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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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베스트셀러를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는다. 영화도 그렇듯이 개인의 취향이 있기에 베스트셀러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눈길이 가는 책이 있다. 그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되어서 베스트셀러를 넘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국내에서 100만 부나 팔린 것일까?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중 보라 프렌즈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이번에 읽게 되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세 명의 도둑이 한 폐가에 들어가 숨어있는 중 겪는 하룻밤의 기묘한 일을 다룬다. 도둑들이 숨어든 폐가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곳이었고, 이 기묘한 일은 갑자기 이곳에 날아든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이 편지에 도둑들은 잠시 당황하다가 편지에 적힌 사연에 이끌려 답장을 한다. 그저 장난이라고만 생각하던 세 도둑은 자신들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이 도착하자 웃음기가 사라진다. 세 도둑은 이 공간의 비밀을 알게 되고, 또다른 사람들의 편지 속 사연에 함께 고민하고 답장을 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은 무엇이고,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나는 책을 다 읽고 후회했다. 내가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나 하고. 호흡이 짧은 문장들로 인해 책의 초반부터 빠르게 읽혀졌다. 또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편지라는 소재가 굉장히 흡입력이 강했다. 세 도둑들의 시선으로만 전개될 것 같았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전개가 되어 단조롭지 않고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밝혀지는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세 명의 도둑은 누구도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에서 점점 불빛이 작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미야 잡화점에서 편지를 주고 받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희망의 불씨를 보게 된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이 없다는 걸 이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들은 익명의 힘으로 대담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또 그로 인해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었다. 나미야 잡화점으로 편지를 보낸 사람들과 세 명의 도둑들이 다른 세계 사람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다. 이들은 잘 나가든 그렇지 않든,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명만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 도둑처럼 명확한 답변은 해줄 수 없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게 되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면서 들었던 또다른 생각은 마음 먹기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나미야 잡화점으로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고민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어느 한쪽으로 이미 마음이 기울어졌고, 자신이 가려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었을 뿐이다. 세 도둑이 명확한 답변을 보내도, 그 답변대로 할 것이냐 아니냐는 사연을 보낸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사연자들의 힘든 시기에 그들이 유일하게 의지했던 건 나미야 잡화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답변이 그들에게 힘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고난을 헤쳐나간 건 결국 그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고민이 있다면 정말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 평행을 이루던 저울이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그땐 나 자신을 믿고 계속 그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은 분들은 대부분 이 생각을 할 것 같다. 내 주변에도 나미야 잡화점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나도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넘긴 후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미야 잡화점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 한 구석에 있는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한결 나아지긴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올해는 내 마음에 더 귀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찬 바람이 많이 부는 요즘, 내 마음 속 나미야 잡화점을 찾아줄 가슴 따뜻한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p167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p269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나 같은 게. 나 같은 바보가.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p330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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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W-novel
이노우에 유우 지음, syo5 그림,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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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첫 번째 라이트노벨인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를 매우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수학을 좋아하는 나로서 제목이 취향 저격이었고, 위즈덤하우스의 두 번째 라이트노벨인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는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로서 표지가 취향 저격이었다. 책의 제목과 표지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내용이다. 오늘 읽은 책은 판타지 요소가 들어있는 소설이어서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는 죽음을 볼 수 있는 소녀 시오와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도우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구하는 사토의 이야기이다. 시오는 사람의 눈을 보면 그가 죽을 운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죽을 운명인 사람의 얼굴에는 선이 그어져있는데, 사토는 이 선을 죽음의 선, 즉 '사선'이라고 말한다.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이 사선은 많아져서 모자이크처럼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시오와 사토는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시오는 사토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졸업생 4명에게서 동시에 사선을 본다. 이들을 죽이려는 범인에게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시오와 사토는 이 4명과 함께 무인도로 들어간다. 범인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면 사선이 사라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사선이 더 많아지고 있는 4명. 고등학교 때 문예부였던 이 4명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어 동시에 사선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갖고 있다. 이 비밀은 밖으로 꺼내서 좋을 일이 없기 때문에 비밀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비밀이 오랜 시간 나를 옥죄어 오는, 죄책감이 들게 하는 것이면 어떨까? 책을 읽으며 그럴 땐 오히려 비밀을 비밀이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걱정할 만큼의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고, 알게 모르게 했던 오해들도 풀리게 될 것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미스터리 소설과는 확실히 다르게 라이트하지만, 꽤 탄탄한 구성을 갖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다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른 법이다. 소녀가 그랬다.
다음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어제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노우에 유우 ∥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p45

밝은 것만이 좋은 날이라고는 할 수 없어. 잘 안 보이는 게 좋을 때도 있거든.

이노우에 유우 ∥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p132

누군가가 조금의 빛이라도 되어준다면, 길을 헤매는 사람은 나아가야 할 길을 발견할 수 있어.

이노우에 유우 ∥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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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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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책 한 권을 집었다. 감성적인 느낌의 표지를 갖고 있는 일본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단순히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표지의 느낌과 어울리지 않게 약간 무겁게 느껴지는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쿠라 신지는 어느 날 갑자기 같은 반 친구인 하나모리 유키에게서 사신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는다. 웬만한 악덕 기업보다 더 한 아르바이트이지만, 근무 기간만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딱 하나를 이루어준다고 한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사쿠라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첫 번째 업무에서 사쿠라는 첫사랑이었던 아사쓰키를 만난다. 첫 번째 업무를 마치고나서야 사쿠라는 이 일이 어떤 일인지 확실하게 알게 된다.


사쿠라는 첫 번째 업무를 마친 후 패닉에 빠져 그만둘까 고민하다가 결국 계속하기로 한다. 그렇게 두 번째 업무에서는 꼰대 기질이 보이는 구로사키를, 세 번째 업무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히로오카를, 네 번째 업무에서는 엄마에게 학대를 당해 죽은 소녀 시노미야 유를 만난다. 사쿠라가 이 일을 처음할 때는 별 생각없었지만, 일을 할수록 '사자'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긴다.


사쿠라와 하나모리가 함께 하고 있는 사신 아르바이트는 미련이 남아 이생을 떠나지 못한 '사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이생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자'가 이생을 떠나지 못하고 머무르는 시간을 작가 후지마루는 '추가시간'으로 명하고 있다. 사쿠라는 세 번째 '사자'인 히로오카를 만난 후 추가시간이 단순히 미련을 해소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6개월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마칠 때 쯤에서야 비로소 추가시간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된다.


'사자'에게는 '사자의 힘'이라고 불리는 신비한 능력 하나를 갖게 된다. 이 능력은 자신이 무엇에 미련을 품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되고, 그 미련을 해소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작은 능력부터 시간을 멈추는 강력한 능력까지 그 능력은 다양하다. 또 사신별로 담당하는 '사자'의 성향은 정해져 있는데, 사쿠라와 하나모리가 같이 일하게 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에세이처럼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고 알게 해준다. 평범한 일상인 것 같지만 이런 것도 행복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행복 때문에 그동안 나도 모르게 지나간 행복함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 책 속 '사자'들처럼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행복함을 스쳐 지나가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사전적 의미의 행복이 아닌,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잊고 살고 있는 분들에게 이 슬프고도 따뜻한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사람은 들뜨면 대번에 방심한다. 내일도 분명 좋은 하루를 보낼 거라고 착각한다. 좋은 일이 생긴 것을 계기로 앞으로의 인생도 펴지리라고 자만한다.
아무 근거도 없이.

후지마루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 p42

사람은 언제나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후지마루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 p60

조건 없는 사랑은 절대적이지 않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만의 인생과 욕심을 가지고 있다.

후지마루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 p168

변함없이 우리는 하나모리를 중심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는 작은 평안함. 행복이란 의외로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후지마루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 p221

이 세상은 잔혹하다. 그래도 여기저기에 행복의 씨앗이 떨어져 있다.
그 씨앗을 싹틔워 한없이 퍼뜨려나간다. 그게 바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다.

후지마루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 p318

행복은 뭘까. 먼 기억 속 누군가가 물었다.
이제는 안다. 지금이 행복함을 아는 게 행복임을.
잃기 전에 깨닫는 것.
잃었더라도 행복했음을 기억하는 것.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기억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분명 그것이 바로 이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진실이다.

후지마루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 p33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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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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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안락사는 생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현재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도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정도 뿐이라고 한다. 평소에 안락사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소설을 읽고난 후 좀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안락》은 자신의 수명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할머니와 이에 대한 가족들의 생각과 갈등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내가 처음에 이 소설 제목을 봤을 때는 그저 따뜻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안락'에서 더 나아가 '안락사'를 다루고 있는, 쉽게 볼 수 없는 소재를 다룬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안락사'를 생각해봤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존엄사'도 떠올리게 되었다. 존엄사와 안락사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지 못해 검색해보니, 존엄사는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일상 생활이 가능하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약물을 투여해 인위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에 법적으로 존엄사가 본격 시행되었고,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소설 속에서는 안락사 법안이 통과되면서 5년 후에 생을 마감하겠다는 할머니의 수명 계획이 그대로 진행이 된다. 소설 속 할머니는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을 철저하게 지키시는 분이다. 말을 한 번 내뱉으면 정말 그대로 진행을 하기 때문에, 가족을 모아 놓고 수명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주인공의 엄마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이 놀란다. 특히 주인공의 엄마는 할머니의 막내딸로서 처음에는 완강하게 반대하지만, 할머니의 계획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할머니가 눈을 감기 전까지 더 많이 찾아뵙는다.


안락사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안락사가 꼭 반대되어야만 하는 안건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의 자매, 즉 이모 할머니도 요양원에 계시면서 소통할 사람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또한 파킨스병이 진행되면서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안락사를 선택하고 자신의 물품들을 스스로 정리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미리 자신의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있다는 점은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전제 조건에는 '건강'이 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건 나도, 내 주변도 모두 고통스러울 뿐이다. 책을 읽으며 소설 속 할머니처럼 더 아프기 전에 미소를 지으며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안락사를 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무분별하게 안락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법률로 만드기 전까지는 정말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떼어놓을 수 없는 죽음. 죽음의 방법 중 하나인 안락사에 대해서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한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안락사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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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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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로 읽는 책의 장르는 단연 소설과 에세이인데, 요즘에는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더 손이 간다. 그 이유는 가볍게, 아무 때나 읽어도 흐름을 잃지 않을 수 있는게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루 할 일을 다 끝내고나서야 책을 읽는데, 그 시간이 늦은 밤이 될 때가 많다. 늦은 밤에 읽기 시작하면 1~2시간 정도 읽고 잠이 드는데, 소설은 이렇게 읽다가 흐름이 끊겨 중간에 읽다 만 소설들이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한 소설들도 꽤 있다.


아르테 출판사에서 나온 '작은책' 시리즈는 이런 나에게 딱 맞는 책인 것 같다. 우선 시중에 출간되고 있는 보통의 책들보다 작은, 나의 손바닥만한, 아담한 크기를 갖고 있다. 이런 작은 크기에 페이지 수도 100 페이지가 조금 넘어서 단숨에 읽기 딱 좋다. 작은책 시리즈는 국내문학 시리즈이다. 현재 출간된 작은책 시리즈는 박솔뫼 작가의 《인터내셔널의 밤》과 은모든 작가의 《안락》이 있다. 나는 먼저 박솔뫼 작가의 《인터내셔널의 밤》을 읽어 보았다.


《인터내셔널의 밤》에는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솔은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의 청첩장을 받고 갈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가기로 결정하고,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기 위해 부산행 기차에 올라탔다. 나미는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고 있던 곳에서 도망쳐 나오고,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멀리 떠나기 위해 부산행 기차를 탔다.


나미는 한솔의 옆자리에 타고, 나미가 한솔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둘은 꽤 많은 대화를 나누며 부산에 도착한다. 부산에 도착한 후, 둘은 나미의 용기로 한솔이 일본으로 떠나기까지 남은 며칠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솔과 나미는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고, 그들의 결말은 어떨까? 두 주인공 모두 어떤 곳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고 있고 그런 현실이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둘 다 나름대로 행복을 향한 길로 가는 중인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간 내가 읽어 온 소설들은 짜임새있고,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보이는 스릴러 소설이 많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터내셔널의 밤》은 솔직히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건지 나는 명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짧은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심경 변화라고 해야할까? 소설의 초반에는 주인공들이 색깔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소설의 마지막에서는 조금씩 밝은 색이 칠해지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듯 해서 따뜻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에세이처럼 부담없는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기차를 타는 느린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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