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잡이 1
KBS 조선총잡이 제작팀 지음 / 이답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조선총잡이1』은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책으로 작업한 것이다. 마치 드라마를 실제 보는 것 같은 재미와 빠른 전개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때는 구한말, 조선의 명운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혼탁한 시기에 고종은 개화를 꾀하고, 수구세력들은 이를 막으려 한다. 이에 고종은 자신의 친위부대 수장인 박진한 별장에게 개화파 인사들을 지켜줄 것을 명하지만, 개화파 인사들은 총잡이에 의해 하나둘 살해된다.

 

총잡이를 잡기 위해 끝까지 그들을 쫓는 조선최고의 검객 진한은 총잡이와의 싸움에서 결국 목숨을 잃고 만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윤강은 하지만, 역적의 아들이라는 누명을 쓰고 도망치게 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윤강과 깊은 연모의 정을 나눈 수인은 윤강을 피신시키려던 자리에서 도리어 윤강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마는데...

 

3년 후, 죽은 줄 알았던 윤강은 일본 거상 야마모토의 대리인 하세가와 한조의 신분으로 조선 땅을 다시 찾게 된다. 그리고 윤강의 원수인 총잡이 최원신은 한조와 거래하게 된 경기보상의 도접장의 자리에 올라 있고, 윤강을 잊지 못하던 수인은 최원신의 무남독녀 혜원과의 친분관계로 인해 한조와 얽히게 되는데...

 

우선 이 책은 시대적 배경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구한말의 혼탁한 시기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건들은 흥미진진하다. 아울러 윤강과 수인, 윤강과 혜원, 수인과 호경의 사랑구도 역시 흥미로운 요소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타 소설과 조금 다른 느낌. 드라마를 소설화했기 때문일까? 아님, 선입견 때문일까? 하지만, 흥미로움은 여타 소설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재미나다.

 

과연 윤강은 원수를 갚고, 동생 연하를 찾을 수 있을까? 또한 칼을 던지고 총을 집어든 윤강의 총구는 원수인 원신을 넘어, 수구세력의 핵심이자 모든 사건의 배후세력인 김화영에게까지 향할 수 있을까? 마치 드라마가 끝나면 다음편이 기다려지듯, 1권의 책장을 덮음과 동시 2권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끝나야 끝난다 - 전세를 뒤집는 약자의 병법
다카하시 히데미네 지음, 허강 옮김 / 어바웃어북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끝나야 끝난다』는 1982년부터 2014년까지 33년간 매 해마다 200명 가까운 학생들을 도쿄 대학에 합격시키는 일본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 가이세이고등학교의 야구부에 관한 취재기이다.

 

우선 바로 이 점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법한 소재이다. 30년이 넘도록 일본 최고대학인 도쿄 대학 합격률 1위를 놓치지 않은 입시 최고 명문 고등학교. 한 마디로 일본 최고의 수재들, 공부벌레들인 그들의 야구 도전기란 소재가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공부에서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그들이 만년 하위 팀 야구부를 이끌어갈 모습에 관심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실제 이들 야구팀은 아직 한 번도 고시엔 대회 본선에 진출한 적이 없다. 물론 고시엔 대회 본선 문턱까지 간 적은 있다.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기적과 같은 성적을 거둔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본선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팀, 약체팀임에는 분명하다.

 

바로 이러한 팀에 대한 취재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뭔가 드라마틱한 결과도 없다. 사실 이것을 내심 기대했었다. 만년 약체팀이지만, 그럼에도 닥치고 풀 스윙을 통해, 뭔가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는 쾌감을 맛보길 원했다. 하지만, 그런 결과도 없이 허망하게 책은 끝을 맺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뭔가 피나는 노력의 모습을 보여주는 팀도 아니다. 일주일에 하루 연습. 그것도 시험기간에는 한 달가량 연습하지 못하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연습하지 못하는 조건이다. 야간에도 훈련할 수 없다. 게다가 연습은 대체로 개인에게 맡겨지는 분위기. 그러니, 운동도 잘 못하던 공부벌레들이 야구를 통해, 피나는 노력 끝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그런 교훈도 없다.

 

그럼, 공부벌레들임에도 야구를 무지 좋아해서, 매번 지는 게임이지만 끊임없이 두드리고, 도전하는 건가? 그것도 아니다. 물론, 취재한 내용을 보면, 야구를 무지 좋아하는 학생도 몇 있다(정말 극소수). 하지만, 대다수는 왜 야구를 하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 그렇다면,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전세를 뒤집는 약자의 병법”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데, 그럼 정말 뭔가 전세를 뒤집을만한 약자의 병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가? 그런 듯싶다가도 이 역시 아니다. 아니, 어쩌면 “약자의 병법”은 맞을 수 있다. 야구부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풀 스윙을 할 것, 작전이고 뭐고 없이 본분을 지킬 것(이 본분에는 투수는 상대 타자가 칠 수 있도록 던지는 것이 포함된다. 칠 수 없는 볼을 던진다는 것은 볼을 던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예의가 아니란다. 따라서 안타를 맞았다는 것은 스트라이크를 던졌으니, 예의를 지킨 것이라는 논리. 맞는 듯 맞지 않는 듯 아리송하다), 등등 어쩌면 “약자의 병법”이라 말할 수도 있을 듯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세를 뒤집는”은 아니다.

 

그럼, 실제 야구 경기를 드라마틱하게 담고 있는가? 사실 그것도 아니다. 실제 야구 경기를 드라마틱하게 담고 있는 소설을 찾아보면, 많다. 그럼,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어쩌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이 책이 일본에서는 출간 즉시 30만 부 돌파를 하는 베스트셀러가 되고, 2014년엔 일본에서 드라마화가 결정될 정도인가? 과연 이 책에 담긴 진짜 알맹이는 무엇일까?

 

본인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진짜 알맹이는 실패를 모를 수재들이 실패 연습을 하는데 있다고 본다. 사실, 이들은 인생에 있어 실패를 모르고 살아갈 법한 수재들이다. 일류 고등학교, 일류 대학, 좋은 직장을 약속받은 수재들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만능 꼴찌팀 야구부를 통해, 인생에서 겪게 될 실패를 미리 겪음으로 장차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세상 가운데 나갔을 때, 예기치 못했던 인생의 실패와 좌절을 미리 경험하고 그것들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졸업생들의 자살율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뒤처져본 적이 없기에, 실패를 몰랐기에 정작 삶 속에서 위기를 맞게 되고, 실패를 맛보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가이세이고 야구부는 야구를 통해, 실패를 만성이 되도록 맛본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주눅 들지 않고 풀 스윙을 하도록 가르침 받은 이들이 펼쳐나갈 인생의 드라마, 그 인생의 9회말 역전이 눈에 선하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알맹이가 아닐까?

 

물론,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처럼, 가이세이고 야구부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 도전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됨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실패를 하는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 그것이 결국, 그들 인생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생, 결코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에 이를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을 불어넣어 줄 것이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자의 딸들
랜디 수전 마이어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 순간에 벌어진 끔찍한 일로 인해, 한 가정이 철저하게 깨지고, 상처받게 된 이야기이다.

 

아홉 살 룰루는 생일을 앞둔 전날 엄마를 잃게 된다. 그것도 아버지의 칼에... 이 일은 평생 룰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자책감을 안겨준다. 왜냐하면, 엄마는 아버지가 집에 와 문을 열어 달라 해도 절대 열어줘서는 안된다고 말했지만, 룰루가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뿐 아니라, 아빠가 자신을 죽이려 하니 빨리 도움을 청하라는 엄마의 외침에도 자신이 머뭇거리느라 시간을 지체하였기에 엄마가 죽은 것이라 룰루는 생각한다.

 

한편 룰루의 동생, 메리는 다섯 살의 나이에 아빠가 엄마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뿐 아니라, 술 취한 아빠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칼로 가슴을 찌른 끔찍한 경험을 한다. 메리의 가슴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끔찍한 흉터가 남게 된다.

 

이렇게 순식간에 엄마를 잃었을 뿐더러, 살인자의 딸이 되어버린 두 소녀. 그녀들은 살인자의 딸로 살아가야만 한다. 바로 그 여정을 소설은 그려내고 있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주변의 수군거림. 그리고 자신들을 맡았던 외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그 이후 자신들을 맡지 않고 버린 이모와 이모부. 이렇게 해서 보육원에서 자라는 두 소녀의 힘겨운 시간들. 그리고 양부모 아래에서의 새롭게 시작된 삶, 기회.

 

소설은 이러한 두 딸의 모습을 어린 시절, 청년시절, 성인시절, 이렇게 3부로 그려내고 있다. 룰루와 메리, 두 딸의 입장에서 교대로 그려가며, 이들이 어떻게 ‘살인자의 딸들’이라는 굴레를 대처하는 지를 보여준다. 두 딸의 모습은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첫째 룰루는 철저하게 아버지를 외면하며 살아간다. 아버지를 잊으려 몸부림치며 살아간다.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 좋은 남편, 예쁜 두 딸의 어머니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둘째 메리는 아버지를 지키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성인이 되어서는 책임감과 아버지를 향한 연민의 마음으로 아버지를 면회하고 돌본다. 하지만, 메리에게 있어 그날의 고통은 때론 방탕함으로 표출되어지기도 한다.

 

과연 이들의 짐은 내려질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린 오늘 어떤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가? 우리에게도 지울 수 없는 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이다. 책을 덮으며 먼저, 부모 된 자로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부모의 선택에 의해 자녀들이 겪을 엄청난 상처와 고통. 부모는 항상 그것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아울러 용서라는 단어가 결코 쉽지 않은 것임도 말이다. 마지막까지 룰루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는다. 물론, 아버지를 한 번 찾아가긴 하지만, 그것을 용서라고 볼 순 없다. 그만큼 룰루에게 심겨진 상처는 깊었다는 의미. 아울러 아버지 역시 용서를 구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것도 중요하다. 어느 한 쪽의 용서만이 아닌, 양쪽의 노력이 함께 필요함을 생각해본다.

 

또한 두 딸의 두 가지 방법 모두 상처와 아픔을 씻을 수 없음도 생각해 본다. 잊으려 한들 잊혀질리 없고, 책임감에 의한 돌봄 역시 때론 더 힘겨운 무게로 짓눌릴 수 있기에. 그만큼 그들이 경험한 그날의 사건은 강력했다.

 

메리의 독백이 인상 깊다. “우리는 과거의 덫에 걸려 있었다. 마흔한 살과 서른여섯 살인데도 오래전에 끝난 부모의 전쟁에 갇힌 죄수들이었고, 여전히 악몽 같은 기억에 갇혀 있었고, 은밀한 시선을 주고받았고, 사람들에게 알린 비밀과 숨긴 비밀이 스치듯 지나갔다.”(p.311)

 

이러한 과거의 덫의 무게가 마지막까지 느껴지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순신 - 장편소설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라는 백성을 구하지 않아도 백성은 나라를 버리지 않는다.”

 

이재운 작가의 소설 『이순신』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문구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얼추 추측케 한다.

 

백성을 구하지 않는 나라, 백성을 구하지 않는 정치, 백성을 구하지 않는 군대, 이 모습이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이다. 이는 본질을 상실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여전히 보게 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모든 소설들은 어떤 관점으로 써 내려갔든지, 이것을 느끼게 한다. 끊임없는 정당, 파당정치로 인해 부끄러운 모습만 보여주는 조정. 하지만, 그럼에도 이순신은 언제나 원칙을 지키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군인이란 신분은 자신의 권력을 만들어 가는 자리도 아니요, 자손대대로의 부귀영화를 계획하는 자리도 아니다. 군인이란 자리는 백성들을 지키며, 피를 흘리며, 때론 목숨을 바쳐야 하는 자리이다. 물론, 역사 가운데, 군인의 자리를 자신의 권력을 만들어 가는 자리로 인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순신은 아니다. 이순신은 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랬기에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 아닐까?

 

반면, 백성을 위하고 지켜야 하는 자리에 있는 벼슬아치들이 당파싸움이나 하고,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국가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국가이다. 그것을 임진왜란 당시의 조정이 잘 보여주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따지는 정치는 냄새나는 쓰레기와 같은 모습일 뿐이다. 이 책은 이순신의 전투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바로 이러한 부분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이광이 이순신에게 하는 말을 빌어, ‘죄는 만드는 거지 짓는 게 아니야.’라는 작가의 외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의 역사 가운데, 얼마나 수많은 죄가 만들어 졌는가? 이것을 소설 이순신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오늘은 어떠냐고. 험담과 시기질투에 의해, 모함에 의해 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하고, 백의종군 하였던 이순신이 그 시대에만 있었냐고 말이다. 오늘날에는 이런 못된 모습들은 없으리라 믿고 싶다. 정말로...

 

소설 『이순신』을 읽으며 또 이런 생각도 해본다. 당시 자신의 부귀영화만 위해, 그리고 파당 정치를 위해 무고한 생명을 빼앗았던 자들, 특히 우리의 영웅 이순신을 모함하고, 백성을 버린 자들, 그들이 당시에는 모든 것을 누리고, 잘 살았던 것처럼 여겨질지라도, 그들의 이름은 오늘날까지 후세에 전해지고 있음을 말이다.

 

오늘 이 땅의 정치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어느 편이 정권을 잡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역사가 심판할 날이 있음을 이 시대의 정치가들 모두가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기는 이순신과 같이 진정성을 가지고 백성들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지도자, 무엇보다 책임 질 줄 아는 지도자를 이 시대는 갈망하고 있음을 이 땅의 지도자들이 기억할 수 있길 소망한다. 그것이 이 시대가 이순신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 책이있는마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 Golden Time
이주희 지음 / 매직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 순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 용서를 구하는 순간, 나 자신을 구하는 순간, 생명을 책임지는 순간. 이 책은 그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문구이다.

 

주인공 주희(작가와 동명)에게는 커다란 두 가지 상처가 있다. 절친에게서 배신당한 상처와 사촌 오빠에게 성추행 당한 상처가 그것이다. 아니 세 가지 상처라고 해야겠다. 성추행 사건을 듣고도 그저 덮어버린 어미(작가의 표현이다)로 인한 상처가 또 하나의 견딜 수 없는 상처이다.

 

이러한 상처로 인해 주희는 4층에서 투신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재빠른 대처로 생명을 건지게 된다. 주희는 원치 않았음에도, 그녀의 골든타임은 성공적인 대처였던 것이다. 주희를 죽음으로 몰아세운 세력들을 주희는 검은 세력이라 칭한다.

 

이러한 검은 세력은 소설의 후반부의 소재인 그네호(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삼음) 사건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칭하게 된다.

 

소설의 소재는 대단히 자극적이다. 자극적인만큼, 우릴 불편하게 하기도 하며, 또 한편 우리로 하여금 몰입하게 할 그런 소재이다. 한 마디로 소재가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반부와 후반부의 소재가 분리되었더라면 소설이 더욱 완성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작가는 그 두 상반된 주제를 검은 사람들로 묶고 있지만.

 

20살의 어린 나이에 이런 소설을 출간하였음에 그 용기와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이러한 소설을 통해, 세월호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검은 세력들을 향한 경계심이 다시 살아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청소년기의 왕따 문제와 성폭력을 범하는 검은 세력들에 대한 경계 역시.

 

하지만, 작가에게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이 소설은 완성도 면에 있어 낙제다. 무엇보다 작가의 국어 실력을 의심케 하는 문장들, 문법들이 소설 전반에 난무하고 있다. 이런 구문을 찾아보라면, 조금 과장되게 말하여, 한 페이지에 하나씩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아니 과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의’와 ‘-에’의 잘못된 사용이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띄어쓰기 역시 자유롭다. 단어의 철자들 역시 자유롭다. 예를 들면, ‘끊임없다’를 작가는 ‘끈임없다’라고 사용한다. 이 외에도 철자가 틀린 단어가 수없이 등장한다.

 

아울러, 마침표(온점 ‘.’)와 쉼표(반점 ‘,’)의 과도한 사용과 잘못된 사용은 문장 몰입도를 방해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전체적인 구성 역시 정신이 없다. 장면 묘사들 역시 갑자기 장면이 바뀌고 등장인물이 바뀌는 듯한, 생뚱맞은 전개들 역시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20세의 어린 나이에 책을 쓴 용기는 참 아름답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선 더 많은 글쓰기와 글 읽기가 우선되어야 할 듯하다. 매 순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지금은 작가에게 있어, 글을 완성하는 시기가 아니라, 글을 읽고 공부하는 시기여야 한다고 여겨진다. 비판의 소리가 작가에게 쓴 약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더 많은 독서량과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시길 바란다.

 

또한 출판사 역시 질책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틀린 문장들,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닌 수없이 많은 분량을 교정 작업 없이 그대로 출판하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추천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신 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