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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이 맑다커늘 우장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날은 찬비를 맞았시니 얼어잘까 하노라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가 평양기생 한우寒雨를 보고 첫눈에 반한 속내를 드러낸다. 벼슬이나 권력에 연연하지않고 패기 넘치는 호남아답게 거침이 없다.

어이 얼어자리 무슨 일 얼어자리

원앙 침 비취금을 어데두고 얼어자리

오날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잘까 하노라

*한우寒雨 역시 한술 더뜬다. 재색을 겸비하고 시문에 능하고 거문고와 가야금에도 뛰어나며 노래까지 절창인 기녀답게 은근하지만 속되지 않다.

주는 이나 받는 이가 마음이 맞았으니 여기에 무엇을 더하랴.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멋이 아닐런지. 비로소 손끝이 시리고 코끝이 찡한 겨울다운 날씨다. 겨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려는 하늘의 배려가 아닐까.

김용우의 '어이얼어자리'를 듣는다.

https://youtu.be/edrQUe1Dh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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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마음 길

마음에도 길이 있어

아득하게 멀거나 좁을 대로 좁아져

숨 가쁜 모양이다.

갈 수 없는 곳과, 가고는 오지 않는 곳으로

그 길 끊어진 자리에 절벽 있어

가다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열리거나 닫히거나 더러는 비틀릴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항아리 있어

그 안에 누군가를 담아두고

오래오래 익혀 먹고 싶은 모양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달그락달그락 설거지 하고 있는 저녁

일어서지 못한 몸이 따라 문밖을 나서는데

마음에도 길이 있어 나뉘는 모양이다.

*김재진 시인의 시 '마음 길'이다. 넓기는 하늘을 품기에도 넉넉하고 좁기는 바늘 꽂을 틈도 없는 것이 마음이라던데 늘 이 둘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양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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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時宜適切'
정성이다. 시간을 겹으로 쌓아온 결과이기에 순리로 받아 들인다. 적절한 때에 각기 다른 감정과 의지가 만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가짐을 포함하고 있다. 때에 맞춰 준비되는 무엇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수고로움이다.

겨울이라지만 어디 곳에는 푸르른 빛을 놓지 않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알맞은 공간에서 적당한 조건에 이를때까지 견디거나 준비한 결과물이고, 다음으로 건너갈 과정에 충실한 모습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준비하되 시의적절한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 순리와 요구에 의해 생겨나는 그 때를 놓칠때 일어나는 것이 허전함이며 외로움이고 결국, 마음 다하지 못하였다는 후회다.

그러기에 몸과 마음이 원해서 스스로 내는 내면의 울림에 무심할 일이 아니다. 살아오는 동안 몸과 마음이 보내는 그 신호를 소홀히 여겨 낭패보았던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제는 그 내면의 울림에 답하여 자신을 돌봐야할 때다.

어쩌면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급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심장이 내는 울림에 귀기울여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숨을 쉴 수 있고 숨을 쉬어야 적절한 때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차고 마른 바람이 불어 온다. 이것 역시 과정을 건너는 필요충분 조건이기에 기꺼이 맞이한다.
꽃피울 봄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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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묻혀 사는 동안'
단풍이 들고 지는지도 몰랐다. 자연과 늘 함께한다고 여기며 살았는데, 눈 녹지 않은 이른 봄부터 다시 그 눈이 내리는 때 까지도ᆢ. 시시때때로 찾았고 그 속에서 울고 웃고 소리치며 혼자 잘 놀았다.

꽃 찾아다니고 꽃 속에서 놀다 그 꽃의 색과 향기에 취해 자신을 잃어버린 것일까? 무엇이든 익숙해진다는 것이 이렇게 허망한 것임을 알면서도 또 마음에게 당했다.

그사이 환영받지 못하는 장마에 더디가는 가을을 탓하며 버거워했고,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찬바람부는 겨울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른 첫눈과 함께 허망하게 와버린 겨울은 제 색을 잃고 봄인양 아양떨고 있다.

오늘도 봄볕마냥 햇살은 눈부시고 그 햇살에 취해 난, 또 이렇게 허망하게 겨울 한철을 보내버릴 것인가.

내일은 길을 나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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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고 싶은 볕이 가득한 시간이다. 몸이 원하는 온기와는 달리 코끝이 찡하는 차가움을 기다리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마음의 반응이리라.

천년의 시간을 품은 느티나무 잎이 마지막 볕을 품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 세상에 나와 시나브로 품었을 시간을 되돌려주기 위해 마지막 의식이다.

볕 좋은날, 절기를 외면하려는듯 햇볕이 가득하다. 조금은 거리를 두었던 사이가 가까워져야 할 때임을 아는지라 귀한 볕을 한조각 덜어내어 품에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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