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잡이 2
KBS 조선총잡이 제작팀 지음 / 이답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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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잡이1,2권』은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책으로 작업한 것이다. 원작을 드라마화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극을 소설화한 것이다. 그렇기에 마치 드라마를 실제 보는 것 같은 재미와 빠른 전개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1편에서 아버지의 죽음과 역적이란 누명을 쓰고 도망쳤다가 일본 거상 야마모토의 대리인 하세가와 한조의 신분으로 조선 땅을 다시 찾게 된 윤강. 그는 원수를 갚기 위해 조선최고의 검객 진한의 아들에서 총잡이로 변신하여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잃었던 동생을 찾게 되는데, 친구 정훈을 통해, 동생 연하가 살아 있음을 듣게 됨으로 2편은 시작하게 된다.

 

드라마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 『조선총잡이 1,2』. 윤강을 잊지 못하며 그리워하는 수인과 윤강의 재회. 하지만, 수인의 안위를 걱정하여 자신을 밝히지 못하는 윤강. 그리고 수인을 돌보며, 수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호경. 윤강과는 원수지간임을 알지 못하며 윤강에 마음을 두고 있는 혜원. 이처럼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단골 소재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애정관계가 역시 재미를 더해 준다.

 

거기에 힘없는 임금과 그 임금을 보호하기 위한 충신 세력들, 이에 맞서 임금을 주물럭 거릴뿐더러 임금을 끌어내리려는 수구세력의 우두머리 김병제와 그의 꼭두각시이자 최고 총잡이 최원신, 이들과 맞서는 윤강의 대립구도 역시 흥미롭다. 여기에 더하여 수인을 마음에 품고 있는 호경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김병제의 서자임도 흥미를 돋운다.

 

과연, 윤강과 수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윤강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까?

 

재미 측면에서는 별 다섯 개를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있다. 노파심에 말한다. 재미 외에 다른 것은 찾지 말자. 재미있으면 된 것 아닐까? 이 책의 역할은 거기까지인 것을.

 

한번 펼치면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릴 만큼 재미있다. 책 앞 편에 나온 사진들로 인해,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배우들의 모습들이 그려지는 재미도 있다. 책을 덮을 때, 마치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 본 듯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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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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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상담사인 민형기는 사무실에 찾아온 아가씨 한나리를 통해, 한나리의 남자친구에 대한 상담을 하게 된다. 한나리의 연인은 막대과자 빼빼로에 대한 극한 공포심을 갖고 살아가는 빼빼로포비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빼빼로를 극히 두려워하는 빼빼로포비아는 막대과자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카페의 사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나리에게서 상담 의뢰된 빼빼로포비아로 인해, 민형기는 빼빼로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고, 결국 한나리의 연인을 만나러 그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에 찾아가는데. 이곳에서 엄청난 반전이 일어난다.

 

놀랍게도 소설의 반전은 허탈하기까지 하다. 여태껏 있었던 일들은 막대과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가를 꿈꾸는 김만철이란 학생의 소설 내용이었던 것. 다시 말해 소설 속의 소설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소설은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김만철이라는 막대과자 카페의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이 막대과자 사장을 둘러싼 놀라운 일들이 진행된다. 물론 실제상황에서도 김만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배역이 다를 뿐이만.

 

자신의 소설에 등장하던 민형기는 실제로는 자신이 일하는 카페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때우는 놈팽이 같은 아저씨. 그리고 한나리는 실제로는 자신이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누나였으며, 한나리는 실제 이 소설이 진행됨에 큰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김만철의 소설과 현실 속에서 동일한 케릭터로 등장하는 사람은 카페 사장이다. 이 카페 사장이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라는 소설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카페 사장과 얽힌 이야기가 소설의 주된 스토리를 이끈다. 이 사람은 알고 보니 놀랍게도 외계인이었다. 그 사실을 사장은 김만철에게 밝히고 이로 인해 김만철은 이 일로 인해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 대단히 재미나고 흥미로운 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 막대과자 빼빼로를 통한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인가? 아니면, 빼빼로데이에 대한 음모에 대한 파헤침인가? 물론 소설 곳곳에서 작가는 막대과자 빼빼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막대과자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힌다. 하지만, 소설은 또한 그것과는 별개로 외계인 실리칸에 얽힌 이야기로 흥미롭게 전개되어지기도 한다.

 

작가는 소설이란 그냥 빈 과자 상자와 같다는 말을 한다. 꺼내 먹을 수 없으나 비린 달콤함이 느껴지는 특별한 종류의 사건들이 담긴 그런. 그렇다. 작가의 말처럼 그저 소설을 읽어가며, 때론 비릿함을, 때론 달콤함을 느끼면 그만 아닐까? 굳이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꺼내려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저 읽고 재미를 느끼고, 뭔가 생각할 꺼리들이 있다면 생각하면 그만인 것을.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재미있다. 처음 시작은 왠지 뭔가 깊이 있는 성찰과 무거움이 존재할 분위기였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가벼움과 유쾌함이 있다. 어쩌면 이것 역시 소설가가 꿈꾸는 “정결함과 천박함이 마주하는 은밀하지만 시끄러운 문학의 장소”를 살짝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세계에는 “엄숙한 성소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엄숙한 성소를 찾지 말고 그저 즐기면 그만이다. 재미있게 읽고 책을 곱게 서가에 꽂아두건, 방 귀퉁이에 던져버리건, 계속 붙잡고 좋은 문구를 음미하건 좋을 대로 하면 그만이다. 물론 이 소설이 재미만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미와 함께 작가의 성찰도 곳곳에서 훔쳐볼 수 있다.

 

그런 구절을 두 구절만 적어본다.

 

“우리 실리칸이 번지 점프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듯 인간은 막대에 의지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듯하네. 그 결과 막대는 인간에 의지와 동경, 위안의 대상이 된 거지.” (108쪽)

 

“이 시대의 인간은 어쩌면 빼빼로 피플이네. 인간은 태어나기를 딱딱하고 맛없는 존재로 태어났지.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개성이란 달콤한 초콜릿을 묻히지. 타인을 유혹할 수 있는 존재로 특별해지기 위해.” (145쪽)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를 읽고 난 후에도 난 빼빼로가 두렵지 않다. 간혹 먹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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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4
최민경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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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 속에 타인이 들어오게 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타인으로 인해 자신의 삶 속에서 작은 것 하나하나 침해받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면? 그래서 그 사람이 짐으로 여겨진다면?

 

최민경 작가의 『마리의 사생활』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먼저, 『마리의 사생활』은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 4번째 책이다.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는 중편소설들을 다룬다. 길지 않은 분량, 그래서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음이 장점이다.

 

길지 않은 이 소설, 『마리의 사생활』을 읽고 드는 생각은 나 역시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존재’는 아닌가 하는 물음이다.

 

소설은 “홀가분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무엇이 이렇게 홀가분할까? 다름 아닌 아버지의 죽음으로 홀가분한 것이다. 왜? 아버지는 주인공 하나에게 언제나 짐인 존재였기에. 하나의 할머니는 공부 잘 하던 전도유망한 아들의 앞길을 하나 엄마와 하나가 막았다고 여긴다. 할머니는 하나 아빠에게 하나 엄마와 하나가 짐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삶 속에서는 노름만 일삼던 아버지는 가정의 짐이었다. 오랫동안 따로 살다 췌장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함께 하며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병치레를 했던 아버지란 존재는 하나 가정의 짐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슬픔 이면에 ‘홀가분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홀가분해진 하나의 삶 속에 갑자기 한 사람이 들어온다. 바로 마리(말희). 초등학교 친구라지만 잘 생각도 나지 않던 마리라는 존재가 갑자기 하나의 삶 속에 들어와 하나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그 마리로 인해 집에 변화가 온다. 무엇보다 활력이 돈다. 무기력하던 엄마 역시 마리로 인해 활기를 되찾는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의 개인적인 삶이 침해받는다. 자신의 옷을 아무런 허락도 없이 입는다. 하나의 화장품을 마리는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양껏 사용한다. 마시려던 우유가 사라진다. 이런 사소한 일들의 침해로 인해, 점차 하나는 마리를 짐으로 여긴다. 결국 마리는 하나의 집을 떠나게 된다. 하나에게 있어 또 하나의 짐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 빈자리가 크다. 결코 홀가분하지 않다. 이는 하나에게 있어 마리는 결코 짐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또한 하나는 홀어머니가 자신의 짐이라고 여겼다. 엄마가 자신 인생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실상은 하나가 엄마의 짐이었다. 엄마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가 왔지만, 엄마는 하나 때문에 그 삶을 포기한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우린 어쩌면 타인 때문에 내 삶이 구속받는다고 여길 수 있다. 그 타인이 갑자기 내 삶 속에 들어온 사람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함께 해온 가족일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반대일 수 있다. 내가 누군가의 짐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로 인해 내 삶이 침해받고, 누군가로 인해 내 삶이 구속을 받고 있다 여기지만, 실상은 나 때문에 누군가의 삶이 구속받고 있음이 오늘 우리네 삶이 아닐까?

 

어쩌면 작가는 이것을 우리에게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더 나아가 내가 짐이라고 여겼던 그 사람으로 인해 실상은 내 삶에 활력이 불어넣어지고, 삶이 단조롭지 않게 됨도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삶을 침해하지만, 내 삶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마리는 누구인가? 그 마리를 용납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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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김경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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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경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다. 어쩌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본인의 삶이 녹아들어 있지 않을까?

 

주인공 영희는 잡지사의 중견기자다. 언제나 마감시간에 쫓기는 인생. 하지만, 그만큼 또 화려함의 보상을 누릴 수도 있는, 밖에서 보기에는 화려한 캐리어우먼의 모습일 것이다. 게다가 영희는 자유연애자다. 심장이 이끄는 대로 사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감한 여인이다.

 

하지만, 그런 영희가 꿈꾸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상대와 함께 있을 때, 처음부터 둘이 아닌 마치 하나인 듯 편안한 일치감을 느끼게 하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의 영혼이 소멸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고 재탄생하는 그런 사랑이 분명 있을 것이라 영희는 믿으며, 그것을 찾는다. 그런 영희의 심장이 이끄는 남자가 있었으니, 그 남자는 가진 것은 없지만, 화가라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며 음악과 책을 사랑하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리려 하는 정말 초짜 화가. 혼자 시골에서 6년째 작업을 하는 화가인데, 그 사람은 영혼이 아름다운 남자라는 표현에 그만 영희의 심장이 이끌리게 되고, 그 화가에게 접근하게 된다. 혹 이 남자가 자신이 그토록 찾던 사랑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영희는 처음에는 편지라는 매체를 통해 접근한다. 영희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일상의 것들을 적어 편지를 보낸다. 때론 일상의 잡다한 내용을 적기도 하고, 자신의 연애 취향을 적기도 하며, 자신의 연애 전력을 적기도 한다. 이런 편지라는 방법을 택한 이유는 연애가 생산적인 과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작가로서의 접근이겠지만 말이다. 글을 남기는 것이 생산적이라 여기는 것은 작가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니까. 어쩌면, 영희가 바라는 사랑이 순수함을 간직한 사랑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편지라는 방법이야말로 지금은 이미 사라져버린 추억의 순수함을 느끼게 하니까.

 

아무튼 영희가 찾은 이 사랑은 결국 영희가 원하던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 영희가 선택한 그 사람은 순수하고 순진하기에 그것 때문에 더욱 의지가 되는 남자이며, 어린아이처럼 작은 일에도 경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남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가 찬양하는 것, 그것은 순수함이다. 순수함이야말로 세상을 밝히는 하나의 빛이다. 그리고 이 순수함을 간직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그들은 시골을 택하게 되고, 그곳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창작의 길을 걷게 된다. 참 멋진 인생이다. 누구나 꿈꿀법한 인생이다. 물론 힘겨운 현실의 삶에 부딪히게 되고 헤쳐 나가야 하겠지만. 영희의 선택이 아름다운 열매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우리 역시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 한 쪽에 순수함이라는 알갱이를 소중히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순수함을 잃지 않는 모든 이들의 인생에 아름다운 빛이 비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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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
사카구치 안고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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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대 영웅으로 사람들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시를 꼽는다. 이들을 한 마디로 구분하는 표현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는 울게 만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새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구분법에서 이 책의 제목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가 나왔다. 이 표현대로 오다 노부나가는 결단력이 있으며, 강하고 성격이 급한 인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노부나가의 인간적인 면에 주목하며 이 소설을 풀어간다. 특히, 이 소설은 아직 노부나가가 힘을 얻어 세력을 뻗어나가기 이전인 그의 어린 시절, 청년의 시절을 그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위기 앞에 서 있는 노부나가. 그럼에도 두려움보다는 언제나 천진한 모습으로 서 있어 많은 이들에게 바보로 불리던 노부나가. 온통 적으로 둘러싸인 외톨이 노부나가. 하지만,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개혁가이자, 천재적 전략가인 노부나가. 그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지를 저자는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이 책은 무엇보다 참 재미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을 놓을 수 없다. 계속하여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 과연 노부나가의 인생에 밝은 빛은 언제쯤이나 비췰지 기다림 가운데 읽게 된다. 노부나가의 천재성이 과연 언제 드러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노부나가의 운이 혹 꺼지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 가운데 마음을 조이며 읽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노부나가의 영웅적 풍모에 종국엔 가슴이 펑 뚫리게 된다.

 

특히, 자신을 바보라 경멸하고 작당하여 죽이려 하던 모든 적들을 용서하는 노부나가의 모습, 적들의 목숨 뿐 아니라 영지도 권력도 그대로 허락해 주는 대범함에서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진정한 영웅의 풍모를 보게 된다. 그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개혁적 성향을 바로 읽지 못하고, 도리어 바보라 비웃던 이들의 어리석음을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영웅적 풍모를 말이다.

 

게다가 노부나가의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부분은 위기 앞에서 더욱 드러난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것은 사람에게 평정심을 가져다준다. 그대로 거지가 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또한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 그 최후의 절벽에 서기를 노부나가는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p.301) 자신의 모든 가신들이 자신에게서 돌아서 동생에게 붙어 모두가 적이 되었을 때도 그랬고, 후에 자신의 영토를 간신히 평정하고 아직 여력이 없을 때, 옆 영지 이마가와 요시모토와의 전쟁에서도 그랬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놀라운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위기를 도리어 기회로 만들어 간다.

 

이런 모습이 우리의 삶 가운데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위기 앞에 주저앉아버리고 함몰될 것이 아니라, 위기를 도리어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결단력과 행동함이 주어짐으로 우리 삶의 지평이 더 넓어지게 되길 노부나가 이야기를 읽으며 소망해본다.

 

또 하나 노부나가가 결국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는 실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귀족이라고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부하들의 능력으로 올라서지도 않았다. 남들이 모두 자신을 향해 바보라 조롱할 때에도 그는 자신의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언덕 하나 나무 하나 세세히 머릿속에 입력시켰다. 이것이 후에 벌어진 전투에서 큰 힘이 됨은 물론이다. 아울러, 자신의 몸을 단련시켰고, 자신의 말을 단련시켰다. 남들이 볼 때는 그저 어리석은 놀이라고 여겼을지라도 노부나가는 자신의 전투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렇다. 실력이 없으면 운이나 기회로만으로는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없다. 운은 한계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더욱 실력을 쌓아가야 함을 다짐해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위기의 순간 당황치 않고 실력을 쌓을 때, 기회가 주어지며, 그 기회에 더 큰 성과를 거두게 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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