의 투명한 날개를 형상화한 익선관翼善冠을 썼다고 한다.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간혹 부는 바람이 전하는 가을의 냄새를 놓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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消暑八事 소서팔사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

1. 松壇弧矢 송단호시 - 솔밭에서 활쏘기
2. 槐陰鞦韆 괴음추천 -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3. 虛閣投壺 허각투호 -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4. 淸簟奕棊 청점혁기 -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5. 西池賞荷 서지상하 -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6. 東林聽蟬 동림청선 -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7. 雨日射韻 우일사운 - 비오는 날 한시 짓기
8. 月夜濯足 월야탁족 - 달밤에 개울에서 발 씻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소서팔사消署八事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더위 퇴치법 8가지라고 한다. 유배지에서 돌아온지 6년째인 1824년에 이 시를 지었다.

마음 속 담긴 것이 달라서일까. 더위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옛사람들이 더 느긋하게도 보인다. 변화된 삶의 방식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자리가 있다.

아침부터 버거운 날씨다. 눈은 시원하게 해주는 파아란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보다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따갑기만한 햇볕이 무지막지하게 힘이 쎄다.

그늘에 들어 초여름 다녀온 노고단 길에 만난 흘러내는 물줄기를 떠올린다. 시 지을 재주는 없고 느티나무 그늘 아래 대자리 깔고 낮잠이나 즐기면 더없이 좋겠다. 그런 호사도 내 몫은 아니기에 점심시간에 뚝방 벚나무 그늘에나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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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안 아프다"
"아프구나"
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 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
-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중 '각연사' 편에서

*바늘끝으로 무장한 땡볕이 기세가 등등하다. 요사이 아침 안개가 곱다고 했더니 따가운 햇볕이 예고한 것이라는 어른들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삼복더위가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나날이다.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하다치더라도, 내가 발딛고 사는 땅에선 그 더위를 식혀줄 사람들의 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번 더 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8월 첫날이다.

"아프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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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버려야할 때가 있다. 식물이 본체를 살리기 위해 특정한 가지를 선택하고 영양공급을 중단해 고사시키듯 과감히 버려야할 때가 있다. 극단적인 선택이 이에 해당한다.

사람의 사귐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덜 중요한 것은 뒤로 미루거나 때론 포기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손에 쥐고 갈 수 없을때 무엇을 버려야 할까?

이는 무엇을 지키고자 하느냐에 달렸다. 잘 살펴서 사귐의 본질을 파괴하는 것은 버려야 한다. 사소한 욕심을 부리거나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해 본질을 무너 뜨려서는 안된다. 무엇을 버려야 할지 그것을 감지하는 이는 바로 자신이다.

노각나무의 꽃이 지고나서도 나무의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몸부림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무의 품에 포근히 안겨 빛을 받은 지금이 화양연화가 아닐까.

본질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엄습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당신과 나란히 걷기 위해 난 무엇을 버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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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줄 수 있는게 없어요"

상대를 지극히 배려하는 마음이다. 더불어 스스로 가슴에 상대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까만밤 길어진 목으로 달을 기다리는 달맞이꽃이나 먼동 트는 새벽 태양을 기다리는 해바라기의 마음과도 다르지않다.

'준 것이 없다해도 받은 것은 많다는 말이 가능하다' 는 이 속 깊은 정情은 시간의 겹이 쌓여 깊어진 마음일 때 비로소 알게 된다.

"꽃에 물든 마음만 남았어라

전부 버렸다고 생각한 이 몸속에"

-사이교

이제, "그대에게 줄 수 있는게 없어요"라고 안타까워하는 그대 마음자리 깊은 곳에는 꽃물든 깊은 정으로 가득채워질 일만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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