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살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읽어본 결과는 대만족. 자연히 구매로 이어졌다. 예문도 풍부하고 글쓰기(정확히는 영어 글쓰기)의 여러 원칙들을 잘 알려준다. 특히 11장은 제퍼슨의 미국 독립선언서를 분석하여 행위자를 의도적으로 감추고 나타내는 방식을 밝히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어떻게 글의 스타일만으로도 정치적 입장을 잘 나타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울러 표절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표절을 피해야 하는지도 상세히 알려준다. 마지막 12장 구두점은 쉽게 알기 어려운 개념인 대시―, 콤마, 콜론:, 세미콜론;, 아포스트로피'의 용법 및 미묘한 뉘앙스 차이까지도 알려준다. 영어로 글을 써야하는 사람이라면 옆에 두고 꾸준히 참고해야하는 책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책을 구매할 때 주저 없이 구매했겠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이 대부분 영어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국어에 적용하려면 적절한 현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의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에 소개한 『스타일 레슨』과 같은 작가인 조셉 윌리엄스가 주저자로 참여한 책이고 번역자, 출판사도 동일하다. 『스타일 레슨』이나 이 책을 읽다보면 겹치는 부분이 의외로 있다. 주어를 행위자에 맞추라거나, 표절을 피하는 방식이라던가 등. 그렇긴 하지만 『논증의 탄생』은 글쓰기 전반에 관해 다루는 책이고 문단을 어떻게 구성하고 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읽히도록 구성해야할지를 주장하는 점에서 영어에 치중한『스타일 레슨』보다 한국어 독자에게 더 실용적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스타일 레슨』에 비해 두껍다는 게 게 단점. 기억상 600페이지가 넘었던 걸로.(그만큼 돈값은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생각난 김에 써보는 논문 지침서. 역시 동일한 저자인 조셉 윌리엄스가 주저자로 참여했다. 『스타일 레슨』이나 『논증의 탄생』이 (영어) 글쓰기 전반에 관해 다룬다면 『영어논문 바로쓰기』는 영어 논문을 어떻게 써야하는가에 중점을 둔다. 한참 예전에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주를 달 때 참고하라고 언급하신 서적이어서 하나 구매해뒀다. 2019년에 개정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나중에 영어 논문 쓰기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제목은 『영어논문 바로쓰기』지만 『논증의 탄생』처럼 한국어로 논문을 쓸 때 논문의 기초적인 구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문의 뼈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논지를 어떻게 전개해나갈 것인가와 관련해 팁이 많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었다. 다만 앞의 책들보다 더 비싸다. 개정판으로 갈아탈지 말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스타일 레슨』에 예문으로 잠깐 언급되는 윌리엄 스트렁크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시리즈. 1권은 1918년에 초판이 나온 굉장히 오래된 책이다. 내가 소장한 판본은 2017년 보급판이다. 2권은 한국인 저자가 썼다. 앞의 책들과 비교하자면 두께가 굉장히 얇다. 『스타일 레슨』이 영어 글쓰기 전반에 걸쳐 저자로서 갖춰야할 할 태도나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제시하려는 야심찬 목표가 있다면, 이 책들은 바로바로 적용 가능한,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영어 글쓰기의 규칙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책이긴 하나, 가격이 굉장히 싸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2017년 특별 보급판은 원서까지 수록했음에도 3000원이라는 아주 놀라운 가격을 자랑한다. 물론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 해도 『영어 글쓰기의 기본』이 제시하는 규칙 역시 영어로 글을 쓸 때 중요한 규칙들이니, 『스타일 레슨』처럼 참고해가며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