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가격 - 청춘이 사라진 시대,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외 지음 / 사계절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청춘의 가격 : 청춘이 사라진 시대,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저, 2017. 3., 243쪽, 사계절


한국사회는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대량해고 사태를 겪기 시작했다. 동시에 성장률과 더불어 고용안정성과 소득상승률이 꺽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IMF 사태의 교훈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고, 10년 뒤 미국발 금융위기로 또 한번의 고비를 맞이했다.

IMF 사태가 기성세대의 삶에 충격을 주었다면, 미국발 금융위기는 누적된 정책 실패와 겹치면서 청년들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취업 준비를 위한 휴학이 청년기에 거쳐 야하는 통과의례가 되었다. 안정된 직장 중 최고라는 공무원 시험과 교사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매년 치솟고 있다. 청년들은 ‘생활’과 ‘생존’ 사이 어디에선가 쫒기고 있으며,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하 새사연)에서 청년들의 처지와 조건에 대해 신간을 내놓았다. 새사연은 청년들이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데 필요한 요소들과 그것을 획득하기까지 필요한 비용 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책 안에는 청년 노동자의 평균적인 삶을 살고 있는 4명의 청년들과 자세하게 인터뷰를 한 결과를 담았고,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뒷받침하는 통계수치를 모으고 분석했다. 4명은 연애 및 결혼, 주거, 여가, 노동 시장과 노동 환경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투자된 사회적 개인적 자본의 총량을 유추해보고, 이후 청년들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임금과 소득으로 돌려 받는 비용을 계산하여 청년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드러낼 것이다”(17쪽)


<청춘의 가격>에는 여러 가지 통계수치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연령별 시간당 정액 급여(도표1)는 청년세대(19~29세)의 급여가 65세 이상 노인세대보다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사회 임금 구조의 가장 아래 쪽을 받치고 있는 집단은 나이 어린 청년임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서비스직, 특히 숙박음식점업에 집중되어 있는데(도표4), 한국에서는 단순노무직과 더불어 숙박음식적업 등 서비스직의 임금 수준이 가장 열악하다(도표5).


한국사회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1인 가구와 1세대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1인 가구는 2015년 기준으로 벌써 전체 가구 중 27.1%(도표15)에 해당한다.

그리고 청년 노동자들의 소비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거 및 수도광열비’로, 전체 연령의 17%와 비교할 때 현저히 높은 28% 수준이다. 자산(보증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열악한 주거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은 졸업장을 따기 위해 휴학과 알바를 반복하다가 결국 빚만 짊어지게 된다. 신용카드 돌려막기는 기본이고 사채와 다름 없는 고이율의 대출에 의존하는 대학생도 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의 수용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이나 지방에서 유학온 학생들의 주거지는 자취나 하숙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시원이든 다가구든 월룸이든 유형을 가리지 않고 보증금과 월세가 해가 다르게 치솟는데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임대주택 규모는 ‘생색내기’ 수준일 뿐이다.

학자금 대출과 월세 내고 핸드폰값을 지출하기 위해 저임금의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어떻게 시간을 할애하여 취업 공부하고 스펙을 쌓을 것이며, 전공분야를 연마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까.


요즘 청년들이 직업의 안정성에 매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비정규직 및 불안정한 일자리의 임금은 수도권에서의 생활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빚을 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부모세대가 자신들에게 해준 경제적인 지원을 내 아이에게 똑같이 해줄 자신이 없다. 1~2년 혹은 한 달이나 일주일에 불과한 계약기간을 감내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근시안적 태도를 버리고 멀리 보라고 독촉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청년은 당연히 힘든시기이니 더 힘든 이들을 보면서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너의 길을 찾으라는 위로는, 현재와 미래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새사연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급 6,470원(2017년)짜리 아르바이트에 꿈을 팔라고, 무급 인턴십과 저임금 단기계약직에 만족할 줄 알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대학 졸업 후 취업’은 오늘날 청년들에게 남은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다. 그래서 성실한 청년일수록 높다란 취업의 벽 앞에서 ‘내 노력이 부족해서 사회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자기 탓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을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내달리다 결국 ‘포기’하고 ‘달관’하고 스스로를 ‘흙수저’로 규정해버린다. 이 과정에서 청춘은 제 빛깔을 잃고 스스로 목소리를 꺼버리고 만다.”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는 것도, 한국사회의 구성원을 재생산하는 주체도 청년세대다. 청년들도 동등한 주권자로서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존엄성’과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향휴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들이 바로 청년세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현재에 고통받고 미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으니 결혼율과 출산율이 줄어들고 사회에 활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삼포세대’와 ‘오포세대’는 기성사회가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결과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가장 막중한 임무와 역할을 떠넘긴 권력자들과 기성세대들은 이들 청년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나라에서는 첨년들의 눈이 높아졌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눈이 높아진 것은 부모 세대입니다. 제 부모님도 그러셨어요. 제가 대학원을 그만두고 공사장에 가서 일을 하겠다고 하니까 아무 말도 못하셨죠. 대기업-정규직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은 부모 세대에 더 많아요." (30세 대학원생)


"전체 주택에서 장년층의 자가 소유율이 준다는 것은 그 자녀세대는 더 가난할 것이라는 말과 같아요.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미신을 걷어내고 빌려 쓰든 사든 간에 집에 애정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주택 문화와 제도를 사는 사람 중심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9세 시민단체 활동가)


“노동 시장 진입이란 건 취업이잖아요. 그런데 모든 청년들이 정규직 취업을 원하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레슨이나 퀵배달을 하거나 학원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면서 자기만의 꿈을 찾아가고 있는 청년들도 있어요."(30세 싱어송라이터)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건 우리가 잘사는 모습이에요. 또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교육이 될 수 있어요. 잘산다는 것이 경제적인 게 아니라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고, 또 그렇게 되었을 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죠."(27세 시민단체 활동가)


[2017년 4월 01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은 사기다
스메들리 버틀러 지음, 권민 옮김 / 공존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메들리 버틀러 저 <전쟁은 사기다 War is a Racket>, 1935/2013, 144쪽, 공존


 

이 책은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래, 자본주의 국가가 각종 ‘전쟁’을 수행하는 가장 큰 목적을 고발했다. 그것도 지구상에서 최첨단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해온 미국의 장군이 고발한 것이다.

<전쟁은 사기다(War is a Racket)>의 첫 대목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전쟁은 사기다. 언제나 그래왔다. 전쟁은 아마도 가장 오래됐고, 손쉽게 가장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으며, 그리고 확실히 가장 사악한 사업이다. 나아가 (한 나라의 국경을 넘어) 국제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다. 또한 이윤은 돈으로 계산되지만 손실은 인간의 목숨으로 지불되는 유일한 사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사기'야말로 전쟁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믿는다. 전쟁이 실제로 무엇인가 하는 것은 '(권력) 내부'의 극소수 사람들만이 알 뿐이다. 전쟁은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가 희생하는 사업이다. 전쟁을 통해 극소수의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다."(12쪽, 70쪽)


 

이 책은 ‘미국(자본주의사회)이 말하는 전쟁’의 속성과 의도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고 맹목적인 한국인들에게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뿐 아니라 베트남 전쟁과 아프리카 내전, 그리고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도 ‘테러와의 전쟁’도 기본 속성은 자본가들과 금융자산가들과 군산복합체들이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고 사기임을 알아야 한다. 전쟁뿐 아니라 ‘전쟁’ 또는 ‘전쟁위협’을 내세우며 군사무기를 만들고 사고 들여오고 수출하는 것 또한 겉으로는 ‘인권’ ‘민주주의’ ‘안전’ ‘안보’를 내세우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본가들의 사업이자 사기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온갖 무기와 미군과 벌이는 군사훈련 또한 자본가들과 군산복합체를 위한 사업이며,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것 역시 자본가들과 군산복합체들의 사업(사기)가 가장 중요한 본질이며 이유가 될 것이다.


 

스메들리 버틀러(1881∼1940년) 장군은 미국 해병 역사상 가장 용감한 군인이며, 병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군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1898년에 스페인-미국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분위기에 휘말려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신병 교육을 받고 소위로 임관해 쿠바로 파견된 것을 시작으로 34년 동안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에서 미국의 군사 작전을 이끌었다. 무려 121회의 전투에 참여했고 목숨이 위태로운 큰 부상을 두 차례나 입었다. 그러면서 미국 해병대 역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았다. 퇴역하기 전까지 모두 16개의 훈장을 받았으며 그 가운데 5개는 무공 훈장이다. 미국 군 역사상 해병대 최고 훈장인 ‘브레빗 훈장’과 두 개의 의회 ‘명예 훈장’을 수훈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120회 전투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전쟁은 사기”라고 선언한 것이다.


 

한편 그는 스페인-미국 전쟁 때부터 시작된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와 간섭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가이면서 평화주의자였다.

퇴역할 때쯤 그는 자신의 과거, 조국과 세계의 변화를 회고하고 통찰하며 열정적인 반전 연설과 평화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현역으로 있으면서 더 이상 “자본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위에 맞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주창한 헌법상의 기본 원칙을 널리 전파하는 연설가로 변신했다. 즉 자유민주주의와 평화 수호하기 위한 고립주의, 비간섭주의, 평등 외교를 호소했다.

그는 1930년대에 미국 700여 개 도시를 돌며 1,200여 회의 연설을 했다. 기업들의 전시 부당이득 취득,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 미국에서 세력을 넓혀가기 시작한 파시즘에 반대하는 거리낌없는 연설로 전국적인 명성과 지지를 얻었다. 이후 해외 참전군인들의 권익 신장, 미국의 군비 확장 반대, 국외 전쟁 개입 반대,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반대를 주장하며 활발한 반전 평화운동을 펼치다가 1940년에 세상을 떠났다.


 

“세계대전 때 우리는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젊은이들이 징병을 받아들이게 했다. 군에 입대하지 않을 경우 그들이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 전쟁 프로파간다는 너무나 악랄해서, 하느님까지 끌어들였다. 그러지 않은 이가 더러 있긴 했지만, 우리의 성직자들까지 함께 나서서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라고 부르짖었다. 독일인들을 죽이라고 했던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 편이고 독일인들을 죽이는 것은 그분의 뜻이었다.”(104쪽)


 

버틀러가 1935년 출간한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 반전 도서로 꼽힌다. 하지만 버틀러 장군은 모든 전쟁을 부정하는 평화주의자는 아니다. 미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은 필요하지만, 미국 자본 및 대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침략 전쟁에는 반대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전 문학으로 손꼽히는 이 짧은 에세이는 지금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교양서이자 교육서로 널리 읽히고 있으며, 스페인-미국 전쟁 이후 사실상 비간섭주의를 포기한 미국의 군사적 침략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비판하는 중요한 준거 자료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 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실체를 처음으로 밝혔다. ‘군산복합체’라는 용어는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퇴임 연설에서 비롯됐지만 버틀러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선구적으로 군산복합체의 적나라한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책에서 그는 미국의 “군사 조직”이 부유한 미국 기업들의 이득을 위해 어떤 식으로 이용됐는지 실명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사실에 대해 어렴풋이 아는 현대인들조차도 그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설명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또 그는 전쟁 지지자들이 대중에게 전쟁의 당위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신’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밝힌다. 그들은 참전 행위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성스러운 사역으로 미화하면서 군사적 모험에 따르는 경제적 이득 편취는 함구한다.


 

“그가 한쪽 눈 아니면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왔을 때, 또는 정신이 파괴된 채 돌아왔을 때, 그들 또한 그만큼이 나, 때로는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그렇다, 그들 또한 군 수품 제조업체와 은행, 조선업체와 각종 제조업체, 그리고 투자업체의 이득을 위해 자신의 달러를 바쳤다. 그들 또한 자유 공채를 매입했다가 종전 후 공채 가격을 조작한 속임수에 넘어가 은행의 이득에 기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신체적, 정신적 부상자들과 스스로 자신을 되돌릴 수 없는 참전군인들은 계속 고통 받고 있고, 또 계속 빚을 갚고 있다.”(108쪽)


 

버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쓴 이 책에서 새로운 전쟁의 임박,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위험성 증가, 미래의 가공할 무기들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보여준다. 또 군사력을 자국 방어용으로만 제한할 것을 주장하면서 일본 군함이 미국 서부 연안에 출몰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 나중에 정말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사람들은 버틀러의 이런 언급에 전율했다. 비록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의 공격
때문에 고립주의를 끝까지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전쟁에 내재된 경제적 의미와 제국주의에 관한 버틀러의 관점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

 

잘나가던 미국 장군의 고백 "전쟁은 사기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4246&ref=twit


[2017년 3월 24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 우리가 알고 있던 소유와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
앨릭스 스테파니 지음, 위대선 옮김, 차두원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가 주제로 삼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서로 빌려 쓰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21세기에 본격적으로 새로운 경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인들이 공유경제를 이해하려면 개인간 음악 공유방식, 즉 ‘소리바다’와 같은 P2P를 연상하면 된다.

‘공유경제’ 또는 이와 비슷한 단어가 최근 십 몇년 전부터 지구촌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몇 년 사이에 언론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2013년 국내에 진출한 우버(택시)가 2015년 6월 서울시의 불법 판결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공유경제’가 아직 낯선 영역이다. 그렇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공유경제 비지니스가 전체 경제영역 중 규모와 분야 면에서 이미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사용빈도가 낮은 자산을 인터넷을 통해 타인에게 제공하면서 작은 이득을 취하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공유경제라 할 수 있다.

우버 UBER(2009년)와 리프트 Lyft(2012년)는 자가용 택시, 스냅카 Snappcar와 블라블라카 Blablacar(2006년)와 릴레이라이즈 RelayRides(2010년)는 개인간 자동차 대여, 스핀리스터 Spinlister(2012년)는 자전거 공유, 스쿠트네트워크 Scoot Network는 스쿠터 공유, 크루진 Cruzin는 보트 공유, 시더스와 랜딩클럽 LandingClub은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크라우드큐브), 포시마크 Postmark는 중고옷 매매(트레이지/스레드업 thredUP), 네이버굿즈 Neighbergoods는 잡화 공유, 체크는 교과서 대여(하드닷컴
Half.com
),
홈푸드 Home Food(2004년)는 음식 공유(피스틀리, 쿠크닝, 밀미츠, 잇위드), 쿠키스토 Cookisto는 요리사 음식 배달, 베이어블
Vayable는 현지 안내자(5천명), 독베이케이 Dogvacay는 애완견돌봄, 태스크래빗 TaskRabbit은 시간제일자리/공유노동 플랫폼,
타임리퍼블릭 Time Republic은 시간거래소 등...


 

2009년에 설립된 우버는 2015년 현재 기업가치가 510억 달러로 공유경제 분야에서 세계 1위다. 2008년에 설립된 에어앤비는 250억 달러로 3위다.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공유경제의 규모를 연간 150억 달러로 추정한다.

공유경제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본주의(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큼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저자 엘릭스 스테파니는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에서 21세기의 어떤 조건이 공유경제를 탄생시켰는지, 그리고 선구자들이 어떤 아이디어와 창업과정을 거쳐 비지니스에서 성공했는지 친철하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공유경제의 바탕이 되는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을 소유한 개인들, 공유경제를 매력적으로 대하는 사용자들, 기존 경제체제에서 소외되어 뛰어든 일부가 공유경제에서 혜택(이윤)을 얻은 모습도 보여준다.

또한 기존 대기업들과 금융자본둘이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들, 그리고 경쟁하는 상황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전세계 각 정부와 지자체들이 공유경제에 대해 낯설어하고 규제의 장벽을 높이고 낮추는 과정도 소개한다. 공공적인 규제기관들이 규제를 가하거나 철폐하는 이유가 공익적인 것이든 기존 기업들의 로비에 의한 것이든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양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 아니다. 저자 스스로도 “공유경제가 부를 재분배하거나 사유재산에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아마 굉장히 실망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스테파니는 공유결제를 ‘정제된 자본주의’라고 규정한다. 그는 공유경제 영역에서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교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교훈들은 모두 자본주의 비지니스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들이다.(스타트업의 발상을 찾아라. 큰 시장을 노려라. 자신의 시장을 알라. 정직하라. 유리한 곳에서 싸워라. 대기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한다. 공동체를 만들어라. 세계적으로 키워라. 등)

출판사도 “사람들을 소유욕에서 자유롭게 하고, 공유할수록 더 다양한 것을 풍족하게 누리게 한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는 분명 매력적이다. 물론 기존 기업과 기득권층, 그리고 공유경제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워할 만한 현상만은 아니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공유경제가 미래 비즈니스를 이끌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한다."라며 긍정적으로 소개한다.


 

진보적 성향의 온라인 잡지인 <뉴 인콰이어리>는 “공유경제가 부상하는 원인은 예전에 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던 사회적 생활의 양상에서 새로운 이익의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요구 때문이다.”라고 표현했다. 한발 더 나아가 용어부터가 완전히 사기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탐욕스러운 회사에 도덕이라는 허울을 씌우려 하는 기업가들의 집단적인 시도라는 것이다. 영국 노팅험 대학의 존 하비는 “공유라는 단어를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데 쓰려는 사람들의 입에서 다시 빼앗아 와야 한다”고 말한다.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를 읽은 후, 필자는 ‘공유경제는 자본주의’라는 저자의 규정에 동의하였고 <뉴 인콰이어리>의 표현에도 적극 공감한다. “공유경제는 비지니스”다. 그것도 자본주의의 생리와 전개과정에 한치의 오차도 없는 ‘생산수단이 없는 금융 자본주의식 비지니스’다. 구조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저자가 선구자(선지자)라는 부르는 국제적 공유경제 기업은 캐피탈의 엄청난 자금투자를 받아 공격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선두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공유경제의 선두기업들이 대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어떻게 보면 공유경제 창업자들의 성공이 아니라 금융자본의 성공이자, 세계적인 금융자본이 이윤을 더 보탤 수 있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저자가 공유경제를 설명하면서 ‘이기적 공유자’라는 인간의 DNA를 인간사회의 내재적 원인으로 내세우려 하지만 결국 공유경제는 경제영역 전체에서 전세계적으로 꽉 짜여진 자본주의 대기업들의 수익체계에서 후발주자들이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발견해낸 ‘틈새시장’인 셈이다.


 

오히려 공유경제는 선의와 도덕으로 사용가능하고 사회적 경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개인들의 각종 자산을 자본주의 이윤추구에 포함시켜버렸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다시금 자본주의가 ‘괴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본과 자본주의가 파고든 영역에 대해 또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허울뿐인 공유경제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와 도덕 그리고 공동체주의에서 탄생한 사회적 자본과 사회주의 또는 사회적 경제가 어떤 점에서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에 대한 공유와 협력을 놓쳐버린 것인지에 대해...


 

스테파니의 말대로 "더 이상 공유경제는 일부 스타트업, 경제 전문가들만 이해하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미래 자본주의 경제체제라는 비즈니스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유를 누리면서 좀 더 평등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하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 할 전 세계적 트렌드다.(소유와 개방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이나 동양사회는 저자가 제기하는 ‘공유경제 비지니스’가 확산되기 쉽지 않은 사회문화가 자리잡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과 자본은 머지 않아 동양사회에도 밀어닥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 등의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공유경제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비즈니스의 미래를 바꿔 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그리고 ‘함께 사는 대한민국’ 그리고 사회적 경제를 위해 독자들이 노력할 때 ‘공유경제 비지니스’에서 통찰력을 얻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2016년 10월 공부모임 교재로 채택되어 읽게되었다.


 

[2017년 2월 5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1세계 중산층의 몰락 - 신경제가 약속한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폴 크레이그 로버츠 지음, 남호정 옮김 / 초록비책공방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 폴 크레이그 로버츠는 공급중심 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레이거노믹스’를 입안하여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였던 스태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독립언론인이다.
그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글로벌리즘이라는 ‘신경제’를 받들고 있는 동안, 신경제의 동력인 ‘규제철폐’와 ‘역외이전’이 제1세계에는 중산층의 몰락을, 제3세계에는 환경파괴와 빈부격차를 가져오고 있다고 경고하기 위해서  <제1세계 중산층의 몰락>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제3세계뿐 아니라 미국 내 중산층 이하의 시민들에게도 지옥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로버츠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미국의 자본주의는 “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유일하게 온전한 경제였다는 점,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금융패권을 이용하여 은행들이 과도한 대출로 꾀어낸 나라들을 약탈, 즉 보조금을 얻어냄으로써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점들은 무시되어 왔고, 미국의 성공에 자유시장이 기여한 부분은 과도하게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경제가 번창해온 것은 “한국인들의 근면함”덕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해준 대가로 워싱턴이 제공한 경제적 편익 때문”임을 콕 집어 지적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르는 법인데, 그에 따르면 한국의 성공이 치르는 비용에 대해 로버츠는 “한국의 대외정책이 독립성을 상실했다는 점과 이에 따라 북한과의 통일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경제의 대외적 성장에 미국 정부가 개입되어 있고, 그에 따른 대가로 국가주권이 상실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미국 학자나 언론인이 드문데, 로버츠는 서문에서 한국 기득권층이 감추려고 하는 진실을 꼬집어 들추어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라면 ‘무엇이든 좋다’는 정치인, 언론인, 학자, 일반인들이 상당수인데, 늦지 않게 그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로버츠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주도해왔던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먼저 상기시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실질소득이 아닌, 부채 증가로 버텨왔으나 더 이상 소비를 늘리기 위해 부채를 증가시킬 수 없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해직당하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고 있고, 설령 직장을 구했더라도 다수는 자신들의 급여 수준으로 주거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아 부모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있다. 아울러 수백만의 사람들이 집을 잃거나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해 가압류의 처지에 놓여 있으며, 전문직 기술자들은 월마트의 계산원이 되었거나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을 하고 있고 중산층의 소득과 생활수준이 무너지고 있다.

유럽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그리스의 채무위기를 시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같은 피그스(PIIGS)에 속한 나라들 또한 국가부채위기에 처해 있다. 디폴트 위기에 처한 그리스 경제는 유럽중앙은행과 IMF가 처방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깊은 불황의 골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며, 경제 불황뿐만 아니라 몰려드는 해외 난민에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은 최근 브렉시트(Brexit)를 선언하며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안에 휩싸여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지구촌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인 미국의 각종 경제통계는, 세계화가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 그리고 중산층의 소득을 크게 하락시켰음을 보여준다.(숫자로 보는 미국 빈곤층, 1930년대 대공황 수준:
https://kr.sputniknews.com/opinion/201606141489251/)

로버츠는 이 책의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여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화팽창 정책을 펼쳤음에도 미국의 소득불균형이 악화되고 실업률은 줄지 않는 이유를 바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인들을 다시 일하도록 만드는 팽창정책에 부응할 직장이 더 이상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로버츠는 많은 전문가들이 소득과 부의 분배가 악화된 것에 대한 주요 원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를 꼽고 있지만, 과세 문제만을 강조하다 보면 일자리 역외이전이 소득과 부의 분배에 끼친 악영향이 간과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유층에게 과세를 한다고 해서 대다수 미국인들의 실질소득 감소가 시정되는 것이 아니며, 미국인들의 소득상실은 결국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소득이 경영자의 보수와 주주의 자본이득으로 바꿔치기 당했기 때문임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리즘이라는 기치 아래, 미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이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해외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한 임금이 싼 해외 노동력을 들여와 미국의 노동력을 대체하였다. 그러자 미국인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을 만드는 곳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었고, 미국 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나 정보통신 같은 전문직 또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이 분야 역시 해외로 업무를 이전했거나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외국인들을 데려와 앉혔기 때문이다.

그러자 전문직에 취업을 하는 중산층의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되었다. 미국은 유럽도 똑같은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이끌었다. 그리하여 제1세계 일자리는 종말을 맞았다. 제3세계 농촌공동체 사회는 대규모의 단일경작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계화 혹은 글로벌리즘이라고 부르는 실상이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각종 경제이론에 토대를 두었지만 엄청난 실패를 가져왔을 뿐이다.

로버츠의 경고처럼 경제이론의 실패는 자본주의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더 이상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자원을 배분하지 못한다. 이윤은 더 이상 사회복리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사회복리에 기여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이제 진실이 아닌 것이다.

실패한 경제이론에 의한 정책 실패의 규모는 실로 막대하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는 부유하거나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강타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바탕이 된 오늘날의 주류 경제이론이 가난한 제3세계 나라들을 노린 제1세계의 음모라고 해석하지만, 저자 로버츠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강요되는 긴축의 논리가 제1세계 노동자의 미래를 망가트리는 데도 적용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밖에 로버츠는 늘어나는 외부비용과 줄어드는 자연자본을 간과한 오늘날의 경제학이 글로벌리즘을 만나 제1세계, 제3세계를 막론하고 전 세계를 파탄시키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단기적인 이윤을 위해 자연자본을 고갈시키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임에도 경제학자들은 이런 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오히려 경제이론을 단순화시켜 거대한 금융자본이 전 세계의 소득과 부의 흐름을 독차지할 수 있게 했다는 등의 그의 이야기는 논리정연하다. 경제이론의 전제를 단순화했다는 것은 ‘시장은 자동으로 조절된다’는 전제를 말하는데, 로버츠는 이것이 미국의 경제정책으로전환되어 2008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진행 중인 금융위기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3부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가 어떻게 주권국가들의 권한을 침탈하고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들에게 긴축을 강요하는지를 설명한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월 스트리트가 정크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시작되었다. 골드만삭스는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그리스의 부채 규모를 가려주었고, 그 덕분에 그리스는 유로존에 편입할 수 있었다. 그리스 정부는 낮아진 이자율을 이용하여 저렴하게 국채를 발행, 재정지출을 늘렸으며 부동산 위주의 성장 정책을 폈다. 이와 더불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전후 그리스에는 저리의 막대한 해외 차입금이 들어와 건설과 부동산 시장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은 결국 꺼졌고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 문제는 지속적인 무역적자로 국제수지에 문제가 생긴 제3세계 국가들에게 IMF가 강요하는 것들과 동일하게 처리되었다. 구제금융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강요되는 긴축이 결국 은행가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로버츠는 그리스의 예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사태의 선례가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정치적인 주권은 사라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본질적으로 유럽연합의 관료체제는 국민이 뽑은 선출직이 아니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대표가 아닌 이들은 모든 권력을 쥐고 유럽연합 회원국들을 통치하려 한다. 그는 그런 숨은 의도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로버츠는 유럽 사람들이 왜 미국의 극소수 이익집단을 위해 희생을 하려 하느냐고 물으며, 만약 유럽이 단일시장을 만들기 위하여 경제적 통합을 원한다면 그 통합은 미국을 조종하는 특별한 이익집단에 봉사하는 대신 독자적인 사명을 찾아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미국과 더불어 서구 세계 국가들이 경제성장 모델에 기반을 둔 ‘신경제’를 계속 추구해 나간다면 장래는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헛된 짓이며 불법적인 전쟁들을 끝내고 과식 상태에 있는 군 예산을 삭감한다면, 해외로 빠져나간 생산을 국내로 돌리고 상품을 국내에서 만드는지 해외에서 만드는지에 따라 세금을 물린다면, 그리고 단기적인 수익률에 따라 지급되는 경영진의 성과급을 없애버리고 경영자로 하여금 장기적인 시야를 갖게 만든다면, 미국 경제 회생을 위한 기회의 창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인공자본을 쌓아올려 경제성장의 활성화를 강조하는 ‘비어있는 세계’의 경제학은 이제 종착지에 도달했다며 우리가 가야 할 경제학은 ‘정상경제학’이라고 주장한다. 정상경제학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에 초점을 두는 경제학이다. 성장을 중단하자는 게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발전, 더 나은 농사방법에 의한 성장을 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군대의 축소, 신자유주의가 폐기한 금융규제 등의 부활, 보호무역주의 등을 주장하는 데, 작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후보의 정책공약과 여러 부분에서 유사점이 발견된다.

필자는 <제1세계 중산층의 몰락>을 통해 신종플루가 미국 기업에 의해 세계최초로 등장했음과 GMO 농작물이 인류에게 재앙으로 닥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였다.

[2017년 2월 11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안함 외교의 침몰 코리아연구원총서 7
서보혁 외 지음 / 풀빛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으로부터 6년 전, ‘6.4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3월 26 서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천안함이 침몰되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시작해 2007년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이르기까지 순항하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동북아 정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삐걱대다가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엄청난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그 이후 2017년 현재까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며, 동북아정세 역시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와 이에 대한 북한.중국.러시아의 반발로 위태롭기만 하다.

 

이 책은 천안함 사건 1주기를 계기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천안함 외교’로 이름 붙인 남한 정부의 대북 제재와 긴장 고조 행위가 정부가 강조하는 국가안보 혹은 국익, 시민의 입장에서는 인간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대안을 찾아보려는 목적으로 출간되었다.

(물론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남한의 대북정책이나 외교·안보정책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보다 2년 전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이미 정책의 방향이 변화했고, 그것은 적어도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부정적인 반작용을 수반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에서의 정권 교체도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변화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북핵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친 일차적인 독립변수였지만, 천안함 외교가 발동되면서 종속변수로 바뀐 것처럼 보인다.)

 

천안함 사건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각 분야별 전문가가 진단하는 형식으로 엮어진 이 책은 ‘총론’에 대헤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정치군사’에 대해 김종대 편집장, ‘남북관계’에 대해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한미동맹’에 대해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북핵’에 대해 서보혁 연구교수, ‘북한’에 대해 홍익표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미중관계’에 대해 박홍서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 등의 글이 실려있다.

 

서보혁 연구교수는 총론 격인 ‘천안함 외교의 침몰과 통일.외교.안보정책의 대전환’에서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분석.평가한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외교는 침몰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대한민국호는 계속 순항해야 한다”며 ‘평화.통일 외교노선’을 주창하고 있다.

그는 ‘평화.통일 외교노선’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적대적 남북관계에서 비롯된 군사동맹 중심의 동맹외교를 21세기 국제정세 및 남북관계의 발전을 예비하는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의 수립, 선린 균형외교와 다자안보협력의 추진, 민주적 평화국가상의 확립을 세 가지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각론에서도 김종대 편집장이 묘사한, ‘이명박 정부 들어서의 대북 군사정책 변화 과정’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군부에 대한 문민통제의 필요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북한의 공식 보도를 기본 자료로 북측 입장을 폭넓게 검토한 홍익표 겸임교수의 글은 북중 경협이 한반도 정세와 북한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분석글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한반도의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제반 문제들을 검토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부록에 실린 천안함 사건 관련 일지와 남북 정부의 주요 발표문, 참여연대의 입장과 의문점 제기,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등 기초 자료도 유의미하다.

 

다만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복잡난해한 속성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겠지만 다소 지나온 과정에 대한 설명 비중이 높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 간략한 점이 아쉽고, 사실과 추정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대목들도 더러 눈에 띈다.

 

천안함 사건의 실체에 대한 진실공방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진실 여부와는 다른 각도에서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에서 갖는 외교적 함의를 짚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주도한 대북 제재와 한미 합동군사훈련 같은 일련의 긴장 고조 행위를 중심으로 하는 ‘천안함 외교’는, 이명박 정부의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진단한 ‘대북 외교’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그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은 대북 정책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와 한치의 오차도 없어 보이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유효했을 것이다.

그러나 빠르면 다음 주에 압도적 다수의 주권자들이 요구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에 무의미할 수 있다.

 

 ‘탄핵’은 지난 9년 간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쌓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적폐의 주요 내용 중 남북관계와 동북아 외교의 파탄을 빼놓을 수 없다. 2개월 후 새로 탄생하는 정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망쳐버린 남북관계와 동북아외교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를 바란다.

 

[2017년 3월 5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