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우지 않는 귀한 마음
유형길 지음 / 문장의힘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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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보내며 글이 나를 닮아가는지, 내가 글을 닮아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떤 한 해였는지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버텼습니다. 다만 분명한 마음 하나는 있었습니다. 다시는 내가 거두고 이뤄낸 것들을 앞세우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은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서라도 우선 행복해져야 한다(1장), 당신의 아침이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2장),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사랑까지도 사랑하고 있음을(3장) 등에 걸쳐서 작가 유형길의 168개 단상短想들을 담고 있다.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서라도 우선 행복해져야 한다 


행복은 일종의 에너지이자 자원이므로 충분히 채워져 있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 흘러간다. 지키고 싶은, 지켜야만 하는 그들의 샘이 메말라갈 때 물을 떠다 주기 위해서는 내 삶이 먼저 가득 차 있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나의 잔을 먼저 채운 뒤에 넘침으로 타인을 데우는 일이다.   


행복은 늘 반 걸음 늦게 찾아온다


행복은 늘 반 걸음 늦게 찾아온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에 순간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행복은 실제로 있는 감정이라기보다 깨닫는 감정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행복은 흔히 무언가를 갖고 있을 때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사진)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말은 감정에만 매몰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쉽지만 말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어렵다. 그렇다. 사랑은 받아들이는 훈련이자 동시에 나를 다스리는 훈련이기도 하다.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함께 있는 시간보다는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으로 증명된다.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사진)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으면 어떤 태도로 사랑에 임할 건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도 소용없다. 사랑 앞에서는 방법을 찾은 사랑보다 그러기로한 사랑이 중요한 것이다. 나의 명곡 리스트에 들어 있는 노래 중 김동률 가수가 부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의 가삿말을 음미해 본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기다려왔다고

널 기다리는 게 나에겐 제일 쉬운 일이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여전히 난 부족하지만 받아주겠냐고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에 전부라

어쩔 수 없다고 말야


뭐니 뭐니 해도 우선순위는 인성이다

인성人性이란 다정함, 무해함과 같은 축軸에 있는 '타인을 다루는 능력'
이다. 이제 '인성은 착한 사람'이라는 구식 표현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양해진 시대라서 그렇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들이 많을지라도 나는 여전히 인성이 모든 것의 바탕이라고 믿는다. 

다정함, 무해함, 배려, 신뢰 같은 단어를 한데 묶는 말. 결국 그것이 인성인 것이다. 이런 나는 구식인가?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난 엄한 아버지로부터 천자문, 채근담, 명심보감, 소학, 논어 등 한문으로 가득한 고전古典을 배웠으니 말이다.(사진) 



그럼에도 난 옛것을 여전히 좋아한다. 욕심쟁이였던 내가 이제 늙어서 그 많았던 여러 취미들도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건 딱 두 가지, 이 중 하나가 바로 새벽 독서인데 이 시간에 손 때가 잔뜩 묻은 아버지의 유품이기도 한 '채근담'을 펼처 읽는다. 어릴 적 회초리를 맞으며 배웠던 채근담은 이제 늙은 나에게도 여전한 인성 교과서이기에.

최고의 복수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기준 삼지 않는 것이다 

마치 위로처럼 들리는 글귀이다. 우리 모두는 대체로 경쟁심이 강한 동물들이라 마음 속에 날카로운 칼 한 자루씩 품고 산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나를 괴롭혔던 사람에게 언젠가 반드시 이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를 일컬어 복수심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이 자신을 위로 끌어올린 원동력이었음을 안다. 흔히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들을 자주 접한다. 이는 심약心弱한 사람들을 위한 말이 아닐까. 마음 약한 사람들은 그런 상대방을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란 트라우마에 사로잡힐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이런 긍정적인 비교심이 없다면 오히려 자신을 겁쟁이로 추락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저자 또한 복수심을 불러일으킨 그사람을 완전히 망각하라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단지 그사람이 내 삶에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금禁하란 조언인 것 같다. 이렇게 저자 자신의 단상을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관점觀點을 달리 해야 한다. 그때의 일은 한때의 일일 뿐,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방향이 될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 복수의 대상을 증명하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진짜 복수란 복수심을 품게 한 그 사람에게서 중심의 무게를 내게로 이동하는 일인 것이다."(147쪽)

위로는 많지만, 끝내 용기를 건네는 사람은 귀하다

위로보다 용기를 주는 사람은 잘없다. 위로는 아픈 마음을 함께 바라봐 주는 일이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다소 놓일 수 있다. 그래서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많은 사람들은 위로하는 사람으로 남으려 한다. 

반면 용기를 건넨다는 건 이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일을 넘어 실의에 빠져 어깨가 축 처진 사람이 다시금 알어나 걸어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한다. 말만 하는 위로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르고, 함께 걷는 각오까지 필요하기에 그렇다. 


#내세우지않는귀한마음 #책추천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서평 #문장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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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스위치를 켜라 - 매끈한 피부부터 요요 없는 다이어트까지
이케타니 도시로 지음, 나지윤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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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이야말로 내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스위치입니다. 혈관 스위치가 켜지면, 피부에 생기가 돌고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의 맵시가 살아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간단한 '혈관 다이어트' 습관을 꾸준히 실천해서 여러분의 몸속 혈관 스위치를 켜시기 바랍니다. - '시작하면서'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이케타니 도시로는 의학박사로 이케타니병원 원장이다. 도쿄 태생으로 도쿄 의과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뒤 동교 대학병원 제2내과에서 혈관과 동맥경화 관련 연구에 매진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이케타니병원을 이끌며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책은 2부에 걸쳐 총 9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늙어 보이는 사람, 젊어 보이는 사람(1장), 혈관이 젊어지면 '얼굴'이 젊어진다(2장), 혈관이 젊어지면 '뇌'가 젊어진다(3장), 혈관이 젊어지면 '내장'이 젊어진다(4장), 누구나 20년 젊어질 수 있다(5장), 아침 루틴 4가지(6장), 점심 루틴 6가지(7장), 야간 루틴 7가지(8장), 마인드 컨트롤 5가지(9장) 등을 통해 건강한 혈관의 중요성을 다룬다.   

외모 변화와 노화 증상 3종 세트

대체로 나이 40을 넘기면 사람에 따라 외모 노화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예전보다 왜 이렇게 늙어 보이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말이다. 이런 변화는 왜 일어날까? 아래의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 역시 얼굴의 노화다.
두 번째 이유~ 불룩 나온 배다.
세 번째 이유~ 자세다.

등이 구부정하고 둥글게 말린 상태를 ‘ET 자세’라고 부른다. 자세는 단순한 외형을 넘어 그 사람의 정신 건강과 신체의 건강 상태까지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등을 곧게 펴고 똑바로 서기만 해도 겉모습이 10세, 어쩌면 20세까지 젊어 보일 수 있다. 과장이 결코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20년 전 나이로 되돌릴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체험해서 그 효과를 입증한 관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식사와 운동, 일상적 움직임과 더불어 호흡, 목욕, 수면, 스트레스 관리까지 생활 습관 전반을 아우르며,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도 거의 없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익힌 후에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매일 꾸준히 이어 가기’이다. 그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혈관 나이를 20년 젊게 되돌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건 물론이고, 아래와 같은 변화가 찾아온다(아래 사진 참조).


혈관도 나이들면서 점차 변한다

혈관 나이가 젊을수록 혈관은 부드럽고 탄력적이며 혈류도 원활하게 흐른다. 그 결과 영양분과 산소가 피부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전달되어 피부 표면이 탱탱해지고 윤기가 돈다. 피부에 공급되는 혈액은 '미용 에센스'
인 셈이다.

하지만 혈관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변한다. 혈관 내벽이 두껍고 단단해져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게 늘어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혈류가 서서히 둔해지고 피부를 비롯한 말초 조직에 도달해야 할 영양 공급이 막히기 시작한다. 이렇게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으면, 세포가 제때 필요한 에너지를 받기 어려워진다. 

무서운 것은 그다음이다.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류가 약해지면, 모세혈관 속 혈액 흐름이 점차 느려지고 마침내 끊기고 만다. 제 기능을 잃은 이런 모세혈관을 ‘고스트 혈관’이라고 부른다. 혈액이 흐르지 않는 채로 방치된 혈관은 실제로 유령처럼 사라져 버린다. 물이 말라버린 강이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고스트 혈관은 피부 노화를 비롯한 여러 신체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모세혈관 수는 20대에 가장 많고 나이가 들면서 고스트 혈관 현상으로 점차 줄어든다. 60대가 되면 20대의 약 40퍼센트 수준만 남는다.

오메가6는 줄이고, 오메가3는 올리고

염증은 혈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피부, 간, 신장, 뇌 등 거의 모든 기관에서 세포 손상과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우리가 섭취하는 지방산의 균형에 있다는 것이다.

즉 오메가6계 지방산 섭취는 줄이고 오메가3계 지방산 섭취는 늘리는 것, 이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몸속 염증이 차분히 가라앉고 혈관과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고기를 섭취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참고로 오메가6계와 오메가3계는 아래 사진을 참조하세요. 


(사진, 오메가6계 & 오메가3계)

일산화질소는 '혈관 회춘 스위치'

일산화질소는 혈관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유연성과 탄력을 유지하게 해 주는 물질로 이른바 ‘혈관 회춘 물질’이라고 불리는데, 이의 구체적인 역할은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원활하게 만들고, 혈관을 유연하게 유지하며, 혈압을 낮추고, 손상된 혈관을 회복시킨다. 

이제부터는 기적의 혈관 다이어트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로 꾸준히 실천할수록 몸이 달라지고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 자연히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므로 효율이 좋은 투자임에 틀림없다. 즉 
‘내장지방을 줄이고 혈관 나이를 20세 젊게 만들기’엔 2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엄격한 식사 제한은 하지 않는다.
둘째, 과격한 운동이나 힘겨운 트레이닝은 하지 않는다. 

과격한 운동은 하지않기

혈관을 젊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힘든 운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운동의 기본 원칙은 '운동은 쪼개서 해도 충분하다', '단 5분, 좀비 체조'이다.생각날 때마다 그 자리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좀비 체조’(아래 사진 참조)라 동작은 단순하다. 다리를 가볍게 움직이고 상체의 힘을 빼고 이리저리 흔들어 보라. 그 모습이 꼭 좀비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저자는 이 체조를 감히 ‘궁극의 운동’이라고 자부한다.


(사진, 좀비 체조)

좀비 체조는 언제 하든 괜찮지만 특히 혈당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식후 30분부터 한 시간 사이에 하면 가장 좋다. 이때 몸을 움직여 주면 먹은 당질이 곧바로 에너지로 쓰이고 흡수 속도가 완만해져 식후 혈당이 서서히 오르게 된다. 


기적의 혈관 다이어트

책은 22가지의 습관을 통해 혈관 다이어트법을 제인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오늘 무엇을 하나라도 실천했는가'이다. 말하자면 '벡문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임을 강조하는 셈이다. 작은 변화를 즐기며 매일 조금씩 이어간다면 어느 날 문득, 달라진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간소개 #책추천 #다이어트비법 #젊어지는스위치를켜라 #향기책방 #이케타니도시로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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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 당신의 인생은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김용욱(필통밴드) 지음 / 필통뮤직스토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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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여는 당신, 그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지금 당신 앞에 한 권의 이야기가 열한 개의 멜로디가 놓여 습니다. 음악과 함께 기억되지 않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듣다'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용욱(필통밴드)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이야기를 품은 음악을 만들어간다. 'B.S.T'(Book Sound Track)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한 권의 책에 담긴 세를 음악으로 확장하고, 그 감정의 결을 독자이자 청자에게 입체적으로 전하고 자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삽입되는 음악을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라고 말한다. 흔히 주제곡이라고도 부르는데, 대체로 해당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연주곡이나 또는 보컬곡曲을 일컫는 말이다. 이 소설은 이와 유사한 개념의 BST(북 사운드 트랙)라는 독특한 구조를 우리들에게 내보인다.

영혼들의 쉼터

"나는 배가성이란 별에 있다가 왔어요"

이 작품 속엔 나, 수호천사(여고), 타냐, 로타, 히바로드, 영혼(나오스) 등이 등장한다. 마치 공상소설 속으로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흔히 우리 인간들은 머나 먼 우주의 별에서 푸른 행성인 지구라는 이곳에 와서 살다가 죽으면 고향인 그 별로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던가. 그렇다. 배가성은 작품 속의 별이름이다.

영혼들의 쉼터는 이번 생을 마감하고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곳이다. 대략 700번이 넘는 환생을 해 왔던 나, 전에 노르웨이 로보텐에서 어부로 살았을 때 만났던 로타가 지나가다 나를 알아보더니 눈을 찡긋댔다. 이 단편엔 환생還生이란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어! 벌써 다시 돌아왔어요?” 이번엔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돌을 쌓을 때 만났던 히바로드였다. 이에 멋쩍은 미소로 답했다. 시야에 초록색 가득한 쉼터가 들어왔다. 길 양 편의 이팝나무, 벤치나 잔디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영혼들의 모습과 왁자지껄한 소리 가득했다.

배가성에서 시간은 의미가 없다. 이곳의 존재들은 지구 나이로 425년을 살지만, 아무도 오늘이 며칠인지 몇 년이 지났는지 같은 걸 세지 않는다. 오직 기억으로 삶을 쌓아간다. 지구인들처럼 시간에 쫓기거나 늙어간다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곳이다. 또 이곳에선 어느 누구도 다투질 않는다.

BST 배가성

머나먼 저 별에 그곳에는
신비한 또 누군가들이
살고 있을까?
숨결처럼 부서지는 기억들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끝없는 별이 춤을 추네
(중략)

노란 캡슐을 타고 미지의 별로 향했다. 이 별은 생과 생生 사이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미지의 별이었다. 순식간에 캡슐은 그 별의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별의 내부 공간은 마치 지하철 터널을 연상케 했다. 공간은 거대한 둥근 원형의 통로였다. 드디어 도착했다. 캡슐과 문이 동시에 열렸다.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BST 목록) 

얼마전 재미있게 시청했던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내(김혜자)는 아픈 남편(손석구)의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하지만 결국 사별한다. 이후 아내(김혜자)도 죽어서 이승을 떠나는데,이때 지하철 같은 이동 수단에 승차한다. 승차한 영혼들은 내려야 할 곳에 이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밖으로 빨려나간다. 이를테면 천국과 지옥으로 향할 영혼들의 행선지가 이렇게 구분되는 셈이다.  

신비로운 색감을 지닌 공간의 천장엔 무수히 많은 별과 별자리들이 가득했다. 유리 카펫을 따라 걸어가자 커다란 원형 모양의 서가書架가 한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고 마치 살아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 안엔 꽤많은 책이 놓여 있었다. 이는 바로 나의 인생이었다. 책을 들춰보고 싶었다. 수호천사 여고는 말했다. "책이 허한다면 열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열리지 않을 거예요. 한번 시도해 봐요"

처음, 그리고 선물

그림을 그리는 소영과 버려진 애완견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진국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다. 하루는 진국이 별관 옥상으로 끌려갔다. 소위 '일진'으로 보이는 동급 여학생 세희가 벌인 짓이었다. 세희는 도서관보다 헬스장에 가는 덩치 큰 여학생이다. 담배를 사오라는 요청에 돈이 없다고 버티다가 진국은 세희 무리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때마침 3학년 퀸카인 소영이 이 광경을 목격하곤 이를 제지한다.

어느 금요일 오후,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소영을 찾아간 진국은 개를 좋아하면 주말에 유기견 보호센터에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이에 소영도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진국은 미술실을 나오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일요일 오전, 약속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한 진국은 자신의 애완견 곤이와 함께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중 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폈다. 그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데 어제부터 좀 가라앉은 상태였다. 사실 이런 피부염증엔 개와 고양이를 멀리해야 한다. 아무튼 일행은 택시를 타고 유기견 센터로 향했다. 견사犬舍에서 진국은 배설물에 아랑곳않고 청소와 소독을 했다. 이런 하루를 함보내며 소영과 진국은 자신들의 마음 속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끈적하고, 재즈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햇살은 가득했다. 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물결을 이루는 듯 진국의 코를 자극했다. 소영이 옆에서 눈을 감고, 고요하게 하늘을 바라봤다. 진국은 한쪽 이어폰을 빼 소영의 귀에 가져다 댔다. 눈을 뜬 소영이 진국을 바라보며 입가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침대 위. 진국은 눈을 떴다. 옆엔 소영이 조용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소영에게 입 맞추려 다가갔다. 소영은 '똥 냄새. 큭 큭'이라고 장난을 치며 이불 속으로 몸을 돌돌 말았다. 진국은 꿈 얘기를 했다. '푸른 눈을 가진, 바닷속 존재, 빛 구슬' 얘기를 듣던 소영은 미소를 지으며 아기 태몽이란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소영은 침대에 누웠다. 의사는 초음파 기계를 조정하면서 화면으로 아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었다. 쿵.쿵.쿵.쿵.쿵.쿵.쿵, 작지만 분명한 소리는 아기의 심장 소리였다. 진국은 소영의 배 위에 손을 얹고 아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예쁜 딸 별이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북 사운드 트랙에 노래가 흘러나온다.


(사진, 그대라서 참 좋은걸요)


(사진, 선물)

애가哀歌

소영은 복지센터에서 힘든 주민들을 돕고 있었고, 진국은 택배기사로 일했다. 횡단보도 신호들이 녹색으로 바뀌자 소영은 딸을 안고 건너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차 한 대가 질주해 오고 있었다. 위험을 직감하고 소영은 몸을 돌렸지만 공중으로 튕겨 올라 차량 앞 유리창에 강하게 충돌했다. 음주운전이었다. 

내 세계는 다시 멈춰가고 있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우주 속에서 내가 존재했던 시간은 늘 찰나였다. 그렇게 짧은 순간만큼 존재하다 그렇게 사라졌다. 북 사운드 트랙에 음악이 흐른다.


(사진, 'We’re all crying')

새벽 공기가 차갑게 얼굴을 스쳤다. 물류센터엔 택배 상자들이 가득했다. 진국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의 박스들을 챙겨 목적지로 향했다. 내동 617-1, 그린빌 4층. 손수레를 끌고 익숙한 건물 앞에 섰다. 지난 8년 동안 수없이 찾아왔던 곳이다. 숨을 고르며 택배 상자를 문 앞에 내려놓았다. 문 옆에 음료수, 소보로빵, 그리고 작은 쪽지가 놓여 있다.

"추우신데 감기 조심하시고, 명절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은 쪽지가 진국에겐 하루를 버틸 큰 힘이 되었다. 한번도 대면한 적 없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동 중간에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빌라 단지의 좁은 골목을 따라가며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이젠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백년 아파트', 오래된 글자가 바랜 페인트 위로 드러났다. 

두 다리를 살짝 벌리고 엉거주춤 걸어가는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형이다. 6살에 멈춰 더 늙지 않고 있는 형은 동생인 진국에게 오히려 형이라 부른다. 간질이 시작되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마는 사람이다. 돌봐 줄 사람이 없을 때 이런 아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은 요양원이리라. 

마지막 아파트를 돌면 오늘 일이 끝난다. 주머니 속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건양대 병원 응급실입니다. 이소영 씨 보호자 되시죠?" 순간적으로 진국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이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소영과 별이는 하늘 나라로 떠난 후였다. 작은 쪽지의 기분좋은 하루가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처럼 이렇게 허망할 줄이야.

B.S.T. 고백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주며
살 수 잇을까? 내가...
아픔주고 상처받고 쓰러지는
우리 인생이
눈물이 나요
이젠 버리리


#한국소설 #책추천 #소설추천 #STOP #김용욱 #필통밴드 #필통뮤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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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관심 있습니다 - 연방대법원 판례로 본 헌법과 대통령제 이야기
김애경 지음 / 가디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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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로 미국의 연방정부를 규율하는 헌법과 대통령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주와 연방과의 관계를 다루는 판례를 설명하거나 맥락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국' 혹은 '연방'이라는 용어는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의 기관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혹은 대통령, 의회, (대)법원으로 표현하였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김애경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에서 미국법을 공부 법률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법의 공부 과정에서 미국 헌법, 회사법, 증권거래법 등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미국 대통령제, 삼권분립과 견제, 균형의 미학(1장), 대법원 판례로 본 대통령 권력(2장), 대법원 판례로 본 입법부 권력(3장), 대법원 판례로 본 사법부 권력(4장), 대법원 판례로 본 팽창하는 행정권력(5장) 등에 관해 설명한다.


대통령제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분립과 상호 견제를 통해 궈력의 균형을 이루는 대통령제를 담은 최초의 헌법이 미국 헌법이다. 1787년 미국 헌법을 제정한 회를 필라델피아 회의 또는 제헌회의라고 한다. 여기에 참여한 대표들을 헌법 설계자들이라고 부른다.


헌법 설계자들은 절대왕정을 거부했다. 이는 영국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강압적 통치는 미국 독립혁명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권력의 집중이 언제든 자유를 짓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식민지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17세기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는 절대왕정의 전제적 통치를 비판하며, 인간의 지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 원리를 제시했다. 로크 사상의 출발점은 인간이 그 어떤 권력에도 예속되지 않는 생명, 자유, 재산과 같은 천부적인 자연권을 갖는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선 이 자연권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으므로 사회계약을 맺고 정치공동체를 구성해 개인은 자신의 자연권 일부를 정부에 위임하고 정부는 그 위임을 통해 정치적 권력을 자연권 보호라는 목적 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즉 '정당한 정부 권력은 통치받는 자의 동의에 기반한다'



헌법 설계자들이 추구했던 삼권분립과 견제균형의 원리는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샤를 몽테스키외의 생각에서 찾을 수 있다. 몽테스키외는 권력의 남용 위험 때문에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력분립론'을 제시했다. 즉 '권력은 권력으로 견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권력


남북전쟁과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국가안보 영역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에게 비교적 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분야로 자리잡아 왔다. 특히 현대 국가에서 국가안보는 더 이상 군사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경제 제재, 금융 거래 통제, 수출입 제한, 외국인 입국 규제 등과 같은 조치들 역시 국가안보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ㄱ 러나 대통령의 국가안보 관련 판단이 정치적, 전문적 재량응 포함할지라도 그 정당성은 어디까지나 법률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행사될 때에만 인정된다. 국가안보라는 명분은 권한 행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헌법이나 법률이 설정한 한계를 대체할 순 없다.



미국 헌정사는 대통령 권한의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정부 권력 간에 일어난 대립의 역사였다. 이런 논란은 국가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행정 및 사법 등과 같은 영역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통령이 발하는 명령과 판단이 어느 경우엔 고유 권한으로 존중되고, 어느 경우엔 법원과 의회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대통령 권력과 관련해 메우 중요한 헙법적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책 속엔 여러 판례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대통령은 법 위에 있는가"란 물음에 대해 헌법적 답변을 제시하는 셈이다.


두 번째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는 줄곧 화제의 중심에 있다.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해 전세계 모든 국가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군사작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운다. 더구나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66게 국제기구, 협약 및 조약에서 동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법 위에 있는 존재'의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미국 전역에선 '노 킹스'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책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권력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소개하고 있다. 총 29가지 판례들을 통해 미국 헌법이 추구하는 대통령, 입법부, 행정부 권력의 위임 범위와 견제균형이라는 권력분립에 대해 이해를 높힘과 동시에 대한민국 대통령제에 관해서도 성찰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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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2026-02-2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국 연방대법원이 2026년 2월 20일 오전 10시(현지 기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위법·위헌이라는 취지의 역사적 판결을 내린 직후
그 내용을 전격 해부하는 저자 김애경 북토크가 개최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www.knowhow.or.kr/center/program_detail.php?seq=551
 
허공 줍기
임효 지음 / 디자인PLP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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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에는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에서 붕어 한 마리가 마지막 숨으로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그 붕어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 단 한 바가지의 물이다. 수해 이후의 나는 그 수레바퀴 자국에 갇힌 붕어였다. 걷어내고 덜어내며 3년 가까운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말라가고 있었다. - '생성의 시간'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임효는 홍익대학교와 동교 대학원에서 회화繪畵를 전공했다. 1986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 개관기념전 <한국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전>에 출품하면서 한국화단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제7회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제13회 선미술상 등을 수상하고 상하이, 쥬리히, 바젤, 파리, 이스탄불, 싱가포르 한국 아트페어 등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탐색, 자신을 찾아가는 그림(1부), 언어, 의미와 조형 공간의 도구(2부), 평범, 일상을 낯설게 보기(3부), 유희, 그림 속에 놀다(4부), 해체와 재구성, 상상력의 확장(5부), 통섭, 인연생기因緣生起(6부)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줍는 일, 그 허공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는 기록을 담고 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

예술가는 창조자다. 예술은 불확실성 속에서 늘 새롭게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길 위에 서 있다. 예술적 행위는 ‘이것이다’라는 고정된 형식을 정해 놓고 가지 않는다. 집착하는 순간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늘 기존에 생각해 왔던 관념적인 조형의 틀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술의 창조성은 직관에 의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진정한 예술의 창조적 행위는 부딪치면서 찾아가는 실험예술이자 보이지 않음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자신만의 심상心象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宿命이다. 
작가는 삶에서 얻어지는 지혜를 깨닫고 그려내는 세계가 세상과 만나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고민한다. 그림을 그리는 변환점은 사람들의 안목眼目과 관계에서 생기는 힘, 바로 두터운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가는 그림을 던져버리거나 떠나서 살 수 없다. 그림과 끊임없이 유기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 어느 때 어느 순간이라도 그림의 영역을 벗어나면 진정한 그림을 그려낼 수 없다. 그림에서 어울림이 없으면 그림이 되지 않는다. 그 어울림이 상象으로 드러나고 지워진다. 그래서 그림은 늘 머릿속에서 살아있어야 한다.


(사진, 바람부는 날 29쪽)

영혼의 울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시리즈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의미하는 영혼의 울림을 던진다. '아바타'의 어원은 산스크리스트어 '아바타라'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육체적 화신 또는 분신을 뜻한다. 힌두교의 비슈누 산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인간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 영역이다. 영역은 땅, 정신,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화면의 공간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의 의식과 인연이 되어 영혼에서 울림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소통이 된다. 그림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다양한 삶의 흔적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사진, 소통의 도구 101쪽) 

일상을 낯설게 보기

'불광불급'이란 말이 있다. 미치지(狂) 않고는 경지에 미치지(及) 않는다는 뜻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미쳐야 그림이 된다. 50년 전 저자의 대학 신입생 시절엔 철학 수업 시간에 칠판에 써놓은 '미치고 돌아라'란 글귀를 무슨 뜻인지를 전혀 몰랐다.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고 난 뒤에야 이 말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미친다'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이 하나가 됨을, 그리고 '돈다'는 것은 거듭난다는 것임을 말이다. 그렇다. 무릇 작가는 미치고 돌아야 하는 숙명이라는 것을.

스위스 융프라우 얼음산(해발 4158미터)에 미친 스위스의 한 기업가가 있었다. 철도왕 아돌프 구에르 첼로의 기상천외한 발상이 바로 산에 철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세인世人들은 그를 미친狂 사람이라고 조롱했지만 '중꺾마'란 말처럼 결국 그는 융프라우 톱니바퀴 철도를 건설했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관광 갔을 때 이 철도를 이용했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생성의 시간, 물질의 호흡을 그린다. 작은 실마리, 생각의 일어남이 중요하다. 그것은 어떤 조그만 계기에서 만들어진다. 인연의 세계도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인연은 주파수요 관계를 통해 소통하는 통신 언어다.

하늘에서 억수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비가 만들어준 자연의 선과 인위의 선이 만났다. 자연이 내게 만들어준 인연법에 의해 화면에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기억의 층위가 화면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간다. 인위人爲는 무엇으로도 무위無爲를 이길 수 없다.


(사진, 사방인연 125쪽) 


그림 속에 놀다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데엔 4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오랜 세월 붓을 쥐먀 몸으로 체득하며 깨달은 것이다. 첫째는 지극至極으로 온 마음을 다하는 일이며, 둘째는 파격破格으로 익숙함을 의심하고 스스로 만든 벽을 깨는 것이고, 셋째는 고졸古拙로 평생 쌓아온 기교를 내려놓는 일이며, 넷째는 신묘神妙로 혼을 다바쳐 그릴 때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거다.


선승禪僧이 면벽 수행을 할때 벽에 느끼는 위압감은 온갖 잡념들과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이다. 화가가 화판畵板 앞에 서는 것도 이와 같다. 화판은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큰 빈 공간이다. 자유자재로 화폭에서 노닐려면 자신을 잊어버리고 그냥 그려야 한다. '파破'는 경계를 넘어서려는 춤이다.


(사진, '그림 속에 놀다' 160쪽)


상상력의 확장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선 북쪽 추운 바다 속에 살고 있는 큰 물고기 곤鯤이 삼천리나 되는 파도를 만나 비상을 해 붕鵬이 되어 날아오른다는 이야기를 통해 '큰 뜻을 품어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즉 곤이 큰 파도를 만났기 때문에 붕이 되고 큰 날개로 구만리를 갈 수 있었다는 거다.


셍텍쥐페리의 <어린 왕자>(1943년)는 그림 그리는 사람에겐 마치 성서와도 같다. 어린 왕자는 조종사에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보여준다. 어른들은 이를 큰 모자로만 보지만 어린왕자는 그 속에 숨은 코끼리를 발견한다. 이 장면은 바로 사유의 확장을 말하고 있다. 


인연생기因緣生起


<주역周易>에서 말한 '금화교역金火交易'은 바로 이질적인 것을 하나로 묶는 가운데 은유가 담겨 있다. 상극은 서로 맞지 않는 이치이나, 음과 양이 결합하여 한 몸, 한 뜻, 한 가정을 이루어 결실을 맺는다. 이것이 바로 연기緣起요 인연因緣이다.


금이 불을 만나야 다른 것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금화교역'이다. 이는 자신의 운명이 바뀐다는 의미다. 불과 금은 상극이라 서로 만나면 소멸되는 것이다. 금은 불을 만나서야 찬란한 변화를 만든다. 서로 맞지 않은 것 같은 이질적인 물질이 서로 다른 반응에 의해서 의도하지 못한 현상을 만들어 낸다.


(사진)


삶을 돌아보는 책


걷어내고 덜어내며 3년 가까운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말라가고 있던 저자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생명수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터질듯한 내면에서 솟아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세월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깨달음의 길로 들어선 한 예술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 또한 지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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