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眉宇間 隱然帶出澹沱水平遠山氣色 方可與語雅致

미우간 은연대출담타수평원산기색 방가여어아치 이흉중무전벽

얼굴에 은근하게 맑은 물과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과는 더불어 고상하고 우아한 운치를 말할 수 있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선귤당농소'에 나오는 글이다. '문장의 온도'에서 한정주는 이덕무가 언급한 사람과 같은 사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속의 '한스 숄'과 '조피 숄',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 속의 '카를 마르크스', '레닌의 추억' 속의 '블라드미르 레닌', '옥중수고' 속의 '안토니오 그람시', '동지를 위하여' 속의 '네스토 파즈', '아리랑' 속의 '김산',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속의 '신동엽',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속의 '김수영',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속의 '전태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속의 '윤상원', '나의 칼 나의 피' 속의 '김남주' 가 그들이다."

한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할 수 없는 무리들을 본다. 속내는 감춘 채 명분을 앞세우나 이름 걸고 제 뜻을 밝힐 용기도 없다. 자신의 영리추구 이외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버릴 때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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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터진 여름과는 달리 가을은 급하다. 오는 것도 그렇지만 가는 것은 더 빨라 오는가 싶으면 이미 저만큼 달아나 겨우 꽁무니나 보기 일쑤다.

성급한 나뭇잎이 급하게 옷을 갈아입다가 추락했다. 오묘한 색과 간결한 무늬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허리를 숙이고 제법 긴 시간을 눈맞춤 한다.

내놓을 말이 없으니 들을 말도 없기에 붙잡지도 잡히지도 않은 시간을 함께 한다. 반쯤 내려 놓고 애써 주장하지 않고 살기를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전하는 일이 이제는 익숙하다.

가을을 품을 가슴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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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다'

자연스럽다는 것 속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았지만 억지를 부려 욕심내지 않은 상태를 포함한다. 또한 시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 시간과 동행하는 것이리라. 그 가운에 정갈함이 머문다.

나무둥치 위에 가즈러히 흰고무신 한컬레 놓였다. 뒷축을 실로 꼬맨자리가 어설퍼 보이지만 단정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닫힌 문이라지만 조심스럽게 머리 위 글귀를 따라 읽는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토방에 놓인 고무신이 정갈한 주인의 마음자리를 닮았으리라. 굳이 청산별곡을 읊조리지 않아도 이미 마음은 청산 그 한가운데 머문다.

가만히 흰고무신을 들었다. 두 손으로 가슴에 대어보고 그 자리에 놓았다. 주인의 정갈한 마음자리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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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白露'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점으로 삼는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 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했다.

뜨거운 볕 아래 맥문동이 힘찬 기운으로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배경 삼았다. 여름볕과는 분명 다른 질감으로 다가오는 볕이다. 가을날의 까실함이 여기로부터 오는 것은 아닐까싶다. 그 성질이 뭇 곡식과 과일을 영글게 하는 것이리라.

속담에 "봄에는 여자가 그리움이 많고, 가을에는 선비가 슬픔이 많다"라고 한다. 백로를 지나면 본격적인 가을이다. 혹, 반백의 머리로 안개 자욱한 숲길을 넋놓고 걷는 한 사내를 보거든 다 가을 탓인가 여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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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고 있다. 사명을 다하기 위한 근본 마음자리에 놓이는 것이 바로 간절함이다. 도달하고자는 곳, 이루고자는 바가 있다면 이 간절함에 의지해야 한다.

꽃은 한순간도 이 간절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한다. 그것이 모든 생명이 담보하는 숙명이다.

미루고 미루다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막바지에 초조감을 안고 나선 길이다. 그 길 어딘가에서 두 마음이 하나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간절함, 당신과 내가 함께 설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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