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예방세대 - 아프기 전에 챙겨야 할 몸이 좋아하는 숫자들
오수연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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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가장 완벽한 치료법은 결국 ‘예방’이라는 고전적 진리로 귀결됩니다. 이 책은 바로 일상 속에서 질병을 멀리하고 건강을 경영하는 구체적인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활기차고 존엄하게 삶을 영위하는 길을 고민하는 모든 분께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 '추천의 글' 중에서



책의 저자 오수연은 내과 전문의로 현재 차의과대학교 내과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며, 차움 면역증강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다. 당뇨병, 동맥경화, 치매, 면역력, 암예방과 건강검진, 영양제, 명상 등 일곱 개 분야에 관해 전문 의학 지식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내과의사로서 질병을 공부하며 크게 두 가지를 깨달았는데, 하나는 현대의학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이미 발생한 심각한 질병을 낫게 하지는 못한다는 점과 또 다른 하나는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며 다행스럽게도 많은 질환이 실제로 예방 가능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이렇게 강조한다.

“지금부터 고지혈증과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면, 심근경색은 발생할 수가 없다.”

과거에 비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7세(2024년 기준)임에도 실제 건강수명은 65.5세에 지나지 않는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기대수명은 길어졌음에도 평균 18년을 병치레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 100세 시대'란 말 또한 기대수명만 늘어난 채, 족히 30년을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저자는 건강한 생활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막연하게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자’가 아니라, 연구를 통해 증명된 정량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식물성 단백질이 더 좋다(?)

나는 식물성 단백질을 선호한다. 육류보다는 콩류나 어류 섭취를 즐겼다. 이후 성인이 되어 사회인으로 생활하면서 술자리가 늘어나고 안주로 삼겹살이나 쇠고기, 즉 동물성 단백질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육류 섭취를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 집에서 먹는 집밥의 식단은 대체로 나물, 콩류, 어류 등으로 구성되었던 영향이 컸다.

노인 세대가 된 지금도 동물성 단백질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치아가 부실한 게 제일 큰 이유이고 다음으론 두부나 생선 반찬을 선호해서다. 가끔씩 육류 섭취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을 때 내용물에 포함된 소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먹는 경우가 되겠다. 특히, 몸에서 근육량이 감소함에 따라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처방이 있기도 해 이를 계란으로 보충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단백질 섭취가 권장섭취량을 훨씬 초과한다면 당뇨병에 해롭다고 한다. 그렇다면 얼마가 적정 수준일까? 근감소증이 심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하루 총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1kg당 하루 1~1.2그램을 권하고 있다. 다만, 어느 수준에 이르면 단백질 섭취량이 늘어나도 근육 합성 속도는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잉여 단백질은 지방으로 쌓일 운명에 처한다.

사실상 영양학적 측면에서 동물성 단백질이 우수함에도 식물성 단백질이 더 좋다고 추천한 이유는 뭘까? 식물성 단백질의 급원식품인 콩엔 몸의 생리활동을 돕는 건강 물질 때문인 듯하다. 콩은 항산화, 항염증, 항노화, 항암, 체중 감량, 당조절, 동맥경화 예방 등 다양한 건강 효과를 제공한다. 또 콩, 통곡물, 견과류 등은 식이섬유 급원식품이기도 해서, 장내 미생물(유익균)에 의한 건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같이 삼겹살 먹었는데, 왜 나만 동맥경화?”

어느 40대 후반의 부부는 매년 건강검진을 함께 해왔다. 얼마 전 검진에서 아내에게만 경동맥 협착이 발견됐다. 2년 전에서의 검진에선 아무런 소견도 없었는데 어찌 된 일일까? 아내는 이전보다 자주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고 했지만 남편은 전혀 이상한 점이 없었다.

부부의 생활습관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남편은 평상시 채소를 많이 섭취햇다. 기름진 음식을 섭취할 때엔 비만치료제로 사용되는 지방 흡수 억제제를 같이 복용했다. 그리고 고지혈증 약제도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다. 반면, 아내는 채소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를 잘 섭취하지 않았고 고지혈증 약 복용도 자주 빠뜨렸다. 부부가 함께 먹는 식단이었음에도 이렇게 차이가 난 것은 바로 생활습관이 이유였다.(사진, 동맥경화 관리) 


지중해식단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

지중해 식단 푸드 피라미드의 효과를 살펴보자. 스페인에서 진행된 프레디메드 연구(2018년)에서 지중해식단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증명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7,447명을 지중해식단 시험군과 저지방식단 대조군에 배정하여 4.8년 동안 추적해 관찰했다. 지중해식단군은 저지방식단군에 비해 대략 심혈관질환 사건 발생 위험도를 30% 낮춘것으로 나타났다.(사진,지중해식단 피라미드)

참고로 지중해식단재단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식재료 사용 빈도 제시 외에도 충분한 수분 섭취, 허브티 사용, 적절한 신체 활동과 휴식을 함께 권유한다. 또 함게 모여서 식사를 즐기는 문화와 와인을 적당히 마시는 것도 권유한다.


나의 전담 가정의는 서재에 있다

이밖에도 책은 건강지식에 관해 방대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족이 치매라서 유전자 검사를 받고 싶다거나, 면역력을 강화하는 운동 방식, 암을 일으키는 영양제, 명상의 치유 효과 등 약 600여 편의 논문들을 검토해서 관련 결과물을 소개하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건강 #건강에세이 #질병예방세대 #오수연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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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으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낮도 밤도 없는 저승에서 유일한 예외가 되는 장소, 삼도고(삼도천 고등학교). 삼도천을 끼고 위치한 그곳은 이승과 같은 환경과 시간으로 운영되며 교장인 지장보살이 세운 규칙이 곧 교칙이 된다. 삼도고의 목표는 전생의 미련을 끊는 것이다. 삼도고의 학생들은 그를 위해 수련해야 한다. 그리한다면 서천꽃밭의 환생 꽃이 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워 혼을 이승으로 이끌 것이다.



작가 범유진은 전남 장성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문헌정보학과를 수료했다. 201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단편 청소년소설 <왕따나무>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장편 청소년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장편소설로 등장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문이철, 이하록, 서지유, 하아랑 등이 바로 그 대상이다. 덩치 좋은 곰을 닮은 서지유, 늘 미소를 짓고 있지만 고양이처럼 낯을 가리는 이하록, 체구가 작고 재빠른 토끼처럼 행동력이 좋은 문이철, 이 세 사람은 삼도고의 '삼총사'로 불린다.


"봤지? 우리 세 사람의 환생꽃 전부 봉오리 맺힌 거"


문이철이 환생꽃에 봉오리가 맺힌 모습을 보고 이와 같은 말을 하자 서지유와 이하록은 심각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1년 전 비슷한 시기에 삼도고에 온 세 사람은 환생還生에 무관심하다는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어서 금방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삼고도의 아침 일과는 아침 동이 트는 시간에 맞추어 광천못에서 물을 길어올려 이를 5백 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천꽃밭의 환생꽃에 급수하는 일이었다. 학생들은 못에서 물을 뜰 때 두 손 모아서 기도를 했다.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한편, 도깨비 선생은 경건하게 온 마을을 다해야 한다고 잔소리했다. 


환생 따위엔 별 관심이 없던 삼총사들은 운동화 끈을 풀고 힘껏 운동화를 위로 차올렸다. 목표물인 도깨비뿔을 향해서 말이다. 이중 문이철의 신발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학생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한 쇼였기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환생해 봤자 지겨운 공부 지옥이라 이를 결코 원치 않는 문이철의 눈에 환생꽃 꽃봉오리가 오히려 충격이었다.


이에 환생꽃을 피우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학생 출입 금지 구역인 '좌선방'에 있는 '지경'이란 거울에게 묻고자 삼총사는 도서실로 향했다. 꼭대기 층에 금줄을 쳐둔 좌선방과 지경이 있기 때문이다. 앞장을 섰던 문이철은 금줄을 껑충 뛰어넘었다. 방의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까지 모두 거울이었다. 벽을 더듬던 문이철의 손끝에 까칠한 촉감이 느껴졌다. 거울 위로 붉은 글씨가 피어올랐다.


"기억돌을 모두 가진 자의 피로 움직인다"


삼도고 학생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중에 삼도천 깊은 강물 아래엔 삼도고 학생들의 죽음에 관한 기억이 돌로 변해 가라앉아 있다는 한번도 확인되지 않았던 전설이 있었다. 이에 이들은 손끝에서 피를 내어 거울에 갖다 댔다. 이중 이하록의 피에 마침내 반응하여 벼락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지경을 찾은 이여, 무엇이 궁금한가. 지식은 지혜가 아니며 지혜는 경험을 날줄과 씨줄로 베를 짜듯 엮어야만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하라'


환생꽃을 시들게 할 방법을 얻었다. 망자의 죄 무게를 재는 의령수 옆 흑천못의 물을 꽃에 주면 환생꽃은 죄를 빨아들여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과 이 물을 얻기 위해선 지장보살의 축복을 받거나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망자의 옷을 걸치고 들어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좌선방을 빠져나온 삼총사는 비밀 작전 회의 장소인 탱자나무 숲으로 향했다. 숲 안으로 들어서자 스산한 바람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검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는 저승사자의 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놀란 삼총사는 숲 밖으로 뜀박질을 했다. 나오고 보니 이하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저승사자에게 잡힌 듯했다.


과연 이하록은 무사할까?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환생을 해서 다시 살았던 곳으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의 삼총사는 마침내 흑천못의 물을 구할 수 있을지, 또 다른 모험의 길이 닥치지 않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더 이상 스포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글을 줄인다.


#소설 #장편소설 #환타지 #삼도천환생고등학교 #삼도고 #삼도고삼총사 #환생꽃 #범유진작가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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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그릇 - 걱정과 불안을 씻어내고 내 안의 운을 발견하는 법
사토 후미아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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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사회적 지위도, 부도 독차지한다. SF소설에서 그려내는 세계에 매혹된 사람들은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몰두하고, 그 세계에서는 오직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나머지는 사회 바깥으로 처참하게 밀려나 투명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 "죽음의 문턱에 선 '나'에게 이 이야기를 보낸다" 중에서



책의 저자 사토 후미아키는 30개가 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일본의 젊은 부자로 현재는 두바이에 거주하며 경영은 물론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는 사업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24세에 창업했지만 두 차례의 큰 실패 탓에 큰 빚을 떠안으며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생과 사의 기로를 오가던 중 불교 경전 등을 통해서 ‘운’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나-당신의 그릇에는 무엇이 있는가?(1장), 마음-모든 일의 주인은 마음이다(2장), 몸-나를 극진히 대접하라(3장), 운-내 안에 벌써 운이 가득하다(4장) 등을 통해 운 좋은 사람, 운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며,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운을 갖고 있으나 대부분이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기에 타고난 운조차 알지 못하고 한탄으로 인생을 보낸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당신의 그릇에는 무엇이 있는가


책은 영적 스승과의 문답問答을 통해 얻은 저자의 깨달음을 스토리텔링 형식을 빌어 이를 우리들에게 전한다. 자꾸만 타인을 바라보면 고통으로 돌아온다는 인상적인 이야기를 읽고 있는 중이다. '나의 본능'과 '미토콘드리아 본능'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려 한다. 이에 앞서 '미토콘드리아'란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우리들이 학창시절 생물 수업 시간에 배운 그 미토콘드리아 맞다. 일종의 세포인 미토콘드리아는 생명 에너지를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요한 소기관이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아는 비록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의식을 갖고 있는 본능 그 자체이다. 


여기까지 누구나 다 아는 개념일 듯 싶은데, 본능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 점이 매우 새롭고 흥미롭다. 즉 '나의 본능'과 '미토콘드리아 본능'으로 구분한다. 미토콘드리아 본능은 원시적原始的인 감정과 반응으로 '내가 지닌 의식'과는 별개로 작동한다. 그냥 동물적이다.


"선망은 곧바로 자기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네.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는 것이야말로 미토콘드리아의 의식, 즉 현실의 나로부터 벗어나는 첫걸음일세. 그 첫걸음을 내딛지 않는 한 자네는 절대로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없어. 타인이 정의하는 행복에 휘둘릴 뿐이지."


모든 일의 주인은 마음이다

재가불자在家佛者의 삶을 즐기는 나는 평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을 자주 떠올린다. 말하자면 세상사는 모두 내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좋은 예시가 바로 컵 속에 든 반 정도의 물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은 둘로 갈라질 수 있다. 하나는 '물이 반 쯤밖에 없네"라는 부정적인 에너지와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는 긍정적인 에너지이다. 이는 바로 현상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며, 그 선택은 당사자의 몫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이 때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분명히 달라진다. 광고업계의 카피라이터는 이를 멋진 말로 포장했다. 'B(Birth)와 D(Death) 사이엔 C가 있다' 이때의 C는 선택(Choice)을 가리키는 말인데, 선택은 바로 '마음'인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사고思考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다. 세상사는 내 마음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온전히 나 자신의 것이다. 당장은 당혹스럽고 괴로울지라도, 일어나는 모든 일은 기회인 셈이다.

따라서, 어떤 일에서든 좋은 면을 찾아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세상 이치는 결코 한쪽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양면성이 있다. 악에 대칭하는 정의,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등등 처럼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 닥치는 일 또한 그러하다. 무슨 일을 만나든, 인생이란 긍정의 에너지(좋은점)을 찾아내는 게임이라 여기면서 살아가자.

나를 극진히 대접하라

잘못된 명상은 오히려 가난을 부른다. 마음도, 돈도 모든 게 팍팍해진다. 현실의 나를 떨쳐내지 못한 채 그대로 명상에 잠기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명상에선 현실의 나를 벗겨내 떨쳐버리고 밖으로 나가 자연을 품고 있는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수도 있다. 햇빛과 숲길엔 운이 깃들어 있어서다. 

공간도 나 자신의 일부이다. 주변의 공간을 사랑하는 순간, 비록 말 못하는 공간일지라도 공간 또한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말하자면, 내 편이 된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직장, 영업 거래처, 소중한 사람과 식사하는 자리 등 다양한 공간에 사랑을 쏟아보라. 그러면 뜻밖의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 안에 벌써 운이 가득하다

'플라시보 효과'라는 말이 있다. 이는 환자에게 가짜 약(속임수)을 주고 효과가 아주 좋은 약이라고 말하면 환자는 진짜로 효과가 있다고 믿기에 병이 낫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환자의 병은 효과가 있다는 약 때문일까? 아니다. 오히려 환자의 병은 환자 본인이 곧 나을 것이라고 스스로 강하게 믿었던 마음 때문인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인생을 믿으면 굳이 기도하지 않아도 된다. 강한 믿음이 결국 스스로의 미래를 만드는 셈이다. 영적 스승은 "우주는 완벽한 대본을 작성할 테니, 대본에 따라 주인공을 연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대본 속엔 다양한 사건들이 있다. 이 사건들에서 긍정 에너지(좋은점)를 계속 찾아야 한다.

운은 스스로 만들어낸다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사람은 운이 좋아서 일까? 책은 온갖 걱정과 불안을 씻어내고 스스로의 내면에 존재하는 운을 발견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밖에서 행운을 찾아봤자 몸만 지칠 뿐이다. 운은 이미 스스로의 내면에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여기에다 강한 믿음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자기계발 #처세술 #운의그릇 #사토후미아키 #젊은부자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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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ELS 투자의 정석 (MK에디션)
김정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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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불과 2년 사이 시장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고, 금융당국은 ELS를 불완전판매의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투자 커뮤니티에서 ELS는 '악마의 상품'으로 취급 받았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정혁은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2006년)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주범이었던 파생상품 분야에 관심이 생겨 2020년 증권사로 이직했다. 현재는 대형 증권사 파생상품 세일즈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총 다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위기 속에서 진화한 ELS(파트1), ELS 오해와 진실(파트2), ELS 바로 알기(파트3), ELS 구조 띁어보기(파트4), ELS 실전 재테크(파트5) 등을 통해 ELS의 탄생 배경과 역사, 상품 구조, 실제 운용 메카니즘, 투자 전략까지 모두 담았다.


ELS 손실 위기, 정말 처음이었을까?  


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2024년 ELS 손실은 국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언론과 주식시장에서의 이런 반응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국민 가입 계좌 수와 손실 규모를 감안하면 이는 정당한 것이었다. 즉 투자자 수만 명이 동시에 손실을 경험했고 그 규모 또한 수조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번 사태가 정말 처음 있는 일이었을까? ELS라는 상품은 지난 20여 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위험성을 숨긴 채 투자자들을 속여 온 상품이었을까? 구조적으로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상품’이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ELS 역사 20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시계를 조금 뒤로 돌려보고자 한다. ELS 시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해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위기들을 겪어왔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 상황은 어쩌면 처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2015년 홍콩H지수 사태가 있었다. 2014년, 홍콩 시장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후강통' 제도가 시행되면서 홍콩H지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심지어 중국 자본시장 개방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지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거다.

하지만 이 상승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5월을 기점으로 급락하는 반전을 썼다. '퀀텀 펀드'를 이끄는 투자 대가 조지 소로스가 홍콩 외환시장을 공격하면서 불안한 투자 심리가 확대되어 홍콩H지수는 속절없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 충격은 ELS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이轉移되었다. 대규모 '노크-인 사태'가 발생했다. '노크-인'이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원금 보전 조건이 사라지는 구조였다.


(사진,홍콩 ELS 쓰나미)

ELS는 단순한 풋옵션 매도 구조일까

'ELS가 위험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바로 ‘투자자가 결국 풋옵션을 매도하는 구조’라는 점에 있다. 아래 그림처럼 일반적으로 풋옵션 매수는 손실이 제한되고, 주가 하락 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최대 손실은 풋옵션 매수로 지불한 프리미엄이다.

반면 풋옵션 매도는 초기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손실이 확대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ELS는 투자자가 위험을 떠안고 증권사만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는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라 실제로 ELS에는 풋옵션 매도 구조가 포함돼 있다. 

이같은 구조의 특성 때문에 이 상품을 매수(가입)할 때 투자자가 받는 ELS 쿠폰의 재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ELS 쿠폰은 덤으로 받는 공짜가 아니라 증권사가 미리 쳐놓은 일종의 덫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풋옵션 매도’라는 한 가지 요소만으로 ELS 전체 구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사진, 풋옵션 매수&매도)


이 대목에서 나의 투자 스토리를 얘기해보려 한다. 6월 초 군을 전역한 후 가을 학기에 대학 복학하려는 나에게 당시 국내 굴지의 그룹사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던 형의 부탁으로 주식 관련 일을 수행했다. 증권사에 방문하는 일과 영어 서적을 번역 요약하는 알바였다. 1976년 초여름부터 나의 주식공부가 시작되었다.

이런 공부의 인연으로 일찍부터 주식투자에 눈을 뜨고 결국 난 증권회사로 이직까지 했다. 한번은 가까이 지냈던 대학 후배(한국투자신탁에 근무)의 부탁을 거절못해 저축 수단으로 여기고 신탁상품에 가입했는데, 정작 몫돈이 필요해 이를 해지하자 불입했던 원금의 반 정도만 회수할 수 있었다. 여기서 깨달은 교훈은 남에게 내 자산의 운용을 맡기면 후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난 더욱 철저하게 직접투자만 실행했다. 내가 지금 이 책을 읽는 이유도 간접투자의 헛점이나 함정을 살펴볼 요량이다.

ELS 쿠폰의 비밀       

2000년대 초반 한국 시장에 ELS가 처음 소개되었다. 당시 이런 상품을 처음 접했던 많은 담당자들은 “어떻게 기초자산이 50% 하락해도 원금과 쿠폰을 받을 수 있냐”며 놀라워했다. 그래서 무조건 가입해야 할 상품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은퇴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 역시 “당시 한국 ELS 시장에 상품을 공급할 때 내부 세일즈 마진을 내부 가이드 라인보다 훨씬 더 붙여도 거래가 됐고, 나중에 더 붙여봐도 대부분 거래가 성사돼 신기했다”고 회고했다.

한국의 금융지식 수준이 그들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었던 거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는 금융공학을 전문적으로 이해하는 인력이 많지 않았고, ELS 투자 경험을 가진 고객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IMF 이후 국내 증권사의 일부 인력들은 선진 금융기법들은 많이 공부했다. 

미래에셋을 창업한 박현주 회장도 이런 필요성을 깨닫고 증권회사에 '금주령'을 발동하기도 했었다. 그 시절만 해도 증시가 폐장되면 증권사 직원들은 삼삼오오 우루루 몰려가 술을 마시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는데, 이런 악습을 깨뜨리려는 시도였다. 술 마실 시간에 공부하라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외국계 증권사가 구조화된 상품을 제안하면 전문지식이 부족한 탓에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거래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기였다. 물론 2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의 금융 수준이 높은 축에 든다.


(사진, 쿠폰 결정 요소)

ELS 쿠폰의 결정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변수는 변동성變動性이다. 이는 기초자산이 얼마나 크게 움직이는지를 의미한다. 기초자산이란 주식시장의 환경에 따라 상승할 수도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런데,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즉 조기 상환 가능성은 낮아지고 '노크-인'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 쿠폰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해당 상품이 내포하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가'였다. 쉽게 말해서 '눈속임'이었다.

모든 금융투자는 아는만큼 보인다

수익이 있는 곳엔 반드시 리스크가 존재한다. ELS가 겉보기엔 수익 상환 확률이 높고 구조 또한 유리한 상품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해하고 시작해야 할 단점(리스크) 또한 분명히 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잘못된 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다. 파생상품투자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정독을 권하고 싶다.

#재테크 #투자상품 #ELS #조기상환 #기초자산 #상품구조 #김정혁 #매경출판 #MK에디션 #경제공부 #재테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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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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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디로 간 걸까? 매일 거울을 보며 똑같은 질문을 건네보지만 답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영국을 배경으로 문학을 통해 진정한 만남을 그려내는 이 소설은, 전쟁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 시대와 겹치며,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전쟁의 포화로 검게 그을린 세계에서 시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고, <수평선 너머>는 바로 그 기적에 대한 이야기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문학이 인간의 삶을 구할 수 있다는 그 오랜 믿음을 다시 회복했다. - 황인찬(시인)


이 소설에 대한 찬사가 넘친다. 마치 동화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거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며, 페이지마다 묘사의 보석이 박혀있어 시적詩的이고, 살아있음의 기쁨을 그려낸 서정적인 소설 등의 글이 무려 4페이지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나 또한 그래서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영국 작가 벤자민 마이어스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이다. 실제로 그의 글은 <가디언>, <뉴 스테이츠먼> 등 다양한 매체에 실렸으며, 그의 작품은 풍경, 도덕성, 인간관계 등의 주제를 아우른다. 월터 스콧상을 수상한 <교수대>가 대표작이며, 영국 왕립 문학회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16살 소년이 우연히 만난 노부인과의 우정을 통해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어느 여름날을 담았다. 참고로 책표지에 담긴 그림은 화가 콜린 프레저(Colin Fraser)의 작품 'Beacon Head'(2023년)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다"

이는 나이든 내가 자주 읊조리는 말이다. 한해 한해 세월이 참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 시절이 오면, 입 밖으로 절로 나오는 듯하다. 소설의 화자 또한 나와 비슷한 듯 이렇게 소설을 시작한다. 아픈 발을 질질 끌며 다니다 보니 마룻바닥의 페인트칠이 다 닳아 벗겨질 정도로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 세월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나이 든 순간이며, 앞으로 더 늙어갈 일만 남았다. 열린 창가에 앉아 있는 지금, 화자의 생애 마지막이 될 여름의 향기를 실어오는 가볍디가벼운 바람결에 새들의 노래가 글리산도(서로 다른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르게 지나가며 연주하는 음악 주법)를 이루고, 화자話者는 삶을 붙들듯 詩에 매달린다.

삶은 저 바깥에서 내가 게걸스레 먹어치워 주기를, 허겁지겁 집어삼켜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각이 내 안에서 깨어났고 도무지 만족을 몰랐으며, 나로서는 그것을 감당해야 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혹은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깔려 익사하듯 죽어간 또래들을 위해서라도 내게는 삶을 탐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23쪽)

지금까지 어린 시절 대부분은 교실 창밖의 세계에 관심이 있었다. 수업을 파하는 종소리가 울리면 얼른 뛰쳐나가 들판을 자유로이 쏘다니고 싶었다. 멧비둘기가 지저귀는 소리,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 소리, 금방망이풀, 유채꽃의 향기가 풍기는 계절이었다.   

조만간 북아프리카에서 이곳 북부 잉글랜드로 돌아오는 제비들과 칼새들도 모습을 보일 것이다. 위어강 강둑을 따라 자라난 야생 마늘의 톡 쏘는 향기가 공기에 가득했다. 여기저기에 생긴 오솔길과 따끈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걸었다. 문닫은 공장, 전선 타래, 짐수레가 놓인 공터 등을 지나치는 동안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전쟁(1940년 4~6월, 영국은 연합군의 일원으로 노르웨이를 지원했지만 결국 독일군에게 점령당했음)은 질병과도 같아 시간의 흐름만이 치유할 수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고통받아야 했다.

화자의 부모님은 화자가 탄광炭鑛에 들어가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리라곤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분들이다. 화자의 도래 중엔 이미 2,3년째 채찬 막장에서 일한 애들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맑은 공기를 그토록 갈망하는 화자가 지금 영국의 길가를 걷고 있는 이유였다.

오늘도 걸었다. 막다른 길처럼 보였음에도 90미터쯤 더 나아가자 저만치 오두막이 보였다. 석재石材로 지은 집은 마치 문어발처럼 아메리카 담쟁이덩굴이 온통 뒤덮고 있었다. 오솔길은 오두막 옆쪽에서 끝났다. 집 앞으로 정원이 보였다. 화단으로 둘러싸인 채소밭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사진 목초지의 내리막을 따라 조그맣게 조성한 구역이었다. 새 모이통아 여러 개 놓여 있었고 박새, 되새, 개똥지빠귀, 솔새, 검은머리꾀고리 등이 분주하게 식사하고 있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엔진에 시동을 거는 듯 낮고 거친 소리였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독일새퍼트 한 마리가 단거리선수처럼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으르렁대는 소리는 간담이 서늘했다.

정원 울타리 너머 덤불 속에서 한 여성이 몸을 일으키며 개를 불렀다. "버터스" 그녀는 화자를 바라보았다. 친근하게 인사하는 말투가 오히려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180센티미터 정도의 큰 키를 가진 이 여성은 당당하고 거만한 자세 때문에 위엄이 있어 보였다. "봐줘라, 버터스"라는 그녀의 말에 개는 몸을 수그려 땅에 엎드려 앞발에 머리를 기댔다.

"그냥 이 길을 따라 내려오던 중이었어요"
"억양을 들어보니 먼 데서 온 모양이군. 갱부 사투리 같은데?"

한 눈에 노숙자로 보이는 화자에게 쇄기풀 차를 권하는 중년 여성의 이름은 '덜시 파이퍼'였다. 통성명을 원하는 그녀에게 화자는 "로버트 애플야드"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쇄기풀 차를 꺼려하던 소년에게 쇄기풀 차를 끓일 때 빛깔과 풍미 때문에 레몬을 첨가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는 약간의 색이 필요한 법이거든. 환상일지라도 말이지. 그리고 풍미 없는 삶은 죽음과 다름없어." (51쪽)

몸에서 나는 땀냄새를 의식하며 떠나려하는 로버트에게 덜시는 바닷가재 요리를 한다며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제안한다. 이를 먹어본 적 없었던 로버트는 어머니가 생선을 안 좋아한 탓이라고 얼버부리려 하자 벌써 경제적 사정이었음을 눈치 챈 덜시는 화제를 잠시 전쟁 탓이라고 돌렸다. 이에 로버트는 모두 독일 놈들 때문이라며 적개심을 완전 드러냈다. 그러자 덜시는 진정으로 싸울 가치가 있는 건 자유, 자유가 가져다주는 모든 것, 시詩, 좋은 와인 한 잔, 맛난 식사, 자연, 사랑 등이라고 말한다. 로버트에게 도움되는 대화는 이어졌다.

로버트가 저녁까지 고맙게 먹고 가겠다고 하자 저 아래 초원에서 마늘 한 움큼 뜯어오라고 요구했다. 정원 울타리를 넘어 들판으로 나아갔다. 사방천지에 쑥갓, 마디풀, 메꽃, 과꽃, 쇄기풀, 검은딸기나무, 우엉, 갈퀴나물, 엉겅퀴 등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함께 나서서 길을 터준 버터스 덕분에 야생 마늘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평화로운 들판 풍경에 푹 빠져서 윙윙대는 곤충들과 근처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이를 한껏 즐겼다. 모르는 사이에 로버트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떠밀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이야기는 듣는 사람 혹은 읽는 사람에게 다른 풍경을 건넨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의 그 낯선 풍경 속에 인물이 놓인다. 어딘가로 움직인다. 누군가를 만난다. 우연히, 놀랍게도 우연히 말이다. 예기치 않았던 우연이 엮어내는 이야기가 실로 경이롭다.

생애의 초여름을 지나는 로버트는 오소리 굴을 들여다보다 우연히 발견한 덤불 바깥 길목에 위치한 오두막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덜시를 만났다. 자기 인생의 늦가을쯤 지나고 있는 듯한 덜시는 생판 모르는 소년을 마치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햇다. 박학다싯(?)한 그녀의 말들이 로버트의 귓가에 맴돌고 나아가 인생 방향까지 비튼다. 이 소년은 처음으로 철학과 예술의 언어를 배우고, 문학의 세계에 몸을 담근다.

좋은 시는 마음속 조개껍데기를 벗겨내 그 안에 깃든 진주를 발견하게 한단다. 말로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는 감정에 언어를 부여하는 거야. (중략) 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점을 일러주는 인류의 표현 방식이야. 캄캄한 밤을 홀로 항해하는 뱃고동에서 애절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처럼, 시는 시대를 초월해 공명하는 위로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138-139쪽)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이런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을 듯 싶다. 비록 우연일지라도 자연을 곁에 두고, 타인을 만나 시절과 문학을 논하는 그런 삶을 말이다. 또 다른 우리 모두의 풍경 안에서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는 번역자의 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햇살 가득한 여름날 그늘막에 앉아 이 소설에 빠져 보시길 권하고 싶다.


#소설 #장편소설 #수평선너머 #벤자민마이어스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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