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아야 하는가where to live 뿐만 아니라 어디를 사야 하는가where to buy까지 알려주는 실용 서적이다. 책의 마지막 장, 마지막 문단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말해준다. '대서울'(저자가 '수도권' 대신 사용하는 표현)에 살고 있다면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고, '대서울'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살(live/buy) 집을 찾고자 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을 간결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외국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다른 부동산 관련 저작은 안 봐서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눈길이 간 이유는 인문학자인 저자가 경제 관련 실용서적을 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띈 점 몇 가지를 나열하고자 한다. 구글맵과 국내 지도 어플의 차이, (짧게는 일제, 길게는 고려나 조선시대 까지 거슬러가는)행정의 연속성 혹은 행정의 관성, 해당 지역의 특징, 나아가 재해의 가능성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지명', 역세권이나 숲세권과 같은 단어가 현실을 가려버리는 지점(예컨대, 걸어서 5분 거리라는 역세권이 알고 보니 전력질주로 5분 달려야 하는 거리라는 식), 기획 부동산의 그럴듯한 마케팅 등이 있겠다. 책을 읽어보면 더 많지만 지금 나로서는 이 정도가 한계.


하지만, 역시 실제로 현장에 가보십시오. 자가용으로 휙 둘러보지 말고, 실제로 걸으면서 땅의 높낮이를 확인하십시오. 그곳의 공기에서 냄새도 맡아보십시오. 맑은 공기인지, 아니면 주변의 공장이나 축산단지에서 매연과 폐수가 흘러내리는지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직접 버스와 열차를 타보십시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가족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또 본인이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떨지 확인해보십시오. 이 방법은 살 곳where to live을 찾을 때뿐 아니라, 살 곳where to buy을 찾을 때에도 참고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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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살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읽어본 결과는 대만족. 자연히 구매로 이어졌다. 예문도 풍부하고 글쓰기(정확히는 영어 글쓰기)의 여러 원칙들을 잘 알려준다. 특히 11장은 제퍼슨의 미국 독립선언서를 분석하여 행위자를 의도적으로 감추고 나타내는 방식을 밝히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어떻게 글의 스타일만으로도 정치적 입장을 잘 나타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울러 표절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표절을 피해야 하는지도 상세히 알려준다. 마지막 12장 구두점은 쉽게 알기 어려운 개념인 대시―, 콤마, 콜론:, 세미콜론;, 아포스트로피'의 용법 및 미묘한 뉘앙스 차이까지도 알려준다. 영어로 글을 써야하는 사람이라면 옆에 두고 꾸준히 참고해야하는 책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책을 구매할 때 주저 없이 구매했겠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이 대부분 영어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국어에 적용하려면 적절한 현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의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에 소개한 『스타일 레슨』과 같은 작가인 조셉 윌리엄스가 주저자로 참여한 책이고 번역자, 출판사도 동일하다. 『스타일 레슨』이나 이 책을 읽다보면 겹치는 부분이 의외로 있다. 주어를 행위자에 맞추라거나, 표절을 피하는 방식이라던가 등. 그렇긴 하지만 『논증의 탄생』은 글쓰기 전반에 관해 다루는 책이고 문단을 어떻게 구성하고 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읽히도록 구성해야할지를 주장하는 점에서 영어에 치중한『스타일 레슨』보다 한국어 독자에게 더 실용적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스타일 레슨』에 비해 두껍다는 게 게 단점. 기억상 600페이지가 넘었던 걸로.(그만큼 돈값은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생각난 김에 써보는 논문 지침서. 역시 동일한 저자인 조셉 윌리엄스가 주저자로 참여했다. 『스타일 레슨』이나 『논증의 탄생』이 (영어) 글쓰기 전반에 관해 다룬다면 『영어논문 바로쓰기』는 영어 논문을 어떻게 써야하는가에 중점을 둔다. 한참 예전에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주를 달 때 참고하라고 언급하신 서적이어서 하나 구매해뒀다. 2019년에 개정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나중에 영어 논문 쓰기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제목은 『영어논문 바로쓰기』지만 『논증의 탄생』처럼 한국어로 논문을 쓸 때 논문의 기초적인 구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문의 뼈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논지를 어떻게 전개해나갈 것인가와 관련해 팁이 많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었다. 다만 앞의 책들보다 더 비싸다. 개정판으로 갈아탈지 말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스타일 레슨』에 예문으로 잠깐 언급되는 윌리엄 스트렁크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시리즈. 1권은 1918년에 초판이 나온 굉장히 오래된 책이다. 내가 소장한 판본은 2017년 보급판이다. 2권은 한국인 저자가 썼다. 앞의 책들과 비교하자면 두께가 굉장히 얇다. 『스타일 레슨』이 영어 글쓰기 전반에 걸쳐 저자로서 갖춰야할 할 태도나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제시하려는 야심찬 목표가 있다면, 이 책들은 바로바로 적용 가능한,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영어 글쓰기의 규칙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책이긴 하나, 가격이 굉장히 싸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2017년 특별 보급판은 원서까지 수록했음에도 3000원이라는 아주 놀라운 가격을 자랑한다. 물론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 해도 『영어 글쓰기의 기본』이 제시하는 규칙 역시 영어로 글을 쓸 때 중요한 규칙들이니, 『스타일 레슨』처럼 참고해가며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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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비딕을 생각나게 만드는 이야기긴 하지만 시기 상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가 모비딕에 앞선다


모비딕에서 거대한 고래가 인간이 정복할 없는 자연을 나타내는 듯했는데, 이야기에서 핌은 반란을 일으키는 선원, 망망 대해의 바다에서 시체들로 가득한 유령선, 극한의 상황에서 저지르는 식인, 정체를 없는 섬에서 마주하는 속내를 감춘 미지의 원주민들을 마주하는 내내 위험과 극한의 악몽같은 상황을 겪은 끝에, 마지막에는 하얀 거인의 모습을 보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원주민 섬에서 협곡의 모습과 협곡에 새겨진 문양을 보고 피터스의 추측이 말도 안된다고 부정하였는데 후기에서 포는 핌이 남긴 그림을 각각 에티오피아어, 아랍어, 이집트어라며 추측한다. 같은 추측은 핌에게 이입하던 독자에게 핌이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 미지의 영역이 있음을 섬뜩하게 제시하는 듯하다. 후반부에 '테켈릴리' 언급되는 점도 포인트


핌에게 내내 몰입한 책을 읽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면 '여기서 ?'이라는 느낌과 동시에, 무언가 설명되지 않은 찝찝함이 몰려온다. 불쾌한 꿈을 꾼 느낌이다.


하지만 결핍과 공포를 너무나 오래 겪어온 끝이라 우리의 지력은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그 시기의 우리를 합리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P167

순풍과 순조로운 날씨를 꾸준히 유지하며 남동쪽을 향해 가던 약 15일 동안 피터스와 나는 둘 다 굶주림과 끔찍한 고생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래서 지난 일들이 실제 현실 속에서 맨정신으로 겪은 것이라기 보다는 다소 끔찍한 꿈이었는데 우리가 거기서 깨어난 것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후로 이런 식의 부분적인 망각이 갑작스러운 변화—기쁨에서 슬픔으로건, 그 역이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망각의 정도는 변화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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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인간을 본뜬 피조물을 만들고 난 후 일어난 사건을 다룬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읽은 황금가지판은 스위트몬스터와의 콜라보판이다보니 표지나 삽화가 소설의 음산한 분위기와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읽고난 후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가 떠올랐다.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 정확히는 1982년 미국에서 처음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창조자(타이렐)이 인조인간(레플리칸트)을 창조한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만들듯이, 타이렐 역시 로이 베티를 비롯한 레플리칸트를 창조한다.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월튼이라는 화자가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대신 전달하고 둘 사이의 관계에 잠깐이나마 개입한다. 블레이드 러너 1편에서는 릭 데커드라는 인물이 타이렐과 레플리칸트 사이에 개입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처음 세상에 나온 1818년과 블레이드 러너가 나온 1982년 사이에는 적지않은 시차가 있으나 그 사이에는 창조자로서 인간과 인간이 창조한 피조물 간의 비극적인 관계를 다룬 이야기에 나름의 계보가 있으리라.


물론 차이점도 있다. 외적으로 보면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초의 이야기이고 블레이드 러너는 20세기 말의 이야기다. 내적으로 보면 프랑켄슈타인이 자기 피조물을 추적하는 반면,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로이 베티가 타이렐을 추적하고 릭 데커드가 다시 로이 베티를 추적하는 구조다. 전자가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에게 '다가가는' 이야기라면 후자는 피조물이 인간에게 '다가오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프랑켄슈타인 주위를 내내 멤돌고 감시하다가 간혹 모습을 불쑥 드러낸다. 어디서 다가오는지 알 수 없는 로이 베티와 다르게,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바로 근처에 있어서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프랑켄슈타인은 나온지 거의 20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독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세련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 일찍 깼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글이니 이만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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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의 관점을 강조하는 점이 신선했다. 그런데 읽고나니 내내 찝찝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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