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책에서 말하는 개념을 정리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겠다여기서 말하는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은 기본적으로 모두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말한다기업의 가장 주된 목적이 이윤추구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는 말그리고 이 두 기업의 차이도 오롯이 시장 평균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느냐가 기준이다무슨 윤리적인 기분을 적용한 건 아니다예컨대 저자가 뽑은 위대한 기업’ 중 하나는 담배회사다.


     사실 위대한 기업이라고 번역된 원문은 단지 great company이다기본적으로는 규모를 가리키는 great이지만저자는 단순히 ‘(규모가 큰대기업이 아니라 적어도 15년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대단한 기업을 가리키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써 놓고 보니 괜찮은 표현인데이 책의 콘셉트를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하자면, “나름 수익을 내는 기업에서 대단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정도가 아닐까?

 


     책은 대단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을 명료하게 정리해 제시한다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단계5의 리더십을 가진 리더다이들은 쉽게 말해기업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쏟아내면서도자기 자신의 명성이나 과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책임감 없는 리더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무너져 내리는지를 생각해 본다면리더에 대한 강조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두 번째는 이 책을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으로사람을 먼저 모아야 한다는 부분이다책의 표현으로 하자면 버스에다 적합한 사람들을 먼저 태우고 나면(부적합한 사람들은 내리게 하고버스는 적절한 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흔히 말하는 인사의 중요성을 가리킨다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또 동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가르쳐 일하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


     세 번째는 분명한 현실 인식 부분이다무조건적인 긍정이 능사는 아니다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 없이 내미는 긍정적 예측은 구성원들을 절망시키기 쉽다이를 위해서 진실이 들려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리더의 눈치를 살피며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되는 회사는 곧 망한다.


     네 번째는 저자가 고슴도치 콘셉트라고 부르는 개념이다여기에는 세 가지 지수가 제안되는데깊은 열정을 가진 일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경제 엔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이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을 파악해 집중하는 것이이런저런 일에 손을 대며 정력을 낭비하는 일보다 낫다는 것의외로 많은 기업들은 정확한 분석이 아닌 허세로 사업을 시작한다.


     다섯 번째는 흥미롭게도 규율에 대한 강조다흔히 회사가 커지면 온갖 종류의 관료제적 절차들과 단지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난다이런 것들은 초기의 창조성과 열정을 사그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저자는 관료제 대신자기 규율적인 문화를 통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쓸 데 없이 낭비되는 요소를 줄이고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건데여기엔 역시 앞서에서도 말한규율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은 기술이다그러나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기업으로 가는 필연적인 단계는 아니었다그것이 우리 기업의 고슴도치 콘셉트에 맞는지 분석하는 작업이 먼저다이와 관련해 저자는 기술이 도약의 발동기가 아니라 가속 페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곱 번째는 축적의 중요성인데어떤 대단한 기업도 단 한 번의 특별한 결정과 판단으로 그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는 통찰이다최소한 몇 년 동안의 지속적인 분투가 쌓일 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생각해 보면 한 방에 뭔가를 이루려는 투기적 심리를 가지고 지속적인 성공을 얻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마지막 장은 그렇게 오른 대단한 기업이라는 자리에 어떻게 오랫동안 머물 수 있을까에 관한 내용이다중요한 건 그 자리에 오르게 해 주는 핵심적인 가치들을 보존하면서변화되어 가는 상황에 끊임없이 적응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당연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의외로 많은 조직들이 과거의 성공에 머문 채 적응을 피하다가 스스로 무너지곤 하니까.

 


     간만에 경제가 아닌 경영에 관한 책을 읽는다사실 경영이라는 분야는 단지 회사를 운영하는 데만 사용되는 게 아니고다양한 조직과 공동체를 관리하고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연구 분야다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해그리고 내가 이끄는 그룹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얼마나 어설프고 형편없는지...


     책의 구성이 명확하고빙빙 돌리는 식의 문장이 아니라 상당히 속도감을 갖고 읽을 수 있다각 장의 말미에는 주요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서 정리도 쉽고주요 개념을 적절한 상징으로 만들어 놓아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예를 들면필요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라든지고슴도치 전략이라든지 하는 것들.


     조직의 발전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을 때 챙겨볼 만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사태 발생 초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나라는 물론 발생지였던 중국이었다그런데 두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좀 의아하게도 유럽의 이탈리아였다.(현재는 단연 미국이 최대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그런데 이런 반응은 이탈리아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그들 역시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어했고혼란과 거짓으로 비틀거렸다.


     이 책은 그런 이탈리아의 젊은 작가가 쓴 일종의 에세이다그는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뒤죽박죽인 사태를 날카롭게 통찰하면서현재를 한 페이지한 페이지 기록해 내려간다.

 


     한 편의 긴 글이 아니라 짤막한 단상들을 여럿 모아놓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특별한 구성을 갖지 않고이 즈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작가다운 번뜩임이 있을 때마다 글로 옮겼던 걸까하지만 그 짧은 글들 속에서도 눈이 머무는 지점이 여럿 발견된다.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연대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그리고 이 연대감의 바탕에는 신뢰가 있다온갖 거짓 뉴스들과 이에 기반한 의심과 미움결렬한 분노와 혐오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코로나 위기는 앞으로도 한참을 더 지속될 것이다그 사이에 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거고우리는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우선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나아가 이런 상황을 초래한 사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여기에는 어디에도 가짜 뉴스나혐오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이 상황에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기억해야 할 점을 잘 짚어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치의 모든 것 - 위기의 자본주의, 가치 논의로 다시 시작하는 경제학
마리아나 마추카토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원제를 보고 살짝 갸우뚱했다원래 이 책의 제목은 “The Value of Everything”인데번역하면 모든 것의 가치일텐데출판사에선 주어와 수식어를 서로 바꿔서 가치의 모든 것이라고 만들어 놨다이 정도 출판사가 번역의 실수를 한 건 아니었을 테고무슨 이유였을까.


     책을 읽어 나가며 조금씩 나름의 이유를 찾았다원제인 모든 것의 가치는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 싶어 하는 중심 소재인 ‘(경제학에서의가치’ 자체에 좀 더 중심을 두고 있다면번역한 제목인 가치의 모든 것은 그 가치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이론과 관행적 사고 등을 두루 가리키는 듯하다이렇게 보면 책 전체의 내용을 잘 설명하는 번역 제목일지도...



     책은 경제학에서의 가치이론을 다루고 있다이것이 중요한 이유는어떤 것에 진짜 가치가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그것에 제대로 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경제학의 간단한 역사를 반추하면서초기 경제학자들은 가치를 좀 더 구체적이고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들로 보았으나현대에 와서는 단지 사람들의 선호가 가격과 가치를 결정한다는 이상한 교조주의가 나타났다고 본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기준이라는 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이제 누가 더 말을 잘 하느냐이름을 잘 갖다 붙이느냐가 중요해지게 된다말 몇 마디로 별 가치도 없는 것들이 대단히 중요해지게 되거나실제보다 그 가치가 훨씬 더 부풀려질 수도 있다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금융을 꼽는다.


     오늘날에는 경제 전반의 금융화가 이루어지면서각종 복잡한 금융기법이 마치 가치를 창조하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애초에 부의 부드러운 이전과 중개 등을 담당할 뿐이었던 금융이이제 온갖 투기소요를 일으켜서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과정에서 가치의 왜곡이 일어나고부가 소수의 투기세력에게 몰리게 된다.


     여기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가치생산의 차원에서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되어왔다는 점이다오늘날 경제학에서는 시장에 대한 맹목적 신앙이 점점 강화되면서경제에 정부가 실제로 끼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왜곡하게 되었다저자는 정부가 실제로 가치를 창조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늘도 유튜브와 공중파를 가리지 않고소위 금융전문가들이 출연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주요국의 주가가 어떻게 되는지를 스포츠 중계하듯 보고하는 일들이 넘쳐난다물론 증시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지표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하지만 오늘날 이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정말로 그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투자일까?(그렇게 매일처럼 기업가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정상일까?) 이미 주식은 상당 수준 실제 가치와는 상관없는 투기판으로 변한지 오래다그들만의 온갖 논리와 원칙을 갖다 붙이지만말잔치를 걷어내고 나면결국 사람들의 기대감을 두고 벌이는 도박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 경제당국의 유일한 지상목표인 양 목소리를 높이는 전문가들이 많이 보인다물론 이들은 거기에 자신들의 밥줄이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건 인정한다그런데 이 말은 이들이 결코 중립적인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그들도 이해당사자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말이다갈수록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도박의 판을 키우는 것 이상의 특별한 효과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하나 실물경제의 금융화가 문제인 것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퍼져있는 생각과 다르게이들이 가치 자체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금융 분야의 발달이 자본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불러왔던복잡한 파생상품 같은 사기성 상품들을 말장난으로 만들어 낸 것도 분명 사실이다애초부터 말과 계산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는 물론우리나라의 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다인터넷 은행 분야부터 시작해 금산분리 원칙은 점점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금융에 관한 규제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사기의 영역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물론 불필요한 규제야 정비되어야겠지만모든 규제가 악이라는 식의시장만능론은 입증된 적이 없는 상상과 믿음의 산물일 뿐이다.



     경제 영역에서정부의 역할에 대한 재발견도 중요한 부분이다단지 규제나 지원제도를 통해서만이 아니라정부는 실제로도 가치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오늘날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는 다양한 기술들은(예컨대, GPS나 인터넷 같은애초에 정부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진 것들이었고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어 만들어낸 기술이 어느 정도 전망을 보인 후에야 민간 기업들이 뛰어들어 그 열매를 독차지했다는 저자의 지적은 곱씹어 볼만한 부분이다.


     정부의 경제에서의 역할은 부실한 기업을 떠맡는 식의 패시브 스킬만 발휘하는 것이라는 편견어린 시선은 분명 잘못되었다사실 많은 정부가 이런 시각에 살짝 주눅 들어 있는 것 같다세금을 투입해서 만든 기술은 어느 정도 그 세금을 낸 국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가야만 한다소수의 기업가들이실제로 가치창출에 그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지나치게 많은 열매를 독점하도록 두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좋은 경제기여한 만큼의 보답을 받을 수 있는 경제일 것이다죽을 만큼 힘들게 애쓰는 데도 먹고사는 것이 힘든 상황이라면 어딘가 고장이 난 것이다이 책의 저자는 이런 상황이 가치의 기준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상당히 흥미로운 지적이고오늘 우리들의 경제구조는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도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외전 -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
강희철 지음 / 평사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거의 모든 이슈가 여당편이냐 야당편이냐에 따라 갈라지는 우리나라에서이 책은 어느 쪽의 환영도 받기 어려울지 모르겠다.(이즈음 한겨례 신문의 포지션이 그렇다.) 저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을 어떻게 검찰이 조직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깔아뭉갰는지를 지적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그러나 바로 다음 꼭지는 현 정부의 지나치게 긴 적폐수사로 인해 수사대상이 된 한 검사가 자살에 이르렀다는 비판적인 어조를 담는다.


     저자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지만현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야당(미래통합당모두 제대로 된 검찰개혁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둘 다 정권을 잡고 나면 검찰을 휘두리가 좋은 예리한 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그 결은 조금 다른데현 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동안에는 다스니세월호니 하는 각종 범죄나 비리를 덮는 데 검찰을 이용하고여기에 공을 세운 정치검사들을 영전시키는 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데 반해여당의 경우는 검찰의 힘은 계속 이용하고자 하면서 개혁을 요구하는 모순적인 입장 때문에 제대로 된 검찰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저자가 보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직접수사권을 박탈하는 데 있다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더구나 기소권은 독점하고 있다)이 해결되지 않는 한공수처 같은 독립된 수사기관을 만들거나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식의 제도 개선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오히려 공수처는 권력자에게 또 하나의 칼을 안겨주는 일이 될 수도 있고경찰조직의 비대화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공수처 같은 조직도 정권이 바뀌면 얼마든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현 정부 들어서 공수처만 만들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기라도 하면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금세 여권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었다그런데 그래도 되는 걸까.


     공수처를 가지고 국민들을 통제하는 독재로 나아가려고 한다는 야당의 비판은 처음부터 멍청한 대처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수사대상은 애초에 일반 국민들은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으니까그것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공수처가 단지 또 하나의 검찰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건을 덮고 확대하는 식의하지만 일단 손에 쥔 칼과혹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르는 칼을 누구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조국 사태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검찰에게서 직접 수사권을 빼앗는 일은 여당에서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민주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권력에 대한 통제이다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은 어떤 식으로든 통제받아야 한다. (그게 선거라는 방식일 수도 있고유사한 힘을 가진 또 다른 조직에 의한 견제일 수도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교훈이니까.


     점점 비대화되어 가는 검찰의 권력은 어떤 식으로든 통제되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지나치게 요란하게 출범한 공수처가 오히려 검찰의 제대로 된 개혁을 막게 되지는 않을까 살짝 우려도 된다사실 권력기관의 전횡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제도 같은 게 어디 존재할까중요한 건 권력을 쥔 사람들의 의식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일 텐데이쪽은 법 몇 개를 만든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게 아닐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 차별과 혐오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해용 옮김, 오찬호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흥미롭다.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저자는 인류에게 나타나고 있는 차별 행위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이익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제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서 차별이 등장했다는 것. 누구나 다른 사람을 차별함으로 괴롭힐 수 있고, 심지어 이 때 일종의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니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저자는 가해자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고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건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 앞에 케이크를 놓아두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차별을 하고자 하는 충동 자체는 향사회성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시종일관 주장하는 책이니 당연한 결론이다.

 

향사회성 자체는 생존에 필요한 요소지만, 그것이 부정적으로 표출되었을 때는 분명 문제다. 여기에 차별에 대한 동조압력까지 더해지면, 그곳은 지옥이 된다. 오늘날처럼 자연에 대한 투쟁보다는 인간 사회의 조화와 연대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은 단순히 개인들의 피해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발전 지체, 혹은 퇴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따돌림, 혹은 차별이 어느 한 나라나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지메(집단 따돌림)’라는 외래어를 어지간한 사람들에게 알게 만들어준 이웃 나라 일본의 상황은 왠지 좀 더 심할 것 같다는 선입관 비슷한 인식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이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실제로 책에는 특별히 학교에서 일어나는 차별 행위에 관한 언급이 자주 보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의 아이들이 모두 힘을 합해’, ‘다 같이 사이좋게지내기를 강요받고 있으며, 이것이 개성적인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하고, 자신이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일탈자를 누구보다 빨리 색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지나친 집단주의가 문제라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군대 안에서 이런 식의 병적 행동들이 자주 나타나곤 하니까.

 

 

저자는 여러 호르몬과 본능에 관한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이런 행위가 우리의 유전자 안에 박혀있다는 것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차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운명론을 설파하는 듯도 하다. 물론 저자는 어떻게 이 부정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해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인다.

 

저자는 상대방이 질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거하고,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갖추고, 때로는 언더독 효과를 이용하는가 하면, 상대와 거리를 좀 두거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하나하나 잘 기억했다가 이용해 볼 만한 포인트들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내용은 작정하고 괴롭히려는 악인들이 널려 있는 사회에서는 소극적 대처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는 좀 더 적극적이고 실제적 대안으로 사각지대를 줄일 것을 주장한다. 이를 테면 강인해 보이는 사람에게 학교 순찰을 맡기거나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식이다. , 다양한 사람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돌리는 사람이 있으면 아예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의 유동성을 높이면 된다는 것.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범죄자들에게 무슨 무슨 교육을 수십 시간씩 강제하는 벌칙조항들이 시행되고 있다. 성범죄자 재범방지 교육, 음주운전 특별교통안전교육 등등.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옳다면, 이런 교육들은 거의 쓸모가 없다. 교육 정도로 사람의 충동을 자제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

 

대신 감시카메라를 늘리고, 감시하는 인원을 확충해서 사각지대를 줄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문제행위가 적발되었을 때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 비슷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에게 강제로라도,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게 될지를 인식하도록 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물론 단순히 억압적 정책만이 아니라, 위에서도 언급한 관계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교화 못지않게,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모든 일탈행위들을 막을 수 없다면, 강력한 처벌과 확실한 감시가 필요하다. 이쪽도 못하면서, 온정주의에 기반한 가벼운 처벌과 말랑말랑한 교육만 붙잡고 있는 건 사실상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