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살롱 그 남자애 새움청소년문학 2
정지혜 지음 / 새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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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은 책을 잡으면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 책을 놓는다는 분들이 계시다. 물론 내 얘기는 아니다. 난 책을 한 번에 끝까지 읽는 책들이 드물다. 아니 그리 많진 않다는 표현이 더 옳겠다. 그런 내가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이 책, 『헤어살롱 그 남자애』. 그만큼 이 책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물론, 무겁지 않고 가볍다는 것, 그리고 길지 않은 분량이라는 것 역시 한 몫 했을 것이다.

 

설정 자체가 참 흥미롭다. 주인공 장필승은 고3이다. 그리고 이 녀석의 평소 지론은 “헤어의 완성은 ‘얼굴’이다”라는 것. 무슨 말인고 하면, ‘얼굴’이 완벽한 자신은 머리쯤 어떻게 자르던 상관없고, 패션쯤 어떻게 입건 상관없다는 것. 참 재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정말 밥맛인 건, 얼굴뿐 아니다. 공부도 항상 전교1등이다. 12년 동안 줄곧. 게다가 운동도 잘 한다. 그러니 정말 완벽한 녀석이다.

 

이 녀석만 그런가? 아니다. 그 누나 역시 완벽한 여성이며, 아버지, 어머니는 두 번째로 완벽한 남성, 여성이다. 왜냐하면 첫 번째는 자신과 누나니까. 정말 재수 없는 가족이다.

 

이런 무지 잘난 이 가족이 장필승의 이발 한 번 때문에 꼬이기 시작한다. 난데없는 뱀파이어 소동에 연루되고 만다. 그 소동의 결말은 과연 어찌 될까?

 

우주 최강 외모와 뱀파이어라는 색다른 주제의 결합이 참 흥미롭기도 하다. 유쾌한 이 이야기의 전개는 반전이 거듭 되기도 한다. 가장 주된 반전은 외모로 어떤 고민도 없을 것 같은 장필승이 결국엔 남과 다름을 고민하게 된다는 점. 고민하는 아들에게 건네는 아빠의 충고가 아마 이 이야기의 결론 쯤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게 태어난단다. 그래서 다르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야. 당연한 일이지. 그렇지만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다르다는 건 특별한 일이기도 해. 우리는 모두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존재야. 그러니까 아빠 말은 모두가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 그래서 하나하나가 더욱 빛난다는 거. 살아가면서 견디기 힘든 때가 많이 찾아올 거야. 그럴 때 마다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너는 세상에 딱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p.240)

그렇다. 이 유쾌한 이야기, 또 어떤 이에게는 무지 재수 없는 이야기의 결말은 각자의 자존감을 갖길 바라는 따스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책에도 온기가 있다”는 표현의 의미가 아닐까? 그 온기와 재미 안에 빠져들어 볼만한 작품이다. 저자의 첫 작품이라는데, 다음 작품도 기다려진다.

 

[새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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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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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은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로 큰 명성을 얻은 레마르크의 다섯 번째 소설이 『개선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둔 파리의 개선문 근처 몽마르뜨의 값싼 호텔에서 살아가는 망명자들의 애환 어린 삶을 그린 소설이다.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린 자들, 이념에 의해 이국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자들, 어쩌면 하루하루 희망 없이 살아가는 자들, 또는 과거에 붙들려 살아가는 자들의 모습 등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라비크는 스페인사람으로 전쟁으로 인해 망명하여 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살아가는 외과 의사이다. 그는 실력 있는 외과 의사이지만, 신분보장이 되지 않기에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의사가 아닌, 법 테두리 밖에서 프랑스 의사들의 수술을 대신 해주며 수고비를 받으며 살아간다. 미래를 향한 설계는 그에게 없다.

 

이런 라비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내는 개선문을 읽으며, 한 가지 단어가 계속하여 생각난다. 바로 “망각”이란 단어다. 이 “망각”이란 단어로 소설 『개선문』을 바라본다.

 

라비크 뿐 아니라, 값싼 호텔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은 모두 망각된 존재들이다. 이미 그들은 고국으로부터 버림받았고, 잊혀진 존재들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땅에는 무대의 주변부로 내몰려 망각된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주변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의 통찰력이 아름답다. 오늘 우리는 너도나도 무대의 중앙만을 동경할 뿐,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주변인들에게는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지.

 

게다가 이들 망각된 존재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망각해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그 끔찍한 과거들, 그것을 잊지 않고는 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망각한다. 라비크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라비크는 말한다. “지나간 일은 모두가 없는 거야.” 그래야 살 수 있다. 이 망각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망각이다.

 

라비크에게는 과거뿐 아니라, 사랑마저 망각된 단어다. 언제든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하는 망명자의 신세, 뜨내기 신세, 그렇기에 집도 없고 가족도 없어야 한다. 그러니 여성은 성의 대상일 뿐 사랑의 대상은 아니다. 어쩜, 의도적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잊고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운명의 사랑, 미친 사랑은 시작된다. 바로 조앙 마두라는 여인을 만난 것. 이 둘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낳게 될까?

 

사람이란 사랑이 없인 살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의도적으로 사랑을 밀어낸다 할지라도 결국 찾아오게 되는 사랑. 비록 그 결말이 아름답진 않지만,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우리들 아닐까? 오늘 나에게 주어진 자리에서의 사랑에 모든 열정을 다 쏟을 수 있음이 행복 아닐까 여겨진다.

 

라비크에게 있어 또 하나의 망각된 단어는 ‘행복’이다. 그의 삶은 대단히 염세적인 삶일 뿐이다. 하루하루는 그저 상처 난 일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상처 난 일상 가운데서 행복을 그려내기도 한다. 라비크의 친구 모로소포는 이렇게 말한다. “무릇 삶의 사실이란 단순하고 평범한 거야. 다만 우리 상상력만이 여기에 생명을 부여하지. 사실은 바지랑대일지라도 상상으로 꿈의 깃대가 될 수도 있거든.”

 

그렇다. 비록 상처투성이 일상일지라도, 그래서 바지랑대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 상상력이 가미될 때, 삶은 꿈의 깃대를 세우기도 한다. 행복의 깃대를 말이다. 온통 찢겨지고 곪아터진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 상상력이 가미될 때, 행복의 깃대는 세워진다.

 

이 상상력을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 해석해도 될까? 물론, 어떤 이들에게 이 상상력은 과거의 좋은 시절에 대한 회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꿈의 깃대는 현실 도피적 공간일 수 있겠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될 때, 상처투성이 일상을 꿈의 깃대로 세워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이 비록 눈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죽어라고 노력해도 결코 일어설 수 없는 현실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에 상상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종국에는 그 상상이 꿈의 깃대를 현실의 삶 속에 세울 수 있다면 말이다.

 

모든 것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라비크라 할지라도 결코 망각할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그의 복수의 대상인 하케란 자다. 모든 것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라비크조차도 결코 망각할 수 없으리만치 끔찍한 상처를 안겨준 하케. 라비크는 어쩌면 그를 향한 막연한 복수를 꿈꾸기에 살아가는 것 아니었을까? 그런 그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케를 파리에서 보게 된 것. 처음엔 그저 환상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환상이었을까? 그리고 그를 향한 라비크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또한 성공 뒤엔 무엇이 라비크의 인생 가운데 자리하게 될까?

 

결국 복수라는 것이 허망한 것임을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런 모든 인생의 파노라마 가운데도 여전히 개선문은 서 있다. 무엇을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일까? 철저히 꿈과 희망을 망각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망명자들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역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선문』, 역시 고전의 힘을 느끼게 한다.

 

[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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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검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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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신라 지증왕(지대로왕)시대. 서역의 작은 나라 롭성의 왕자 씬스라로프는 국가의 위기 앞에서 아버지인 국왕으로부터 동쪽 끝의 황금의 나라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가 후일을 도모하도록 말이다. 이에 씬스라로프는 황금보검을 차고, 형제 같은 동료들 49명과 함께 동쪽 끝에 있다는 황금의 나라(신라)를 향해 떠난다.

 

이때의 장면들은 대단히 역동적이며 급박한 상황전개다. 마치 한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결국 이 과정 가운데 씬스라로프는 모든 동료들을 잃고, 자신의 애마 벤투스(바람)마저 잃게 된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 가운데, 결국 씬스라로프는 동쪽 끝 황금의 제국이라 불리던 신라에 도착하게 되고, 신라의 공주인 상화 공주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됨으로 신라에 몸을 의탁하게 된다.

 

이제 새롭게 신라왕으로부터 “신수라”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신라의 장군이 된 그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이 책 『황금보검』은 『아버지』란 책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적시고 많은 이의 눈에 습기 차게 했던 김정현 작가의 역사소설이다.

 

천년고도이자 신라의 수도인 경주 계림로에서 발견된 한 자루 보검이 있었다. 1973년 계림로 배수로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되어 현재 보물 635호로 지정된 황금보검. 그 형태가 신라의 것이 아닌, 이국적 형태이기에 신라가 아닌 어딘가에서 만들어져서 신라로 들여온 보검으로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황금보검. 과연 이 황금보검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당시 황금보검이 발견된 작은 무덤에서는 두 명의 남성 시신이 함께 합장되어 있었는데, 왜 두 명의 남성 시신이 함께 합장되어졌을까? 이런 질문에 의한 작가의 상상력과 연구를 통한 재구성이 바로 소설 『황금보검』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보다 신라의 포용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머나먼 서역 땅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를 찾아온 왕자 신수라를 받아들이는 신라의 포용력, 너그러움, 대범함, 열린 마음이 소설에서 돋보인다. ‘신라’를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개방과 관용’이다. ‘신라’라는 국호 자체가 이러한 포용력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신’은 덕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고, ‘라’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신으로 세워진 신라이기에 이방인인 신수라는 신라인으로, 신라의 장군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작가는 또한 이사부 장군을 통한 우산국정복을 이야기하며, 더 나아가 대마도를 정벌하지 못한 아쉬움을 소설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토로한다. 이사부 장군이 대마도를 정벌하지 못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귀족들의 자기희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자기희생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귀족들의 탐욕과 질투가 이사부를 견제하였고, 대마도를 자신들의 유익의 재료로 유지하기 위한 이기심이 대마도를 일본에게 선물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 우리 가운데 수많은 말들이 가득할 수 있다. 그리고 게 중에 많은 주장은 공익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들의 자리보존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 해를 끼치는 정책결정이 왜 없을까? 당시 귀족들처럼 말이다. 작가는 당시 귀족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를 꾸짖고 있다. 하지만, 들을 귀 있는 자들만 들을 수 있음이 안타까움 아닐까?

 

또한 『황금보검』은 우리에게 금발의 신라장군 신수라와 가야의 딸이자 신라의 공주인 상화공주, 그리고 신라 장군 유강 간에 얽혀있는 우정과 사랑도 선물한다. 때론 안타깝고, 때론 애틋하며, 때론 민망할 수 있는 애정관계, 하지만, 결국 애틋함을 안겨주는 그 결말이 안타까움을 넘어, 영웅들의 풍모를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넓은 포용력으로 진정한 황금의 나라가 된 신라시대에서 펼쳐지는 대서사시, 우리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소설이다.

 

작가의 외침이 소설을 덮으며 마음에 새겨진다.

“길을 여는 자는 흥하고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세상을 향해 성을 높이 쌓고 있는 모습은 아닌가? 그럴수록 우린 동쪽 끄트머리에 고립될 뿐이다. 이제 북녘을 향해 길을 열림으로 또 다시 새로운 천년의 왕국이 오늘 이곳에 열리는 축복이 이 땅에 가득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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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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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일교포 김상중의 소설 『마음』은 죽음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잘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수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 이러한 죽음 앞에 죽음의 의미는 무엇이고,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작가는 찾아간다.

 

그 방식은 절친의 죽음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대학생 나오히로 군이 꽤나 인지도 높은 대학교수 김상중(소설 속에서의 주인공 역시 김상중이다)에게 직접 전해준 편지 상담 요청으로 인해, 여기에 김상중이 대답하며,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는 가운데, 죽음에 대해 풀어나간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게 되고, 그 엄청난 사건 이후 나오히로 군은 “라이프 세이빙”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데, 바다에서 시신들을 건져 내는 가운데 또 다른 정신적 충격과 죽음에 대한 또 다른 견해를 갖게 된다. 아울러, 나오히로는 자신이 활동하는 연극부의 공연, “친화력”이라는 작품을 통해, 죽음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을 하게 된다.

 

절친의 죽음, 그리고 상상키 어려운 엄청난 대규모 자연재해를 통한 무작위 다수의 죽음, 그리고 연극을 통해, 괴테의 『친화력』에 대한 재해석.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저자는 상중과 나오히로 군의 주고 받는 메일을 통해,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을 이어간다.

 

이 소설에서는 괴테의 『친화력』이 큰 역할을 감당한다. 극중의 상중은 『친화력』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주인공 네 사람 간의 사랑과 애증보다는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비극적 삶에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저자가 『마음』을 통해 강조하는 바가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동일본대지진을 통해 드러난 ‘개발’의 맹점에 대한 고발이다. 이것이 바로 삶과 죽음이라는 주요 주제 뒤편에 감춰진 또 하나의 메시지이다.

 

동일본대지진의 참사를 통해, 세계는 원자력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린 이런 세계적 흐름과 반대되게 정부차원에서 원자력 개발을 강행하며,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국민들의 ‘마음’을 서로 나뉘게 하고 있다. 자연의 엄청난 경고 앞에서도 우리가 배우지 못한다면, 무엇을 통해 배울 수 있을까? 괴테의 『친화력』을 통해 감춰진 경고를 들을 수 있을까? 아님, 이 책 『마음』을 통해,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극중 연극 대사를 통한 질문, “도대체 우리들, 어디서 잘못된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저자가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결론 격은 청년 나오히로 군의 말을 통해 밝혀진다. 죽음은 결국 삶을 빛나게 해준다고 말이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죽음을 곱씹어야 할 이유이다. 우리가 죽음을 이야기하고 죽음을 고민하는 이유는 죽음 앞에 정의도 없고, 죽음은 정당한 이유도 없이 진행되기에 허무함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신의 부당함(이것을 신학적으로는 신정론이라고 말한다)을 고발하고자 함도 아니다.

 

물론,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기에, 그리고 누군가는 맑고 깨끗하고 바르게 살아감에도 부당한 죽음을 당할 수도 있기에, 죽음 앞의 우리 인생은 허무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허무함을 말한다 할지라도, 우린 죽음 앞에 인생은 허무하기에 한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한번 주어지는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며, 행복함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며, 긍정적 인생을 살아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허무주의는 ‘부정적 허무주의’가 아닌 되려 ‘긍정적 허무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소설, 『마음』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죽음에 대한 성찰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으며, 누구도 그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언제일지 모를 나의 끝 날을 예비하며,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길 촉구하는 것. 이것이 죽음 앞에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또한 대중매체들을 통한 죽음의 접근에 대해서도 저자의 도발이 느껴진다. 죽음의 참혹함, 직접적인 그 슬픔의 울림은 외면한 채, 그저 통계적이고 무미건조한 숫자상의 죽음에 대한 저자의 문제제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린 올해 “세월호”라는 엄청난 슬픔을 경험하였다. “세월호” 사건 앞에서 방송매체들의 문제점이 얼마나 많이 드러났는가? 게다가, 그 슬픔을 우린 어떻게 기억하나? 우리 역시 그저 숫자상의 죽음, 하나의 사건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죽음에 대한, 그리고 그 죽음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뽑혀버린 남은 자들을 향한 애도의 마음도 외경의 마음도 없다.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소견에 의해 비인격적인 비방과 섣부른 이용만이 있을 뿐 아닌가! 어느 누구도 엄청난 죽음의 사건에 책임지지 않는 사회, 이 사회는 과연,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괴물인지 궁금하다.

 

『마음』이란 이 소설, 표지 디자인이 썩 손이 가는 디자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알맹이는 참 좋다. 죽음에 대한 작가의 성찰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옥에 티가 있는데, 그건 나오히로 군의 컴퓨터가 고장 나서, 친구의 컴퓨터를 통해, 친구의 메일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낸다는 설정인데, 이는 작가의 착각에 의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이메일계정이란 것이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서만 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어느 컴퓨터를 통해서도 자신의 메일계정을 사용할 수 있음을 작가가 몰랐던 것일까? 이런 설정이 옥에 티라면 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성찰을 깎아 내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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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 상 - 소설 외식업 기업소설 시리즈 2
다카스기 료 지음, 서은정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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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은 와타미푸드서비스의 창업자 와타나베 미키가 젊은 시절 사업을 일으키는 여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그러니 팩션이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아니 어쩌면 팩트라고 말 할 수도...

 

와타나베는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가 부도당하는 과정을 보며, 초등학교 5학년에 장차 자신은 사장아 되겠다는 꿈을 품는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택배회사에 택배기사로 입사하여 1년간 와신상담한다. 그가 택배기사로 입사한 이유는 그 택배회사가 근무시간이 하루 20시간에 이르는 최악의 조건이지만, 보수가 대기업의 3-4배에 이르는 매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대졸 출신인 그가 택배기사로 1년을 채울 것이라 여기지 않았지만,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1년을 채운다.

 

그 뒤로는 클럽 웨이터, 점원, 주방보조 등 자신이 꿈꾸는 요식업 사장이 되기 위해 정진한다. 그러한 와타나베에게는 그를 믿고 따르는 친구들이 있다. 구로사와 신이치, 가네코 히로시, 이들은 와타나베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절친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고 마사토시는 와타나베의 대학 동창으로 와타나베의 리더십에 매료된 친구. 이들의 도움으로 와타나베는 자신의 꿈을 하나하나 이루어 간다.

 

친구들 모두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종, 흔히 말하는 ‘엄친아’라 불릴 좋은 회사에 다닌다. 하지만, 그들은 꿈을 위해 그 안정적인 직업을 뛰쳐 나와 와타나베의 리더십 아래 뭉치게 된다.

 

이 소설은 솔직히 기대하지 못하였는데, 대단히 재미있다. 게다가 젊음을 던져 꿈을 이루어가는 그 모습이 아름답고, 고귀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된 직장, 약속된 간부의 길을 떨쳐버리고, 모험의 길로 자신의 인생을 던지는 젊음의 이야기가 신선하기까지 하다. 오늘날 이 땅의 젊은이들은 대다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젊은이들에게 ‘너 요즘 뭐 하니?’ 물으면, 들려오는 대답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 임용고시 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이 절대 다수다. 왜? 흔히 이 직업들이 안정을 보장하는 철밥통이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교사가 필요 없다는 말도 아니고, 이들 직종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공무원도 교사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선한 직업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이토록 몇몇 직종에만 몰리는 사회는 병든 사회, 장애를 갖고 있는 사회라는 말이다. 생각해보라. 국민의 100%가 공무원이라면 그런 사회가 있을 수 있겠는가? 국민의 100%가 교사라면, 그 사회는 재앙 아니겠는가? 그런데, 과장되게 말하여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이런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된 직장이라는 꿈이 이런 병적인 세상을 향해 젊은이들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 책 『청년사장』을 통해, 자신의 꿈을 향해, 모험의 길로 인생을 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젊음의 특권임도 알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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