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정도전
주치호 지음 / 씽크뱅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한 권으로 읽는 정도전]개혁적인 민본정치가, 조선개국공신, 정도전을 만나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정도전>.

TV드라마를 보진 않지만 끌리는 인물이다.

조선개국 공신, 역성혁명의 중심이었던 그가 없었다면 조선의 개국이 그리 순탄했을까. 조선의 문화가 그토록 빨리 꽃 필수 있었을까.

만약 왕자의 난 때 이방원의 칼에 죽지 않고 천명이 다하는 날까지 조선을 다스렸다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소원대로 민본정치의 토대가 튼튼해졌을까.

 

도전. 이름만큼이나 도전적인 삶을 산 그의 이야기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고려사절요를 바탕으로 했기에 이성계 중심의 조선개국 이전의 이야기였다. 정도전 이야기의 맛만 본 셈이다.

이번에는 정도전의 죽음 이후까지 다루고 있기에 그의 삶을 제대로 살필 수 있었다.

 

책에서는 화령의 무장 이성계와 유배지를 떠돌던 문인 정도전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낡은 것을 헐어 버리고 새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열망은 두 사람을 서로 끌리게 하는데…….

 

이성계의 집안은 원래 전주였다. 4대조 이안사가 2백여 가구를 이끌고 전주를 떠나 삼척으로, 원산 부근의 용주리로, 다시 화령으로 옮겨 온 것이다. 이곳에서 이성계의 조부 이행리, 부친 이자춘의 여진족 토벌의 공로로 국경 수비를 맡게 되었다. 이성계의 동북면 도지휘사자리도 대물림이었던 셈이다. 이곳에서 이성계는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었다.

 

당시 집권자들은 친원 척명을 내세웠다. 무너져가는 원과 새롭게 부상하는 명을 보면서도 기득권을 위해 현실적인 외교를 하지 못한 것이다.

썩어빠진 고려에서 개혁을 꿈꾸는 사대부의 등장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잦은 외세의 공격, 전쟁의 상처로 황폐해진 고려의 모습,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배신자가 되는 고려의 막판 혼란은 가히 전국시대 같은 느낌일 정도니까.

기생과 궁녀와의 방탕한 삶과 술과 간신들에 빠진 군주, 주지육림에 빠진 승려들,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주변정세를 파악 못하는 권문세족들…….

 

나라가 망할 징조를 고스란히 갖고 있던 고려에서 정도전의 바른 소리는 늘 유배로 이어졌다.

권문세족의 득세에 백성들은 삶은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유배지를 떠돌며 백성들의 실상을 직접 겪은 정도전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고민하게 된다.

고려 말의 혼란, 백성의 도탄을 보면서 백성을 위한 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왕씨 왕조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역성혁명의 구상은 언제부터였을까.

정도전은 이전에 정몽주로부터 <맹자>를 선물 받았다. 25세에 부모님을 연달아 여의고 고향 영주에서 시묘를 할 때 정몽주가 보낸 것이었다. 맹자의 민본사상 위에 자신의 국가관을 확고하게 갖게 된 것이 이때가 아닐까.

 

공민왕 때에 여진족 토벌과 왜군 격퇴로 승승장구하던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으로 권력의 실세에 오르게 된다. 역성혁명의 성공인 것이다.

이성계와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신진사대부들은 합세하여 왕 중심의 나라에서 재상 중심의 나라로 재편하기 시작한다. 정도전은 이론적 바탕을 유교에 두고 이념적 체계를 완성해 간다. 조선경국대전을 편찬하게 되고 궁궐을 짓고 이름을 유교적 이념에 맞게 명명한다.

토지제도 등도 개혁하게 되고…….

 

조선 초 최대의 지식인이자 급진적인 개혁파, 민본정치가라는 입장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외려 죽음을 재촉하게 했을 텐데…….

 

-목숨을 부지할 길은 없는가?

 

왕자의 난 당시 죽음을 앞두고 목숨을 구걸한 모습은 역성혁명가의 모습으로는 다소 당황스럽지만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죽음 앞에서 인간적인 고뇌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책에서는 정도전을 고결한 인품을 가진 덕망 높은 지식인으로 그리고 있다.

정몽주를 우직한 최고의 지식인이지만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인물로, 최영을 충성뿐인 무인 정치가이자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자로 묘사한다.

조선의 문화가 빨리 꽃피울 수 있었던 이면에 정도전의 노력이 있음을 생각한다.

국가의 존재 가치를 민본에 두고 법을 만들고 조직을 만들었으니까. 정치 이념과 국정 목표를 세웠으니까.

그런 안정 없이 조선의 문화가 일찍 꽃피울 수 있었을까.

 

시대가 영웅을 만들었을까 아니면 영웅이 시대를 만들었을까.

고려 말 혼란의 틈바구니가 없었다면, 권문세족들이 안정적인 정치를 했더라면 역성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역성혁명은 그의 필연이자 운명이 아니었을까.

 

지금 서울에는 정도전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가 지은 전각의 이름, 사대문의 이름들…….

정도전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한 요즈음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가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한 지식인, 민본정치를 실천하려던 정치가였음에 괜히 뿌듯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서 나는 영웅이 되기로 했다 풀빛 청소년 문학 13
K. L. 덴먼 지음, 이지혜 옮김 / 풀빛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서 나는 영웅이 되기로 했다]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아이들의 엉뚱 살벌한 프로젝트!

 

앞으로 5천 년 뒤, 지금의 인간들이 미래에는 원시인으로 보일까.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5천년 뒤에는 유물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냉동인간이 되어 5천 년 뒤에 발견된다면?

미래사회에 오늘의 역사를 알리고 오늘의 유물을 알린다면…….

주인공 키트는 농구를 좋아하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TV에서는 5천 년 전 살았던 '외치'라는 사내가 이탈리아의 산 위에서 발견된 것이다. 유물과 함께 발견된 미라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믿어도 될 정도로 깨끗했다. 냉동인간의 모습으로 온전히 보존된 것이다.

조사결과, 남자의 몸에는 59개의 문신이 있었고, 죽기 전의 직업과 먹은 음식도 알아냈다.

남자의 옆에서는 구리 도끼와 부싯돌 칼, 큰 활, 화살촉 등이 원시인의 필수품들이 발견되고…….

DNA검사 등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고…….

 

모든 것이 궁금해진 키트는 친구 아이크의 꼬임에 넘어가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다.

지구를 구할 지도 모르는 먼 미래의 영웅, 평화와 존중이 존재하는 이상적인 미래의 지도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의 얼음인간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모은 물건들이 쌓일수록 이들의 행동은 더욱 거침없고 대담해진다.

냉동인간처럼 문신을 하고 물건을 훔치고 빼앗고........ 범죄행위까지 거침없다.

블랙베리, 베스트셀러, 마약, 보드카, <성경>......

목록을 챙기고 얼음인간 메시지도 적고.......

물건과 현재의 기록들을 가지고 만년 설산에 묻히기만 하면 영웅적인 얼음인간이 되는 걸까.

 

얼음인간 프로젝트를 준비할수록 옛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게 되고 점점 외톨이가 되어간다. 키트는 농구팀도 관두고 성격도 점점 거칠어지고 난폭해진다.

애초에 잘못 들어선 길일까.

급기야 현실이 과거처럼 느껴지고 미래가 현실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자신은 미래에서 온 전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상한 꿈까지 꾸게 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세계, 엉뚱한 상상력이 위험스럽기 만한 아이들의 모습들이 아찔하고 조마조마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야기는 반전 된다.

한 번 달리기 시작한 폭주열차를 탄 아이 같아 걱정스럽게 읽고 있을 때 조금은 예상한 반전이 펼쳐진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이 떠오르기도 했다. 샹그릴라를 찾으려는 것이나 지구를 구하는 미래의 영웅이 되려는 것은 모두 욕망의 발단이니까.

미래사회에 특별하고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치기어린 욕망이 황당한 결말로 끝나지만 아이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어서 의미 있는 소설이다.

막나가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꽉 채워지는 순간 또 다른 걱정으로 채워주는 소설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소설이다.

서스펜스가 넘치는 미스터리소설, 맞다.

 

이 소설은 화이트 리이븐스 세렉션에 선정된 소설이다.

캐나다 총독 문학상에 최종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청소년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마지막 황족 이우 1
김차윤 지음 / 13월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조선의 마지막 황족 이우 1] 조선의 정체성을 지키려했던 호랑이 같은 황족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 권비영의 <덕혜옹주>, 영친왕에 대한 책, 이방자 여사에 대한 책들을 읽을 때마다 비운에 간 조선 왕족의 마지막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힘없이 무너지는 나라였기에 왕족들의 삶은 백성들의 삶만큼이나 처참했을 텐데…….

정신병을 얻거나 망명을 하거나 굴욕스럽게 살아야 했던 삶이었을 텐데…….

 

 

오늘 <조선의 마지막 황족 이우 1>를 읽으면서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황족으로서 기개 넘치고 용감한 이가 있었음을 처음 알았다. 일본 여성과 결혼시키려는 일본의 정책에 거세게 반발하여 유일하게 조선인과 결혼한 황족이었다는데……. 서슬 퍼런 일본의 총과 칼 앞에서 조선인의 독립과 황족의 정체성을 지키려했던 유일한 황족이었다니…….

 

 

 

 

조선 황족 이우는 1912년 고종의 손자로 태어나, 6살에 운현궁으로 양자를 가 '이우 공 전하'가 되었다. 그리고 10살 때는 일본으로 볼모로 끌려가 생활하였으나 황족으로서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나는 조선인이며, 조선의 황족이다.

나의 부인은 반드시 조선여인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나의 조선은 반드시 독립 되어야만 한다.

(책에서)

 

 

하지만 그는 그가 그토록 염원하던 조국광복을 보지 못하고, 히로시마 원자폭탄으로 인해 사망한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그의 장례식이 광복절인 1945년 8월 15일 오후 1시 옥음방송 직후였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의 1권에서는 조선황실과 연계된 독립운동과 저항, 그리고 독립운동가 유동렬 장군의 딸 유정순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2권에서는 친일파 박영효 가문의 박찬주와의 결혼과 전쟁 상황이 전개된다.

 

소설의 시작은 1919년 가을, 상해로 떠나는 의친왕 이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상해에 있는 임시정부에 아버지인 고종황제가 남긴 비밀문서와 독립자금인 채권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또한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의친왕 이강은 상해 임시정부로 망명하기 위해서였다. 이강은 독립선언서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조선의 왕족이었다.

일본은 왕족인 그가 임시정부에 들어간다면 독립운동 세력의 구심점이 되어 독립운동에 활기를 띨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일본에 발각되고 망명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조선이 왕족을 중심으로 결속해 독립국가가 될 희망을 품는 것을 늘 경계해 왔던 일본…….

그래서 모든 황족들의 결혼과 교육, 주거 이전까지도 관리했으며 왕족들의 움직임을 늘 감시해 왔다.

이우는 의친왕 이강의 아들이었기에 독립에 대한 갈망이 더했을까. 하지만 이우 역시도 힘없는 나라의 황족이었기에 허수아비일 뿐이었다.

이우는 황족과 왕공족은 반드시 군적을 갖게 한다는 방침에 따라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야 했기에 늘 일본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일본의 정략결혼을 피하려고 했던 이우이기에 동생 친구인 정희와의 만남은 더욱 애잔하게 와 닿는다.

소설은 한 편의 러브 스토리가 되어 이우 왕자와 정희의 만남과 어긋남을 애틋하게, 아름답게 그려 놓았다. 침울하고 우울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젊은 청춘의 만남은 가슴 설레게 하는데…….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먼발치에서나마 뵙고자 들른 부암정에서 정희가 만난 사람은 뜻밖에도 이우 전하다.

도쿄에서의 볼모생활, 현실에서 오는 무기력함, 홀로 울분을 달래며 비분강개하던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 놓을 수 있을까.

일제의 눈 밖에 날지언정 일본인이 되기 싫어했고 일본인의 피가 섞이는 것을 싫어했던 마음을 정희 앞에서 내비치는데…….

 

 

-나는 아무에게도 진심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습관이지.

내가 앞으로 일본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이토록 괴로운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전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전하를 감시하는 눈이 많다 해도, 전하의 마음까지는 감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전하께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그렇게 느끼셨던 바를 절대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독립운동가의 딸과 독립을 열망하는 왕족의 만남은 운명이고 필연이었을까.

책에서는 정희의 아버지와 의친왕이 오래전에 이미 아이들의 정혼을 약속한 것으로 되어 있기에 더욱 애틋한 느낌이다.

 

두 사람의 끌리고 설레는 마음이 소설 전체를 흐르며 설레게 한다.

역사소설이면서도 러브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다. 나라를 사랑한 피 끓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다. 불의에 분노하는 기개가 넘치는 용기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한 때 꽃미남 왕자, 운현궁 오라버니로 인기가 있었다는 이우 왕자. 일본에 대항하여 의분할 줄 아는 그였기에 소설을 읽는 맛이 난다.

일제의 만행에 아버지 의친왕처럼 분노할 줄 알았던 용기와 기개는 조선 왕족으로서의 자존심이었겠지.

 

 

전쟁 말기에 히로시마로 발령 받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 때 사망했고 장례식은 8월 15일인 황족 이우. 33살의 젊은 나이에 죽음으로 해방과 조우하게 되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책에서는 동갑이자 고모인 덕혜옹주의 이야기, 그 시절의 황족 상황과 결혼풍습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물론 운현궁, 일본 동경 학습원, 육사학교 등도 나온다.

암울했던 시절 조선 황족들의 이야기, 의례, 일본인들의 황실 옥죄기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부당함에 분노할 줄 아는 황족의 이야기, 달콤하고 슬픈 사랑이야기......

 읽으면서 감정이입이 되어 함께 비분강개하게 되는 소설이다.

 

석파정이 위치한 자하문 밖은 오얏꽃과 사과꽃이 유명한 명소라는데…….

이 소설은 이우와 정희가 만났던 이우의 별장인 부암동 석파정에서 읽고 싶은 소설이다. 그래야 느낌 아니까.

 

 

 

책 속에는 각 페이지마다 소소한 설명들이 있어서 작가의 정성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화: 자두꽃, 오얏꽃이라고도 부른다. 고종은 오얏꽃을 조선황실의 문장으로 정했다.

 

옛날 말들도 많이 나와서 색다르게 읽히는 맛이 있다.

끽다점(다방) 연통(연락망)......

작가가 자료 조사와 답사를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저자의 말대로 이우가 조선의 왕족이면서 원폭피해로 사망할 정도로 정보가 가지 않은 점은 정말 의문이다. 자신들의 일에 대놓고 분노하기도 했기에 의도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우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는데…….

어떤 관점에서 만들어 졌을까. 왜곡은 없을까. 일단 보고 싶은데......

한국에서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주] 무수한 상처를 감싸 아름다운 진주를 품는 영혼들!

 

이 소설은 <덕혜옹주>로 잘 알려진 권비영 작가가 5년 만에 내 놓은 소설이다. <덕혜옹주>가 역사문제를 담았다면, 이 소설은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

다문화 가정 이야기,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 유아성폭행, 6.25 참전 용사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까지 담았다.

어둡고 구석진 곳,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눈물이 마르고 닳아 진주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온 아시아 청춘들의 아픔과 애환과 희망이 담겨 있다.

 

주인공인 은주는 조용하고 소심하고 소극적인 25세의 여자다.

그런 은주에게는 비밀스런 아픔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폭언이 심하다는 것이다. 어느 날 은주는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폭언에 못 이겨 가출을 하게 된다. 그녀의 오빠도 이미 가출 한 상태다.

 

지숙은 복지관의 다문화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다문화 가정의 엄마역할을 하고 있다.

은주는 딸의 친구이기도 하고 함께 한글을 가르치는 동료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불우한 환경을 잘 아는 터라 늘 마음에 걸렸던 아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져 날아온 꽃잎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기특하고 가여웠다. 저 자신의 우울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꽃잎을 다독이는 은주의 마음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책에서)

 

가출한 은주는 제주도로 도피했다가 아버지에게 들키게 된다.

지독한 인연의 끈일까, 아니면 미련일까. 분명 부성애는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의 핏줄에게 어찌 그리도 매정하고 잔인할 수가 있을까.

은주는 어머니의 폭언의 사슬에서 벗어나고자,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폭력을 벗어나고자 이스탄불로 날아간다. 자신을 사랑하는 터키인 에민에게 끌렸던 걸까.

그곳에서 6.25 참전 용사였다는 에민의 아버지 집에 머물게 된다.

던지고 깨고 부수는 그녀의 집안과 대조적으로 에민의 집에서는 연륜이 묻어나는 물건들이 가득함에 놀라게 된다.

은주는 자신의 아버지와는 너무도 다른 따뜻한 미소를 지닌 에민의 아버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한국 여인과의 사랑을 털어 놓는데…….

 

은주는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소식에 한국행을 결심하게 되고 천륜을 거역할 수 없었던 그녀는 부모님들을 요양원에 보내게 된다.

할머니에게서 6.25전쟁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도 듣게 되고…….

자신의 비밀스런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콧등이 시큰했다. 아, 인간은 끊임없이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구나. 할머니의 따사로운 말에 가슴이 훈훈해졌다. (책에서)

 

이 책에는 각자의 아픔과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나온다.

베트남에서 온 소피아, 일본에서 온 준코, 조선족인 영희와 정자, 카자흐스탄에서 온 알리사,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안나에게도 나름 슬픔과 비밀이 있다.

은주의 친구들인 성희, 근숙, 난희에게도 각자의 비밀스런 아픔들이 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도, 엄마에게도, 지숙 샘에게도, 에민에게도, 에민의 아버지에게도…….

 

은주의 엄마와 아빠를 보고 있으면 무슨 부모가 그래.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상처들을 알고나니 애틋한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된다.

어딘가에는 있을 부모의 모습, 폭력에 물들어가는 어느 가정의 모습일 듯해서 안타깝게 읽게 되는 소설이다.

저자의 말처럼 각자 색깔이 다른 슬픔의 강을 품고 있는 걸까.

은주의 무표정 뒤의 슬픔만큼이나 모두들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진정한 용서란 세월이 지나야 할까. 핏줄 사이에 용서란 무의미한 걸까.

폭력은 폭력을 낳고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던데…….

부모의 폭력과 미움이 유전인자가 되어 대물림 하지 않기를 빌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서로 상처를 입히지 않기를 빌며…….

 

관용주의를 펼쳤던 오스만제국의 피를 물려받은 터키의 속담을 나누고 싶다.

도와주어라. 도와준 것을 잊어버려라. 잊어버린 것도 잊어버려라. (책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춘파산]젊어서 개고생, 당당해서 희망이 넘쳐!

 

 

 

파산신청, 개인회생, 빚더미, 신용불량자…….

참으로 낯선 단어다.

책표지엔 짙은 회색빛 빌딩들이 촘촘히 도시를 메우고 있고 빌딩 옥상에는 여러 형태의 청춘들이 있다. 어떤 이는 비를 맞고 있거나 우산을 놓치고 떨어지거나 벼락을 맞기도 한다. 어떤 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멍하니 그냥 서 있다. 이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이 칙칙하고 어둡지만 작가는 최대한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는 용기 있는 청춘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미 주어진 운명이야 어찌 할 수 없겠지만 그 운명을 극복해내는 것 역시 운명이기에 씩씩하게 극복해 보겠다는 어쩌면 야심찬 젊은 자화상이다.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설이지만 그래서 희망적이다.

 

 

 

 

꽃다운 나이 20대를 빚에 쪼들리며 살고 있는 백인주에겐 서울지방법원에서 날아오는 쪽지들이 많다. 용어도 어려운 쪽지들은 일명 독촉장이거나 법원명령서들이다.

승계집행문부여신청서, 채권압류 및 추심명영, 진술서, 보정명령…….

 

인주는 집안 사정으로 빚을 지게 되면서 서울에 있는 웬만한 아르바이트자리를 체험했다. 그녀의 알바 목록에는 별의별 아르바이트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30대엔 개인 파산선고.

 

 

그녀가 10년 이상 해온 아르바이트는 상가수첩 돌리는 일이다.

그리고 남는 시간을 쪼개 가면 무수한 알바의 세계를 탐험해 간다. 단지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다. 10년의 세월은 그녀를 달인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각종 알바의 노하우를 터득하게 만든다.

특히 미술학원에서의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두상모델 일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하지만 인주는 절대 기가 죽지 않는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상품 옆에 서서 손님에게 상품을 권하는 당신은 부모에게 받은 용돈으로 그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한 발짝 앞서 있다. (책에서)

 

 

본인의 체험담도 묻어 있다는 소설이어서 그런지 아르바이트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생산적이고 긍정적이다.

 

 

10년 된 고수의 알바수칙은…….

잠은 밤에 잔다. 몸을 상하게 하는 알바도 절대 금지다.

야간작업이나 술 따르는 것도 금지다. 알바에겐 몸이 재산이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중심을 잡아가는 인주에게서 운영에 맞서 당당히 싸우는 젊은 여전사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사당동, 신림동, 청담동, 신당동, 장충동, 대림동, 노량진동, 평생학습관, 연희동, 신대방동, 개포동…….

이야기는 그녀가 누비는 곳곳의 지역 순서대로 풀어 놓는다. 그 지역의 역사, 서민들의 아픔과 함께하며 청춘의 그림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서울의 역사와 지리, 풍물들이 담겨 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아파트가 무너진 서울의 역사, 강남 지역 아파트 개발의 역사도 들어 있다.

 

 

신대방동의 보라매공원을 지날 때면…….

 

태어난 지 1년이 안된 매를 보라매라고 해. 산에서 1년이 지난 매를 산진이, 사람 손에서 1년 길들인 매는 수진이야. (책에서)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구인전단지, 구이 전문 신문, 구인 사이트에는 구인광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책을 읽으면서 직업도 인터넷 사이트로 구하는 세상임을 절감할 정도다. 아르바이트의 종류가 이리도 다양한 줄도 처음 알았다.

선물가게에서의 CCTV대용의 좀도둑 감시역할, 카페 서빙, 전통 찻집 서빙, 커피 품평, 탭스 스탭 등…….

 

 

 

 

최고서, 채권압류, 채무불이행, 채권자 등의 낱말이 흥청거리는 소설, 각종 알바목록이 넘실대는 소설이지만 당차고 희망적이다.

그녀의 말처럼 노동은 정직한 거니까. 그런 경험들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 경험한 만큼 내 인생은 빛난다는 사실…….

서울 시내를 누비며 알바로 청춘을 보내는 그녀의 이야기는 위로가 필요한 막다른 청춘이지만 그냥 두어도 회복될 청춘 같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이길 수 있을 만큼 시련은 주어지고, 슬픔과 고통은 약이 되고…….

경험한 만큼 내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아프지만 위로가 되는 소설, 괴롭지만 희망을 주는 소설, 힘들지만 노래가 나오게 하는 소설이다.

청춘파산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위기가 또 다른 기회임을 말하는 소설이다.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