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왜 실패하는가 - 글로벌 기업들의 25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살펴본 메타 착각
박종성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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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전 부검이라는 도구를 여러분의 계획에 체계적으로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안내서다. 실패를 유발한 다섯 가지 거대한 '메타 착각'을 하나씩 해부하며, 실제 사레를 통해 착각의 발생 경위와 본질을 파고든다. - '프롤로그' 중에



책의 저자 박종성은 LG그룹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15년간 조선, 철강, 해운, 항만, 전자, 화학, 배터리 섹터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고객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현재 AI, 양자, 로봇 등 미래 '게임 체인저' 산업의 기술 근간이 되는 '수학적최적화'분야에서 컨설팅팀을 이끌고 있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 대신, "이미 실패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라고 질문의 방향을 트는 것이 사전 부검의 핵심이다. 이 작은 전환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완전히 바꾼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전향적 회상'이라고 부른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설명'하라고 하면, 훨씬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탐정이 된다. 

햄트램크 공장의 악몽

1986년에 자동화 설비가 본격 가동되자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조립 라인에서 첫 주부터 심각한 문제가 속출했다. 당초 목표는 분당 6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었지만 ‘첫 주’에 고작 60대를 생산했고, 그나마 최종 검사 합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기록은 당시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최첨단 로봇 팔은 용접점을 제대로 찾지 못해 엉뚱한 곳에 불꽃을 튀기거나, 차체를 ‘찢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자동 도장 시스템의 스프레이 노즐은 수시로 고장 났고, 자동차가 아닌 주변 다른 로봇이나 설비에 페인트를 분무하는 황당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로봇들이 서로의 몸체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용접 불꽃을 엉뚱한 곳에 튀기고, 유리창을 깨뜨린 일화들은 당시 GM 자동화 실패의 상징처럼 회자되었다.

16시간 만에 막을 내린 광기

2016년 3월 23일, AI 챗봇 테이는 "안녕하세요, 여러분"이라는 트윗과 함께 세상에 첫인사를 건넸다. 18세에서 24세 사이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들어진 이 인공지능은 최신 유행어, 이모티콘, 코미디언들의 유머 감각까지 학습한, 재치가 넘치고 발랄한 10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는 MS가 꿈꾸었던 미래가 곧 도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선사했다.   

하지만 테이가 뛰놀던 트위터라는 운동장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시스템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파멸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트롤(Troll)’이라는 사용자 집단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익명 게시판인 포챈(4chan)과 에이트챈(8chan) 등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테이를 조직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테이의 치명적 약점을 금세 간파했다. 

즉 특정 표현이 반복 입력되면 이를 '인기 있거나 보편적인 문장'으로 인식하고 모방하는 특성을 가졌던 것이다. 이런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 익명의 트롤들은 MS 엔지니어들보다 테이가 처할 사회적 환경과 AI 학습 메카니즘에 미칠 영향을 더 정확하게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약점을 간파당한 순간부터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트롤들로 인해 테이의 시간은 악몽으로 변해갔다. 

미국 EHR 시스템의 실패

2009년 2월,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던 미국 대통령 오바하는 거대한 경기부양책에 서명했다. 이안에 작지만 야심찬 계획 하나가 숨어 있었다. 바로 'HITECH 법안'으로, 전자건강기록EHR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려 했다.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 300억 달러짜리 처방전의 결과는 어땠을까? 출발 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미국의 진료실 풍경은 악몽과도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의사들은 환자와 마주하고 대화하는 대신 모니터 화면을 보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EHR은 진료실에 난입한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사진, 비교표) 

그렇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의료 행위의 가장 본질적인 과정을 왜곡했다. 진료실은 환자의 고통을 나누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거대 솔루션 기업이 미리 짜놓은 데이터 입력 구조와 보험 회사의 지불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작업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환자와의 교감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정형화된 데이터 입력에 자리를 내주었다. 현장의 살아 있는 목소리는 무시되었고,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채우는 작은 톱니바퀴로 전락했다.

자동화, 기술 만능주의라는 인지적 함정

왜 현명한 리더들조차 같은 실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 답은 인간의 뇌 속에 각인된 '인지적 편향' 때문이다. 기술은 단지 인간의 이같은 심리적 취약점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확성기'일 뿐이다. 가장 치명적인 함정은 바로 '기술 만능주의'다. 복잡한 난제를 단순한 기술적 문제로 환원하고, 새로운 기술의 도입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맹신하는 경향이다.

GM에 '일본과의 경쟁'이라는 거대한 과제는 고작 '로봇의 부재不在'로, 오카도에 '치솟는 인건비와 사람의 실수'라는 숙제는 '로봇 군단'으로 단순 치환되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격언처럼, 그들은 기술이라는 망치에 갇혀버린 것이다. 문제의 본질인 낙후된 프로세스, 경직된 조직 문화, 그리고 인간의 적응력 같은 근본 요소들은 철저히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말았다.

오카도 화재 당시, 요란한 경보음 속에서도 1시간이나 지연된 신고를 '설마 이 완벽한 시스템에 오류가 있을까?’ 하는 안일한 믿음, 즉 자동화 편향이 작동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시스템에 대한 과잉 신뢰가 인간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야생적인 위기 대응 감각을 거세해버린 것이다. 

기술 만능주의가 거대한 환상을 잉태하고, 확증 편향이 그 환상을 맹목적 신념으로 굳히며, 마침내 자동화 편향이 그 믿음을 파국으로 현실화하는 악순환의 고리. 이 보이지 않는 심리적 메커니즘이야말로, 잿더미가 된 자동화 왕국을 설계한 진짜 건축가였다.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 배제가 아니다. 인간의 판단력을 시스템의 핵심에 심어, 어떤 위기에서도 회복 가능한 ‘최후 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오카도의 화재는 자동화 만능주의에 대한 경종이었다. 이는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자동화’로 전환하라는 시대적 요구였다. 결국 어둠을 밝히는 유일 한 등불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멈춰버린 미래의 바퀴

2001년 12월 3일, 발명가 딘 케이먼은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를 통해 세그웨이 HT의 실체를 공개했다. 두 개의 바퀴 위에 선 사람이 몸을 살짝 기울이는 것만으로 미끄러져 나아가는 모습은 마치 마법처럼 보였다.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걷는다는 행위 자체를 재정의하고, 인간의 이동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약속이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세그웨이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즉 휠체어 사용자에게 ‘계단을 오르는 것’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거대한 장벽이지만, 두 다리가 건강한 사람에게 ‘조금 더 빨리 걷는 것’은 그저 약간의 편리함이 더해지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발 팀은 자신들이 만든 기술의 우수성에 매료되어 사용자의 진짜 필요를 간과하는 ‘혁신가의 근시안’에 빠지고 말았다.

세그웨이의 몰락은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 ‘맥락의 부재’ 탓이었다. 보행자에게는 위협적이고 차량 흐름에는 방해가 된 이 기계는, 인도와 차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도시 생태계의 이방인이 되었다. 제품은 복잡한 현실의 제약 속에 놓인다. 따라서 혁신은 기능적 우수성을 넘어 기존 인프라 및 제도와의 조화를 이룰 때 완성된다. 제품만이 아니라 그것이 생존할 환경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구글 글라스'도 기술적 우아함에 매몰되어 사회적 수용성이란 본질을 간과한 실패 사례다.

런던의 구급차는 왜 멈췄는가? 

런던의 응급의료 체계를 구원할 LASCAD는 '디지털 영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가동한지 몇 시간 만에 조직 전체를 마비시키는 재앙의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 어떤 긴급 호출은 시스템에서 증발해버렸고, 또 다른 호출은 중복 접수되어 경미한 사고 현장에 구급차 여러 대가 몰려가는, 웃지 못할 비극적인 촌극이 연출되었다. 

거리의 구급대원들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들의 모바일 데이터 단말기(MDT)는 침묵하거나, 이미 다른 구급차가 도착한 현장으로 뒤늦게 가라는 엉뚱한 지시만 내렸다. 한 뇌졸중 환자는 신고 후 11시간을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병원을 찾아갔다. 또 다른 구급대는 현장에 도착해서야 환자가 이미 사망해 장의사가 이송해갔다는 참담한 사실을 마주했다. 

이날 하루, 그리고 다음 날까지 이어진 36시간의 아비규환 속에서 런던의 응급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했다. 언론과 공식 보고서는 이 시스템의 실패로 최소 20명에서 30명의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오히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참담한 현실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완벽한 시스템'을 탄생시킨 결절적 배경, 즉 리더십이 빚어낸 '착시 현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이 참사가 벌어지기 전, LAS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응급 의료 조직이라는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그 내부는 심각한 운영 난맥상으로 곪아 터지기 직전이었다.

구급차 배차를 비롯한 모든 핵심 업무는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시스템이 아닌 베테랑 접수 요원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했고, 생명과 직결된 정보들은 종이와 연필로 기록되었다. 물론 나름의 유연성은 있었다. 하지만 빈번한 배차 지연과 비효율적인 지원 운영은 피할 수 없는 고질병이었다.

결정적인 타격은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이었다. '응급 호출 3분 내 출발', '위급 환자의 경우 8분 이 현장 도착률 75 퍼센트 달성'이라는 목표는 기존의 낡은 아날로그 방식으론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던 셈이었다. 1989년 파괴적 파업이 할퀴고 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LAS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회적,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치 압력솥 같은 위기 상황에서 LAS 경영진은 문제의 원인을 지목했다. 바로 '사람'이었다. 그들의 눈엔 접수 요원들의 개별적 판단, 부정확한 기억, 예측 불가능한 행동 등이 응급 의료 시스템의 효율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일 뿐이었다. 현장의 숙련된 경험이나 암묵적 지식은 비효율의 근원으로 치부되면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완벽한 중앙 통제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LASCAD는 경영진들에겐 내외의 압박을 일거에 해소할 정치적 도구였다. 이는 결국 조직의 본질을 오판한 결과였다. 인간을 통제 가능한 데이터로 환원하려던 시도는 실패였다. 비효율로 간주헤서 제거했던 '인간의 유연성'은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회복 탄력성'이었다. 통제를 강화하려던 시도는 결과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기술이 유일한 만병통치약이란 착각

총 5개 장으로 구성된 내용들 중 각 장의 한가지 대표 사례를 요약해 서평에 갈음하고 있다. '사전 부검'이란 도구를 통해 다섯 가지의 거대한 '메타 착각'을 완독하길 권하고 싶다. 완독을 통한 성찰이 결국 중요한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기에. 경영자와 임원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혁신은왜실패하는가 #박종성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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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 내 이야기를 바꾸면, 사람이 움직인다 호모코치쿠스 65
맨프레드 F. R. 케츠 드 브리스 지음, 조경훈 옮김 /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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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리더를 위한 스토리텔링'이지만, 책의 내용은 조직의 리더뿐 아니라 부모로서, 친구로서, 동료로서 상대에게 전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돌아보게 한다. 책에도 등장하듯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 지도자의 스토리텔링도 떠올리며,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 '역자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맨프레드 F. R. 케츠 드 브리스는 INSEAD에서 리더십 개발 및 조직변화 분야 임상석좌교수로 재직하며, INSEAD 글로벌 리더십 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로서 전 세계 주요 조직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바꿔야 한다."

스토리텔링이란?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스토리텔링은 인간들 사이의 가장 본질적인 소통 방식이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들려주던 이야기에 푹 빠졌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는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류는 태초부터 이야기를 해왔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길가메시 서사시'라고 한다. 이는 기원전 2,700년 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언어를 사용했던 순간부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 분명하다. 


(사진, 길가메시 서사시)

그렇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삶 자체가 연속적인 장면들로 이루어진 경험의 집합임을 깨닫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삶과 경험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오래전부터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역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물론 전적으로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비록 만능 해결책이 아닐지라도 희망이 담긴 이야기는 인지 기능을 향상하고 정서 상태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효과

자신의 문제를 인정한다
자신감을 회복한다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현재의 습관적 반복 패턴을 재구성한다
행동 변화를 이끄는 데 도움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삶의 도전을 겪은 뒤 삶의 지혜가 늘어난다

결국 스토리텔링을 통해 삶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시련을 딛고 재기再起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은 유의미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우리는 남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스토리텔링 리더십

정치든 비즈니스든,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리더는 언제나 위대한 일을 이루어낸다. 넬슨 만델라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러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스토리텔링의 힘을 탁월하게 사용한 인물이었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의 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만델라와 잡스처럼 탁월한 스토리텔러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깨우는 힘을 갖고 있다. 훌륭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가게 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이야기다.

"우리를 기쁘게 하고,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하게 하고, 깨닫게 하고,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도전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이야기다."


(사진, 63쪽)  

가면 증후군, 피터 팬 증후군, 그리고 황금애벌레 증후군

실패나 성공에 대한 두려움에는 가면 증후군이나 피터 팬 증후군이 함께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가면 증후군은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으면서도 자기 의심과 무능감에 시달리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이런 사람은 스스로를 '가짜'라고 여기며, 언제가 드러날 자신의 정체 때문에 늘 불안해한다.

이런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완벽주의가 발동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어떤 과제를 수행한다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린다. 뭐든 충분히 잘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부모나 가족이 지나치게 성취 중심적이었거나, 또는 매우 비판적인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는 성취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으며, 이런 성장 배경은 결국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들은 대체로 정서적 지지는 부족하면서 갈등이 많은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피터 팬 증후군은 주로 남성에게 나타나는 행동 패션으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삶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동 양상을 말한다. 이들은 사회 일원으로서의 기본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즉 성인으로서의 감정적, 경제적 책임을 너무 버겁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로 느낀다.

이로 인해 삶이 한결 단순해 보였던 유년기 시간에 머무르려 하며, 현실의 책임과 어려움을 회피한 채 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만의 이상적인 공간인 일종의 '네버랜드(소설 <피터 팬>에 등장하는 가상의 섬)'에 머물고 싶어한다.

이들은 대체로 동기動機 수준이 낮고, 일에 진지하게 임하려는 태도도 부족하며,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실제로 이들은 습관적으로 일을 미루는 성향이 있고, 문제가 생기면 핑계를 대거나 남 탓을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또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성장을 회피하거나, 심하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자기파괴적 행동에 빠질 위험도 있다.

책엔 스티븐이라는 인물을 소개한다. 그의 학력은 매우 우수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영대학원에서 MBA까지 마쳤더. 이런 학력 덕분에 그는 일류 글로벌 금융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입사 초반에 일을 잘하는 듯 보였는데, 이런 상황은 오래 가지 못했다. 몇 차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상사들은 그의 역량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이직을 했다. 새롭게 시작한 회사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스티븐의 이야기를 통해 황금 애벌레 유형을 만난다. 겉보기엔 매우 유망하고, 실제로 초기엔 성과가 뛰어나지만, 결국 제자리에 머물거나, 나아가 스스로 초기의 성과를 무너뜨리고 만다.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가 되듯, 재능 있는 사람들은 남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성공적인 삶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애벌레 단계에 머물며, 화려한 나비의 날개짓을 펼치지 못한다. 역사 속엔 이런 인물들이 무수히 많다. 왜 영원히 황금 애벌레로 남게 될까?

처음부터 완벽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오히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내적 잠재력이 있을 지라도 모두가 이를 펼치질 못한다. 타고난 재능보다도 더 결정적인 것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어떤 경험을 했는가이다.


나비가 되는 법

'황금 애벌레'처럼 행동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생각의 틀을 바꾼다
참여하는 활동의 모든 결과를 그려본다
내 안의 완벽주의를 내려놓는다
용기라는 근육을 단련한다
성공을 자축한다
나홀로 끙끙 앓지 않는다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베토벤은 한때 작곡가로선 가망이 없다는 평가를 스승으로부터 들었다. 위대한 발명가 에디슨도 어린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바보'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선생님으로부터 '학교를 그만두는 게 낫다'는 말을 들었다. 세계적인 보이그룹 BTS도 데뷔초 듣보잡 힙합가수라는 평가와 함께 방송국 음악 피디로부터 갑질까지 당했다. 그럼에도 이들 모두 성공적인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역경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162쪽)

"자신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엮는 힘을 가지고 있다" (211쪽)


(사진, 223쪽)


지혜는 조용히 귀 기울일 때 들린다


지혜는 서두른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혜는 때가 되어야 우리에게 찾아온다. 지혜는 우리 안에 늘 있지만, 조용히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들린다. 지혜란 삶의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것이다.


#자기계발 #스토리텔링 #책추천 #리더십 #비즈니스코칭 #경영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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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투자의 기술 - 내 월급을 자산으로 바꾸는
최창윤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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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하며 필자는 개인투자자에게 있어 가장 쉽고 효과적인 투자방법이 ETF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ETF는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 대비 우수한 결과를 창출하는 투자상품이다.  투자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직장인이 본업에 집중하면서 투자하기에 가장 적절한 상품이 ETF라는 뜻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최창윤은 과거 자산운용사에 재직했으며, 현재는 상장법인의 자금운용팀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 시절 증권투자 동아리에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이들과 교류하며 본격적으로 투자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터득한 기업분석 노하우 및 투자전략을 유튜브 '퇴근후몰빵'과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평범한투자 인사이트'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1~2장(어떤 ETF를 사야 할까?)에서는 워런 버핏이 강조한 지수추종 ETF, 배당형 ETF, 섹터별 ETF 등 다양한 ETF를 살펴보고 3~4장(한 번 배워 평생 먹는 ETF 투자전략)에서는 ETF를 운용하는 방법과 전략을 다룬다. 5~6장(ETF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ETF 투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에서는 ETF 투자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ETF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이자 필수 지식을 정리했다. 참고로 ETF에 대해 사전지식이 전혀 없다면 5~6장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먼저 투자에 앞서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임에도 주식투자를 통해 대박을 잡아 경제적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파이어족'을 롤모델로 삼아 월급만으로는 돈을 모을 수 없다며 일찌감치 주식투자에 발을 내딛는 직장인 투자자를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투자에 일찍 나선다고 파이어족 처럼 큰 돈을 버는 것은 그야말로 미미한 확률이란 사실이다. 실상은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훨씬 많다. 그런 면에서 ETF 투자는 상대적으로 고위험을 피할 수 있는 투자 접근법이기에  특히 초심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떤 ETF를 사야 할까?

ETF의 수익률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ETF가 추종하는 BM(벤치마크) 대비 얼마나 성과를 잘 냈는지 여부다. BM만 잘 쫓는다고 다가 아니다. ETF도 결국 펀드의 일환이다. 개인투자자가 운용사에 수수료를 내고 투자하는 개념이므로 만일 시장(예를 들어 코스피지수)보다 못한 성적을 올렸다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

과거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던 2019년을 기점으로 ‘TLT’의 주가는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더 이상 오르기 어렵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형성되면서 장기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약 6개월 동안 ‘TLT’의 주가는 130달러에서 170달러까지 3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TF 투자전략

레버리지 ETF는 말 그대로 변동성을 2배 혹은 3배로 확대시킨 상품이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면 일주일 만에 20~30%도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일주일 만에 20~30% 하락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내 투자자가 대량으로 보유한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SOXL’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5월까지 -90% 하락한 바 있다.

테마와 콘셉트가 비슷해도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구성종목의 비중이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당 ETF가 담고 있는 상위 종목을 확인하고, 주로 어떤 분야에서 매출이 발생하는지 점검한 다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해외에 상장된 ETF도 마찬가지다. 각 회사의 매출구조를 분석한 다음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제품별로 매출 비중을 살펴보고, 각 제품이 어떤 산업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먼저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ETF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와 최소한의 지식

참고로 ‘KODEX 200’처럼 거래량이 충분히 나오는 ETF는 괴리율이 ±0.5% 수준에서 아주 미미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거래량이 적은 ETF라면 괴리율이 ±1% 이상인 경우도 있으니 매매 전에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비체계적 위험은 노력에 의해 피할 수 있지만 개별 기업의 리스크를 판단해내는 역량이 모자란다면 리스크를 짊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만일 시장과 기업을 분석하고 관련 경제지표를 공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ETF를 통해 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단 유동성이 적은 주식은 ETF로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너무 적거나 거래량이 안 나오는 종목은 운용사에서 거른다. 그런 리스크를 짊어진 기업을 전문가인 운용역 측에서 일차적으로 필터링하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코스피 5천 시대의 의미
 

우리들의 일상 주변에서 자주 만나던 가게들이 갑자기 사라진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목욕탕, 피씨방, 부동산중개사무소, 커피숍, 김밥가게, 치킨집 등등 무수히 많다. 그만큼 현재 경기가 그리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코스피 5천 시대는 소비 경제의 활황으로 밀어올린 주가 상승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나의 지난 40여 년의 주식투자 경험을 떠올리면 이런 투자 격언이 떠오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다. 투자 성공엔 왕도가 없다. 항상 경계하면서 꾸준히 공부하여 자신의 실력을 배양해야 하는 것이 먼저임을 당부하고 싶다.   

#재테크 #주식투자 #ETF투자 #ETF투자의기술 #최창윤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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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택 - 고전 단편으로 알아보는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외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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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경계에 선 순간,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냅니다. 어떤 이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싸우고 떠나지만, 또 어떤 이들은 조용히 남습니다, 말을 아낍니다, 혹은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이 책은 그 '하지 않는' 선택들에 대해 말합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총 여덟 명의 작가들이 쓴 고전 문학 작품들을 등장시킨다. 즉 남아 있기로 결정한 사람들(1부)에선 이반 투르게네프의 '무무'와 토머스 하디의 '아들의 거부'를, 말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2부)에선 기 드 모파상의 '겁쟁이'와 셔우드 앤더슨의 '손'을.


이어서 지켜보는 쪽을 택한 사람들(3부)에선 안톤 체호프의 '내기'와 허먼 멜빌의 '필사원 바틀비'를,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4부)에선 에드가 앨런 포의 '심술궂은 악령'과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우리들 앞에 소환하여 각각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남아 있기로 결정한 사람들


우리들은 때때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심리 반응을 보인다. 변화, 탈출, 저항은 항상 강한 이야기의 힘을 갖지만 떠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말없이 그 자리에 남기로 결정하는데 그렇다고 이들이 결정 장애를 겪는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는 조용하면서도 더 심오하다.


러시아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년)의 '무무'는 강아지 이름이다. 러시아의 한 여주인은 농사짓는 노예들을 거느리고 쓸쓸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녀가 시골에서 데려온 게라심은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지만 힘이 세서 일을 무척 잘하는 남자 노예인데, 하녀 타티아나를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여주인은 술주정뱅이와 결혼시키려 한다. 이에 화난 성질을 죽이고 게라심은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받아들인다.


하루는 강둑에서 허우적대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 게라심은 '무무'라고 이름을 짓고 정성껏 돌본다. 지성과 사랑을 듬뿍받은 강아지는 8개월 만에 털이 수북한 스파니엘 품종의 멋진 개로 성장해서 게라심의 꽁무니만 따라 다녔다. 집안의 하인들도 무무를 좋아했다. 그러나, 여주인은 무무를 집밖으로 쫓아내라고 집사에게 명령했다. 


"오늘 안으로 치워버리게... 들었는가?"


이후 무무를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또는 내버리라는 게 여주인의 뜻임을 알게 된 게라심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한다. 무무를 타인의 손에 맡기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게라심은 무무를 데리고 강으로 나가 익사시킨다. 그리고 그는 고향으로 떠난다.



말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


우리들은 진실을 말해야 할 순간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 순간에 어떤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진실을 밝히는 게 두려워서일까? 아니다.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진심을 감추고, 상처를 숨기며, 오히려 오해 속에 자신을 맡긴다.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무너지고, 누군가는 끝까지 그 침묵을 지킨다. 이 침묵은 비겁한 선택일까?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1850~1893년)은 단편 '겁쟁이'를 통해 인간의 선택 유형을 보여준다. 극한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이 '말하지 않기로 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여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사교계에서 '미남 시뇰'로 불리는 공트랑조제프 드 시뇰 자작은 고아였으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멋쟁이'로 통했다.


"결투를 해야 할 때가 온다면 나는 권총을 선택하겠소. 그런 무기라면 상대를 확실히 죽일 수 있으니까"


어느 날 저녁, 시뇰은 지인들과 함께 공연 구경을 마치고 식당에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한 남자의 시선이 끈질기게 지인의 한 부인을 향하고 이 부인은 불편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인다가 마침내 남편에게 어떤 남자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음을 알리게 된다. 남편은 힐끗 그 남자를 보고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이를 무시하라는 말투를 내보였던 것이다.


"무례한 사람들 하나하나에 머리를 싸매다간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을 거요"


하지만 자작은 그런 무례함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지인들이 이 식당에 오게 된 것도 자신 때문이었기에 그런 결례에 대처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판단하고 그 남자에게 다가가서 "무례한 짓을 그만두라"고 하자 오히려 상대는 "상관 말고 꺼지시지!"라고 반응했던 것이다. 이후 욕설이 난무하는 상대방의 뺨을 후려치고 말았다.


귀가한 후에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한 가지에 골몰했다. 바로 결투 신청이었다. 아침이 오자 그는 입회인을 찾아야 했다. 지인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잘 알려진 인물들을 머리에 떠올렸다. 라 투르누아르 후작과 부르댕 대령이 딱 좋은 조합이었다. 입회인들은 권총 대결임을 확인하고 준비에 나섰다.


막상 결투를 신청하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때때로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다. 상대방이 권총 사용에 능숙할까란 생각에 사수射手들에 관한 책까지 들처보았다. 결투 상대의 이름은 없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상지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리고, 손 안의 무기도 흔들렸다.


"불가능해. 이런 식으로는 싸울 수 없어"


그는 불명예, 클럽에서의 수군거림, 친구들의 거실에서 터져 나올 미소, 여성들의 경멸, 신문의 은밀한 비웃음, 그리고 겁쟁이들이 자신에게 퍼부을 모욕 등을 생각했다. 만약 상대방 앞에서 자신의 확고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는 겁쟁이라는 오명을 쓴 채 사교계에서 퇴출될 것임을 알았다. 그의 선택은 안타깝게도 자살이었다. 피가 흘러내린 책상 위엔 "이것은 나의 유언장이다"라는 글귀에 얼룩이 생겨 있었다.



지켜보는 쪽을 택한 사람들


삶의 어느 시점에서 우리들은 선택 앞에 선다.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을 것인가. 세상은 종종 행동하는 인간을 높이 평가한다. 정의 앞에 나서고, 진실을 외치고,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반면에 어떤 선택은 그 반대편에서 작동한다.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오직 지켜보는 쪽에 선다.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1819~1891년)의 단편 '필사원 바틀비'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어느 필경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는 필경사 바틀비를 채용한다. 이 변호사는 배심원 앞에서 연설하기를 원하는 그런 야심적인 인물이 아니라 평온 속에서 부자들의 채권, 저당권, 부동산 권리증 사이에서 짭잘한 사업을 꾸려갈 뿐이다.


채용 초기엔 묵묵히 필사 업무를 잘 수행하던 바틀비가 어느 날부터 이를 거부한다. 필사원의 업무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대조하여 사본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그는 문서 검토 요청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폭탄 발언을 내밷었던 것이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후 그는 필사, 검증, 심부름 등 모든 업무를 거부하고 사무실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창 밖만 응시햇다. 이에 변호사는 과중한 업무 탓인지 그를 설득하기도 하고 나중엔 해고 시도를 하다가 결국 사무실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러나 바틀비는 떠나지 않고 머물다가 경찰에 체포당하고 만다.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 


어떤 선택은 너무나 분명하게 자신에게 불리한 쪽을 향한다. 그건 이기심의 반대편에 있는 충동, 어쩌면 인간만이 지닌 가장 이상하고 슬픈 능력이다. 바로 스스로를 버릴 수 있는 용기다. 그 결단은 영광스럽지 않다. 그 선택은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엄청나게 넓은 땅을 표시할 수 잇을 거야! 그가 생각했다. '히루에 35마일쯤은 거뜬히 걸을 수 있어. 지금은 해도 길고, 그만큼 돌아서 표시한다면 엄청난 땅이 내 것이 되겠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년)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인간의 욕심을 주제로 다룬다. 탐욕을 버리라는 철학적 교훈을 담고 있다. 주인공 파홈은 하루 동안 걸은 만큼의 땅을 주겠다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받고 해지기 전까지 출발점에 되돌아오면 그 거리 만큼의 땅을 모두 가잘 수 있다는 욕심에 이끌려 더 멀리 가다가 결국 몸이 지쳐 더 이상 되돌아 올 수 없었다. 탐욕은 결국 자기파괴에 이른다는 도덕적 교훈을 담고 있다. 정작 그에게 필요한 땅은 자신의 시신이 묻힐 만큼의 땅만 필요했던 셈이다.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누군가는 끝까지 진실을 고백하지 않으며, 누군가는 주어진 질서에 저항하기보다 그 안에서 남아 살기로 선택한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그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고전문학 #고전단편으로알아보는인간의선택 #선택 #고민 #고민상담 #심리상담 #이반투르게네프 #해밀누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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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충분했을까 - 살아온 날들의 무게보다, 살아갈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
이송이 지음 / 하모니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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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죠. 늘 타인의 안부는 묻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안녕했니?” 하고 물어본 적이 있을까요? 가끔은 멈춰서,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을 다시 묶고 매듭짓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에세이의 저자 이송이는 감정의 결을 오래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즉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 속에서 문장이 되는 순간을 붙잡아 하루를 천천히 이해해가는 글을 기록하고 있다. 저서로는 <진한 여운, 도쿄>가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좀 독특하다. 총 11개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글의 자음들인 ㄱ, ㄴ, ㄷ, ㅁ, ㅅ, ㅇ, ㅈ, ㅊ, 트, ㅍ, ㅎ 등의 카테고리에 가족, 날씨, 다양함, 말, 사과, 약속시간, 저축, 청춘, 트라우마, 평범함, 헤어짐 같은 누구나의 일상 속에 들어오는 그런 단어를 주제로 삼아 글을 펼치고 있다. 

독서하던 중 저자의 에세이 글 중에서 지난 내 삶에 있었던 경험이나 추억과 오버랩되는 내용들을 추려서 소개함으로써 책의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건강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줘서 고마워. 숨 쉴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29쪽)


우리 모두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칠십대 중반인 이 몸도 어제와 오늘이 다름을 느끼고 있다. 사실 현재도 최근에 찾아온 몸살 기운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책을 읽고 글을 써던 일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방한防寒을 위해 현관 부근에 커튼을 설치해 보겠다고 망치를 들었다가 손을 다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조차 다소 버거운 실정이다.

내 거주지는 원룸 임대아파트 1층이다. 산 아래에 위치헤 있어서 사전 입주 점검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엔 소규모 아파트 단지 주변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있어 내 취미인 야생화 감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교통이 불편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입주하기로 결심했었다. 6월 초에 입주했는데 1층인지라 모기들의 극성에 곤란을 겪었다. 주위에 산이 있어서 시원할 줄 알았는데 1층은 산이 막고 있어서 오히려 바람부는 게 부족했다. 또 동절기엔 왜 그리 추운지 추위를 잘 타는 나에겐 최악이었다. 난방을 올렸더니 관리비가 많이 나온 것이다.

젊었을 땐 매주 주말엔 북한산, 청계산, 종종 이름난 강원도 산 등지로 동호인들과 함께 산행을 즐겼고, 또 한 때는 마라톤에 꽂혀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찾아 다녔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무리하게 움직인 만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법임에도 전업투자자로 살다 보니 몸 관리는 뒷전이고 무리하면서 앞만 보고 달렸던 인생이었다. 지나고 보고 깨닫는 게 있다. 타인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는 것을. 이를 게을리한 까닭에 몸은 망가지고 좋아했던 술담배 또한 완전 끊어야만 했다. 하루하루 숨 쉬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독거노인의 푸념이다.

날씨

사람들은 종종 "그날 날씨가 기억나?"라는 말로 추억을 꺼내곤 하잖아요. 결국 날씨가 감정의 기록장이었다는 뜻 아닐까요. 그날의 햇살, 바람, 온도가 기억의 표지처럼 우리 안에 새겨져 있었던 거예요.(54쪽)


저자의 글 중 검색창에 'ㄴ'을 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날씨'라고 하길래 한번 따라 해보았다. 정말이었다. 이 정도로 임팩트있는 키워드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사실 누구나 모두 날씨와 관련된 추억이나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슬픈 추억을 소환해본다.

고시에 낙방한 후 대학시절 교제하던 여성과 한동안 냉각기를 가졌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실감났다. 졸업 후 난 서울에서 중견행원으로 은행에서 근무 중이었고 상대 여성은 학업을 더 연장해 박사학위까지 염두에 두고서 경기도 소재 대학에서 조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서로 바쁜 일과로 살다 보니 만남의 횟수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 날, 여성의 모친이 은행을 방문해 결혼 얘기를 꺼내길래 둘이 만나서 이를 상의하겠다고 답하고, 이후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현재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나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임을 알려주며 결혼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당시 좋은 혼처가 들어와 여성은 부모로부터 맞선을 종용받고 있었기에 차마 기다려달라고 할 수 없어서 나를 포기하라는 매정한 말로 만남을 끝냈다. 이날 귀가길 버스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핍

그런데 ‘제대로 된 연애를 몇 번이나 했냐’는 질문 앞에 서면, 저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작 한 번 정도라고 답할 것 같아요. 횟수나 길이와는 별개로, 제 안에 단단히 남겨진 관계는 손에 꼽혔으니까요.(34쪽)


난 사귀었던 그 여성의 결혼식에 조용히 참석했었다. 결혼식 소식은 그 여성의 절친으로부터 연락받아 알게 되었다. 혹시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가지 않으려다 근무지인 은행에서 가까운 거리였고 해서 발걸음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우리들은 대체로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잘 모를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없어지면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좋은 혼처가 생겨 부모님들도 권하니 날 떠나도 좋다는 식의 호기를 부렸지만 막상 결혼식 소식을 듣고나니 내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흔들리는 내 마음의 뿌리엔 결핍이 있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사실 난 결혼이 많이 늦었다. 굳이 그 여성 때문이었다고 말하진 않으려 한다. 홀로 지내는 게 무척 편했고,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릴 수 있다는 게 내 마음의 위안이었다. 나이 마흔에 결혼을 결심한 것도 승진 문제와 집안 막내 동생의 결혼 때문이었다. 내가 모시던 회사 대표가 사석에서 미혼자에게 임원 승진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과 함께 나보다 열 살 아래인 막내가 결혼을 재촉받는다는 이런 압박이 없었다면 아마도 계속 비혼을 고집했을 수도 있었을 듯하다. 아무튼 결핍은 나를 흔들기도 했지만 결국 성장하도록 도와준 셈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말, 스트레스, 인정, 죽음, 집착, 추억, 트라우마, 헤어짐 증과 같은 주제어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들을 펼쳐 내보인다. 우리 모두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속엔 다양한 모습을 한 후회, 행복, 외로움 등이 자라하고 있을 것이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여 내 인생은 어땠는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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