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세금쟁이 나남신서 1849
조용근 지음 / 나남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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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밝히는 이야기들은 어떤 언론이나 책에서 흔히들 만날 수 있는 그런 감동적인 스토리가 결코 아니다. 그저 최말단 9급에서 출발하여 8급, 7급 등을 거쳐 한 단께 한 단계를 살얼음을 딛듯이 올라가면서 겪은 조조마했던 순간들의 연대기年代記이자 고백록告白錄일 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느 세무공무원의 인생 발자취 

 

이 에세이의 주인공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1946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국세청이 개청되던 1966년, 9급으로 출발하여 대전지방국세청장까지 36년간 공직생활을 하였으며, 2011년까지 4년간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천안함재단 이사장, 국세공무원교육원 명예교수,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 국세청 국세행정위원, 법제처 국민법제관과 서울고등검찰청 항고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였거나 활동하고 있다.

 
'나눔 전도사'라는 그의 별칭처럼 청량

 

 

 

"무슨 경천동자경천돈지할 비화비화를 털어놓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성실한 세금쟁이'로서의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해 왔던 치열한 구도求道의 기록이라 할까" - 조용근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지방국세청장에 오르기까지 35년 동안의 국세청 생활과 4년 동안 세무법인 대표를 지내며 '세금쟁이'로 살아온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가 부동산 투기 업무를 전담할 때의 경험들과 언론사 특별 세무조사로 한창일 때 공보관으로서 좌충우돌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스무 살의 세금쟁이

 

1966년 1월, 그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몹시 낙심에 빠져 있던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집으로 배달된 <서울신문>의 희한한 채용광고 하나가 그의 눈길을 강하게 끌었다. 이는 바로 그를 세무공무원으로 이끈 운명적 만남이었던 것이다.

 

 

 

 

 


"사세직司稅職 5급을乙류 공무원 임용시험 공고"

 

당시 사세직의 의미도 모르던 약관 20세의 고등학교 졸업생인 그가 그 광고를 주목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시험 과목 때문이였다. 국어, 영어, 수학, 일반상식, 그리고 맨 하단에 '상업부기商業簿記'라는 시험과목의 소개가 그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는 인문계학교를 다녔기에 상업부기라는 교과과목이 없었다. 그런데 고교 2학년때 우연히 자신이 다녔던 중학교의 김석규 선생님이 그의 고등학교로 전근 발령이 났는데, 그 선생님의 담당과목이 바로 상업부기였다. 참고로 그가 가려 했던 대학교의 상과대학에서는 입시과목으로 '독일어'와 '상업부기'를 선택과목으로 택하게 되어 있어서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어느 날  김선생님께서 교무실로 그를 호출해 당장 본인이 가르치는 '상업부기'를 수강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아울러 친구들도 많이 데리고 오라는 당부까지 했다. 그때 그는 몹시 난감했지만 선생님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생각해서 몇몇 친구들과 함께 상업부기 과목을 수강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고는 마치 자신을 위한 것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500명을 신규로 채용하는 그 시험에 무려 응시자는 5만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성적도 상위권에 속했다. 합격자 발표 후 국세청에서 근무희망지를 선택하라는 연락을 받고 잠시 서울로 가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접고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 근처의 대구서부세무서를 택했다. 1966년 6월 20일, 그는 발령지로 첫 출근을 했다.

 

 

서울로 가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생 제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과 말단 공무원인 자신의 처지가 대비되어 대학생이 되고픈 열망이 마음 한 쪽에 활활타고 있었던 그는 이듬해에 야간대학으로 꽤나 유명한 청구대학(현, 영남대학교의 전신)에 응시해 야간부 전체 수석으로 합격했다. 4년간의 등록금이 전액면제되는 전면장학생이 된 것이다. 낮엔 초보 세금쟁이, 밤엔 대학생이라는 주경야독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루는 세무서장이 자신의 방으로 조용히 불러 계속 뒤를 봐 줄테니 공부를 계속하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참고로 그 서장님은 이미 작고하셨다. 한편, 착하고 어리숙한 관내의 사업체는 그에게 식사대접과 약간의 금품을 대접하면서 과세자료를 누락시켰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를 단련해갔다. 이후 당시 그를 아꼈던 주위의 선배들이 세금쟁이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법인세 업무를 배워야 한다면서 그를 조사과 조사계에서 법인세과로 전근배치해 근무하게 했다.

 

법인세과에 발령받고 두 번째 실수를 하게 되었다. 술대접을 잘못 받아 재산관리과(관재과)로 전출되고 말았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약1년 동안 국유재산 관련법을 열심히 배울 수 있었다. 1968년 1월 중순, 경북 고령군 외딴 산골에 위치한 방앗간의 체납세금 2천 원을 받고자 하루 한 번 운행하는 시골버스를 타고 수금한 후 현지 막걸리 양조장 직원숙소에서 잠을 자고 이틑날 걸어서 면사무소 우체국에 납부했다. 이처럼 몸으로 때우는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서울에서 공부하고픈 그의 열망은 결국 성균관대학교 2부 상학과 편입시험으로 이어졌다. 2명 뽑는 시험에 68명이 응시했다. 시험을 마치고 곧바로 야간열차로 내려와 대구에서 근무하는데 합격 축하 전보를 받았다. 별 생각 없이 치른 시험의 결과에 그는 난감했다. 현실적으로 대구에서 서울로 야간대학을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시 세정감독관으로 재직중이던 집안 형님뻘인 분에게 편지를 썼다. 세무공무원이 된 사연과 성균관대 야간대학에 편입시험에 합격했다는 내용을 적어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곧 국세청 본청에서 수도권에 많은 세무공무원을 배치할 계획이므로 그때 발령 받도록 힘을 쓰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대학교 수강신청 즈음에 서울 동대문세무서로 배치 발령을 받았다. 열심히 일한 보답으로 8급으로 진급했다. 그때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한창 젊음을 불태울 때였다. 일요일만 되면 서울에 올라와 있던 친구들과 흥청망청 어울렸다. 중간고사나 학기말고사, 그리고 리포트 과제들은 그에게 큰 골칫거리였다. 그는 군입대를 계기로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하지 않았다. 다른 재미가 생기니 자연히 공부는 멀어졌던 것이다. 그의 학력은 성균관대학교 중퇴다.

 

 

군 전역 후 복직하다

 

1973년 3월 15일, 그는 35개월 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서울 용산세무서로 복직했다. 군복무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에 모친의 죽음을 맞는등 개인적으론 고통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 즈음 그의 부친은 남가좌동 모래내시장에서 1평짜리 좌판을 얻어 양말 등 생활용품을 팔고 있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상의해서 시장 부근에 위치한 단독주택에 전세를 얻었다. 그 당시 부친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가난이다. 그러니 너는 악착같이 일해서 부자가 되어 남에게 돈을 꾸는 자가 되지 말고 꾸어주는 사람이 되거라!"

 

입사한지 꼭 9년 만인 1975년 6월 25일, 그는 7급으로 승진했다. 열달 후엔 마포세무서 법인세과로 발령받았다. 그런데, 그 해에 종합소득세 제도가 처음 실시되었는데, 부득이 개인세과 업무 지원을 위해 차출이 필요했고, 그도 여기에 포함됐다. 당시엔 여의도 일대가 마포세무서 관할이었기에 불가피한 조치였다. 똑 부러지게 업무 처리를 한 그를 눈여겨 본 개인세 과장이 그를 붙잡았다. 이후 갑자기 국세청 본청 소득세과로 발령을 받았다. 1976년 9월 하순이었다.

 

 

 

재산세계 양도소득세 업무를 배정받았다. 그즈음 마포세무서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다. 교과서 제작회사로부터 금품수수와 술접대 등을 받은 것이 드러나 잠시 그가 적을 두었던 법인세과 법인2계 전직원이 검찰에 송치되었던 것이다. 이 비리에서 살아난 사람은 당시 개인세과 업무지원에 차출된 2명뿐이었다. 당시 법인세 업무를 떠나게 돼 매우 섭섭했는데,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국세청 소득세과 재산세계는 계장 밑에 모두 3명이었다. 차석은 상속세, 증여세, 주식이동조사 업무 등을, 다른 한 분은 양도소득세 법령 업무를, 저자는 관련통계 업무와 일반 서무를 맡았다. 당시 서른 살, 나이가 제일 어렸기에 각종 행사에 둥원되는 일을 전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후 선임자 둘 모두 일선 세무서로 전출됨에 따라 혼자서 북치고 장구 쳐야만 했다. 일복이 터졌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산세제 관련 업무에 능숙해졌다.

 

 

 

1977년경부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개발지역 등에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다. 당시엔 부동산 투기 전담반이 없었기에 양도소득세를 담당하던 저자가 이 일을 맡아야만 했다. 여의도 목화아파트, 도곡동 개나리아파트, 반포아파트 등 강남 요지에 신규 아파트가 분양되면서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틈에 미등기 전매업자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세금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1978년 1월, 서울 강남 4개 아파트 지구와 개발 붐이 이는 전국 158개 동洞을 부동산 투기 지역으로 고지하고 이 지역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실지거래금액을 조사하여 양도소득세를 중과했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한자리에서 이 업무만 계속했다. 당시 매년 연초에 사무관 이상 간부들의 인사이동이 단행되어 상관들은 예외없이 1년만 되면 교체되므로 그는 붙박이가 되고 말았다. 그는 1988년 7월 말 일선 세무서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양도소득세와 투기 억제 업무만 담당했다.

 

 

결혼하다

 

하루는 일찍 귀가하라는 여동생의 연락을 받고 일찍 집으로 도착을 해 보니 왠 낯선 여성이 함께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순간 평소 그가 그렇게도 꿈꾸던 환상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예쁘기도 했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당시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더구나 고향도 같은 지역이었다.

 

이튿날부터 여동생을 부추겨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라고 재촉했다. 며칠후 동생은 그녀가 1남6녀 중 맏딸이며 경북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가정법률상담소(당시 소장은 작고하신 이태영 박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귀뜸해 주었다. 여고 3학년때 그녀의 부친이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또한 그녀도 자기 집안 식구들을 잘 챙겨 줄 남편감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의 평생 짝꿍이 된 그녀는 현재 성석장학회 재단이사장이다.

 


 

삼수 끝에 그는 사무관 시험을 통과했다. 나이 마흔, 세금쟁이 30년째였다. 아버지의 사망, 두차례의 사무관 낙방 등 삼재三災라는 고통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1988년 7월 말, 사무관 인사이동 때 그는 비교적 업무가 단순한 부천세무서 부가세2과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러면서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재산세제 관련 교관직을 함께 겸했다. 오전은 부천세무서, 오후엔 수원 교육원에서 근무했다.

 

 

국세청 공보관이 되다

 

2001년 초, 그는 국세청 공보관실 업무를 맡게 되었다. 부임 첫날부터 매일 국세청 관련 기사를 살펴보고 틈날 때마다 출입기자들과 친분을 교류했다. 당시 중앙 언론사는 통신사, 중앙 일간지, 방송사 등 총 23개였다. 어느 한 곳이라도 가볍게 대할 수 없었다. 해당 매체에서 파견한 출입기자 모두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출입기자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항의를 했다. 내용을 파악해보니 "국세청, 전국 23개 중앙 언론사에 대한 특별 세무 조사 실시"라는 기사 송고 때문이었다. 황당한 건 공보관인 자신도 국세청에서 미리 통보받은 바가 없었다. 그는 바로 국세청장에게 항의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오전에 담당국장한테서 연락 못 받았냐는 것이었다.

 

진실은 보안을 지킨답시고 공보관까지 제치고 출입기자 한 명 한 명을 불러 개별적으로 통보했던 것이다. 불과 한두 시간 후면 세상에 다 알려질 일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는 국세청장에게 "수십 년 공직자 생활 중 이렇게 심한 모멸감은 처음 느껴 봅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다

 

2002년 8월 하순, 그는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세수稅收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징세과와 세금 부과에 불복하는 납세자들의 고충과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 1,2과를 비롯해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는 전산관리과 등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른 4개 과로 조직되어 있었다. 이곳은 대부분 발령을 기피하는 곳으로 근무자들의 사기는 바닥 수준이었다.

 

며칠 간 고심 끝에 그는 '다일多一' 정신을 일깨워 주기로 했다. 그는 1998년부터 청량리에 있는 '다일 밥퍼나눔운동본부'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이를 주관하는 최일도 목사에 따르면 다일이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일들을 하지만 목표는 하나라는 것이다.

 

그는 어깨가 축 처져 있는 150여 명의 소속 직원들에게 비록 환경이 어렵더라도 마지 못해서가 아니라 즐기면서 일해 보면 나중에 그것들이 우리에게 큰 재산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그러면서 틈틈이 세금쟁이 선배로서 지난 30여 년의 경험들을 진솔하게 들려주기도 햇다. 그러자 많은 직원들이 공감했고, 그를 신뢰하고 따랐다. 

 

그때부터 그도 본격적으로 '다일 밥퍼나눔운동'에 적극 관여했다. 2007년에는 '명예본부장'이라는 귀한 직함을 받아 지금까지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젠 '다일'이 널리 알려져 '나눔과 섬김'의 대명사로 통한다. 아내의 제안으로 시작한 부부사랑모임인 '마태모임'을 2003년 4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운영하면서 많은 세금쟁이 천사 부부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명예퇴임 그리고 인생 후반전

 

2004년 12월 30일,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그는 국세청 조직을 떠났다. 2005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법무법인의 회장직을 제안받고 주주로서 당당하게 일하고 싶어 전체 지분의 3분의 1을  퇴직금 등으로 투자했다. 마침내 2015년 11월 11일 세무법인 석성石成이 출범되었다. '석성'은 그의 부모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따온 것이다.

 

 

 

사실 석성은 1994년에 이미 출범되었다. '석성장학회'가 바로 그것이다. 아버지가 작고하면서 물려준 구의동의 한옥 한 채를 팔아 생긴 5천만 원을 종잣돈으로 10년 간 재테크해서 조성된 2억 여원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했고, 2001년도에 재단법인화했다. 그의 부인이 이사장이다. 석성장학재단을 모태로 세무법인 석성이 설립되었다.

 

 

 

세무법인 석성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의 1%를 성석장학재단에 기부하는 조건은 다른 곳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케이스이다. 마치 교회의 십일조처럼 지금까지 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준수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이 이런 약속의 실천을 충분히 감당하도록 만드는 듯하다.

 

 

 

검찰청 앞마당에 세금쟁이 조각상이 세워지다

 

2011년 11월, 서울고등검찰청으로부터 현직 간부 검사들과 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항고심사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추천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부당한 수사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자문 역할이기에 그는 이를 수락했다. 이를 계기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2012년 5월 31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선 전용 청사 준공식 행사를 가졌다. 그는 법무부장관, 일선 검사장 및 검찰 간부들과 함께 민간인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특별히 동 행사엔선 시민과 함께하는 검찰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청사 앞 잔디광장에 청동으로 만든 조형물을 설치했다. 여기에 그의 얼굴이 포함되었다. 그간의 나눔과 섬김의 활동들이 참작된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세금쟁이로 살아갈 거야!"

 

이는 그가 지금도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그는 후배들에게 지금부터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 후반전'을 잘 설계해 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나는 부당한 세무조사를 당한 경험과 이로 인해 사업체를 접었던 불운을 겪었기에 세무공무원에 대해서 나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훌륭한 공무원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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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DNA 비밀 - 실패퇴치 Knowhow 비법노트
한효신 지음 / 롱테일 오딧세이(Longtail Odyssey)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실패의 사전적 정의는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이라 되어 있다. 실패는 본질적으로 특정 목적이나 목표를 미리 정한 상태에서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목표 대비 성과 평가'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그 과정에 숱한 실수, 차질, 시행착오 등의 시련을 경험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투에서 여러 번 패하고도 전쟁의 최종결과는 얼마든지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 따라서 진정한 실패란 실수, 차질, 시행착오, 시련 등의 '과정적 실패'가 아니라, 모든 결과가 일단락되는 '최종적 실패'를 의미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실패를 초래하는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실패'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의미는 사람마다 또는 사안에 따라 규정하는 기준이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실패를 논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개념, 성격, 유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실패의 주체는 곧 사람이다. 국가운영, 기업경영, 정책운영 등의 실패 원인은 결국 사람으로 귀착된다. 

한편 실패의 개념을 '목적지향성' 기준으로 따져보면, 실패의 형태는 '미션실패', '목표실패', '가치실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션실패는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결과를 말한다. 기업체 CEO나 대통령의 직무가 여기에 해당된다. 목표실패는 성취하고자 목표했던 일을 아예 시도하지 못했거나, 실행했지만 당초 목표에 어긋난 것을 말한다. 결혼, 창업, 신규사업, 취업, 진학, 승진, 학위 등 수많은 삶의 과제들에서 발생한다. 가치실패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삶의 원천'이 내실內實이 없거나 비루하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행복, 인간관계, 가정화목 등을 들 수 있다.

 

책의 저자 한효신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마케팅 석사, 경영학 박사), SK그룹 경영기획실, 베타리서치앤컨설팅 근무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경영컨설턴트, 실패경영 전문강사, 작가이자 롱테일 오디세이 출판사 대표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계속 실패의 쓴맛을 보지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책의 핵심은 실패방지 해법이다. 첫째 성공실패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을 살펴보고, 둘째 실패를 초래하는 근본원인에 따른 24가지 실패DNA 유형을 도출하며, 셋째 개인별 실패위험지수를 평가하고, 넷째 실패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안으로 스티브 잡스 백신, 헬렌 켈러 백신 등 7가지 예방방신을 제시한다. 책의 내용이 객관적 검증을 거친 학술적 이론서는 아니지만 실패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법이다.

 

 

 

링컨은 성공했나, 실패했나?

 

책은 실패의 진정한 의미를 확립하고자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의 생애를 살펴본다. 정계에 입문한 링컨은 주의회 의원, 연방 하원의원, 연방 상원의원 등의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들었다. 하지만 이는 실패가 아니라 대통령으로 가는 길에서 겪은 시련, 시행착오 등에 해당하므로 '과정적 실패'이다. 물론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이런 경력에 그치고 말았다면 실패로 봐야 할 것이다.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그리 행복한 삶이 아니었기에 '실패'라고 판단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슬품과 누나의 요절에 따른 상실감은 커다란 불행이다. 청년시절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슬품도 마찬가지다. 또 4살과 11살의 어린 아들들이 병으로 죽고, 가치관과 행동양식의 차이로 평생 아내와 갈등을 겪어야만 했던 점도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는 제각각 성공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엔 중복되는 항목들도 많다. 그런데, 이많은 원칙 내지는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성공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명쾌한 설명이 없다. 자기계발 분야의 대가인 나폴레온 힐도, 맥스웰 몰츠도 13가지 내지는 16가지를 제시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야구경기에는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멋진 말이 적용된다. 9회말 투아웃에서도 크게 뒤지던 팀이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경기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에서다. 그렇다. 과정적 실패란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시련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런 역경의 길에서 깨달음을 얻고 지난 과오를 반성하면서 더 성숙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성공을 위한 배움이자 자산인 것이다.

 

 

 

 

성공달성 필요충분조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구비되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성공달성 필요충분조건'을 우리들에게 제시한다. 이는 크게 역량, 테도, 복운복운으로 구분되고, 여섯 장르에 12개의 기본요소를 소개한다. 이는 나중에 '성공실패 식스틴 모형'과 연결된다.

 

제1장르~ 통찰력, 총명

제2장르~ 능력, 재능

제3장르~ 신념&의지, 열정&노력

제4장르~ 인품, 사교성

제5장르~ 선천적 복, 후천적 복

제6장르~ 행운, 불운

 

       

실패 DNA란 무엇인가?

 

실패유발 행태는 어떻게 해서 생성될까? 이는 유전자, 교육, 환경, 경험 그리고 밈(Meme: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문화유전자)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다. 따라서 실패유발 행태를 구성하는 인자는 수없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실패유발 행태 역시 다양한 종류로 나타난다. 결국 전체 실패유발 행태는 성격이 다른 각각의 ‘단위행태’가 모아져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단위행태를 이른바 '실패 DNA'(총체적 속성을 이르는 별칭)라 부른다. 실패 DNA가 중요한 것은 실패의 씨앗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실패 DNA는 하나도 없을 수도, 여러 개를 보유할 수도 있다. 만약 여러 개의 실패 DNA가 내재되어 있을 경우에는, 추진하는 과업 내지 목표의 성격과 난이도, 환경조건, 경쟁관계 등과의 상호 연관성에 따라 실패를 유발시키는데 각기 차별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들이 정상에 있을 때, 흔히 큰 실패를 맛보게 된다. 잘나가는 영웅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바로 실패 DNA다. 통상 1단계 성공을 거두기까지 성공달성 필요충분조건의 위력이 실패 DNA의 힘보다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이 가져다 준 부, 권력, 명예의 달콤한 맛에 넋을 잃는 순간, 그때부터 '2가지 기본현상'이 실패 DNA를 싹 틔우고 요동치게 한다.

 


하나는 4가지 마음의 창(조하리의 창) 중 '보이지 않는 창'(눈먼 자아Blind Self)가 발동해 교만을 부리는 것이다. 눈먼 자아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만 정작 자기자신은 보지 못하는 자아를 말한다. 나머지 3가지 마음의 창인 열린 창(공개된 자아Open Self), 숨겨진 창(숨겨진 자아Hidden Self), 미지의 창(미지의 자아Unknown Self) 등은 상대적으로 실패 DNA를 약동시킬 여지가 낮다.

눈먼 자아가 유발하는 가장 큰 폐해는 성공달성 필요충분조건의 '통찰력과 총명'이란 요소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공을 이루게 한 나름의 '생각의 틀'이 천하불변의 진리이고 원칙인 양, 무슨 일이 있어도 바꾸거나 개선하려 들지 않는다. 그로 인해 결국 안목, 혜안, 유연성, 융통성, 열린 사고, 변화대응, 혁신, 상상력, 영감 등의 보석들이, 아집과 독선 그리고 타성이라는 실패 DNA 그물 안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는 재앙이 초래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작용에는 항상 반작용이 존재하며, 그 크기는 같고 방향은 정반대가 된다는 법칙을 말한다. 이 법칙이 낳는 치명적 폐해는 성공달성 필요충분조건의 '인품'이라는 요소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일단 성공의 자리에 올라서면 아첨꾼들이 달라붙게 된다. 아부와 칭찬에 익숙하게 되면, 바른 소리나 쓴 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불쾌감이 앞서 화부터 내게 된다. 당연히 열린 소통은 불가능하다. 

 

또 주위에는 시기와 질투 때로는 음해하는 적들이 산재하기 마련이다. 이들을 모두 힘으로 제압해야 할 적으로 여기게 되면서, 안하무인 인품으로 추락하게 된다. 당연히 품격, 절제, 관용, 배려, 겸손, 교양, 덕망, 이해, 인내, 경청 등의 주옥 같은 보물들은 실패 DNA 늪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결국 영웅들의 실패는 부, 권력, 명예의 달콤한 맛을 즐기는 사이, 눈먼 자아와 작용 반작용 법칙이 잠재해 있던 실패 DNA를 싹 틔우고 약동시킴으로써, 통찰력, 총명, 인품 등 성공달성 조건의 주춧돌을 파손시켜 야기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결판 짓는 관건은 결국 성공접시와 실패접시 중 어느 쪽이 더 무겁냐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싱공실패 패러다임' 또는 '실패작동 매커니즘'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성공접시는 성공달성 필요충분조건을 가리키며 접시엔 성공촉진 요소가 담긴다. 실패접시는 실패위험 지수를 말하며 여기엔 실패 DNA가 담긴다. 성공달성 필요충분조건의 위력과 실패유발 영향력 간의 정면 승부에 의해 판결이 난다.

 

 

 

 

실패예방 백신

 

성공실패 결정모형은 '성공달성 핵심요인'과 이를 토대로 한 '성공실패 결정 메카니즘'으로 구성된다. 꿈과 목표, 역량, 태도, 복운 등의 4가지 변수를 계량화하여 '성공실패 형태'를 나눌 수 있다. 계량적 수준을 몇 단계로 하느냐에 따라 수백 가지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대소로 단순화시켜 16가지 모형을 제시한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매우 흥미로운 대책을 내놓는다. 즉 예방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전쟁사에 남겼다. 

 

 

당시 조선의 조정은 수군의 연전연승 이유를 이순신 장군의 개인적 역량 때문이 아니라 조선 수군 자체의 전투능력에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백의종군에 나선 이순신의 자리를 원균이 물려받아 곧바로 칠천량해전을 가졌는데, 이 전투에서 조선 수군은 참패했으며 원균도 전사하고 말았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사실 당시 조선 수군의 실패위험 지수는 매우 높았다. 즉 실패 DNA가 무수히 잠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순신은 독특한 영감과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전쟁철학을 기반으로 외부환경과 내부여건을 면밀하게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분석했던 것이다. 전쟁의 패배를 막기 위해 실패 DNA를 무력화시켰다. 바로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예방백신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는 바로 맞춤형 백신인 셈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을 토대로 실패 DNA 예방백신의 작용원리를 정리하면, 인지주의 동기이론의 '귀인歸因'과 자기충족예언의 '아브라카다브라'가 상호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특정 사안에 대한 '인지적 판단'과 이에 대한 반복적 '언어 표현'이 강력한 '실천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패를 저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각, 의지, 태도, 행동, 방법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말로 표현하고 믿음으로 체득하여 의식구조화시킨 다음, 실패위험에 직면하여 심리적 자극을 받게 되면, 즉각 실천할 수 있는 행동양식을 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실패예방 백신 작동메커니즘의 요체는 실패를 저지할 수 있는 '관념적 해결책'이 어떻게 행동으로 구현되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예방백신별 구체적 대응방안이나 지침에 대해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믿어야 하고, 이를 말로 옮김으로써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다시 말해 생각하고(판단하고), 믿고(긍정하고), 그것을 표현함으로써(말하고) 비로소 예방백신의 효력이 발생되는 것이다.

 

실패 DNA그룹별 예방백신

 

스티브 잡스 백신~ 생각고착 DNA그룹

마하트마 간디 백신~ 천박인성 DNA그룹

조지 워싱턴 백신~ 충동무절제 DNA그룹

윈스턴 처칠 백신~ 심지허약 DNA그룹

이순신 장군 백신~ 천방지축 DNA그룹

테레사 수녀 백신~ 도덕불감증 DNA그룹

헬렌 켈러 백신~ 자연섭리 DNA그룹

 

 

 

 

실패는 진정 유익한가?

 

잠시 주식시장으로 돌아가보자.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던 국제 원유가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지구촌 경기가 침체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얼마 전만 해도 증권회사나 펀드회사들은 투자희망자에게 원유펀드를 추천했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원금의 70퍼센트를 이미 까먹었다고 한다.

 

흔히 실패는 좋은 경험이자 값진 자산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실패를 장려하라는 훈수도 있다. 그런데, 스포츠경기에서 패배에 익숙한 팀은 소중한 승리를 눈 앞에서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실패가 자산으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재도전의 기회가 제공될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원금의 70퍼센트를 까먹은 펀드가 과연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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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독서 - 심리학과 철학이 만나 삶을 바꾸는 지혜
박민근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힘든 시절, 내가 10년간 살았던 마을 근처에는 조그만 호수가 있었다. 아픈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자살하려고 찾았던 호수는 마치 지옥불과도 같았다, 떨어지면 온몸이 타버릴 것만 같은.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고, 의욕을 회복한 뒤 다시 바라본 호수는 생명의 젖줄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왜 이다지 포근하고 따뜻한 곳을 그토록 차디차고 살벌한 공간으로 바라보았던가 하며 깊이 반성했었다.

마음의 평정을 어느 정도 회복한 어느 날, 우연히 들른 호숫가에는 한 무리의 기러기가 내려와 머물고 있었다. 시베리아로 날아가던 기러기들이 지친 날개를 쉬기 위해 호수에 내려앉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나는 눈앞에서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한 무리의 기러기 떼를 지켜보았다. 감동에 목이 멨다. 그날 나는 나 역시 저들처럼 날아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상처는 영원하지 않다. 지금은 상처 입은 사람도 그때의 나처럼 반드시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독서를 통한 심리치료

 

"우울한 생각들에 사로잡혔을 때, 내게는 책들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 그러면 나는 곧 책에 빨려들고 내 마음의 먹구름도 이내 사라진다" - 몽테뉴

 

그렇다. 책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나름 빛나는 이십대를 보냈던 저자는 문학연구가나 시인을 꿈 꾸었다. 그리고 이 꿈은 이뤄지라고 믿었다. 하지만 서른 되던 해에 이 꿈을 접고 긴 방황이 시작됐다. 피치 못할 운명적 상황에 빠지면 학교를 떠나야 했고, 공부를 중단했으며, 어느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저자 박민근어린 시절 미술과 글쓰기에 빠져 살았다. 꿈은 늘 화가였다. 10대 후반 화가의 꿈을 포기하며 첫 번째 우울증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독서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며 문학가의 꿈을 갖게 되었다. 20대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 공부에 힘썼다. 그 시절 꿈은 문학비평가와 시인이었다. 서른 즈음 학내 사태를 겪으며 찾아온 극심한 우울증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고, 한때 심각한 자살충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때에도 치유서 읽기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며 내적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 시절의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독서치료 연구와 임상에 15년째 매진하고 있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책 읽기, 문학작품 감상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치유의 효과'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도 자신이 설립한 인생학교에 독서치료 과정을 개설했다. 서구에선 독서치료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20년 옥스퍼드 사전에 독서치료Bibliotherapy라는 용어가 수록되기 시작했다. 이는 그리스어 biblion(책)과 therapeia(병을 고치다)의 합성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영국에서는 가벼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증상을 겪는 환자에게 약물 대신 자기구제self-help도서를 우선적으로 처방하는 소위 '책 처방'이 전국적 의료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이미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시학詩學>에서 잘 빚은 문학작품은 인간의 감정을 카타르시스한다고 적고 있다. 이런 서구의 전통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미술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등처럼 독서와 문학을 활용한 독서치료가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치료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독서치료의 대중화가 요원한 실정이다. 독서치료라는 분야 자체가 문학, 철학, 심리학 등을 종합하는 통합적 학문인데 반해, 국내 학문 풍토는 학문 간 장벽이 높아 체계적인 독서치료사 양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심리학 대학원에 가고, 심리학 석사를 받은 사람이 철학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여전히 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올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도 학사, 석사 과정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자신의 우울증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심리치료사가 된 독특한 이력을 통해 국내에서는 드문 독서치료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책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했던 경험과 15년간 심리치료사로서 내담자들을 치유한 임상 결과를 토대로 실제로 효과가 입증된 50권의 책을 소개한다. 각 장은 내담자들의 실제 사례와 함께 그들에게 처방한 책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들은 일기에 난해한 고전들이 아니다. 예컨대 불교 철학과 관련해서는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을, 스토아 철학과 관련해서는 이정우 교수의 <사건의 철학>을 소개하는 것처럼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선정했다.

 

 

 

 

 


 

몸의 치유


힘겨웠던 시절,  저자에겐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던 몇 권의 책이 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의 실체와 그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의학적 설명을 다룬 일본의 세계적인 면역학자 도오루의 <면역혁명>과 20세기의 대철학자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가 평소 의학과 질병, 건강, 치료에 대해 적은 글인 <철학자 가다머 현대의학을 말하다>이다.

 

심리치료보다 심신의 균형을 되찾는 일이 먼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신과 신체의 균형은 항상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퇴계 이황에게는 평생의 화두였다. 퇴계 선생은 대학자이지만 천재는 결코 아니었다. 연달아 세 번이나 과거에서 낙방하고 절치부심 끝에 스물일곱 살에 급제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자주 비교되는 율곡 이이는 열세 살에 초시, 스물두 살에 대과에 장원급제한 천재였으니 이에 비하면 대기만성형 학구파였던 셈이다. 그의 학문적 깊이는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어 죽을 때까지 성장을 계속했다.

 

이런 그가 정성들여 필사하고 평생 아낀 건강서가 한 권 있다. 명나라 주권이 지은 <구선활인심법>이다. 퇴계의 <활인심방>은 수신을 돕는 일종의 양생서이다. 그리고 평생 익힌 도인기공법導引氣功法도 여기에 실려 있다. 이는 현대적 의미의 요가, 명상, 복식호흡 등으로 구성된 양생 체조이다. 그는 평소에 자신의 병약함을 간파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꾸준히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게 '중화탕中和湯'인데, 이는 평정심을 가져다주는 심리처방이다.

 

중화탕의 보기

 

사악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思無邪

좋은 일을 행한다行好事

마음을 속이지 않는다幕欺心

사나운 언행을 하지 않는다戒暴

조심하고 두텁게 한다愼獨

 

 

 

심신의 균형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경험적 사실에 근거한다. 그 또한 마음과 몸의 평형을 완전히 놓쳐버렸던 아픈 기억이 있다. 건강ㅇㄹ 잃으며 마음의 기력마저 급격히 소진됐던 경험이다. 서른 살이던 그는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몸과 마음이 동시에 고갈되었다. 마음 안의 에너지도 신체적 건강도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우리 인생은 줄 한 가닥을 잡고 정상을 향하는 암벽 등반이 아니라, 여러 마리의 개들이 끄는 썰매와 같다. 한 가닥 줄이 끊어지면 생명을 잃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기보다는 비록 한 마리 개를 잃더라도 다른 개가 그 자리를 대신해 수레를 끌 수 있는 통합과 조화의 과정인 것이다.

 
모든 썰매견이 조화롭게 보조를 맞춰 각자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면 멋진 인생 여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특히 여러 마리의 썰매견들 가운데 건강한 체력과 마음근력이라는 두 가지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선두 썰매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우울증 상담에서 심신의 상관성과 운동, 햇빛 보기의 중요성, 우울증과 무기력증 해방을 위해 꼭 필요하고 긴급한 생활적 실천을 담고 있는 스티븐 S. 일라디<나는 원래 행복하다>를 자주 권한다고 한다. 일라디 박사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심리치료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 전반의 불균형 요소들을 개선해 심신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명명한 치료법이 바로 '생활개선요법'이다.

 

 

무의식의 치유

 

무의식이란 단어와 관련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일 것이다. 대부분의 심리문제는 헝클어진 무의식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무의식을 돌보지 않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즉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심적 고통은 거의 대부분 무의식적인 사실에 기인한다.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댄 베이커<인생 치유>란 책에서 잠재된 부정적 감정이나 정신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편이 오히려 치료 효과가 큰 이유를 설명하며, 기존의 프로이트 이론에 근거한 심리치료가 가진 한계들을 설명한다. 즉 프로이트 이론에 따른 카타르시스 치료나 고통스런 무의식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신분석 치료는 오히려 부정적 감정이나 심리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긍정심리학의 초기 공헌자 중 한 명이다.

 

"행복은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우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말하기 훈련 중에는 '건강한 버전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라'는 지침이 있다. 이는 긍정심리치료를 사용하는 심리상담가 대부분이 매우 중요하게 활용하는 기법이다. 베이커 박사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표현하는 일이 우리 무의식을 부여잡고 있는 공포와 슬픔의 파충류 뇌를 잠재우고, 고등 뇌의 긍정적 반응을 활성화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인생 치유>에서 베이커 박사는 긍정적인 표현, 타인에게 감사하는 말, 건설적인 언어로 자신의 건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 그리고 사랑, 감사, 건강, 이타주의, 용기, 낙관성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고양시키는 여러 가지 실천들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와 행복에 대해서 알려준다.

 

지금 정서적 고통을 심하게 느낀다면 좀 더 자신의 마음, 특히 인지하기 힘든 자신의 무의식에 집중해 고통의 기억과 정념情念의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그러자면 자신의 무의식을 포획하고 있는 관념과 감정, 욕망들을 이해하고 그 잘못된 매듭을, 긍정적 관념과 정서, 스토리, 행동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긍정적 의식으로 자신의 무의식을 다시금 빚어내야 한다.

 

 

 

 

인생의 치유 

 

20대 대학원생이 상담을 받으러 저자를 찾았다. 그녀는 서울 소재 한 여대에서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극의 명문대로 유학 가 중국어와 경영학을 전공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다시 모교 대학원에서 중어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녀는고향 출신 반기문 UN사무총장처럼 훌륭한 외교관이 되고 싶어 이를 목표로 삼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준비를 했지만 시험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낙담에 빠져있었다.

 

낙담이 결국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알고보니 그녀는 여고를 다닐 때부터 자취생활을 하면서 부모와 떨어져 지냈다. 그랬기에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지켜야 할 것이,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살아가는 내내 자신의 내적 욕구보다는 타인의 시선과 요구에 더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외교관이라는 꿈 역시 본디 자기 소망이었는지 의심스러웠다.

 

역시나 의심이 현실이었다. 그녀의 다중지능 검사와 진로적성 검사에서 예술이나 방송 쪽 직업이 상위를 차지했다. 외교관과는 좀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노래를 잘했다. 음악시간과 피아노 연습이 삶의 낙樂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보수적이고 완고한 아버지나 성공과 명예에 목을 맨 어머니의 기대에 맞춰 사느라 결국 자신의 꿈을 내보이지 못했으며, 남에게 성공한 것으로 통하는 자신이 정말 성공한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불교에 별다른 이질감이 없길래 저자는 "절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고"라고 말하며 몇 권의 불교 서적을 적어주었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틱낫한의 명상>,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 법정 스님의 <무소유> 등이었다. 이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천한 책은 바로 틱낫한 스님의 <틱낫한의 명상>이었다.

 
마음챙김 명상은 동남아시아의 남방불교에서 발달한 명상법이다. 쉽게 말하자면 집착을 내려놓은 채 자신의 판단을 중지시키고, 텅 빈 충만을 경험케 하는 수행법이다. 상담녀는 저자의 권유대로 <틱낫한의 명상>을 평소의 독서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읽고서는 큰 효과를 체감했다고 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에 관한 것이다. 

 

 

사고의 치유

 

고등학생 K군은 중증 우울증을 앓는 사람만큼이나 사고가 부정적이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같은 물음에 "아뇨. 전 이미 완전히 글렀어요"와 같은 답을 거침없이 뱉었다. 초등학교 때는 소문난 영재였고, 중학교에서도 전교 상위권 등수를 놓치지 않았던 그는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PC방을 전전하며 함께 어울리는 친구 집에서 무단외박을 하기도 했다.

 

공부가 버거워졌고 공부의 의미도 잃은 K군의 가장 큰 문제는 뇌리에 새겨진 '실패한 자기 서사敍事'였다. 여러 가지 이유들, 특히 부모의 억압, 불합리한 교육제도, 사악한 선생들 탓에 자신의 공부가 망가졌으며, 이젠 구제불능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는 줄거리였다. 비뚤어진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로 알려진 아론 벡앨버트 엘리스는 우울증에는 무의식을 탐구하는 정신분석 치료보다 인지적 오류를 논리적 대화로 바로잡아주는 인지교정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울한 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사회나 세계에 대해 비관적 편향을 가진다. 그들이 가진 비관적인 생각들을 합당하고 낙관적인 것으로 바꾸면 우울증도 따라서 호전된다. 이를 '인지행동교정'이라 부른다. 인지행동치료는 우울증 치료나 불안장애 치료에 탁월하고,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현명하게 방황하라

 

대학 2학년인 상담녀는 복학과 휴학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이었다. 상담할 당시 그녀는 작은 회사에서 비정규직 경리로 일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도록 회사 잡무를 도맡아했다. 그러면서도 뒤쳐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틈틈이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인터넷 강의로 토익도 공부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비관적인 생각이 많아졌다. 동기들은 벌써 졸업반에다 한창 취업준비 중인데 본인은 이제 겨우 3학기를 마쳤을 뿐이기 때문이다. 돈들여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본들 동기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의문들에 대해 별다른 묘수가 없을 뿐더러 어찌 해본들 그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대답이 이미 그녀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왜 본인만 이럴까 하는 원망만 커졌다. 부모에 대한 원망, 도움이 되기보다는 짐이 되는 형제들, 조금도 자신을 돕지 않는 세상에 대한 증오심에 물들어갔다. 그런 상담녀가 도피처로 찾은 것은 연애였다. 말이 연애지 6개월을 넘기는 상대는 없었다. 그녀는 유독 대여섯 살 많은 직장인하고만 연애했다. 데이트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그녀를 위해 돈을 쓰는 남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애를 할때는 데이트, 드라이브, 여행, 섹스 등에 빠져 딴 걱정을 까맣게 잊었다.

 

문제는 공백기였다. 짧은 연애가 끝나고, 다음 상대를 만나는 잠깐 사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어김없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맞닥뜨리면 잠 못 이루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다시 의무적으로 소개팅에 나가고 별로 맘에 들지 않는 상대와 곧 연애를 시작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렇게 그녀가 말해준, 마음을 공유하지 않은 연애 얘기는 무척이나 아프고 안타깝게 들렸다. 이에 저자는 그녀에게 20대의 방황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충분히 방황하지 않고 이 시기를 보내거나 성급하게 진로를 택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위로했다. 선구적인 심리학자 에릭 H. 에릭슨은 청년기의 방황은 피치 못할 일이라고 말한다.

 

충분히 방황하고 고뇌하여 청년기의 자아정체성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사회인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멈춘 채, 정체와 퇴행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보내야 하는 이 방황의 시간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더 많은 취업 공부, 스펙 쌓기, 학벌 세탁 같은 건 분명 아닐 것이다. 방황의 끝에 얻어야 할 것은 충분한 자기이해와 자성自省이다. 자성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방황도 멈출 것이다. 

 

 

 

 

운명을 사랑하라

 

'나는 멍청하게 태어났다(그는 자신의 지능이 낮은 것을 비관하며 유전자의 문제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부모 역시 못 배우고 가난했다. 어리석은 아버지가 사업을 벌였다가 바보처럼 망하고 말았다. 바보가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엄마 역시 늘 무능하고 자식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했다. 그러니 나 역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겨우 지방의 전문대학을 나왔는데, 그것도 빚으로 학비를 충당해야 했고, 졸업 후에도 변변치 않은 일들을 전전했다. 마침 시작하게 된 그 선배와의 사업이 나에게 최선의 기회라고 여기고 죽을힘을 다했고, 잠시 성공의 향기를 맡기도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는 지금 세상의 루저 중에서도 루저이다'


그는 상담 초기 운명과 자신을 탓하는 내용으로 대화를 채웠다. H는 사는 내내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증오해왔다. 그는 절대 불가능한, 자기 없이 자기를 만드는 바벨탑을 쌓고 있었다. 그는 자기 것이 아니라며 외면했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H에게 운명을 긍정하는 스토아 철학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들을 권했다. 바로 이정우 교수의 <사건의 철학>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며, 타인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쓰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며, 할 수 없는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 에픽테토스, 로마의 철학자 

 

 

 

 

 

 

상처에 연고 바르듯 마음 아플 때 책을 읽어라

 

독서치료는 우리의 인생 그 자체와 삶의 과정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는 인생학교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사람들 각자가 새로운 삶의 단계에 나아가도록 해방시키는 책들을, 그 사람의 처지와 상황에 딱 맞게 제시하기란 정말 어렵다. 독서치료는 이런 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어왔다. -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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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체인지 -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수전 그린필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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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5년 전 내가 파리에서 일할 때, 한 동료가 수상쩍은 취향의 스웨터를 입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성이 전면에 나온 신문을 보여주었다. "녹색 운동을 하는 사람이래" 그는 괴짜처럼 보이는 그 사람을 조롱하면서 비웃었다. 당시 내게도 '녹색' 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별스러워 보였고, '기후 변화'라는 말도 그랬다. 지금 그 개념은 많은 공공 정책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개인의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비록 시기는 수십 년 차이가 나지만, 기후 변화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기 위해 책 제목을 <마인드 체인지>(마음 변화)라고 지었다. 둘 다 세계적이고 논란을 일으키고 유례가 없으며 다면적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을 요구하는 반면, 마음 변화는 21세기에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시킬 가장 흥미진진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물론 어떤 유형의 세계에서 살고 싶은지,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실제로 어떤 유형의 인간이 되고 싶은지를 논의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때, 그렇게 될 것이다. - '서문' 중에서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침에 눈을 떠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아마도 바로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일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기사를 훑어보며 출근한다. 출근 후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업무 내용을 화면에 띄우겠지만, 그런 한편으로 트위터를 열고서 당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뭘 하고 있는지 계속 주시하고, 새로운 소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 페이스북 화면도 띄워놓고 있을 것이다. 또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계속 살펴보면서, 오늘 먹은 점심식사 사진을 재빨리 찍어 업로드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댓글을 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평일 하루 평균 3시간 사용한다. 휴일도 별 차이가 없다. 19~29살 중엔 하루 5시간 이상 사용하는 사람이 절반이나 된다. 스마트폰으로는 통화(72.7%)보다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과 이메일 송수신을 더 많이 하는 것(74.9%)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인터넷 검색(59.7%), 게임 등 여가활용(24.7%) 순이었다. 사람들은 평균 7개 전화번호를 기억했는데, 흥미롭게도 20대는 6개에 그친 반면 40~50대는 8개를 암기했다. -<중앙선데이> (2015년 11월8일)중에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이렇게 멀티태스킹을 하느라 지친 우리들은 집에 돌아와 최신 방송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보면서 휴식을 취할 것이다.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주문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기도 한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다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잠이 든다.

 

익숙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직장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풍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온라인' 상태로 보내고 태블릿 기기가 유아기 아이들의 학습과 놀이에 흔히 쓰이는 시대.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컴퓨터 화면 앞의 생활'이 '현실 생활'을 위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생태계는 지금까지 인류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환경이다. 적자생존의 명령에 따라 지금까지 진화해온 인간에게 이러한 디지털 환경은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가?

 

 

 

책의 저자 수전 그린필드는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일인자이자 최고 권위자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고, 1977년 약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 대학교 생리학, 해부학, 유전학과, 파리의 콜레주 드 프랑스, 뉴욕의 NYU 랭곤 의학 센터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왕립 연구소 소장과 옥스퍼드 교수직을 겸임했다. 현재 옥스퍼드 링컨 칼리지 선임 연구원이자, 신경퇴행 질환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연구한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생명공학 기업 '뉴로-바이오'의 CEO/CSO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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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의 요령
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환 옮김, 유상근 감수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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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의 감수를 맡겠다고 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사람이 쓴 이 책이 그동안 내가 읽은 모든 공부법 책들 중에서 우리나라 입시의 본질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학 입학시험과 공부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적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대학 입학시험을 정복할 수 있는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 <공부의 신> 저자 유상근

 

 

입시는 암기와 요령이 좌우한다 

 

구조를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 경쟁 구조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잘못된 학원과 거짓 공부법에 속지 않고 제대로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경쟁이 조금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은 기본적으로 암기력 테스트다"라는 저자의 주장은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저자 와다 히데키는 놀라운 통찰력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입시의 본질과 공략법에 대해 모든 환상을 벗겨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1960년 오사카에서 출생하여 1985년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도쿄대학 의학부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연구원과 미국 칼 매닝거 정신의학학교 국제연구원을 거쳐 현재 국제의료복지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히토쓰바시대학 경제학부와 도호쿠대학 의학부에서 강의하며 가와사키고병원 정신과 고문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로, 심리학을 비즈니스에 접목시킨 비즈니스 심리 분야의 일본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와다 히데키 마음과

 

 

돌아가지 마라! 삽질하지 마라! 다 방법이 있다!  

 

 

암기와 요령이 중요하다

 

대학 입시를 암기력 테스트라고 생각하면 대책은 단순하다. 사고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출제되는 부분만을 요령껏 통째로 암기하면 된다. 번뜩이는 영감으로 가득한 천재적인 답안보다 모범 답안과 일치하는 답안이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입시에서 천재적인 답안은 계산 실수 등으로 답이 틀리면 0점이지만 모범 답안은 답이 틀리더라도 부분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모범 답안은 사고력이 없어도 해답을 통째로 암기하면 누구나 적어낼 수 있다.

 

입시에서의 요령은 무엇일까? 출제되는 부분을 효율적으로 철저히 외워서 암기의 축적량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입시는 암기다"라고 말하면 수험생은 "그걸 누가 모르나?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암기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는 스스로 잘알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숙제를 하고, 노트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학원에 다니는 것도 모두 암기와는 무관하다. 

 

 

수학, 이는 진정한 암기 과목이다

 

입시와 관련된 새빨간 거짓말 중 하나는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암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뿌리 깊은 미신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수학에는 유연한 발상과 센스가 필요하며, 이것을 키우려면 문제를 풀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한다. 이런 망언을 매년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믿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대다수가 잘못된 사실을 믿고 있는 덕분에 나 같은 요령 좋은 사람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분명히 수학에는 유연한 발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에 들어가서 배우는 고등수학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매년 비슷한 문제가 출제되는 대학 입시에는 수학적 감각이 전혀 필요없다.

 

 

 

 

공부량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라

 

시간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수험생뿐이다. 기업은 매출이나 이윤 등 양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운다. 판매원도 매출을 어떻게 늘리느냐라는 계획을 세우지 몇 시간 일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공부량 중심의 계획은 먼저 대략적으로 세운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안에 영어는 <경선식 영단어>나 <듀오 3.0> 절반을 암기한다든가, 수학은 행렬과 벡터를 끝낸다는 식이다.

 

그리고 큰 틀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게 되면 점점 하루 일정도 양으로 계획한다. 가령 영어 숙어 30개와 수학 10문제, 메모장 30장 복습 같은 식으로 하루의 목표량을 정하면 된다. 만약 소화하지 못했다면 하루의 목표량을 수정해도 상관없다. 처음에 세웠던 큰 목표의 양을 달성하는 데 주력한다.

 

 

 

 

자신 없는 과목을 극복하는 작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그 과목이 자신 없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를 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재능 문제가 아니라 암기량이 적기 때문이다. 자신없는 과목을 극복하려면 철저한 암기 전술이 중요하고, 이때 자신 없는 과목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과목이라고 생각하면 공부에 의욕이 솟는다. 그 과목에 자신이 없는 이유는 아직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백지를 칠해나가는 것은 쉽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수학을 못해서 계속 대학 입시에서 낙방하다가 세 번째 입시 도전에선 수학의 기본 공식을 무조건 암기한 후 시험을 치룬 덕분에 겨우 과락을 면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에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알리바바 신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단거리로 공격하라

 

화학, 생물, 사회의 색인과 주석은 암기 보강에 활용한다. 저자는 화학, 생물, 사회 등의 과목은 마지막에 있는 색인에 주목했다. 참고서를 끝까지 읽은 다음 색인을 훑어보고 모르는 단어가 없는지 확인했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색인을 무시하는 일이 많지만 암기형 입시 공부를 할 때는 최고의 체크리스트가 된다. 

 

또 자신 없는 과목의 참고서나 문제집을 볼 때도 책 가장자리에 작은 글자로 적혀 있는 사항에 주의하는 게 중요하다. 이 부분은 본문에 담지 못했지만 꼭 언급하고 싶은 내용, 즉 누락된 중요 사항일 때가 많다. 왜냐하면 입시 참고서나 문제집은 스타일이 정해져 있어 공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본문에 중요 사항을 모두 담기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글자가 작더라도 내용은 크고 중요한 것이다.

 

 

입체화로 공략하라

 

역사입체화 전략으로 능률적이고 체계적으로 통암기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같은 교재를 세 권 준비한다. 한 권은 재편집용, 다른 한 권은 중요 사항 확인용, 마지막 한 권은 읽기용이다. 재편집용 교재는 일단 한 장 한 장 뜯어서 1세기 단위로 철을 한다. 가령 16세기라면 동양사와 서양사를 전부 한 묶음에 모아놓는다. 이렇게 하면 첫째, 역사의 횡적 관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둘째, 세기별로 분책되어 있으므로 수험생을 괴롭히는 연도, 가령 1867년은 19세기의 '67년'과 같이 마지막 두 자리만 외우면 되므로 암기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처럼 100년 단위로 편집하면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암기해도 된다. 

 

 

 

 

입시는 요령이다

 

요령을 많이 알고 있으면 대학 입시도 운전면허 시험 수준의 암기력 테스트가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수험생은 요령이 너무 없다. 고지식하게 입시 공부를 한다. 학원에 다니고, 예습을 하고, 정리 공책을 만들고..... 이런 것들은 전부 입시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근성도, 재능도, 모의고사 등수도 입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라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 와다 히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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