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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듯 하지만 불쑥 치닿는 감정이 있다. 버거운 일상에서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그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꽃길을 걷게 하고자 했던 이가 그 몸 마져 버렸던 날이다. 꽃에 물든 마음은 어디에 깃들어 있을까.

"꽃에 물든 마음만 남았어라
전부 버렸다고 생각한 이 몸속에"

*벚꽃과 달을 사랑하며 일본의 헤이안 시대를 살았던 가인으로 다양한 작품을 남긴 '사이교'의 노래다.

강한 볕과 맞짱이라도 뜨려는듯 강렬한 기운을 전하는 꽃이다. 강물의 품 속에 핀 꽃을 보기 위해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춘다. 스치는 풍경이 아니라 일부러 주목하여 멈추는 일이고, 애써 마련해둔 틈으로 대상의 색과 향기를 받아들이는 정성스런 마음짓이다.

꽃은 보는 이의 마음에 피어 비로소 향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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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 학

人有各所好 인유각소호
物固無常宜 물고무상의
誰謂爾能舞 수위이능무
不如閑立時 불여한입시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고
사물에는 원래 항상 옳은 것은 없느니라
누가 학 너를 춤 잘 춘다고 했나
한가롭게 서 있는 때만 못한 것을

*백거이白居易(772-846)의 시다. "不如閑立時 불여한입시" 크게 덥다는 대서大暑에 의외로 신선함을 전하는 바람결에 놀란다. 때문인가. 이 싯구가 문득 떠올라 오랫동안 머문다.

요동치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그러하니 나 또한 그 요동에 너무도 쉽게 휩싸이게 된다. 말이 많아지고 시류에 흔들리는 몸따라 마음은 이미 설 곳을 잃었다.

긴 목을 곧추 세우고 유유자적 벼 사이를 걷는 학의 자유로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숲 속의 꿩도 그 이치를 안다는듯 고개를 곧추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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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하늘에선 연신 비행기가 연신 환영 퍼레이드를 펼치고 그 사이에 간혹 나오는 볕이 반갑다.

현玄.
"검다ㆍ적흑색ㆍ하늘빛ㆍ아득히 멂" 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 더 넓고 깊은 무엇을 공유하는 색이라고 이해한다. 단어가 뜻하는 의미는 사뭇 더 넓고 깊다.

제주 현무암 위에 생명의 세상이 펼쳐진다. 시선의 높이는 마음에 틈을 가진 이들의 넓고 깊은 창의 다른 표현이다. 보이는대로 담는다지만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볼 뿐이다.

현玄, 검지만 탁하지 않음이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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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다'
거칠것 없이 쏟아내던 하늘도 쉴 틈은 있어야 한다는듯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밤사이 남은 숨을 내놓는다. 얼굴을 스치는 는개는 차갑다. 밤을 길게 건너온 때문이리라.

짠물을 건너 검은 돌 틈 사이에서 만난 벌노랑이다. 각지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벗들이 제각기 모습대로 서성대는 시간. 좋은 벗을 곁에 두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이 꽃과 서로 다르지 않다.

'그냥'이라는 말이 가진 힘은 이처럼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있다. 그렇게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그것이 '그냥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냥'이라는 이 느낌은 그냥 오지는 않는다. 관심, 애씀, 견딤, 기쁨, 성냄, 울음, 외로움, 고독 등ᆢ수없이 많은 감정의 파고를 건너고 나서야 얻어지는 마음 상태다. 기꺼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길을 가면서 얻어지는 뿌듯함과도 다르지 않다.

그냥 그렇게,
그대를 향하는 내 마음도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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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긴밤을 건너오는 동안 손을 놓았으리라. 여전히 색과 모양 온전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그 마지막이 수월했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무엇이든 통째로 내어놓는 일은 이와같이 주저함도 막힘도 없이 수월해야 하는 것, 맺힌 것도 남은 것도 없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난리도 아니다. 이제 초복 지났으니 여름의 시작이나 다름없다. 찌는 듯이 더워야 키와 품을 키워야 하는 곡식과 열매 맺어 영글어가는 과수들에게 지극히 필요한 때이다.

나무 그늘에 들어 간혹 부는 건들바람이 그토록 시원한 것도 다 이글거리는 태양 덕분임을 안다. 꽃이 절정에 이르러 통째로 내어놓는 것처럼 모름지기 여름은 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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