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므랑 이영민
배상국 지음 / 도모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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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므랑 이영민』,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과연 무슨 책인지 궁금했다. ‘호므랑’은 야구경기의 ‘홈런’의 일본식 발음이고, 이영민은 일제시대 조선을 대표하던 야구선수이다. 조선 최초의 홈런왕 이영민,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호므랑 이영민』이다.

 

야구를 이야기의 소재로 하고 있지만, 단순히 스포츠만이 아닌 민족애를 건드리는 소설이다.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암울하던 시대인 일제시대의 조선의 스포츠 영웅 이영민에 대한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재미있다.

 

하지만, 표지 디자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디자인은 아니다. 너무 산만한 디자인은 독자들을 외면케 한다(물론, 어쩜 이토록 산만한 디자인에 손이 갈 수도 있지만). 제목 역시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이런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상 책장을 펼치면 너무 재미있다. 두툼한 책, 5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이 언제 읽히는지 모르게 금세 읽혀진다.

 

저자는 불세출의 스포츠 천재 이영민과의 라이벌 관계에 있던 기주와의 갈등과 우정, 일본인과 조선인간의 갈등과 우정, 이영민의 사랑 등을 통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풀어 나간다.

 

또한 재미와 함께 감동이 있다. 특히, 시대적 상황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IMF의 힘겨운 순간을 보낼 때, 지구 반대편에서 승전보를 올리던 박찬호와 박세리의 소식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힘이 되었듯이, 이영민은 암울하던 시대, 아무런 희망이 없고, 즐거움이 없던 시대에 조선인들에게 살맛을 제공하고, 통쾌함을 주던 시대의 영웅이다. 그의 홈런, 그리고 경기를 향한 그의 투지와 열정은 나라 잃은 식민지 백성에게는 답답한 세상에서의 일종의 해방구였으며, 한줄기 서광이었다. 언제나 일본의 멸시천대 아래 신음하지만, 그럼에도 그 일본의 콧대를 눌러주던 스포츠 영웅에 대한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날 우리에게도 감동을 준다.

 

야구는 또한 이영민에게 있어 민족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통해 희망을 읽어내며, 꿈을 키워가는 동포들의 모습을 발견하며, 야구를 통한, 민족 사랑을 점차 키워가는 전개 역시 감동으로 다가온다.

 

역시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일본의 야비함이다. 그러한 모습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또 한편 그 가운데서도 대립의 각을 세우던 일본선수와의 우정으로의 전환하는 모습들 역시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한다.

 

감동과 재미를 함께 주고 있는 『호므랑 이영민』, 야구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물론,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 역시 읽어도 같은 감동과 재미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야구를 사랑하는 작가가 두산의 팬임을 소설의 인클루지오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작가는 두산의 현역 선수 몇 사람을 실명으로 등장시키는데, 이것 역시 소설의 소소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작가는 이 부분에서 두산과 LG가 2014년 한국시리즈에 만나는 것으로 설정한다. 아마 두산 팬인 작가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 여겨지지만, 이 꿈은 올해엔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다른 팀을 좋아하는 나로선 ‘어림도 없지’란 생각과 함께 또 하나의 작은 미소를 짓게 한다.

 

올 가을 야구를 보며, 조선의 베이브 루스라 불려 졌던 사나이, 이영민의 이야기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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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출입 금지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김서연 옮김 / 호메로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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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러시아 아동문학의 아버지라 불린다는 코르네이 추콥스키의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성장 소설의 단골 메뉴라고 할 수 있는 풋풋한 짝사랑, 학교에서의 컨닝 작전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된 주제는 작가 자신이 경험한 학교의 부조리, 세상의 부조리다.

 

작가는 이 부조리에 대해 분노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 역시 자신의 그 분노함에 동참해 줄 것을 원한다. 왜냐하면, 그 대상은 다르다 할지라도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들은 다양한 곳에서 여전히 존재할 것이기에.

 

작가는 세탁 일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누나, 이렇게 세 식구가 힘겹게 살아간다. 이 가운데서도 어머니는 자녀들의 교육만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인공은 어느 날 반 친구가 성적표를 조작하고 땅에 파묻은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누명을 쓰고, 퇴학당하고 만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엄청난 사실을 차마 어머니에게 밝힐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 그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퇴학당한 이유는 학교 교장 이하 교사들이 성적표 사간의 진실을 오해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집안이 가난하기에, 그토록 가난한 노동자 자식과는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수치로 여긴 학교 방침(?)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가진 자들의 오만과 만행으로 인해,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어, 노동자가 되어야만 했던 작가(물론, 그럼에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독학하여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후엔 작가가 된다). 그래서 책 제목처럼 『학교 출입 금지』조치에 눈물 흘려야만 했던 자신의 청소년 시절의 그 아픈 상처를 통해 작가는 학교의 부조리를, 더 나아가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작가는 자신의 퇴학 사건, 『학교 출입 금지』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렇게 독백한다. “문제는 내가 코젤스키를 부추겨 성적표를 땅에 묻게 했는지 안했는지가 아니었다.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하찮은 일에 불과했다. 중요한 건, 내 어머니가 ‘튠틴 중령의 미망인’처럼 바닷가의 대저택도 없고, 주예프 어머니처럼 목욕탕이나 술집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 내 어머니가 가진 거라곤 그저 남의 속옷을 빨아 거칠어진 손밖에 없었다.(pp.161-2)”

 

“내 어머니가 가진 거라곤 그저 거칠어진 손밖에 없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참 서글프게 느껴지며, 또 한편으론 그 아름다운 노동의 손이 퇴학당하는 원인이 되는 부당한 세상을 향한 분노가 끓어 오른다.

 

이 책은 저자의 당부가 없다 할지라도 저자가 느꼈을 분노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비열한 목적을 위해,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가진 것 없는 약자들을 괴롭게 하는 그 세력들을 향해 분노가 일수밖에 없다.

 

특히, 교육자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내면은 더럽고 추악한 교장, ‘여섯눈’과 그 졸개들의 모습에서 분노와 함께 본질을 상실한 자리보존은 추악한 죄의 근거가 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해 본다. 어느 누구이든 자신의 자리에 합당한 자세, 그 본질을 잃은 사람들은 부조리의 온상이 되며, 분노의 대상이 됨을 말이다. 종교인이든,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교사든 말이다. 우리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 합당한 자가 되자. 나에게 씌워진 타이틀이 무엇이든 그 타이틀의 본질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자.

 

아울러, 가진 것 없는 노동자의 자식이 감히 함께 교육받을 기회를 누린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던 작가 당시의 가진 자들. 그들의 모습이 과연 당시만의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오늘은 이러한 부조리가 없을까? 자신들은 저들과 다르다고, 천민들과는 함께 할 수 없으며, 그들이 자신들과 같아져서도 안 된다는 귀족주의가 왜 없겠나? 자신들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선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겐 양질의 교육을 보장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오늘은 더욱 팽배하지 않을까?

 

그나마 저자의 시대에는 가난할지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신분상승의 기회는 주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기회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줄어들지 않았나! 왜 그럴까? 예전엔 가난해도 운동을 통해,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기도 했는데, 가난해도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적 소질을 통해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기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난하면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오늘의 세태는 무엇 때문일까? 단순히 시대가 바뀜에 따른 시대적 현상일 뿐일까? 아니면, 이런 사회로 몰고 가는 ‘여섯눈’들이 있기 때문일까?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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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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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카린 지에벨의 『그림자』는 추리소설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이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주인공 클로에는 광고회사 부사장으로 회장 승진을 노리는 성공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따라붙는다. 시시때때로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갑자기 정전이 되기도 하고, 현관문에 죽은 새의 시체가 놓이기도 한다. 집안의 물건들이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없어졌다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클로에는 자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어느 누구도 클로에의 말을 믿지 않는다. 도리어 점차 주변 사람들은 클로에를 망상증 환자로 취급하기 시작한다. 과연, 클로에를 괴롭히는 그림자가 실존하는 걸까? 아님, 정말 클로에는 망상증 환자가 되어 버린 걸까?

 

한편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강력계 형사인 고메즈 형사. 그는 동물적인 성향의 위험한 남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픈 상처가 있으니,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내가 불치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 결국 아내의 죽음 뒤에 덩그러니 놓여진 고메즈.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메즈 앞에 아내와 닮은 여인, 클로에가 등장한다. 누군가 스토커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여인. 하지만, 아무도 그 여인의 신고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단지, 고메즈만이 문득 1년 전 친구 형사가 알려줬던 사건과 동일한 사건으로 여기며 관심을 기울이는데... 과연 고메즈는 클로에를 괴롭히는 그림자를 붙잡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과연 “그림자”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첫째, 당연히 클로에를 괴롭히는 사이코패스이다. 그가 클로에를 괴롭게 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교묘하고, 악마적이다. 어둠 속에 숨어 누군가를 괴롭히며, 그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끼는 악한. 이런 악한, 사이코패스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못된 그림자이며, 아울러 그 존재 자체가 의미 없는 그림자일 수밖에 없다.

 

둘째, 그림자는 클로에 안에 존재하는 그림자이다. 이는 지난 26년간이나 그녀로 하여금 가면을 쓰고 살게 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이다. 이 그림자 역시 사이코패스 못지않게 클로에를 괴롭힌다. 어린 시절 동생을 데리고, 공장에 놀러갔다가 동생을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게 만든 그 사건. 그 사건은 평생 클로에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내적 그림자이다. 우리 안에는 이런 그림자가 없는가?

 

셋째, 클로에를 지켜주는 그림자이다. 바로 고메즈 형사. 사건을 의뢰한 피해자와 형사의 신분으로 만났지만, 점차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클로에에게도 고메즈는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그림자가 된다. 아무도 자신의 주장을 믿어주는 이 없어 망상증 환자로 입원하여 사이코패스인 그림자의 농락거리가 될 때 조차도, 고메즈 형사는 클로에의 참 사랑, 언제나 지켜주는 그림자가 되어 힘이 된다.

 

넷째, 주변 사람들 역시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들은 어느 누구도 클로에의 주장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지 않는다. 클로에의 절친도, 남친조차 클로에의 말을 믿기보다는 그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망상증 환자로 몰아간다. 이런 그들은 결코 클로에의 참 주변인이 될 수 없다. 비록 그들이 때론 함께 수다도 떨고, 살을 맞대기도 하지만, 실상은 허상에 불과한 그림자다.

 

개인적으로 이 첫 번째와 네 번째 그림자에 분노가 끓어오른다. 사이코패스와 못된 놈이니 그렇다 치고, 어느 누구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그 아픔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 모습이 어쩌면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역시 누군가를 너무나도 쉽게 단정해버리고, 포기해버리는 모습은 아닌지. 그리고 오늘 나에게는 어떤 그림자가 존재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카린 지에벨이란 작가,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지만, 또 다른 그의 작품이 우리를 찾아올 날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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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1 - 윤인완 환타지 소설
윤인완 지음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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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퇴마 환타지 소설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제주도, 그곳에서 펼쳐지는 때론 끔찍하고, 때론 긴박하며, 때론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와 같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엮어가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원미호, 반, 요한이 그들이다.

 

원미호는 고등학교 윤리선생이자, 상담선생이다. 하지만, 그에겐 남들이 없는 배경이 있다. 바로 세계 3위 굴지의 기업인 대한그룹 회장의 외동딸, 그렇기에 그녀는 제멋대로 행동함이 몸에 배어 있다. 또 한 사람 반은 불교 퇴마사이다. 무시무시한 정염귀라 할지라도 그 앞에서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은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연쇄토막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원미호에게). 과연 그가 범인일까?

 

또 한 사람 신부 요한이 있다. 20살의 어린 나이지만, 교황청이 인정하는 엑소시즘의 최고 능력자.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어 온갖 고생을 하였던 그는 친모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오다가 윤미호에 의해 제주도에 눌러 있게 된다. 어느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언제나 밝게 사는 그는 오락게임을 즐기며, 윤미호에게 마치 친동생처럼 살갑게 대하는 영락없는 동네 청년이다.

 

이런 이들이 제주도에서 수많은 악령들과 겪어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아일랜드1』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두툼한 책이 금세 읽혀진다. 하지만, 처음 시작이 너무 잔인하다. 마치 너무 잔인한 폭력 영화를 보면 채널을 돌리거나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어지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계속 읽어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끔찍한 장면이 묘사된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하고, 뒤로 갈수록 그토록 잔인한 묘사 역시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은 단순한 퇴마 환타지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편에서는 무엇보다 학교폭력문제, 왕따 문제, 결손가정문제(외형적 결손가정이 아님. 외형적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이지만, 정작 부모와의 만남도 관심도 사랑도 느끼지 못하는 결손가정)를 아무래도 가장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벙새(벙어리 새)’라는 별명을 가진 이교빈. 3년전 서울에서 전학 온 그는 학교 전체에 친구 하나 없다. 아니 제주도 전체에 그는 혼자다. 그는 학교에서 조롱과 멸시의 대상, 폭행과 갈취의 대상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상담선생인 원미호에게 도움을 청해보려 하지만, 매사가 제멋대로인 원미호에 의해 거절당하고 만다. 그 후에 일어난 여교사 화장실 몰카 사건으로 교빈이가 원미호에게 몰카사건을 미리 알려 줬음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교빈이는 이미 자살하여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뒤다. 그런데, 어느 날 교빈에게서 원미호 앞으로 메일이 오게 되고, 제주도에서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게 되는데...

 

과연 왕싸가지 밥맛 교사 원미호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또한 2편, 3편에서는 어떤 사건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할지 궁금해진다. 처음엔 그토록 왕싸가지, 밥맛인 미호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아는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을 1편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준다. 제주도를 지긋지긋하게 여기던 미호가 제주도에 애정을 느끼기도 한다. 왕싸가지 미호가 2편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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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66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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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며, 잘 알려진 내용이다. 드라큘라 영화는 누구든 한두 편은 봤을 정도로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소설 “드라큘라”를 제대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드라큘라의 작가가 브램 스토커라는 분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워낙 캐릭터가 강해, 자신의 창작 캐릭터에 묻혀, 저자의 이름은 사람들이 별로 기억치 않는다는 소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걸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리라.

 

이미 출간된 지 100년이 훨씬 넘는 스릴러의 고전. 6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는 분량의 소설. 이 “드라큘라”가 열린책들에서 상, 하 두 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렇게 나눈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단순히 분량이 많아 두 권으로 나눴을 수도 있겠지만, 드라큘라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물론 본인의 느낌이다). 게다가 상, 하에서 드라큘라에게 전염되는 두 여인이 각기 등장한다. 물론, 두 번째 여인 미나 하커는 상편에서는 처녀적 이름 미나 머레이로 계속하여 등장한다. 아무튼 이 두 여인을 기준으로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은 주로 각 등장인물의 일기와 편지의 형식이다. 물론, 모두가 일기를 쓰는 것은 아니다. 주로 조너선 하커, 미나 하커, 루시, 존 수어드의 일기를 통해, 각자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며 접근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이처럼 일기와 편지의 형식을 띄고 있기에 긴박감이 없을 듯싶은데, 그렇지 않다. 특히 상편에서는 잔잔한 가운데, 느낄 수 있는 긴박감이 최고다. 상편이 훨씬 흥미롭고 스릴이 넘친다.

 

갓 변호사가 된 조너선 하커는 상관의 지시에 의해,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을 찾아가게 된다. 드라큘라 백작이 런던에 집과 영지를 사는 문제를 의뢰해왔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것. 하지만, 그곳 백작의 집을 찾아가는 첫날부터 대단히 음산하고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조너선 하커는 백작의 비밀에 서서히 접근하게 된다.

 

한편 하커의 약혼자인 미나, 그리고 미나의 둘도 없는 친구 루시는 함께 휘트비로 가게 되는데, 이곳에서 순결하고 고결한 여인 루시는 드라큘라의 희생이 되어, 우여곡절 끝에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데. 과연은 루시는 죽음으로 끝일까?

 

 

드라큘라의 전반부가 흥미롭고 스릴이 넘친다면, 반면 후반부는 대사 하나 하나를 곱씹게 하고, 사색하게 하는 상당히 철학적 내용을 품고 있다. 물론, 후반부 역시 스릴을 전제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가 그렇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상편이 왠지 미신적인 접근을 주로 하고 있다면, 하편에서는 그 이면에 담긴 신앙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게 한다(저자가 의도하였던지 그렇지 않던지 간에).

 

드라큘라 이야기에서 중요한 모티브 중에 하나는 선과 악의 문제이다. 물론 드라큘라는 악의 쪽에, 그리고 그 상대편에 있는 등장인물들 루시, 아서 홈우드, 조너던 하커, 미나 하커, 수어드 박사, 퀸시 모리스, 반 헬싱 박사 등은 선의 편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이 영원하지 않다는 화두를 저자는 던진다. 특히, 악은 선을 오염시킨다. 이것이 드라큘라에게 물린 자들이 흡혈귀로 점차 변하게 되는 모티브 아닐까?

 

또한 이러한 강력한 악을 이길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그것은 악과 맞서 싸울 용기, 절망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는 믿음과 확신이다. 이는 특히, 흡협귀의 전문가(?)인 반 헬싱 박사의 대사에서 두드러지게 나온다. 게다가 반 헬싱 박사의 이름이 아브라함 반 헬싱이라는 것에도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지 않을까?(유대인들에게 믿음의 조상은 아브라함이다)

 

반 헬싱 박사는 현대인들의 의심에 경종을 던진다. “의심은 우리를 파멸시키는 칼집, 갑주, 무기가 될 수 있다(p.542)”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보이는 것조차 의심하는 현대인들의 의심이 드라큘라의 존재를 믿지 않게 하고, 이런 의심을 이용하여 악은 자신의 영역을 확산시켜 나간다.

 

또한 드라큘라 이야기는 무엇이 참 불멸인지도 보여준다. 과연 악에 물들어 누군가의 피를 빨아 얻는 불멸이 참 불멸인가? 아님, 전편에서 보여줬듯이 흡혈귀가 된 루시가 흡협귀의 굴레에서 벗어나 영면을 누리는 것이 참 불멸인가? 괴물이 되어 누군가의 희생을 전재로 영원한 삶을 누린다면 이것은 벗어버려야 할 굴레가 아닐까? 아무튼 “드라큘라” 재미있으며,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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