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한다는 것 - 개정판
이세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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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확실하지 않은 근거로 매 순간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 또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일어나지 않을 것들에 관하여 너무 앞서 걱정한 나머지 해야 할 일을 그르친다거나 엉망으로 망쳐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이 믿거나 꿈꾸던 세상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끝없는 고민과 방황을 하는, 어쩌면 그러한 행동 자체가 영원성과 멀어지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어느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려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작가 이세희는 삶에 특별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세상에 남기기 위해 생각하고 다시 한번 고민하고 글을 적으며, 자신이 상상한 모든 허상들은 말하거나 글로 남기지 않으면 소멸될 뿐인데, 이런 소멸조차 이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덜 이별하기 위하여 세상에 많은 흔적을 남긴다.


이 소설은 2017년 5월 31일에 출간된 바 있는 동명의 소설 <상실한다는 것>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2021년 여름,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 작은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른 아침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한 사람(K)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그는 1인용 목조 침대에 누워 있고, 주위엔 물병과 각종 알약이 널브러져 있는 탁자가 보인다. 눈을 뜬 그는 LED 불빛이 꺼지지 않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10분 동안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부엌의 냉장고 앞에 선 그의 모습이 보인다. 냉장고 문엔 많은 사진들이 부착되어 있다. 오랫동안 시선이 멈춘 폴라로이드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의 젊은 사람은 사격장에서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보호용 선글라스까지 쓴 멋진 청년이었다. 아마도 K의 젊은 시절인 듯했다. 사진 아래엔 '11.11.27, 가장 소중한 친구의 인생 퍼즐 맞추기'라고 적혀 있었다.


시간이 제법 흐른 뒤, 그는 냉장고 문을 열고 보드카 1병을 꺼냈다. 설거지 꺼리가 잔뜩 쌓인 싱크대에서 언러록 잔 하나를 꺼내어 대충 물로 행군 후 보드카와 잔을 양 손에 각각 들고서 거실로 향핶다. 거실엔 그림으로 가득했다. 해석하기 힘든 현대화와 풍경화, 그리고 미술도구들이 넘쳐났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위스키를 병째로 마시던 그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캔버스 유화 작품  한 점을 마구 찢고 바닥에 수차례 내려쳤다. 성에 덜 찼는지 발로 이를 사정없이 밟아댔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한없이 절규하며 울었다. 뜬금없이 면도를 시작했다. 일회용 면도기로 거친 수염을 잘라낸다고 얼굴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지혈을 몇 차례 시도하다 포기하고선 소파로 발걸음을 돌렸다. 소파 쿠션 밑에서 허름한 노트 2권을 꺼냈다. 노트 옆에 미개봉된 위스키 1병, 시가 한 개비, 그리고 권총 한 자루를 올려 놓았다. 노트 1권을 펼쳐서 거기에 기록된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 글을 요약해보면,


1년 간의 뉴욕에서의 증권사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컬럼비아대학 학부 과정과 증권사 재직 동안 단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습득한 지식은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K와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내일 아침이 오면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11.06.28)


(사진, 11.06.30 & 11.07.03)


여행을 끝낸 노트의 주인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기내식이 맛이 없어서 대신에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였다. 읽을 때마다 주인공의 입장을 변하게 만든다. K를 만나면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열차 안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결혼 파국과 아내 살해에 이르는 과정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공항에서부터 집까지 오는 길에 유일하게 노트의 주인을 반긴 사람은 아파트 관리인이었다. 짐을 다 풀기도 전에 K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K는 회사일에 열중이었다. 잠깐 눈을 붙인 뒤 깨어나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외출을 준비했다. 주차장에 세워 둔 머스탱에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서오릉 매표소 앞 자판기 커피를 찾았다. 이곳은 K와의 많은 시간이 있는 장소였다. 휴가를 얻어가면서까지 나온 K와의 만남은 즐거웠다. 종로 거이의 커피숍, 서울시립미술관, 종로 지하의 칵테일바 등을 거치며 함께 지내다보니 K는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날 노트의 기록(11.07.07)은 '그에게 갈채를 보낸다'로 글을 마감하고 있다.


이제부터 '노트의 주인'을 話者로 표현하려 한다. 화자에게 가장 큰 문제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언어와해 현상이었다. 이에 따라 공황장애가 찾아와 불안감과 미새한 발작증상은 갈수록 그 횟수가 늘어갔다.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자는 주치의의 제안도 신뢰가 낮았다. 치료 후 단 한 번의 효과를 얻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신경안정제 처방을 받았지만 여전히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한다. 얕은 잠에서 맴돈다. 이런 환경 덕분에 화자는 우수한 성적과 성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화자는 흠잡을 곳이라고 하나 없는 그런 삶을 지금까지 보냈다. 대다수가 원하는 좋은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며, 가정 형편도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도덕적으로 훌륭하고 철저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그에게 접근하는 이들은 모두 가식적인 사람들이었다.(사진, 47쪽)



다시 미국 증권회사에 복직하기로 결심한 화자는 논문 준비로 만나는 이 교수도 학회 참석으로 지방에 내려감에 따라 별다른 스케줄이 없어서 침대에 누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훑어 넘겼다. 등장인물인 '이반 카라마조프'는 매우 영리하며, 냉정하고, 무신론자로 최고의 이성주의자에 속하므로 그가 가장 따르고 싶은 인물이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이반의 파괴심리를 경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인간의 본질인 셈이다. 본래 판단력을 상실한 인간은 누구나 폭군이 되기 쉽다. 저녁에 술 생각이 나서 외투를 걸쳐 입고 며칠 전 술을 남겨 놓았던 바로 향했다. 술을 마시는 중에 지율(카카오톡으로 우연히 알게 된 여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직접 뜨개질한 목도리를 만들었다고 했으나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미국으로 곧 떠날 사람이므로 추억은 짐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이후 미국으로 떠나기 전 계속 그녀를 밀어냈던 일을 사과할 겸 만남을 가졌다. 그녀와 새벽 늦은 시간에 바에서 술을 마시며 급격히 가까워졌다. 아니 사랑에 빠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섬에 있다. 가끔은 그녀가 오기도 하고, 내가 찾아갈 때도 있다. 세상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녀와 밤새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함께 집을 짓고 사는 이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 개씩 그 집 안에 적어 넣었다. 금세 아침이 찾아왔다. 잠깐 눈을 붙이고 외출했지만 피곤함보다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아쉬워했다.(사진, 88쪽)



1박 2일 여행 일정을 갑자기 연장하기로 했다. 우리는 떨어져 있기 싫어했다. 용기를 내어 우리는 휴대전화를 껐다. 그리고 우리만의 시간을 더 만들어보기로 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눴다.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 사소한 습관들, 서로에 관한 모든 것들을 더 이야기했다. 세상에 우리 둘만의 채널이 있고, 그곳에 살고 있는 느낌은 그 어떤 행복과도 바꿀 수 없다.(사진, 93쪽)



최근 들어 급격하게 달라진 나 자신의 심리 상태나 현실적인 상황을 보면서, 온전한 나 자신만의 자아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곤 했다. 이는 늘 슬픈 일이라 생각하던 감정이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곳을 채우면서 다른 감정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 '12.01.27' 중에서


과연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 엔딩'일까? 달콤하고 마치 꿈속을 걷는 것만 같은 그런 사랑의 구간을 지나면 대체로 권태기라는 악마같은 모습이 등장한다. 남녀 간의 사랑을 해본 경험자들은 이를 익히 안다. 사랑의 구간엔 좋은 면, 어쩌면 처음이자 생소한 것들이 매력과 호감 요소일지 몰라도 서서히 이런 점들이 오히려 싫증을 만들어낸다. 화자에게도 이런 시간이 다가온 모양이다.


'12.02.05와 12.02.08' 기록엔 이렇게 쓰여 있다. 그녀는 요즘 싫증을 많이 내고 있다. 매번 일에 치우처 만나는 우리의 일상도 그리고 안정적인 만남, 현실적인 편안함 그런 것들을 원하는 것 같다. 나에게 짜증을 내려고 했다가도 그러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욱 미안해진다. 내가 작은 말 한마디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이렇게 배려가 깊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자니, 나 자신도 점차 초라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두렵다. 짧아진 말, 퉁명스러운 말투, 낮은 목소리. 그녀가 나에게서 멀어지려 함을 느낀다.


이에 화자는 그녀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 진심을 다해 상대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눈을 계속 피했다. 더 이상 나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화자에게서 받았던 선물 모두를 쇼핑백에 담아 가져왔다. 하지만 이를 거절하고 집으로 향했다. 눈이 제법 쌓인 거리는 기분이 더욱 엿같게 만들었다. 정신과 의사 앞에 다시 앉았다. 며칠 전 얼어붙은 강가까지 걸어간 후 그 앞에 슬리퍼를 던져놓은 채 맥주를 마시며,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었던 그 모습을 죽이고 돌아왔던 얘기를 감추지 못하고 다 털어놓았다. 의사는 약물치료는 더 이상 불가능할 것 같다는 진단과 함께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자는 의견이었다. 아무튼 그녀와 이별한 후로는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이런 지속적인 고통 속에서 화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잊지 않으면 화자의 속은 곪을 수밖에 없을텐데.


그가 요즘 종일 하는 일이라곤 침대에 웅크리고 앉거나 누워있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일기를 쓰거나, 그녀와 주고받은 문자를 처음부터 읽기를 반복한다. 주고받은 편지도 모두 읽어본다. 또 그 당시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선명하게 보여 이를 노트에 기록한다. 이런 행동의 반복은 결국 수면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잊지 않으려고 술을 마시고 침대로 향했다. 꿈속에서라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의 겉표지에 그려진 삽화가 이젠 이해된다.


이런 자식의 모습을 방관할 부모는 없다. 이른 아침부터 방을 따고 들어온 아버지와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 대충 짐을 꾸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산역에 내렸다. 조금 걷다 보니 허름한 모텔이 보였다. 일박에 4만원, 열흘을 묵겠다고 하니까 일시불로 결제하라고 요구해서 번거롭게 현금인출기에 다녀와야 했다. 방은 아주 좁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컴퓨터 1대, 낡은 TV가 있었다. 방 안은 충분히 따뜻했다. 이곳의 장점은 유일하게 그녀만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란 것이다. 누가 '다정多情도 병'이라고 했던가? 화자는 지금 나홀로 사랑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메일을 자주 열어본다. 혹시나 그녀의 연락이 있을까 싶어서.


은행 업무를 위해 며칠 만에 모텔 밖으로 외출했다. 휴대폰 요금도 자동이체를 하지 않아 미납으로 인해 정지된 상태라 이를 모두 정리하고 통장에 남은 돈을 모두 인출한 후 통장과 카드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종종 바깥으로 나갔다. 술과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화자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바로 '술'이다. 그는 지율에게 별자리 이야기를 자주 해주었다. 공터에 앉아 한참이나 맥주를 마시고 그대로 누웠는데 하늘엔 별들이 촘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 공장에서 유리판을 나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전에만 일을 하고 퇴근했다. 이제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점차 이곳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모텔로 귀가하면 몸이 고단한 탓에 수면장애를 겪지 않았다. 하지만 손 떨림과 발목 통증은 여전했다.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다.


하루는 신입자 환영회 겸 회식자리에 참석하고 귀기했더니 동생이 전송한 메일이 있었다. 가족 모두가 걱정하고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안부를 적어달라는 내용이었다. 답장을 하지 않았다. 메일을 읽었음을 알 수 있으니 이걸로 안부를 대신했다. 그녀에게서 온 메일은 없었다. 이젠 조금씩 자신의 마음이 변한 걸 화자도 느낀다. 예전과 달리 주고받았던 것들과 사진을 봐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오산을 떠나 서울로 다시 가기로 했다. 보유중이던 주식과 펀드를 모두 현금화해서 큰 금액은 새로 통장을 개설해 입금했다. 상경한 후 집으로 가지 않고 논현동의 리츠칼튼 호텔에 장기투숙을 등록했다. 거의 음주로 시간을 내다가 하루는 한남동의 리움 미술관으로 갔다. 지율과 처음 만나기로 했던 이곳에서 뭔가 찾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의미 없는 것들에 열광하는 어리석은 멍청이들만 보였을 뿐이었다.


여권 재발급을 위해 종로구청에서 자동 카메라 자판기를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일을 마친 후 빠르게 호텔로 돌아왔다. 이후 공항으로 이동해 여객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인근에 위치한 포시즌 호텔에 체크인한 후 짐을 맡겼다. 관광명소인 크리시필드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막상 금문교가 보이는 곳까지 도착하자 호텔로 돌아가고 싶어 다시 택시 방향을 틀었다. 호텔에서 술을 실컷 마셨다.


한번은 고급 컨버터블을 렌트해서 금문교 방향으로 향해 1번 국도를 진입, 해안도로를 달렸다. 좋은 차와 멋진 경치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 없었다. 그녀가 곁에 없어서 서운함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갑자기 공허함이 강하게 밀려왔다. 단지 생활과 환경의 변화만으로 인간의 가치관이 변해 갈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K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겨두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어느 커피숍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에 메일 알람을 받고 곧장 답변을 한 듯했다. 얼마 전 한국으로 귀국해서 다시 직장 생활 중이라며 들려줄 얘기가 많아서 만날 시간을 조율하자는 내용이었다. 투숙 기간이 며칠 남아있지만 곧장 짐을 꾸렸다.


카지노를 즐기려고 라스베이거스 메인스트릿 호텔을 잡았다. 체크인까지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파들이 뭄볐다. 결국 메인스트릿에서 조금 벗어난 포시즌 호텔로 이동했다. 가장 넓은 스위트룸울 장기간 사용하기로 계약했다. 체크인을 하면서 각종 고급 샴페인을 주문해 이를 보조 욕실의 욕조에 얼음과 함께 가득 담아두었다. 당분간 카지노를 즐겨볼 생각이다. 평소 그는 절제의 삶을 살아왔는데,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상태로 도박에 빠지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해졌다.


지속된 게임의 패배로 인해 무언가를 잃게 되는 것에 대해 더욱 무감각해져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엔 사랑을 잃고, 삶을 잃고, 결국 돈까지 잃게 되는 이러한 방식은 대체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도박의 모습이리라. 하지만 그가 증명하고 싶은 것은 그 마음의 진정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즉 나만의 방식으로 상대방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재미였다.


친애하는 나의 벗, K에게


K, 부탁이 있어. 그동안 내 삶을 기럭한 이 이야기들을 네가 읽어주었으면 해. 그리고 이 더러운 세상에, 이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진심이라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만을 간직한 채 살아가려는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사람이 잠시 이 세상에 다녀갔다고.(2013.1.25)



이 소설의 결말은 '새드 엔딩'이다. K는 노트 옆에 놓아둔 권총을 오른손으로 잡더니 자신의 머리 우측으로 조준했다.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하지만 그는 이성을 되찾았고, 권총을 다시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그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작아졌다.


#한국소설일반 #한국소설일반추천 #책추천 #상실한다는것 #이세희 #지식과감성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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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세 기적의 미술 놀이 - 아이의 두뇌 발달 초간단 놀이 가이드 95
우예림(헤이오아이)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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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가 그림을 더 잘 그리거나 작품을 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의 시간을 조금 다정하고 즐겁게, 그리고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닐을 깔고 물감을 준비하는 순간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그 순간부터 미술 놀이는 이미 시작됩니다. 그 시간은 아이만 자라는 시간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도 함께 자라는 시간이겠지요.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나는 때가 아닐까요? -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 우예림은 그림책 작가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일상의 순간을 따뜻하게 기록하는 작업ㅇㄹ 이어가고 있다. 현재 '헤이오아이'와 '헤이리틀씨'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부모의 시간을 다정하게 연결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총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일상에 톡톡! 미술 놀이 시작하기(1장), 바브다, 바빠! 등하원 시간 똑똑한 놀이(2장), 냠냠! 식탁 위 맛있는 미술 놀이(3장), 풍덩! 쿨속에서 시작되는 신나는 놀이(4장), 쓱싹쓱싹! 예술이 되는 우리 집 가꾸기(5장), 작은 도구들이 톡톡! 더욱 신나고 즐거운 미술 놀이(6장), 방울방울 색이 번지는 풍성한 미술 놀이(7장) 등을 통해 내 아이의 미술 놀이에 도움을 준다.


미술 놀이 시작하기


미술 놀이는 아이의 세계에 발맞춰 함께 즐기는 시간이다. 아이가 선을 하나 그으면 우리는 "이 선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바다일까?"라고 아이에게 묻는 것처럼 이때부터 미술 놀이는 그림 그리기를 넘어 이야기가 담긴 놀이가 된다. 삐뚤빼뚤한 선이 기찻길이 되고, 작은 점이 개미가 되고, 손바닥 자국이 커다란 나무가 된다.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미술 놀이는 뭔가 성취하려는 과제가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놀이가 아니라 함께 웃고 바라보며 눈앞의 순간을 조금 더 다정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즐기는 것이다. 하루 10분,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함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유아기는 탐색과 경험을 통해 아이의 두뇌가 발달하는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많은 부모들이 이 시기에 언어 능력 등 인지 발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다양한 놀이를 통해 감각과 정서 발달이 먼저 이루어져야 창의력과 사고력도 발달한다. 아이가 똥만 그릴지라도 온 가족이 이를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때 미술 놀이는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그림 그리기를 아이가 싫어한다면 너무 채근하지 않는게 좋다. 아이는 아직 준비 중일지도 모른다. 즉 그림을 싫어하는 것아 아니라 아직 손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서, 또는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서 멈춰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른들의 시각엔 너무 쉬운 일도 아이에겐 아주 큰 도전일 수도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림 그리기 대신에 길 위에 물로 그림을 그려보자

붓 대신에 스펀지, 펜 대신에 물, 손 대신에 발을 이용해보자

바라보는 시간도 놀이이다. 미완성이라도 괜찮다

엄마가 자동차 몸체를, 아이가 동그라미를 더해 바퀴를 만들 수 있다


똑똑한 놀이, 맛있는 놀이, 신나는 놀이


매일 걷는 등하원 길이 똑같아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반짝이는 모험이다. 그 속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싹을 틔운다. 나뭇잎 하나, 구름 한 조각, 지나가는 강아지까지 비록 사소해 보일지라도 아이에겐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발견이 된다. 이런 발견은 아이의 관찰력, 사고력, 자연 친화적 감각을 키워준다.(사진)



매일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들도 훌륭한 놀이 재료가 될 수 있다. 갓 구운 빵, 알록달록한 과일, 따뜻한 밥알, 바삭한 뻥튀기까지 정말 다양한 재료가 등장한다. 음식으로 하는 미술 놀이는 아이의 일상에 창의적이고 유쾌한 상상을 더한다. 작은 토마토 하나가 빨갛고 동그란 공이 되고, 길쭉한 국수는 식탁 위에 떨어지는 비雨가 된다.(사진)



목욕시간은 부모와 아이 모두 부담 없이 미술 놀이를 즐길 수 잇는 좋은 순간이다. 비누 거품, 물방울, 욕조 안의 작은 장난감까지 훌륭한 미술 재료가 된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은 욕조 안을 자유롭게 그리는 마법의 붓이 된다. 목욕 놀이는 아이가 물과 친해지는 소중한 경험이자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순간이다.(사진)



집 가꾸기 미술 놀이, 도구를 활용한 미술 놀이


청소와 정리도 미술 놀이가 될 수 있다. 작은 빗자루로 먼지를 쓸며 겨울 눈을 상상하거나, 블록을 정리함에 담아 무지개를 만든다. 이 대목엔선 아이의 손을 집 안을 가꾸는 예술가의 손으로 바라보는 것이 포인트이다. 작은 도구들이 더해지면 놀이의 표현력이 훨씬 풍성해지고, 아이의 창의력도 한층 자란다.



색이 번지는 풍성한 미술 놀이


물감과 크레파스의 다채로운 색깔이 미술 놀이에 더해지면 평범해 보이던 그림 한 장이 작품으로 바뀐다. 색이 서로 만나 섞이고, 번지고.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미술 놀이에 익숙해졌다면 물감, 크레파스, 사인펜, 색연필 등이 아이에게 톡톡 튀는 색의 세계를 탐험하도록 만들어 준다.(사진)



미술 놀이, 아이의 손끝과 부모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괜찮다. 오늘 하루, 아이와 잠시라도 눈을 맞추고 함께 웃었다면 이걸로 충분하다. 미술 놀이의 작은 순간들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 깊이 남아서 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아이가 성장해 스스로를 믿고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선택하는 힘이 된다.


#영유아육아 #영유아교육 #미술놀이 #기적의미술놀이 #우예림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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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프트 - AI시대 한국 언론, 생존을 넘어 압도하라
장성혁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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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신문 산업의 위기"를 들어왔다. "종이 신문의 종말"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진부해서 하품조차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종이Paper라는 매체의 소멸이 아니다. '영향력'의 소멸이다. 마부가 운전사로 바뀌는 것은 산업의 변화일 뿐이지만, 운송 수단이 멈춰 서는 것은 죽음이다. 지금 한국 언론은 멈춰 서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장성혁은 미디어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체험해 온 현장형 전략가로 이런 실무나 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매일신문사> 미래전략실에서 언론사의 10년 후 비전과 생존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광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영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외래교수를 거쳐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교수로 활동 중이다.


총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콘텐츠 혁명:텍스트를 넘어 경험으로(파트1), 플랫폼 독립:내 땅에 집을 짓는 법(파트2), 소통의 전환:독자는 계몽의 대상이 아니다(파트3), 부의 미래:광고 없는 언론사(파트4), 조직과 사람:혁신을 지속하는 힘(파트5) 등을 통해 지금 한국 언론이 당장 실행해야 할 구체적인 생존 매뉴얼을 담았다.


콘텐츠 혁명


과거 종이 신문 시절의 단독 보도는 힘이 셌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의 특종은 저녁 뉴스에 나올 때까지 반나절, 길게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슈를 독점했다. 독자들은 그 뉴스를 보기 위해 가판대로 달려가거나 구독 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초연결 사회다. 포털 사이트에 '[단독]'이란 타이틀을 달고 기사가 송고되는 순간, 그 기사의 독점적 수명은 5분을 넘기지 못한다.(사진)



송고버튼을 누르자마자 순식간에 많은 매체들이 소위 '우라까이(베껴쓰기)'를 통해 팩트는 순식간에 복제되고, 포털의 알고리즘은 원본 기사의 깊이보다 최신성最新性을 우대한다. 거대한 취재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발굴한 팩트가 디지털 생태계에선 순식간에 공짜 공공재公共財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달라진 시장의 법칙이다. 지금 뉴스룸이 집중해야 할 곳은 팩트 그 자체가 아니라, 팩트와 팩트 사이의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미디어의 경쟁력의 최우선 과제로 '기사 형식의 파괴'를 꼽았다. 이는 천편일률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체, 육하원칙에 갇힌 건조한 문장의 종말을 의미한다. AI는 '게으른 기자'를 대체할 뿐이다. 이제 기자는 '정보의 전달자'에서 '의미의 해석자'로 진화해야 한다. 편집국 내의 칸막이를 부수고 코딩하는 기자, 디자이너, 영상 기획 PD 등이 글쓰는 기자와 한 팀이 되어 '팔리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론칭한 팟캐스트 '더 데일리'(2017년)가 종이 신문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보였다. AI시대의 미디어 전략에서 '오디오'는 선택 아닌 필수로 귀를 위한 콘텐츠는 '기회의 땅'이다.(사진, 레드 오션 vs 블루 오션)



"이 기사는 AI가 읽어드립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론사 웹사이트의 '듣기' 버튼을 누르면 영혼 없는 기계음이 마치 국어책 읽듯 기사를 낭독했다. 어색한 억양과 틀리게 읽기는 독자들의 손가락을 종료 버튼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생성형 AI 기술은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뉴럴 보이스' 기술은 실제 아나운서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독자의 일상에 침투하라('타임 쉐어' 전략)

오디오 저널리즘의 핵심은 콘텐츠가 아니라 '루틴'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 이유로는 첫째 오디오 광고는 건너뛰기가 어려워 청취 집중도가 높아서 광고 단가의 재발견이 기능하고 둘째 '멤버십 앵커'로서 구독자 유지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매체와 구독자 간에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사진, 54쪽)


플랫폼 독립


남의 땅에 지은 집은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다. 집주인이 "방 빼"라고 요구하면 바로 나가야 한다. 이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이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신문사는 포털이라는 지주에게 소작료를 바치며 살아온 '디지털 소작농'이었다. 이젠 독립을 선언해야 할 때다. 단순한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외부 환경이 급변한 탓이다.(사진, 소작농 vs 지주)



예를 들어 AI챗봇에게 "이번 부동산 대책 핵심을 요약해 줘"라고 하면, AI가 수십 개의 기사를 학습한 후, 단 3줄 정도로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그렇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언론사 링크를 누르지 않는다. 바로 '제로 클릭'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내 신문사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모른다. 20대 대학생인지, 50대 은퇴자인지, 40대 직장인인지, 60대 이상 고령자인지를 말이다. 고객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기업이 도대체 뭘 마케팅하고 상품을 팔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격이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이 자체 수익 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근본 원인이다.(사진, 깔때기 설계)



부의 미래


지금껏 한국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했다. 기사를 많이 써서 트래픽을 올려 배너 광고 수익을 올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트래픽은 돈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광고주의 눈치를 보느라 비판의 칼날은 무디어졌다. 클릭 수에 비례하는 네트워크 광고 수익을 얻으려고 낚시성 제목 장사에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떠났고, 브랜드는 망가졌다. 인정해야 한다. 독자의 시선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광고 수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정책은 이미 그 수명을 다했다. 


"누가 돈을 내고 뉴스를 봐?"


그렇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뉴스는 미끼 상품 정도일 뿐, 실제로 구독자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에 더 눈길을 준다. 경제지는 주식 투자 데이터 서비스나 기업 분석 리포트를 묶어서 제공하고, 종합지는 자녀 교육 콘텐츠/인문학 강좌/프리미엄 뉴스레터 등을 번들로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실질적 이득을 주는 서비스와 뉴스를 묶을 때, 비로소 지갑이 열린다. 이에 저자는 언론사의 '업業의 정의'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즉 뉴스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회사로 말이다.(사진, 라이프스타일 번들)



저널리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쇄기가 발명되고, 라디오와 TV가 등장하고, 인터넷이 출현하자 그때마다 사람들은 저널리즘은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은 죽지 않았다. 단지 그릇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AI가 급속도로 기사를 쏟아내는 세상일지라도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 당장 변화를 시작하라. 포털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고 당당한 주인이 되려면.


#경제경영 #미디어산업 #경영전략 #미디어시프트 #AI시대의언론 #장성혁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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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조선사 - 500년 역사가 단숨에 읽히는 지식의 본질만을 압축하다, 초압축 시리즈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유정호 옮김 / 믹스커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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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500년을 하나의 살아 있는 세계로, 그리고 큰 흐름으로 정리해 살펴보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초압축'을 지향하지만 압축한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훑고 지나가겠다는 긋은 아닙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꼭 알아야 할 핵심 중심으로 재구성해 짧은 시간 안에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는 한국사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역사 크리에이터로 누적 조회수 5,500만의 유튜브 채널(로빈의 역사 기록)을 운영하며 47만 명의 역사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잠깐 외웠다가 금세 잊는 역사가 아니라 '왜 그런일이 일어났는가'를 함께 생각하는 역사,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역사를 전하고자 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은 '조선의 역사'(1부)에선 조선의 건국에서부터 세도 정칭와 백성의 고통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이야기를 다루고,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2부)에선 중앙 정치조직과 지방 행정조직에서부터 서민 문화의 발달에 이르기까지를 다룬다.


조선의 건국


요동 정벌에 나섰던 말머리를 개경으로 되돌린 이성계는 최영을 제거하고 군사적 실권을 장악해 본격적인 국가 개혁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한 이성계 세력은 우왕을 폐위(1388년)하고 그의 아들 창왕을 즉위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1389년, ‘우왕과 창왕은 왕씨가 아닌 신돈의 자손이다’라는 이른바 폐가입진廢假立眞의 논리를 내세워 창왕마저 폐위했다. 이어 왕실 종친인 공양왕을 옹립함으로써 정계 개편과 개혁을 본격화함으로써 조선 건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태조 이성계는 1393년 고조선을 계승한다는 의미의 국호 '조선'을 명나라로부터 확정받아 반포하고, 1394년 개경에서 한양으로 나라의 수도를 천도했다. 이어서 경복궁을 비롯 종묘와 사직을 건설하고, 이를 유교적 통치 이념에 따라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왕조의 면모를 갖추었다.


연산군의 폐위


연산군의 폭정에 반발한 훈구 세력은 군사를 일으켜 연산군을 폐위(1506년)하고 중종을 옹립했다. 이를 '중종반정'이라 한다. 그러나 중종반정에서 공을 세운 훈구 세력이 정국을 주도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자, 중종은 이들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조광조를 비롯한 유능한 사림 세력을 대거 등용했다.

그런데, 조광조의 급진적인 개혁은 기존 기득권인 훈구 세력을 위협함에 따라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훈구 세력은 '주초위왕走肖爲王'(趙씨가 왕이 된다)이란 음모를 만들어 중종의 의심을 자극, 이를 계기로 반역 세력을 모두 퇴출시키는 역사적인 사화(기묘사화)가 발생했다.

붕당 정치

사림士林이란 쉽게 말해 선비 세력을 말한다. 선조 때 이조 전랑 임명 문제로 사림들 간에 갈등이 발생했다. 고작 정5품 벼슬인 이조 전랑을 자기 편 사람으로 세우려 했던 이유는 이조 전랑이 당하관 천거, 삼사 관리의 임명 등 막대한 인사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서인과 동인은 서로 세력을 키워나갔다. 이후 동인은 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분화되었다.(사진, 붕당 정치 흐름도)


초기엔 동인의 세력이 우세했으나 임진왜란 시절(광해군)엔 의병장을 다수 배출한 북인이 정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광해군과 함께 전후 복구 사업과 제도 개편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북인과 광해군은 서인이 주도한 인조반정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현종 때에 이르러 자의대비의 복상 문제를 둘러싸고 두 차례의 예송禮訟이 발생하면서 붕당 간의 대립이 한층 심화되었다. 예송이란 효종과 효종비가 사망했을 때, 계모인 자의대비가 상복을 몇 년간 입어야 하는지를 두고 서인과 남인이 1659년과 1674년, 두 차례에 걸쳐 벌인 의례 논쟁을 말한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국왕의 지위와 예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서인과 남인의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송시열 중심의 서인은 효종의 신분이 소현세자의 차남으로 '적장자'가 아님을 문제 삼았다. <주자가례>에 근거해 왕실과 사대부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함을 주장한 반면, 남인은 왕의 예법은 사대부와 일반 백성의 예법과 같을 수 없으므로 최고의 예우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신분제의 동요

숙종 때의 환국 정치와 이후 붕당 정치의 변질은 관직 진출을 둘러싼 경쟁을 심화시켜 양반 수의 증가와 내부 분화를 촉진했다. 더 나아가 19세기 세도 정치 시기에는 관직과 신분이 매매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신분 질서가 흔들리고 양반층 내부에서 권력과 경제력을 기준으로 한 계층 분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조선 후기 신분제가 점차 동요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정치 권력을 잡아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권반, 중앙 정치에서 밀려나 지방 사회에서 제한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향반, 몰락한 양반으로 생활 기반을 상실한 잔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반 계층이 존재했다. 향반 중 일부와 잔반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해 자영농이나 소작농으로 농사를 짓거나, 상업과 수공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실학의 등장

조선 후기의 사회는 기존의 성리학 중심 사상만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드어났다. 이에 따라 실용적 지식과 경험적 연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졌다. 일부 지식인은 성리학적 태도에서 벗어나 현실적 문제를 직접 탐구하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학문인 '실학'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용은 통치의 근본 목적이 백성을 위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통치와 행정,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수령이 지켜야 할 도덕적·행정적 지침과 통치 원칙을 정리한 <목민심서>, 국가 제도 전반의 개혁안을 제시한 <경세유표>, 형벌과 재판의 원칙을 다룬 <흠흠신서> 등 500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


#역사 #조선사 #초압축조선사 #로빈의역사기록 #유정호감수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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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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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사회운동은 단 한 사람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중략) 가정에서 일에서 인간관계에서, 집과 일터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학부모 회의에서, 우리 모두는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날마다 마주한다.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에 따라 우리 자신의 삶만 바뀌는 게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수니타 사는 미국 코넬대학교 SC존슨경영대학 교수로 조직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영향력, 권위, 순응과 저항애 대한 획기적인 연구를 주도한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런던경영대학원 MBA를 거쳐 카네기멜런대학교 테퍼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심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에서 저자는 당신의 '네'는 진정한 '네'가 아니다(1부), 진정한 '아니요'를 선택한다는 것(2부), 누구나 나만의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다(3부) 등을 통해 저항이란 개념을 단순한 반항 행위가 아닌, 개개인의 성장과 사회 변화를 위한 필수 도구로서 새롭게 조명한다.

'네'라는 대답의 의미와 '아니요'라는 대답의 의미, 그리고 두 가지 대답 중에서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그 결정적인 순간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순응하도록 타고났다

순종과 선善함을 동일시하는 도덕적 공식이 늘 당혹스러웠던 저자,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임에도 이 공식을 의심하고 거스르며 살아왔다. 어릴 적부터 복종하는 법에 관해서라면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말이다.

순종 = 착한 것
저항 = 나쁜 것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복종하라고 배운다. 처음 일상에서 마주하는 권위자는 주로 부모로 우리를 돌보고 생존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후 등장한 교사들은 읽기와 간단한 셈 외에 가만히 앉아 있기, 손 들기 등 교실에서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도 가르친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친구들이 하는 방식대로 따라야 한다. 이 압박도 상당하다. 이런 초기 훈련은 심리적, 사회적, 심지어 신경학적으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긴장감에 귀 기울이라

긴장은 종종 의구심의 형태로 나타난다. 어쩌면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에서 피험자被驗者들이 느꼈던 것도 의구심일지 모른다. 아마도 이렇게 자문했을 것이다.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 안전하긴 할까? 내가 정말 이걸 해야 하나? 등등. 긴장은 불안으로도 드러날 수 있다. 밀그램은 이를 직접 목격했다.

의구심과 불안이란 일반적인 증상은 저항에 저항하려는, 우리 깊숙이에 내재한 긴장감에서 비롯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복종하라고 배우는 우리는 선택지에 저항이 있을 때 그것에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요청받은 것과 실제로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옳다고 배운 것과 옳다고 아는 것 사이에서 긴장을 느낀다. 

어떤 상황에 대해 의구심이 들 때 우리는 쉽게 권위적인 확신을 따르려 한다. 긴장감을 억눌러 갈등을 피하고 삶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 조롱이나 판단을 회피한다. 단지 예의를 지키기 위해,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소란을 피우지 않기 위해 상황에 순응한다. 타인들도 이미 이를 잘 알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예를 들어, 직장 회의에서 다른 모든 사람이 하는 대로 새 예산안을 승인하는 투표를 할 때 비록 확신은 없어도 이렇게 생각한다. 다들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게 맞겠지. 또 술집에서 나온 뒤 다른 이들과 함께 차에 올라탄다. 비록 운전자가 술을 두어 잔 마셨지만 '괜찮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우리는 저항 여부를 결정할 때 활용해야 할 가장 강력한 두뇌의 도구 중 하나인 긴장을 간과한다.


진정한 '네'를 말해야 할 때
 


한번은 저자가 동료로부터 '순종하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다고 느낄 때면 ‘악어의 미소’를 짓는다'는 말을 들었다.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 미소를 짓는 게 반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들의 모든 미소가 진짜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진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사회적으로 높은 권력자들(사회적 권한 및 지위가 높거나 주류 정체성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이 웃고 싶으면 웃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반면, 낮은 권력자들(사회적 지위가 낮고, 권력이 약하며, 소외된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기분이 어떻든 웃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자주 느낀다.

억지웃음인 '악어의 미소'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며, 특히 여성들은 상대를 회유하는 신호로써 이를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이 미소는 오랜 세월 동안 당연시되어 온 순종과 동의의 산물이다. 진짜 동의를 의미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겐 그렇게 해석되곤 한다. 우리는 '위협하지 않아요, 당신의 규칙을 따르겠습니다, 양보할게요, 순순히 따를 거예요' 등을 말하는 대신 악어의 미소를 짓는다.


저항은 성격이 아니라 연습이다


저항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며 또한 일관된 정체성이 아니라는 것. 어제 저항적이어도 오늘은 순응적일 수 있다. 저항은 하나의 행동이며 상황에 따라 가변적可變的이다. 타고나길 ‘선한’ 혹은 ‘악한’ 사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이 존재하듯, 세상에는 완전히 저항적인 사람도 완전히 순응적인 사람도 없다. 순응에서 저항으로의 움직임은 언제나 진행 중이다. 

그러나 타인에게서나 우리 자신에게서 목격하는 이러한 저항의 순간들은 우리의 핵심적인 자아 인식을 바꿀 힘이 있다.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며, 무엇이 가능하다고 인식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도 형성한다.


부당한 상황에 매번 저항할 필요 없다


진정한 '아니요'는 자주 뉴스에 오르내린다. 넬슨 만델라가 대중을 이끌고 요하네스버그를 행진하며 흑인을 차별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통행금지를 어겼을 때, 마하트마 간디가 수천 명을 이끌고 영국의 소금세에 항의하며 아라비아해 바닷가로 향했을 때, 로자 파크스가 짐 크로 법의 '분리하되 평등'이라는 법제에 맞서 자리 양보를 거부했을 때처럼.

모든 저항 행동 앞에 수십 번, 수백 번, 어쩌면 수천 번의 의식적 순응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들은 저항이 위축된 것이 아니라 잠시 유예된 것이었다.

만델라는 얼마나 많은 날들 동안 통금 한 시간 전에 문을 닫고 다음 날 아침까지 열지 않았을까? 
간디의 지지자들은 해안에서 약간의 소금을 손에 쥐기 전에 몇 번이나 어쩔 수 없이 소금세를 지불했을까? 로자 파크스는 1955년 몽고메리에서 자리 양보를 거부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 동안 분리 법규에 순응하며 살았을까?

평범한 사람들은 언젠가 순응하지 않을 날을 계획하며 매일 의식적으로 순응한다. 인종차별적인 농담 앞에서 삼켜버린 반박이나, 성차별적 발언이 나온 회의실 테이블 아래 아무도 보지 못한 채 꽉 쥔 주먹일 수 있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꾹 다문 입술과 평온해 보이는 악어의 미소 이면엔 때를 기다리며 준비 중인 진정한 ‘아니요’가 버티고 있다.

이건 내가 아니야

행동은 말보다 목소리가 크다. 특히 그 행동이 반복된다면 말이다. 또다시 부패를 모른 척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마침내 회사를 떠나기로 한 보조금 담당자 세라도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 '
이건 내가 아니야.' 이 깨달음 이후 그녀는 사표를 냈다.

지난 몇 년간 저자가 저항에 관해 인터뷰했던 수많은 사람은 비슷한 표현을 떠올리곤 했다. 그들은 자신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일에 마지못해 따르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할 때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내가 아니야.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이러한 내면의 독백은 근본적으로는 인지부조화의 순간에 드러나는, 그러니까 충돌하는 두 신념의 불일치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다. 스스로 규명한 가치관에 따라 당신이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와 실제 행동이 반영하는 가치관이 부딪치는 것이다. 이 상반된 신념들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는 압박을 만들어낸다. '
지금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더 나다운 사람이 되기만 하면 된다

다시 말해 다양한 목소리들이 저마다의 진정한 ‘아니요’를 부르는 합창이다. 어떤 목소리는 크고 우렁차고 어떤 목소리는 작고 조용하다. 이 목소리들이 항상 조화를 이루는 것도 아니고 같은 악보에 따라 부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모두들 고유한 방식으로 하나의 저항 찬가에서 중요한 파트를 맡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저항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수단일 뿐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자아에 도달하게 해주는 여정이기도 하다.


저항은 우리의 가정, 일터, 지역사회 그리고 그 너머의 세상을 변화시킨다. 하지만 저항이 주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더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게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과감하게 저항하라

저항이 필요한 상황은 나날이 반복된다. 그러나 매번 같은 결말로 끝나야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그런 피할 수 없는 상황들에 대비할 수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상황을 판단하며, 책임을 받아들이고, 준비와 연습을 통해 능력을 키워가면, 자동 반응의 회로가 다시금 배선되어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행동도 할 수 있다.


#인문 #교양심리학 #저항은어떻게삶을변화시키는가 #수니타사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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