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서 그래? 탐 청소년 문학 12
이명랑 지음 / 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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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서 그래?]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해!

 

-심장에 금이 갔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하고는 이제 말도 하기 싫어!

 

시작부터 꽤 과격하고 충격적이다. 예전에 질풍노도의 시대라던 사춘기가 지금은 더 감당키 힘든가 보다. 사춘기 쇼크, 사춘기 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현정이와 엄마의 모습은 전형적인 사춘기 사태다. 천방지축인 사춘기 딸에 대처하는 엄마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야기는 졸업앨범 사진으로 시작한다. 초등학교 졸업 앨범에 현정이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가운뎃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운 모습을 남겼기 때문이다. 일명 서양인들이 욕할 때 쓰는 제스처 말이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 현정이가 가장 자리로 밀리면서 브이 자 모양을 했는데, 사진이 잘리고 손가락이 잘리면서 욕하는 것처럼 나온 것이다. 사진관을 탓해야 하나. 손가락을 탓해야 하나. 열혈 엄마인 현정 엄마는 사진관에 따지려고 하고, 아빠는 졸업 앨범을 다시 만들라며 학교에 전화하고……. 외동딸을 둔 열혈엄마의 화, 아빠의 분노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진 기사가 미리 알고 포토샵으로 처리했으면 됐을 것을…….

 

속상한 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엄마는 스파게티로 달래고 아빠는 외식으로 달래보지만 이미 불타오른 현정이의 분노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

멋지게 보이고 싶어 코르셋 교복을 사고 싶은 딸과 예의바르고 반듯한 학생으로 보이고 싶은 엄마의 충돌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충돌이다. 게다가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하게 사고 싶은 엄마와 대리점에서 사고 싶은 현정의 주장은 자꾸만 어긋나는데......

 

멋진 외모를 위한 쌍꺼풀 안경, 스쿨센스 거는 스타킹, 시험까지 현정과 엄마는 계속 스파이크를 일으키며 부딪치고 있다. 현정이는 누구보다도 엄마에게서 시험결과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어 한다. 누구보다도 현정이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서로 못 살겠다고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지르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엄마, 난 지금 사춘기라고. 엄마도 가끔은 그냥 내가 원하는 걸 사 주면 안 돼? 가끔은 아무 말 없이 내 말 좀 들어 주기만 하면 안 돼?

- 그러니까 엄마도 그저 가만히 엄마 얘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책에서)

 

서로가 바라기만 하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현실이 사춘기 병을 키우는 것 맞다. 서로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사춘기 병은 소리 없이 지나갈 수 있다. 현정이네처럼 서로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말로는 하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기대감과 현실의 차이가, 부모의 욕심이 사춘기 병을 키움을 생각한다.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이 사춘기 병을 치료함도 생각한다. 사춘기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치유가 되리라. 그런 배려와 공감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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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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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2]조선로맨스판타지, 천년을 거슬러 온 외계소녀와의 사랑!

 

광해군 1년 1609년 8월 25일, 조선의 하늘에 거대한 비행물체가 나타났다.

 

이 짧은 문장에서 상상력을 키운다면 어떤 이야기를 지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 문장에서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하고 SF적인 요소를 가미한 조선 SF로맨스를 만들어 냈다. 발칙하고 엉뚱한 조선로맨스판타지다. 드라마 <별그대>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소설은 조선의 앳된 선비 정휘지가 무당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는 지금 양양에서 유배 중이다. 그는 거리에서 만난 무당에게 기이한 말을 듣게 된다. 일생의 귀인을 만난다는 점괘가 나왔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지상의 사람이 아닌 매우 기이한 분이고, 근처에 떨어져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먼저 띈 물체를 품속에 간직하라는데…….

 

정휘지는 혼자서 설뫼(설악산)에 올랐다가 유성을 보게 된다. 기이한 유성(비행선)에서 나온 선녀 미르는 명나라, 한족, 한국, 지구, 불시착한 비행선 등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데...... 공중에 띄운 홀로그램, 나노 입자로 치환해서 우주선을 숨기는 행동, 성년을 기념해 멀고 먼 별로 여행 왔다는 미르의 이야기는 휘지가 전혀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었다.

 

 

정휘지는 그녀를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그런 와중에 싹트게 되는 휘지와 미르의 사랑. 때로는 서로의 오해와 자존심, 편견으로 인해 틀어지기도 한다. 이들의 관계에 끼어드는 양양도호부사의 딸 연수연의 정휘지를 향한 연모, 수연을 짝사랑하던 김문혁의 질투심, 천문학훈도 백도명의 등장까지 더해져 로맨스의 스릴을 더해 준다.

휘지, 미르, 수연의 삼각 로맨스에 문혁의 질투심까지 얼키고설킨다. 흑사회, 검둥이들의 죽음, 살인사건이라는 스릴러까지 있기에 읽는 재미가 있다.

 

모국 트레나 별과 연결하던 통신기기 부품 하나를 숨긴 휘지를 보면 선녀의 옷을 숨긴 영락없이 나무꾼이다. 휘지와 미르의 사랑에서도 <오만과 편견>을 보는 느낌도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외계와 통신에 성공해서 엄마와 통신하는 모습은 코믹하기까지 하다. 유배가 풀리면서 한양으로 가던 길에 다시 재회하는 무당의 이야기에서도 웃음이 절로 난다. 결론은 비밀......

 

 

1608년을 사는 과거의 조선 선비와 2608년의 미래에서 온 외계의 선녀 이야기가 시공을 초월한다는 설정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조선의 선비 정휘지와 133억 광년 떨어진 외계 트레나 별에서 온 소녀 미르의 사랑 이야기가 그대로 별에서 온 그녀의 이야기다. 하지만 분명 색다른 맛이 있다. 영화로 나오면 어떨까. 이번엔 도민준이 아니라 유미르가 주연으로.    좀 더 애절한 로맨스, 달달하고 짜릿한 로맨스가 되었어도 좋을 텐데...... 그래도 유성 소녀이야기, 분명  상상의 재미를 주는 소설이다.

제1회 퍼플 로맨스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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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
김태진 지음 / 푸른향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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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전주사대부 후예들의 전쟁 같은 삶의 기록~~

 

나라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한 집안의 흥망을 다룬 역사도 좋아한다. 물론 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희로애락 이야기도 좋아한다. 모두 지나간 일이지만 과거를 통해 깨침을 주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성공하는 것처럼 과거의 허물을 통해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어야 미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주사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기에 처음부터 끌렸던 책이다. 한국에는 많은 가문들이 있지만 이렇게 문중을 다룬 이야기가 흔치 않기에 더욱 소중했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사육신 집안의 후손이기에 이렇게 집안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누군가 하지 않을까.

전주시와 김제시, 완주군에 걸쳐 있는 모악산. 모악산이 전주이씨의 신당이 있는 곳임을 처음 알았다. 조선 왕조를 세운 전주이씨 집안이 역사의 부침과 함께 세상 속으로, 서민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그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기에 한 집안의 부귀영화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소설은 전주사대부의 몰락이라기보다 한 집안의 시대적 변천사 같다.

 

소설은 액자소설인 <갑오국>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집안 대대로 문중 땅을 관리하면서 신당 또는 암관좌를 찾던 김참판은 자신의 땅에서 암관을 발견한다. 암관은 산신령이 바위 사이에 만들어 두었다는 관이다. 때가 되면 암관 스스로 개토되고 시신을 끌어들인다는 신당이다. 문제는 암관이 이미 자신의 집안사람이 아닌 다른 이의 관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후 김참판은 은둔을 결심하고 집안을 임실로 옮기게 된다. 김참판 집안과 혼인을 약속한 이 진사 집안은 전주에 남게 되고…….

세상에는 천기와 천운이 있는 걸까. 명당과 풍수지리가 있는 걸까.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만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걸까.

9살 소년 금아의 눈에 비친 전주 사대부 김씨 문중의 변화는 그대로 우리의 역사다. 6.25전쟁의 참상, 아군과 적군의 대치, 부산에서의 피란민 생활, 수복 후 서울에서의 생활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호남 제일의 부자 집안의 몰락, 대가족이던 집안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상처와 고통이 그려져 있다.

이리(솜니 또는 익산), 김제, 군산 지역의 문화와 일제의 침탈, 역사 속에서의 변화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대가족의 모습, 인민군 치하의 모습, 이념이 광기가 되어 인간성과 가족 관계를 해치는 과정도 적나라하다.

시제 떼의 전주 분위기, 집안에 있던 별도의 사당, 장원, 고부군수 조병갑의 횡포와 동학혁명이 과정들, 석빙고와 한증막, 서울 수복 후의 서울 풍경, 전주 효자비각이 임실로 옮겨진 사연 등을 처음 알게 되었다.

650여 쪽에 이르는 이야기에는 사방 삼백 리의 영지를 잃고, 목숨을 잃고 혈육을 잃는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전개된다. 학문과 체통으로 살았던 양반가, 대대로 전해진 집안 유산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양반 풍습과 문화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이 그대로 우리 역사 같다. 몰락한 전주 사대부의 가족사를 담은 자전적 이야기기에 혈육, 조상, 집안, 가풍 등을 생각하게 된다. 사대부 반가의 역사, 가풍, 예절 들이 잘 묘사되어 있기에 양반문화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집요한 탐구는 본능이요, 핏줄에 대한 끌림이다. 다큐멘터리도 보고 싶은 전주사대부 집안에 대한 대서사시다. 기부와 나눔으로 집안의 가치를 높인 경주 최부자집과 비교되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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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필 - 들어 세운 붓
주진 지음 / 고즈넉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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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필]들어 세운 붓, 역모의 사초를 둘러싼 권력자들의 팽팽한 싸움!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 창작역량강화 지원사업 대상 작가로 선정!

 

 

 

우리 역사소설을 보면 늘 권력의 부침을 심했다. 피라미드형 권력구조이기에 최고 권력자의 자리는 늘 야심가들의 탐욕스런 먹잇감이었다. 권력의 승계가 순탄치 않았던 시절에는 늘 피바람이 몰아쳤다. 왕의 자리는 그렇게 피비린내 진동하는 인간 욕망의 최고점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가 한낱 하루살이 같은 자리라면, 중신들의 입김에 따라 파리 목숨보다 못한 자리라면, 왕의 입장에선 그저 이름 없는 민초의 삶이 부러웠을 텐데.

 

 

 

 

 

 

 

민수영. 그는 깊은 산중에서 가짜 어미의 보살핌으로 기력을 회복하지만 모든 기억을 상실한 남자다. 무엇이 가짜고 무엇이 진짜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수영의 몸의 기억은 과거를 거스를 수 없었던 걸까.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이정이 준 지필묵은 그의 기록본능을 여지없이 일깨웠으니. 이정에게서 지필묵을 받은 이후 자신의 생활을 기록하는 민수영. 빠르게 써내려가는 중에도 깔끔하게 정제된 글씨체라니. 귀신이 씐 것처럼 저절로 손이 움직여 글씨를 남기는 그는 과거에 어떤 일을 했던 걸까.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수록 이상한 일들은 일어나는데......

 

 

민수영은 다가오는 위험을 피해 은둔자로 살 것이냐, 과거의 기억을 찾고 정체성을 회복할 것이냐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남자를 찾아 나서는데..... 알고 봤더니 이정은 월산대군이었고, 자신은 사관이었으며 자신이 중요한 사초를 숨겼다는데....그가 숨긴 사초의 내용은 무엇일까. 한명회와 월산군, 성종이 사초를 찾으려는 각각의 이유는 무엇일까.

 

읽을수록 급박하게 전개되는 내용, 미스테리한 이야기에 서스펜스가 더해져 긴박하고 전율적이다.

성종의 형 월산대군이 역모를 일으킨다는 내용의 사초 분실, 한명회와 월산대군의 팽팽한 줄다리기, 덕종의 독살을 지시했다는 사초, 기억을 잃은 춘추관 서기관 민수영, 그의 아내라며 다가오는 의문의 노비 춘비, 친구라는 조명환...... 한명회의 짜 맞춘 각본, 그에 맞서는 월산대군의 기지, 여린 성종의 의심, 누가 승리할까, 무엇이 진실일까.

 

한때 왈패들과 어울리는 경덕궁 궁지기에 불과했던 한명회. 그는 호랑이 김종서를 죽이고 권력을 움켜쥐더니 왕을 바꾸고 왕을 조종하는 조선 제일의 세도가가 되었다. 두 딸마저 왕의 배필로 보낼 정도의 권세였으니 사위이자 왕이었던 성종 마저 눈에 뵈지 않았던 걸까.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한 편의 역사 추리소설이다.

 

 

경국대전이 예종 때 이미 완성되어 반포를 하려 했으나 중신들의 만류로 성종에 이르러서야 반포되었다는 이야기, 처음 알았다. 왕위에 군림했던 당대의 훈구대신들의 파워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역모, 사초, 신하의 도리, 예종, 덕종 독살, 월산대군, 성종, 한명회, 서기관, 경국대전......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단어들 속에서 속도감 있게 읽히는 역사소설이다. 현대극에서는 기억상실이 단골이지만, 역사소설에서는 낯선 설정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한 소설이다. 역사 속에서 무엇이 진실일까. 드라마로 나와도 좋을 사초에 얽힌 이야기, 스릴 있고, 긴박하고, 긴장감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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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담은 배 -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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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담은 배]3대에 걸친 100년의 서사엔 이별과 아픔, 고통과 화해가...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 시게유키, 첫 번째 아내 하루요 , 하루요의 이른 죽음으로 맞은 가정부 시즈코와의 결혼, 전쟁터에서 만난 조선위안부와의 짧은 사랑, 하루요에게서 얻은 장남 미쓰구, 시즈코에게서 얻은 둘째 아키라, 셋째 사에, 넷째 미키, 미쓰구의 둘째딸 사토미 3대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6개의 이야기가 각각 하나의 단편이지만 장편처럼 흐른다. 한 가족의 대서사시니까.

 

언제나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했던 미쓰구는 결혼 이후에도 밥벌이 가장의 초라한 일상을 산다. 늙어가면서 더욱 외로워지는 중년 가장의 탈출구는 작은 텃밭 가꾸기가 유일하다.

 

아키라와 사에의 사랑은 아찔해서 현기증이 인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인 줄 알고 사랑에 빠졌다가 아버지가 같은 이복 남매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두 사람. 얼마나 황당했을까. 다른 어머니에 같은 아버지였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혼절을 가져온다. 이런 사랑도 있을까. 유아기 때부터 끌렸던 마음이 이성간의 사랑이었을까, 가족애였을까.

 

미쓰구의 딸 사토미의 왕따 이야기엔 가슴이 아린다. 미쓰구와 젊은 여직원과의 사랑, 시즈코와 시레유키와의 사랑. 미키와 아이하라와의 사랑…….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 않다.

 

-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면 안 되나요?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에 나갔다가 죽은 사람들을 참배하러 가는데, 왜 주변국에서 그렇게 말들이 많은 겁니까? (책에서)

 

어린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겪은 전쟁 체험담을 들려주는 시게유키 할아버지. 전쟁은 그에게도 아픔이었다. 총알받이로 죽는 동료를 보기도 했고, 사람 죽이는 연습을 강요당했던 살벌한 청춘, 신음조차 못내는 청춘시절을 보낸 것이다. 날마다 살인을 강요받던 시절, 누구를 위해서였을까. 강요받았던 신사참배 역시 전쟁의 도구였을 뿐인데......

 

-100명 참살 신기록

죽여야 살 수 있었고, 많이 죽일수록 위대해질 수 있는 전쟁터. 그런 시게유키의 삶에서도 유일한 희망은 위안소였다. 그 시절 중국에 있던 일본군지정 위안소에는 대부분이 조선여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13살의 소녀부터 갓 결혼한 새댁도 있었다. 중국 사람이 적은 까닭은 그녀들을 통한 정보누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데……. 하루에 좁고 어두운 방에서 하루에도 20~30 명의 일본 군인들을 대해야 했던 어린 소녀들…….억지로 끌려와 인간 대접도 못 받은 조선 소녀들, 돈 벌기 위해 온 줄 아는 일본군인들……. 조선인 위안부 강 미주와의 짧은 사랑은 시게유키에게도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데......

 

애초에 전쟁터에 떠나기 전에 죽음을 각오했던 신사 자리가 어찌 참배의 자리, 영웅을 기리는 자리가 될 수 있을까. 저항이 용납되지 않던 시대, 명령이라서 어쩔 수 없던 행동들이라지만 그런 행동에 대한 일본인들의 참회는 기대하기 힘든 걸까.

 

십 대 소녀 사토미, 삼십 대 초반의 미키, 삼십 대 중반의 사에와 아키라, 오십 대의 미쓰구, 칠십 대의 시게유키……. 3대에 걸친 서사에는 시대적인 아픔과 고통, 가족 간의 상처와 회한, 개인적인 이별의 고통과 상처가 흔적을 남기고 얼룩져 있다.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기억, 방황과 불안의 서사가 각각의 퍼즐이 되어 한 판의 직소퍼즐을 완성해 간다.

 

무엇보다도 일본 작가의 시선으로 일본 정부의 악랄함,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듯 한 내용들이 어느 정도는 후련하게 펼쳐진다. 나오키 상을 받은 작품이어서 일까. 매력적으로 읽히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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