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삼국지 - 4050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삼국지
허우범 지음 / 생능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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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국지'의 주요 장면들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 수 있을지를 함계 생각해 보고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방안을 찾아보도록 안내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 '머리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허우범 박사는 인하대학교 교수로 문사철文史哲을 현장과 접목하는 융합적인 연구를 중시한다. 20여 년에 걸쳐 중국 전역의 '삼국지' 현장을 답사하여 발간한 <삼국지기행>은 역사와 문학을 현장과 융합한 대표작이자 동아시아 최초의 연구 실적으로 꼽힌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난세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 시대는 언제나 준비된 장의 것이다,뜻을 세운 자만이 길을 만든다, 어떻게 성취하고 지킬 것인가, 어떤 주인공이 될 것인가 등의 주제로 '삼국지'

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위기, 성장, 용기, 관계, 지혜를 순차적으로 이야기한다.


위기


제갈량이 1차 북벌에서 기산을 차지하고 마속에게 중요한 요충지인 '가정'을 지키게 했지만 마속의 전략 실패로 가정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만다. 이에 제갈량은 형세의 위태로움을 깨닫고 즉각적인 철수명령을 내린다. 이때 사마의는 15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는데, 제갈량의 병력은 고작 2,500명 뿐이었다. 제갈량의 최대 위기였다.


위급한 상황에서 보여준 제갈량의 침착함은 빛이 났다. 그는 학창의를 입고 윤건을 쓰고 성 위에 올라 향을 피우고 거문고를 연주했다. 이 광경을 본 사마의는 제갈량이 복병을 숨겼을 것이란 의심과 함께 오히려 군대를 급히 후퇴시켰다. 이에 제갈량은 안전하게 군대를 철수시킬 수 있었다.


(사진, 제갈량의 침착함)


성장


관도대전에서 원소군을 물리치고 승리한 조조는 승전을 축하하고 병사들을 치하하기 위해 전리품인 금은보배와 비단을 상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전리품 속에 조조 몰래 원소에게 조조의 상황을 알려준 편지들도 있었던 것이다. 관련된 사람들을 모조리 숙청할 만한 사건임에도 조조는 오히려 관련 편지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이같은 조조의 결정은 원소와 내통한 자들을 크게 뉘우치게 했으며, 이후 더욱 조조의 충신으로 거듭나게 했던 것이다. 수많은 인재들이 조조의 통큰 리더십에 감명을 받고 그를 따랐다. 내통한 자들을 모조리 색출해서 엄벌을 내리는 것이 상례임에도 조조는 남이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한 셈이다. 소위 '조조 way'인 것이다.


(사진, 조조의 '인재구함' 방문)


용기


곽가는 원소를 만나 자신이 의탁할 만한 인물인지를 살펴보았다. 한 번 만나 보고도 그럴 만한 그릇이 아님을 알았다. 당시 원소가 강력한 세력가인 반면 조조는 신진 세력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조조가 곽가를 부르자 아무런 주저도 없이 곧바로 조조에게로 갔다. 27살의 곽가는 조조와 마주 앉아 천하의 일을 논의했다. 참고로 곽가는 제갈량과 같은 나이다.


조조는 곽가를 참모로 영입한 후 중요한 논쟁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과가의 의견을 경청했다. 모두가 유비를 죽여 후환을 없애라고 할 때 곽가는 어진 사람을 죽였다는 오명을 쓰면 천하의 인재들은 언제든 등을 돌릴 것이라고 반대했다.


중년의 나이는 자신의 꿈을 가꾸고 설정한 목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기이다. 이를 위해선 뜻이 같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인재를 찾는 게 어렵다. 제갈량과 곽가처럼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지혜를 기른다면 수어지교水魚之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계


유비는 수경 선생(사마휘)을 통해 와룡(제갈량)과 봉추(방통) 중 한 명만 참모로 삼을 수 있다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이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서서가 참모로 역할을 하면서 조조군을 무찔렀다. 그러자 조조는 서서의 약점(孝子)을 간파하고 어머니가 위독하니 급히 오라는 가짜 편지를 서서에게 보냈다.


이 서신을 받은 서서는 유비에게 떠나야 하는 자신의 사정을 말했다. 유비의 참모들은 서서를 보내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유비는 의롭지 않은 일을 할 수 없다며 결국 서서를 어머니에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서서가 떠나기 전날 밤, 두 사람은 주안상을 마주했다. 하지만 유비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 슬픔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에 감동받은 서서는 유비에게 제갈량의 위치를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유비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신뢰를 통해 삶의 목표를 앞당길 수 있었다.


지혜


제갈량은 사마의가 자신의 건강을 훤히 내다보고 있는 것을 탄식했다. 자신의 사후에 사마의에 대적할 만항 후임자에 없었기에 다가올 촉의 운명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장수치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자도 드물다. 대표적인 애주가는 장비인데, 그는 수차례 유비로부터 이를 지적받았음에도 술에 곯아 떨어져 부하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건강을 잃는다면 세상을 다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조는 늘 두통에 시달렸다. 수술하면 고칠 수 있다는 말도 믿지 않을 정도로 그는 의심이 많았다. 결국 그는 두통을 고치지 못하고 죽었다. 장비가 유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입으로만 끊겠다고 한 것이나 조조가 두통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나 오십보 백보인 셈이다.


중년은 제갈량처럼 업무의 강도기 높을 시기이다. 혼자서 모두 처리하겠다는 욕심보다는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루려는 욕심은 늘 건강을 해친다. 건강을 우선시하며 단계별로 나아가려는 장기적 시각이 요구된다. 행복한 삶은 건강한 생활에서 비롯됨을 잊지 말자.


어떤 주인공이 될 것인가


삼국지엔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한다. 냉혹한 현실주의자 조조, 넓은 포용력을 가진 인본주의자 유비, 치밀한 균형감을 갖춘 손권, 뛰어난 전략가 제갈량, 충의와 지조의 상징 관우, 냉정한 승부사 사마의 등은 혼란한 시대를 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한 영웅들이다. 책은 어떤 주인공이 되고 싶은지 우리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인문 #인문교양 #초역삼국지 #허우범 #생능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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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한국사
김재완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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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는 염치의 실종에 기인합니다. 염치란 무엇일까요? 부주의한 실수에 사과할 줄 알고, 타인의 선행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효율과 이윤만을 강조하다 보면 염치가 사라집니다. 염치가 사라진 나라의 참혹한 결말은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죠. 가문의 영광과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아넘기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자들이 득세하기 때문입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재완은 역사 덕후이자 한국사 보부상이다. 그는 경북 상주 출생으로 생전 처음으로 써본 역사 이야기가 <딴지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되면서 여전히 덕후 몰이 중이다. <찌라시 한국사>, <찌라시 세계사> 등의 저서로 작가 반열에 합류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한국사 곳곳에 숨겨진 수수께끼, 조선사를 관통하는 무덤 이야기, 끝나지 않은 독립운동에 대하여, 1,500년의 시간을 건너는 음모론의 실체, 이런저런 직업을 가진 이들의 기막힌 신세 등의 주제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찾아오기

'추사 선생님의 <세한도>가 일본에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한도>를 다시 모셔 오리라.'


추사 김정희의 작품 <세한도> 원본은 일본인 후지츠카의 손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1944년, 당시 42세였던 조선 최고의 서예가 손재형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찾아오기로 결심한다. 손재형은 ‘서예’라는 말을 탄생시켰으며, 당시 겸제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보유했을 정도로 우리 문화재에 애정이 높았던 인물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손재형은 후지츠카의 집 인근에서 머물며, 수시로 그의 집을 찾았다.


“돈은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드리겠소이다. 〈세한도〉만이라도 돌려주십시오.”


후지츠카는 손재형의 제안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매일같이 자신을 찾는 손재형에게서 젊은 날 추사를 향한 자신의 열정과 진심을 보며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손재형의 지극 정성에 감복해 돈마저 거부하고 <세한도>와 추사의 예술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손재형은 정계 잔출 목적으로 <세한도>를 담보로 잡히고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뒤 이를 갚지 못해 되찾지 못했다. 


유랑하던 <세한도>는 개성상인 손세기, 손창근 부자에 의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안치되었다. 손세기(1903년 개성출생)는 인삼 재배와 무역업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전쟁의 발발을 감지하고 야밤에 인삼밭의 인삼들을 모조리 트럭에 싣고 남하를 감행했다.


이후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장남 손창근이 아버자의 사업에 가세해서 모은 돈으로 한국의 문화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손세기는 칠순을 맞아 정선과 김홍도 등의 그림 200점을 서강대학교에 기증했다. 이 기증으로 서강대는 박물관을 신축해야만 했다. 대를 이어 아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장남 손창근은 88살 미수연을 맞아 카이스트에 50억 원 상당의 현금과 부동산을, 아흔살엔 300점이  넘는 우리 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렇게 기부를 펼치면서도 오직 한 작품 추사의 <세한도>를 손에서 놓지 못하던 그는 2020년 12월 9일, 부인 김연순 여사의 조언에 힘입어 <세한도>마저 기부했다. 데한민국 정부는 그에게 문화유산 보호유공자 포상 이래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광개토대왕릉비와 일제의 만행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역사 속 인물 세 명을 꼽으라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과 더불어 광개토대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자긍심인 광개토대왕릉비가 2004년에 중국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4세기경 일본이 신라와 백제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이고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 민족 최대의 영토를 구축했던 왕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지경이다. 도대체 광개토대왕릉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려고 광개토대왕릉비의 글을 훼손하고 나아가 중국인들은 쇄도하는 탁본 요청에 석회까지 바르는 등 역사적인 문화재를 오염시키는 것도 부족해 아예 아전인수격 해석을 남발했다. 대왕릉비 4면에 총 1775자가 기록되어 있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돌비석은 현재 중국 지안 지역에 있는데, 중국에선 이를 '진호대왕비'라는 제목을 달고 중국 동진 시대의 진나라왕의 비라고 주장하며, 중국 정부가 유리를 씌워서 학술적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세종대왕릉의 이전


새 왕이 처음으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 것 또한 능에 관한 것이었다. 새 왕(예종)은 할아버지 세종대왕의 천릉遷陵을 시행했다. 죽은 왕의 염원이자 왕가를 지키기 위한 가장의 본능이며, 신하들에게 자신이 왕임을 알리는 첫 날갯짓이었다. 죽은 자의 무덤을 옮기는 천릉이 산 자의 정치가 되는 순간이었다. 


왕은 할아버지의 새 무덤을 찾고자 지관 안효례에게 명해 한양 인근 100리를 두루 살피게 했다. 안효례는 세종부터 성종까지 무려 여섯 왕의 재위 기간 동안 지관으로 일한 조선 최고의 지관 중 한 명이다. 세조의 능 선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기에 세종의 천릉에도 나선 건 당연한 절차였다.


세종대왕릉은 여주로 옮겨져 영릉으로 조성되었다. 두 명의 왕이 바라던 천릉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문종부터 이어진 조선 왕가 장자의 사망 고리는 끊어졌지만, 새 왕(단종)은 재위 13개월 만에 승하했다. 어린 왕이 사사된 지 240여 년이 흘러 숙종은 그의 무덤을 왕릉으로 추존했다. 엄홍도가 만든 돌무덤 자리에 장릉이 조성되었다.


우범선을 살해한 고영근


죽은 왕비(명성황후)의 자리에 친일 내각이 들어섰고, 전국에 단발령이 내려졌다. 백성의 저항은 의병 운동으로 이어졌고, 왕은 궁녀의 가마를 타고 러시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을미사적 중 살아남은 이들은 일본으로 향했고, 그 무리엔 왕실과 민심의 복수가 두렵디만 했던 우범선도 끼어 있었다. 우범선은 일본군의 지휘를 받는 경복궁의 훈련대 대장이었다.


일본에서 순조로운 망명 생활을 즐기던 범선은 조선에서 온 형님네 집에서 실로 오랜만에 술을 한잔하고 오겠다며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같은 말을 쓰는 선한 사람과의 술자리에 범선은 금세 취기가 돌았다. 술이 취하자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고영근의 생각이 궁금해 물었다. 노윤명(고영근의 노복)은 노기怒氣를 드러냈고, 영근도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에게서 살기 어린 분노를 감지한 범선은 술에서 깨고자 찬물을 거푸 마셨다. 


정신을 집중하자 모든 우연이 필연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어리석음과 연민을 자책했다. 늘 경계하던 죽음의 순간은 예상보다 짧았다. 뭔가를 하기에는 늦었고, 안도감에 취해 있었다. 고영근의 칼이 목에 닿고, 노윤명의 둔기가 쓰러진 우범선의 머리를 내리쳤다. 두 사람은 시체를 남겨두고 집에 불을 지르고 경찰서로 향했다.

경종은 독살되었을까?


연잉군은 경종의 이복동생으로 왕위(영조)에 오른 인물이다. 경종의 병세가 보름간 이어지던 8월 20일, 연잉군은 생감과 간장게장을 경종에게 진상했다. 그날 밤 갑자기 복통과 심한 설사에 시달렸던 경종에게 인삼과 부자를 사용하라는 명이 떨어지자 이에 어의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세제世弟의 불호령 앞에 어의는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인삼과 부자를 먹은 경종의 눈동자가 안정되고 콧등이 따뜻해지며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자 연잉군이 말했다.


“보아라! 내 비록 의술을 잘 알지 못하나, 기력을 잃은 이에게 인삼이 특효인 건 알고 있다.”


다음 날 새벽 3시, 경종은 곶감과 게장을 먹은 지 5일 만에 어의의 반대에도 인삼을 복용한 다음 날 승하한다. 교묘한 독살인가, 무지에 의한 사고사인가, 게장이나 인삼과 상관없이 경종에게 주어진 운명이었을까. 


영조는 즉위하던 해부터 경종 독살설의 배후로 지목되어 수많은 소문에 시달린다. 영조 3년, 전주를 시작으로 팔도에 걸쳐 벽서가 붙는다. 그 내영은 실록에 전해지지 않지만, 영조는 이례적으로 범인을 잡고저 현상금가지 내걸었다. 당시의 독살설은 현재 우리들이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던 이슈였다. 

조선 궁녀의 사생활


궁중에서 일하는 여성 관리인 궁녀는 후기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 따르면 궁에서 일하는 환관과 궁녀의 수를 각각 335명, 684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고종실록>엔 대전, 중궁전, 대비전에서 일하는 궁녀가 각 100명, 세자궁 60명, 세자 빈궁 40명, 세손궁과 세손 빈궁에 각 50명과 30명으로 기록하고 이있다. 이처럼 궁녀의 숫자는 시기마다 달랐겠지만, 조선 시대 궁녀의 수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평생을 왕의 잠재적 여자로 살아야 했으며, 죽거나 혹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궁을 나올 수 있었던 한 많은 전문직 궁녀. 시대의 비운에 울었지만 궁도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이었기에 다양한 인생사가 그들에게도 펼쳐졌었다.


궁내에서의 금지된 사랑은 성인의 궁녀에겐 가히 숨이 막힐 노릇이었다. 왕을 제외한 남성과의 교제가 허릭되지 않는 법도는 동성애를 즐기는 궁녀들을 만들고야 말았다. 궁녀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감찰상궁이 있었으나, 수백 명에 달하는 궁녀들을 어찌 일일이 다 참견할 수 있었겠는가. 궁녀들의 쌓인 한을 풀어줄 대책은 바로 '출궁出宮'이었다.


나라에 극심한 가뭄이 들면 궁녀들을 출궁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궁 밖으로 나가서도 궁녀들은 <경국대전>에 명시된 법에 따라 혼인을 불허했다. "궁녀가 밖의 사람과 간통하면 남녀는 즉시 참수한다. 임신한 자는 출산 후 100일을 기다렸다가 즉시 집행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기묘한 한국사에 빠져보자


책은 소설보다 재미있고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스무 편의 미스터리 한국사가 펼쳐진다. 저자가 이같은 이야기들을 채집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고 드라마보다 더 깊이 풀어낸 기묘한 한국사에 빠져보길 권한다. 


#한국사 #기묘한한국사 #김재완 #역사덕후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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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절세 배당 은퇴 공식
김제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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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퇴직연금이 55세, 국민연금이 65세다. 그마저도 그 나이가 되었다고 해서 풍족한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회사에서 주는 퇴직금은 내 집 마련할 때 중간 정산으로 깨는 경우가 많고, 은퇴 시 받은 퇴직금도 주택 담보 대출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제림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2008년 매일경제신문사에 입사한 후 경제부, 산업부, 사회부, 부동산부, 증권부 등을 두루 거쳐 현재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를 출입하며 금융시장과 투자 환경을 취재하고 있다.


총 일곱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배당투자로 은퇴 준비, 세대별 맞춤 배당투자 전략, 배당투자 무엇을 선택할까?, 수익률 갉아먹는 건강보험료와 세금, 은퇴자에게 인기 많은 위험한 상품들, 금·달러·성장주로 배당의 빈틈 메우기, 퇴직금 운용 방법과 국민연금 활용법 등에 관해 이야기를 펼친다.


은퇴를 앞둔 이들이 마주하는 고민은 가볍지 않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건강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등 수많은 물음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절실한 문제는 단연 돈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퇴직한 50대 이상 남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은퇴 전에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한 점으로 재정 관리를 첫손에 꼽았다. 그 뒤를 이은 퇴직 후 일자리 계획과 관련한 후회 역시 경제적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노후 준비가 충실히 이루어진 소수를 제외하면, 은퇴를 앞두고 가장 큰 걱정은 결국 ‘돈’이라는 데 이견異見이 없다. 


은퇴 재테크 사전 점검사항 


몰빵 투자 피하기

돈이 묶이는 투자 피하기

세금과 건보료를 항상 염두에 두기

집은 짐이 될 수 있다



절세 계좌를 활용한 5년 투자 전략


5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수익률을 높이려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절세 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5년은 복리의 효과를 체감하기에 다소 짧은 기간이지만, 연금 계좌나 ISA 같은 절세 계좌는 연간 납입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매년 한도까지 채워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연금저축과 ISA)


연금저축과 IRP를 합친 연금 계좌는 연간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최대 1,800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다. 특히 연금 계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S&P500이나 나스닥 등 해외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는 매매 차익도 배당소득으로 간주되어 15.4%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연금 계좌 안에서는 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은행주, 지금 담아도 괜찮을까?


2024년에는 신한지주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밸류업 공시를 내놓으며 주가가 크게 반등한 바 있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 JB금융 등 주요 은행들은 모두 분기 마다 일정한 금액을 배당하는 ‘분기 균등 배당’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은행주들은 2024년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효과로, 2025년에는 추가적인 주주환원 기대감으로 인해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배당 수익률은 3~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각 3%대, 하나금융지주는 5%대,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은 6%대의 배당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사진, 금융주 ETF)


분리과세 vs 종합과세


소득에 대한 세금은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방식으로 나뉜다. 은퇴 예정자라면 특히 두 가지 경우를 고민해야 한다. 하나는 배당으로 수익을 모아갈 때이고, 다른 하나는 연금에서 연간 1,500만 원 이상을 인출할 때다. 종합과세란 이자, 배당, 근로 등 소득 모두를 합산해 과세하는 것이다. 누진세율이 적용되며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에, 분리과세는 연간 발생한 전체 소득 중 특정 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따로 떼어 과세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금융소득(이자, 배당 등)이 연 2,000만 원 이하일 경우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누진세율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종합과세를 택하면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고, 세율도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소득세율은 최저 6%부터 시작하지만,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원천징수세율(14%)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 분리과세 항목은 대체로 세율이 낮은 편이다. 


대표적인 예가 ISA 계좌에서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금융소득(세율 9.9%)과 연금 계좌에서 발생하는 연금소득이다. 연금소득에는 3.3~5.5%의 연금소득세율이 적용된다. 퇴직금 역시 분리과세 항목에 포함되지만, 이 경우는 단일세율이 아니라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초고배당超高配當 금융상품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30위권 내에 일드맥스의 커버드콜 ETF들이 다수 포진할 만큼 인기가 컸다. 은퇴자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모으려는 투자자들 역시 일드맥스 ETF를 찾았다. 인기를 끈 가장 큰 이유는 웬만한 주가 하락쯤은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높은 배당률 때문이었다. 


국내 커버드콜 ETF의 연간 배당률이 많아야 10%대에 머무는 반면, 일드맥스의 초고배당 ETF는 연간 배당률이 100%를 넘볼 정도였다. 미국 기술주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때는 커버드콜 ETF의 주가도 오르고, 분배금 역시 늘어났다.


그러나 2025년 2월부터 미국 증시의 조정이 시작되면서 초고배당 커버드콜 ETF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월 분배금이 줄어드는 데다 주가까지 크게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은 것이다. 결국 초고배당 커버드콜 ETF의 높은 분배금이 원금을 훼손하면서 지급됐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책은 세금은 없고 가격이 오르는 금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출렁거릴 때를 대비해 포트폴리오에 위기 때 빛을 발할 달러 투자 편입을 통해 배당의 빈틈을 메우길 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퇴직금 운용 방법과 국민연금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은퇴자가 알아야 할 숫자 다섯 가지


70~ 복리의 힘을 나타내는 '70의 법칙'

55/65~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만 55세, 국민연금은 만 65세부터 수령

1,500만 원~ 개인연금 수령은 연간 1,500만 원 이하로 나눠 수령

1,000만 원~ 연간 금융소득 1천만 초과시 건강보험에선 소득 간주

16.5%~ 배당소득세율(지방소득세 포함)


돈 걱정 없이 은퇴할 수 있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은퇴를 앞두면 대부분의 은퇴예정자는 경제적 불안감에 휩싸여 조급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이런 조급함은 '단기간 고수익'이라는 유혹의 덫에 쉽게 빠진다. 퇴직금이란 목돈을 수중에 쥐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리딩방 같은 주식투자 사기로 불행한 노후를 맞이한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돈 걱정 없이 은퇴하는 지혜를 책 속에서 찾자. 은퇴를 앞둔 은퇴예정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매일경제 #매경출판 #매일경제신문사 #매일경제신문 #매경 #김제림 #절세계좌 #배당투자 #현금흐름 #월배당ETF #ETF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건보료 #은퇴플랜 #연금대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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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9패 - 시골 작은 가게를 세계 최고 브랜드로 키운 야나이 다다시의 인생 철학
야나이 다다시 지음, 이정미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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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곱씹던 ‘한 명도 안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그렇게 기우로 끝났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첫날 매장에 몰린 인파에 대해 보도했고, 나는 인터뷰에서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 줄을 서도 입장하지 못할 수 있으니 오지 말아 주세요”라는 전대미문의 발언을 해야 했다. 이것이 유니클로의 출발점이다. - '머리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야나이 다다시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창업자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CEO' 중 1인으로 선정(2014년)되었고, <포브스> 100주년 기념호에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100대 기업가'(2017년)에 이름을 올렸던 일본 최고의 부자로 소개되는 인물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된 같은 제목의 도서 <1승 9패>의 개정판으로 시골의 작은 양복점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야나이 다다시의 도전기를 담고 있다. 10번 도전 중 9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 이후 성공의 싹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유니클로의 성장 비결임을 밝힌다.


일본은 '야구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고 즐기는 스포츠로 야구를 꼽는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이 계절에도 선수들은 비지 땀을 흘리며 승리를 쟁취하려고 무던히 애쓴다. 그래서일까, 책의 내용 중 안타, 도루성공률 등 야구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야나이 다다시도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가업家業의 탈피


일본은 패전국임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정말 운좋은(?) 나라다. 북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한반도는 주요 시설들이 모두 부숴지면서 수만흥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웃에 위치한 일본은 군수물자 생산으로 떼돈을 벌고 있었고, 전후 한국은 경제발전의 종자돈 마련을 위해 달러를 벌고자 젊은 청춘들이 월남전에 참전하는 모험을 감행할 때 일본은 군수산업으로 더 큰 돈을 벌었으니 말이다. 전범국이 전쟁으로 망하더니 전쟁으로 일어나다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일본은 경제대국이라는 훈장까지 얻으며 한 시절 우쭐거렸다. 이런 경제성정사를 겪은 일본은 '회사를 중심에 두고 일하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신화가 탄생했다. 반면에 야나이 다다시는 이런 신화가 작동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판단했다. 즉 회사란 원래부터 기한이 있어서 새로운 사업의 싹을 연이어 틔워내지 못하는 한, 유통기한이 다 되면 끝나는 것이며, 이 본질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그의 아버지는 1949년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맨즈숍 오고리상사'라는 신사복 소매점을 열었다. 품질 좋은 양복을 팔았다. 사실 그의 집안은 규슈와 야마구치에서 옷 가게와 신사복 가게를 하는 친척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옷은 바로 그들 집안의 가업이었다. 그런데, 1984년 뇌출혈로 아버지가 쓰러지자 사장으로 승진한 아냐이 다다시는 유니클로 1호점을 열었으며, 성장을 거듭하며 마침내 1999년 도쿄증권거래소에 회사를 상장했다. 이 소식을 듣고 닷새 후 그이 아버지는 7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도전과 시행착오­

1991년 9월, 회사이름을 '패스트 리테일링'으로 개명하고, 본격적으로 유니클로 매장을 전국 체인으로 확장하겠다고 선언, 3년 후에 매장이 100곳을 넘으면 주식공개를 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당시 유니클로 직영점 16곳을 포함해 회사는 총 29곳의 옷 매장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장사와 경영은 다르다


저자 스스로는 경영자보다는 상인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주식공개를 준비하는 동안 경영자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경영자와 상인은 어떻게 다를까? 상인은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거의 모든 중소기업 사장들은 경영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영자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서 기업을 성장시키고 이익을 올리는 사람이다.


실패는 단순한 상처가 아니다. 1998년 하라주쿠점 개점에 이르기까지 실패의 연속이었다. 사업계획을 아무리 꼼꼼하게 세워도 일이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위기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패는 결코 해서는 안 되지만, 실행해 보고 실패하는 것이 실행해 보지 않고 분석만 하며 꾸물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실패의 경험은 학습 효과를 통해서 재산이 된다.


급성장 이후의 전환


극단적으로 말하면 장사란 곧 실천이다. 경영도 곧 실천이다. 머리로만 생각하거나 지식을 앞세워 생각하는 사람은 과제나 문제점을 전부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겨서 ‘이것은 이렇다’라는 현상 분석에서 멈출 뿐 실천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실천을 할 때도 그냥 실천만 해서는 안 된다. 실천하며 생각해야 한다. 


실천하며 생각한다는 것은 곧 몸을 쓴다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한 일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시간도 걸리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천을 동반하지 않고 머리로만 생각하면 전부 탁상공론으로 끝날 위험이 있다.(191쪽) 


모든 사람이 각자 '자영업자'로서 회사에 헌신하는 조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 대전제로 경영에 대한 사고방식과 경영 이념이 명확히 제시되고, 경영지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실행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개방적이고 활력 있는 회사에 톱다운 방식의 일방통행은 어울리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직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수많은 인재는 언젠가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경영자는 이론공부만으로는 절대 육성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철학이다. 경영 업무는 실제로 체험해 봐야만 몸에 익어서 배인다. 머리로만 경영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 경험이 쌓여야 한다. 


지금 일본의 대기업들을 보면 젊은 사람이 경영자로 활약할 기회가 너무 없다. 우리 회사에는 젊은 사람이라도 충분한 능력이 있으면 걸맞은 자리에 올라 경영자다운 일을 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있다. 사장 다마쓰카, 상무이사 도마에와 모리타, 작년에 임원이 된 오토마, 중국 자회사 대표 린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모두 30대에서 40대 초중반이다.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자리를 주면 대부분의 경우 잘 해낸다.

실패에서 키워내는 다음 도전의 싹


성공 속에 숨은 실패의 싹을 경계해야 한다. 유니클로는 후리스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반대로 대성공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후리스 열풍으로 후리스 외의 상품들도 잘 팔렸다. 그 결과, 장사란 의외로 쉽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상품만 채워넣으면 그냥 둬도 팔리는 자판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대기업에서 익숙했던 경영 관리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보수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 성공한다는 것은 보수적으로 된다는 뜻이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성공했다는 생각이 곧 매너리즘, 보수화, 형식화, 자만심을 낳는 원천이다. 장사에 유익할 리 없다. 장사란 일이 그다지 잘 풀리지 않을 때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잘 풀릴까?’를 철저히 생각하는 것이므로, 성공했다고 여기는 시점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뛰면 뛸수록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다


세상은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보는 듯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말했듯 알고 보면 ‘1승 9패’ 인생이다. 승률로 말하면 1할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이것도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왔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고 본다. 야구에서도 도루 성공률이 높은 팀은 도루를 노리고 뛰는 횟수가 아주 많다. 아웃을 걱정하면 뛸 수 없다. 뛰면 뛸수록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 '맺음말' 중에서


#경제경영 #경영 #경영이야기 #1승9패 #개정판 #유니클로 #야나이다다시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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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 리더십 - 적응하고, 성장하고, 진화하라
이찬.김재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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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로 변환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듯, 우리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전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터에서는 이미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때로는 20대 직원이 50대 임원에게 AI 활용법을 가르치고, 50대 임원은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젊은 세대와 나눕니다. 더 이상 한 방향의 지시와 통제는 통하지 않습니다. ‘나를 따르라’는 외침은 ‘함께 가자’는 초대로 바뀌어야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이찬은 서울대학교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로 레고코리아 인사팀, LG전자 미국법인 인사과를 거치며 현장에서 조직 성과와 리더십 개발을 위한 해법을 연구하고 실천해왔다. 공저자인 김재은은 비즈니스 리더십 코칭 전문기업인 인코칭의 대표이사로 현재 서울대학교 산업인력개발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책은 3부 13장으로 구성되어 관점의 전환, 리더십의 전환, 조직의 전환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닌,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 통찰과 힙리적 도구를 제공한다. 그 중심에 '컨버터블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적극적으로 주변을 읽고, 필요한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어내는 진화된 리더십 패러다임이다. 


관점의 전환(1부)


1부에선 리더로서 구비해야 할 5가지 핵심 사항을 살펴본다. 즉 출발지(지금 여기에서 AI와 함께), 경로 설정(AI와 재설정한 워라밸), 업데이트(AI 학습 민첩성), AI 내비게이션(AI 리터러시와 디지털 내비게이션), AI 집단지성(AI와  협업하는 시너지 효과)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함께 새로운 관점으로 리더십 여정을 시작해보자.


모든 의미 있는 변화와 성장은 나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자기인식에서 시작된다. 팀의 고유한 강점과 발전 영역을 탐구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AI 시대에 나와 우리 팀은 어떤 고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보라. 리더로서 자신과 팀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AI와 함께하는 탁월한 리더십 여정의 첫걸음이다.


(사진, 셀프 체크리스트)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직무 관련 지식의 유효 수명은 평균 5년으로 급격히 단축되었으며, 이는 곧 현재 비즈니스 환경에서 활용되는 지식과 기술의 절반은 향후 5년 내에 모두 쓸모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이 기간은 더욱 짧아질 수 있다. 한 번 습득한 지식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는 심리적 안전감安全感을 바탕으로 한 브레인트러스트 미팅 문화를 만들었다. 이 미팅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직급과 상관없이 프로젝트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중요한 규칙은 단 하나, 사람이 아닌 프로젝트를 비판하는 것이다.


픽사에서 이 시스템은 처음 도입한 것은 영화 <토이 스토리2>였다. 이 영화는 원래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제작 중이었으나 브레인트러스트에서 솔직한 피드백을 받고 거의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졌다. 그런데, 실패를 용인하는 사내 문화가 없었다면 이미 많은 투자가 투입된 프로젝트를 전면 수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진, 성공적 변혁을 위한 계단식 접근)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역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초기 성과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조직이 이 버퍼링 기간을 충분히 지원한다면 탤런트 전환이 궤도에 올라오는 순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성과가 증폭된다. 조직은 단기적 성과 하락을 두려워하지 말고 구성원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이 얼마나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느냐에 따라 디지털 혁신의 성패가 갈린다.

리더십의 전환(2부)


2부에서는 현대 리더가 갖추어야 할 4가지 핵심 리더십 모드를 살펴본다. 즉 컨버터블 리더십(AI 시대에 최적화된 리더십), 드라이브 모드(AI 시대의 직급별 리더십), 플렉서블 리더십(발달단계별 AI 활용 리더십), 얼라인 모드(상황별 리더십 밸런스) 등이다.


AI와 함께하는 미래에서 진정한 리더십의 가치는 변화 속에서도 불변하는 인간적 통찰력과 유연한 적응력의 균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지금 어떤 리더십 모드로 주행하고 있을까? 앞으로의 여정에서 언제, 어떤 모드로 전환해야 할지 함께 살펴보자.


리더십과 팔로어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개발하는 능력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언제 앞장서야 하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를 아는 지혜에서 시작된다. 오늘날의 리더는 상황에 따라 리더와 팔로어 역할을 자유롭게 오가며, 조직의 지능과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사람이다. 리더십과 팔로어십의 균형 있는 전환, 이것이 컨버터블 리더십의 핵심이다.


(사진, 컨버터블이 필요한 이유)


처음 관리자가 되었다면 4인승 승용차에서 12인승 승합차로 차종을 바꾸는 것과 같다. 더 높은 시야, 더 큰 차체, 더 많은 동행자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혼자만의 드라이빙이 아닌, 팀원들과 함께하는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신임 관리자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명료한 의사소통과 합의 도출, 책임 수용이다.

진정한 유연성은 자신을 바꾸는 능력이 아니라, 각 구성원의 배경과 성장 단계를 존중하고,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지혜이다. 관계적 유연성과 성장 단계별 유연성을 모두 갖춘 리더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팀 전체의 성과를 높이는 유연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AI 시대엔 이같은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바로 플렉서블 리더십의 가치인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얼라인은 ‘목표에 정렬한다’는 개념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융합하여 목표에 정렬된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효율적인 접근 방식을 말한다. 조직의 리더라면 상황에 따라 사람, 제도, 문화, 전략 등을 정밀하게 정렬하고, 때로는 대담하게 재정렬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별 리더십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조직의 전환(3부)


3부에서는 이렇게 복잡한 조직의 움직임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지, 4가지 핵심 요소를 통해 살펴보자. 이는 멀티레인(AI 싣대 세대 간 협업 증진), 스마트 트래픽(AI 기반의 협업 체계 구축), 새로운 규칙(AI 시대의 조직 문화 재정의), 모니터링 시스템(지속 가능한 성장) 등을 말한다.


이젠 미래를 향한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설계할 시간이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조직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통합하여, 모든 구성원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당신의 조직은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나아가 AI 시대에 어떤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할까?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조직의 지속 다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열쇠는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멀티레인 조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멀티레인 시너지 전략은 단순한 세대 간 통합을 넘어, 각 세대의 고유한 강점과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실행력과 혁신 역량을 지원하는 전략적 협업 시스템이다. 


나의 경영자 경력을 돌이켜보면 리더십과 권한위임의 관계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권한위임은 단순히 업무를 맡기는 것을 넘어, 구성원들에게 책임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리더십의 핵심 요소이다. 그러나 실제로 권한위임은 조직 내에서 많은 도전을 동반한다. 권한을 위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리더는 자신의 통제력을 잃는 것처럼 느껴져 불안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구성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권한을 부담스럽게 느끼거나 자신이 관심 없는 업무를 맡게 될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이 만든 규칙이 아니라,

우리만의 규칙이다."


AI 시대에는 기술과 인간의 역할이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조직은 AI를 효과적으로 통합하면서도 인간 중심의 가치를 지키는 고유한 규칙과 문화가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남들이 정한 규칙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에 맞는 고유한 문화와 규칙을 정립하는 것이다.

실제로 오래 존속하는 기업들은 조직의 본질적 가치와 철학을 지키면서도, 기존 구성원들의 강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활용하는 데 뛰어나다. 그들은 외부 인재 영입 전에 먼저 내부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단기적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러한 깊이 있는 인재 발굴과 육성을 방해한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개개인의 다양한 특성과 니즈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같은 방식으로 동기부여 받고, 성장하고, 소통하지 않는다. 일부는 도전적 프로젝트에서, 다른 이들은 안정적 환경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구축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의 비전을 수립하고, 10년 후를 내다보는 전략을 세우며, 그 여정에 함께할 구성원들의 다양한 개성과 재능을 존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기 성과와 장기 가치 사이의 균형, 이것이 조직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첫 번째 열쇠인 셈이다.


AI 시대엔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책은 새로운 버전의 리더십을 제시한다. 마치 컨버터블 자동차처럼 지붕을 신속하게 열고 닫듯, 경영자들의 리더십도 상황에 맞는 전환이 요구된다. 강한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릴 때엔 열려있던 차 지붕을 닫고 달리는 그런 여정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를 맞아 리더십에 관해 고민하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영 #리더십 #컨버터블리더십 #이찬 #김재은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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