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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至 동지

갈림길에 섰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마무리는 짧게 시작은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뜻일까. 털어버리고 나야 출발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다.

액맥이타령

어루 액이야 어루액이야 어루 중천으 액이로구나

동에는 청제장군 청마적에 청하장

철갑을 쓰고 철갑을 입고 척활에 화살을 빗겨메고

봉록으 떨어놓고는 땅에 수살 막고 예방을 헌다

남에는 적제장군 적마적에 적화장

철갑을 입고 철갑을 쓰고 적활에 화살에 빗겨메고

봉록으 떨어놓고는 땅에 수살 막고 예방을 헌다

서에는 백제장군 백마적에 백하장

백갑을 쓰고 백갑을 입고 백활에 화살을 빗겨메고

봉록으 떨어놓고는 땅에 수살막고 예방을 헌다

북에는 흑제장군 흑마적에 흑하장

흑갑을 입고 흑갑을 쓰고 흑활에 화살을 빗겨 메고

봉록으 떨어놓고는 땅에 수살막고 예방을 헌다

중앙은 황제장군 황마적에 황하장

확갑을 입고 확갑을 쓰고 황활에 화살에 빗겨 메고

봉록으 떨어놓고는 땅에 수살막고 예방을 헌다

어루액이야 어루액이야 어기 영차 액이로구나

정월 이월에 드는 액은 삼월 사월에 막고

삼월 사월에 드는 액은 오월 단오에 다막아낸다

오월 유월에 드는 액은 칠월 팔월에 막고

칠월 팔월에 드는 액은 구월 귀일에 다막아낸다

구월 귀일에 드는 액은 시월 모날에 막고

시월 모날에 드는 액은 동지섯달에 다막아낸다

정칠월 이팔월 삼구월 사시월 오동지 육섣달

내내 돌아가더라도 일년하고도 열두달 만복은 백성에게

잡귀잡신은 말알로 만전위전을 비옵니다

https://youtu.be/h8sAXgtaVYo

*김용우의 소리로 듣는 액맥이타령이다. 볕 좋고 파아란 하늘에 시린 고드림이 녹아내린다. 하늘 품에서 느긋한듯 여유롭기만 하다.

아름다운 끝맺음이 올바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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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알수 있으랴.

쏟아지는 눈보라 속에 청명한 하늘 있고, 그 하늘에 눈 있다는 것을ᆢ. 시린 콧등을 만지는 손길에서 제 맛 들린 겨울임을 안다. 그래 겨울은 이 맛이 있어야 겨울인 게다.

늘 지나고나서야 고맙고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늦은 후회는 마음에 겹으로 쌓인다. 하여, 마음 다하지 못한 후회는 늘 서럽다. 이처럼 서러움으로 눈물지어본 사람은 안다. 지금이 다시 시작할 그때라는 것을. 겨울은 그 서러운 마음을 품어줘야하는 때이다.

겨울은 한 해의 끝만이 아니다.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숨은 열정의 시간이다. 겨울은 여태 보지 못했던 수많은 생명들의 숨구멍을 보게 한다.

하늘 너로 인해 눈부신 속살을 드러낸 눈의 빛이 시리다. 그렇게 서로 기대어 빛나는 것이다.

당신과 나처럼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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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이 트는 새벽, 춤추듯 날리는 눈은 왔다는 시늉만 내고는 밤을 건너 제 왔던 곳으로 가버렸다. 남긴 흔적으로 겨우 금방 사라질 발자국을 남긴다.

앞집 할머니는 일찍 마실길을 나섰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직선은 아니다. 앞 바퀴의 중심선을 따라가는 뒷바퀴가 서로를 의지한다.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한방향으로만 간다. 곡선이 갖는 이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이 멀리갈 수 있는 이유며 그 곁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힘이다.

차마 쓸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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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이 시린 차가움으로 가슴을 움츠리지만 싫지는 않다. 매운 겨울이 있어야 꽃 피는 봄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두고 "1년 처럼 긴 하루을 얻어 그것에 몰입 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을 갖는다. 몰입하는 과정이 주는 깊고 넓은 위로를 안다.

오늘을 살게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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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삼등文有三等

文字有三等. 上焉藏鋒不露, 讀之自有滋味. 中焉步驟馳騁, 飛沙走石. 下焉用意庸庸, 專事造語.

글에는 세 가지 등급이 있다. 상등은 예봉을 감춰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읽고 나면 절로 맛이 있는 글이다. 중등은 마음껏 내달려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튀는 글이다. 하등은 담긴 뜻이 용렬해서 온통 말을 쥐어짜내기만 일삼는 글이다.

덤덤하게 말했는데 뒷맛이 남는다. 고수의 솜씨다. 온갖 재주와 기량을 뽐내며 내디디니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튄다. 잠깐 사람 눈을 놀라게 할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별 내용도 없이 미사여구를 동원해 겉꾸미기에 바쁜 글은 억지 글이다. 자기만 감동하고 독자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생각의 힘을 길러야 글에 힘이 붙는다. 절제를 알 때 여운이 깃든다. 여기에 나만의 빛깔을 입혀야 글이 산다.

*정민 교수의 책 '석복惜福' 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송나라 때 장자(1153~1221) 가 엮은 '사학규범仕學規範' 중 작문에 관한 글을 인용하고 있다.

글의 힘의 있고 없음은 우선 글쓴이에게 달렸다. 책을 읽다보면 쉽게 읽히면서도 글이 갖는 무게로 인해 저절로 감탄하는 글을 만나는 경우는 대단한 행운이다. 그만큼 좋은 글을 만나기 어렵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글 역시도 읽는 이의 준비 정도에 의해 전달되는 무게는 달라진다. 이 둘의 조화로운 만남을 위해 주로 읽는 처지에 있는 나 부터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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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1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민 교수님의 책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미처 몰라 지나쳤던 도서 <석복>을 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