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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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최문정/다차원북스]버림받은 네자매의 입양과 사랑

 

SBS-TV 주말드라마로 방영된 <바보엄마>는 하희라, 김현주, 신현준이 열연했던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원작소설 <바보엄마>의 최문정 작가가 새로운 가족 이야기를 소설로 펴냈다.

허스토리 Her Story

이번에도 전혀 새로운 가족관계다. 있을 수 없는 처참한 가족,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를 비극적인 가족의 이야기다.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네 자매는 아버지가 다르다. 게다가 태어나면서 버림받기까지 한다. 버림의 끝은 입양으로 이어지고 각자 고달픈 삶을 살게 되는데.......

 

모든 비극의 시작은 사랑인 걸까.

경훈과 혜인은 어렸을 때부터 남매처럼 지낸 사이다. 자라면서 경훈은 늘 혜인의 곁에서 오빠 이상의 노릇을 하면서 혜인에 대한 사랑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고아 출신의 친구 희성이가 혜인과 결혼하게 되고 이들은 5년 만에 시험관시술로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희성은 미국 출장길에서 무참히 죽게 되고 그 소식을 들은 혜인마저 죽고 아기들은 제왕절개로 태어나게 된다.

 

출생부터 비극의 운명을 타고 났던 걸까.

네쌍둥이는 각각 입양을 가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신문기사와 함께 네 개의 사진조각을 지닌 채.

산부인과 의사 경훈을 가장 닮은 성은은 경훈의 딸로, 히미코는 야쿠자의 아들 츠바사의 신장이식을 위해 입양되고, 베스와 조는 미 상원의원의 딸로 함께 입양된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던가.

성은은 자신이 입양된 걸 알고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본 결과 아버지만 유전자가 동일하게 나온다. 친구의 딸을 입양했다더니 사실이 아니었던 걸까. 자신의 생모와 지금의 아빠는 어떤 관계였을까. 더구나 나머지 자매들과는 아버지가 다르다는 간호사의 자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편 일본에서 야쿠자의 딸로 자라는 히미코는 야쿠자의 아들 츠바사와 사랑을 느끼지만 잔인한 살인의 도구가 되어간다. 츠바사는 7살 무렵 미국에서 한 한국인 부자에게 접근해 초콜릿을 팔면서 디지털 키를 복제하는 일에 가담하며 야쿠자 일을 했다. 희성의 죽음에 츠바사가 관련된 것인데…….

 

조와 베스는 미국 상원의원 집으로 입양되어 부유하게 살게 된다. 하지만 베스는 5살 때부터 양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된다.

경훈마저 일본 출장길에서 야쿠자의 칼에 죽게 되고, 히미코는 그의 살해범으로 붙잡히게 된다.

경훈과 희성의 우정, 희성과 혜인의 결혼, 산부인과 의사였던 경훈의 정자 바꿔치기, 희성과 혜인의 잇따른 죽음, 네 쌍둥이의 제왕절개로 인한 탄생, 그리고 입양. 미국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슬프게, 마음 아프게, 묘하게 흘러간다.

가족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각자 입양한 곳은 다르지만 유전자적인 끌림으로 모이게 되는 네자매의 삶에서 또 다른 가족형태를 보게 된다. 가족 본능, 혈연 본능이 세상을 살아갈 버팀목이 됨도 느끼게 된다. 

 

빗나간 사랑과 잘못된 입양, 가정에서의 성폭력, 야쿠자의 잔인할 정도의 비인간성, 미국에서 엮이는 묘한 관계들...... 영화로 나와도 좋을 이야기다. 슬프지만 속도감 있게 읽히는 이야기, 스펙터클하고 긴장감 제대인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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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불멸의 신화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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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불멸의 신화/조정우/세시] 23전 23승,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의 비결!

 

 

지금 대세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아닐까. 영화 <명량>이 개봉되면서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다. 세월호 대참사, 검찰총장으로 입에 오르던 채동욱 사태, 국회의원이던 이석기 등을 보면 참으로 우울해진다. 위대한 지도자, 나라를 위해 사리사욕을 버릴 수 있는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 커서일까.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

 

 

저자는 알라딘 창작 블로그에 연재 중인 작가 조정우다.

책에는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전술, 조정과 지도세력의 무능한 대응, 왜적의 전력과 전술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소설은 전라좌수영 본영이 있는 여수 해안에서 온통 철갑을 씌운 거북선 진수식으로 시작한다.

 

호랑이 눈썹, 부리부리한 눈, 우뚝 솟은 코, 제비턱, 용수염의

팔 척 장신 사내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이었다. (본문에서)

 

 

거북선 3 척만 있어도 1,000 척의 왜선을 섬멸할 수 있으리라 자신하는 이순신은 거북선 진수식을 보여주며 바다를 지키기 위해 철갑선이 더 필요하다고 건의한다 하지만 전라도 순찰사 이광은 그 비용이면 판옥선을 더 만들라고 한다.

당시 거북선은 기존의 동철보다 훨씬 튼튼한 합금을 씌워 대포의 포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거북선 용머리에 조선 수군이 개발한 지자포를 설치되었다고 한다. 바다에 떠밀려온 삼나무 조각으로 이를 직감한 이순신은 이미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조정은 왜의 침략에 대해 안일한 생각만하고 백성들에게 인기 있는 이순신을 경계의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전란이 일어나기 불과 수개월 전, 수군을 폐하여 육군에 합병하자 했던 조정이었다. 더구나 권력자들은 이순신을 모함하여 죄를 덮어씌우기까지 했다.

 

 

한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미 조선 침략을 위해 나고야에 20만 일본군을 집결해 놓은 상태다. 그리고 임진년이 되자 왜군은 한반도를 기습하고 만다.

당시 왜적의 침입으로 부산 동래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20일 만에 한양까지 무너져 버린다. 걸어서 한양까지 가도 20일 이상 걸리는 거리를 3갈래로 나누어 파죽지세로 쳐들어 온 것이다.

 

 

책에서는 사천해전, 당포해전, 당항포해전, 한산대첩, 안골포해전, 부산포해전, 백의종군, 명량대첩, 노량해전으로 전쟁과 전술을 상세히 그리고 있다.

 

영화로 먼저 만난 명량대첩의 전술이 가장 흥미진진하다. 이순신이 강조하던 필생즉사 사즉필생 必生卽死 死卽必生은 오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반드시 살 것이고, 살기를 바라면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나라를 잃느냐 지키느냐의 갈림길이었으리라. 당시 조선은 바람 앞에 선 등불이었기에 투지와 의욕, 애국심이 절실했을 것이다.

 

이순신은 그동안 준비해 둔 지자포, 비격진천뢰, 신기전, 무기를 가지고 아들 이면과 조카 이완이 모아온 의병과 합세를 해서 싸움을 치러야 했다.

명량에서의 백미는 피난민들을 복병으로 위장시켜 산 위에서 깃발을 흔들게 한 것과 밀물이 가장 거세지는 사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시간대를 이용해 적을 격퇴한 것이었다. 더구나 13척의 판옥선으로 왜군의 133척 세키부네와 200척의 대기 함대를 모두 막아낸 것이었다.

 

 

-진격하라!

-이순신, 오늘이 너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이곳 명량이 너와 조선 수군의 무덤이 될 것이다!

 

왜장 구루시마 미치후사는 승리를 자신했지만 결국 완벽한 패배를 당하고 만다.

영화 <명량>에서도 산 위에서 복병으로 위장하고 깃발을 흔들던 피란민들,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때를 이용한 전술들이 잘 그려져 있었는데, 소설로 읽으니 더욱 이해가 된다.

결국 명량대첩은 13척의 판옥선으로 300여 척의 왜군을 이겨낸 위대한 해전이었다.

 

 

명량대첩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빛나는 승리로,

이로써 조선 수군이 다시 제해권을 찾을 수 있었다. (책에서)

 

47세에 류성룡의 천거로 전라좌수사에 임명되었던 이순신은 왜적의 침입을 직감하고 전쟁을 준비했다. 그의 예감대로 48세에 임진왜란이 발발했고 조선은 개국 최대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23번째 싸움인 노량해전에서 순직하면서도 승리로 이끌었고, 그렇게 7년의 임진왜란을 종식시키게 되었다니. 그의 전술과 업적은 왜군마저 감복시켰다고 한다.

 

 

임금이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던 나라에서 목숨을 바쳐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해낸

명장 이순신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이순신 장군 같은 지도자가 필요한데. 죽음으로 조선을 살린 이순신 같은 명장, 어디 없을까.

 

지금은 어둡고 눈물 많은 시기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자꾸만 그리워지는 이유다.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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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산업 - 상 - 소설 대부업 기업소설 시리즈 1
다카스기 료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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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산업 상/다카스기 료/김효진/AK STOPY]경제 소설, 대부업체의 진실!

 

경제소설은 처음이다. 대부업체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거부감도 있다. 대부업체라면 고이자율이 먼저 떠오를 정도다. 현재는 법정 최고 이자가 49%이지만 한때는 300~400%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신용이 떨어지거나 담보가 없는 경우 은행대출이나 저축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급하게 대부업체나 사채를 이용하는 걸로 나오던데. 사금융의 리스크가 높기에 이자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지만 고리대금은 확실히 돈이 급한 서민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일본 대부업체들까지 한국에 진출해 있기에 수익은 일본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대부업체라면 씁쓸해진다.

이 책은 일본 최대의 대부업체인 '다케후지'를 실제 모델로 한 경제소설이자, 금융소설이다.

대부업체 '도미후쿠'의 사장 사토무라 에이치가 오미야 고헤이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오미야는 제도은행에서 상무까지 올라간 금융 엘리트였고 은행장의 자리까지 물망에 오르던 능력 맨이었다. 하지만 오미야는 무슨 이유에선지 자회사인 제도 크레디트서비스 사장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제도 크레디트서비스에서도 곧 좌천될 운명에 놓여 있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책임감 있는 추진력,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라면 시샘을 받는 걸까.

 

대부업체와 카드회사는 언제나 라이벌 관계다. 경쟁기업의 사장을 스카우트 하는 일은 흔치 않는 사례다. 한때 촉망받던 인재였던 오미야의 좌천을 대부업체 사장이 어떻게 알았을까. 같은 금융업이라 해도 카드회사와 대부업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여겼던 오미야는 결국 사토무라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때 오미야는 제도 크레디트에서 카드 사업을 해서 일본 제일의 카드회사로 키워 오미야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업체의 부사장으로 초라할 뿐이다. 야쿠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토무라가 거액의 연봉을 주고 오미야를 스카웃한 이유엔 돈에 대한 욕망과 이미지 개선을 위한 계산이 철저히 깔려 있는데......

 

상하관계가 분명하고, 책임감과 추진력이 있는 오미야는 처음부터 직원들과 자주 부딪히게 된다. 회사에서도 황당한 일들이 자꾸만 벌어지게 된다. 사건과 사고는 언제나 우연을 가장한 저의가 깔려있는데.... 대부업체에서 오미야는 자신의 의도대로 능력 발휘를 하려고 할 때마다 걸림돌이 발생한다. 누가 왜 방해를 할까. 오미야는 사장의 계산대로 흘러가게 될까.

읽고 있노라면 집착과 욕망, 자존심과 지위에 대한 욕망이 꿈틀댄다. 신용과 신뢰가 넘쳐나야 할 금융업계에 불신이 만연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비열한 모습을 보게 되는 소설이다.

 

돌고 도는 게 돈이라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부자들 사이에서 돈이 돌고 돈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에 자본주의의 발달은 금융업 발달을 가져왔을 것이다. 물질적 욕망이 팽배가 신뢰와 신용이 무너지는 사회를 그린 경제소설이다. 금융지식이 있다면 좀 더 편하게 읽을 소설이다.

 

저자는 일본 경제 소설의 거두 다카스기 료다. 전문지 기자와 편집장을 거쳐 경제소설을 써 왔다고 한다. 작품으로는 <금융 부식열도>, <일본 흥업은행>, <청년사장>, <거대 생명보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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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위치 - 새롭게 태어난 넷(Net) 마녀 엘로리 이야기 모던 위치 2
데보라 기어리 지음, 유수아 옮김 / 초록물고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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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위치/데보라 기어리/초록물고기]새롭게 태어난 마녀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모던 위치 시리즈」 제 2권!

유머와 서정을 오가는 희망의 판타지!

 

<오즈의 마법사>, <해리포터시리즈>를 보면 초인적인 능력에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막강한 마법사들이 나온다. 인간의 약한 부분을 강력한 힘으로 바꾸고 싶었던 걸까. 마법사 이야기는 분명 인간들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번에도 마법 이야기다. 마녀들이 나오지만 21세기 마녀다. 이름하여 「모던 위치 시리즈」 제 2탄 히든 위치.

「모던 위치 시리즈」 제 1탄인 <우당탕 마녀들의 채팅방>에서는 초보 마녀 로렌의 좌충우돌 교육이 주된 내용이었다. 마녀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마녀채팅방, 마력을 계발해주는 존재, 여러 가지 첨단 주술들이 나오는 디지털 마녀들의 이야기였다. 마법에 로맨스, 판타지, 유머코드까지 겸비한 소설이어서 흥미진진했던 책이다. 

 

이번에는 새롭게 태어난 넷(Net) 마녀 엘로리 이야기다.

엘로리는 마법의 기운이 드러나지 않아 괴로워한다. 마녀인데 마녀 같지 않은 무능한 마녀다.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자일수록

마법을 현명하고 올바르게 사용해야하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

 

모이라 마녀 할머니의 말에 부끄러울 지경이다. 더구나 열 살짜리 조카 션의 마법에 걸려 해적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되돌아 갈 방법을 모를 정도로 무능하기에 괴롭기만 하다. 마법 학교의 교사로 있지만 마법 능력이 없으니 늘 아이들에게 휘둘리고 있을 뿐이다.

자신만 뒤처지기에 마법공동체의 다른 마녀에게도 미안할 정도다. 그래서 더 안쓰러운 마녀다. 그녀는 언제쯤 어떤 마법을 펼치게 될까.

 

부족하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듯 엘로리에게도 마녀들이 도와주러 몰려온다.

여러 마녀들의 도움으로 엘로리는 마법 소스와 온라인 코드를 하나로 섞는 주술코드 코딩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넷 에너지를 지닌 넷 마녀로 새롭게 등극하게 된다. 엘로리는 넷 마녀로서의 본색을 드러내며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시작하는데…….

21세기는 디지털 시대다.

마녀들의 세계도 디지털화 된다는 설정이 친근하다. 뾰족하고 긴 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마녀가 더 이상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변신하는 마녀, 과학의 발전에 발 맞추어 혁신하는 신세대 디지털 마녀 이야기다.

 

나쁜 주술을 쓰거나 악당과 대결하는 마녀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일상과 같이 좌충우돌하는 인정 많은 마녀, 웃기기까지 하는 허당 마녀다. 감수성이 돋보이는 사랑스런 마녀다.

위치넷라리브러리, 흙 마녀, 식물 키우기 주술, 코드 코딩 주술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오가는 마녀 이야기다. 조금은 색다른 마녀 판타지 소설이다. 요즘 컴퓨터가 느린데, 모던 위치들의 주술에 걸린 건 아닐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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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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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요나스 요나슨/열린책들]이번엔 흑인소녀, 막강 셈법으로 역사를 흔들어 놓는다!

 

요나스 요나슨의 첫 작품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노인>을 책 대신 영화로 봤다. 세계 역사의 중심을 휘저으며 좌충우돌하는 100세 노인의 모습은 겉으로는 노인의 모습이나 행동은 노인답지 않았다. 우연한 만남이 필연이 되고 역사가 되는 이야기가 황당하면서도 유쾌 상쾌 통쾌 했다고 할까. 그런 상황을 보며 웃다가 미소 짓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던 영화다.

 

저자의 두 번째 소설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역시 세계와 역사 속을 휘저으며 다닌다. 주인공이 살아가면서 우연하게 스치는 모든 것이 인연이 되고 필연이 되는 이야기다. 가볍게 들었지만 꼼꼼하게 읽어야 할 소설이다. 모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니까.

시작은 그랬다. 누추하고 보잘 것 없고 상당히 미약해서 안쓰러울 정도다. 하지만 남보다 탁월한 한 가지의 재능이 주인공을 살려낸다. 이번엔 무엇일까. 어떻게 살려낼까.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대 게토의 공동변소 분뇨 수거는 글을 모르는 까막눈이들이 담당한다.

어느 날 관리소장이 해고되면서 관리소장 옆에서 비서처럼 거들던 14살 계집 아이 놈베코가 추천된다. 이유는 경력 9년인 데다 그녀가 계산을 잘한다는 것이다.

 

놈베코. 1960년대 소웨토에서 태어난 흑인 소녀다.

다섯 살 때부터 가장이 되어 분뇨 통을 날랐다. 그 시절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여서 인종차별이 심했다. 남아공에서 흑인 소녀는 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고 글자를 배우지 못해 까막눈이였다.

어느 날 흑인 소녀는 분뇨 통을 나르면서 무료함을 덜기 위해 통을 세기 시작했다. 첫 계산은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시작된 거였다. 소녀는 수 세기에 점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점점 복잡한 계산으로 넘어갔다.

셈 잘하는 까막눈이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저자의 전작을 영화로 보았으니  이다음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직속상관이 혼자서 중얼거리면 대답은 그녀 몫이었다.

-95 곱하기 92는…….

-8,740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예, 그러니까 95는 100 빼기 5이고, 92는 100 빼기 8이에요. 100에서 5와 8을 빼면 87이에요. 그리고 5 곱하기 8은 40이고요. 따라서 87에다가 40을 붙이면 8,740이 나와요.

-그 희한한 계산법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냐?

-몰라요.

 

그렇게 그녀는 상관의 조수로 승진하게 된 것이다. 인수분해를 배운 것도 아니고 암산을 배운 것도 아닌데 그녀는 혼자서 계산을 터득하고 재무와 세무를 터득해 나간다.

그러다 13 살에 공동변소 분뇨 수거인용 샤워 실에서 늙은 호색한 타보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되자 노인의 허벅지에 가위를 박게 된다. 타보는 이빨이 반이나 빠진 모습이었지만 그의 오두막은 책들로 가득 차 있다.

 

보기와는 달리 알부자인 타보.

타보는 6살에 혼자가 되었고 남의 물건을 훔치며 살았다. 그러자 주방장이자 시인인 에스파냐 선원에게 붙잡힌 타보는 강제로 시를 익히게 된다. 책을 읽어주는 대가로 추가 배급도 받았지만 선원은 죽고 시를 읽을 수 있는 타보만 남았다. 읽기 능력 덕분에 여인과의 사랑도 가능했고 일자리 구하기도 수월했다. 타보는 서양 선교사들을 대신하는 협상가가 되어 원주민과의 거래를 성사시켰고 성직자의 조수가 되어 개인적인 형태의 안수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 산지 마을에서는 9명의 여성 성가 대원에게 사랑을 약속했다는 죄목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감시하던 목사가 하마에게 먹힘으로써 남은 여자 간수마저 사랑의 시어로 속이며 죽음의 감옥에서 탈출하게 된다.

 

탈출한 타보는 영국인들과 협상 중이던 세이소 추장을 도와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다이아몬드 원석이 빵빵하게 든 주머니를 얻게 된다.

그렇게 소웨토로 흘러든 타보는 자신의 재산을 속이고자 허름한 분뇨수거인이 된 것이었다. 놈베코의 가위에 찔린 뒤 그는 북쪽으로 여행을 떠났고 놈베코는 타보로 인해 글자와 여행을 알게 된다.

 

놈베코는 언어를 알게 되면서 라디오 방송을 틀기 시작했고 주파수를 토론 전문 방송에 맞췄다. 그렇게 바깥세상을 알게 되면서 변화도 알게 된다.

위생국 담당관인 피트 두토잇이 왔을 때 눔베코는 똥 같은 소리를 해댄다.

 

-담당관님께서는 탄자니아의 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줄리어스 니에레레의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하지 않을까요?

-탄자니아?

-네, 현재 곡물 손실이 거의 백만 톤에 이르고 있어요. 문제는 만일 국제통화기금이 없다면 니에레레가 과연 무얼 할 수 있는가 예요. 아니면 담당관님께선 이 IMF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학까지 나온 지배층이었던 담당관은 14살 먹은 까막눈이 흑인 소녀의 조리 있는 국제 정세 이야기, 위생시설의 예산에 대한 의의 제기 등으로 무안을 당해야 했다.

 

다시 타보가 돌아왔고 그에게서 글을 배우게 된 놈베코는 그의 이빨에 낀 다이아몬드를 눈치 채게 된다. 타보가 죽게 되자 놈베코는 그의 입에 끼워 두었던 다이아몬드와 방바닥에 묻어 두었던 다이아몬드를 찾아 스웨토를 떠나게 된다.

 

언제나 인연은 예고 없이 우연히 그녀의 인생에 끼어들게 된다. 국립도서관으로 가다가 요하네스 중심가에서 엔지니어가 몰던 차에 치인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연들, 남의 인생에 끼어드는 순간들, 인연이 필연이 되고 역사에 개입하는 이야기, 까막눈이의 기억력, 응용력, 적응력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절대막강의 스토리다. 엮이면서도 풀리는 까막눈이의 인생에는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비밀 요원 모사드와 엮이게 되고, 핵폭탄을 싣은 감자 트럭을 운전하고,  스웨덴 국왕 구스타포 5세를 만나고, 중국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는 이야기가 과연 핵폭탄 급니다.

표지 안에도 비밀이 있었다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엮이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까막눈이의 천재성과 용기, 추진력과 대담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곁눈으로 배우고 어부지리로 터득한 지식을 무기 삼아 스스로 삶의 중심을 잡고 세상을 마주한 이야기다. 노인이 아니라 젊은 야생마 같은 여성이어서 더욱 유쾌 통쾌 상쾌한 이야기다. 영화보단 50부작 드라마가 어울리는 방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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