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절벽 - 성공과 행복에 대한 거짓말
미야 토쿠미츠 지음, 김잔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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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날 일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근로자'다. 이런 이상적인 근로자는 자기 일을 사랑함으로써 성공과 부를 이뤄낸다. 합리적이고 원만한 의사 결정으로 일에 몰두하는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완벽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들에게 '부富와 즐거움, 일'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새로운 세대를 현혹했고, 이를 좇아 전력을 다한 사람들은 커다란 희생을 치렀다. - '서문' 중에서

 

 

더 많아진 일에도 불구하고 왜 돈은 멀기만 할까?

 

저자 미야 토쿠미츠는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 지원하는 미국 국무성의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인 북유럽의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을 비롯해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정치, 경제, 문화를 다루는 미국의 사회주의 언론지 <자코뱅Jacobin>의 객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희망 노동'을 앞세워 근로자의 열정을 착취하는 노동 현장의 부조리와 허구성을 고발하고 있다. 일에 대한 열정은 선택이 아닌 강요가 되어 우리를 저임금의 과중한 노동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실제로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 외에 다른 것을 사랑하는 것 또한 모든 사람의 권리다. 이제는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강요되는 노동의 환상에서 벗어나 '일하지 않을 권리',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주장할 때다.

 

오늘날 이상적인 일이란, 즐거움과 자본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성공의 아이콘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성공을 자기애自己愛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들에게 "최고의 삶을 살라"고 갈파한다. 식품유통업체 홀푸드의 CEO 존 매케이는 "건전한 시장에서 사랑은 창의적인 경쟁우위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일과 사랑을 운운하는 동안에도 오늘날의 근로자들은 과거에 비해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일을 자아실현이나 행복한 노동의 이미지로 표현한 구호들이 여기저기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열정이 있는 곳에 성공이 따른다" 통근 열차에 붙어있는 MBA 광고 문구다. <코스모폴리탄>은 웨딩숍 주인이나 도시 농부, 도시 예술가 같은 독특하고 흥미로운 직업을 가진 여성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 '겟 댓 라이프 Get That Life'를 정기적으로 내보낸다.

 

'겟댓 라이프'라는 제목부터 이미 멋진 직업을 노골적으로 숭배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다고 부추기고 열망하게 만든다. 멋진 직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저 '실행'하기만 하면 이루어질 듯이 말이다. 잡지에 소개된 많은 여성들이 값비싸고 권위 있는 학위와 업계의 연줄, 그리고 풍부한 전문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뒤로 감춘 채 말이다.

 


 

사랑할 가치가 있는 일

 

인정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범주에 속하며 이들은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직업윤리를 벗어난 노동을 하는 근로자이고, 다른 하나는 직업윤리가 약속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다. 예를 들어 서비스 산업에서 '그 자체로 가치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세차를 하거나, 잡다한 물건을 선반에 진열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처리한다. 직접 하기 싫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일을 정직하게 잘하더라도 안정적인 생계를 꾸리지 못하는 일 또한 인정받지 못한다. 콜센터 직원이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안정과 안락함을 얻지 못할 때,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면 그에 맞는 보상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말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드러난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을 유지하려면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을 외면해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루한 직업이 과거에는 단순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서 무시당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라Do What You Love(DWYL)'가 부상하면서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들은 권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에 부합하지 않는 직업을 적극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사랑할 가치가 있는 일이란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는 어떤 근로자가 사회적 인정을 받고, 그렇지 못한 근로자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교묘하게 회피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에 뭐라고 적을까? 이들에게는 어떤 정체성이 부여될까?

 

 

 

열정의 교묘한 사회 통제화

 

근로자들은 감시와 규제를 피하려고 애쓴다. 사실 DWYL의 꿈은 이를 전적으로 지원한다. 진정한 자율을 만끽할 수 있는 자영업만큼 훌륭한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관리자의 감시와 규제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비전을 꿈꾸며, 자신만의 전문적인 일을 하기 위해 전문 경영 계급을 포기한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자본가계급으로 뛰어오르면 더 좋다. 마크 저커버그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밟았던 길이다. 그들이 문화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것은 엄청난 재산뿐 아니라 자기 결정과 선지자라는 위치 덕분이다. 두 사람 모두 운명을 좇아 하버드 대학교를 중퇴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거나 자영업, 프리랜서로 일하려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확실한 사실은 큰 계약이 꾸준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정한 소득을 벌어들이기 어렵고, 장기적인 계획(주택 마련, 은퇴 등)을 세울 수도 없다. 게다가 미국에서 자영업을 하면 피고용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이나 은퇴 저축 계좌, 유급 병가, 휴가 등의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근로자가 감시와 규제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무슨 일이든 들어오는 대로 땜질하듯 하고,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소득으로 불안하게 살아가겠다는 의미이다. 요가 강사나 프리랜서 작가 등 수많은 직업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즐거움이라는 미명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유연한 업무 일정과 햇빛 쏟아지는 작업실이라는 허울 뒤에서 돈도 받지 못하는 고된 일을 감수해야 한다.

 

 

 

 

인턴, 감사하라, 불평은 금물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행복해하며,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하는 것이다. ……불평은 금물이다"

 

이는 인터넷에 떠도는, 인턴사원들을 위한 수많은 명언 중 하나다. 인턴이 갖춰야 할 또 다른 행동 덕목은 다음과 같다. "항상 웃음을 띨 것, '감사합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것, 겸손한 태도를 보일 것, 단순한 일에도 열정을 보일 것" 언제나 활기차고 고마워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맡고 있는 업무나 그것의 교육적 가치가 무엇이든 간에 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전 세계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인턴의 직무와 임금은 어떤 기관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인턴은 고용이 거의 또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 일시적인 업무 형태라는 사실은 똑같다. 인턴의 임금은 낮거나 전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무척이나 흔한 상황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는 무급 노동자야말로 가장 완벽한 존재다. 

 

 

케인스의 주 15시간 경제학

자본가와 고용주는 늘 근로 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1백여 년 동안 그들은 전투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근로 시간 단축이라는 발판을 포기하고 경제 성장을 따르기로 한 이상, 또한 더 일하라는 고용주와 관리자의 압박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이상, 수로를 가로막던 수문이 열린 셈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운 좋게 고용된 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 심지어 두 군데가 넘는 일터에서 투잡, 쓰리잡 등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2008년 이후 경제 회복 기간 동안 경제 성장으로 실업과 빈곤이 줄어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최악의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더 힘들게 더 오랜 시간 일하면서도 소득은 줄어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취업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일하지 않을 권리를 되찾아라

 

우리는 왜 일을 할까? 사회에 대한 봉사, 애국심, 종교적 의무,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대체로 말하는 핵심은 역시 이다. 일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가변적이지만, 보통은 강제와 선택, 필요와 욕망, 타성과 의도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자격을 갖추기 위해, 지나친 관리 감독을 받고 싶어서, 죽을 때까지 하위 계층에서 고생하기 위해, 또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기 위해 직업을 가지는 사람은 결코 없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하지 못한 채 이 모든 상황을 참아가며 일한다. 왜 그럴까?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옷을 걸친 DWYL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부터 자연환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의미있는 가치들을 상실하면서 위태로운 '직업윤리'를 추구하고 있다.

 

착취적인 환경에서 지나치게 많은 노동을 한 결과 특정 소수가 부富를 축적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부의 균등한 분배와 자아실현은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나오미 클라인이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자본주의 vs 기후>에서 설명했듯이 지구의 환경을 파괴한다. 개인의 삶을 지키고 환경을 보존하려면 일에 대한 지배적인 태도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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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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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은밀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자신의 차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대리인간으로 살아오다

 

책의 저자 김민섭은 2015년 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첫 책을 발표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대학에서 보낸 8년을 '유령의 시간'으로 규정지었다. 스스로를 대학의 구성원이자 주체로서 믿었지만 그 환상은 강요된 것이었고, 그는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면서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존재했다. 강의하고 연구하고 행정 노동을 하는 동안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 받을 수 없었고 재직증명서 발급 대상조차 아니었다. 이후 대학에서 나온 그는 그 시간이 '대리의 시간'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대리운전'이라는 노동을 통해서 대학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 책은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마치 서로를 축소 내지는 확대해 놓은 것처럼 닮아 있는 공간이다. 저자는 이 운전석에서 세 가지의 '통제'를 경험했다. 그것은 바로 '행위', '말', '사유'의 통제를 말한다. 먼저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고 깜빡이를 켜는 그런 단순한 조작 외엔 그 무엇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행위의 통제, 다음으로 차의 주인이 화제를 정하고 말을 건네면 그제서야 이에 화답하지만 대체로 묵묵히 운전만 하는 말의 통제, 마지막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운전만 하는 사유의 통제 등을 가르킨다.

 

타인의 운전석은 한 개인의 주체성을 완벽하게 검열하고 통제한다. 비단 몸덩어리뿐 아니라 언어와 사유까지도 빼앗는다. 그렇다면 이 운전석을 벗어나면 자유로워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운전을 마치고 운전석에서 내려왔음에도 신체는 온전히 돌아오지 않고, 여전히 '대리'라는 단어에 함몰되어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주체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나아가 이와같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러한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한다. 이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치 잊어간다. 물론 우리들은 이런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의 틀을 만들고, 또한 스스로 자발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애 한다. 그래야만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에도 순응하는 몸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리며, 자기 자신의 신체를 되찾는다. 무엇보다 사유하고 행동할 자유를 되찾아 온다. 더 이상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서스스로는 조금씩 주체의 자리에서 이탈하는 데 익숙해져 갔다. 상대방이 말하는 대로 수용하고 긍정하는 간편한 대화의 방식, 말하자면 '순응'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몸에 각인된 것이다. 누군가 나를 주체로서 대우한다고 해도 익숙해진 몸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어디에서든 주체로서 발화할 수 없게 된다. '순응하는 몸'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타인의 운전석과 다름없는 '을의 공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차의 주인과 대리기사와 같은 역설의 관계 역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 어디에서, 주체의 욕망은 쉽게도 타인을 잡아먹는다. 예컨대 의사 결정권자는 언제나 자유롭게 회의 안건을 내고 소통하자고 하지만 그 누구도 화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상상과 수용 가능한 범위가 제한되어 있음을 모두가 안다.

 

거기에서 벗어나거나 반론을 내기라도 하면 곧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다. 소통은 주체가 된 이들의 논리를 확인하고 강요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부하 직원은 직장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학생은 교사의 의도에서 벗어난 답을 제출하지 않는다. 아이 역시 부모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털어놓지 않는다.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교사,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을의 공간'에서 순응하는 방법을 주로 배워왔다. 그렇게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 되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대리운전을 하던 시절, 한번은 밤 12시가 넘어 중년의 남녀를 태우고 치악산 언저리까지 갔다. 주변엔 몇 개의 모텔밖에 없었다. 그들이 함께 모텔로 들어가자 혼자서 산자락을 따라 하산하는 동안 두려움에 휩싸였다. 멧돼지라도 출현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되겠다 싶어 콜택시를 불렀다. 배보다 배꼽이 컸다. 대리운전비보다 콜택시비가 더 많이 나온 것이다. 비싼 수업료를 납부한 셈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책상 앞에 앉았다.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우선 '공부'가 필요했다. 그때 그는 고작 대리운전인데 그냥 몸으로 부딪히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가벼운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거리에는 저마다의 문법이 있다. 그것을 익히지 않으면 어느 생태계에서든 살아남을 수 없다. 작년까지 논문을 쓰던 책상에서, 이제는 대리운전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논문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생존의 문제였다. '길을 잘 모르니까' 하는 것이 삶의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새롭게 거리의 문법을 배우는 일은 즐겁다. 각각의 점이 선으로 연결되어 간다. 그것은 인접한 도시이기도 하고, 대중교통의 노선이기도 하고, 거기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그 점과 선을 다시 면으로 구성하고 나면 나름 대리기사로서의 기초문법을 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지명을 외우고 막차 시간을 계산하는 데서 나아가 그 안의 '사람'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나가고 들어오는지, 그들의 도시는 어떻게 외부와 소통하는지, 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그러한 사유로도 확장된다. 그렇게 경험한 삶의 문법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대리가 아닌 온전한 주체로서 내 몸에 남을 것을 믿는다.

 

 

 

가족은 서로를 위해 대리로 살아간다

 

어느 날 새벽 아내는 저자를 픽업하러 왔다. 당시 그는 1시간 정도 걸을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와 줘서 정말 고마웠다. 아내의 말로는 아이는 잠들었고 남편이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아 걱정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대리운전을 그만두면 안 되느냐고 물어왔다. 이에 어디서나 대리인생임을 자각했기에 이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말하며 그간 번 돈을 보여주었다. 아내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번 달에 받은 생활비가 이 돈이냐고 말했다. 귀가 후 맥주 한잔을 하면서 그날 번 돈을 모두 주었다. 차비가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아내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날 이후 아내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아이의 장난감을 사왔기에 저건 얼마야, 하고 묻자 "응 저건 대리를 두 번 뛰면 살 수 있어"라고 했다. 모든 물건을 살 때마다 1대리, 2대리, 하고 화폐의 단위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 정말 사야 할 물건만 사게 된다는 반응에 그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하긴, 그러면 무엇도 쉽게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쩌면 가족은 끊임없이 서로를 위한 '대리'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 우리는 너를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주체와 대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저자는 아직 모든 가족을 주체로 두는 방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내하고든 아이하고든, 조금은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한다. 기꺼이 그들을 위한 대리의 삶을 살며, 그렇게 조금은 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대리전쟁에 동원되다 

대학이라는 '갑'은 전쟁의 주체로 나서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주체로 믿는 대리인들이 자연스럽게 그 전쟁을 수행하게 했다. 그런데 자신의 앞을 막아선 그들을 미워할 수가 없다. 저자 역시 갑을 위한 '대리전쟁'에 수차례 동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이다. 반드시 폭언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전쟁의 수행자가 된다. 주변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그와 자기 자신 사이에 선을 긋는 것 역시, 갑의 욕망을 대리하는 행위인 것이다.


분노는 주변의 을이 아닌 저 너머의 갑을 향해야 하고, 공고하게 구축된 시스템에 닿아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을은 계속해서 동원되고 희생될 것이다. 갑과 갑의 싸움이 시작된 대리운전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20퍼센트가 넘는 수수료에 더해 보험비, 프로그램 사용비, 출근비, 입금 수수료 등의 추가금을 부담해야 하고, 유니폼을 따로 구매하거나 핸드폰까지 개통해야 하는 왜곡된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대리기사들의 네트워크는 의외로 단단하다. 모두가 하루쯤 출근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밤은 절반쯤 멈춘다. 그렇게 전국적인 파업을 하는 것도 정말로 멋진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갑의 욕망을 위한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위한 주체로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거리에는 사람이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기계와 한 몸이 되어 기다리고, 걷고, 뛴다. 기계가 신체에 종속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다. 지문이 없어진 그들의 신체는 이미 기계화되었다. 막차가 끊긴 시간부터 첫차가 움직이기 전까지 '기계들의 밤'이 열린다.


그렇게 기계가 된 이들을 다시 사람으로 호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기사와 손님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거기에는 사람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을 여전히 기계로 두는 이들이 있다. 그저 핸드폰에서 간단한 클릭 몇 번을 하는 것으로 자신이 해야 할 그 무엇을 타인에게 대리시키면서, 그 기계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잊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고로움을 상상하지 못한다. 쉽게 호출을 취소하기도 하고, 아니면 기계를 대하듯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발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편함에 이끌려 사람을 상상하는 법을 잊게 되면, 그 역시 기계가 되어버린다. 타인의 처지에서 사유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여기에 사람이 있어요"라는 누군가의 절망에도 무뎌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기계들의 밤이 열린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계가 아니다. 나는 '지문'이 있는 한 인간으로서 그 밤을 걷는다. 이 거리에, 사람이 있다.

 

 

 

우리 모두 경계에 있다

 

어느 조직에나 관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장 노동자도 아닌, 중간자가 존재한다. 그것은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대학에서 '중간자'이자 '경계인'이었다. 대학원생 조교로 학과사무실과 연구소에 있으면서, 시간강사로 강단에 서면서, 계속해서 경계를 넘나들었다.

 

우리 모두는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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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스타트업의 비밀 - 거대 기업을 뛰어넘는 1등 스타트업의 13가지 성공 전략
이현주 외 지음, 이현주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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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라티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비밀을 파헤쳐 지극히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답을 제시한다. 무엇 때문에 어떤 스타트업은 규모를 빨리 확장하고, 어떤 스타트업은 시작과 동시에 사그러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그는 스무 개의 기업을 열 쌍으로 묶어 살펴보고,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 무엇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밝혀낸다.

 

 

1등 스타트업의 13가지 성공 전략    

 

책의 저자 션 아미리티는 링크트인이 처음 인수한 빅데이터 기업인 엠스포크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공에 필요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또한 자신만의 분석법을 통해 장래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골라 투자하고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노하우를 가지고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린 스타트업 교육을 진행하는 그는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은 어떻게 스타트업을 성장시킬 것인가임을 깨달았다.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성장'이다. 수익률을 높이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창업자의 비전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왜 어떤 기업은 10배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어떤 기업은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저자는 비슷한 조건과 유사한 고객층을 두고 시장에서 경쟁한 기업을 분석하여 매우 구체적인 13가지 성공 전략을 밝혀냈다.

 

그는 성공 전략을 세밀하게 밝혀내기 위해 쌍벌 조사법을 도입했다. 비즈니스 서적들은 성공한 사례에만 집중, 실패한 기업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하지만 쌍벌 조사법을 이용하면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을 모두 살펴보기 때문에 비슷한 조건에서 유사한 전략을 시도했음에도 왜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모든 종류의 혁신에 폭넓게 적용하고자 연구 대상 기업을 넓게 잡았다. 세계 1등 소셜 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과 그보다 먼저 론칭했지만 빛을 발하지 못한 프렌즈터, 전기자동차 시장을 두고 대립했던 테슬라와 피스커, 비즈니스 전문 소셜 네트워크를 만든 링크트인과 스포크,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을 제공한 유튜브와 레버까지 비슷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한 10쌍의 20개 기업과 비교할 대상은 없지만 훌륭한 성장 본보기가 되는 6개의 기업까지 총 26개의 기업 사례를 통해 당대에 알맞는 조직의 성장법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은 기업 사례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총 3부로 구성되었다. 먼저 제1부(규모 확장을 위한 필수 조건)에서는 성공을 위해서 당장 갖추고 있어야 하는 '필수 조건' 네 가지를 설명한다.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성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창업가의 비전,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확장 가능한 아이디어 등을 만날 수 있다. 제2부(성장의 가속화를 위한 촉매제)에서는 성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네 가지 촉매제를 소개한다. 촉매제는 '내가 내놓은 해결책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까?'라는 창업가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즉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해야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지, 기존 플랫폼의 효과적인 활용법과 알고리즘의 활용법 등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제3부(지속적인 장기 성장을 위한 기본 요소)에서는 원하는 목표까지 성장을 끌어올린 기업이 그다음 과제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알려준다. 탄탄한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자금 전략을 제대로 세우고 자금을 이끌어오는 방법은 물론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법까지 다섯 가지 요소를 만나볼 수 있다.

 

 

 

고객에게 유의미한 문제를 해결하라

 

확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고 자기 자신신의 목표를 이룰 만큼 시장도 충분히 크다면 다음 단계는 해당 제품의 출시를 목표한 시장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매우 흔한 이유가 바로 당해 제품이 목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를 포함한 8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와이콤비네이터의 공동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보다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을 가까이서 자세히 지켜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스타트업을 죽이는 실수는 딱 하나밖에 없다. 사용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사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당신은 성공하지 못한다"

 

규모 확장을 위한 네 가지 필수 조건

 

1. 창업가의 비전

2. 확장 가능한 아이디어

3. 고객에게 의미 있는 문제 해결책

4. 훌륭한 첫 상호작용

 

 

기존의 플랫폼을 활용하라

 

유튜브의 창립자들(초기 페이팔 팀이었던)은 기존의 플랫폼을 등에 업고 성장해야 한다는 교훈을 확실히 통감한 듯했다. 유튜브가 성장한 것은 많은 마이스페이스 사용자들이 자신의 페이지에 유튜브 동영상을 올린 덕분이었다. 사실 구글이 유튜브를 16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 1개월 전에 피터 처닌(당시 뉴스코페레이션의 최고업무책임자였다)은 유튜브 트래픽의 60~70퍼센트는 마이스페이스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통계 결과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처닌이 부풀린 수치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초기 유튜브에게 마이스페이스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는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라 애초에 계획하고 제품을 개발한 결과였다. 유튜브가 성장하기 시작한 초기의 제품 백로그는 확인할 수 없지만, 유튜브가 새로운 버전을 발표할 때마다 변화는 알 수 있었다. 블로그를 관리하기 시작한 지 5개월 안에 유튜브는 열 개의 글을 올렸는데, 모두 하나에서 여섯 가지 정도의 새로운 기능을 알려주는 글이었다.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 글마다 유튜브 동영상을 공유하기 쉽게 해주는 기능이 최소 한 가지는 포함되어 있었다. 열 개 중 두 개의 포스팅은 다른 플랫폼에서 동영상을 공유하는 방법에만 집중한 글이었다.

 

최근에는 이 드래프팅 전략이 노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유튜브는 외부 사이트에서 재생되는 동영상을 비롯한 모든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을 지불했다. 유튜브와 비아컴의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가옴에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유튜브가 사업을 시작하고 구글에 인수되기 전까지 사용한 1,150만 달러 중 800만 달러가 인프라 비용으로 지출됐다고 한다. 기가옴은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되기 전 마지막 분기에는 인프라 비용이 매달 100만 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성장을 고양시키는 네 가지 촉매제

 

1. 더블 트리거 이벤트를 노려라

2.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라

3. 알고리즘을 최대한 활용하라

4. 입소문의 힘을 활용하라

 

 

데이터를 참조하되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선정한 기업 중 처음 공식적으로 데이터 과학을 적용한 기업은 제프 해머바커가 이끄는 페이스북과 DJ 패틸이 이끄는 링크트인이다. 해머바커와 패틸은 첫 미팅에서 '데이터 과학자'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3년 안에 링크트인은 8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800만 명의 회원을 서로 교류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링크트인의 한 매니저는 당시의 상황을 '컨퍼런스의 환영 연회에 도착했는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구석에서 혼자 음료를 홀짝이며 서 있다가 일찍 떠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링크트인에 합류한 조나단 골드만은 링크트인이 보유한 모든 데이터를 교류라는 렌즈를 통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서로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해주는 간단한 방법은 그들이 알 만한 사람들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해결책은 데이터에 있었다. 후에 PYMK(People You May Know, 당신이 알 수도 있는 사람)라고 불린 기능으로 그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였다. 패틸의 말을 들어보자.

 

"소프트웨어는 제임스가 메리를 아는지, 메리가 존 스미스를 아는지 또 제임스가 존 스미스를 아는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수억 명이 존재하는 네트워크에서 존 스미스라는 이름을 검색한다고 상상해 보라!"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한 다섯 가지 요소

 

1. 네트워크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라

2. 규율울 유지하라

3. 고성과 팀을 영입하라

4. 성장 자금 전략을 세워리

5. 데이터를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스타트업을 위한 성장 로드맵을 제시한다

 

신생기업이자 후발주자인 스타트업은 단순히 돈과 열정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성장의 지도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한 창업자가 어떻게 해야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지, 늘어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공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회사를 만들고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성장 로드맵을 모두 담고 있다. 회사를 만든 사람들, 현재는 직장에 몸담고 있지만 자기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기업의 신사업부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론칭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명쾌한 답을 제공할 것이다. 창업을 꿈꾸거나 이미 시작한 모든 스타트업 기획자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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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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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능력은 인간이 가진 가장 신기하고 고귀한 능력 중 하나다. 인간에겐 머릿속에 솟아오르는 생각을 남과 공유하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다. 그런 욕망의 힘이 작용하면 목과 입술과 혀의 복잡한 근육들을 움직여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를 진동시킨다. 이 공기 입자들의 미세한 파장이 허공을 가르고 상대편의 귀에 들어가 고막이라는 아주 작은 살점을 흔든다. 그런 방식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말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새로운 영어 공부법을 제시한다

 

책의 저자 조승연세계문화전문가로 <이야기 인문학>, <비즈니스 인문학>, <공부기술> 등 총 19권의 책을 출간했다.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인문학으로 배우는 비즈니스 영어'와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문화 DNA' 칼럼을 연재 했으며, TV 프로그램인 OtvN <비밀독서단>, JTBC <비정상회담>, MBC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에 출연한 유명인사다.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우리가 발음에 집착하는 이유

 

한국인이 흔히 '원어민 표준 발음'이라고 생각하는 영어는 사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 시민이 아니라 미국의 중부 시골인 일리노이 주의 소도시 밀워키 주민의 영어 발음이 기준이라고 한다. 미국의 전국 방송 채널 중 하나인 ABC가 모든 미국인이 공통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을 조사하다가, 이 동네 사람들의 발음이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나타나 선택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발음을 선택한 이유는 '좋은 발음'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가장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발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 토박이가 옆집에 ABC방송 아나운서 발음으로 말하는 촌뜨기가 이사 오면 일부러 아주 진한 브루클린 사투리로 말을 걸어 그 사람을 소외시키는가 하면, 백인 경찰이 무고한 흑인 청년을 심문하면 흑인 청년은 일부러 백인 경찰이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할렘이나 브롱스의 걸쭉한 사투리로 대답하기도 한다.


또 저자가 미국에서 생활하던 1990년대에는 힙합 음악이 미국을 휩쓸었는데, 그에 발맞추어 백인의 영어 문법마저 변하기 시작했다. 흑인 커뮤니티 특유의 호칭인 'man, yo, woman' 등이 백인의 영어에 버젓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추상적인 영어, 직관적인 한국어


질문: 아래 사진을 보고 다음 중 참인 문장을 고르시오

 

A. Cows are black

B. The cow is black

 

 

보기를 보고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봐야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아직 '추상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어민은 A가 참인지 아닌지 결정할 때 아예 사진 자체를 볼 필요가 없다. Cows 앞에 a/the가 붙지 않은 단어는 '소'가 아니라 '소라는 동물'이라는 개념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 문장을 번역하면 '우리가 소라고 부르는 동물은 원래 검은색이다'가 된다. 그렇다면 소라는 것이 꼭 검은색이라는 법은 없기 때문에 첫 번째 문장은 참이 될 수 없다.

 

'Cows are black'이라는 문장을 한국어로 '소들이 검은색이다'라고 번역하면 오역이 된다. 그러면 사진 속에 분명히 검은색 소들이 있기 때문에 문장이 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ows are black'이라는 문장이 성립되려면 전 세계에 있는 소라는 모든 동물이 예외 없이 검은색이어야 한다. 같은 문장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우리와 미국인 사이에 이렇게 다르니 영어 배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주어+동사'를 훈련하라

 

대부분의 한국인은 주어 + 동사의 구조를 완벽하게 익히는 과정을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건너뛴다. 하지만 주어 + 동사 문장에 익숙해지는 것은 절대로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명사 우선 사고 구조를 동사 우선 구조로 바꾸어야만 다른 영어의 문법 원리들이 주르르 따라 온다. 마치 처음에는 초점이 잘 안 맞던 카메라가 초점이 딱 맞아서 환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외교관 양성 기관인 FSI에서는 대부분 의 유럽 언어를 공부할 때 3개월 동안 주어 + 동사 훈련을 한다. 그런데 한국인은 주어 + 동사 문법을 체화하기도 전에 바로 간접목적어, 전치사구, 관계사절 같은 고급 이론을 배운다. 이것은 카메라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면서 마구잡이로 셔터를 누르는 것과 같다.

 

영어 배우면서 절대로 문법 공부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이유는, 영어의 주요 문법은 100쪽짜리 책에 모조리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법 규칙 하나하나는 우리와 전혀 다른 사고 패턴에서 우러나오는 습관이기 때문에 이것을 체화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문제다.

 

 

모든 단어에는 스토리가 있다

 

예를 들면 영어의 cap(ut)은 '머리'를 뜻하는 형태소다. 한자로 치면 '머리 수 首' 자나 '으뜸 원元'(사람의 머리를 크게 그린 한자)에 속한다. capt라는 형태소는 수많은 영어 단어에 등장하는데, 어느 때는 t가 떨어진 cap이라는 형태로, 어느 때는 cap의 프랑스식 변형인 chef라는 형태로 나온다. 예를 들어서 한 도시의 '머리 도시(수도)'를 capital city라고 하고, 우리가 건물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돌을 '머릿돌'이라고 하듯이 사업을 할 때 가장 먼저 내려놓는 자본금을 capital이라고 하며, 한 무리의 우두머리, 또는 수장을 captain이나 chief라고 한다.


형태소의 용법은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가족적 유사성'의 경로를 타고 가지를 치며 확장된다. 문장에서 가장 처음 오는 글자, 즉 머리글자를 capital letter라고 하고, 책에서 한 단락이 넘어갈 때 남은 공간을 비우고 다음 장의 '머리'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chapter라고 부른다.


머리에 뒤집어쓴다는 의미로 cape이라고 불리던 일종의 망토가 있는데, 유명한 성인의 망토가 보관되어 있다고 해서 프랑스의 한 예배당을 chapel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모든 개인 예배당을 chapel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 어떤 수도승의 무리가 cape을 쓰고 다녔기 때문에, 그들의 옷 색깔을 따서 특정한 커피를 cappuccino라고 부르게 되었다.

 

 

 

문화 독해력을 키우자

 

언어란 공통된 문화 지식 기반을 갖지 못하면 소통하기 어렵다. 외국인인 우리가 영어 단어를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수많은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알아도 미국 시트콤을 보면서 미국인과 같은 포인트에서 웃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우리와 그들의 공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국어 사용자 간에 국한된 문제일 것 같지만 사실 모국어 사용자 간에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든 중노년들이 10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한탄하곤 하는데, 분명히 같은 문법 구조와 형태소를 가진 한국어로 소통을 하지만, 가요, 책, 드라마, 역사적 사건 등 문화적 지식 배경이 세대 간에 다르기 때문에 해석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외국어를 배울 때는 당연히 이런 격차가 훨씬 심하다. 한 언어권의 상식이 다른 민족에게는 지식이기 때문이다.

 

외국 드라마를 원어로 시청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외국 미디어 정보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역사적, 문화적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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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영업맨 꼴등 영업맨 뭐가 다를까 3
기쿠하라 도모아키 지음, 정지영 옮김, 정원옥 감수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일등 영업맨과 꼴등 영업맨의 차이는 무엇일까? 타고난 인간적인 매력일까? 아니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혹은 풍부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점들도 극히 일부분 포함되지만 전부 정답은 아니다. 빙빙 돌리지 않고 딱 잘라 말하자면, 바로 습관의 차이다. - '머리말' 중에서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책의 저자 기쿠하라 도모아키는 영업서포트컨설팅(주) 대표이사이자 (주)영업인재교육협회 이사이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후 도요타홈에 입사하며 영업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영업 방법을 찾지 못하고 7년이라는 재직 기간 동안 해고당할 위기를 겪으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이후 그는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방문에서 영업 레터로 바꾼 것을 계기로 4년 연속 우수 영업 사원 자리를 차지했으며, 약 600여 명의 영업 사원 중에서 MVP를 획득했다.


2006년에 독립하여 영업서포트컨설팅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경영자와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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