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북한현대사
정창현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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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북한 정치체제의 형성과 변화 <인물로  북한현대사>

정창현 , 2011. 02., 375, 선인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은 벌써 3번째 핵실험을 진행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의 무기가 향하는 대상은어디일까. 과연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조중동 신문이 앵무새처럼 떠드는 주장은사실일까. 북한은 그냥 단순한 불량국가이고, 테러지원국이고, ‘수령독재 국가이고 인권유린국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2016년의 북한체제를 구성한 지난 70~80년간의 북한 역사에 대해서도 우리 대부분은 무지하다. 다음 질문에 어느 누가 분명한 근거를 대면서 자신 있게 답할  있을까.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진짜 인물인가 가짜인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인가 단체인가. 북한은 소련-러시아나 중국에 종속된 괴뢰국가인가 독립적인 국가인가. 북한의 다음 행보는 예측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북한의 수령제 정치체제는 어떻게 확립되었나. 박헌영과 이승엽은 미제의 간첩인가.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는 과정은 누가 주도했나. 김정일은 괴물인가 천재인가. 김정은은 어떻게 후계자가 되었는가. 포스트 김정은은 어떻게 될까. 북한붕괴론은어디까지 신뢰할 만한가.


한국인 대다수는 언론을 통해 북한 정보에 접근한다. 북한연구자들은 북한에서 간행한 원자료를 접하기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언론보도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국내 언론이 보도한 지금까지의 북한 관련 기사는 오늘자 북한기사, 내일이면오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조롱받을 정도로 허술하다. 국가정보기관은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잘못된 대북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게다가 오보로 확인된 기사라고 해서 특별히 정정되지도 않는다. 신뢰도가떨어지는 탈북자들의 일방적 감정적인 발언이 여과없이 종편에 넘쳐난다.


저자 정창현은 북한전문가로서 그런 점이 안타까웠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한 저자는 2011 김정일 사망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때를 계기로북한의 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인물로  북한현대사>출간했다.

저자는 1990년대에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을 다니면서 북한현대사의 생생한 증언들과 자료들을 접할 기회를 얻었다. 그중 일부는 신문과 월간지에 보도했지만 모두 싣지는 못했다. 특히 일부 증언에서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거나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증언과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그동안 수집한증언과 자료들이 북한현대사 이해와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권의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저자는, 북한의 현대사가 수령 정점으로 하는 수령제 정치체제 형성과 발전의 역사이며,  과정은 후계체제의 형성과 계승의 역사와 중첩된다고 설명한다.따라서 북한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령제 정치체제의 기반을 마련한 김일성 주석과 수령제 정치체제를 이론화하고 체계화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적과활동을 파악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수령, 총비서, 주석, 후계자  낯선 북한의 용어와 개념을 파악한다면 북한사회를 파악하는데 한층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북한의 파워엘리트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북한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할 있다는 것이다.


<인물로  북한현대사>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탄생시켰고 지금까지 북한을 통치해 , 북한의 최고지도자 3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북한이 현대사의 기점으로 삼고 있는 192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후계자가 등장한 2010년까지의북한역사를 포괄한다

북한이라는 국가에서, 그리고 북한의 현대사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은 막중하다. 그들은 북한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조선노동당의 최고 직책,  중앙위원회 총비서, 1비서,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김일성 시대의 수령제 정치체제로 시작하여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유일지도체제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북한의 현대사는  최고지도자 3인의 변화와 후계체제 그리고 미래의 북한을 예측하기 위해 피할  없는 과제라   있다

출판사는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활용했기 때문에 북한현대사와 북한의 정치지도자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평가하는데 도움을  것이다"라고 소개한다.  속에는 북한에서 ,정의 고위직에 근무하다 소련으로 망명한 조선인 2,3세들이 말하는 해방  조만식의 행적에 대한 증언, 남로당 2인자 이승엽의 친일활동과 간첩활동에 대한 증언과 자료,  조선노동당 조직부장의 허가이 부수상 자살사건의 전모, 소련 외무부 극동국에서 일했던 파메노프의 ‘8 종파사건 대한증언 등이 부록으로 담겨 있다.


"특히 북한은 625전쟁 이후 김일성 중심의 유일사상체계가 형성됐고, 1974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한  20 년간 후계체제가 형성·운영돼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결과 수령제 사회주의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형성하였다.정권 수립 이후 여러 차례의 권력갈등을 거치면서 단일한 혁명전통과 정치세력이형성된 것이다. 또한 소련이나 동구사회주의가 당의 권위가 약화되고 당과 군의분리 현상이 나타났지만 북한은 조선노동당의 영도가 확고해 체제유지의 핵심인군부가 수령과 당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북한 이해에서 특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자칫 북한 사회주의의 보편성을망각할  있다. 그러나 북한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령제를 단순히 개인숭배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북한이 1950년대 이후 소련이나 동구사회주의와는 다른독특한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이 소련과동구사회주의가 붕괴한 후에도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할  있었던 주요한 요인이바로 북한체제의 특수성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후계체제는 다른 사회주의국가들과 비교해   북한사회가 갖고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수성을 보여 준다. 우선 북한의 후계체제는 권력의 1인자와2인자가 30 가까이 분점 혹은 영도와 지도라는 이중 체계를 통한 병립으로 유지돼 왔다. 권력 속성상 이렇게 오랜 기간의 권력 분점은 사회주의국가뿐만 아니라자본주의국가의 권력 교체와도 상당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북한현대사 이해는 이러한 북한의 독특한 경험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만 가능할 것이다.”(22)


북한은 한편으로는 1953 한국전쟁 휴전  63년째 휴전선을 마주하며 군대를대치시키고 있는 국가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5천년 유구한 한반도의 역사 공유하고 있는 한민족이다. 언제든지 권력자의 음모나 작은 실수로 인해 전쟁 참사가발생할  있는 휴전협정 체제 분단국이다. 북한도 남한도, 그리고 미국과 일본도 매년 대형 전쟁연습을 실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거의 아는 것도 없을 뿐더러 관심조차 없다. 오히려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꺼린다. , 한국인에게는 북한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조차도 금기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한국전쟁의 끔찍한 기억과 이승만부터 노태우까지 이어지는 수구(군사)독재정권의반공,반북 이데올로기, 왜곡된 정보  각종 제도에 의해 대다수 한국인들이 억압되고 세뇌된 과정이 지속되기 때문이다.하지만 한국인 개개인은 아무 주체적인 의식이 없는 개돼지 아니다. 현대사회는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어렵지않게 알아볼  있는 책과 인터넷과 동영상이 존재한다. 박정희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때처럼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되는 사회 수준도 아니다


북한에 대해 색인경을 쓰거나 왜곡된 정보를 갖게 되면 북한을 붕괴시키고 싶은극우보수세력도, 북한을 한민족으로서 존중하며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개혁보수세력도,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진보세력도 헛발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책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할 가치가 있다.


손석춘  <박헌영 트라우마> 시작한 북한의 역사(현대사) 대한 공부는 자연스럽게 해외의 한반도 전문가인 부르스 커밍스 교수의 <김정일 코드> 이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전문가로 정평이  정창현 교수의 <인물로  북한현대사> 이어진 것이다. 손석춘은 <박헌영 트라우마>에서 북한 정권의 박헌영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이며 부당한 재판이었다고 주장한  있다.

정창현은 <인물로  북한현대사>에서 이승엽의 종파활동과 간첩행위에 대한 여러 증거와 증언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친일파에 대한 미청산이 이승엽의 간첩행위와 반국가행위를 불러왔으며, 해방 전부터 이승엽과 행보를 같이하면서 이승엽을 지도하고 관리한 박헌영 역시 이승엽의 각종 범죄와 책임에 연관되어 자유로울  없음을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책에서 박헌영의 활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 필자 역시 박헌영 재판 평가 다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 2016 10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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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코드
브루스 커밍스 지음, 남성욱 옮김 / 따뜻한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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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북핵과 북미 갈등사의 진실 <김정일 코드>

부르스 커밍스의 북한 <김정일 코드 : 부르스 커밍스의 북한, 또다른 나라 North Korea : Another Country> 2005. 3., 335, 따뜻한손


손석춘 <박헌영 트라우마>(2013 철수와영희) 읽고 북한 박헌영과 관련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부르스 커밍스의 의견이 궁금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2001 창비) 이미 읽었지만 한국사 중심이고 남한 중심이기 때문에 손석춘의 입장과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북한 현대사를 중점적으로 다룬 <김정일 코드> 선택했다.


책은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출간 이후의 한반도 역사를 커밍스 교수가 연구한 결과물이라 있다. 그는 한반도 북단에 위치해 있으면서 한국인들에게 '북한'으로 불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어떤 나라인지, 지도자들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실험이 강화되고 마침내 핵보유 선언에까지 이르렀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싸드 배치와 한미일 전쟁연습훈련 강화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긴장이 동북아시아까지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핵과 평화체제 대한 커밍스 교수의 10 분석과 혜안이 돋보인다.

커밍스 교수는 <김정일 코드>에서 북핵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난항을 겪고 있는 시점에 북미 양자 갈등의 근원을 구조적·역사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북한은 북미평화체제와 핵실험(핵무기) 연계시켜 지난 10 동안(책의 출판년도가 2005년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20년으로 바꾸어도 무방할 ..) 미국과 갈등 관계를 지속하면서 미국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나라의 하나가 되었다. 다수의 미국인들은 북한을 비정상적인 독재자가 통치하는 비밀경찰 국가이며, 핵과 생화학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는 가공할 무기들을 서부 연안으로 운반할 강력한 미사일 운반수단을 갖춘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조지 부시 대통령의악의 발언은 이러한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커밍스교수는 책에서 북미 양자 갈등의 근원은 우리가 기억하는 보다 훨씬 오래된, 지금은 누구도 기억하려하지 않는 한국전쟁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침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정당했을 있으나 가혹했던 미군의 전쟁 수행방식은 일련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이후 북한의 미국에 대한 끊임없는 분노와 불신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커밍스교수는 이러한 그의 논지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북한지역에 1백만 갈론이 넘는 네이팜탄을 투하하고, 20 곳의 주요 도시를 초토화했으며, 한국군의 잔학한 행위를 방조하고, 심지어는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도 자행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전쟁이 종결된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3 7천여 명의 미군을 남한에 주둔시키면서 매년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한미전쟁훈련을 지속하며 북한과의 갈등을 공식적으로 매듭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현재의 핵을 둘러싼 북미간의 대치상황은 반세기가 넘게 지속된 양자 간의 강한 적대감에 비롯된 것이며, 지난 10~20 년간의 핵문제로 인한 갈등은 단지 계속해서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소위 ‘cat-and mouse diplomacy’ 마지막 국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커밍스교수가 북한체제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본문의 첫머리에 커밍스는 북한을 지구상의 어느 국가보다도 병영국가(garrison state), 폭력 전문가들이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라는 개념에 가장 근접한 국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혁명영도체제(세습제)’ 비롯한 서구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정치적 전통과 인권침해에 관해서도 본문의 곳곳에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결론에서 커밍스교수는, 미국이 진정으로 북미 간의 갈등구조를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려야 하며, 나아가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재정립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목받을 만한 제안을 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이나 주류 언론, 주류 학계에서 거의 주목하지 않는 역사적인 사실, 거의 제시하지 않는 실질적인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해법이라 있다


<김정일 코드> 관통하는 커밍스 교수의 논리는 민족주의와 실존이라는 현실인식의 범주에서 이루어진다. 한마디로항일 게릴라 투쟁 당시 중국 공산당에 의해 구금되고 스탈린식 인종차별정책 때문에 체포된 김일성이 주체노선을 택한 것은 당연하며,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화력을 경험했고 지금도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는 북한으로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일본이 준동하고, 북핵으로 -미간의 이견이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중간에도 알력이 감지되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나날이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문제의 중심축인 북한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핵위기의 해법을 찾는 것은 2005 출간 당시 한국인들에게 미룰 없는 당면과제였다


어쩌면 책이 출간될 시점의 집권세력,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했고 결과 2005 9.19 공동성명과 2007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공존과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커밍스 교수의 결론과 맥락이 적중했다는 점을 있다.

그리고 커밍스 교수의 결론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미국의 부시-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무능하고 효과도 없는 대북정책들의 결과를 우리는 2016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취한 정략적인 대북 봉쇄/대립정책과 대화 회피정책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러와 --한의 정치군사적 대립이라는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지게 되었다. 또한 군작전권과 싸드 배치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 한국의 대외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책뿐 아니라 커밍스 교수의 한반도와 동북아 관련 저서는 독자들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처음 <김정일 코드> 읽게 이유, 박헌영에 대한 사실관계와 손석춘과 다른 평가를 책에서는 찾아볼 없었다..)


[ 2016 9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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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영 트라우마 - 그의 아들 원경과 나눈 치유 이야기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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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저 <박헌영 트라우마 - 그의 아들 원경과 나눈 치유 이야기> 2013. 04., 204쪽, 철수와영희


<박헌영 트라우마>는 박헌영과 조선공산당의 주요 간부들이 국가전복 음모로 평양에서 체포된 지 60년을 맞아 기획한 책이다. 저자는 박헌영이 남과 북의 지도자가 되었다면 20세기 후반의 우리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박헌영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면 어떤 길을 걸어갈지에 대해 논의하면서 독자들의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고, 남과 북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적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사진 자료를 풍부하게 수록하였다.


박헌영(1900.5~1956.12)은 일제강점기에 주로 국내에서 활동한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투사이자 혁명운동가이다. 1925년 조선공산당 창당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며, 1945년 해방 직후 조선공산당 재건시 당수로 선출되었다. 해방 후 한반도 남단을 무력 강점한 미군정에 의해 조선공산당(남조선노동당)이 불법화된 후 월북하여 해주에서 활동하였으며, 한국전쟁 전후까지 한반도 남단의 남로당 활동을 지도했다. 한국전쟁 당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외무상이었으나 정전 후, 북한에서 "미제국주의 간첩 및 국가전복 음모"라는 죄명으로 사형되었다.

박헌영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 경찰에게 체포된 후 모진 고문을 이겨내고 변절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그의 첫 아내였던 항일여성운동가 주세죽은 2007년 남한에서 복권되어 건국훈장이 추서되기도 했다.


한국전쟁과 전세계적인 냉전 이후 반공주의와 반북주의가 성경처럼 유지되어온 대한민국 정부와 학계에서는 대부분의 사회주의계열의 항일독립투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박헌영은 남한에서도 항일투사이자 사회주의 혁명가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군정이 조선공산당을 불법화시킨 계기가 되었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의 조작에 대한 재심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 역사에서도 박헌영은 ‘미제의 간첩’이자 ‘반역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가 일제강점기 때 고군분투한 항일운동은 역사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박헌영에 대한 북한의 조사와 재판을 ‘고문에 의한 사건조작’이며 ‘정적에 대한 부당한 숙청’으로 규정한다.


<박헌영 트라우마>는 2014년 한국현대사를 다시 공부하면서 구했던 책인데, 최근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청산 등 일제강점기 관련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박헌영씨의 아들로 알려져 있는 원경 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헌영의 삶과 활동에 대해 재평가를 시도했다. 더불어 책의 부제 '그의 아들 원경과 나눈 치유 이야기’처럼, 이 책은 박헌영의 아들과 한국사회 전반의 '치유'에 대해서도 저자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한편 이 책에는 박헌영의 방송연설문과 8월테제, 연표를 담아 당시 박헌영이 제시한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의 개념도 재조명해 본다. 남과 북이 통일되었을 때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는 공통된 목표가 될 수 있어서다. 물론, 그다음 단계를 어디로 갈 것인가는 다음 세대의 몫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을 창립해 원장과 이사장으로 일했던 손석춘이며, 2011년부터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저자는 남과 북의 박헌영에 대한 거짓과 위선적인 태도를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남과 북이 통일로 가는 길에 박헌영은 반드시 거쳐야 할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한국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박헌영과의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책 서문에서 박헌영을, 박헌영의 삶과 죽음을, “조선공산당의 역사를 남과 북이 함께 풀어야 할 '역사적 트라우마'로 규정하며, 장기적으로 한민족이 통일을 향해 나아갈 때 박헌영에 대한 복권과 트라우마 치유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그 반대로 수긍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공감되는 부분은 박헌영을 항일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 계열의 투사로서 복권시키고 재조명해야 한다는 점과 미군정이 조선공산당을 불법화했던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의 조작 여부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반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은 특정 개인(강상호)의 주장을 토대로 북한에서 이루어진 박헌영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이고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점과 박헌영 사망 시기에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아들(원경스님)의 기억과 진술로 박헌영과 주변인물에 대한 평가를 대신하려 한 점이다.(물론 그들의 증언도 사건의 목격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북한에서 내무성 정치국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러시아 거주 강상호(1909~2000)의 증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는, 그가 생애 마지막 10년을 국제적으로 ‘북한민주화 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북한민주화 운동’이 국제정치적인 의도와 목적을 지닌 채 하나의 주권국가를 위협하고 국가간 갈등과 긴장을 유도할 뿐 국제적인 평화나 화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은 CIA나 국정원 등 한미 권력기구가 배후로 의심되는 단체의 자금을 수령하면서 자금을 횡령하거나 국제적인 사건사고를 일삼는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커녕 남북화해와 평화를 가장 앞서서 가로막고 있는 세력 중 하나가 바로 ‘북한민주화 운동단체’이다. 북한에서 1990년대 후반 노동당 중앙위원까지 엮임한 후 특별한 반북활동을 하지 않았던 박병엽의 증언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2010 유영구,정창현 선인)과 <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2010 유영구,정창현 선인)이 오히려 신뢰가 간다.

아들(원경스님)의 증언 역시 그의 생애를 인간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측은함과 안타까움에 대해서는 동정과 공감을 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가 아버지 박헌영이 젊은 시절 추구했던 양심과 정의를 따라 살았다기보다는 권력의 공안기관과 접촉하며 ‘목숨을 연명’해왔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아들의 희미한 증언을 토대로 박헌영에 대한 객관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민족의 후세들에게는 이처럼 논쟁이 많은 박헌영의 생애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일제강점기 시절 그가 사회주의 항일운동을 전개한 부분과 해방 후 조선공산당과 남조선노동당 지도자로서 활동한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조선공산당이 불법화된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조작’ 역시 해방 후 한국현대사와 한미관계,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사의 관점에서 재조사와 재평가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에게 협력했다는 의혹과 해방 후 미군정 정보부서에서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북한의 조사 결과, 해방 후 조선공산당이 근로인민당 및 조선신민당과의 관계 및 남조선노동당 설립 과정, 사회주의 항일투사 김삼룡의 체포 과정, 해방 후 남한 내 빨치산 투쟁, 한국전쟁 과정에서 박헌영과 남로당의 활동, 이승엽 이강국 등 남로당 지도부의 간첩 및 국가전복 음모, 북한에서의 재판과정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재조사와 재평가는 필요할 것이다.


해방 전후 박헌영과 남로당의 활동에 대한 진실과 평가를 위해서는 앞으로 꾸준히 박헌영과 남로당, 김일성과 남북현대사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 같다.


[ 2016년 9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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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복기하다 - 버리기 아까운 진보정책 11가지
이정희 지음, 박홍규 그림 / 들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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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새로운 세상은 반드시 온다는 믿음만은 버리지 않겠다"

이정희 저 <진보를 복기하다 : 버리기 아까운 진보정책 11가지>를 읽고 / 2016, 2., 312쪽, 들녘


"사랑하기에 진보다. 포기할 수없는 이유,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므로 꿈꾼다. 그리고 받아들인다. 서툴고 거칠어 상처만 입힌 사람, 가까이 두지 않으려는 마음들을, 사랑하기에 받아들인다. 그래서 아프다.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아직도 다 알지 못하니,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새로운 세상은 반드시 온다는 믿음만은 버리지 않겠다는 것뿐.”(307쪽)


정치무대와 언론에서 사라진지 약 1년 만에 공개적인 의견을 피력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이 책이 발간된 때는 통합진보당이 박근혜-새누리당 정권과 사법권력으로부터 강제해산 당한지 1년 2개월이 지나는 시점이었다.


이정희는 진보당 해산 이후 정권과 사법권력의 강제해산 조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정치의 실패를 자인하며 스스로 긴 침묵에 빠져 있었다. 담담하게 그리고 아프게 혼자 진보정치의 실패와 온갖 비난을 감당해온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던 조직의 모든 실패와 문제점을 고스란히 스스로의 책임으로 떠안는 것이 그동안 보여준 그녀의 입장과 태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척 힘든 기간을 지내왔을 것이다. 그녀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 개관적인 사실이든 아니든...


"2012년, 진보당을 만들며 처음 맞은 약진의 기회에 분출하는 서로의 욕심들을 가라앉히고 이름 없이 먼저 나서서 헌신하던 진보정치의 첫 마음을 되살려냈더라면, 초기의 갈등을 수습하고 신뢰를 쌓는 데 대표로서 전력을 기울였더라면, 이 실패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진보당 통합이 헌신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되지 못하고 더 큰 이익을 기대하는 통합에 그치고만 결정적인 책임이 나에게 있다. 내가 앞서 상대에게 헌신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진보정당다운 통합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나와 동료들에게 가해진 허위의 공격에 침묵할 수 없어도 당이 갈라지는 사태만은, 중앙위 폭력사태만이라도 무릎 꿇어서라도 막았더라면 지금의 결과가 이렇게까지 참담하지는 않았을텐데. 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은 시간들이었다.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은 역사 앞에 너무나 무거운 것이다. 내부의 갈등을 파고 들어온 외부의 공격은 진보당을 국민들과 지지자들로부터 철저히 고립시켰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내란음모 조작과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 청구에 맞서 사회 각계 단체들과 인사들이 함께 나서주셨지만 몇 년에 걸쳐 집요하게 계속되어온 ‘종북 정당이라는 공격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결국 진보당은 해산당하고 말았다. 실망하고 기대를 거둔 분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 등 돌린 분들의 가슴에 난 상처들, 내 탓이다. 그 어떤 능력도 없었던 데다 이제 자격조차 잃었다. 타인에 대한 원망은 시간과 함께 줄어드는데, 나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질타는 더 커지기만 한다."(300쪽)


2011년 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와 시민사회세력이 함께 결성한 통합진보당은 2012년 4월 4.11 총선에서 진보정당 역사상 가장 많은 의석인 13석이라는 실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한달 만에 부정경선을 필두로 하는 당내 각 정파의 대립과 갈등으로 끝내 당이 갈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당 내부와 외부에서 거세 ‘종북 공세’의 폭풍우가 밀려왔다.

통합진보당과 그 당에 남아 있던 국회의원들은 19대 국회 내내 개혁 입법을 본회의에 올리는 것이 버거웠다. 당과 의원 개개인에 대한 종북 공세와 야권 내에서까지 퍼진 ‘왕따’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책 <진보를 복기하다>는 부제가 '버리기 아까운 진보정책 11가지'인 것처럼 통합진보당이 19대 국회에서 입법하고자 했으나 실패한 11가지 개혁입법의 내용을 소개하는 분량이 가장 많다.


"진보당은 정치의 현실에서 제거되었다. 그러나 애써 심어놓은 진보 정치의 새싹마저 흔적 없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한때라도 진 보정치에 기대를 주셨던 분들께 이 법안들에 간직된 진보정치의 꿈과 사랑만큼은 다시 봐주시기를 호소드린다. 이 법안들이 실현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세상은 꼭 올 것이라는 희망을 키워주시기를 바란다."


"이 법안들과 정책들이 현실이 되면,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지 않고 농민이 논밭 갈아엎고 농약을 마시지 않을 터다. 이 법안들은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중지할 권한을 부여하고, 죽음의 일터에 노동자를 몰아넣는 사용자는 존재할 수 없게 하여, 노동자와 사용자가 인간으로 공존할 수 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농민에게 농작물 가격 결정권을 주고, 소비자에게 안정된 가격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권리를 보장하여,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국 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기 때문이다.”(308쪽)


11가지 진보정책과 개혁입법은 아래와 같다.

1. 죽지 않고 일할 권리 - ‘기업살인처벌법’, 2. 가장 아래에서 보아야, 비로소 보인다 - ‘노동관계법’, 3. 농업 문제는 국가 존립의 문제 - ‘국민기초식량보장법’, 4.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나라에 요구할 권리 - ‘물·전기·가스 무상공급제’, 5. 수구세력 장기집권의 보검, 종편 - ‘종편퇴출법’, 6. 늑대에게 물리지 않으려거든 애완견으로도 키우지 말라 - ‘국정원해체법’, 7. 경제성장의 외형 대신 민주주의, 호혜 협력,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 ‘통상절차법’, 8. 서두르자, 보에 가로막힌 강물이 썩는다 - ‘4대강 복원법’, 9. 안보와 인권, 안보와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길 - ‘대체복무법’, 10. 네 탓이 아니야 - ‘차별금지법’, 11. 1년 365일 주권자가 되는 길 - ‘국민참여예산제·국민소환법’ 


"나는 지금도 꿈꾼다. 이 법률안들이 시행되면 사회의 흉기가 된 종편들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고, 국정원은 해체되고 정치공작은 종말을 고할 것이며, 비리와 독선의 거수기 국회의원들은 소환당할 것이다. 언론과 국정원과 비리 정치인들에게 장악당한 권력이 비로소 시민의 손으로 되돌려지는 순간이다. 4대강의 보는 해체되고, 개발독재와 환경 파괴의 더러운 욕심과 독단은 똑똑히 심판받을 것이며, 강에 깃든 생명들은 그 천연의 터전을 되찾고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다시 키워낼 것이다. 

70년 동안 멈춰 있을 뿐 끝나지 못한 채 때마다 적대의식과 종북몰이를 불러온 전쟁은 드디어 끝을 맺을 것이고, 평화의 신념은 존중받을 것이다. 이 법안들의 효과는 단지 누구에게 돈 몇 푼을 더 주거나 위기에서 탈출시키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되찾게 하는 것, 서로 믿고 협력할 수 있는 세상은 온다는 희망을 키우는 것이 이 법안들이 가져올 가장 중대한 변화다."


이 책을 읽으면 한국진보정당사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014년 당시 한국사회의 진보정당은 통합진보당과 통합진보당을 탈당해 나온 정의당, 노동당과 녹색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의 한국진보운동과 진보정치의 가장 큰 축적물은 통합진보당일 수밖에 없다. 가장 오랜 역사와 규모를 보여주기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2001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에서부터 이어지는 15년 전통의 진보정당을 자임했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로부터 강제해산을 당할 당시 진보당의 당원 명부에 기록되어 있는 당원은 12만 명이었고 매달 5천원 이상을 당비로 납부하는 진성당원은 2만5천명이었다. 

진보당의 대부분 당원과 진성당원은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서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였다. 그들은 통합진보당의 당 강령 규정처럼 한국사회를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되는 진보적인 민주주의’로 바꾸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음에도 ‘종북공세’의 광풍에 쓰러진 것이다.


비록 야만과 몰상식이 판을 치는 한국 정치판과 마녀사냥 여론에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었지만, 필자는 결코 극우보수정권인 박근혜-새누리당과 수구적인 헌법재판관에게만 책임을 돌리지는 않는다. 한때 15% 넘는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고, 1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에는 진보정치와 당 내부에서 오래도록 누적되었던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과정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자기 정파 중심의 정치, 정치적 경제적 이권에 민감한 야권과 진보진영, 선민의식과 배타성, 이성보다 감정이 지배하는 정치 조직논리, 인간에 대한 예의가 사라져가는 풍토 등...


사실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과 진보정치의 실패를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으려 하는 이정희 전 대표의 평가는 타당하지 않다.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과 실패는 이정희 개인이 아니라 통합진보당 전체와 나아가 진보정치권 전체 나아가 한국사회의 진보적인 미래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의 책임이 있다. 순수함과 열정이 가득한 미래의 지도자 자질을 가진 젊은 정치인이 종북 공세에 멍들어가는 상황을 두 손 놓고 방관한 선배들은 이유여햐를 막론하고 비판받아야 하고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개인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파적인 이해관계로 이정희를 대하고 이용한 이들도 철저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진보정치권에서 지위가 높을수록, 명망이 클수록, 권한이 많을수록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이 진보정치의 주력을 담당했기 때문에 그들의 책임이 더 큰 것이고, 당 대표였기 때문에 이정희의 책임 더 클 뿐이다. 한국정치에서, 아니 진보정치진영에서 자신(들)의 위치와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는 개인과 집단일수록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과 그를 전후한 한국사회 전반의 유신회귀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그 사람이, 그 집단이 진정한 진보세력의 주력인 것이고 진보적인 정당인 것이다. 개인적 집단적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한히 헌신하는 자세가 바로 진보정치이고 혁신이고 변혁일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진보적인 미래 사회는 자신의 책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이는 방향이며, 진보정당이 제시하는 미래의 사회상과 태도일 것이다.


"진보정치의 분열과 좌절에 실망한 분들에게, 또한 해산된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손발이 묶인 분들에게, 당을 대표했던 사람으로서 저지른 많은 잘못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차마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 그저, 살아가려 한다. 아픈 비판과 질책도 계속되는 수사와 재판들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의 잘못을 딛고 넘을 뿐 진보정치 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만 품고, 보이지 않는 곳일지라도, 가슴속에 함께 품었던 꿈과 사랑 만은 잊지 않고.”(309쪽)


이정희의 저런 발언과 모습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8년 정치 입문 이후 일관되게 보여온 모습이었다. 그녀를 직접 경험한 이들이나 전해 들은 이들이 한결 같이 평가하는 ‘진정성’이다. 이정희가 ‘진보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는 개인의 인기나 학벌, 직업이 아니다. 존중과 겸허, 인간에 대한 예의, 헌신과 원칙, 민중에 대한 사랑과 진보에 대한 신뢰의 아이코인 것이다. 이런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진 정치인을 한때 자신이 몸 담았던 정당의 대표로 함께한 이들은 복받은 경우에 속한다. 한국의 진보정당사에 이런 정치인은 없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의 진보적인 전진은 분단체제에 기생하는 정치, 행정, 사법, 언론, 문화,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진전은 각 분야에서 모두 진행해야 하되 특히 진보정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상징적인 계기는 ‘이정희의 정치적인 부활’로 나타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 2016년 7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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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 반성과 성찰의 기록
신석진 외 지음 / 생각비행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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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를 읽고 / 2015. 12, 신석진 외, 생각비행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강제해산 결정을 내렸다. 진보를 표방하던 한 정당이 통째로 사라진 순간이다. 사법살인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사회적 시선은 냉담했다.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가져온 결과다. 

한때는 200만표가 넘는 유권자 지지를 받기도 했고,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따지면 15년 세월을 지켜왔지만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셈이다. 


그런데 바로 1개월 후인 2015년 1월 통진당 해산 결정의 핵심근거가 됐던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죄(내란선동은 유죄)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헌재의 결정이 지나치게 정치적 의도를 가졌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물론 그렇다고 사라진 정당이 다시 부활한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책은 그 모든 과정을 직접 겪었던 통합진보당 당직자들의 담담한 자기반성과 진보정치에 대한 성찰의 글이다. 사법적 판단에 대한 반론이나 당시 냉담했던 진보진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부감이 한결 덜하다.


"어떤 의도로 이 책을 썼는지 밝혀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진보정치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진보정치 실패에 대한 지지자들의 원망이 적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 고 있다. 한때 2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보내준 표를 받은 정당이 공중분해 됐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른 것이지만, 진보정치는 그 전에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진보 정치의 진지한 성찰과 새로운 각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 들이 이 책을 읽기 원한다."(서문)

많은 사람이 통합진보당의 해산에는 수구세력의 전례 없는 공안탄압이라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 측면에서는 타당한 의견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갈릴레오, 서구의 혁명세력과 사회주의 정당, 조광조와 허균, 동학농민항쟁과 학생운동 등 한국사회를 비롯한 전세계 모든 지역과 국가에서 당시의 체제와 이념에 반하거나 권력자들의 전횡에 저항하는 개인과 세력은 유례 없이 탄압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제와 권력자들이 새로운 사상이나 세력을 탄압한다고 하여 새로운 사상이나 세력이 항상 패배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과학은 신앙을 극복했으며,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 그리고 서구의 좌파 정당은 오랜 탄압과 공격을 뚫고 승리를 거두었다. 한국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진보정치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우호적 여론이나 민주주의라는 대의에 입각해 통합진보당을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실패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고로 이 책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치가 실패한 책임이 당사자들에게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해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보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외부의 탄압에게만 책임을 돌리거나 외부적인 조건만을 탓해서는 스스로 변하여 상대방과 조건을 극복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을 뒤져보면,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이라는 진보정당 14년을 거치면서 정당의 주류정파의 생각과 행동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비주류측 관점의 출판물을 많지만, 주류의 입장이나 관점에서 진보정당사를 기술하거나 입장/관점/태도를 밝히는 출판물은 거의 없다.

그런 측면에서도 이 책은 진보정당 14~5년의 흐름과 평가를 균형감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들은 현실정치에서 적지 않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왜 통합진보당이 스스로를 긍정적이고 진취적 사고의 담지자로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는가 하는 뼈저린 후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이 책에 담아냈다.


4명의 공동저자가 명망가가 아니라 실무당직자라는 점도 선입견을 줄이는데 일조했다. 

저자들은 통진당 해산결정 이후 독서모임을 만들어 6개월 동안 토론을 하면서 얻은 고민의 결과를 담담하게 책으로 엮었다. 이들은 진보정치의 실패와 통진당이 보여줬던 아마추어리즘과 국민과의 괴리 등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또 예민한 주제라 할 수 있는 종북논란에 대한 진보진영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에둘러 가지 않고 정직하게 말하고 있다. 이들은 "종북 이념으로 한국에서 정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의사를 가진 정치세력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정치는 신앙이 아니며,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주장과 논리는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잘라 말한다. 


또 경제민주화, 무상급식 등 복지확대, 재벌해체 등 진보진영이 앞장서 제기했던 이슈가 보수정당까지 채택하고 수용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진보정치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지고 세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저자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듯이 반성과 성찰이 주를 이루다보니 대안모색에 대한 비중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구체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면,

1장은 ‘다수파의 원죄, 패권주의’를 다루었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소명 의식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일해왔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에게 돌아온 평가는 독단과 전횡을 일삼는 ‘패권주의자’란 비난이었다. 이 글에서는 왜 그런 평가를 받게 됐는지부터 밝힌다. 고단한 진보운동에 헌신하게 한 원동력은 강한 신념과 확신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배타적인 선민의식으로 나타났고 문제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란 가치를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다원주의적 태도를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제도적 해법보다는 정치적 현실주의에 입각한 타협과 절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장 ‘진보의 멍에, 종북주의’는 통합진보당에게 가장 난감하고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부딪히는 종북주의에 대한 글이다. 통합진보당은 그동안 북한 관련 쟁점에 대해 뚜렷한 자기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그런 태도가 원칙적으로는 일리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검증받아야 하는 정치인과 정당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을 추종하고 있지 않으냐는 의구심에 대한 해명과 반론도 있다. 없는 것을 없다고 증명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음을 보여준다.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반북, 비북, 친북, 종북으로 나누고, 종북과 반북은 배제하되 친북은 물론 북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비북을 진보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북핵 문제와 3대 세습,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진보가 취해야 할 입장을 제안한다.

3장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 중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제외한 문제들을 살펴봤다. 우리는 진보정당에서 이념과 철학이 갖는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만 그간의 진보진영 내 이념 논쟁이 실제로는 알맹이가 빠진 세력 간 갈등에 불과하며(‘이념논쟁’, 관행을 극복하자), 정통과 이단 논쟁 같은 소모적 양상을 띠고 있음을 꼬집는다(‘정통’과 ‘이단’의 이분법). 정당은 일사불란한 질서가 필요하지만, ‘오더’가 아닌 자유롭고 개방적인 토론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강조한다(일사불란함의 전제, 자유롭고 개방적 인 토론의 힘). 전민항쟁을 꿈꾸던 시절의 언어 습관이 갖는 문제를 지적하고(전민항쟁의 향수), 의회주의, 합법주의와 같은 어법이 나온 배경을 짚는다(의회주의, 합법주의 비판의 두 측면). 아울러 애국가 논란을 통해 진보가 가져야 할 ‘국가관’은 어떠 해야 하는지 짚고 있다(진보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 

4장 ‘진보 혁신의 고정관념’은 진보정치의 혁신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되풀이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진보의 거친 행태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수긍하면서도, 진보정치의 근원적 동력일 수 있는 진보운동의 가치나 급진적 지향을 버리지는 말자고 주장한다. 다만 진보가 추구해야 할 급진성이 무엇인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 책의 한계다. 정권심판론과 같은 정치적 의제의 과잉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두 차례의 보수정부 등장 이란 현실에서 진보정치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뿐 아니라 정치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낡은 진보’의 근거로 제시되는 민족 문제도 진보가 버려야 할 영역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대하는 진보당의 관성적 태도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4장은 또 진보정치의 근간처럼 여겨지는 ‘노동 중심성’이 눈앞의 시급한 과제를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을 제기한다. 노동운동에 대한 혁신 요구에 대해서도 진보가 현장에서의 실천을 떠나 관성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는 않은지 문제를 제기한다.

5장 ‘경제정책, 이념에서 현실로’는 진보정치에 대한 정치적 사고의 변화나 혁신이 정책 영역에서 어떻게 투영돼야 하는지 보여준 다. 우리 경제 현실에서 전통적인 진보/보수의 구분이 설명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며 그 원인을 밝히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재벌 해체’를 고수해야 했던 이유가 이념이 아니라 우리 경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야권도 경제성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면서, 현 단계에서 진보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유용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진보진영에서 나오지 않았던 참신한 주장들이 있다. ‘부유세 논쟁’을 통해 진보정치의 성찰적 변화과정을 구체적으로 짚어가는 한편 ‘증세 논쟁’을 통해 진보진영도 세부적인 방법론에 힘써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기회비용이나 상충관계가 없는 정책은 없다며 정답을 찾기보다는 대응방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어찌됐든 격동의 현장을 보냈던 진보정당 당직자들이 스스로의 실패와 좌절을 인정하며 기울였을 술잔들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일까 작가 장정일은 "정치에 관한 책이 이토록 마음을 아프게 할 줄 몰랐다"면서 "참혹하고 아름다운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는 좌우명을 누군가 독차지해야 한다면 그것은 진정 이들의 것"이라고 추천사로 대신했다.(‘정치에 관한 책’이 이토록 슬플 줄이야 (장정일 독후감)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475)


친일과 분단, 전쟁과 군사독재, 그리고 그 오랜 과정에서 형성된 기득권 구조와 분단이데올로기가 강력한 영향을 끼친 결과, 한국사회는 21세 들어서도 겉만 화려한 채 그 내면을 썩어들어가고 있다. 1%, 5%의 최상층은 온갖 불법과 편법, 부당한 방식으로 부와 권력을 획득하고 있고, 95~99% 대다수 사람들은 허리가 휜 채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고 있다.
'헬조선', 'OECD 최악의 50관왕', '초고속 고령화와 저출산', '5포세대와 N포세대' 등이 바로 지난 100년의 한국현대사가 가져온 결과로서 21세기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표현들이다.

소위 '진보'는 그런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상이나 흐름, 정책이나 세력을 의미한다. '헬조선'을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변화를 시도하는 주체들부터 스스로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의 서문의 제목이 최근 몇 년 동안 격동적으로 전개된 한국사회의 진보진영/진보정치권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것은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갔다"이다.

- 인상 깊은 문장 -

"우리의 토론이 진보정치 실패 원인 분석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다. 토론을 통해 우리가 얻은 첫 명제는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갔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이 책 전반에 스며든 전제가 됐다. 안타깝게도 어떤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글쓴이들의 부족한 탓이 크고 무엇보다 지나온 시대에 대한 해석이 명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토론 결과를 요약 해보면 다음과 같다."

"글쓴이들이 진보정당 15년의 역사를 모두 감당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시기를 남들과는 다소 다른 위치에서 지켜봤다. 합당과 분당, 그리고 정당 해산에 이르는 역사적 과 정에 필요한 실무를 처리한 당사자이기도 했다. 당의 지도부나 전문적인 연구자는 아니지만, 남길 수 있는 기록과 공유할 수 있는 평가가 있으리라 판단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아무런 대표성이 부여되진 않았지만, 치열한 현장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으리라 믿었다."

"지난 몇 년간 함께 시련을 경험한 동료 중에 혹시나 이 책을 읽고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일일이 대면하여 양해를 구할 일이었으나 용기도 없고 부끄러워 그러지 못했다. 글쓴이 모두는 진보정치가 생존하기 힘든 척박한 한국 정치판에서 단지 살아남는 것을 넘어 수권 가능한 세력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부족하지만 이 책이 진보정치의 재기와 도약을 바라는 모든 이의 희망 가운데 자유롭고 개방적인 토론의 소재로 활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 2016년 5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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