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과서 퇴계 - 사람 된 도리를 밝히는 삶을 살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5
김기현.이치억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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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김기현(전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이치억(성신여자대학교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의 글로 구성되었다. 퇴계에게 묻고 싶은 29개의 질문 중 한 질문에 두 저자가 답한 경우도 있고, 한 저자가 답한 경우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마지막 30번째의 질문은 여러분 스스로 만들어보고, 이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 ' 이 책을 읽기 전에' 중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퇴계의 정신이 무엇일까?

 

2010년에 설립된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는 인문학 연구 역량을 심화시키고, 탁월함의 추구라는 인문 정신의 사회적 확산을 위해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지난 삼 년 동안 부처, 공자, 예수 등 인류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현자 19명을 오늘의 시점으로 소환하여 그들과 상상의 대화를 나누었다.

 

위대한 현자賢者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등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물어보고, 그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 살펴보는 그런 시리즈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그런 삶의 고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사유思惟하는 그런 장場인 셈이다.

 

이 책은 이런 플랜 하에 출간된 우리들의 스승 퇴계 이황을 이 시대로 호출한다. 과연 조선시대를 살았던 퇴계 선생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삶의 도리를 말하는지 성찰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깊은 사색과 함께 스무 번째 현자가 될 수 있는 행운을 누려보자. 

 

저자 김기현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방문교수(1995~1996), 전북대학교 대학원장(2010~2012)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 이치억은 퇴계의 17세손으로, 후손이라는 무게 탓에 어릴 적에는 오히려 유교에 반감을 갖고 '유교문화 퇴출방안 모색'이라는 불순한(?) 의도하에 유교철학에 입문했으나, 현재 '유교에서 없애야 할 것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일본 메지로대학교 지역문화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유학과에서 공부했고,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학교와 (사)동인문화원에서 교학상장을 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의 됨됨이는 수양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온갖 욕망으로 흐려진 마음이 수많은 번민과 괴로움, 그리고 고통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따라서 일상에서 마음가짐을 마치 샘물처럼 '망ㄱ고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깊은 샘의 맑고 청량한 물처럼 내 삶의 기쁨을 가져다 줄테니 말이다.

 

"생각을 조금도 불순하게 갖지 말고 마음을 경건하지 않음이 없게 하라"

- 퇴계 이황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김기현 교수가 먼저 답한다. 소위 '퇴계학'의 국내 권위자인 그는 전북대학교 고전독서모임인 '여택회麗澤會'에서 27년 이상 강의하고 있다. 안도현 작가의 말에 의하면 전주천변이나 건지산 기슭을 깡마른 노신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걷는다면 틀림없이 김 교수란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족히 두 시간을 걷는다고 한다.

 

김기현 교수

 

 

인간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즉 자신을 존엄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고상하게 살려고 할 것이고, 반대로 덧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은 평생 공허한 삶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를 철학자 미카엘 란트만"모든 인생은 그 자체가 해석학적이다"라고 요약한다.

 

우리 국민들이 제일 자주 사용하는 지폐 천원권의 모델이 바로 퇴계 이황(1502~1571년)이다. 그렇지만 이름 정도만 알 뿐이지 좀 더 구체적인 지식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조선시대의 유학을 다소 경시하는 신학문의 교육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나도 퇴계 선생에 대해 깊은 지식이 부족하다. 그저 안동, 도산서원 정도를 떠올릴 뿐이다.

 

공경하고 공경하라

하늘은 밝으신지라

그 명명을 지키기 쉽지 않나니

하늘이 높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강림하여 나의 삶을 

날마다 살피며 여기에 계시니라.

 

이는 <시경詩經>에 실린 시다. 퇴계는 임금에게 "하늘을 외경畏敬"할 것을 강조하며 이 시를 인용했다. 저자는 이를 퇴계의 '경敬'사상이라 부르며 퇴계의 사유와 삶의 중심엔 이 사상이 놓여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존재 내부에, 더 나아가 만물 안에 '하늘의 소명'이 있음을 자각하고 삶에 있어서 경건함을 견지했던 것이다. 그가 임금에게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경재잠敬齋箴'에도 이런 삶의 정신이 나타난다.

 

의관을 바르게 차리고, 시선을 존엄하게 가지며, 마음을 고요히 상제를 우러르듯 하라. 발걸음은 장중하게, 손놀림은 조신하게, 땅도 가려서 밟아 개미두둑까지도 돌아서가라. 문을 나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손님을 대하듯 하고, 일에 임해서는 제사를 받들듯이 하여, 경건하고 조심히 처신하여, 감히 조금도 안일하게 나서지 말라. 입 지키기를 병마개 막듯하고, 삿된 생각 막기를 성문 지키듯 하여, 공경하고 엄숙하게 거동하여, 감히 조금도 경솔하게 나서지 말라.

 

퇴계의 외경 정신은 바깥생활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숙히 맑고 순수한 영혼의 원천을 가져야 함을 깨달았기에 평소 영혼을 맑게 하려고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는 마음을 쓸데없는 상념이나 욕망에 흔들리지 않도록 명경지수明鏡止水같은 상태를 유지하려 했다.

 

퇴계가 견지했던 외경 정신은 산만하고 방종한 우리들의 삶을 반성하게 만든다. 오늘날의 인간관계는 이해타산에 치우쳐 가볍기 짝이 없고 또 수박 겉 핥기와도 같아 깊이가 부족하다. 이는 스스로 고결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나 처방으로 우리들은 퇴계의 외경 정신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퇴계 선생의 후손이기도 한 저자 이치억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즐거운 자족의 삶이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삶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바로 '꿈'이라면서 꿈을 성취하는 것은 삶에서 큰 의미를 지닌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꿈을 이루는 삶은 지극히 행복할 것이며, 비록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꿈이 있는 삶은 아름답고 풍요로와 이는 가슴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꿈''장래의 희망직업'을 동의어로 사용한다. 이에 생동감이 넘치는 진정한 의미의 '꿈'은 사라지고 단지 명함 위에서나 의미를 가질 그런 허상을 쫓게 된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가르치는 교육도 그러하다. 오직 '직업'에 근접하는 방법인 것이다. 대학 진학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취업'을 향해 거쳐가는 통과의례일 뿐인 것이다.

 

'되기'가 아닌 '되지 않기'를 추구하다

 

사회적으로 퇴계는 무언가가 '되기'가 아니라 '되지 않기'를 추구한 인물이다. 그는 24세까지 과거에 연달아 세 번이나 낙방했지만 전혀 낙담하지 않았다. 28세 때, 한양에서 진사 회시에 응시하고 합격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한양을 떠났다. 한강을 건너기 전 2등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그대로 남으로 향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34세에 비로소 대과大科에 합격했지만 이때에도 전혀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일년 전, 이미 성균관 유생들의 부박浮薄한 풍토를 목격하고는 과거를 아예 그만두고 낙향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형의 간곡한 만류로 이를 실행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관직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는 승진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다. 고관 욕심은커녕 기회가 닿기만하면 외직을 요청했다. 당상관이 되어도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고, 나중엔 아예 관직 자체를 거부했다.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은거하고 있음에도 동지중추부사의 이름이 여전히 남아 있자 그는 이 직함을 거둬 달라고 상소를 올렸다. 65세 때의 일이다. 벼슬과 명예에 대한 욕심을 멀리한 그가 15세에 지은 아래의 시 '가재'를 살펴보라.

 

돌을 지고 모래를 파니 저절로 집이 되고,

앞으로 가고 뒤로 달리니 발도 많구나.

일평생 한 줌 샘물 속에서 족하니,

강호江湖의 물이 얼마인지는 묻지 않겠노라.

 

그런 그가 '되어야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신선神仙'이다. 그가 말하는 신선은 은유적 표현이다. 술수와 조작, 협박과 거래, 큰소리치기와 타협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은 정치판의 생리이다. 이는 그의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꾸미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본업은 학문이다. 학문을 통해서 성인聖人이 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 그의 첫 번째 목표였다. 신선과 성인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런지 모르나 전혀 그렇지 않다. 성인이 되는 학문과 같은 긴요한 일도 있지만, 신선처럼 자연을 즐기는 느슨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퇴계에게 있어서 자연속에서의 소요유逍遙遊는 학문의 청량제였던 셈이다. 그리고 이것이 스스로의 분수에 맞는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계가 추구한 삶은 자족의 삶이다.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의미 있고 즐거운 그런 삶을 누리고자 했던 것이다. 퇴계의 신선은 첫째 자연 속에서 자연을 즐기며 그것과 더불어 하나 되어 사는 사람, 둘째 세속의 칭찬과 비방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인 것이다. 누군가는 정치판을 바꾸겠다는 그럴 듯한 포장을 했지만 속마음은 명예와 권력을 누려보려는 심산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퇴계를 도덕적으로 완벽한 위인으로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의 위대함은 도덕성보다는 오히려 절대자유의 경지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분수를 지킨, 그의 일관된 삶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삶의 진정한 의미를 더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도산서원의 가을풍경 

 

 

사람답게 삶을 살자

 

이밖에도 '행복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자녀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바른 직업윤리는 무엇인가?',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겸손은 왜 중요한가?', '왜 자기성찰이 필요한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소유를 택할 것인가, 존재를 택할 것인가?' 등 스물아홉 꼭지의 질문에 대하여 두 저자들이 답한다.

 

사랑공경의 정신으로 인생을 살았던 위대한 스승 퇴계 선생의 인생관과 철학은 우리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만큼 우리들이 가볍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이 보지 않아도 스스로 삼가하라는 '신독愼獨'의 자세가 그대로 나타난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단 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 깊은 속내를 음미히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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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리치의 재테크 시크릿 - 결혼한 여자를 위한 탄탄한 재테크 코칭
동명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저는 사십 대 초반의 평범한 주부이고 주위의 흔한 동네 아줌마이며, 매일 일과 전투를 치르는 직장여성이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가족과 지지고 볶으며, 상사에게 깨지고 똑똑한 후배 앞에서는 기죽는 일이 다반사인 여러분과 똑같은 여자입니다. 단 하나 남다른 것이 있다면, '똑똑한 여성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왜 부자엄마는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는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준비되지 않은 미래는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프롤로그에서 시작하는 말은 그저 모든 여성들에게 재테크를 시작하는 용기를 주려고 하는 말이다. 그녀는 결코 평범한 주부가 아니라 금융이라는 특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신한은행이라는 한 직장에서 수없이 많은 여성고객을 만나고 그들과 같이 호흡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결혼 이후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현업에서 체득한 금융지식으로 저축과 투자를 몸소 실천했고, 생활 속의 작은 지혜를 쌓아가고 있다. 현재 '가정에 꼭 필요한 재무관리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열정을 다해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현재 현금자산 13억을 모은 '리치 마담' 동명희 저자의 재테크 성공기를 담고 있다. 맨땅에 헤딩을 수십 번 했고, 몇 번의 고비를 거쳐 지금의 그녀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누구나 고민하는 다양한 문제들의 해답을 시원하게 풀어내면서 아울러 자신만의 재테크 비법을 전격 대방출하고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인 스물넷에 결혼할 당시만 해도 그녀는 '결혼은 곧 행복'이라는 등식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실직이라는 고통을 겪고, 고생해서 마련한 첫 집을 남편의 그릇된 주식투자로 날려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하면서 결혼이란 한 사람의 일방적인 권한이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과 돈이란 가정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 가장 낮은 호봉부터 차례대로 올라왔습니다. 다만 제가 일하는 곳이 금융업이라는 조금 특별한 장소였기 때문에 스스로 그 안에서 부를 만들고 투자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 동명희

 

 

 

 

돈이 없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준비가 없어서 불행한 것이다

 

책은 모두 여덟 가지 이야기로 구성됐는데, '마담 리치의 조건', '어떻게 13억을 모았나요?',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시각', '부자엄마의 자녀 교육법', '일상 속 부자의 습관', '기다려지는 노후 만들기', '행복한 가정을 위한 조언' 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책 후미에는 '결혼 연차별 머니 플랜'을 부록에 담아 재테크에 대한 시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이제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성들이여, 이젠 소비보다 경제로 관심을 바꾸자 

 

현재 한국의 가정 중 87%는 여자가 가정의 경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여성이 얼마나 경제를 잘 알고 집안의 재무계획을 잘 세우는지가 한 가정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여성들의 경제지식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놀랍게도 아시아 태평양 16개국 중에서 베트남, 미얀마, 방글라데시보다 못한 15위로 최하위권다.

 

이는 2015년 1월 29일자 매일경제신문 '미얀마보다 못한 한국주부 금융 마인드'라는 기사에 실린 내용이다. 우리 주부들이 나름 남편 내조나 자식교육은 신경 쓰면서도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나 자산 배분 계획, 위험 분산 등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하지 못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설명이다. 이에 저자는 "이제 여성의 금융 지식수준이 곧 가정의 경제력"임을 강조하며 열의를 가지고 이 책을 읽는 게 바로 부자의 길목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금리,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자산 만들기에도 순서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자신의 생애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우리들이 살아갈 날들이 앞으로는 더 길어지기 때문에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하고 끈기있게 추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년 뒤에 마이카를 굴리겠다 또는 10년 후 마이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좋지만 '1년에 500만 원 모으기', '2년 후 만기지급액 1,000만 원 적금통장 3개 모으기', '자녀 앞으로 교육비 매달 20만 원 저축' 등 숫자를 기반으로 하는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한다.

 

"적금통장 '풍차 돌리기' 아시나요?"

 

비록 금리가 낮더라도 재테크의 초보는 저축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초보는 딱 300만 원 만들기에 도전하는 게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요즈음은 금리가 너무 낮아 저축에 대한 필요성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퇴색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떠올리면 된다.

 

금리는 출렁이는 파도와 같다. 사람들이 원한다고 파도가 늘 잔잔하지 않은 것처럼 금리는 경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며, 정부의 정책이나 금융시장 완화 및 규제, 환율의 움직임 등에 의해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니 금리가 움직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금리가 낮을 때는 그에 대응하는 주식이나 채권 등 대안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때에는 고공행진을 하던 차이나펀드나 브릭스펀드가 70%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채권형 펀드의 등락이 적었고, 최근 은행 예금 금리는 최저지만 고배당펀드의 경우는 연 15%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투자자가 배라면 금리는 파도이다. 어부가 파도를 잘 읽으며 바다로 나가야 만선의 꿈을 달성하는 것처럼, 우리도 금리를 타면서 수익을 얻어야 한다.

 

 

현금자산이 제일 든든하다

 

저자도 집을 장만할 때 당연히 대출에 의존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느라 젊은 시절을 다 보냈을 정도였다. 그녀는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고객들의 사례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집이라는 재산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한평생 고생해 마련한 집을 저당잡아 자녀들 뒷바라지한 부모들이 늙어서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되었던 것이다.

 

"집보다는 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녀는 대출과는 별개로 저축과 투자를 늘려갔다. 대출원금과 이자는 꾸준하게 나갈 고정비로 생각하고, 변동비를 줄여 저축을 늘렸다. 일주일에 한 번 하던 외식은 한 달에 한 번으로 바꾸었고, 유행에 맞춰 사던 옷들도 과감하게 줄였다. 아들의 학원도 학교의 방과 후 수업으로 전환했다.

 

무엇보다도 대출 때문에 저축을 못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적금과 펀드, 보험을 대출이자보다 먼저 자동이체시켰다. 지금도 통장에서 적금과 펀드 등이 최우선으로 나가게 두고, 마이너스가 되면 씀씀이를 줄여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고 있다. 저축은 습관이기 때문에, '먼저 쓰고 저축하겠다'는 마음으로는 돈을 결코 모을 수가 없다.

 

마담 리치의 한 마다

 

등기부등본 독해력이 있으면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잘못된 부동산 계약 한 번으로 온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습니다.

 

근저당을 감내하고 전세계약을 할 때에는 감액등기를 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하시고,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받는 일도 잊지 마세요.

 

 

에듀푸어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라

 

요즘 자녀가 태어나면서부터 은행에 와서 통장을 개설하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이럴 경우 반은 성공한 셈이다. 다만 보통예금이나 저축예금보다는 정해진 기간에는 손댈 수 없는 상품이 좋다. 아이 대학 등록금으로 쓰려고 조금씩 모으다 집안에 급한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또 모으지 뭐' 하면서 써버리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필요한 3억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마련하겠는가? 게다가 당장 생활도 해야 하고, 내 집 마련에 노후자금까지도 챙겨야 한다. 자녀가 어릴 때 준비하라고 말하는 이유는 교육비가 자녀의 나이에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이다. 영유아기 때부터 초등학교까지 집중적으로 교육비를 모아야 하고,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등록금 또한 따로 모으는 것이 현명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금융 상품이든지 자동이체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교육비가 가계지출에서 18.1%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자녀가 어릴 적엔 소득의 20%는 따로 준비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정작 돈이 많이 드는 시기에 편할 수 있는 법이다. 

 

 

소신이 있어야 부자가 된다

 

저자는 지금 집에서 도보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변함없이 정장에 운동화, 백팩을 메고 열심히 부지런히 걸어서 퇴근한다. 경제적이면서 건강에도 유익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계절의 흐름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굳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여 살 필요는 없다. 남들이 자신을 보는 시간은 순간이고, 지나면 그냥 스쳐 간 사람에 불과하다. 멋진 차, 좋은 옷도 다른 사람에겐 잠깐 부러움의 대상이 될 뿐이다. 자신이 그것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힘들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소신이자 지혜이다.

 

현재의 생활이 인생 후반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늙어서 제대로 걷기가 힘들 때,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메뉴가 떠오를 때, 자신을 태워 그곳으로 데려갈 운전기사 딸린 승용차가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신이는 일인가 말이다. 만약에 그 반대라면?

 

젊을 때는 선택의 폭이 훨씬 다양하다. 한두 개쯤 포기해도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선택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 

 

요즈음 어딜 가나 '백세 인생'이라는 노래가 들린다. 100세 시대, 재테크의 기본은 은퇴와 노후 준비일 것이다. 아무도 자신의 미래를 지켜주거나 보장해 주기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 소득이 적다고 생각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남들보다 많이 준비할 수 없다면 길게 준비하면 되는 거니까. 은퇴와 노후 준비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주먹구구식으로 퉁칠 것이 아니라 언제부터 얼마가 필요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간과 금액을 설정해야 한다. 그 후 매달 그것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이다. 직장인이라면 은퇴를 최대한 늦추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다.

 

은퇴설계는 평균수명이 긴 여성 위주로 해야 합니다. 남편의 퇴직금은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시고 준비하시고, 건강이 곧 재산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관리하세요.

 

 

남편의 비상금, 눈 감아 주라

 

곳간은 여자가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분명 있다. 바로 남편들이다. 내가 벌어 내가 쓰겠다는데 모두 내놓으라면 당연히 억울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에 부부 싸움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수입이 있는 주부들은 째째하게 간섭하기 싫어서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곳간을 합쳐야 한다.

 

여기서, 여자들은 남편을 위해 조금은 길을 열어 두면 좋다. 고양이에게 몰리던 쥐도 막다른 곳에 이르면 대든다고 한다. 남편의 비상금은 모르는 척 눈감아 줘야 한다. 그래야 남편들도 숨 쉴 구멍이 생기고 여유가 생기게 된다. 이처럼 결혼생활에는 가끔 모른 척 넘어가야 할 일도 있다. 모든 것을 알고, 아내의 뜻대로 하기보다 각자 행동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것이 좋다.

 

저자는 결혼생활 20년 동안 남편의 급여명세표를 결혼 후 처음 보고 너무 적은 금액에 놀란 이후 이를 가져오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한다. 남편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게 오히려 더 큰 수입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리들에게 평생 같이 갈 남편과 취미 하나 정도는 공유하라고 당부한다. 주말 등산이든, 댄스 학원이든, 테니스 교실이든, 탁구 교실이든 큰 돈 들이지 않고 부부가 함께 땀 흘리며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취미 말이다.

 

 

 저자의 95년 5월 급여 명세표

 

 

첫 걸음을 지금 바로 내딛자

 

40대 초반의 주부인 저자는 대출 없는 32평 아파트, 할부금 없는 마이카, 현금자산 13억을 장만한 알짜 인생이다. 사실 누구나 이렇게 될 수 있다. 먼저 깨달았고 이를 철저하게 실천했기 때문이다. 부록에 실린 '결혼 연차별 머니 플랜'의 골자는 첫째 뭐든 꾸준히 하라는 것, 둘째 적당한 수익을 추구하하는 것, 셋째 싱품만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라는 것이다.

 

그녀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같은 1인 1계좌 상품은 절대 놓치지 말고 재형저축 같은 비과세상품에도 무조건 가입하라고 권한다. 부스러기라고 생각한 돈이 나중에 눈덩이처럼 커져 든든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주식형펀드와 ELS(주가연계증권)도 비교적 수익률이 좋은 투자처다.

 

지금 우리 집 경제에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꼼꼼하게 고민한 다음, 거래하는 은행에 들러 상담을 받는다면 도움이 될 금융상품들을 추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저축만이 '기다려지는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동이체라는 구속을 받으며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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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에 시작하는 처음 인문학 - 미술과 문학으로 만나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에세이 14살에 시작하는 처음 시리즈
정수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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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다루고 있는 관계, 소통, 불안, 소비, 저항, 생태 이야기는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열쇳말이다. 무론 이 열쇳말은 나를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크기의 세상을 살아간다. 지구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어울려 살고 있지만 사람들이 가진 세상의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세상은 자신이 경험하고 아는 만큼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은 나의 경험과 나의 앎을 바탕으로 하는 나의 이야기다. - '글쓴이의 말' 중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

 

저자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첫 그림은 마네<풀밭 위의 점심식사>라고 말한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그녀가 그림만 실력 있는 도록에서 발견한 그림은 발가벗은 여인과 옷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었으니 야릇하게 보였을 터이다. 이후 어른이 없을 때만 몰래 이 도록 속의 그림들을 펼쳐보곤 했다고 한다. 벌거벗은 여자의 모습이 많았으니 함부로 보면 안 된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던 모양이다. 부끄러운 생각과 함께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서른이 넘은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자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그림들을 보았다. 앞서 초등학생 시절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하루 종일 엄마를 찾는 아이에게서 피로를 느끼던 그런 때에 왠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밀려오면서 '나는 잘 살고 있는가'라는 뒤늦은 사춘기와 방황이 시작되었고, 이때 할 수 있는 반항이 새벽에 일어나 독서하고 글 쓰는 게 전부였다고 밝힌다.

 

새벽에 일어나 만난 그림들은 의외로 행복한 모습이 아니었다. 도미에의 <삼등열차>속 사람들, 뭉크의 <절규> 속 사람들 모두 그녀처럼 불안하고 힘겨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힘겹게 보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녀에게 힐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왜, 무엇 때문에, 이들은 그려졌을까?', '지금 나는 왜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불러왔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고민을 찾아간 사유사유의 결과물인 셈이다.

 

저자 정수임은 현재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다. 그녀는 '관계', '소통', '불안', '소비', '저항', '생태'라는 6가지 주제 아래 문학, 미술 작품, 철학, 인문, 사회과학 등을 넘나들며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들추어낸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자아 찾기'를 강조한다. 자신을 알고 인정할 줄 알아야 타인과 사랑하고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關係

 

"언제 나를 낳아 달라고 했어?"

 

아마도 우리 모두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대들 때 이런 말을 한번쯤 했을 거다.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는 끔찍한 말이다. 부모가 내 자식은 꼭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 모두 부모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 즐기다 보니 자식이 생겼고, 태어나 보니 부모가 있었다. 그런데, 이 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가족이라는 관계는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저자는 원망 대신에 '나'를 알아 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열정적인 삶을 살다가 세상을 하직한 화가이다. 그의 아이콘은 '가난', '외로움', '우울', '발작', '자살'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낙천적, 따뜻한, 열정적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화가'로 불린다. 때때로 이것이 너무 지나쳐 다른 사람의 눈에는 미치광이로 보일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수벡 통의 편지, 수십 점의 자화상들은 그런 평가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충분히 설명해준다.

 

 

그는 '노란 집'을 마련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길 소망햇다. 이런 그의 바람에 화답한 이는 큰 빚에 시달리던 폴 고갱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흠모했던 고갱을 기다리며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태양빛 아래에서 해바라기를 그렸다. 그는 열네 송이 해바라기뿐 아니라 많은 해바라기 연작 시리즈를 노란색으로 그려냈다.

 

자신을 표현하는 색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학교나 사회가 제시하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려면 자신을 '응시'하고 돌아볼 기회가 적었을 수도, 조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남들과 달라지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테뉴가 말했듯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경험은 자신이 저 자신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저 자신임을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은 수많은 것 사이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마치 박성우가 풋풋한 연두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처럼, 고흐가 노란빛에서 자신의 열정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능성과 열정뿐 아니라 한계와 단점을 응시하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소통疎通

 

국가, 민족, 사회, 개인들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바로 '소통'이다. 물론 아무리 소통하려 해도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으면 소통은 성립할 수 없다. 사회에서 소통을 강조한다면 이는 그만큼 서로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가 그런 것 같다. 오직 '나'만 있고, '너'와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담을 맞댄 이웃집의 숟가락 개수도 알고 지냈다고 한다. 지금은 숟가락은커녕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다.

 

나는 다시 '속물' 틈에 끼었다. 무진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은 모두 속물들이라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이 하는 모든 행위는 무위무위와 똑같은 무게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장난이라고. - 김승옥, < 무진기행> 중에서 

 

이 소설의 특징은 안개 속에서 시작했다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버스와 함께 끝난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시작과 끝이 도무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점이다. 무진의 명산물은 바로 '안개'다.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산조차 감춰버릴 정도다.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 매일 찾아오는 여귀廬鬼가 뿜어 놓은 입김과 같다고 표현한다.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라는 그림이 있다. 이는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라는 화가가 그린 작품이다. 화가는 10남매 중 여섯 째로 태어나 유년 시절 내내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했다. 일곱 살엔 엄마가, 1년 뒤엔 누이가, 열세 살엔 얼음에 빠진 그를 구하려다 동생이, 둘째 누이는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로 인해 그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자살까지 시도했었다. 그럼에도 결국 19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로 우뚝 섰다.

 

"화가는 자기 앞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본 것도 그려야 한다. 내면에서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면 앞에 있는 것도 그리지 말아야 한다" - 프리드리히

 

그림 속의 남자는 안개를 벗어난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서 있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 서기까지 안개에 휩싸여 보이지 않는 바위를 무수히 더듬었을 것이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동시에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성도 느꼈을 것이다. 앞서 <무진기행>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현재를 부정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려 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대를 믿지 않고 자신의 진심을 보여 주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안개 속에 깊이 감추고 싶은 자신의 부끄러움도 인정하고 보여줄 용기가 필요하다.

 

솔직한 것이 미덕이 아닌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지만 솔직한 것만큼 무섭고 강한 것 또한 없다. 자연의 일부인 안개는 인간의 힘으로 걷어 낼 수 없지만 마음속 안개를 걷어 내고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한다면 프리드리히의 그림 속 안개산쯤이야 거뜬히 오를 수 있다. 그런 날이 온다면 프리드리히의 그림도 수정되어야 한다. '안개 바다 위에 홀로 선 방랑자'가 아니라 '안개 바다 위에 함께 서 있는 방랑자들'로 말이다.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요즈음은 낯선 곳을 찾아가는 게 그리 두렵지 않다. 길찾기 앱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길을 가다 막히면 곁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몇 번씩이나 물어야 겨우 찾아가지만 지금은 손 안의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초행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보무步武도 당당하게 내딛는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공사 현장이었다. 도시에서 공사장 인부로 살던 정 씨는 십년 만에 고향인 '삼포'로 가는 길이다. 그의 기억 속 삼포는 비옥한 땅과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물고기로 둘러싸인 섬이었다. 하지만 삼포행 기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에서 만난 노인은 삼포에 다리가 놓여 이젠 관광 호텔을 짓는다고 트럭이 신작로를 질주하는 그런 곳으로 변했다고 알려준다.

 

공사장의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치다 정 씨와 동행하는 영달, 군부대와 선술집을 전전하며 삶을 살던 백화, 이들 세 명은 우연한 동행을 시작한다. 하얀 눈을 밟으며 황량한 벌판을 걸어간다. 힘들어하는 백화를 업어주고, 팥 시루떡을 나누고, 비상금을 쪼개 기차표를 마련하는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황석영의 소설 <삼포 가는 길>은 이렇게 소통을 얘기한다.

 

마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있다. 로이 릭턴스타인<행복한 눈물>이 그것이다. 화기 릭턴스타인은 앤디 워홀과 함께 팝아트를 대표하는 화가로 만화를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해왔다. 그림 속의 그녀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감상하는 이가 판단할 몫이지만 어쩐지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것 같다. 살다 보면 슬프지 않아도 눈물을 훌려야 할 때가 있다. 분위기 상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척'하는 것이다. 이렇게 맞추는 일이 소통의 첫걸음이다.

 

릭턴스타인의 <행복한 눈물> 속 여인이나 <삼포 가는 길>에서 만난 세 사람을 지나 체 게바라가 떠오른 이유는 그만큼 타인의 삶을 연민하고 공감하며 생각을 실천한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체 게바라처럼 열정적 삶을 살아 낼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만난 사람들을 위해 거짓 눈물이 아닌 진심의 눈물을 흘리며 상처를 보듬고 살아갈 수는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고 했던 체 게바라의 말을 기억하면서.

 

 

불안不安

 

"나는 날마다 죽음과 함께 살았다. 나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두 가지 적을 안고 태어났는데, 그것은 병약함과 정신병이다. 질병, 광기, 그리고 죽음은 내가 태어난 요람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천사들이었다" - 에드바르 뭉크의 일기 중에서

 

화가 뭉크는 다섯 살에 엄마가 폐결핵으로 죽고, 몇 년 뒤 누나도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 그의 여동생 중 한 명은 어릴 적에 정신병 진단을 받았고, 다섯 형제 중 유일하게 결혼했던 남동생도 결혼식을 올린 지 몇 달만에 죽었다. 그도 병약해 류머티즘, 열병, 불면증 등으로 늘 고통받았다. 평생 죽음이라는 불안과 맞서야 했던 그는 여든한 살까지 생을 이어갔다.

 

 

어느 날, 뭉크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산책에 나섰다. 두 친구는 아름다운 광경에 취해 한가로이 걷고 있지만, 뭉크는 공포를 느꼈다. 마치 그림 속에서 "꺄아악!"이란 비명 소리가 흘러 나올 듯하다. 귀를 막고 눈을 크게 뜨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도 두려움 자체를 인정하고 극복해야 한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다"

- 에밀 졸라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망설임을 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망설임과 마주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뭉크의 <절규>와 같은 태도다. 자신의 이기심과 안일함을 마주할 때 생겨난 놀라움과 두려움이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놀라기만 하고 두려워만 한다면 변할 수 없다. 진실은 전진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므로.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게 있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의 혁명을 보여준다. 프랑스는 1789년, 1830년, 1848년 혁명을 거치면서 완성된 나라이다. 이 기기엔 귀족과 교회의 지지를 받는 왕의 군대와 프랑스 국민의 대립은 심각했다. 남녀노소 모두 손에 총을 들고 왕의 군대와 싸웠다. 자유와 평등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시기에 태어난 화가가 있다. 바로 오노레 도미에다.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후에 태어낫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이 그랬듯이 그도 역시 가난해서 학교 교육을 받을 수가 없었다. 대신 그는 파리의 거리에서 세상을 배웠다. 그는 길에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표현하고 그렸지만 미술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서점 직원으로 취직했다.

 

 

그의 걸작 <삼등열차>를 살펴보자. 희미한 빛이 스며든 열차 안에 한 여인은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파곤한 기색의 할머니는 기도를 하고 있다. 한 아이는 잠에 빠져 있다. 이들 모두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하루하루를 연명키 위해 고달픈 삶을 살고 있음을 직감하게 한다.    

 

최저 시급이 6,030원인 대한민국은 어떨까.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고 평등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 대답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오히려 오래도록 이어진 팍팍한 현실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부수고 나만 잘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서로 부딪치고 밟고 누르며 나만 우뚝 서길 바라는 마음까지 부추기며 말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도 미래를 내다보기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은 불안하다. 그리고 그 불안을 떨쳐 내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경쟁하고 경쟁하기를 반복한다. 영화 <설국열차>가 서로 다른 칸을 만들어 내다 결국 탈선하고 전복된 것처럼 불안과 경쟁만이 계속된다면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기차도 안전하지 않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어느 칸에 타고 있을까. 

 

 

소비消費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옥상 정원에 가면 볼거리가 있다. 볼 수만 있고 만져서는 안 된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다. 남자 어른의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이다. 이는 보랏빛을 하고 있는 제프 쿤스<세이크리드 하트>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가격이 300억이다. 그러니 만질 수가 없다. 만약에 손으로 만지면 바로 경보음이 울릴 것이다. 옥상 정원에는 다른 작품들도 있다. 마치 '비싼 것은 아름답다'고 과시하는 듯하다. 명품 소비를 부추긴다.

 

 

경찰은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였다. 2009년 1월 20일 오전 5시 30분, 한강로 일대 5차선 도로의 교통이 전면 통제되었다. 경찰병력 20개 중대 1600명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대 테러 담당 경찰특공대 49명, 그리고 살수차 4대가 배치되었다. 경찰은 처음부터 철거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 이시영,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중에서   

 

부자든 빈자든, 우리들은 이런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얼마만큼의 자본을 소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가에 따라 사람의 됨됨이와 안목까지 결정되는 시대이다. 전혀 다른 입장에 선 화가와 시인이지만 이들의 시선이 머문 곳이 '자본에 따라 결정되는 가치'라는 점에서 그들은 같은 곳에 서 있다.

 

두 작품의 표현 방식과 시각은 다르지만 끊임없이 자본의 소유소비를 권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제 두 작가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자. 혹시 비싼 물건을 사고 치장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소비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소비하는 것만으로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때다.

 

 

저항抵抗

 

"시끄러워! 말하지 마!"

 

알고 싶고, 궁금한 게 많아서, 그리고 금지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때 우리들은 "왜요? 왜 말하면 안 되는 거죠?"라고 묻게 된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친절한 사회는 없다. 돌어오눈 대답은 겨우 "말하지 말라니까!", "알 거 없어, 다쳐!" 정도다. 정말 우리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몰라도 괜찮을까? 왜 이렇게 침묵을 강요할까?

 

  

위 그림은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마르시아스의 형벌>이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반인반수인 마르시아스가 음악의 신 아폴론과 내기를 했다. 누가 연주를 잘하는지를 경쟁하는 것이다. 내기에 걸린 것은 뮤즈의 심판에 따라 진 쪽이 이긴 쪽의 처분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르시아스는 피리를, 아폴론은 리라를 연주햇다. 하지만 너무나도 연주가 훌륭해서 심판인 뮤즈도 판별할 수가 없었다. 이에 아폴론은 억지를 부린다. 음악의 신인 자신의 자존심이 걸렸기 때문이다. 악기를 거꾸로 들고 연주해서 승부를 내자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들고 연주할 경우 리라는 소리가 나지만 피리는 소리가 날 수 없다. 당연히 마르시아스가 질 수밖에 없다.

 

신에게 감히 도전장을 내민 마르시아스는 괘씸죄에 걸려들어 살가죽이 벗겨지는 잔인한 형벌을 감수해야만 했다. 아폴론의 리라가 오른편 나무에 기대어 있음이 보인다. 아폴론은 마르시아스의 살가죽을 벗기는 중이다. 반인반수 사티로스 다섯과 요정 둘이 그림 속에 있는데, 요정 둘은 도통 이 일에 관심이 없고 사티로스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그림은 17세기에 그려진 것이다. 당시는 절대왕권의 시대였다. 왕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제 마르시아스의 고통을 담고 있는 그림 앞에 다시 선다. 그림을 보며 긴장하거나 인상을 찌푸리지 말고 그가 왜 무모하게 아폴론에게 도전했는지 궁금해하며 남은 사티로스들의 행동을 상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이미지가 준 최초의 자극에 대항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생태生態

 

인간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요새 같은 건물을 만들고, 거미줄을 닮은 도로를 닦고, 새를 닮은 비행기를 만들고, 물고기를 닮은 배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센 바람과 땅의 진동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붕괴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고작 백 년을 살지도 못하는 인간들은 자연을 늘 이용할 생각만 한다. 왜 함께 사는 방법은 생각하지 않을까?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을 읽은 적이 있는가? 이는 '생태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도서이다. 작가는 인간이 자연에 가한 위협이 마치 부메랑처럼 생태계를 돌아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대규모로 살포한 DDT가 암을 유발하는 원인임을 밝히며, 생태계의 순환고리마저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이 그림은 장욱진<나무와 새>란 작품이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그림 속에 자연을 담아냈다. 1957년, 한국전쟁의 포화가 휩쓸고 간 뒤라 결코 아름다울 리 없는 그런 때다. 전쟁으로 집은 무너졌고 사랑하는 이들과도 생이별을 했다. 먹을 게 없어 굶주림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이 땅의 자연이었다. 아름답고 소박한 자연을 그는 그려냈다. 

 

한 마리의 새와 한 그루의 나무, 그 안을 채우는 아이, 그리고 나무 위의 집들은 동화 속의 장면 같다. 전쟁의 포화가 사라진 지 얼마되지 않은 각박한 시절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그는 어던 위로를 보내고 싶었을까?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라, 그러면 그래도 변치 않고 머물러 있는 것이 보일 것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장욱진의 그림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말해 준다. 나무와 새가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듯, 새의 똥이 나무에게 영양분이 되어 주고 나무가 새에게 열매를 내주듯 우리의 삶도 한쪽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 함께 살자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섬>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섬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시가 발표된 당시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해졌다. 또 화가 오병욱은 인파로 붐비는 서울의 거리를 표현하고 있는데, 그림 속의 사람들은 주위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제 갈 길만 가고 있다. 이젠 우리들이 다시 인간성을 회복해야 될 때가 아닐까 싶다. 주위를 둘러보며 도움이 필요한 곳엔 보시布施를 하자. 반드시 재물이 있어야 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도 보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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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우산이 세 개면 부자가 될 수 없다 - 부를 부르는 상상의 경제학
고도 토키오 지음, 김종태 옮김 / 이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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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것에 대해 앞을 내다보기는 불가능하다. 주가나 환율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울 테고, 흥미 없는 것이나 내개 거의 영향력이 없는 것을 이미지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분야, 예를 들며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앞을 내다 볼 수 있으면 대책을 세울 수 있고, 불리한 상황이 예상되면 이를 피할 수도 있다. 그런 의지가 바로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예견력을 훈련하라

 

책의 제목이 독특하다. 비닐우산이 세 개면 부자가 될 수 없다니 말이다. 움짤할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그렇다. 대부분의 가정이 그러하듯 우리집 현관 신발장엔 크고 작은 우산들이 가득하다. 그중엔 비밀 우산도 몇 개나 된다. 특히 봄, 여름철의 예측불허 날씨 탓에 외부에서 일을 보다가 갑자기 만난 비를 피하려고 편의점에서 급히 우산을 사게 된다.

 

책의 저자도 집에 비닐우산이 세 개 넘게 있다고 말한다. 실은 그의 아내가 외출했다가 이를 자주 사 가지고 귀가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아내가 일기예보를 시청하거나 외출 전에 날씨를 미리 살피지 않기에 그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거다. 이는 어느 집이든 마찬가지일 거다.

 

이처럼 가벼운 일상의 행동을 통해 저자는 우리들에게 비교적 무거운 예측력을 논하려고 시도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외출하는 것은 선견지명과 예측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한두 번 정도는 이와 무관하다. 특히, 하절기에는 게릴라성 호우가 잦기 때문에 일기예보도 잘 맞지 않을 수가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 앨런 케이

 

그런데, 왜 비닐우산 3개 이상인 것과 가난을 연결짓고 있는 걸까? 싸다고 쉽게 낭비하는 지출이 누적되면 결코 돈을 모을 수가 없음이다. 우리들은 비단 비닐우산뿐 아니라 휴대용 티슈, 생활용품, 필기구, 식재료 등이 넘쳐난다. 심지어 지갑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른 채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현금이 부족해 고금리의 현금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거듭 말하지만 한두 번 정도라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저자 고도 토키오1971년 오카야마 현 출생으로 주오대학교中央大 경제학부 졸업 후, 회계 사무소와 대형 유통기업의 마케팅 부문을 거쳐 세계적인 전략 경영 컨설팅회사인 아서디리틀Arthur D. Little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2006년 부동산 투자 컨설팅회사 '프리미엄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를 설립하고, 경영자 겸 개인투자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출판과 강연도 이어나가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시작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인도 등에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왜 25일이면 은행 ATM 앞에 줄을 서는가?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던 시절, 유독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살고 있었는데,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나올 경우 지하철이 너무 붐벼 매우 불편하므로 남들보다 일찍 집에서 나와 여의도에 도착해 출근 전에 수영장에서 간단한 운동과 수영을 한 다음 사무실로 들어온다는 얘기였다. 그는 남들보다 일찍 당일의 업무 계획을 준비하면서 회사에서 승승장구했다.

 

점심시간에 은행 창구에서 현금을 인출할 경우 대기시간이 제법 길다. 인근 회사원들도 이 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의 결제일은 대체로 매월 25일이 많다. 회사의 급여 지급일인 탓이다. 이날 은행을 가면 창구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는 사람도 많지만 ATM 기기 앞에는 장사진이다. 앞서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직원처럼 미리 업무를 진행했다면 장사진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집에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넘칠까?

 

현관에 비치된 신발장에 혹시 신지 않고 그냥 보관만 하는 신발이 없는가? 구두 패션도 자주 바뀌는 통에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신발장에 예전 스타일의 구두가 제법 많을 것이다. 비단 이뿐이 아니다. 옷장에는 제철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많다. 특히, 양복일 경우 트렌드가 자주 바뀌므로 지난 스타일의 양복은 단지 보관용이 되고 만다.

 

냉장고 안을 자주 정리하지 않는 탓에 보관 중인 식재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고추, 두부, 호박, 당근, 상추, 깻잎, 참치캔, 감자 등을 사 온다. 냉동실에는 오래 전에 보관한 생선이나 고기 등이 있어도 이를 몰라 또 사게 된다. 야채칸의 당근에는 싹이 돋아 있고, 보관 중인 삼겹살 팩은 사놓은 지 1년도 넘었다.

 

 

 

예견력은 변화를 감지한다

 

 

 

예견력은 앞으로 일어날 변화와 그 방향성을 상상하는 힘이며, 또한 상상하고자 하는 자세다.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니까 생각해봤자 소용없다는 이유로 사고조차 멈춰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처음 가보는 길이라고 해서 아무 준비도 없이 돌진해버리면, 벽이나 장애물을 만났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는 도중에 무엇이 있을까, 무슨 일이 생길까를 상상해가며 준비하면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미래를 내다보려는 자세로 노력을 계속한다면 미래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견력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할까?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단기 투자나 개별 종목이 아니라 좀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 가능성이 잇는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 향후 생태학 산업이 성장하겟다거나 어느 지역이 재개발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미래는 내가 만들어나간다

 

 

 

 

 

 

 

예견력은 단순히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 방향성에 확신이 있다면 '그 미래를 자신이 실현시켜보고 싶은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저자는 해외이주나 거주지 분산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싼 말레이지아로의 이주 계획을 세운 후 이곳에 부동산을 구입했다. 지금은 말레이지아 이주가 일시적인 붐을 타고 있다.

 

'예견력을 갖추고 있으면 상상했던 미래를 자기가 만들 수 있고,

시대가 자기를 따라오도록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난 후 '나도 저렇게 해볼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고 '내가 제일 먼저 해야지' 하는 게 훨씬 즐겁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송받는 것은 덤이다. 달리 말해 예견력은 단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즉 자신의 장래를 새롭게 열어가는 의지가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분야부터 연습을 시작하라

 

당신이 애플의 팬이라면 '다음 신제품은 이러이러한 사양의 물건일 텐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렇다'라고 예측해본다. 그리고 실제로 신제품이 출시되면, 자신의 예측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확인해본다.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네. 애플도 내가 생각한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긴 한데 실제로 구현하는 방식이 달랐던 거 같아. 그래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과는 또다른 기능을 담은 거 같아.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 기능을 넣지 않았겠지'

 

이렇게 예견 가능한 분야를 점차 늘려나가면 된다.

 

 

상식이야말로 최대의 적

 

 

 

물속에 산다는 어린아이 모양의 상상 속 동물을 갓파라고 말한다. 두 번째 퀴즈는 난센스 퀴즈이다. 다소 부끄러운 상상을 한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에는 제멋대로 유추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들의 뇌가 유추하는 기능은 상상력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고 패턴이다. 반면, '선입견''고장관념'은 우리의 상상력을 저해하는 요인들이다.

 

 

저자가 제시한 답은 '굵은 매직으로 그으면 선 하나로 세 점을 모두 통과'할 수 있다는 거다.

 

 

예견력은 연마될 수 있다

 

 

 

가설사고는 소매업, 특히 24시간 편의점 업계에서는 보편화된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면 날씨가 더워지면 위생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매실이 든 차게 먹는 삼각김밥을 진열해야겠다. 식욕이 떨어지니까 상큼하고 매운 도시락의 발주량을 늘려볼까. 또는 여름이지만 에어컨 바람으로 사무실은 서늘할 테니 따뜻한 어묵을 취급해볼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때에 따른 고객의 니즈와 생활 패턴을 앞질러 상상하고 '이런 상품은 어떨까?'라고 스스로 제안해보는 사고방식이다.

 

 

비상계획을 세운다

 

어느 날 열차를 타고 가는데 갑작스러운 인명 사고로 열차가 멈춰 버렸다면?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중요한 사업설명회가 있어서 절대 늦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면? 만약 늦어서 준비한 설명회를 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납품이 늦어지게 되고, 그러면 거래처에서 소송이 들어올 것이다.

 

이같은 비상사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미리 여러 대안을 생각해둔다면 예상되는 피해를 초기에 잡거나 피할 수 있는 등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부하 직원에게 시작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키라고 하거나, 시작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는 경우라면 처음부터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이미 시간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대체품을 준비시키거나, 부분 납품을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러닝머신을 알치게 사용하는 법

 

'잘 사용하지 않을 테니 사지 않겠어'라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한번 더 생각을 확장한다면 좋은 사업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러닝머신 구입을 망설였다면, 분명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러닝머신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3D 고글을 쓰고 달리면 정글과 절경 속을 달리는 영상이 나오는 시스템을 생각할 수 있다. 방향을 바꾸면 영상도 방향이 바뀌고, 달리는 속도를 빠르게 하면 영상이 나오는 속도도 빨라진다. 하늘과 우주를 나는 영상, 동굴을 탐험하는 영상, 뗏목을 타고 강을 내려가는 영상 등이 러닝머신을 뛰는 것에 맞춰 움직인다면 러닝머신을 하는 시간이 즐거워지고 꾸준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와 닌텐도의 에서는 이 아이디어의 일부가 실현됐다.

 

 

우뭇가사리의 시장 규모 늘리기

 

우뭇가사리의 수요을 지금보다 열 배로 늘리라는 목표를 부여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위해선 이를 건강식품으로 수출한다든지, 디저트나 과자 등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하든가, 매체를 통해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홍보하든가, 또는 유명인을 모델로 발탁해 판매를 촉진하는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음식물이라는 범위 내에서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결코 얄 배의 규모로 발전시킬 수 없다.

 

우뭇가사리는 음식물인데, 먹는다는 전제조건을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실현 여부에 관계없이 건축재료로 가공하거나 연료로 쓰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옥수수와 사탕수수는 바이오에탄올이라는 연료의 원료이며, 루마니아에는 해바라기 줄기를 압축 가공해서 건축자재로 만드는 제조업체도 있다. 이처럼 제로 베이스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앞을 내다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여러 가지다. 선견력先見力도 이 중 하나다. 비록 절대 요소가 아닐지라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리더는 많은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특히 긴급사태와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일수록 '확고한 신념을 갖고 갈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리더의 자질은 능력뿐만 아니라 의지와도 관계가 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의지는 자연스럽게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의욕'과 연결된다. 만약 지금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함께 생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또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살고 싶다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고, 그것을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예견력을 토대로 삼성생명 본사 사옥을 팔고 현금을 확보했 

 

 

예견력은 목숨도 구한다

 

등산객들의 조난 사고 소식을 우리는 자주 듣는다. 얼마전에는 부산의 한 등산동호회에서 많은 눈이 내리는 날씨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덕유산 산행에 나섰다가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까지 생겼다. 그런데, 눈이 오지 않는 여름철에도 조난 사고가 있다. 산에서의 날씨는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에 저체온증에 시달릴 수가 있다. 또 갑자기 내린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나 조난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들은 미리 예상하고 주의한다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결과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외출에 앞서 방송을 통해 '오늘의 날씨'를 점검하거나, 창문 밖의 하늘을 확인하고 강수 확률을 예측해보는 습관을 들여라. 만약 비가 올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면 기방에 우산을 넣고 외출한다면 비가 오더라도 굳이 비닐우산을 구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비록 가벼워보이는 일 같지만 이런 행동과 습관이 쌓이면 자신의 예견력은 점점 강화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예견력이 성공을 결정한다. 특히, 재테크 분야에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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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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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드리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오드리 같았다. 하나같이 길고 검은 드레스를 입고 하얀 장갑을 끼고 목에 착 달라붙는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으니까. 반면에 아빠들은 모두 말년의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경의를 표하기로 한 게 분명했다. 하나같이 반짝이는 흰색 점프슈트를 입고 화려한 보석을 달고 옷깃을 잔뜩 세우고 있었으니까. 엄마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불쌍하게도 아빠들은 모두 완벽하게 바보처럼 보였다. - '본문' 중에서

 

 

거짓말, 침소봉대針小棒大의 대표적 유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며 각자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세 여인이 만나 친구가 된 날, 아이들의 예비 초등학교 설명회에서 예상치 못한 불미스러운 폭력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제인의 아들 지기가 한 여자 아이의 목을 졸랐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과연 어떤 사건이 벌어지게 될까?

 

호주의 여류작가 리안 모리아티는 전작 <허즈번드 시크릿>을 통해 40대 여성 독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남편이 남긴 편지 한 통이 불러온 파장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기발한 발상, 톡톡 튀는 문체, 유려한 필력으로 영미 문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 여류작가이자 로맨틱 코미디계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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