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드링크 서점
서동원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인생이 책 한 권과 같다면>

매일 다니던 익숙한 골목에서 처음 보는 낯선 가게의 이름이다. '분위기가 왠지 나쁘진 않은데?' 하며 들어갔더니 진열장엔 술병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술집 이름치고는 꽤 낭만적인 이름.

그곳에선 토끼 귀를 한 종업원이 '달토끼'라는 명찰을 달고 손님을 맞이한다. 종업원이 건넨 메뉴판을 보니 메뉴도 평범하지 않다.

'많이 보는 소년', '우주 요정', '또 다른 선택' 등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메뉴이기 때문에 그 맛이 더 궁금해진다. 많은 메뉴 중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메뉴 하나를 선택했더니 정말 예쁜 칵테일을 건네준다.

한 모금 마셨더니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군가에게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요정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헤어졌던 연인이 보여지는 신비한 칵테일.

내가 만약 달 드링크 서점을 발견해 들어갔다면 나에게는 어떤 메뉴가 가장 먼저 눈에 띌까? 또 한 모금 마셨을 때 어떤 이야기가 보일까?



«달 드링크 서점»은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펀딩 675%를 달성하고 정식출간된 어른을 위한 판타지 동화다. 반짝이고 컬러풀한 표지에 반해 홀린듯이 책장을 넘기며 읽었는데, 간만에 잔잔한 감동이 있어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또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이어서 짧게짧게 호흡을 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달 드링크 서점에 찾아오는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 몇 안되는 손님들 저마다의 이야기는 어찌나 다양하던지. 이래서 세상이 참 다채롭고 지루하지 않나보다.

하늘 도서관을 지키던 '문', 달을 지키던 '보름'.

그 둘이 운영하는 지구의 <달 드링크 서점>.

이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어하는 지구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언제 잡힐지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 같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따뜻한 위로를 받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후회스러운 순간이 있을 것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다른 선택을 할까?', '다른 선택을 하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을까?' 등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을 하면서 후회는 더 가중된다.

<달 드링크 서점>은 그러한 순간을 눈 앞에 펼쳐지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칵테일을 판매한다. 칵테일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의 약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 사람의 마음가짐,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시간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바꿀 수 없는 후회스러운 과거를 계속 떠올리는 것보다 현재에 집중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건 어떨까? 나만의 <달 드링크 서점>에서 현재의 나에게 맞는 '칵테일'을 마시면서 말이다.

예의 바른 사람일수록, 또는 항상 미소를 짓는 사람일수록 헌 책방처럼 마음속에 먼지를 뽀얗게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콘크리트만큼이나 단단한 가면을 쓰고 있는 유형. - P6

슬픔에 잠겨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기쁘지 않음에도 미소 짓는 그들은 그것을 흔히 ‘사회생활‘이라는 단어로 포장했다. - P110

후회란 건 언제나 우리의 뒤통수에 바짝 붙어 있어서 피하기가 어려워. 하지만 대개 실패한 경우보다는 도전하지 못한 경우에 후회가 더 크더라고. - P132

계속 고민하는 것보단 한번 해보는 게 낫지.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날 거야. - P2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원더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11월 1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원더>가 공개됐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막내 딸 역할을 한 배우 플로렌스 퓨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지금까지 넷플릭스 영화 TOP 10 안에 들고있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어보았다.


'4개월간 먹지 않고도 생존했다고 주장하는 소녀'의 존재가 흥미롭게 다가와 이 책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로 그럴 수가 있는가? 작가 엠마 도노휴는 믿기지 않지만 실제로 50건에 가까운 '단식 소녀' 사례에 영감을 얻고 살을 붙여 이 허구의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나는 이 '기적'이 '사기극'임을 밝혀내려는 간호사 리브의 시선을 따라 《더 원더》를 읽어나갔다.


애나 오도널은…… 아니, 그 아이 부모는 애나가 열한 살 생일 이후로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엠마 도노휴, 《더 원더》 p20


애나는 11살 생일 이후로 성수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그 아이의 부모는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애나는 무려 4개월 동안 굶었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기독교 신자들은 그 아이를 기적의 상징으로 보고 추앙한다. 반면 리브는 이 일이 진짜 기적인지, 사기인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용됐다. 물론 리브는 100% 사기일거란 의심을 갖고 애나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머리 위 산사나무 가지에 매달린 것은 털실이 아니었다. 사람이 만든 기다란 물체였다. 정말이지 기이했다.

엠마 도노휴, 《더 원더》 p127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는 《더 원더》. 3장까지는 매일 교대하며 애나를 관찰하는 리브가 애나, 애나의 가족, 가정부로 일하는 사촌 언니, 심지어 리브와 같은 이유로 고용된 수녀까지, 이 사기 행각이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의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간중간에는 리브가 마을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있는데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며 자연에 대한 묘사가 참 섬세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이 소설의 배경인 19세기 중반의 아일랜드로 간 느낌이었다. 이런 자연 뿐만 아니라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도 그림을 그리는 듯한 묘사가 이어져서 눈 앞에 영상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왜 이 아이는 감시가 이어진 나흘 동안 낮에도 음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이한 증상들에 시달리면서도 음식 없이 살 수 있다는 애나의 신념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엠마 도노휴, 《더 원더》 p172


4장 끝 부분 부터는 감춰져 있던 진실이 밝혀지는데, 작은 진실 속에 감당할 수 없는, 알고 싶지 않은 진실까지 밝혀져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진실 속에서 애나와 리브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인간은 참 따뜻하다가도 한순간에 냉정함을 볼 수 있는 존재다. 나는 《더 원더》를 통해 이러한 냉정함을 넘어서 잔인함까지 보며, 애나를 점점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리브에게 더욱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조금은 답답하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진실을 맞닥뜨리고 완벽한 결말을 볼 때까지 리브와 함께 끝까지 달리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가설
앨리 헤이즐우드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색다른 로맨스 소설인 것 같아요. 결말이 궁금해지는 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년 기후위기 경각심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빙하입니다. 빙하가 계속 녹고 있고, 몇 년 전과 비교 사진을 보면 확연하게 줄어든 게 보여요. 빙하가 다 녹는 건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다이브》에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가 건물을 뒤덮었어도,

그래서 인천이 수몰된 다음에도,

온갖 나라들이 전쟁을 벌인 뒤에도,

그래서 한국을 지켜 주던 댐이 무너지고 나서도

서울 사람들은 계속 서울에 살았다.

《다이브》 물에 잠긴 세계 - p7


단요 작가의 첫 소설 《다이브》는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은 상태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서울도 물론 다 잠겨서 물 속에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산에서의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남산, 노고산 등 산으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어요.


이제는 물 아래 잠긴 곳에서 쓸만한 물건을 가져오는 '물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대입니다. 노고산 물꾼인 선율과 남산 물꾼인 우찬은 누가 더 멋진 걸 찾아오나 내기를 해요. 기한은 보름. 심판은 공정하게 중앙의 둔지산 물꾼들이 맡기로 했습니다.


선반 사이를 헤매던 선율은

어느 큐브 앞에서 멈춰 섰다.

헬멧이 쏘아 내는 주홍빛 조명이

두터운 플라스틱의 곁을 따라 흘렀다.

그 너머로 웅크려 앉은 사람의 윤곽이 보이더니

얼굴이 뚜렷해졌다.

흰 티셔츠를 입은 소녀였다.

《다이브》 물에 잠긴 세계 - p13


선율은 물 속에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기계를 하나 건져옵니다. 깨어난 소녀는 자신이 기계 인간인 것을 알고, 이름도 기억하고 있어요. 소녀의 이름은 채수호. 자신이 언제 이렇게 됐는지도 알고, 선율에게서 현재 상황도 파악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어요. 그 기억 사이 4년은 소녀의 기억에 없다는 점입니다. 소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 의문의 4년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소녀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서울이 물에 잠길 당시 노고산에서 아이들을 구한 경이 삼촌과도 어떤 접점이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일까요?


닿지 못할 행복은

생생한 만큼 슬픔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그대로 남아 후회가 된다.

살아가다 보면

지나간 순간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기지만

그 반대의 일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과거가 오늘을 옭아매는 것이다.

《다이브》 노을이 빈 자리 - p173


창비 소설 《다이브》는 수호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아갈 수도 있지만, 수호는 과거를 찾는 걸 선택했어요.


살다 보면 때로는 잊고 싶은 과거 하나쯤은 생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호처럼 기억하거나, 잊거나 선택할 수 없이 계속 과거를 끌어안고 살아야 하죠. 잊고 싶은 과거가 없었던 일이라면, 조금 더 나은 현재를 살고 있을까요? 저는 그러한 과거들도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이브》 속 상황은 지금보다 열악한 상황이기에 사람들이 더 예민하고, 날카롭고, 이기적인 모습이 보여요. 이런 와중에 수호라는 존재가 나타났고, 수호가 선율과 함께 과거를 찾는 과정 속에서 팽배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알지 못했으면 좋았을 과거일 수도 있는데, 실체를 모르는 과거를 찾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게 인상깊었어요.


《다이브》를 읽으면서 소설 속 상황과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 조금은 비슷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 속에서 사람들이 조금씩 날카로워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 《다이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따듯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에는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한참 많이 읽었을 때는 '언젠가 나도 북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지만요.)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있는 북 카페! 그냥 추상적인 생각만 가득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뭔가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내가 어느정도 원했던 모습의 '북스 키친'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소양리 북스 키친은 책을 팔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북 카페와

책을 읽을 수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북 스테이를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책들의 부엌》 p9 프롤로그 中



《책들의 부엌》은 우연히 소양리의 땅을 사 북 카페를 겸한 북 스테이 '소양리 북스 키친'을 연 유진과 이곳을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 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인기 많은 가수 다인, 서른 살을 앞둔 네 친구 시우·찬욱·세린·나윤, 재판 연구원인 소희, 세린의 친구 지훈, 지훈의 친구 마리, 완벽해 보이는 수혁, 유진의 선배까지.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 오는, 혹은 우연히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옵니다.


대부분 겉모습만 보면 걱정 하나 없을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살펴보면 아픈 사연들이 있어요.


꼭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현실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착하게 살았어도 사연 없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 경주도 아니고 마라톤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아닐까.

삶이란 결국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내서

자신에게 최적인 길을 설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책들의 부엌》 p123 최적 경로와 최단 경로 中



누구나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힘내'라는 말을 건네기 보다 상대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어요.


'소양리 북스 키친'의 주인장 유진이 그런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한 도시에서 지친 손님들이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와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누구에게나 첫눈 같은 순간이 있는 거라고 유진은 생각했다.

소란스럽던 일상이 일순간 고요해지고 나풀거리듯 변화가 시작되는 때가 있다.

실패와 균열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난날이

첫눈으로 하얗게 덮이고 나서야 드러나는 인생의 윤곽이 있다.

뾰족하게 솟은 전나무 끝부분도 눈으로 뒤덮이면 둥그렇고 하얀 눈꽃 나무로 변한다.

그제야 이해되지 않던 고통스러운 시간은 의미를 가진 풍경이 된다.


《책들의 부엌》 p223 첫눈, 그리움, 이야기 中



《책들의 부엌》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유진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유진에게는 솔직하게 털어 놓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웃기도 하고 뭉클 하기도 했어요.


따뜻한 봄날에 이렇게 따뜻한 힐링 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표현력이 너무 좋아서 반했어요. 덕분에 소설 속에서 나오는 사계절을 글 만으로도 풍성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릿 속이 복잡할 때,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읽으면 좋은 힐링 소설을 찾는다면 《책들의 부엌》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